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80화 (80/157)

[데스퍼라도] 80. 기연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연

지하세계로 통하는 동굴내부는 여느 동굴과 마찬가지로 평범하였다. 동굴 양 옆 석 벽에는 등불이 일정한 간격으로 달려 있어 그다지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들이 비교적 좁은 동굴 통로를  약 150M 들어가니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바닥 아래 파여진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고 툭툭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에코를 먹었는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사실 세아린은 이곳에 온지 단 한번도 지하세계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따라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으며 과연 어둠의 종족들이 사는 그곳은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했다.

"뭐 에요? 설마 이곳이 지하세계는 아니겠죠?"

가스톤은 갑자기 세아린에게 다가오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아린. 인간종족으로는 지하세계에 방문하는 사람은 네가 그 두 번째가 될 것이다."

"제가 두 번째라고요? 그럼 여기 저 말고 다른 인간종족이 온 적이 있나요?"

"물론 첫 번째는 바로 네 아버지인 하몬이란다. 오늘은 바로 하몬의 딸인 네가 방문한다마는. 후후."

"아버지가요?"

"아무튼 지금부터 진짜 지하세계로 들어갈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라."

가스톤은 갑자기 두 손을 모아 저 아래 고인 물웅덩이에 향했다. 그러자 물이 이상한 변화를 보이면서 소용돌이가 일었다. 소용돌이는 점차적으로 강해지면서 강하게 회전했으며 물웅덩이 밑바닥까지 훤하게 보였다. 세아린은 신기해서 그곳을 바라보다 무엇을 발견했다.

"어. 밑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나있어요. 더구나 빛까지 나는데요."

"자 모두들 저 안으로 뛰어 내려라!"

케이사르를 비롯한 다른 수련생들은 주저 없이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세아린 역시 그들을 따라서 밑바닥에 난 빛의 구멍에 몸을 맡겼다. 맨 마지막에 가스톤이 그 안으로 들어가자 소용돌이가 일었던 물들은 이내 평소의 잔잔한 물로 돌아 왔다. 지하세계로 통하는 그 구멍은 마치 미끄럼을 타듯이 빠른 속도로 아래로 향했다. 세아린은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연신 떠들었다.

"오우. 너무 재미있어요. 푹신한 게 마치 빛의 요람을 탄 기분인데요."

"빛의 요람이라. 허허 표현한번 잘했군. 사실 지금 이 통로는 지하세계 프리아고 태양 빛이 만들어낸 이동공간이란다."

잠시후 이들은 빛의 통로를 지나 어디론가 떨어졌다.

"푹! 푹!"

"야호!"

세아린은 빛의 통로가 없어지고 자신이 무언가 푹신푹신한 곳으로 떨어지니 놀이동산의 아이들과 같은 기분이었다. 더구나 그 푹신한 것은 세아린 조차 한번도 보지 못한 물질이었다.

분명 느낌은 침대의 메트리스와도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금속처럼 은빛을 번쩍번쩍 거리고 있었다. 세아린은 도대체 이게 무슨 물질인지 손으로 만져보고 깨물어보고 별 짓을 다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케이사르가 세아린의 우스꽝스런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더니 뭐라 말했다.

"하하하. 세아린 너 하는 짓이 꼭 6-7살 짜리 호기심 많은 어린애 같아. 네가 궁금해하는 그 물질은 금속이 분명해 하지만 물컹거리고 탄력성이 좋아 우리 어둠의 종족들이 주로 침대로 사용하고있어."

"이게 금속이라고? 세상에나..별 이상한 금속도 다 있네."

가스톤과 다른 수련생들 역시 세아린의 호기심 많은 모습에 빙그레 미소들을 짓고 있었다.

"자! 이젠 본격적으로 지하세계의 본고장으로 가야지."

가스톤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세아린과 수련생들이 따라갔다. 여기도 동굴인 듯 한데 점점 앞으로 나갈수록 밝아지기 시작했다. 입구에 가까워졌을 세아린은 너무 눈이 부셔 눈을 잘 뜰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서 입구 아래에 펼쳐진 세계를 보려고 겨우 눈을 떠서 살펴보았다.

"와우! 이럴 수가!"

세아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엔 지상세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또 다른 하늘과 태양이 존재하고 있었다. 연한 보랏빛 하늘에 주황색 태양이 은은하게 만물을 비쳐주고 있었다. 여러 산맥들이 병풍처럼 저 멀리 둘러쳐 있었고 그 품안에는 금속과 석조와 절묘하게 융합된 수많은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서 있었으니 바로 거대한 도시가 분명하였다. 세아린은 처음 본 지하세계의 실체 모습에 너무 놀라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케이사르는 세아린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그녀에게 다가가 뭐라 말했다.

"지하세계에 온걸 환영한다. 후후."

"여기가 지하세계.."

"응. 바로 어둠의 세계의 대도시 라우타르이지."

"라우타르는 뭐 23만년전 대마법사의 이름이잖아?"

"맞아 이 도시는 그분의 이름을 딴 거야. 더구나 우리가 찾아가려는 어둠의 병기창고도 다른 말로는 라우타르 병기창고라고도 해. 그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법 많은 공공장소의 이름도 그분의 것이 많아."

"23만년전이라면 아주 태고적 분인데 아직까지 그분의 흔적이 남아있니?"

"후후. 어둠병기 창고의 대부분 무기들이 그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니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더구나 23만년 전에는 인간종족에게도 걸출한 영웅이 있었지 바로 갈비아스라고?"

"갈비아스?"

"고대 기록에 보면 우리 어둠의 종족의 라우타르 대마법사와 인간종족의 갈비아스는 한시대에 공존했던 인물이래. 그 둘이 만났다는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두 걸출한 대 영웅들이 서로 몰랐을 리는 없겠지. 아니면 그이상의 관계였을지도..추측이지만. 아무튼 문헌에는 그 갈비아스라는 인간의 전투능력이 하늘을 가르고 땅을 울릴 정도로 대단했다지 뭐."

"그나저나 어둠의 병기창고는 어디 있지?"

"프리아고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케이사르가 손을 들어 어느 지점을 가리켰고 세아린은 그쪽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 희미한 자태를 드러내 산맥들 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저기야."

그때 저편에 있던 가스톤이 뭐라 외쳤다.

"자 고공비행을 위해 다같이 손을 잡자."

그러자 각 수련생들은 서로 손을 잡기 시작했으며 맨 외쪽에 있던 세아린의 손을 케이사르가 덥석 잡았다.

"너 뭐 하는 짓이야!"

"세아린이 얼굴을 붉히며 뭐라 하자 케이사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세아린. 오해하지마. 프리아고 태양이 비쳐주는 이곳은 지상의 무거운 중력과 다른 에너지가 흐르는 세계란 말이야. 적어도 여기에는 약간의 의지만 내보이면 공중에 뜰 수 있단 말이야. 자 마음속으로 눈을 감고 하늘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봐. 내가 도와줄게."

세아린은 사람이 하늘에 뜰 수 있다는 케이사르 말을 믿기로 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이곳의 에너지와 맞추려고 노력했다. 가스톤 스승을 가운데로 위시하여 나머지 12명이 다같이 손을 잡았다. 잠시후 거짓말처럼 이들은 서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제법 높은 곳으로 올라온 세아린은 그제 서야 눈을 떴다. 하지만 고공 공포증이 있던 세아린이 입술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케이사르..나..나 무서워..그냥 걸어가면 안될까?"

"저 산맥이 육안으로 보면 가깝게 느껴질지 몰라도 걸어간다면 족히 일주일은 걸린단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고공비행을 해야만 몇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 그리고 내 손을 절대 놓치지 마. 그리고  밑을 절대 보지 말고 앞만 보는 거야. 자 간다."

"헉!"

마치 기러기가 떼가 무리 지어 가는 것처럼 이들 13명은 프리아고의 태양 빛을 받으며 보랏빛 하늘을 그리며 앞으로 향했다. 이들 앞에는 수많은 빛의 요정들이 조그만 불꽃을 마구 터트리니 이들의 비행을 환영하여주는 것 같았다. 세아린은 환상에 세계에 온 것처럼 눈이 휘둥그래졌으며 어느새 고공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신기해. 마치 불어오는 미풍에 떠가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저 조그만 요정들이 자꾸 빛을 터트리고 있어 너무 아름답다. 정말 꿈속의 와있는 기분이야."

"세아린 이젠 안 무섭지. 후. 네가 좋아하니까 나도 너무 즐거운데."

케이사르는 세아린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넋을 잃고 있었다. 분명 케이사르는 세아린의 저런 순수한 모습에 매료되었고 그 열병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해오고 있었으니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마음을 얘기 해보기로 하였다.

"세아린 너와 이대로 아무 곳이나 영원히 날아가고 싶다."

하지만 세아린은 케이사르의 말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눈을 살며시 감고는 뭐라 중얼거렸다.

"리크. 후. 리크가 옆에 있었다면.."

세아린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케이사르는 금방 슬픈 표정으로 변했다. 도무지 그녀의 생각을 온통 덮고있는 것은 리크라는 존재였으니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었다.

'후. 이제나저제나 리크 타령이니. 그 리크란 놈은 복도 많군. 아무튼 부럽다 부러워.'

2시간정도의 오랜 비행을 거쳐 이들은 드디어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착했다. 산 정상의 어느 한 부분이 편편한 석판 대리석으로 깔려있고 괴이한 조각상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에는 신전 양식의 건물이 있었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여긴 어둠의 병기창고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보고를 바랍니다."

가스톤이 위원회로부터 온 승낙서를 그에게 주자 그는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뭐라 말했다.

"흠. 헬폰소 전서 가스톤님 당신을 제외한 저 12명의 젊은이들만 병기창고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알고 있소."

"그렇다면 병기창고의 문을 열어드리겠소."

그 사람이 신전 안으로 들어간지 몇 분 후 거대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편편한 거다란 돌벽이 둘로 쪽 갈라졌다.

"와. 설마 저 벽이 입구였을 줄이야."

"어서 들어가거라. 그 안은 생각보다 무척 넓은 곳이란다. 서두르지 말고 자신과 교감이 통할 것 같은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수련생들은 약간은 겁먹은 표정으로 거대한 입구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거대한 벽 입구가 쿵하고 닫혔다.

"후. 이거 가슴이 설레이는데. 드디어 그 말로만 듣던 어둠의 병기창고로 들어왔으니.."

"젠장 이번엔 꼭 월척 하나 낚아야되는데."

"나도. 솔직히 병기의 힘으로 어둠의 전사 서열이 나누어지는 것이 사실이잖아."

"물론 타고난 능력의 전사들이 있지만 좋은 병기가 뒤받침 해 주지 못하면 반 쪽 짜리 전사에 지나지 않지. 가스톤 스승님도 젊은 날에 이곳에 들어와 제법 강력한 병기를 얻었다며. 그래서 오늘날 상급계열 헬폰소 전사의 위치까지 오른 거잖아."

"후. 과연 내겐 어떤 병기가 떨어질까?"

"수많은 무기들 중 괜찮은 것을 고른다는 것은 사실 모래알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야. 이건 오로지 운이란 말이야."

"그나저나 이 어둠의 병기중 가장 강력한 무기는 뭐지?"

"그야 물론 23만년 전 이런 신비한 병기를 만든 라우타르 대마법사의 지팡이겠지. 전설에 의하면 그 라우타르의 시신과 그의 지팡이가 여가 창고 어딘가에 있다고 그러던데. 아직 그의 흔적조차 발견한 사람이 없다지."

"자 안으로 들어 가볼까. 혹시 알아 재수 좋으면 우리가 발견할지. 재수가 아니라 천운(天運)이 따라야지 그와 같은 국보급 병기가 나타날 거야."

그들은 안으로 약 200M 쯤 들어오자 무엇을 보았는지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와! 저기 아래 좀 봐. 무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어."

"후. 정말 대단하군. 수만 개는 족히 넘을 것 같은데. 저것들 하나 하나가 전부 귀중한 병기들이라니..정말 놀랍군."

"이거 처음부터 고민인데 저 많은 것 중 무엇부터 골라야 할지를.."

"벌써부터 고민이군. 아무튼 나 먼저 내려가서 고를 테니 너희들 각자 알아서 고르라고."

"나도."

"나도 혼자서 고를 거야. 각자 행동하자."

수련생들은 흥분한 체 저 아래로 내려갔고 케이사르와 세아린만이 남아있었다.

"뭐해 세아린. 우리도 고르자."

"글세. 병기창고가 여기만 있는 건가? 저기 오른쪽 동굴 안쪽에 불빛이 새어나오는데

난 그쪽으로 갈 거야."

"세아린 너랑 같이 가면 안될까? "

"쳇 같이 가기는..아무튼 나 그리로 갈 거니까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와. "

"하하. 고마워 세아린."

세아린과 케이사르는 거대한 동굴 안에 또 다른 입구 쪽으로 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좀 전에 보았던 검과 창 방패와 같은 실전무기와는 다르게 휘황찬란한 각종 보석류와 장신구들에

깜짝 놀랐다.

"야. 이건 완전히 보물창고 같은데. 저기 좀 봐 목걸이, 반지, 팔지, 금속 장갑, 벨트 등 주로 장신구들이 그 주종을 이루고 있어."

"라우타르 대마법사가 만들어낸 것들은 하나같이 병기란 말이야, 그래서 저런 장신구들 역시 무서운 변신 병기임이 클림 없어. 아마 가스톤 스승님도 이곳에서 우리들 병기를 고른 것 같아."

"그런데 주변에 웬 해골과 뼈다귀들이 많아. 좀 으시시한데."

"오랜 세월 이곳을 몰래 토굴 하다가 죽임을 당한 시신들 같은데. 쯧쯧 안되었군. 여긴 허락 받고 들어오지 않으면 헬폰소급의 전사들에게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참형을 당하지. 저들 시신들의 목만 달아난 것 보면 알겠지. 우린 정식적인 통과절차를 받고 들어 왔으니 그런 걱정 안 해도 되지만."

"일단 내려가 보자."

세아린은 산더미처럼 쌓인 보석들과 장신구들을 살펴보았다. 저마다 그 영롱한 빛을 뿜는 보석들과 금빛 은빛 찬란하게 번쩍거리는 장신구들에 세아린은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그런 보석들을 헤치며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잠시후 세아린은 이마에 흐른 땀을 닦고는 뭐라 투덜거렸다.

'아이참. 정말 어지럽군. 막상 이중에서 하나만 고르려니까 무엇을 집어야 될지 모르겠어."

"세아린 나도 마찬가지야. 도대체 뭘 알아야지 고르건 말건 하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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