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10화 (110/157)

[데스퍼라도] 110. 나는 누구인가?

데스퍼라도(Desperado)

나는 누구인가?

"그 아이를 놔 줘라!"

세도스가 슬며시 일어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자 사내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그에게 몰렸다.

"뭐야! 이 새끼는..후. 그러고 보니 주제에 남자 행세라도 하겠다는 건가. 감히 우리 앞에서.."

"풋 하하. 하긴 요즘 우리만 보면 슬금슬금 도망치는 놈들만 있어서 심심했었는데. 그래 그래 그렇게 개겨야지 재미가 있단 말이야. 그나저나 자리에서 일어났으니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건데. 한번 능력 있으면 이 계집이라도 구해 보시지."

세도스가 갑자기 옆 식탁으로 가서 조그만 금속 접시를 하나 집어들고는 음식을 털어 내었다. 그러자 사내들 도대체 접시를 들고 뭐하나 살펴보았다. 그중 한 명이 등뒤에서 검을 뽑더니 세도스가 들고 있던 금속 접시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더니 손을 자신의 머리에 향하고는 빙빙 돌렸다.

[팅! 팅!]

"너 혹시 머리가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이거 갖고 뭘 어떻게 할건데."

"하하.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살다보니 별 등신 같은 새끼를 다 보겠네..접시 가지고 반항이라도 해볼 참인가?"

"야야. 우리도 미친놈은 웬만하면 건들지 않으니 그냥 가라! 에잇 재수 없을 라니까. 퉷!"

"그나저나 우리 예쁜 아가씨 좀 볼까."

"안..안 돼!"

사내들은 세도스와 파슬렌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피아나를 강제로 자신들의 무릎에 서로 앉히려 했다.

"젠장 그 계집애는 오늘 내 꺼니까 아무도 건들지 마!."

"미친놈 누가 네 꺼래. 내가 여기 처음 들어오는 순간 첫 번째로 찍었으니까 내꺼지."

"흐흐. 그러지 말고 우리 다같이 데리고 놀자. 어차피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사내들 대 여 섯 명이 소피아나의 손목과 허리를 잡고는 서로 자신들의 품으로 끌어가느라 전신이 없었다.

"살..살려주세요.."

"누가 널 해 친데. 흐흐. 우리가 예뻐해 줄 테니 반항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때였다. 세도스가 들고 있던 접시가 사정없이 사내들을 향해 후려쳤다.

[빡! 퍽!]

"악!"

"헉!"

[퍽! 퍽!]

"악!"

"억!"

세도스의 몸놀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고 그의 손에 들려있던 접시 공격 또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열 댓 명의 사내들의 뺨이 얻어터지고 입에서는 피마저 쏟아 부으며 저마다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세도스는 분이 안 풀렸는지 직접 쓰러진 사내들에게 일일이 다가가더니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연신 패댔다. 세도스의 접시는 무방비로 쓰러진 사내들의 얼굴을 사정없이 팼으니 제법 시간이 흐르자 사내들은 모두는 이미 실신 상태와 함께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 물 속에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세도스의 광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슬렌과 소피아나 그리고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사내들의 얼굴들이 알아볼 수 없이 처참해져 있었지만 세도스의 계속적이 무차별 얼굴 공격에 저마다 공포에 휩싸였다. 빠진 이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누워 있는 자들의 대부분 코뼈가 부러졌는지 이미 피범벅의 얼굴들은 그 윤곽 마저 잃어갈 정도로 뭉개지고 있었다. 세도스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이번에는 접시를 세워서 모서리로 찍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소피아나와 파슬엔이 세도스에게 다가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해요. 아저씨. 이미 저들은 모두 기절했어요."

"이러다간 모두 죽겠어요."

"제발 아저씨. 정신 좀 차리세요."

세도스는 그제 서야 이성을 찾은 듯 자신이 쥐고 있던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까 그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아까. 주문했던 거 가져와. 그리고 피슬렌 소피아나 너희들도 앉거라. 식사는 마저 끝내야지."

피슬렌과 소피아나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그저 세도스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아..아저씨.."

"괜찮으세요."

"어서 오라니까. 점심을 굶어서 그런지 허기가 지는 구나. 이봐! 종업원 식사하려면 아직 멀었나."

종업원은 사색이 되어 겨우 대답했다.

"조..조금만 기..기다려..주십시오.."

"아차 그리고 여기 접시 말이야. 좀 더럽혀졌으니 가서 깨끗이 닦아."

[획]

[턱]

종업원은 조금전 세도스가 사내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했던 피의 접시를 어떨 결에 받아들었다. 그는 진정하려 했지만 온몸이 벌벌 떨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파슬렌과 소피아나 역시 사람을 저토록 잔인하게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도 태연자약(泰然自若)할 정도로 침착한 세도스를 보고는 마치 지옥에서 탈출한 악마를 보는 것과도 같은 심정이었고 몸마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잠시후 참으로 묘한 광경이 벌어졌다. 어디서인가 사람들이 몰려들어와

처참한 몰골들의 사내들을 끌어 내가고 있었고 10명의 종업원들은 바닥에 고인 피 물을 닥는라 정신이 없었는데 세도스는 조금 전 나온 식사를 맛있게 먹고 있었던 것이다.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서로 마주보며 세도스의 눈치를 살필 뿐 도저히 음식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식사시간동안에는 침묵만이 흘렀고 세도스의 식사가 끝나서야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 날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소도시형태를 띤 마을이었고 조금 전 식단 안에 일어난 사건은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과연 세도스가 이곳 상권 지역을 봐주는 깡패들을 건들 여 놓았으니 그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다. 세도스 일행이 식당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 이미 건장한 사내들이 진을 치고 기다렸으니 문제는 식당 안에서 마을에까지 확대된 듯 하였다. 하지만 세도스는 별 반응 없이 그들 정면을 뚫고 지나가려 했다. 그러자 그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버럭 소리질렀다.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세도스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는 접시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두목은 조금전 자신의 부하들이 접시로 반죽음되었다는 것을 보고 받았기에 뒤로 여러 걸음 물러섰다. 그때 세도스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렸다.

"비켜.."

"뭐..뭐야. 접시 검술이라도 익힌 거야. 빌어먹을. 겨우 떨거지들 몇 놈 눕혔다고 기고만장(氣高萬丈)하는데 진짜 이 카른 마을의 행동대원들의 맛을 봐야 하겠는가.

"비켜.."

"네 놈과 네 동료들이 뒈지기 전까지는 이 마을을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라. 하하하."

두목이 손짓하자 사방 골목을 막고 있던 사내들이 저마다 검을 빼어들고 세도스에게 다가갔다. 세도스는 다소 구부러진 은 빛 접시를 손바닥으로 탕탕 쳐서 말끔하게 폈다. 그리고 눈빛을 을 번뜩거리며 사방을 쳐다보았다.

"파슬렌.. 소피아나를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라."

"아저씨.."

"어서! 너희들은 방해만 될 뿐이야."

잠시후 파슬렌 남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순간 세도스 중앙 맞은편에 있던 두목으로 보이는 자에게 달려갔다. 두목은 깜짝 놀라 검을 들어 그에게 휘둘렀고 주위에 있던 그의 수하들도 냅다 공격을 하였다.

[빡! 빡!]

'칭칭' 대는 검 소리 대신에 접시로 무차별하게 얼굴의 넓직한 뺨을 공격하는 소리만 들렸으니 결국에는 이 싸움도 일방적인 접시공격만이 이루어지려는 조짐이 보였다. 참으로 대단했다. 무려 50에서60명 가까이 되는 사내들이 단 한방의 접시공격에 그 자리에서 나가자빠지는 것이었다.

[뻑! 뻑!]

[악!]

[헉!]

제법 시간이 흐르자 사내들의 함성 소리는 온데 간데 없고 연신 뻑뻑대는 소리만 들려왔으니 조금 전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행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었다. 식당 밖의 조그만 공터에 사방으로 뻗은 사내들의 몰골 역시 도저히 눈뜨고는 못 봐줄 처참한 광경이었다. 태양 볕 아래 건조해 질대로 건조해진 메마른 땅이 이처럼 꾸역꾸역 토해내는 피 물에 적셔지리라고는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죽일 만큼 팼지만 세도스는 이제부터 시작인지 자신의 팔 마저 걷어붙이고 구부려진 접시를 손바닥으로 탕탕 쳐가며 폈다. 아무래도 그는 접시하나로 쓰러진 사람들을 일일이 패서 죽일 작정인 것 같았다. 세도스는 다시 처음 순서대로 돌아와 그 첫 번째 사내를 발로 뒤집고는 다시 접시를 허공에다 향했다. 그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그만 멈추어 주시오."

세도스는 잠시 멈칫 하더니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도스는 마치 붉은 색의 피가 튀긴 추상화가 그려져 있는 옷을 입어 마치 고문기술자를 연상케 했다. 한편 세도스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관리 제복을 입거나 병사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바로 그들은 카른 소도시의 관할 정규군이었다.

"당신을 체포하겠소."

세도스는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체포가 뭔데?"

"더 이상 잔인한 짓을 그만 두기 바라오. 자 일단 우리와 같이 갑시다."

"같이 가자고? 난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가야 돼. 그러니 너희들도 비켜."

세도스는 고개를 돌려 식당 쪽으로 외쳤다.

"파슬렌, 소피아나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창고 지붕 수리를 오늘 안으로 끝내려면 서둘러야 돼."

잠시후 세도스는 파슬렌과 소피아나를 자신의 등뒤에 세우고는 앞쪽 병사들 정면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접시 하나만으로 수십 명을 고요히 쓰러트린 그가 살기를 풀풀 풍기며 앞으로 나가자 병사들이 뒤 걸음 질을 쳤다. 그의 손에 아직도 선혈이 낭자한 접시가 들려져 있기 때문인가 병사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터 주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자도 고작 100여명의 병사를 가지고 과연 그를 막을 수 있을 까 판단이 서지 않았는지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조차 내릴 수 없었다. 대장은 마을 끝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세도스 일행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명령을 내렸다.

"저..저놈들이 도망간다. 너 임마 당장 군부청에 가서 병력 지원 요청을 하고 나머지는 날 따라 와. 빌어먹을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지. 겨우 한 놈 가지고 내가 얼어붙다니.."

대장과 병사들은 세도스가 사라진 마을 외곽 쪽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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