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70화 (70/157)

[데스퍼라도] 70. 하몬의 후계자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후계자

3군단의 각 지휘관들과 모든 병사들은 일시에 침묵을 지키고 언덕 위에 서있는 젊은 전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복장으로 보아선 하급계열의 아크 수호전사 같은데 겁도 없이 게아므트의 앞 길목 정면에 버티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캐시어스 군단장을 호위하던 친위대들과 페몬 수호전사들이 극도의 긴장 속에 서서히 다가오는 게아므트와 일전을 벌이려던 차에 리크가 그 중간에  끼어 든 꼴이었으니 모든 사람들의 집중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한편 대살육자인 게아므트는 하급전사의 복장으로 자신 앞에 턱 나타난 불청객이 귀찮다는 듯 한순간에 없애버리려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검을 어깨에 걸쳐 매고 어떠한 감정에 동요됨이 없이 자신을 무심(無心)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결국 게아므트의 눈빛이 번뜩였고 리크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 내가 무섭지 않은가?"

"두렵소."

"후후. 두려운 줄 알면서 내 앞에 나섰다는 것은 목숨을 버리겠다는 뜻인가.?"

"단지 두려울 뿐이오."

"두렵다면서 내 앞을 가로막다니. 거참 대답이 묘하군. 보아하니 하급전사 같은데 도대체 객기인가 아니면 바보인가?"

게아므트는 리크에 대하여 묘한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종족의 일개 하급 전사가 검을 어깨에 맨 체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그에게 점차적으로 호기심이 일어났다. 한편 이를 지켜본 3군단의 고위 장성들조차 갑자기 리크가 나선 것에  점차적으로 회의 찬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특히 친위대장 폰티앙은 캐시어스 군단장을 부축하고 있으면서도 앞에 서있는 리크를 보며 뭐라 투덜거렸다.

"또 리크 가벤더군. 정말 저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나서는군. 도대체 저 녀석이 죽고싶어 환장을 했군."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이 뭐라 말문을 열었다.

"저 둘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 못합니다."

폰티앙 친위대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

"게아므트가 수만년전 대살육 마족 전사였다면 리크는 2000년전 우리들의 대영웅 하몬의 후계자이니 어느 쪽이 확실히 승산이 있다고는 예측 못합니다. 단지 리크님은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에요."

캐시어스 군단장의 말에 폰티앙 친위대장뿐만 아니라 그 주위 호위를 맡고 있던 페몬 수호전사들이 경악을 했다.

"하몬의 후계자라니요. 저 하급계열의 아크 수호전사가 말입니까?"

"리크가 하몬의 후계자라면. 이건 인간 제국에 있어서 대 역사적인 사건일텐데. 군단장님께서 느닷없이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하몬의 후계자인 리크님이 비밀을 지켜 달라 그랬지만..이젠 그대들도 리크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도..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요. 저희 모두 어린 시절부터 하몬의 영웅담을 듣고 그분의 발끝이라도 따라가자는 심정으로 삶의 목표를 세웠을 정도였고 이제나저제나 하몬님의 후계자를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느닷없이 우리 3군단의 하급전사가 하몬의 후계자라니 혹시 군단장님께서 뭔가 착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지금의 게아므트와 맞서는 리크님을 보면 그 답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겠죠."

캐시어스 말에 페몬 수호전사들과 친위대들은 일시에 리크 가벤더를 쳐다보았다. 한편 게아므트는 더 이상 말하는 것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뭐라 말했다.

"흠. 제법 용기를 내서 내 앞을 가로막았지만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바로 네 뒤에 나를 기다리는 예쁜 아가씨이지. 뭐 너희들에게는 하늘과 같은 군단장이 될지 모르지만. 자 전사여 검을 어깨에서 내려 공격을 하거라. 내 그대의 가상한 용기를 생각해서 정식으로 대결에 응하리라."

"이것이 공격 자세요. 그러니 그대가 먼저 공격을 하시오."

"뭐..뭐라고. 하하하. 이 것 참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미친 거냐? 아니면 자살이라도 하고 싶어 나를 자극시키는 게냐? 하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군. 에 잇!!"

"팟!"

게아므트는 가벼운 손짓으로 허공을 하번 휘저었다. 그러자 투명의 기류가 형성되면서 이내 맹렬한 속도로 리크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하하. 그럭저럭 즐거운 대화였다. 다소 황당한 감도 있었지만."

"펑!!"

투명의 기류가 하몬의 검과 부딪히면서 그 충격으로 주변 반경에 엄청난 굉음과 불꽃이 일어났고 뒤에 있던 캐시어스 군단장과 고위장성들 마저 약 20 M뒤로 튕 겨 나갔다. 하지만 리크 만이 흠뻑 패여 진 구덩이에서 하몬의 검을 자신의 눈 높이에 수평으로 잡고 겨우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한편 온몸이 산산조각 폭사(暴死) 되었을 줄 예상한 게아므트가 이내 경악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야? 아직도 살아있다니?"

그때 리크가 수평 자세로 잡고 있던 하몬의 검을 수직 방향으로 세우더니 뭐라 외쳤다.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2공격 파장분열술!!"

"팟 밧!"

"갈비아스라니.."

"슈. 슈. 슈."

묘한 기운을 느낀 게아므트가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미 리크의 검에선 비누 방울같은 것들이 수천 개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햇빛에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방울들이 그를 쫒아서 하늘로 뭉클뭉클 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하늘전체가 방울들로 뒤 덮였고 게아므트는 그 방울들과 닿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그 틈 사이에서 절묘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뭐야. 이 방울들은. 지금 설마 나와 장난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때 리크가 또 다시 뭐라 외쳤다.

"분열하라!!"

순간 허공에 떠있던 주먹만한 방울들이 촘촘히 부셔지더니 이내 깨알같은 크기로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작은 입자로 변해버려 흡사 안개와도 같은 분열체들은 게아므트의 몸을 향해 덮쳐갔다.

"헉!"

과연 수만년만에 부활한 대살육 전사였던가. 게아므트 역시 이번만큼은 자신의 절기를 최대로 끌어 올려 지상 있는 리크에게 공격을 하였다. 그러자 거대한 불덩이가 일면서 마치 화산의 용암줄기가 풀풀 쏟아내는 것처럼 허공에서 때아닌 불벼락이 지상으로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3군단의 병사들은 저마다 대형 방패를 이용하여 한치의 틈도 없이 방어벽을 형성했고 캐시어스 군단장을 호위하던 지휘관들도 방패를 이용하여 무섭게 떨어지는 불덩이들을

막고있었다. 하지만 게아므트의 무시무시한 공격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리크 시전해서 일으킨 방울이 더 작은 분열체가 되었고 이젠 안개로 변해버린 작은 입자들이었다. 사실 게아므트는 불덩이를 이용하여 안개를 없애고 지상 공격까지 감행하는 작전을

펼쳤지만 안개는 전혀 영양을 받지 않고 하늘에 온통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어느새 그 안개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게아므트를 감싼 안개는 분명 그 형상이 눈에 보이나 그 어떠한 감촉이나 느낌이 없었다.

"젠장. 이것들이 뭐지. 전혀 느낄 수가 없어."

게어므트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제 보니 그럴싸한 그림만 연출했군. 젠장 괜히 당황했잖아. 아무튼 나를 긴장시킬 정도였다니. 정말 대단하군. 자 그럼 이쯤에서 모두 끝내버리자. 난 할 일이 많거든."

게아므트는 허공에서 다시 한 손을 내저으려고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자신의 팔을 무심코 보았고 이내 경악을 하였다. 팔이 뭉클뭉클 거리 더니 이내 방울로 변했고 다시 분열하여 더 미세한 입자들로 변해버려 급기야는 안개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반응은 연속적으로 다른 신체부위에서도 일어났다. 발, 다리, 허벅지, 몸통 등으로 이어졌다.

"안..안돼!! 내 몸이 분해되고 있어. 뭐야.!! 안돼! 이제 수만년만에 부활 했는....헉.."

마지막 남은 그이 얼굴마저 분열되니 이미 그의 모습은 허공에는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23만년 전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2공격 파장분열술이 2000년전 하몬에 의해 시전 된 지 지금 리크에 의해서 재현되었다. 파장분열술이란 빛의 파장 입자를 증폭 시켜 방울의 크기로 확대하고 상대 적의 신체에 흐르는 파장과 똑같이 조율하고는 일시에 분열시키는 실로 무서운 기술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한편 얼굴에 땀이 송송 맺힌 리크는 검을 거두었고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온 기력이 모두 소진된 것 같군."

3군단의 모든 사람들이 구덩이에 무릎을 끓고 멍하니 앉아있는 리크에게 몰려가기 시작했다. 이내 그 주위에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들었고 저마다 리크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몬의 검을 등뒤에 차고는 겨우 일어나 구덩이에서 리크가 올라오자 병사들은 길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그는 지휘막사가 있는 곳으로 겨우 걸어가더니 캐시어스 군단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예의 표하고는 그 자리에서 풀석 쓰러졌다. 캐시어스는 놀라서 뭐라 외쳤다.

"빨리 리크님을 중앙 회의 막사로 모셔요!"

주변에 서있던 페몬 수호전사들이 리크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더니 재빨리 막사 안으로 데려갔다. 그때 캐시어스는 갑자기 눈물이 글썽이더니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잘 모셔야 되요! 우리 3군단은 영광스럽게도 하몬의 후계자를 얻었고 그 분의 역사적인 첫 번째 전투까지 목격한 이 시대의 최초의 인간종족이란 말이에요."

43만년이란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사계(四界)에는 헤성과 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수천 수만명의 영웅들이 있었다. 자고로 영웅은 난세(亂世)에 그 빛을 바란다고 했는가? 사실 인간 종족뿐만 아니라. 다른 마족, 천상인, 영계, 어둠의 종족 등 대륙의 역사서고에는 그 이름을 후세에 알리고 사라졌던 영웅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진정 수백개의 대륙을 통일하고 모든 종족을 제압한 자는 아직 43만년이란 긴 역사를 통해 나타나지는 않았다. 단지 통일을 눈앞에 두고 사라졌던 불세출의 대영웅들은 극소수였다. 바로 인간 종족에서는 23만년 전 갈비아스와 2000년 전 하몬 그 외 몇 명 정도가 대 영웅의 반열에 올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 사람들은 불과 2000년 전에 헤성과 같이 나타나서 인간종족의 거대한 힘을 형성한 하몬에 대해서만큼은 아직도 피부에 와 닿는 것처럼 거의 신(神)적으로 그를 추앙하고 있었다. 캐시어스 3군단 역시 다른 인간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지난날의 인간 제국의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영웅의 전설을 재현시키는 후계자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헌데 오늘날 그 하몬의 절기를 사용하는 자가 나타났으니 그 누구도 이 같은 사실에 어리둥절 할뿐이었다.

그날 저녁 회의 막사에는 그간의 전례를 깨고 캐시어스 군단장만이 앉을 수 있는 상석에    아크 수호전사인 리크가 앉아있었으니 이는 분명 3군단에서 공식적으로 리크를 하몬의 후계자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리크 그 자신이었다.

"왜 들 이러시는지. 정말 부담스럽군요. 저..저는 당장이라도 제 막사로 돌아가고 싶군요."

"그대의 출현은 실로 3군단 아니 아미리스루텐 제국뿐만 아니라 저 인간 제국의 역사적인 사건이란 말이에요."

"전 하몬님의 검을 빌렸을 뿐 아직 그분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를 않네요."

"리크 가벤더님.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결례(缺禮)를 저지른다는 것을 모르세요. 그러니 괜히 쑥맥처럼 굴지 마시고 좀 받아들이세요."

리크는 캐시어스 군단장이 쑥맥이란 말에 다소 멋쩍어했다. 세아린이 자주 자신을 놀릴 때 사용하던 말을 캐시어스도 사용하지 않는가? 아무튼 리크는 어떨 결에 3군단 최고의 상석인 군단장 자리에 있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친위대와 페몬 수호전사들로 이루어진 고위 장성들의 시선들 마저 소화를 시켜야만 했다. 사실 리크가 사용했던 갈비아스 파동검술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바로 캐시어스 뿐이었고 그녀는 그 기술이야말로 하몬님이 2000년 전에 사용했던 비전절기라는 사실을 주장하였기에 리크가 하몬의 후계자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때 친위 대장 폰티앙이 앞으로 나서더니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말씀드리기 죄송합니다만. 리크 가벤더 아크 수호전사가 하몬의 후계자란 사실에 몇 가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친위대장님 이번엔 또 뭘 가지고 꼬투리를 잡으려 하죠?"

"리크 전사의 그 고향과 가문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불과 지금으로부터 2 년 전만 하더라도 리크 가벤더란 이름은 우리 아미라스루텐 제국에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다른 제국에서 전입된 기록도 없으니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표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순간 회의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출처의 근거가 없다니. 도대체 무슨 얘기지?"

"그런 자가 어떻게 군입대를 할 수 있지? 명확한 신분절차 없이는 군입대가 허용되지 않는데."

그때 친위대장 폰티앙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우리 아미라스루텐 제국을 떠나기에 앞서 리크 가벤더라 전사의 그 점이 이상해서 조사해보았는데 결국 제 범위에서 벗어나는 최상층부에서 정한 일이더군요."

"뭐라고요? 최상층부라면? 제국 의회와 황실과의 연대로 이루어진 원로원 아닙니까?"

"맞습니다. 리크 가벤더 전사는 분명 그들의 의도대로 군 입대를 허용 받은 것입니다. 원로원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 누군가로부터 가스톤이라는 원로 한 분에 대해서 전해들은 얘기 있죠. 그분은 실질적으로는 명예 원로원의 자격을 갖고있고 바로 황실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힘도 잇다는 사실을요. 리크 가벤더의 군입대도 결국에는 그분의 요청에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이 뭐라 말했다.

"폰티앙 친위 대장님. 원로원과 황실에 대해서 군단 내에 소속된 일개 친위대가 거론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더구나 오히려 명확해졌군요. 적어도 원로원에서 리크 가벤더님의 출처를 보장한다면 그보다 확실한 것은 없지요. 비록 어떤 이유에서 리크님의 과거가 인위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국가가 인정해준 합법적 절차로 군입대가 허용된 것 아닙니까?  이에 대해서 더 뭐라도 하실 말씀이 남아 있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저는 다만 궁금하였기에. 더구나 갑자기 하몬의 후계자까지 출현하고 바로 그 대상의 불분명한 출처가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만 결례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제국에서 최상층부인 원로원에서 결정된 일을 가지고 우리가 왈가불가 하는 것은 명백한 월건 행위입니다. 그러니 이후로는 그런 사견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3군단에서 하나의 대역사가 이루어진다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평생 다시 있겠습니까? 말로만 들었던 고대의 케아므트라는 대살육 마족 전사의 출현으로 부활전설이 사실로 밝혀졌고 더구나 바로 하몬의 후계자님이 출현하여 마치 거짓말처럼 그를 일거에 제압하지 않았습니까?"

이날 회의는 과연 군단내의 엄숙한 회장답게 그 내용들 또한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러기를 3시간이 흘렀으니 마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온몸이 근질근질 거리던 리크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대고 하품까지 할 정도로 지루함을 느꼈다.

'후. 도대체 언제 끝나려나. 이거 적과 싸우는 것 보다. 지루함과 싸우는 것이 더 괴롭군.'

드디어 회의 끝이 나고 결국 캐시어스 군단장과 리크만이 막사에 남게 되었다.

"지루하셨죠?"

"예 조금은.."

"저기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아까 낮에 펼치신 검술이 갈비아스 제2공격 파장분열술이지요."

"예."

"혹시 제 3공격술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안되나요. 사실 제가 알고 있는 하몬님의 절기는 제2공격 거기까지라서."

시간이 제법 흘렀고. 이 둘은 한시간이 지나서야 대화를 마쳤다. 캐시어스는 리크를 막사 밖으로 배웅하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후. 3공격술부터 7공격술에 대한 얘기 잘 들었는데. 정말 믿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세상에 그런 것들이 존재하다니요. 후. 변신이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저도 걱정됩니다. 아직 한번도 시전 안 해 본 것들이라서.

다음날 아침. 캐시어스 제3군단은 다시 행군의 길에 올랐으며 전 병사의 발걸음 역시 가벼웠다. 하몬의 후계자가 자신들과 동행을 하니 이루 말 할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해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었다. 고대 살육전사들의

본격적인 부활이 언제 이들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고 그토록 두려운 타카첸 본진 마족 부대와도 부딪칠 지 몰랐기 때문에 한편으론 두려움 또한 감출 수는 없었으리라. 인간 제국에만 영웅이 있었던가? 물론 마족과 어둠의 종족 등에도 불세출의 영웅들이 존재했었다. 인간제국 처럼 그 후계자가 전대 영웅의 대를 있는 형태와는 달리 그 영웅들 스스로가 완전하게 부활하는 마족과 어둠의 종족의 전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시대를 달리하는 타 종족들의 고대 영웅 부활은 이제 겨우 출현한 인간 종족 하몬의 후계자와 겨우 그 형평을 맞출 뿐 리크가 그들을 쉽게 제압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3000년전의 게아므트 살육전사 이외에 각 다른 시대에서 모든 대륙을 공포에 떨게 한 대살육자들이 계속해서 부활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어둠의 종족은 아직 그들의 정체마저 드러내지 않고 있고 신비의 종족 천상인(天上人)들 역시 오랜 세월 그 자취를 감추고 있지 않은가.

계속

***

어제 누군가가 삼룡넷 연재란에 누군가 거짓 연재와 욕설로 독자님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는데 이후로는 제가 연재란 관리를 직접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일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드리면서. 즐독 하시기를~^^ 이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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