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02화 (102/157)

[데스퍼라도] 102. 하몬의 두 얼굴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두얼굴

"돌아가게나!"

"하몬.."

"내가 무슨 할 얘기가 있겠는가? 자네들 마음속에는 이미 나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하던지 그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것은 뻔하겠지."

슬레이어는 하몬의 표정을 살펴보더니 당혹 감을 감추지 못했다. 2000년만에 만난 예 벗이건만 카리펠리오가 다짜고짜 뜬 금 없이 다 구치니 분명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해했다.

"불신이라니. 이보게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만약 자네를 처음부터 의심했더라면 애초부터 자네를 만나러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걸세. 우린 단지 자네가 속시원하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해주었으면 하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피치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오랜 친구인 자네가 우리들에게 마저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몬은 슬레이어의 말을 듣고는 말없이 고개를 쳐들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후 그는 다시 자리에 앉고는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를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들 요즘 이 사계(四界)에 돌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상황이라..후. 하몬 그건 우리가 자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인데. 요즘 상황은 바로 이 로엔스톤 대륙의 [하늘이 열리는 곳]이라는 성역과 천상인들에 대한 도래 설 등이 있고 지난번 아무르 위성의 빛에 선택된 프리즘의 전사인 헬 전사들과 마족들의 영웅 골고트가 출현했으니 그야말로 한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폭풍전야(暴風前夜)와도 같은 시기가 아닌가? 더구나 하몬 자네마저 출현했으니 이거 정신이 어지럽다고 표현을 해야하나? 그나저나 자네는 어차피 하몬의 검을 다시 취할 것을 왜 검을 리크에게 가도록 하였나?"

"하몬의 검이라..하하. 사실 검에 내 이름이 붙은 것은 영광이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칠계(七界)의 검이라 할 수 있다네. 그리고 칠계의 기운을 받은 자라면 그 누구든지 그 검의 주인이 될 수 있지. 리크는 바로 칠계(七界)의 대운성의 기를 받은 자로서 칠계 검을 한시적이나마 취할 수 있었지."

"한시적이라니?"

"대운성의 기는 살성(殺成), 멸성(滅成), 영성(靈成), 창성(創成)의 4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네. 후후. 검은 살성(殺成)의 기운을 받은 자만이 주인이 될 수 있지."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사실 프리즘의 전사들은 마와 마차가지로 살성(殺成)의 기운을 받은 자들이지. 태초부터 하위차원에 현현한 자들이야."

"그렇다면 리크는?"

"창성(創成)의 기운을 받은 자이지.."

"창성(創成)이라니. 이거 점점 어려운 얘기만 하는군."

"후후. 사실 내가 검을 친구인 헤수스를 통하여 저 하위차원 휴론계로 보낸 것은 바로 칠계의 대운성중에 창성(創成)인 리크의 힘을 빌리려 한 거지."

[슈슈슈슈]

그때였다. 갑자기 하몬의 신체에서 눈부실 정도로 하얀빛이 발하였다.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하몬이 대화도중에 갑자기 이상한 변화를 일으키자 깜짝 놀랬다. 이미 빛으로 둘러싸인 하몬이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문을 이어갔다.

"창성(創成)은 칠계(七界)의 영묘한 초상위차원에서 조차도 신비한 계열이지. 사실 나조차도 창성(創成)인이 하위차원으로 현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놀랍게도 휴론계에 실제로 창성(創成)의 기운을 받은 자가 탄생했었지. 칠계(七界)에서도 가장 초상위구역의 영묘한 기운을 받은 자. 난 흥분에 못 이겨 그 날로 사계(四界)에서 모습을 감추었다네. 바로 내가 지니고 있던 검을 그에게 잠시나마 맡길 수 있는 영광을 위해서. 말이지. 하하."

"검을 맡기다니? 조금 전 자네 말에 살성(殺成)이외엔 검 주인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물론 창성(創成)인들에게는 검이 필요 없지. 하지만 자네들이 알고 있는 모든 기연을 일으키는 무기들은 바로 창성(創成)인들의 작품이란 말일세. 그러니 그들에게 한낮 이런 무기들은 그 저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네. 어쨌든 나는 내 검을 리크가 한시적이나마 지니고 다니면서 그의 영묘한 힘이 자연스럽게 깃 들게 하려했지. 아직 창성(創成)인의 각인이 풀리지 않아 기억이 없을 때 그를 이용한 것이네. 후. 비록 나 하몬 답지 않은 짓이지만. 허허. 그리고 지난번 기아몬 시전에서 백색의 빛을 받은 리크는 지금쯤 점차적으로 각성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자신이 창성(創成)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걸세. 여하튼 난 그날 내 검을 리크에게서 건네 받고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다음 사라진 이유는 그가 두려웠기 때문이었지. 감히 살성(殺成) 주제에 창성(創成)인 리크를 한시적이나마 이용을 하였으니 말이야. 아무튼 그가 완전한 각성을 하면 나는 그의 어떠한 처벌을 내리든 달게 받아야 하지. 단지 그의 선처만을 바랄 뿐이네."

그 순간 하몬이 검을 형성시키더니 강력한 살기를 뿜어되었다.

[슈슈슈팟]

[헉!]

[악!]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앉은자리에서 각각 뒤로 10M 이상 팅겨나갔다.

"뭐야. 하몬. 갑자기 공격을 하다니.."

"이제 보니..컥..네 놈이.."

"하하하. 엄살들 부리지 말고 일어들 나게나. 그저 검의 반탄력으로 힘없이 자빠지다니..나도 이 정도 까질 줄은 몰랐는데. 과연 아무르의 기연이라 함은 생각보다 대단하군."

하몬은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는 위에서 아래까지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어쨌거나 미안하네. 어서들 이리 와서 자리에 앉게나. 허허. 마치 내가 자네들을 죽이기라도 하는가. 어째 표정들이 그 모양이야.."

"빌어먹을..그렇다면 검을 테스트하는데 우릴 이용했단 말이야?"

"꼭 그런 의도는 아니었네. 단지 생각을 해보게나. 이 검이 칠계(七界)의 검이고 이런 대단한 검을 [진동수조합]으로 형성한 자의 능력은 얼마나 될지를 말일세.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이 검의 테스트는 이미 했지. 후후."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아직도 충격에서 가시지 않은 듯 겨우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들은 하몬의 돌줄 적인 행동에 아직도 경계의 빛을 늦추지 않았다. 하몬은 그런 그들의 표정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이 빙그레 웃었다.

"아무르 위성의 백색 빛을 받은 하몬의 검이라..하하. 본론적으로 말해서 난 이 검과 함께 제일 먼저 간 곳이 바로 [하늘이 열리는 곳] 전설이 도래되는 성역지역이라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존재를 붙잡아 왔다네. 한번 볼텐가?"

하몬이 허공에서 검을 없앤 뒤 한손으로 뒤편에 있는 제르모 신전에 손짓을 했다. 그러자 신전 안에서 빛이 발하더니 커다란 비누방울 같은 것이 영롱한 빛을 띠며 둥둥 떠서 오고있었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10대 초반의 소녀가 갇힌 체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도대체 방울 안에 갇혀 있는 소녀가 누군지 어리둥절했고 하몬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누..누구지?"

"누구이기에 방울 속에 가두어 놓았나."

"후후. 놀라지들 말게 저 안의 소녀는 바로 천상인(天上人)이라네. 고룡(古龍) 자네도 천상족에서 드래곤 출신이니 천상인들의 기류를 알아보겠지?"

카라펠리오는 소녀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탄성의 소리를 질렀다.

"아. 이런. 결룩 천상인을 이런 하위계에서 보게 되는군. 그렇다면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이란 진짜 천상인들의 도래를 뜻하는 것인가?"

"쯧쯧. 자넨 어찌 천상족 출신이라면서 그리 아둔할 수 있단 말인가. 하긴 자네가 그 곳을 떠나 온 지 수만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없겠지. 기아몬 시전을 다녀온 뒤 각성의 과정에 있어 이제야 단편적이나마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네. 이 우주는 총 칠계 차원으로 이루어진 세계이고 모든 근원은 저 상위차원인 칠계로부터 내려온 거지. 태초에는 오로지 한 개 차원만 존재했으니 바로 그 세계가 칠계(七界)였다네. 바로 그 칠계를 움직이는 살성(殺成), 멸성(滅成), 영성(靈成), 창성(創成)이 대립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영역을 넓혀가며 오랜 태고전쟁을 시작해왔지. 영역이 넓혀진 곳은 그 아래 1계에서 6계까지를 말하는 것일세. 아무튼 자세한 내용은 차차 알게 될 것이고 본론 적으로 말하자면 멸성(滅性)의 존재들이 하위차원으로 현현하여 창조한 존재들이 바로 천상인(天上人)들이야."

"후. 갑자기 뭔 얘기를 하는지 원.."

"어렵게 들리는가? 어쨌든 인간, 어둠의 종족들, 마족들은 살성(殺成)의 본연(本然)을 지닌 하위존재들이지. 바로 자네들 말일세."

"이거 혼란스러워 지는데. 젠장. 그렇다면 창성(創成)인 리크, 또 영성(靈成)은 뭐 하는 존재들인가?"

"나중에 리크에게 직접 물어보지."

"직접 물어보라니?"

"아무튼 직접 물어보게. 사실 그 이상의 영역은 나도 모르니.."

하몬은 갑자기 긴장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려는 듯 방울 안에 갇힌 소녀를 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2000년 전 내가 마족과 어둠의 종족들의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막론하고 잔인하게 살육했다고 의심을 하겠지. 하지만 자네들 심중이 보기 좋게 빚나 갔어. 그 당시 그러한 만행을 저지른 존재들은 바로 이 안에 갇혀있는 존재와 같은 종족이야."

"뭐라고? 조금 전 저 안의 소녀는 천상인이라 하지 않았던가?"

"지금 시점에서 천상인들이 [하늘이 열리는 곳]의 성역에서 도래한다는 전설이 있는데..사실 그들은 칠계의 멸성(滅性)이 현현하기 시작한 2000년 전부터 그 모습을 보였어. 단지 오늘날 그들의 도래는 완전한 실체(失體)의 출현이라네. 이리 와서 잘 보게 이 안에 소녀를 말일세."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방울 가까이 가서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소녀는 두 눈에 눈물이 촉촉한 체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봐 하몬. 자네 도대체 전혀 힘도 없는 소녀를 가두고는 무슨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겐가?"

"후. 아리석은 친구들 같으니..자네들이 과연 천상인들의 실체를 보았는가? 그들은 이미 이 사계(四界)의 모든 대륙에 2000년 전부터 스며들어 살고 있어. 수천 가지 생물의 변형으로 바로 우리들 곁에 기생하고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은 무엇인가?"

"그곳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멸성(滅性)인들의 차원통로야.."

"멸성(滅性)인들이라면?"

"아까도 언급했듯이 현재 사계(四界)에 퍼져있는 있는 천상인들의 칠계 근원체들이라 말할수 있어.."

"이런 제기랄..도대체 천상인들이 이곳에 벌써 퍼져있다니."

"섬뜩한 얘기지만 자신의 아내 혹은 자식마저 믿지 못할 세상이 도래 한 걸세..어차피 피의 살육이 진동을 하겠지만 태고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 예견되네..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적으로 변한다고 생각을 해보게나. 상상이 안가겠지?"

"이..이럴 수가.."

"영성(靈成)의 기운을 받은 영계(靈界)들의 또 다른 출현도 변수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창성(創成)인이 출현했다는 거야."

"리크를 말하는 건가?.."

"우린 단지 그의 각성이 완전하기를 바랄 뿐이지. 또한 나 같은 프리즘의 전사들은 리크가 완전한 각성이 이루어질 때까지 앞으로 벌어질 참상을 막아야 하겠지."

"결국 자넨 적이 아니었군.."

"적이라니.."

"사실 자네를 의심했던 것은 부인 않겠네."

"그 얘긴 그 정도로 하지. 그나저나 난 2000년 전에 천상인들의 표적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숨겨왔건만 현재로서는 리크가 그 표적이 되고있음이 분명한데. 자네들 혹시 최근에 리크와 가깝게 지내는 존재들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흠. 지난번 리크가 기아몬 신전으로 떠나기 전에 케시어스라 불리는 한 여성과 동행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인간종족 중에서도 명문가의 후예로서 군단장까지도 지냈지."

그때 하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아까도 말했듯이. 사계(四界)에 퍼져있는 천상인들은 이미 2000년전부터 자리를 잡고 은밀하게 세력을 넓혀왔단 말일세. 이제부터 그 누구도 믿으면 안돼. 더구나 하몬의 후계자로서널리 알려진 리크가 이미 그들의 표적이 되고 있음은 당연하겠지. 아무튼 리크가 완전한 각성이 이루어지기 전에 뭔 일이 이루어진다면 큰일이야.."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동시에 서로 마주보며 외쳤다.

"설마..케시어스가..."

그때 하몬이 방울 안에 갇힌 소녀를 향해 섬광을 일으켜 쏘았다.

"악! 살려줘요...잉잉. 제발..흑흑."

구슬피 우는 소녀의 몸이 백색의 빛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하면서 소녀의 애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그와 같은 잔인한 장면을 차마 두 눈으로 못 볼 지경이었다.

[살려주.....컥컥..칵칵..크앙.!!!]

잠시후 절규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무시무시한 괴음으로 변하더니 협곡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 모습마저 도저히 인간이라 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하몬이 방울을 제거하자 잿가루가 바람을 타고 계곡 아래로 날려갔다.

"지금 제거한 천상인은 그다지 능력이 뛰어난 존재계열은 아니라네. 후 아무튼 걱정되는군 만일 그들이 리크에 대해 눈치를 챘다면 여러 계열의 천상인들 중 가장 무서운 자가 그에게 접근했을 텐데."

"이보게..어떻게 해야하는가?"

"우리들이 당장 리크를 찾아볼 까?"

"후. 관두게나. 우리가 앞으로 모실 자라면..믿음을 갖고 기다려야지. 바로 그분이 우릴 찾으러 올 때까지 말일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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