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90. 하늘이 열리는 곳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늘이 열리는 곳
사실 내륙지방으로 들어가는 초입(初入)길은 없다고 보는 편이 나았다. 수십만년전 이 사계(四界)가 하나의 거대한 로엔스톤 대륙으로서 수많은 종족들이 공존(共存)했던 시기의 신비한 문명들이 오늘날에는 그 전설로서 승화되고 수많은 성역과 금지영역을 남겼지만 어떤 이유인지 연안지역에서 바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사라졌던 것이다. 그나마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이 도래함에 따라서 수많은 전사들은 절벽을 기어올라 능선을 타고 혹은
늪지대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내륙지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목유성과 마이클 역시 현재 성역의 경계선에 우뚝 솟은 절벽을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아무리 높은 절벽이라 하더라도 방해가 될 순 없었다. 한때 무림(武林)의 제왕이라 일컫는 목유성의 경공술과 첨단 문명의 지구인인 마이클 반 중력 빔 벨트(벨트 뒷부분의 돌출 된 분사장치의 힘으로 공중을 오를 수 있다)는 이들이 순식간에 절벽을 넘게 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목유성 아저씨도 제가 차고있는 빔 벨트를 이용해 보시죠."
"험. 그 벨트가 편할 것 같아 보이지만 난 내 방식이 좋단다. 자 보거라 제비가 먹이를 낚아채고 맹렬한 속도로 하늘로 솟구치는 동작을.."
[쉭..탁..탁..]
목유성은 절벽을 박차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에 마이클 역시 자신의 벨트 수치를 높였다.
[슈 슈 슈 슈]
벨트 분사 빔의 굉음이 커지더니 마이클 역시 빠르게 날아올랐다. 잠시 후 절벽 정상에 동시에 오른 이 두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말씨름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 오늘은 제가 좀 앞섰어요."
"마이클 네 억지는 정말 못 봐주겠군. 분명 내가 한발 먼저 앞섰는데 오늘 또 그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군."
"비록 발은 아니지만 제 머리부분이 먼저 올라왔다니까요."
"발이 먼저 닿아야지 진짜 이긴 거지."
"신체부위 중 아무 곳이나 먼저 닿으면 이긴 거죠. 정말 억지는 목유성 아저씨가 더 부리는 것 같은데요."
"젠장. 갈 길이 바쁘니까 빨리 서두르자. 다음 장소는 내가 먼저다. 하하"
[쉭]
목유성이 재빨리 저 아래 능선으로 향하자 마이클이 빙그레 웃었다.
"후후. 할말이 없으시니 그냥 내빼시네..그렇다고 이번에도 질 수 없지."
[슈 슈 슈 슈]
목유성과 마이클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 치거니 뒤치거니 하다 제법 시간이 흘러서 데스퍼라도인 들이 거주하는 영역에 도착했다. 2777년의 지구 첨단 과학 문명이 집합된 차원 살상 게임 회사 롬페르담의 건물은 현재 데스퍼라도 본부 건물로 바뀌었고 건물 주변에는 바위 협곡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쉽사리 눈에 띠지 않는 천연의 보금자리에 폭 파묻혀 있었다. 주변 절벽 낮은 지점에는 수많은 동굴들이 있었니 그곳은 데스퍼라도 인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거주지 역할도 하였다. 태양열과 계곡 뒤쪽에 흐르는 거대한 폭포수의 수력 발전기를 설치하여 현 데스퍼라도 건물의 모든 동력 시설을 충당하였으니 사실 이들은 전기는 물론 각종 첨단 과학의 편의를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현재 데스퍼라도 인들의 숫자는 총 7500여명 정도로 이곳 사계(四界)에 차원 이동된 지난 3년 동안 휴론계인들과 지구인들과는 자연스럽게 서로가 동화되어 나름대로 법칙과 규율에 순응하면서 살고 있었다.
로엔스톤 대륙의 신비의 성역이 이어지는 내륙 초입 지역에 위치한 데스퍼라도가 3년 동안 그 누구에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바로 그 천연(天然)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었다. 30층이나 되는 데스퍼라도 건물의 고층 꼭대기는 현재 데스퍼라도 인들을 이끌고 있는 수뇌부들이 기거함과 동시에 행정, 기획과 통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곳이 기도 하였다. 수뇌부들은 데스퍼라도인들에게 의원으로 명칭 되었고 오늘은 각 행정 담당자들이 모이는 의원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목유성과 마이클은 회의장을 부랴부랴 들어갔고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아린이 뭐라 빈정거렸다.
"매번 꼭 늦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니까."
"미안하오. 제르모 대도시에서 여기까지는 그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핑계 없는 무덤 없다니까. 그럼 아예 일찍 출발하던지..목유성은 그렇다 치고 마이클 너는 젊은 놈이 의원 회의 번번이 늦는 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아론 도시장님 다음부터는 늦지 안도 록 하겠습니다."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기라고. 아무튼 다 모였으니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지."
데스퍼라도 도시장인 아론
군사 통치권자인 헤수스
법무장 목유성
총 행정 진행관 스캇
과학장 헤겔론(전 롬페르담 회장)
데스퍼라도 건물 동력 담당관 파르마(전 롬페르담 기획 실장)
과학무기개발장 마이클(전 롬페르담 살상 게임 수석 교관)
모듈 컴퓨터장 제스트론( 전 롬페르담 중앙기기부 책임자)
현 군사 수석 교관인 가르시온과 플랜시아 남매,
그 외 각 행정부서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선 아론 도시장이 첫 회의 발언을 하였다.
"우리 데스퍼라도 인들이 이곳 사계(四界)에 차원 이동 된지 오늘이 꼭 3년 되는 날 입니다.그 동안 각 소속 의원님들이 각별한 노고 덕분에 이젠 이 곳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모든 제반 시설과 생활 여건들이 안정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해 맸던 리크가 하몬의 후계자로서 이곳 사계(四界)의 전 인간종족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니 그처럼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머지 않아 리크 역시 이곳 론엔스톤 대륙에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을 밝히려 올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 설레이는 것을 감출 수가 없군요."
그때 의자에 푹 기대고 앉아있던 헤수스가 말문을 열었다.
"아론 도시장과 마찬가지로 여기 있는 모는 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리 반가와 할 일도 아닌 것 같군요. 과연 리크가 하몬의 능력을 찾았다고는 하나 이곳 천상인(天上人)의 성역 안에서도 그의 능력이 통할지가 의문이요. 우리가 진정 리크를 생각한다면 그가 이곳 대륙에 발을 들여놓고 성역에 가기 전 우리가 먼저 데려와야 한단 말이지요. 그리고는 차후 대책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아야 한단 말이오."
"후. 하긴 그 빌어먹을 천상인(天上人)들의 능력을 보니 일개 하찮은 주민조차도 마치 인간 세계에서 보면 신(神)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생활을 하니.."
"아론 도시장. 지난번에 나와 목유성 법무장과 내륙 탐사에 들어갔다가 천상인들로 보이는 존재들에게 들켜서 거의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세상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 지 않지만 문제는 과연 리크가 그들의 적수가 되느냐 하는 거죠."
"그렇기에 일단은 리크를 만나면 무조건 이 데스퍼라도 건물로 데려오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크와 정찰을 같이 갔던 패샷보이에 대한 소식은 아직도 없습니까?"
"흠..아마 리크가 알겠지요. 그 둘이 같이 정찰 나갔으니까.."
"패샷보이라..그 녀석은 자기 목숨이나 제대로 보호하며 살고 있을지.."
그때 마이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뭐라 외쳤다.
"저기 리크가 오기 전 우리가 다시 성역에 들어가서 그들 천상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다니..지난번에도 나 헤수스와 목유성이 멋모르고 그곳에 들어갔다가 겨우 살아서 나왔건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걸요. 그간 태양열과 수력에 의존하던 동력이 시원치 않아서 공간이동 기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제가 누구입니까? 바로 과학무기담당관 아닙니까? 데스퍼라도 컴퓨터 중앙실을 맡고 있는 제스트론과 제가 드디어 합작 연구한 끝에 에너지 축소변환장치를 개발해냈고 기존의 동력치 25분의 1정도만 사용해도 이젠 한번정도는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정찰조가 저들 성격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위험이 있을 시 그냥 데스퍼라도 본부로 이동해버리면 그만이죠."
헤수스는 마이클의 얘기를 듣더니 표정이 밝아졌다.
"흠.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사실 지난번 나와 목유성은 그들에게서 도망쳐 오느라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지. 아무튼 리크가 오기 전에 미리 우리가 그들 종족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는 것이 필요하단 말이야. 과연 그들 천상인들은 뭘 하며 무엇을 먹고사는지..무엇보다도 그들의 능력과 에너지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기기에 수치입력도 기록할 겸 말이야. 그러다가 그들에게 발각될 때는 공간 이동 기기를 사용하면 그만이고."
순간 회의장의 분위기가 활기를 띠었다.
"좀 위험하지만 괜찮은 방법이군. 어차피 그냥 손놓고 있는 것보다는 났겠지. 더구나 리크에게 도움이 된다면 한번은 시도해 볼만 한 일이군. 그런데 그 임무를 누가 맡지?"
"이번엔 저와 목유성 아저씨가 적합한 것 같은데요."
그때 하품을 하며 다소 지루해하던 목유성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뭐..뭐야. 왜 하필 나를 끌고 들어가냐?"
"아저씨의 경공술과 제 벨크 빔은 남들에게 없는 기동력이 있으니 설사 그들에게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당장에 붙잡히진 안겠죠. 물론 공간이동 기기를 사용해서 한번에 본부로 돌아 올 순 있지만 그건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어떡하든 그곳에서 살아남아 그들에 대한 관찰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젠장. 결국 내가 도망을 잘 칠 것 같아 보여 나를 추천한 꼴이군. 후. 하지만 그들의 신비한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인데 과연 붙잡히지 않고 천상인들의 성역에서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
"후후. 2777년의 지구 과학문명도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사실 저는 제스트론과 지난 3년 동안 이럴 때를 대비해서 여러 가지 첨단 전투복과 무기, 그리고 이동 기기 등을 개발했죠. 목유성 아저씨와 제가 그 것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뭐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번 임무는 같은 지구인인 우리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는 의의도 있으니까요."
"나도 지구인이라니?"
"지구 고대 중국의 무림(武林) 시대에 사셨으니 지구인이 맞죠."
"저..저놈이 어떻게든 나를 끼워 넣으려고 환장했나.."
잠시후 데스퍼라도 회의에서는 드디어 결론이 내려졌다. 리크가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을 찾아 올 것이라 예견되는 상황에서 미리 데스퍼라도 정찰조 한 팀을 보내 정보입수를 하는 것과 그곳의 갈 정보 팀은 바로 목유성과 마이클 그리고 자발적으로 합류하기를 원한 아론 도시장 3명이 이번 정찰조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아론님은 스스로 지원까지 하는 마당에 목유성 아저씨는 아직도 억울한 표정이다 싶네요."
"후 난 내 능력을 넘어서는 존재들과 단지 상대하기가 좀 그렇거든. 더구나 그들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한다는 것이 내 자존심이 허락 치 않아서.."
"그러니 하루빨리 신공을 완성하세요. 조만간 떠나야 할 테니.."
그때 아론도 옆에서 마이클의 말을 거들었다.
"호호. 저 인간 저러고도 남지. 이게 다 우리 제자인 리크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저 스승이란 작자는 일단 자기 몸부터 챙기고 보는 아주 싸가지 없는 인간이지."
그 순간 회의장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급기야 목유성은 아론을 노려보았다.
"험. 이런 공석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내가 그래도 명색이 법무장인데.."
"법무장이라는 사람이 툭하면 술 먹고 회의 늦지 않나.. 신공이란 핑계로 낮잠이나 자고."
"그..그건 잠자는 것이 아니라 가부좌를 틀고 수련을 행하는 것이지.."
"그리고 또.."
"그만..알았어. 가면 될 거 아니야. 젠장. 전생에 무슨 원수가 졌는지 마이클과 아론이 물귀신처럼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니..험.."
그로부터 3일이 흘렀다. 오늘은 마이클이 그 동안 비밀리에 연구해왔던 초첨단 과학 장비 개발실이 공개되는 날이었다. 마이클과 제스트론이 지난 3년간 틈틈이 시간을 내서 연구 해왔던 모든 기기 들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찰임무를 맡은 목유성과 아론은 마이클의 성화에 못 이겨 처음 공개되는 개발실에 첫 번째로 손님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들은 캄캄한 개발실에 불이 들어오자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
"우와.."
"어때요? 하하."
"이..이게 다 뭐니?"
"진짜 지구 과학의 진수를 보시는 겁니다."
목유성과 아론은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이클은 신이 났는지 그들을 직접 안내하며 맨 앞의 물건들부터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 선반에 놓여 있는 것은 언뜻 보기에 장갑 같지만 놀라운 기능들이 내장되어 있지요. 발사무기와 방어자장형성기 그리고 응집 에너지 완력기, 레이져 빔 검까지 형성할 수 있어요. 특히 홀로그램으로 적을 혼동시키는 기능까지 있으니 그 종류가 무려 5가지나 되요."
"이 보 잘 것 없는 장갑이 말이니?"
"못 믿겠으면 제가 직접 보여 드릴게요."
마이크은 선반 위의 장갑 한 쌍을 자신의 손에다 직접 끼우더니 중앙 넓은 공간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장갑의 손목 부분에 장치된 조그만 초록색 버튼들 중 하나를 눌렀다.
[착! 툭!]
간결한 소리가 들리더니 그저 평범한 가죽장갑 주위에 푸른 에너지 장이 형성되면서 흡사 권총과 같은 모양으로 변했다.
"하하. 일명 쌍권총입니다. 지구의 옛날 서부시대의 골동품의 형태지만 발사 위력은 엄청나지요."
[슉!]
[쾅!]
오른쪽 벽면에 세워졌던 두꺼운 금속판에 구멍이 하나 뚫렸다. 마이클은 이번엔 다른 버튼을 눌렀다.
[웅.웅]
순식간에 권총에서 섬광이 일어나더니 투명 방패가 형성되었고 빛을 발했다.
"방어자장형성기입니다. 자 다음은..응집 에너지 완력기.."
권총의 모양이 바뀌면서 금속기계 손으로 변했다. 마이클은 저 쪽 에 떨어진 금속 파편 조각을 손에 움켜쥐더니 한 순간에 쇠붙이를 엿가락처럼 주물럭거렸다.
"다음에는 홀로그램 장치입니다."
잠시후 마이클 옆에는 그와 똑같은 생김새의 영상이 나타났다. 분명 홀로그램 영상이지만 피부의 세포 하나하나 마저 똑같이 재현했으니 과연 마이클과 홀로그램이 만든 영상과 누가
마이클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
"자 마지막입니다. 레이져 빔 검입니다."
[슝!]
순간 장갑에서 레이져가 솟아오르더니 검의 형태를 취했다.
[웅.웅]
"이 검으로 웬만한 금속들은 전부 절단을 낼 수 있죠. 후 소개하기도 힘들다. 아무튼 장갑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엔 다른 것들을.."
그날 마이클은 자신이 개발한 무기들을 소개하는 데만 거의 반나절이 걸렸다. 목유성과 아론 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마이클이 개발한 무기와 장비들에 관심을 가졌다. 결국 그날 저녁이 되서야 그들은 첨단과학장비들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랐다. 우선 목유성이 고른 것은 놀랍게도 달랑 하나뿐이었고 그 종류도 그 자신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의외의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