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12화 (112/157)

[데스퍼라도] 112. 나는 누구인가?

데스퍼라도(Desperado)

나는 누구인가?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조금전 세도스가 이완요법으로 인하여 조금 전 상황을 기억 못 하자

잠시 망설였다. 세도스는 그들의 표정을 감지 한 듯 다시 물어보았다.

"후후. 표정들이 왜 그 모양이야? 무슨 새로운 사실이라도 나왔니?"

그때 소피아나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은 저희도 좀 얼떨떨해서.."

"뭐가 말이니?"

"그러니까..웁!!"

소피아나가 말하려하자 파슬렌이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고 재빨리 대답했다.

"헤헤. 별 거 없었어요. 이완요법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흠. 그러면 그렇지..아무튼 난 피곤하니 이만 올라가 보겠다."

잠시후 세도스가 2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자 그때서야 소피아나가 오빠를 째려보며 말했다.

"오빠! 왜 그래? 별일도 없었다니. 분명 세도스 아저씨가 이완요법을 받을 때 황당한 일이 있었잖아. 그러니까 있는 사실대로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야. 그런데 왜 네 입을 틀어막고 그래?"

"아까 그 채널러인가 마스터라는 존재가 세도스 아저씨를 그냥 나두라고 했잖아. 그게 돕는 것 같아."

"아까 그게 그런 뜻이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저씨의 과정을 지켜봐야만 할 것 같아."

"그 부정의 극 과정인가 뭔가 말이야? 그리고 세도스 아저씨에 대해서 공포와 두려움을 누르는 법을 배우라고 그랬는데 도대체 그게 뭔 소리지. 뭐 아저씨가 갑자기 악마처럼 돌변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쳇."

"부정의 극이라면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유쾌한 것이 아니면?"

"지난번 마을에서 벌어진 접시 사건처럼 아저씨는 그렇게 잔인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뜻 같아. 우리는 그런 아저씨의 행동에 대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 같고."

"후. 오빠. 벌써부터 겁이 나는데.."

"솔직히 나도 그래."

리크가 파슬렌 남매의 집에 온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지난번 카른 소도시에서 불량배들과 의 접시 사건이후로는 그다지 별일은 없었다. 리크는 소피아나가 지어준 세도스의 이름으로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집안일과 수리, 농작물 재배 등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 들어서 산골 두메에 있는 이곳 타레탄 마을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비단 이 마을뿐만 아니라 전 사계(四界)의 분포해 있는 수많은 대륙 깊숙한 곳까지 번져 있었으니 그 소문이란 바로 변종존재(變種存在)에 대한 것이었다. 6개 월 전 로엔스톤 대륙의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의 성역(聖域)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몬을 위시한 프리즘 전사들과 여타 수많은 전사들이 그 진상을 조사하려고 [하늘이 열리는 곳]의 성역을 조사했지만 그곳은 다른 평범한 대륙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지역일 뿐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상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은 그곳이 아니라 전 대륙에 걸쳐 각 숨겨진 천상제단(天上祭壇)이 드러나면서 동시다발로 일어났음을 아는 자들은 프리즘의 전사들 외 각 상급전사들뿐이었다. 즉 오래 전부터 천상인(天上人)들은 이미 대륙 곳곳에 스며들어 때를 기다렸던 것이었다.

인간종족과 마족, 어둠의 종족들은 이미 서로간의 그 경계선이 무너진 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서로의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서 천상인들과 대적하려 하였다. 하지만 천상인들의 대대적인 공격에 대비를 하던 이들 세 종족은 뜻하지 않은 적들을 맞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일종의 변종존재(變種存在)로서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도 아니었다. 바로 인간 혹은 마족 어둠의 종족들이 원인도 모를 유전변이로 의하여 변형된 또 다른 생물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결국 프리즘의 전사인 마족의 골고트 전사에 의해서 그 변종존재의 정체가 밝혀졌으니 그들의 정체는 인간이나 마족, 어둠의 종족들을 숙주로 기생하여 사는 천상인들 또 다른 종족이었다. 천상인들의 존재 개체가 과연 몇 종이나 되는지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일단 지금의 변종존재를 만들게 한 장본인이 그들 천상인들 중 한 객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들은 천상인들의 본격적인 사계(四界) 공격에 대한 전초라 볼 수밖에 없었다.

변종존재(變種存在)들은 상상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마족, 어둠의 종족에 기생한 천상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으로 숙주 대상체의 신체변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기에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강력한, 기이한, 흉측한 변종존재(變種存在)들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천상인들의 대규모 공격을 예상했던 세 종족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가족 혹은 친구, 동료들이 그들의 숙주대상이 되어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해서 공격을 받는다는 자체에 무척 당황해하였다. 과연 어디가 아군이군 적인지 분간조차 가지 않았으니 전 사계(四界) 대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은 당연했다. 상급계열 전사들만이 숙주에 붙은 천상인들의 실체를 알고 곳곳에서 대적을 하려했지만 그 또한 한참 역부족이었다. 더욱 무서운 일은 다른데 있었다. 예를 들어 한 마을에서 천상인의 숙주 대상 체라 의심받는 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타난다면 3개 종족 연합군에 의해서 그 마을사람들 전부가 살육 당하는 것이었다. 숙주 하나를 없애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은 수많은 대륙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었으니 피 비린내나는 살육의 장은 매일매일 연출되고 있었다. 이런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도 쓸 수밖에 없던 이유가 아무리 천상인들의 뿌리를 사전에 뽑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매일 죽어나가는 것은 죄 없는 인간, 마족, 어둠의 종족들의 피 맺힌 절규의 한은 그 누구도 풀어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무모한 살육의 결정은 누가 내렸는가? 그는 바로 프리즘의 전사를 대표하여 3개 종족의 총사령관을 맡고있는 하몬이었다. 하몬은 지금의 난세에 인간과 마족, 어둠의 종족들을 구하기 위한 대영웅으로 떠올랐지만 그의 무모한 학살  방침에 더 많은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있었으니 과연 천상인들이 진짜 적인지 하몬이 더 무서운 적인지 사계(四界) 주민들은 혼란스러워 할 정도였다. 주민들은 이제는 오로지 자신들의 마을에 천상인들이 숙주 대상 체가 없기만을 기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한사람이라도 나타난다면 마을전체가 몰살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서운 일이 타레탄 마을에 일어날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바로 마을 어귀에 사는 하크라 불리는 농부가족 중 그 의 딸인 어린 소녀가 천상인의 숙주라는 의심을 받은 것이었다. 마을은 이와 같은 소문이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서로간에 입 단속을 하였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모조리 학살당하는냐 마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천상인 숙주라 의심받는 소녀를 그냥 나둘 수도 없었기에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다. 천둥과 번개가 유난히 치던 어느 날 밤 파슬렌의 집 현관문이 땅땅 울렸다.

"파슬렌!! 파슬렌!!"

"누..누구세요?"

"나 좀 보세나. 나 촌장일세."

"촌장님이 이런 한밤중에 웬일세요?"

잠시후 촌장과 그를 따라온 마을 유지인 노인이 파슬렌의 거실로 들어왔다.

"후. 온몸이 다 젖었어요. 자 여기 벽난로 가까이 오세요. 날씨도 제법 춥군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그때 촌장의 젖은 두 손이 파슬렌의 손을 잡았다.

"이보게 우리를 살려주게.."

"살려주다니요?"

"큰일났어. 잘못하다가는 우리 마을 전체가 몰살당한단 말이야."

그때 아까 잠자던 소피아나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오빠 무슨 일이야?"

잠시후 마을 촌장과 노인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파슬렌 남매에게 자초지종 얘기를 했다. 천둥과 번개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창문과 현관문이 폭풍에 마구 흔들렸다. 잠시후 파슬렌과 소피아나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미친 듯이 불어되는 폭풍우보다도 더욱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은 것처럼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촌장님. 설마..어떻게.."

"분명 하크 농부가 자신의 딸이 외양간으로 가서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가축 두 마리를 통 체로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네."

"그렇다고 천상인의 숙주라 단정짓는 것은 아직.."

"아냐. 분명 숙주가 틀림없어..그 천상인 숙주 괴물도 무섭지만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만일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우리 타레탄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네. 더구나 3개 종족 지방 소속 연합군들이 카른 소도시까지 나타났다는데. 이..이런..어떡하면 좋은가?"

"촌장님..그렇다고 전들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어떻게 도와 드려야 할지.."

"이미 소문 들어서 다 알고 찾아왔다네.."

"소문이라니요?"

"자네 2층에서 기거하는 세도스라는 사람 말일세.."

"세도스 아저씨가 뭘 어쨌다고요?"

"아니 내 말은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해줄 사람은 그 세도스라는 사람밖에 없을 것 같아서.."

"도대체 무슨.."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타레탄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순박한 농민 출신이라네..그러니까 본론적으로 말하자면 하크 집안의 그 천상인의 숙주를 해결해줄 사람은 세도스 밖에 없을 것 같네 그려. 지난번 카른 마을에서 불량배들을 혼내주었다는 얘기도 여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그제 서야 파슬렌은 촌장과 마을 유지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

"촌장님 고작 불량배 혼내주었다고 세도스 아저씨가 그 무시무시한 천상인의 숙주를 해결한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요?"

"제발 좀 부탁하네. 이건 마을 사람들 모두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네."

"후. 이..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소피아나 역시 답답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게잘게 깨물었다.

"후. 진짜.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마을에까지..그나저나 괴팍한 성격의 세도스 아저씨가 흔쾌히 허락이나 할까. 아마 내가 보기에는 거들 떠도 안볼 것 같은데.."

그때였다. 2층에서 세도스가 언제 내려왔는지 촌장을 보고는 짧게 한마디했다.

"같이 갑시다."

"허! 당신은.."

"내가 세도스입니다. 자 그 숙주인가 뭔가 하는 것이 나타났다는 집으로 가봅시다. 나도 궁금하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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