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67. 하몬의 후계자
데스퍼라도(Desperado)
수호전사
타카첸 마족 대장과 그 외 장수들은 분명 리크의 파동검법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더구나 그들은 저마다 하몬을 외치니 23만년 전 갈비아스 파동검법을 2000년 전 하몬 역시 사용한 듯 하였다. 어쨌든 타카첸 대장을 비롯하여 수십 명의 마족 장수들은 기겁을 하여 공중으로 튀어 올랐으니 과연 리크가 시전 하는 파동검법의 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처럼 기절초풍을
하는가 말인가?
"젠..젠장 파동술이 틀림없어 빨리 저 놈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나라고."
하지만 이미 리크의 하몬 검에서는 빛들이 모여 빛줄기가 되고 이내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저 편 공중으로 솟구치는 마족들을 덮쳐버렸다.
"파박!"
"악!"
"헉!"
리크의 검에서 나온 빛줄기가 마족의 신체에 닿자 거짓말 같은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저마다 허공에서 몸이 뜬 체로 굳어져버리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한편 제7조 대장인 패몬 수호전사 아멜리온과 다른 7조 전사들 모두는 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허공에서 미동도 않고 떠있는 마족들을 보며 경악해마지 않았다.
"뭐..뭐야?"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거야?"
그때 리크가 공중으로 튀어 오르더니 하몬의 검으로 허공에 떠있는 수십명의 타카첸 마족들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슉!"
"데컹!"
"팍!"
지금 리크의 행동은 마치 망나니가 움직이지 못하는 죄수들의 목을 쳐 처형시키는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바로 지난번 리크가 자신의 동료인 아크수호전사들에게 딱 한 번 시전 했던 23만년 전 갈비아스 파동검법 제 1공격 순간지체술을 오늘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했던 것이다. 한편 지상에는 그들의 사냥개들인 묵스막크라는 요정모습의 존재들도 리크의 빛에 영향을 받았는지 꼼짝 않고 있었다. 그때 허공에서 타카첸 대장과 마족 장수들의 목을 벤 리크가 황급히 소리쳤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마족과 묵스막크들을 처치하세요!!"
사실 한순간에 적을 마비시키는 순간지체술의 지속효과는 그리 길지 않았다. 잠시후면 마족들과 묵스막크들이 다시 움직일지도 몰랐다. 다행히 제 7조 대원들은 리크의 말에 정신이 들었고 아직도 마비된 나머지 적들의 몸통을 사정없이 베기 시작했다. 대살육의 현장에는 어떠한 비명 소리도 없었다. 몸통이 끊어지고 허리가 잘려도 그 어떤 자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과연 세상에 이런 전투 기술이 존재하였던가. 그것도 하급계열인 일개 아크 수호전사에 지나지 않는 리크에게서 나온 전투 기술이 아니었던가.
잠시후 순간지체술의 효과가 풀렸는지 여기저기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000년 전 하몬에 의해서 소멸되었던 타카첸 마족들은 오늘날 사술에 의해 부활된 후 인간종족들을 맞아 연전연승(連戰連勝)했고 자신들의 급수와 같은 적을 아직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하늘 위에 하늘이 있었음을 뼈져리게 느꼈으리라. 무언가 빛이 터지면서 정신을 잃었고 잠시 후 깨어나 보니 자신의 팔 다리가 분리되어 있었으니 이처럼 황당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제7조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마족과 묵스막크들을 어떨 결에 혹은 정신없이 죽이고 베었지만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났는지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한마디로 싸움은 쉽게 끝났다. 리크의 파동검법 제 1공격인 순간지체술에 의하여 전혀 예기치 않은 승리를 맞게된 것이었다.
그날저녁 캐시어스 제3군단장은 긴급회의를 주선했고 페몬 수호전사들로 이루어진 고위 장성들과 친위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뭐라 말문을 열었다.
"총 10개조로 나뉘어진 마족 수색조 중 아멜리온 페몬 수호전사의 제7조만이 적들을 찾아내어 철저하게 응징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말로 만 듣던 타카첸 마족들과 만나 그 첫 번째 전투에서 완벽한 승리를 한 제7조 수색조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타카첸 마족들이 그렇게 쉽게 호락호락 당하던가요. 내가 알기로는 상당한 전투실력을 가진 자들이라 하던데."
그때 제7조 수색대장 아멜리온 페몬 수호전사의 표정이 다소 진지해지더니 이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대로 말씀 드리자면 저희 7조 수색조는 한마디로 전멸 당할 뻔했습니다."
순간 회의장은 아멜리온의 말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전멸 당할 뻔하다니.."
"아니 무슨 말씀이오? 그들을 완벽하게 토벌 했잖습니까?"
"후.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일단 타카첸 마족은 상상이상의 전투 실력을 가졌고 이후로 그들과 마주친다면 절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그렇다면 이번 토벌작전은 뭔가 기적이라도 일어났단 말입니까?"
"그 기적이란 표현 말씀 잘하셨습니다. 진짜 기적이이 일어나긴 일어났으니 말이죠."
그때 아멜리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캐시어스 군단장에게 허리를 굽혀 예의 표했다.
"캐시어스 군단장님이 허락만 하신다면 현재 열리는 이 회의는 누군가를 소개 드리고 싶은데요?"
"소개라니요?"
"바로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니요?"
캐시어스는 도대체 아멜리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때 아멜리온 페몬 수호전사가 뭐라 소리쳤다.
"리크 가벤더!! 들어오게나!"
막사입구에 모습을 나타낸 리크는 제3군단장 캐시어스와 각 고위장성, 친위대의 모든 시선을 받자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아멜리온이 일어나더니 직접 리크를 데리고 회의 중앙한가운데로 왔다.
"현재 아크 수호전사 제 4막사 소속 리크 가벤더. 바로 그가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죠."
잠시후 아멜리온은 아까 낮에 있었던 상황을 제법 자세하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저마다 믿기 지 않는 표정으로 아멜리온의 말을 경청했고 또한 리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그럴 리가..그런 전투기술이 존재하다니요?"
"일개 아크 수호전사가 어떻게.."
"하하. 저도 두 눈으로 목격하고도 아직 믿기 지 않으니 여러분들이야 오죽 하겠소!! 하하하. 리크 가벤더 아크 수호전사는 필시 어느 명문 가문의 자제가 틀림없소. 숨겨진 가문의 비전절기를 배우고 군대에 입대한 명문가의 후계자란 말이지요."
그때 친위대장 폰티앙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중앙에 서있던 리크에게로 다가갔다. 폰티앙은 독사처럼 차가운 성격으로 정평이나 있었고 오늘도 다른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느 가문 출신인가?"
다짜고짜 내뱉는 말에 리크는 순간 당황했다. 그에겐 이 사계(四界)라는 세계에 덜렁 차원 이동되었으니 가문이고 뭐고 연고지가 있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뭐야?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
리크는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꾸며서 말하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떨 결에 생각난 것이 그만 요즘 비밀리에 수련하는 갈비아스 파동검법뿐이었으니.
"갈비아스...."
"갈비아스라..흠 처음 들어보는 가문 같은데.."
"갈비아스.."
"아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아..갈비아스라"
"그러게 말이야 갈비아스라면 설마 고대 인간문명의 시조이자 대영웅 갈비아스르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우리 인간 문명을 전 대륙에 심어놓으신 시조님도 갈비아스인데 혹시 그분과 뭔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더구나 먼 태고 적인 23만년전 분인데 오늘날까지 그 후예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라고. 후후. 웃기는 소리.."
회의장은 갈비아스란 리크의 말에 저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 역시 궁금한 표정으로 리크에게 뭐라 물어보았다.
"23 만년 전 갈비아스 고대 시조님을 지칭하는 것 같은 데 혹시 그분이 맞습니까?"
"저..그게...."
캐시어스 군단장은 한 손을 자신의 턱을 매 만지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아멜리온 페몬 수호전사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멜이온님 분명 타카첸 마족들을 물리치는데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여기 서있는 리크 가벤더 전사가 맞지요?"
"네. 분명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리크 가벤더 전사가 어떤 전투 기술을 펼쳤기에 기적이란 단어까지 사용하셨죠."
"한순간에 적들의 모든 병사와 장수가 정지되었습니다."
"정지 되다니요?"
"허공에 뜬 사람은 허공에 뜬 체로 정지되었고 지상의 적들도 모두 미동조차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우리는 손쉽게 적들을 소멸시킬 수가 있었지요."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은 경악한 것처럼 얼굴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뭐라 외쳤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리크 가벤더 전사이외에 나머지 분들은 어서 나가 주세요. 빨리요!!!"
갑작스런 캐시어스 군단장의 말들에 회의 참석자들은 저마다 막사 밖으로 나가면서 뭐라 투덜대기 시작했다.
"후. 또 변덕..정말 캐시어스님의 행동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니까?"
"그러게 말일세"
"오늘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폰티앙 친위대 대장 마저 찬밥 신세라네 허허. 그도 막사 밖으로 쫒겨 났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막사 안에는 케시어스 군단장님과 뭐 그 기적을 일으켰다던 리크 가벤더라는 아크 수호전사 단둘이만 남게 되었네."
"리크라는 전사 말이야!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 뭐 자기가 우리 인간문명 시조인 갈비아스 가문이라고. 허허허. 이것 참. 전장에서 공 한번 세운 것 가지고 자신의 가문을 조작하려하다니."
"아마 그 리크 라는 친구 말일세 나이가 어린 것 같아 실수로 망발한 것 같은데. 분명 총명하신 캐시어스 군단장님이 오늘 세운 그의 공을 참작하여 그저 따끔한 충고로 끝내기 위해
그를 남으라고 한 것 같네 그려. 아무튼 우리 소관은 아니니 뭐 신경쓸 것 없겠지. 어 이! 가서 쉬자고. 앞으로의 긴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휴."
한편 회의 막사 안에서는 아직도 군기가 바짝 든 리크가 부동자세로 서 있었고 캐시어스 군단장이 침묵을 지킨 체 리크의 주위를 맴돌고만 있었으니 다소 분위기가 경직된 느낌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캐시어스는 그 침묵을 깨트렸다.
"혹시 2000년 전 전 대륙의 통일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사라지셨던 대영웅 하몬님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아..예 들어 본 적 있습니다."
"하긴 그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겠지요."
캐시어스의 갑자기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아참 사람들이 모두 나갔지 이런 내 정신 좀 봐! 얼른 이리 와서 편하게 앉으세요.
지금부터 저를 군단장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저 친구처럼 대하세요."
"그래도 어떻게.."
"호호. 우리 지난번 새해 경축 행사 때 분수대에서 만난 것 기억나나요? 리크 가벤더님."
"아..예.."
"498점이란 사상최고의 높은 신병훈련 기록점수와 한번에 3 계급 특진까지 하셨죠."
"아..예"
"언젠가는 리크 가벤더님께서 뭔 큰일을 내려는 지는 예측했지만 이렇게 빨리 리크 가벤더님과 만나게 되리라고는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그나저나 리크 가벤더님 지금 이 순간에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캐시어스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리크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이내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고대 문명의 시조이신 갈비아스님이 진짜 리크님의 가문인가요? 그리고 또 한가지 23만년 전 갈비아스님의 비전절기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또 다른 영웅 하몬 님과는 무슨 연관이 있나요?"
"아..그..건.."
"왜 궁금하냔 말이죠? 사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바로 하몬님이죠. 그래서 전 그분의 비전절기에 대해서 어렵게 자료를 얻고 연구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빈약한 자료 덕분에 그저 그분의 검법 중 겨우 몇 가지에 대해서만 알 수 있는데 바로 오늘 리크님이 펼쳐 보였다는 검법이 일시에 적을 정지시키는 기술이라는 것을 느꼈죠. 그건 바로 2000년 전 하몬님의
알려진 비전절기중 하나이죠. 바로 파동술의 순간지체기술이라고..그런데 리크님은 현재 자신이 갈비아스 가문임을 주장하시고 검법은 하몬의 검법을 쓰시니 제가 좀 혼란스럽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23만년 전 갈비아스 파동검법 제 1공격 순간지체술로 아까 낮에 타카첸 마족들에게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전 하몬님도 바로 이런 갈비아스 비전절기를 이용하여 활약을 하신 걸로 추측됩니다만. 단지 저는 갈비아스 가문도 아니고 하몬의 후손도 아닙니다. 그저 하몬님의 검을 잠시 빌린 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헉! 정..정말이세요!! 하몬님의 검을 빌리다니. 아니 하몬님의 검은 그저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하몬의 검은 스스로 자신의 주인을 택할 수 있다는 그랬는데. 그렇다면 2000년 전의 전설이 사실이란 말인가요. 언제 가는 하몬님을 능가하는 분이 인간종족을 구하려고 나타나신다는 전설이..이..이럴 수가.."
캐시어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한동안 리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리크가 차고 있던 등뒤에 검에 시선을 맞추었다.
"오..호..그..그렇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분명 하몬님의 검인가요?"
제3군단장인 캐시어스는 평생 이렇게 흥분된 적이 없었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불세출의 대영웅인 하몬의 후계자가 버젓이 자신 앞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로서는 한마디로 영광이요 가슴이 들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