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74화 (74/157)

[데스퍼라도] 74. 하몬의 후계자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후계자

7개 군단장들은 저마다 눈빛이 반짝거렸으니 무엇인가 공감대를 형성하려했다.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까지의 전투는 각 군단의 독립적인 체제하에서 움직였던 것이다. 즉 상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던가. 각 군단장들은 자신들의 병력으로 다소 산발적이고 흩어진 전투를 펼쳐 왔던 것이다. 무려 7개 군단의 28만병이나 되는 병력이 현재는 16만 정도로 줄어있고 급기야는 산 구석으로 함께 몰리게 되었으니 배수의 진이라도 치고 마지막 항전을 기다려야만 했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캐시어스 3군단의 믿을 수 없는 용맹함과 무엇보다도 직급에 상관없이 처절한 혈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이들 7개 군단장과 병사들에게 서서히 용기를 심어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의 대열을 바꾸어 상급전사가 최전방에서 선제 공격을 취한다는 사실에 저마다 분명 느꼈으리라.

비록 많은 병력을 잃어 사기가 떨어질 때로 떨어진 7개 군단이지만 만약 그들의 지휘체계를  통일시켜 한데 뭉치고 3군단이 보여준 대열대로 각 군단의 수호전사들과 실전부대를 앞세운다면 이 난국에 무엇인가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과연 각 군단장들은 그 위치에 허명(虛名)으로 오르지 않았는지라 저마다 독립된 명령체계를 절실히 원하는 것 같았다. 결국 이들은 신속한 회의를 거쳐 현 7개 군단장 중 그 경험이나 나이가 많은 하켄 군단장을 총사령관으로 정했고 이 순간부터 7개 군단이란 의미보다는 살아남은 15만명이 한 개 군단으로서 그 체제를 바꾸었다. 모든 수호전사들은 그들의 위치를 최선두 부대에 배치했고 그 뒤로 실전부대. 검술부대, 창부대, 일반부대, 화살부대 순으로 다시 재정리했다. 물론 각 병사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소속군단장의 명령을 듣지 않고 총사령관인 하켄의 일사분란한 명령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명령체제였지만 각 기 다른 소속의 병사들과 상급 지휘관들은 잘 따라 주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바램이라면 오직 저 피를 뿌리며 처절한 혈투(血鬪)를 벌이는 캐시어스 3군단을 죽음으로부터 구한다는 생각이었으리라.

"하켄 총사령관님. 시간이 없습니다."

"모든 준비는 갖추어져 있겠지. 아무튼 신의 가호가 있기를...자 각 지휘관들은 총공격을 시작하시오!"

하켄 사령관의 명령으로 15 만명이 방패부대를 선두로 일시에 저 아래 평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물론 선두 방패 부대원들은 페몬, 레쏘비나, 아크 수호전사들과 실전부대원들이 잔뜩 독이 오른 체 몸을 숨기고 있었고 그 뒤로 일반 병사들과 화살부대, 창부대가 뒤를 따랐다.  15만명이라면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족 본진에 남아있던 7할 정도의 숫자만 하더라도 50만이었으니 사실 이번 전면전이 바로 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 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운명이 걸린 한판이었다. 전쟁이란 어차피 그 병력 수에 우세한 쪽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고로 이미 7개 군단의 총 공격을 예상한 마족 총사령관은 그들의 공격에 아직까지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았다.

"타카첸 대장님의 말씀이 맞구려. 크크. 결국 저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군요."

"20만 병력은 저 아래 1개 군단과 전투를 벌이고 50만의 병사들이 저들 7개 군단을 막는다라. 후후. 별일 없으면 여기서 게임은 끝이나겠지요. 뭐 우리 타카첸 마족이 협조해 드릴 필요도 없는 것 같구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지 마시오. 지금 7개 군단의 병사들은 잔뜩 독이 오를 대로 올랐소. 바로 저 아래 1개 군단의 인간동족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혈투를 벌이니 아마 사기가 잔뜩 올랐겠죠. 하지만 15만 정도로 보이는 저들이 우리 50만 마족에 위협이 되리라 보진 않소이다."

"애초부터 이 전쟁은 숫자가 월등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물론 변수만 없다면야. 그렇지요. 후. 지금 상황에 그런 변수가 일어날 조짐은 없으니 뭐    제가 미리 승리의 축하 인사를 드려도 될 것 같군요. 하하."

"하하. 저 역시 타카첸 대장님의 승리의 축하 인사를 미리 받아두죠. 하하."

한편 아직도 사투를 벌이는 캐시어스 3군단은 이젠 젖 먹던 힘까지 다 썼는지 마족들에게 점점 밀리고 있었다. 그나마 저편 고지대에서 인간 제국 연맹 7개 군단이 방패를 앞세워 새까맣게 평야를 덮고 진군하자 마치 구원의 빛 한줄기가 비추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빛은 말 그대로 한줄기에 지나지 않았던가? 사실 3군단의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 자신들과 전투를 벌이는 마족들과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었다. 마족의 3할이라고 하지만 그 조차도 20만이나 되지 않았던가. 그나마 캐시어스 3군단은 믿기 지 않을 정도의 투혼(鬪魂)을 발휘하여 적들의 20만 병력을 거의 반으로 줄여 놓았지만 그 나머지조차도 10만이나 되었고 3군단의 38000명의 병력도 어느새 3분의 1이 희생되었다. 게다가 모든 체력이 바닥 났으니 이쯤에서

3군단의 생사(生死)도 그야말로 바람 앞에 촛불이었으리라.

한편 아직도 피를 뒤집어 쓴 체 혈투를 벌이던 리크가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끝나는가? 나..난 진정 하몬의 후계자가 아니다. 만약 그 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전쟁에 애초부터 3군단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었어. 나로 인하여 벌써 많은 병사들이 죽지 않았는가? 내게 갈비아스 파동검술의 마지막 공격이 있다고 하지만 이번 한번 공격으로 나의 모든 진기는 고갈되어 더 이상 전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때 저 멀리서 친위대장 폰티앙이 마족들을 베고 또 베면서 리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리크 가벤더. 결국 자네가 주장하던 대로 요 모양이 되었군. 자 이젠 어떡할건가? 그 위대한 하몬의 후계자께서 벌써 겁을 먹었는가? 하하하. 모든 게 끝이야. 명예고 용맹이고 없단 말일세. 죽으면 한순간에 끝이란 말일세."

리크는 갑자기 입술마저 벌벌 떨었다.

'아..저들 타카첸 마족들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어. 절망(切望)이란 이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 검마저 잡을 힘이 없다. 더구나 두려움 마저 이는군. 젠장.  '

폰티앙은 리크가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다시 뭐라고 외쳤다.

"뭐 하는 거야! 아직도 많은 병사들이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고. 자네가 진정 하몬의 후계자라면 힘을 보여 주던지 아니면 장렬하게 전사하라고. 그렇게 두려운 표정을 짓지 말고. 빌어먹을!"

순간 리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많은 병사들이 피를 뿌리면 끝까지 항전을 하였다.

하지만 힘에 부칠 대로 부친 그들은 자신들의 피를 뿌리며 장렬하게 전사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쓰러지는 병사들 모두는 마치 리크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고 결국 대부분 두 눈을 뜬 체 저 대지 아래로 하나둘씩 기울어져 갔다. 리크는 그들의 눈빛 마저 두려웠는지 이내 고개를 떨쿠고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는 지면에 박힌 하몬의 검 손잡이를 아직도 꽉 쥐고 있었다.

무딘 날, 다소 검은 검 면에 수없이 그려진 도형과 글씨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건 하몬의 검..그래 난 하몬의 검을 쥐고 있었지."

순간 리크는 벌떡 일어나더니 검을 허공 높이 들었다. 아직도 새까맣게 평야를 뒤덮고 있던 마족들을 향해 소리쳤다.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1공격 순간지체술!"

"슈..슈..슈..슈..슈.."

거대한 빛이 평야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순간 평야지대 넓은 어느 한 부분에 있던 수천명의 마족들이 동작을 멈추어 버렸다.

"죽어!"

리크는 순간지체술로 멈추어 있던 마족들 사이사이로 최상승 경공을 써서 순식간에 도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주위에 있던 다른 3군단의 다른 병사들도 갑자기 멈추어 버린 마족들을 보고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려 리크와 마찬가지로 도륙의 장에 끼어 들었으니 짧은 시간에 수천명의 마족들이 쓰러져갔다. 리크는 다시 다른 지역에 갈비아스 파동검술을 시전했고 역시 전혀 미동도 못하는 마족들을 살육하기 시작했고 수천명의 3군단 병사들도 아예 리크를 따라다니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마족들을 마구 죽이기 시작했다. 이런 공격이 재차 3차 4차 들어가자 전세는 3군단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리크느 처음 갈비아스 파동검술 공격을 시 전할 때 절망적이었다. 단 한번의 갈비아스 파동검술 공격으로 모든 공력과 체력이 바닥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몬의 검은 그 자체의 에너지를 쏟아낼 뿐 결코 리크의 에너지를 빌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파동검술을 시전 할 때마다 하몬의 검에서 나오는 그 빛줄기는 더욱 눈이 부셨고 그 위력마저 증가되고 있었다.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2공격 파장분열술!"

이번엔 하몬의 검에서 손바닥만한 빛 방울이 꾸역꾸역 형성되더니 마족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제1공격 순간지체술의 비해서 2공격 파장분열술의 빛 방울들은 그 영역이 몇 배나 더 컸고 이내 전 평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잠시 후 안개로 변하더니 그 많았던 마족들이 분열을 일으키고 점차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실로 구사일생(九死一生)은 이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리크의 갈비아스 파동검술은 3군단의 목숨을 구하고 이내 대 반격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제는 곳곳에 남아있던 마족들만 토벌하면 이 언덕아래 전투만큼은 3군단의 승리였던 것이다.

한편 마족 본진에서 이를 바라보던 마족 총사령관과 타카첸 대장이 경악을 했음은 물론이었다. 특히 그 침착하리만큼 표정변화가 거의 없던 타카첸 대장은 얼굴마저 창백해지고 입술마저 벌벌 떨었으니 과연 그가 2000년 전 모든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부활자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하몬의 검이 나타나다니. 그렇다면 저자는 하몬의 후계자인가?"

하몬이라는 말에 마족 총사령관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뭐라고요. 하몬이라니요?"

"시간이 없소! 사령관은 일단 본진 부대로 저 7개 군단의 공격을 막으시오. 우리 타카첸 마족 전원은 하몬의 후계자를 막아야하오. 그리고 절대 명심하시오. 우리 타카첸 마족이 전멸 당할지라도 절대 저자를 피하시오."

"전멸 당하다니요?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더구나 고작 한 명인데."

"하몬에 대해서 모른단 말이오?"

"얘긴 들어봤는데요."

난 2000년 전 하몬 그 놈과 직접 전투를 벌인 적이 있단 말이오. 아무튼 현재로서는 저 하몬의 후계자가 아직 하몬의 힘을 다 찾지 않기를 빌 뿐이오. 즉 우리도 모험을 걸어야 한단 말이오. 저 하몬의 후계자가 갈비아스 파동검술 1공격 2공격을 넘어서는 4공격마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린 승산이 없소이다."

"4공격이라니요?"

"조금전 사령관도 목격하지 않았소. 저자의 1공격과 2공격에 의해서 마족병사들의 그토록 짧은 시간에 도륙 당하는 것을.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소. 우리 타카첸 탁트 게열 전사들에게는 갈비아스 3공격까지는 막아낼 능력은 있습니다만. 만약 4공격이 실전 된다면.."

타카첸 마족 대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이내 자신의 안쪽에서 가느다란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각 막사에서는 타카첸 마족들과 그들의 사냥개인 묵스막크 요정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타카첸 대장은 급한 듯 뭐라 소리쳤다.

"하몬의 후계자가 나타났다. 저마다 대열을 갖추도록."

하몬이란 말에 타카첸 마족들은 이내 경악의 표정들을 지어 보였고 심지어 그들에게는 공포감 마저 감도는 빛을 느낄 수 있었다.

"탁트 계열 전사들이 최선두로 나서고 모두 변신준비를 취하도록. 부활한지 얼마 안 되어서  벌써부터 우리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이 상당히 유감이지만 하몬의 후계자가 나타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시후 타카첸의 상급전사들인 탁트 전사들은 저마다 차고있던 검과 전투복들을 전부 벗어 던지고는 알몸으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들의 신체가 조금씩 변형이 되니 이를 바라보던 마족 사령관이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2000년 전 말로만 듣던 타카첸 마족의 전설을 보게 될 줄이야. 후. 저들은 분명 마룡(魔龍)의 현신(現身)을 하려는 게야."

그들의 신체는 점점 커져갔으며 이내 등뒤에서 거대한 날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얼굴마저 괴이하게 변하면서 날카로운 송곳 이가 불쑥 튀어나왔고 각자의 손과 발에서는 길다란 손톱과 발톱이 쑥쑥 자라나기 시작했다. 다소 인간형이었던 그들의 모습은 급기야 사악하고 흉측한 몰골의 마룡(魔龍)으로 현신 하였고 그 울음소리마저 천지를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크! 아!"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울부짖는 소리는 대지의 병사들마저 소름끼치게 하였으니 한순간에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공격을 위해 진군하던 고지대의 7개군단 병사들과 저 아래 평원에서 사투(死鬪)를 벌인 끝에 겨우 승리를 쟁취한 캐시어스 3군단 병사들은 바로 그 소리의 진원(眞元)이 되는 곳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느 사이에 수백 마리의 마룡(魔龍)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잠시 후 마족 본진에서는 마룡들이 저마다 날개를 퍼득거리며 지면을 박차고는 일시에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피 빛의 마룡들은 이내 허공을 휘젓고 다녔으며 다시 엄청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크 앙!

한편 리크 역시 갑자기 나타난 마룡(魔龍)을 보고는 뒤로 주춤했다.

"설마 저 용(龍)들이 타카첸 마족의 실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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