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79화 (79/157)

[데스퍼라도] 79. 기연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연

세아린의 목에 난 상처가 아물기까지 약 10일정도가 흘렀다. 수련생들은 각 정성을 들여 저마다 세아린의 목을 치료해주었으니 예전에 그들에게 멸시와 조소를 받던 일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특급대우를 받는 다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보다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죽기를 무릎 쓰고 최선을 다한 그녀가 이들의 눈에는 영웅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결국 가스톤의 12명 제자들은 그러한 계기로 서로간의 돈독한 우정을 쌓는 계기를 마련했으니 그들이 그토록 무시했던 인간 종족 세아린의 역할 크다 말할 수 있었다. 현재 가스톤의 제자들이 수련하는 전투기술은 과거 어둠의 종족들에게 내려오는 수백가지의 비전 절기들 중 가장 실전적이고 파괴적인 기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바로 일반적인 장신구들을 이용한 전투기술로서 팔찌, 발찌, 장갑, 신발, 전투복, 투구, 벨트, 각종 보호대, 반지, 목걸이 등이 변신을 일으켜 강력한 살상 무기와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바로 어둠의 종족이 오랜 세월 동안 주로 각종장신구를 이용한 무기를 그들만의 절기로 승화 시켰던 것은 지하세계를 비쳐주는 프리아고 태양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어둠의 종족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아득한 태고적 프리아고 태양은 원인 모를 대폭팔을 일으키고 엄청난 용암을 분출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지상의 있던 광물질이 녹아 지하세계로 스며들면서 프리아고 태양에 의해 녹았던 지하 광물질과 마구 뒤섞인 적이 있었다. 사계(四界)의 영묘한

태양을 받은 대륙의 물질과 지하세계 태양인 프리아고의 에너지를 받은 물질이 빛 어 낸 각종 금속과 원석들이 지하 저 깊은 곳에서 신비한 광석으로 형성되기에 이르렀고 후에 어둠의 종족들이 출현하면서 그러한 광석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 이름을 알 수 없던 광석들은 그 종류만 하더라도 수천 가지가 넘었고 어둠의 종족들은 풍부한 광석을 이용한 연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로지 금을 위한 연금술이었지만 금보다도 더욱 신비하고 가치 있는 금속들이 여러 합금연구에 의해 탄생하자 아예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금술의 범위를 벗어난 융합금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과거 23 만년 전 어둠의 종족 역사상 최강의 마법사인 라우타르가 출현하게 된다.

그의 출현은 이들의 역사를 바꾸어 났으니 바로 그의 강력한 마법은 국가적 차원으로      오랜 동안 발견했던 신비한 금속과 보석들을 수많은 장신구와 무기들로 탈바꿈시키게 만들었다. 이처럼 수많은 융합금술로 태어난 각종 광물질이 강력한 마법의 힘으로 수많은 전투복과 무기, 장신구들로 둔갑을 했고 그 중에는 단순한 장신구의 범위를 벗어나는 꿈의 변신무기들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라우타르 대마법사가 죽기까지 만들어낸 것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선별작업을 통하여 오로지 전투용으로 생각되는 무기들만 보관하기로 하였다. 바로 오늘날 가스톤의 12제자들이 수련하는 팔찌와 반지 목걸이 등은 오래 전 라우타르 대마법사가 융합금속을 이용해 만든 장신구들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번 케이사르에 의해 열명의 수련생들이 차고 있던 팔찌들이 한순간에 파괴되었으니 요즘 가스톤 스승의 심기는 말이 아니었다. 오늘도 그는 동굴 안의 수련생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으니 벌써 2시간 정도는 지난 것 같았다.

"젠장. 케이사르 이 나쁜 놈 같으니라고 아무리 대결이지만 팔지 10개를 박살내다니. 그게 어떤 것들 인줄 알아. 바로 우리 어둠의 종족들이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는 것이 평생 소원인 라우타르 융합금속 무기들이란 말이다. 너희들은 그나마 국가적 재원들이니 그런 귀중한 장신구를 내가 직접 골라서 주었건만 전부다 박살내다니. 빌어먹을."

그때 세아린이 너무 지루하다 못해 뭐라고 외쳤다.

"그만 좀 해요. 그까짓 것 가지고 벌써 10일 동안 매일 잔소리만 늘어놓다니요. 더구나

케이사르가 고의적으로 그랬어요. 어쩌다가 하다보니 그렇게 된거죠. 더구나 단번에 파괴될 팔찌들이라면 그만한 가치도 없는 것들이잖아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제 개인 적인 생각으로는 스승님이 라우타르 장신구들 중 골라온 것들이 대부분이 불량품 같아 보이는데요."

"뭐 불량품이라고. 23 만년전 대마법사가 만드신 것이 불량품이라니?"

"수만개 만들었다면서요. 쳇 그러고 보니 엄청 많네. 진짜 불량품이 꽤나 있겠군."

"이놈이 정말. 그렇다면 내가 고른 게 전부 잘못 됐다는 것이냐?"

"제가 보기에는 스승님 눈썰미가 영 아닌 것 같은데요. 세상에 자기 제자들에게 골라준 무기가 고작 팔지 열 개, 반지 하나, 그리고 제가 차고있는 목걸이가 전부잖아요."

"그래도 그것들은 어둠의 종족의 절대금지구역인 어둠의 병기창고에서 고른 것이란 말이다. 물론 그곳에는 수만개의 각종 병기들이 있지만 뭐가 좋은 건지 몰라 막 집어왔지만 하나같이 가공할 무기들임에는 틀림없어."

"그렇다면. 다시 신청하세요. 이번에는 우리 12명이 직접 그 어둠의 병기창고에 들어가서

고르게요."

"그게 말이 되느냐? 어둠의 병기는 오로지 한사람이 하나만 갖게 되어있는데."

"우린 우리가 스스로 고르지 않았으니 가졌다고는 볼 수 없지요. 자기가 직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야지 진짜 가졌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여기 수련생들은 요즘 어둠의 종족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이들이니 다시 신청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뭐라고 신청 하냐?"

"신청양식 혹시 있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나중에 헬폰소 전사 사인만 해주세요."

"나를 팔아먹으려고. 흐흐."

"쳇. 썰렁한 농담."

잠시후 준비된 신청양식에 세아린이 뭔가 쓰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가스톤 스승과 케이사르그리고 수련생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다 썼냐?"

"후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병기창고 담당자들인 위원회 대신들을 설득시킬 그럴 듯한 사유서(事由書)를 작성하려면 정성 좀 들여야 한답니다. 호호."

잠시후 세아린이 뭐라 외쳤다.

"다 되었어요. 한번 보시겠어요"

"정말. 어디 한번 보자."

세아린 주위에 가스톤과 수련생들이 몰려들어 탁자에 놓여진 어둠의 병기 신청서에 적힌 사유서(事由書)를 일기 시작했다.

[ 존경하는 병기창고 담당 위원회 여러분 저는 금번 어둠의 종족 중 가장 촉망받는 젊은이들의 전투교육을 담당한 헬폰소 소속 가스톤 전사입니다. 우선 이번 두 번째 병기 신청서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 몹시 송구스럽고 염치없는 행동인 줄 아오나 어둠의 종족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희망이자 원동력인 제 제자들이 처한 처지가 너무 안되어 보였기에 이와 같은 사유서(事由書)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어주시고 넓으신 생각과 아량으로 결정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얼마 전 뜻하지 않게 저는 내 제자들을 데리고 야외 전투 훈련을 위해 어느 숲 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전 그들에게 담력을 심어주기 위해 평소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존재들이 출몰한다는 바로 그곳 숲 속에 10일 동안 제자들을 풀어놓고 그들과 대적하라 그랬습니다. 10일이 지난 뒤 전 그곳에 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제 제자들 대부분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그 연유를 들어보니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과 싸웠고 그들을 거의 제압하는 단계까지 들어갔다 그러던군요. 물론 우리 어둠의 종족의 희망인 이 제 젊은 제자들이 지상에서 두려워할 존재들이 어디 있겠습니다만. 거의 제압할 무렵 이들이 지난번 병기 창고에서 가져온 무기들이 맥없이 박살나는 바람에 그 무시무시한 존재를 놓침과 동시에 각자 부상을 입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정작 문제는 바로 이들이 실의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벌써 일주일 동안 식음(食飮)을 전폐하고 넋마저 나간 체 전혀 의욕도 희망도 없으니 전 왜 그런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제 제자들이 하소연한 말을 들어본즉 명색이 어둠의 병기를 믿고 지상의 적을 제압하려 했건만 이렇듯 쉽게 병기가 부셔질 줄 몰랐다며 그에 따른 엄청난 충격과 실망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들의 스승으로서 저 역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꼈습니다. 우리 어둠의 종족을 짊어질 젊은 희망들이 저 차가운 동굴 바닥에 오늘도 식사를 마다하고 하루하루 말라 비틀어져 가는 모습을 볼 때 과연 이 상황을 어찌할지 대책이 안 섭니다. 저들에게 한가지 희망이라면 오로지 하나입니다. 바로 저들 스스로 직접 어둠의 병기를 한번 더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물론 이번이 그 두 번째 신청이지만 제가 오죽하면 이렇게 염치를 불구하고 사유서(事由書)를 올리겠습니까? 부디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를 바라면서 선처바랍니다.

*존경하옵는 위원회 관계자 분들게 ]

글을 다 읽은 가스톤과 수련생들의 표정이 멍해있었다.

"이건 사기야!"

"와우. 대단하다. 아예 글을 만들어냈어."

"완전 거짓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진짜보다도 더 실감난다."

"세아린 넌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

"이 사유서 때문에 우리가 병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세아린은 진짜 슬기로운 여자란 말이야."

한참의 고심 끝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당장에 무기가 필요한 제자들의 표정을 보니 결국 가스톤 스승은 이 신청서를 위원회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을 때 믿기 지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바로 병기 신청서에 대한 답변이 위원회로부터 온 것이다. 가스톤과 수련생들은 저마다 가슴을 조리며 답장을 읽었다.

[친애(親愛)하는 헬폰소 소속 가스톤 전사님. 우리 위원회에서는 당신의 신청서를 수없이 검토한 결과 그 뜻을 수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규칙상 이러한 제안은 일말의 여지도 없이 거절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사유서(事由書) 내용을 보아 당신의 제자들은 천상인(天上人)들과 대결을 벌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둠의 병기가 파손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종족인 천상인(天上人)들에 의해서 이고 또는 어둠의 병기끼리 충돌 할시 어느 한 쪽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종족의 전설의 검 일명 하몬의 검과 만난다면 여지없이 박살날 수 있고 마족의 부활한 대살육자들과의 대결할 시에도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죠. 그러나 모든 정황으로 보아 첫 번째 이유가 가장 신빙성 있는 것으로 사료되오니 이번에 한에서만 특례법칙을 적용하여 그대의 제자들에게 어둠의 병기를 다시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사실 우리 젊은이들이 식음(食飮)을 전폐하고 차가운 동굴바닥에 누워있다니 위원장인 저로서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부디 그들에게 이 답장이 좋은 소식으로 전해져 하루빨리 원기를 되찾도록 힘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럼 아무 때나 이 답장을 가지고 어둠의 병기 창고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어둠병기창고 담당 위원장 ]

"야호. 성공했어!"

"세아린의 사유서(事由書)가 위원회를 감쪽같이 속였단 말이야."

"우와. 정말 대단해! 세아린 만세!"

수련생들은 갑자기 세아린에게 다가가더니 행 가래를 쳐주었다.

"으싸! 으싸!"

"헉! 그만 해! 떨어진단 말이야!"

"으싸! 으싸!"

한순간 동굴 안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고 가스톤 스승 역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허. 이거 내가 제자들의 속임수를 방관해도 되는 건지. 어쨌든 잘되었군."

그 다음날 이들은 가스톤 스승을 따라서 지하세계 깊숙이 있는 어둠의 병기 창고로 향하였다. 사실 세아린의 목걸이와 케이사르의 반지는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이들도 다른 수련생들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병기 창고에서 또 다른 무기를 고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바로 신청서에는 12명 제자들의 이름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어부지리(漁父之利)격으로

세아린과 케이사르는 한가지의 병기를 더 고를 수 있었다.

지하세계로 가는 입구는 근처 바위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다. 교묘하게 수풀로 위장된 동굴로서 이들은 드디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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