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81화 (81/157)

[데스퍼라도] 81. 기연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연

세아린과 케이사르는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케이사르! 여기서 무기 고르는데 시간 제한 같은 것은 없겠지?"

"그런 건 없어. 시간이 어떻든 무조건 하나의 무기만 고르면 되는 거야."

"후. 가스톤 스승님도 옛날에 여기서 무기를 고르셨지?"

"응. 푸른빛이 도는 검인데 직접 그 검으로 시전 하는 것은 못 봤지만 그 위력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들었어."

"난 여자니까. 검은 좀 그렇고 여기 예쁜 보석 장신구들 중 하나만 고르려고 하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나는 이런 장신구들보다는 검이나 여타 무기를 고르는 것이 낫겠어."

케이사르는 갑자기 일어나더니 수련생들이 있는 다른 동굴로 되돌아갔다. 세아린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니 한숨을 푹 쉬었다.

"휴. 가슴이 들떠 들어왔건만 막상 고르려 하니 대책이 전혀 없네. 젠장."

세아린은 일단 무기를 고르는 것을 포기하고는 주변 동굴 지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굴내부는 여러 큰공간이 여러 개 있었고 각기 좁은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현재 세아린이 있던 동굴은 그 두 번째 공간이었고 그녀는 세 번째 통로로 들어갔다. 잠시후 또 다른 공간이 나왔는데 그곳은 바닥이 조그마한 물웅덩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아린은 일단 물로 들어갔다. 그 깊이가 목까지 차 올랐지만 다행히 키는 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 밑에 뭔가  걸리 적 거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잠수를 하였다. 물은 맑아서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잠시 후 세아린은 무엇인가 바닥에서 주어 들었다.

"이게 뭐지. 뭔 금속체인 것 같은데 쳇. 자세히 보니 녹슨 검이잖아."

손잡이가 없고 날만 있던 붉은 색의 검은 여기저기 이끼가 끼고 녹마저 슬어있었다. 하지만 금속 자체가 아주 진한 붉은 색을 띠니 세아린은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바위로 던졌다. 그때 케이사르가 세아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세아린 어디 있어?"

"여기야?"

케이사르는 세아린이 물 속에 있는 것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하하. 진짜 고생하는군."

"그러게 말이야."

그때 케이사르는 저 편 바위 쪽에 있던 붉은 색 검을 보더니 눈빛이 반짝거렸다. 저편 바위로 훌쩍 점프를 하여 그 검 날을 집어들고는 한참을 살펴보았다. 세아린은 그런 케이사르 모습을 보고 뭐라 말했다.

"여기 웅덩이 바닥에서 주었어.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렇고 그런 검 같은데. 그나저나 케이사르 너 뭔가 좋은 거 건졌니?"

"아니. 아직은. 난 차라리 전에 가스톤 스승님이 주신 반지가 더 나은 듯 한데."

"나도 그래. 별로 고를게 없어. 뭐 목걸이가 있으니 나도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진 않을 거야.  그 목걸이의 변신 전투기술의 10분의1도 습득 못했는데. 또 다른 무기 찾아봤자 내 인생을 수련만 하는데 낭비할 것 같아."

케이사르 붉은 검 날을 들어서 물웅덩이에 버리려는 시늉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아니지. 그래도 세아린이 손수 물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인데 성의를 봐서라도.."

"호호. 케이사르 너 설마 그 형편없어 보이는 검 날을 선택한 건 아니겠지."

"여기에다 그럴싸한 손잡이를 만들고 검 날 좀 손질하면 그런 대로 괜찮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세아린 네가 내게 준 선물이려니 하고 간직할게."

"쳇 마음대로 하라고. 에잇 여기서 나가자."

결국 케이사르는 붉은 빛의 검 날을 선택하였고 세아린은 더 이상 무기 고르는 것을 포기했다. 다른 여타 동굴들을 가보아도 그게 그 장신구들이었고 이렇다할 특색 있는 무기를 발견할 수 없었던 이들은 동굴 밖으로 나가려하였다.

"세아린 여기 7번째 동굴인데 이젠 나가자."

"더 이상 다른 통로도 없으니 여기가 마지막 인 것 같은데 그러지 뭐."

동굴끼리 이어진 통로에는 벽에 일정한 거리로 햇 불 막대기 걸려져 있었다. 7번째 동굴에서 6번째 동굴로 오는 통로에서 세아린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여러 막대기들 중 유독 하나가 달라 보였다.

"이건 저 막대기는 왜 까맣지."

세아린은 무심코 그 막대기를 만져보았다.

"에잇. 더러워. 숯 검댕이잖아."

세아린은 숯이 손에 묻자 뭐라 투덜투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조 금 전 만졌던 숯 막대기 부분이 맨들 거리는 것을 느꼈다. 세아린은 다시 그 막대기를 집고는 불을 꺼버렸다. 잠시 후 검은 숯 자국을 자신의 옷으로 말끔히 지웠다.

"흠. 불에 탄 듯 숯 때문에 몰랐지만 이건 분명 누군가 기름칠도 하고 다듬은 자국이 있는

막대기인데."

케이사르는 세아린이 들고 있는 막대기를 보더니 웃었다.

"버려."

막대기의 크기는 약 50 cm로서 그 길이가 아주 짧았다. 비록 검은 숯 자국을 지웠지만 아직도 여기저기 검댕이의 흔적이 남아있었으니 지저분했다. 세아린은 그 막대기를 잠시 쳐다보더니 저 앞으로 획 던져버렸다.

"후. 골치 아프다 빨리 여기서 나가버리자."

그들은 다시 통로 앞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세아린이 자신의 옷을 보더니 뭐라고 푸념했다.

"젠장. 내 옷이 아까 그 막대기 닦느라 더러워졌어. 쳇. 억울해서라도 그 걸 가져가야겠어. 어차피 이 동굴에 들어온 기념으로 뭐라도 하나 가져가야지."

세아린은 아까 던졌던 막대기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 날 저녁이 되서야 가스톤의 12명 제자들은 저마다 무언가 하나씩 들고 어둠의 병기창고에서 나왔다. 가스톤 스승 역시 그들이 무엇을 들고 나왔는지 궁금했다.

"허허. 그놈들 병기 고르는데 꽤나 고심했나보군. 한나절이 되서야 나타나다니. 그나저나 어디 좀 볼까? 하하하. 팔지 고른 놈들은 하나도 없군. 반지에 검 그리고 창, 어떤 놈은 갑옷을 골랐군."

잠시후 가스톤은 케이사르가 고른 붉은 검 날을 보더니 눈빛이 번쩍거렸다.

"허. 손잡이가 없고 여기저기 이끼가 껴서 영 볼품이 없지만 세상에 붉은 금속이 있다는 것은 처음 보네. 흠."

이번에 가스톤은 세아린이 고른 평범한 막대기를 보더니 웃기 시작했다. 가스톤이 웃자 다른 수련생들도 따라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나절동안 세아린이 어둠의 병기 창고에서 겨우 들고 나온 것은 나무 막대기가 아닌가. 세아린은 막대기를 뒤로 감추고는 뭐라 대꾸했다.

"웃지마세요! 난 병기를 고른 게 아니라. 그냥 징표로서 작고 나온거니까."

"하하하. 그렇다고 햇 불 막대기를 들고 나오다니."

"이건 다른 막대기랑 좀 틀려요."

그러자 수련생 중 블로디우스가 가장 크게 웃었다.

"막대기가 막대기이지. 정말 어이가 없군. 아무튼 세아린 넌 전에 차던 목걸이가 있으니

뭐 너무 실망하지 말아. 그나저나 그 막대기는 안 버릴 거야."

사실 세아린은 당장이라도 그 막대기를 저 아래 계곡으로 던져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뭐라고 그러면 그럴수록 오기가 생기는 기질은 바로 세아린 만이 가진 독특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막대기를 꼭 쥐고서는 버럭 소리질렀다.

"빌어먹을 이 자리에서 약속하건데. 누가 뭐라 든 난 이 막대기를 평생 갖고 다닐 거야. 젠장."

"아무렴! 하하."

"암 천하의 세아린이라면 그 정도 오기는 있어야지."

"자 돌아갈 시간이다."

가스톤 스승의 말에 이들은 모두 손을 잡고는 고공비행 준비를 하였다. 어느새 프리아고 태양이 지하세계의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져 그 빛이 주황색에서 보랏빛으로 변하니 분명 이 곳에도 밤낮이 존재하였던 모양이었다. 다우타르 대도시를 비행하는 수련생들은 저마다 무기하나를 얻었다는 기쁨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유독 세아린 만이 입이 툭 튀어나온 체 불만스러웠다. 그녀는 어느새 끝을 막대기 홈에다 단단히 묶어 등뒤에 차고 있었지만    수련생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의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볼품없는 막대기에 가끔 쳐다보며 피식피식 웃곤 하였다.

"이것들이 그만 쳐다봐. 누가 뭐라 해도 난 절대 차고 다닐 거야. 젠장."

그때 바로 옆에 있던 케이사르가 세아린의 등뒤에 차고 있던 막대기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프리아고의 태양이 비쳐주면서 그 막대기의 표면에서 언뜻 언뜻 빛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깨알같은 작은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고 케이사르는 뭔가 하고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그 순간 세아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케이사르 너마져 놀릴 거야."

"아니..난 그저.."

"지금부터 한번만 더 날 보면 알아서 해!"

"알았어. 후."

***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뒤 수많은 대륙 중 유독 카밀로스탄 대륙에서는 엄청난 혼돈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처럼 인간종족, 마족, 어둠의 종족, 한꺼번에 출현하였던 적은 일찍이 수만 년만에 처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만 하더라도 인간종족의 제국의 군대와 마족들 사이에서 대규모 전쟁으로 인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지만 그 양상의 구도가 어둠의 종족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서 복잡해졌다. 고대 마족 살육 전사들은 하나둘씩 부활하였고 그 위세가 인간 종족을 위협했지만 인간 제국들 역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웅에 의해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케이사르 제3군단에서 하몬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는 소문  이 돌았지만 그 하몬의 후계자가 마룡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결국 그 소문은 소문으로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분명 인간 제국의 군단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서 도와주는 자가 있었으니 인간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싹 트고 있었다.

또한 인간 종족들의 상급전사들 사이에서는 변신전(變身戰)이라는 용어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었다. 인간들은 마족이든 어둠의 종족이든 부활한 상위 계열 전사들은 자유로운 변신을 통하여 그들의 전투를 한다는 사실에 크게 위축도기에 이르렀다. 변신(變身)이라는 개념은 이들에게 있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전투 기술로 인식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 종족의 상위계열인 페몬 수호전사들의 전투 실력도 무시 못하지만 타 종족의 변신전사(變身戰士)들 만 나타나면 맥을 못 추고 있었다. 특히 요 근래에 어둠의 종족으로 추측되는 12명의 자객집단은 전 카밀로스탄 대륙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인지 인간들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지는 않았지만 마족 들에게는 지옥의 사자와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벌써 고대 마족의 부활한 전사들 수백 명이 그들이 손에 무참히 피를 뿌리며 살육 당했으니 그들은 일명 [어둠의 12 사자]들이 불렸다. 어쨌든 대륙의 영토권 싸움은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로 초월적 힘을 가진 존재들은 자신이 원하면 어디든지 나타나서 살육의 피를 뿌리고 사라졌다. 물론 인간 제국은 마족들의 부활전사들이 판을 치는 좋은 영역이었고 벌써 대살육의 참혹한 희생을 당한 도시만도 수십 개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오늘날 인간들은 다른 대륙으로 피신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어쨌든 카밀로스탄 대륙에 피바람을 일으키는 세력은 마족의 부활전사들과 어둠의 종족의 상급계열인 헬, 헬시, 헬폰소 전사들의 출현이었다. 거기에 [어둠의 12사자]라 불리는 자들도 합세를 하니 그 혼란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프론산의 카라펠리오 고룡(古龍) 거처에는 리크와 슬레이어, 카라펠리오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이 함께 머무른 지 어느새 10개월 지났건만 카라펠리오 고룡(古龍)은 아직도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젠장. 네 놈들이 수련한답시고 프론산의 나무와 바위들 절반을 파괴 시켰으니 빌어먹을 왜 하고많은 산들 중에 내 보금자리에서 난리들이야."

"또 잔소리. 제발 좀 오늘은 급히 의논할게 있으니 그만 좀 하라고."

"의논은 얼어죽을 무슨 의논이야. 슬레이어 넌 항상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아냐 오늘은 진짜 중요한 얘기란 말일세."

그때 리크도 한마디 거들었다.

"카라펠리오 스승님. 오늘만큼은 진정하시고 대화에 동참하세요."

"에라 이 싸가지 없는 것들이 또 무슨 수작을 벌이려고. 아무튼 빨리 말해봐. 내 리크를 봐서라도 오늘만큼은 대화에 응해주지. 젠장. 2000년 전 하몬에게 빛 만지지 않았어도 너희들을 당장에 쫓아버리는 건데. 느닷없이 하몬의 검을 가지고 후계자란 놈이 나타났으니. 그나저나 오늘 대화의 주제가 뭔지 들어 나 보자."

"자네 종족인 천상인(天上人)들은 이 카밀로스탄 대륙에 혹시라도 출현을 할 것인지 궁금해서.."

"뭐라고? 천상인(天上人)들이 이곳에 나타난다고. 젠장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수만년 동안 그들과 연락을 끊고 나도 이곳 지상에서 생활했건만. 아무튼 그 놈들도 나타날 때가 되었긴 되었지. 어둠의 종족들이 기승을 부리니. 아마 그들이 눈꼴에 시다면 말이야. 흐흐."

"후. 그들은 왜 하필 어둠의 종족들만 눈에 가시같이 여기지. 우리 어둠의 종족들은 그들에게 뭐 특별히 원수 진일도 없는데."

"네놈들이 분수를 모르고 날뛰기 때문이지. 이곳 사계(四界)라는 곳에는 각자 자신들만의 영역이 있는 법이지 지상에는 인간 종족과 마족들이 공존하며 살게 되어있고 너희들 재수 없는 어둠의 종족들은 지하세계에서 머물게 되어있고 역시 천상인(天上人)들은 중력을 무시하는 천상 영역에서 있어야만 한단 말이야. 그런데 어둠의 종족들이 지상에서 모습을 보이니 천상인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지."

"뭐 그들이 신(神)이라도 되는 존재들인가? 마치 이 사계(四界)를 자신들의 세계인양 간섭하려 들다니."

"간섭이 아니라. 만약 지상에서의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천상의 세계에서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네. 바로 그 점이 염려스러운 거야."

"그 영향이라는 것이 그렇게 심각한 것인가?"

"사계(四界)라는 곳은 그 영역이 달라 보여도 그 근원(根源)은 하나이지. 그래서 에너지가  불균형을 이룬다면 천상인들 역시 변형된 에너지로 인하여 불편함을 느낀단 말일세."

"젠장. 역시 늙은 용이라서 아는 것도 많군."

"뭐라고 이 자식이!"

"아냐. 그저 농담이니 귀담아 듣지 말라고."

"본인 앞에서 말해놓고 귀담아 듣지 말라니. 이 재수 없는 어둠의 자식이."

"후후. 천상인들은 항상 너같이 성질이 급한가?"

"네 놈이 천상인들에 대해서 알기나 하는가? 과거 수십만년 동안 우리 천상인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한순간에 이 사계를 통일할 수 있었다네. 단지 너무 시시해서 뒤로 미루고 있었을 뿐이지. 천상인들의 목표는 사계(四界)에서 오로지 영묘한 오계(五界) 영역으로 올라가는 것  뿐이지."

"호. 대단하군. 인간종족이든. 마족이든 하물며 우리 어둠의 종족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 이 참 자존심 상하는군."

"사실 내 생각에 요즘 천상인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아."

"예사롭지 않다니?"

"젠장. 자넨 지금 벌어지는 기운을 못 느끼나?"

"무슨 기운 말인가?"

"슬레이어 자네 헬시 전사 계열 맞나? 바로 자네 종족에서 무시무시한 병기 두 개가 세상에 출현 했다네. 정말 무서운 일이지. 바로 그 병기들의 기운이 천상인들에게도 느껴졌을 것일세."

"가만 있어보자 그렇다면 어둠의 병기창고에서 누군가 타우타르의 지팡이와 태고 시조인 엔산트의 고대 검의 전설이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그것도 한번에 두 가지의 전설이. 아냐 분명 그런 일은 확률적으로도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일텐데. 지난 오랜 세월 수많은 전사들이

그런 기연을 얻기 위해 노력했건만 모두 실패했는데."

"게다가 저 리크가 갖고 있던 하몬의 검도 2000만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던가? 이런 병기들이라면 족히 이 사계(四界)의 균형을 깨고도 남지. 천상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들일세."

"그러니까 천상인들은 그런 병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염려한다는 말이지. 도대체 천상인들 중에는 어떤 능력의 전사들이 있기에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후후. 너희 나부랭이들과는 급수가 다른 자들이지. 그나저나 리크는 하몬의 갈비아스 파동검술을 다 익혔나?"

"직접 물어보게나?"

리크는 빙그레 웃기만 할뿐 어떤 대답도 없었다.

"후. 저 리크 자식도 점점 능구렁이가 되가니. 그나저나 젠장 오늘 저녁식사 메뉴는 뭐냐?"

"잔소리는 매일 하면서 먹는 것은 더럽게 밝히네."

그날 밤 리크는 프론 산의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는 세 개의 위성을 바라보며 하나둘씩 누군가를 그리고 있었다.

'갈바아스, 아무르, 프레아세톤 의 위성들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군.'

리크는 잠시후 바위 정상에 드러눕고는 미소를 지었다.

"세아린. 케시어스. 그녀들도 나를 생각하긴 할까? 후후, 두 여자가 한꺼번에 그려지다니."

리크는 갑자기 바닥에 놓인 하몬의 검을 들더니 하늘을 향해 높이 쳐들었다.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4공격 므아톤 제 5공격 페라세 제 6공격"

프론산의 정상에서 거대한 섬광이 연속적으로 세 번 터졌다. 프론 산 아래에서 이를 바라보던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지법 진중 한 표정으로 뭐라 말문들을 열었다.

"우리 천상인들 조차 하몬의 검에 대해선 많은 경외심을 갖고 있다네.."

"후. 그렇게 잘난 천상인들도 하몬의 검을 두려워한다는 것인가?"

"내 분명 경외심이라 했건만 두려움이라니. 오늘도 말꼬리 붙잡을 셈인가? 슬레이어. 사실 천상계에도 하몬의 검 같은 무기가 얼마든지 있다네. 또한 그 상상을 불허하는 천상존재들도 수없이 존재하지."

"그런데 경외심을 갖는다는 말은 무엇인가?"

"흠."

카라펠리오는 아무 대답도 없이 슬그머니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슬레이어는 그의 뒤 모습을 보고는 뭐라 소리쳤다.

"이봐 늙은 용 대답을 해야지!"

"나도 리크의 성장을 보며 그 대답을 찾으려는 중일세. 우리 천상계 중에서도 가장 초상위 영역존재들이 왜 그런 경외심을 느끼는지 나로서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네. 아무튼 언젠가는 리크가 그 해답을 제시하는 날이 있겠지. 후후. 솔직히 하몬도 못한 일을 저 아이가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프론 산 정상 위에는 가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기묘하게 생긴 전사가 검을 어깨에 걸친 체 저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갈비아스 위성이 내뿜는 푸른빛이 그의 변신전투복을 감싸니

산 정상 전체가 무수한 빛으로 반짝반짝했다. 현재 제4, 5 ,6의 갈비아스 변신 형태를 취한 리크의 모습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위용이었다. 그때 산 아래에서 슬레이어가 한줄기 섬광을 뻗으며 리크가 있던 정상으로 올라갔다.

"하하하. 리크 준비가 되었느냐? 오늘로서 7번째 대결이지만 네 갈비아스 6공격으로는 도저히 날 이길 수 없을 텐데. 웬만하면 마지막 7공격의 변신을 하는 것이 어떤가?"

"바로 오늘 시도를 하려 합니다만. 그게 제대로 될지."

"오호. 정말이냐. 드디어 제7공격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인가?"

"확신은 안 서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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