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95화 (95/157)

[데스퍼라도] 95. 기아몬 신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아몬 신전

그다지 크지 않은 입구에 비해 안은 굉장히 넓었다. 석굴의 초입 부근은 마치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조그만 광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바로 그 넓은 공간에서 각각의 여러 동굴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입구를 지키던 병사들이 박으로 나가고 푸샥 노인이 직접 리크와 케시어스를 안내하였다.

"처음부터 여긴 이렇게 넓지는 안았다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이 직접 요만한 공간을 만들었지. 허허. 사실 석굴 자체에 어떤 신비한 것이 있는 건 아니야. 석굴은 그저 통로정도의 역할을 할뿐 여느 다른 석굴과 마찬가지로 평범하다네."

"통로 역할을 하다니요?"

"이 석굴이 다른 세계와 이어져 있단 말일세. 바로 그 곳으로 내가 자네들을 안내 해줌세. 아마 놀랄 거야 암 몰라고 말고 나도 처음 그곳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 말이야."

이들은 근 한시간 정도를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횃불이 통로 양옆 일정한 간격으로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리크는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노인이 보여 주겠다던 곳이 어떤 세계인지 내심 머리 속에 상상을 그리면 한발한발 앞으로 향했다. 80년 전 어느 아이의 우연히 발견된 이 석굴이 식량과 식수가 떨어진 개척민들을 살렸다고 들었는데 막상 들어 와보니 석굴 자체는 그저 평범한 동굴에 지나지 않았고 바로 다른 세계로 이어진다는 말에 적지 않은 흥분감 마저 일기 시작했다.

"자. 이제 다 왔네. 바로 저기 통로 끝에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이지."

잠시후 리크와 케시어스는 드디어 동굴 밖의 세상을 보게되었다.

"이럴 수가!"

"오호!"

리크와 케시어스가 동시에 감탄을 하였다. 팔마스탄 산맥 안쪽에 숨겨진 또 다른 천연의 장소로서 옥빛의 호수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싱그러운 초록의 숲이 형성 되어있었다. 또한 저 아래 어느 들판엔 이름 모를 꽃들이 산발하고 여러 종류의 과일나무와 채소밭이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바로 그 주변에 각자의 정원을 갖은 통나무집들 수백 채가 질서정연하게 보였다.

"도대체 여기 어디죠?"

"허허. 팔마스탄 산맥은 신기하게도 하나의 원을 그리듯 형성되어있었지. 바로 여기가 그 산맥 원의 형태로 볼 때 안쪽이라네. 더구나 이리로 들어오는 입구는 조금 전 우리가 왔던 길 하나뿐이라네. 아마 날아다니는 새들 정도가 이런 신천지와 같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나. 허허."

"정말 대단하군요. 이런 데가 다 있다니. 더구나 저 아래 통나무집들을 뭐죠?"

"사실 우리 개척민들은 그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지. 저기 산맥 바깥쪽인 반대편 협곡은 그저 위장 적으로 사람들이 기거하는 정도라네."

"위장이라니요?"

"후후. 생각해보게. 만일 협곡에 한사람도 없이 이곳 산맥 안쪽으로 다 온다면 아마 마족들이 낌새를 눈치채고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거야 자명한 일 아닌가? 아무튼 그곳은 경계선으로서 우리 개척민들의 자치방어선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야."

리크와 케시어스는 신기하게 산맥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지금 서있는 곳은 바로 그 안쪽 중앙지점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저기 하늘 좀 봐. 밝은 하늘색 안개가 하늘을 뿌옇게 덮고있어."

"저건 안개라기 보다도 마치 천상의 빛이 쏟아내는 모래보석과도 같아.."

"후, 케시어스 제법 표현이 그럴싸한데. 아무튼 어제 우리가 날개를 펼쳐서 팔마스탄 산맥 위의 높은 하늘에서도 이런 곳을 발견 못했다는 것은 바로 저 하늘색 안개 때문일 거야. 안개가 양옆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지. 자 보라고 지금 한낮의 오후이건만 태양이 보이지가 않아. 그래도 이곳은 무척 밝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저 하늘빛 안개가 그 빛을 받아 각각의 빛을 발하기 때문이야."

그때 케시어스가 360도 서서히 몸을 회전하며 봉우리를 둘레의 원을 그리고 있는 산맥의 각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니 그녀의 주변 봉우리 관찰은 이유가 있었다. 그때 리크가 한마디했다.

"케시어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후후. 괜히 멋있게 보이려고.."

"찾았어!"

"찾다니..뭘?"

"기아몬 신전."

"뭐라고 기아몬 신전이라고?"

"응."

"아니 갑자기 신(神)이라도 된 거야? 그냥 그 자리에서 주변을 산맥을 한바퀴 돌아보더니 당장에 기아몬 신전을 찾았다고 하니. 이것 참."

"리크 네 생각에 어느 봉우리에 기아몬 신전이 있을 것 같아? 호호. 아마리스루텐 제국의 신병훈련소에서 역사상 최고의 점수인 500점 만점에 498점을 기록한 사람치고는 좀 실망인데. 나 같은 482점 기록자인 2등도 금방 알아냈건만..호호."

"젠장. 그래서 내가 못 알아내면 망신이란 이 말이지. 좋아 어디한번 찾아볼까?"

리크는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주변 360도에 둘러친 봉우리들을 보았다. 푸샥노인 역시 케시어스가 기아몬 신전을 찾았다는 말에 자신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 뺨에 커다란 흉터를 갖고 있는 케시어스지만 그녀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니 그 모습이 귀여운 장난꾸러기와도 같았다. 그때였다.

"찾았다."

리크가 말하자 케시어스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쳇 벌써 찾았어. 좀 해 매다가 찾지..아무튼 열쇠는 쉬운데 있었지."

"응. 바로 이곳 산맥 안쪽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빛 안개에 그 해답이 있었지. 기아몬 신전은 바로 아무르 위성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천체 관측소였으니 아무래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저 하늘색 안개 밑으로 있지는 않을 테지. 그런데 보라고 한군데를 빼놓고 모든 봉우리가 안개 아래에 있어. 그렇다면 기아몬 신전이 있는 곳은 저기 정면에 안개를 똟고 하늘로 치솟아 오른 저 봉우리에 있음이 분명하겠지."

"제법인데."

"쳇. 아무튼 서두를까?"

"그렇게 하지."

그때 리크가 푸샥노인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두 손 꼭 잡았다.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아니었으면 지금도 기아몬 신전을 찾아 해 매이고  있었을 겁니다. 이런 신천지 같은 곳 잘 구경했고요. 저흰 이만 떠날까 합니다."

"떠..떠나다니. 갑자기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그 순간 리크의 복장이 금속성의 전투복으로 변했고 등뒤에서 거대한 날개가 형성되었다. 케시어스 역시 복장에 변화가 일어났고 그녀 역시 날개를 짝 펼쳤다. 순간 푸샥 노인은 무척 당황해 하였다.

"도대체 그대들은 누구이시오. 설마 어둠의 종족.."

그때 케시어스가 말했다.

"사실 여기 옆에 좀 멍청한 애가 바로 하몬의 후계자인 리크 가벤더입니다. 호호."

"멍청하다니? 케시어스! 소개를 해도 꼭 그렇게 해야 되겠어! 젠장."

푸샥 노인은 경악을 한 체 입마저 벌린 체 다물지도 못했다.

"하몬의 후계자라고요..이..이런.."

리크는 다시 한번 노인에게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물론 이런 신천지 같은 세계에 터전을 잡는 것도 좋지만  외부세계와도 왕래를 자주 하십시오. 이젠 외부로 나가는 통로 협곡 주변에 마족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마족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니.."

그때 케시어스가 방앗간에 참새처럼 끼어 들었다.

"여기 하몬의 후계자께서 오늘 새벽 단 한번에 해결한 모양인데요."

"할아버지. 그럼 나중에 꼭 한번 들르겠습니다. 그럼.."

[쉭!]

[쉭!]

한순간에 리크와 케시어스는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더니 저 중앙 쪽에 안개를 뚫고 우뚝 버티고 있는 봉우리로 향했다. 푸샥 노인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 아래 지면에서 그저 넋 놓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는 도중 리크는 뭐가 못마땅한지 케시어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후. 케시어스. 하몬의 후계자란 얘기하지마! 괜히 그렇게 알릴 필요는 없잖아."

"리크. 사실은 사실대로 알려야지. 그리고 아까 할아버지 표정 봤어. 네가 하몬의 후계자라 그러니까 정말 좋아하시잖아."

"그게 좋아하시는 표정이니? 어떨 결에 놀라는 표정이지."

"어쨌든 일부러 아닌 척 꼭꼭 숨기려는 행동도 내숭떠는 거랑 마찬가지야."

"내숭이라니?"

"그러니까. 내 말은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더 건방져 보인다고."

"내가 언제 겸손을 떨었다고 그래."

"리크 모르겠어. 넌 은근히 자신이 하몬의 후계자인도 일부러 아닌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쑥맥이라서 어리버리 한 건지 후..정말. 영웅이면 영웅답게 어깨를 짝 피고 목소리도 한 껏 깔아서 웅장한 톤으로 얘기하던지."

"하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영웅은 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정도와 대의를 지키며 행동거지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외모도 멋있고 목소리도 우렁차고 기상이 있어야만 한다는..거기에다 카리스마적 기질까지 겸비하면 그야말로 최고야."

"케시어스. 꿈 깨! 나는 아직도 그 누구와 대결할 때에는 손에서 땀이 날만큼 겁도 많고 두려움도 많은 그저 평범한 존재에 불과해. 어쩌다가 여러 기연과 하몬 검의 힘이 날 도와주지만 난 결코 네가 말하는 그런 영웅에게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 평범한 사람이지. 난 당장이라도 내 고향인 휴론계에 가서 그저 가축이나 기르며 목축업을 하며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가끔 취미로 그림도 그리고 싶고 악기연주도 배우고 싶고..후."

"리크. 너 진짜 이 사계(四界) 전 대륙에 펼쳐져 있는 900 여 개 인간제국의 구세주 맞아?

더구나 모든 사람들이 너야말로 다른 종족들을 제치고 로엔스톤 대륙에 [하늘이 열리는 곳]전설을 풀 수 있다고 믿는데. 그렇게 약한 마음을 가져서야 되겠어."

"약한 마음이라니? 그건 어디까지나 영원히 불변하는 내 본연의 모습일 뿐이야. 결코 나약한 개념과는 다르지. 그리고 현재 하몬의 검이 날 택했다면 난 그 또한 거부할 필요도 없고.

후. 얘기하는 동안에 벌써 도착했군."

"리크. 대화 즐거웠어. 어쨌든 넌 누가 뭐 래도 영웅이야. 알겠니. 호호."

"알았다 알았어. 난 위대하고 위대한 영웅이다. 껄껄걸. 이젠 되었냐. 하하."

"치. 리크! 그 냥 평소대로 행동해라. 못 봐주겠다. 정말.."

"그나저나 저기 봉우리가 가 일반 다른 것과는 다른 모양인데. 후. 편편한 게 마치 누군가 일부러 지면을 다듬어 놓은 것 같아."

"그거야 당연하지. 저기가 기아몬 신전이 있는 봉우리라면 천체 점성가들 또한 이곳에 자주 왔을테고 그들이 잘 조성해 놓았겠지."

"그런데 신전은 어디 있지?"

"글세. 여기 하늘에서 보기에는 저 편편한 지면이 신전의 지붕 같기도 한데. 일단 한번 내려가 보자."

"좋아."

그때였다. 리크 등뒤에 찬 하몬의 검에서 미세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웅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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