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92화 (92/157)

[데스퍼라도] 92. 기아몬 신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아몬 신전

리크와 케시어스는 숲 아래 어느 공터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동시에 갈비아스 제 4공격 형태의 거대한 날개가 사라지고 원래의 평상복 차림으로 돌아왔다.

"흠. 분명 이 지점에서 연기가 난 것 같은데."

공터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때 케시어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뭐라 외쳤다.

"잠깐만 저기 좀 보아요. 뭔가 있어요."

리크는 케시어스가 가리킨 쪽을 보았다. 동쪽 방향 나무들 사이로 좁은 길이 나있었다.

"흠. 저기 보이는 길은 사람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 같은데.."

"저 길이 숲 속 안쪽으로 이어져 있는데 일단 그리로 가볼까요?"

"일단 들어가지요."

리크가 앞장서서 그 숲 속 길을 들어갔다. 길은 꼬불꼬불 숲 속 나무 사이에 계속 나있었다.

그때 리크 뒤를 따라오던 케시어스가 킁킁거리더니 뭐라 말했다.

"뭔가 매쾌한 냄새가 나지 않아요?"

"냄새라니? 그러고 보니 뭔가 나뭇잎 혹은 장작 타는 냄새가 나는군.."

"아까 공중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 그 진원지가 이 근처가 아닐까 하는데요."

리크는 안력을 돋구어 다시 주변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분명 그의 눈에는 연기가 주변 공간에서 보이는데 도대체 연기를 내뿜는 굴뚝이나 혹은 통나무집 같은 것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흠. 연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원.."

"혹시 땅바닥에서 나는 게 아닐까요?"

"땅바닥이라니요? 분명 무슨 장작 타는 그저 보통 연기인데. 그런 게 땅속에서 난단 말입니까?"

"그럴지도 모르죠."

리크는 케시어스의 말대로 지면을 살펴보았고 곧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풀숲 사이 여기저기 갈라진 지면 틈으로 연기가 나오니 마치 이곳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굴뚝을 연상케 하였다. 도대체 누가 이 땅속 아래 살면서 연기를 풍기는 그들은 궁금해하였다. 한 동안 그 입구를 찾으려고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도저히 조그만 구멍하나 뚫린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캐시어스. 이 근처에는 입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리크는 한마디하고는 나무 밑 둥 구리에 기대고 앉아서 한숨을 푹 쉬었다.

"휴. 그렇다고 이 지면을 파괴해서 확인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혹이라도 땅속에 사는 존재들이 다친다면 안되겠으니. 그냥 포기하고 다른 마을을 찾아볼까요?"

그때 케시어스가 리크에게 다가오더니 옆에 앉았다.

"리크님..한가지 말할게 있는데.."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시오?"

"흠. 지금 우리말투에 관한 것 말이에요."

"말투라니요?"

"꼭 애 늙은이들 같지 않아요? 우리말이에요. 사실 이제 겨우 20살을 넘긴 우리들이 사용하기에는 닭살이 돋는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이오? 케시어스 당신은 전엔 아미라스루텐 제국을 비롯해 다른 대륙에게까지 그 위 명이 널리 알려진 제 3 군단장 출신이 아니오? 그리고 난 바로 당신 휘하에 처음으로 군입대 하였으니 케시어스 그대는 아직까지 내 겐 3군단장으로 기억이 남아있고 난 단지 예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전 더 이상 3군단장이 아닌 일개 여성에 불과합니다. 이젠 리크님이 하몬의 후계자로

전 인간종족들에게 알려졌으니 이젠 군단장들의 위세는 과거의 영화로 돌라가고 이젠 리크님을 주축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겠지요."

"후. 나에 대해서 너무 거창하게 말하니 솔직히 부담스러군요. 난 단지 내 앞에 주어진 운명부터 하나둘씩 헤쳐 나갈 뿐이오."

"그건 그렇다 치고..전 아직도 리크님의 말투가 부담스러운데요. 우린 동갑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벽을 둘 거 있어요? 자연스러운 친구 관계가 될 수도 있잖아요. 성격이 너무 고지식한 거 같기도 하고.."

"고지식하다니요? 나 단지 사람으로서 해야할 예의와 명분에 따라갈 뿐이요."

"후. 답답하군요. 지금 이 숲 속에는 저와 리크님 밖에 없잖아요? 굳이 이런데서 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 없잖아요. 아무튼 굳이 말하자면 우린 동갑이고 나이대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서로 말 놔요!"

"말을 놓다니요?"

이들은 하늘을 선회하다가 우연히 아래 숲 속에서 연기를 발견했고 그 진원지를 찾기 위해

숲 속을 살피다 휴식을 위해 잠시 어느 나무 밑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처음엔 별것도 아닌 주제가지고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이젠 제법 서로의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었으니 리크와 케시어스가 만난 지 이와 같은 일은 처음이었다. 이 둘은 한참을 더 말씨름 놓다가 결국 리크가 한발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리크. 이제 알겠니? 말을 놓으니까 얼마나 좋으니? 자연스럽고 한마디로 시원하잖아."

"후. 고집이 세아린 뺨치는군. 과거에 군단장님으로 모셨던 하늘같은 케시어스와 친구가 되다니. 거참. 난 아직도 반말하는 게 어색한데."

"단 하루만 지나봐라. 언제 우리가 말투 때문에 서먹서먹했었는지 다 잊어버릴 테니."

"참 근데 우리가 여기 나무 밑에 왜 앉아있지? 뭘 찾으려고 이 숲 속에 온 거 같은데."

"호호. 연기를 발견하곤 이곳 숲 속으로 들어왔잖아."

"아 그렇지. 그나저나 땅바닥으로 통하는 입구가 어디 있을지 모르는데 더 찾아볼까?"

"저기 언덕 위에는 바위들이 듬성듬성 있는데 일단 저리로 가볼까. 바위 지역이라면 지반이 든든해 사람들이 동굴로도 자주 이용하니까. 아마 연기의 근원지가 저쪽 지역에 있을지도 모르지."

"케시어스! 여기가 팔마스탄 산맥이라 그랬지?"

"응."

"후. 아무르는 척박한 대륙이라 들었는데 그래도 이 팔마스탄 산맥 근처에는 제법 나무들과 풀숲이 많은 것 같군."

"그야 아무르 위성이 가장 밝게 비추어 주는 곳이니까 그렇지."

"물론 우린 그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풀러 기아몬 신전을 찾는 중이고.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을 찾으려 했건만 그도 쉽지가 않으니."

"리크! 일단 저기 바위 지형으로 가보자!"

"알았어."

"어때 리크? 말 놓으니까? 좋지?"

"흠. 뭐 그렇지.."

"무슨 대답이 그래?"

리크와 케시어스는 바위들이 듬성듬성 있는 언덕 쪽으로 향했다. 잠시후 그들은 언덕 위에 올랐고 언덕 너머 아래를 보는 순간 너무 놀라 입을 벌렸다.

"헉! 뭐..뭐야?"

"그러게 말이야. 이런 데가 다 있었나?"

언덕 넘어 에는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 협곡이 있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동굴과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분명 아까 우리가 날개를 펼쳐 하늘에서 지상을 살펴보았지만 단 한사람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갑자기 이런 천연의 요새와 인간들이 불쑥 나타날 줄이야."

"우리가 하늘에서 이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바로 저 안으로 굽어진 바위 협곡 때문이야. 천연적 만들어진 협곡 위 부분이 하늘을 가리고 주변엔 빽빽한 나무들이 울창하니 정말 이와 같은 요새가 있을 줄이야 누가 알겠어?"

"하긴 우리조차도 연기가 모락모락 나기에 이런 곳을 알았지 만약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면 아마 영원히 찾지도 못했을 거야. 그나저나 여긴 어떤 사람들이 거주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저쪽에서 우릴 먼저 발견하고 오는데."

"그러고 보니 협곡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릴 주시하고 있어."

리크와 케시어스는 어떨 결에 이곳까지 들어오게 되었지만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곳 협곡의 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운데 각자 검을 뽑아들고 왔다. 그들 중 가운데 군인이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당신들 인간임이 분명하지?"

인간이냐는 질문에 리크가 무심코 대답했다.

"인간이 맞습니다."

"증명 해봐?"

"증명이라니요?"

[착! 착! 착!]

리크가 반문하자 주변에 서있던 군인들이 검을 한가운데 리크와 케시어스에게로 향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검으로 만들어진 울타리에 갇힌 꼴이 되었다. 그때 리크가 다시 말했다.

"그럼 그대들 눈에는 우리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까?"

"여긴 팔마스탄 대륙에서도 가장 신비한 영역인 팔마스탄 산맥 근처이지. 그러니까 모든 종족들이 이 산맥의 숲 속 혹은 다른 협곡에서 따로 산단 말이야. 그런데 유일하게 인간들이 사는 협곡이 바로 이곳이고 주변 지역은 전부 어둠의 종족 아니면 마족들이 판을 치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이런 곳에 너희들이 왔으니 필시 마족아니면 어둠의 종족이 인간으로 변신한 첩자가 분명하렸다."

"우린 인간이 분명합니다."

"도저히 주변 타 종족 지역의 경계지역을 뚫고 이곳 인간 영역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불가능해. 혹시 하늘을 날아 왔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우린 하늘을 날아왔소! 그러니 더 이상 의심하지 마시오."

"하..하늘을 날아오다니..인간이 어떻게 그 런 능력이..감히 누굴 속이려 하는가?"

그때였다. 군인들 뒤에서 한 노인과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노인은 횐 머리와 횐 수염을 길게 늘어트렸고 마치 현자의 모습처럼 인상이 온화하고 무척 인자해 보였다. 그 옆의 젊은 사람은 수호전사 복장 차림이었다. 인상이 독사와도 같이 찼지만 눈이 컸으며 이목구비가 잘 조화된 무척 잘생긴 얼굴이었다.

"잠시 물러가 있거라."

노인이 말하자 군인들이 뒤 걸음 질로 물러났다. 노인이 중앙으로 다가오자 그 젊은 전사는 그를 보호하기라도 한 듯이 옆에 바짝 붙어 서서 다가왔다.

"후. 여기 협곡에 있는 사람들은 평생동안 외부 사람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오. 그러니 병사들의 무례한 점 양해를 바라오."

"평생동안 못보다니요? 그렇다면 이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한번 나가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나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나간 거죠. 허허. 물론 그대들이 여길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보아하니 인간이 분명한데 이거 신기하구려..진짜 날아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다행이 노인은 리크와 케시어스가 인간종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노인을 호위하던 젊은 전사는 못 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들이 인간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하고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네 놈이 이곳 영역을 벗어난 외부 인간을 한번이라 본적 있더냐? 허허.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확인을 하려 하는가. 난 단지 이들의 눈빛을 보고 인간임을 확신하지만 자넨 뭐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

노인이 말하자 젊은 전사는 대답을 못했다. 노인은 다시 리크를 보더니 뭐라 말했다.

"이해 좀 해주시오. 사실 내 나이가 98세인데 이곳에 갇혀 산지가 벌써 80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려. 허허. 그러니까 18살에 이곳 협곡에 들어왔군. 내 명줄이 길어서 지금 살아있지만 여기 개척민들 대부분은 바로 이곳에 태어난 사람들이니 외부인을 보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이곳에서 80년이란 세월 동안 갇혀 지내시다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음만 먹는 다면 이 얼마든지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협곡 지형상 절대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있소. 외부 통하는 길은 오로지 한길밖에 없지요. 물론 그 주변에는 마족들이 혹시나 외길로 나오는 인간들이 없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외부 세계로 나가려던 수백명이 그들에게 붙잡혀 산 체로 불에 달구어 먹이감 신세가 되었다오. 설령 구사일생으로 그 외길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이 팔마스탄 산맥을 벗어나자마자 사막지대가 끝없이 펼쳐있으니 그땐 모래 위에서 쓰러지거나 아니면 어둠의 종족들에게 붙잡혀서 참혹한 죽음을 맞게 된답니다."

리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뭐라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여긴 도대체 어떻게 들어왔소?"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뮤로나 대륙의 연안 도시에는 3000여명의 개척민이 이 머나먼 영역으로의 모험을 위해 자원을 했었지요. 내륙지방을 넘고 사막을 건너는 긴 여정 끝에 이곳 아무르 위성이 가장 잘 빛나는 팔마스탄 산맥까지 오게 되었지요. 물론 천연의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 협곡도 발견하여 처음엔 사람들 모두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길이 오로지 한길 뿐이라 마족이던 어둠의 종족이던 한곳만을 막으면 되었으까..허허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스스로의 꾀에 속아넘어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죠. 나중에 마족들이 그 외길을 막고 있었으니 후. 우린 오도가도 못하고 아예 여기서 둥지를 틀어서 오늘날까지 지내야만 했죠."

"후. 그렇군요. 외부와 단절된 체 80년을 여기서 지냈다면 다른 대륙의 소식은 전혀 모르겠지요?"

"허허. 그야 물론이지요. 이 노인네의 평생 소원이라면 단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현재 전 대륙에 걸친 종족간의 전쟁에 대해 알고 싶소. 특히 타 종족들의 고대전사의 부활 전설이 도래했고 우리 인간종족에도 하몬의 후계자 도래설이 있었는데 과연 지금 어찌되었는지 궁금하군요."

리크와 케시어스는 노인의 질문에 서로 물끄러미 얼굴만 바라보며 뭐라 선뜻 대답하기가 그랬다.

"현재에는 마족들과 어둠의 종족들, 그리고 인간 종족들간의 큰 전쟁은 없어졌습니다."

"어이쿠 전쟁이 없다니..그게 무슨 소리지?"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마족과 어둠의 종족의 고대전사가 부활함으로서 치열한 전쟁이 끝치지 않았는데 이젠 이들에게 공동의 적이 생겼기에.."

"공동의 적이라니요? 설마 인간종족, 마족, 어둠의 종족 이 세 종족을 능가하는 천상인들 아니오?"

"후. 노인께서도 천상인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천상인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로엔스톤 대륙의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은 천상인들에 관해 언급이 되어있고 언제부터인가 그들에 관한 소문이 일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그 진원을 알기 위해 그들의 성역 안으로 들어간 고대 전사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로엔스톤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모든 대륙의 존재들에게 관심의 집중이 되고 있죠."

"허허. 로엔스톤 대륙이라면 저 동쪽의 모든 대륙의 근원(根源)이 아닌가. 후. 지난 80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지고 변했군. 그나저나 인간 종족에서는 하몬의 후계자가 나타나긴 나타났소?"

"하몬의 후계자 말씀이라면..호호."

케시어스가 대답하려 하자 리크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예. 그는 분명 나타났다 합니다. 저희도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분명 사실입니다."

"이런. 드디어 인간 세계에도 구세주께서 납시었으니. 후. 이왕이면 이 머나먼 곳까지 왕림해주시어 여기 백성들을 구하신다면 이 늙은이의 소원이 더 없겠군. 허허허. 내 가 망령이 들었나 꿈같은 넋두리를 늘어놓다니. 그나저나 내가 여러분을 밖에다 너무 오래 세워둔 것 같소이다. 일단 저 석굴 안으로 들어갑시다. 얘기 들어야 할 것이 많으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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