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60화 (60/157)

[데스퍼라도] 60. 사계(四界)

데스퍼라도(Desperado)

사계(四界)

그날 아침에 아래층 거실에서 가스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리크는 2층에서 내려오다 가스톤을 발견하고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가스톤님"

"오. 리크! 그래 밤새 잘 잤니?"

"아..예."

"세아린도 일어났겠지?"

"예. 조금 전에 세아린과 복도에 만났어요."

"음. 잘됐군. 어쨌든 리크 너와 세아린과 잠깐 어디 갈 때가

있는데 어서 준비하고 잠시후 현관에서 만나자. 세아린에게도

말 좀 전해 줘."

"예. 알겠습니다."

잠시후 햇빛에 번쩍거리는 수호전사복을 착용한 리크와 하늘

거리는 긴 드레스를 입은 세아린이 현관에서 가스톤을 찾고

있었다.

"어디 가셨지? 분명 여기 현관 앞에서 만나자고 하셨는데."

"오늘은 어딜 가려고 하지?"

"아마 이 세계의 다른 곳도 소개를 시켜주실 것 같은데."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크! 세아린! 이리 올라 오 거라."

"가스톤님 목소리 같은데.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리크와 세아린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가스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자 가스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하하. 바로 너희들 위를 쳐다보거라!"

순간 그들은 하늘위로 고개를 바짝 들어 쳐다보았다.

"앗!"

"어!"

가스톤은 팔짱을 낀 체 저 푸른 하늘 아래 유유히 떠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자신을 보며 놀라는 리크와 세아린에

게 하얀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하하하. 뭘 그리 놀라느냐. 아직 이곳 사계(四界) 세계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그렇게 놀랄 만도 하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너희들이 익숙해져야 할 것들이 많아. 지금

내가 허공에 떠있는 것도 너희들 휴론계 세계에선 꿈도

못 꾸는 일이겠지만 여기선 그저 흔한 기술에 불과하단다.

이곳에는 공기뿐만 아니라 여러 질료와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에 그 것을 약간 응용하기만 하면 나처럼 하늘에 오를

수 있단다."

리크와 세아린은 아직도 가스톤의 말에 이해를 못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후. 정말 놀랍군요."

"리크 한번 이곳까지 올라와 보겠니?"

"예. 그 정도라면 저도."

리크는 최상승의 경공술인 혈룡중천의 구결을 읊기 시작했다.

그때 가스톤이 뭐라 외쳤다.

"안돼!"

순간 리크는 놀라서 구결을 멈추었고 가스톤을 다시 바라

보았다.

"안 된다니요. 뭐가 말입니까?"

"이계(二界) 기술을 사용하지 말고 오르거라?"

"이계(二界)라니요?"

"네가 지금 사용하려던 기술은 이계(二界)기술이 분명하렸다.

네가 어제 계곡에서 붉은 용의 형상으로 하늘을 올랐을 때

나 역시 적지 않게 놀랐지. 그래서 그때 네게 나온 에너지를

기억하고 밤새 그 출처를 조사했더니만 그건 저 아래 이계

(二界) 영역 중 지구라는 행성의 고대 전투기술이라는 것을

발견했어. 일계(一界)에 속하는 휴론계인이 어떻게 이계(二界)

에 속한 지구의 고대 기술을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사계

(四界)라는 곳이란다. 그러니 이곳에 흐르는 에너지와 기술

을 이용하여 오르는 것을 배워야 한단 말이야"

리크는 가스톤의 말에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자신이 펼치

려던 무공(武功)이 이계(二界)에 속한 지구의 고대기술이라

니 말이다. 그렇다면 스승 목유성이 지구인이었단 말인가?

어쨌든 리크는 이번엔 프아라(puearra)의 에너지를 이용한

초마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순간 그의 몸 주변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은은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허공에 떠있는 가스톤의 입에서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그것 역시 삼계(三界)에 속한 데카론 영역의 기술이니

그만 두거라!"

이번 역시 그의 스승 초마법전사 아론에게 배운 기술이거늘

단번에 매서운 일침이 떨어졌고 리크는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제가 어찌 하늘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

가스톤은 아무 대답도 없이 한동안 계속 팔짱을 끼고 하늘

에서 리크를 노려보더니만 다시 뭐라 말했다.

"일주일 후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리크와 세아린은 하늘에

오르는 법을 배우거라."

"뭐..뭐라고요? 일주일 후에 온 다고요? 아니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고 무조건 배우라니요. 누구에게 배운단 말입니까?"

"스스로.."

"스스로라니요?"

역시 성질 급한 세아린이 불끈해서 뭐라 말했다.

"엥. 애 늙은이 이제야 본색이 드러나는군. 하루정도 점잖다

했더니 이젠 우리들에게 장난을 못 쳐 몸이 근질근질했나보지?

쳇 세상에 스승도 없이 혼자 그런 어려운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정말 웃기지도 않는군."

"너희들은 할 수 있어!"

"젠장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몬의 검이 선택한 자 리크와 위대한 전사의 딸 세아린이

오히려 이런 쉬운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한 일이지.

하하하. 아무튼 일주일 뒤에 보자고.."

"팟!"

기스톤은 한마디 남기고 허공에서 사라졌다. 리크와 세아린은

가스톤이 사라지자 다소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뭐야. 젠장. 그냥 사라져버렸잖아?"

리크는 갑자기 세아린을 뚫어지게 살펴보더니 이내 뭐라 말했다.

"조금 전 가스톤이 사라지기 전에 뭐라 말했지. 하몬의 검이

선택한 나, 그리고 위대한 전사의 딸이라. 가만있어보자 위대한

전사의 딸이 분명 너 패샷보이 아니 세아린을 두고 한말이

틀림없는데. 너 네 아버지가 위대한 전사였니?"

"젠장 무슨 헛소리야. 난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데."

"잠..잠깐 세아린 내 기억엔 네 이름이 정확히 세아란 하몬이

었지. 그러니까 성이 하몬이란 말이야..이거 어째 우연의 일치고

는 좀 이상한데. 더구나 너도 이곳 사계(四界)에 방문의 자격

으로 온 거잖아. 나야 하몬의 검이 이곳으로 유도를 하였다지

만 너 역시 아무런 죽음이나 귀향 같은 거 말고 그저 이 세계

에 떨어졌으니 너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온 거 같은데.."

"쳇. 무슨 헛소리. 그럼 내가 하몬의 딸이라도 된단 말이야.

헉! 설마!"

세아린은 자신이 말해 놓고도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때

리크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 맞아. 다시 생각해보니까 뭔가 이상해. 너 데스퍼라도

양피지 분명 네 조상이 남긴 것을 우연히 창고에서 발견했다고

했잖아. 더구나 그 양피지에는 분명 지구 존재에 관한 그림뿐

만 아니라 이곳 사계(四界)에 대한 존재 그림도 있고. 거기에는

가스톤의 복장과 비슷한 그림이 있었고 그가 어둠의 전사라는

글도 그림아래 주석으로 쓰여져 있었잖니. 문제는 그 양피지

를 만든 사람은 바로 이곳 사계(四界)까지 온 사람이었고

그는 절대로 일반 휴론계 사람도 아닌 바로 내가 갖고 있던

검의 주인 하몬님 일수도 있다는 추측이.."

"엉. 무..무슨 말을 하는 거야? 분명 엄마가 말씀하시기에

아빠는 내가 갓난아기 때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그때 현관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세아린의 엄마

아느린이었다.

"아빠는 돌아가시지 않았단다. 세아린."

"엄마!!!"

엄마 아느린은 세아린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고

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세아린은 엄마가 갑자기 심경의 변화

를 일으키자 놀라서 뭐라 말했다.

"엄마!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네 아빠가 생각나서..그나저나 미안하단다. 사실 아빠

에 대해서 네게 사실을 말하려 했지만 그 땐 세아린이 너무

어려서 어떻게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웠단다. 하지만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말해도 괜찮겠지."

"정말 혼란스럽군요.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말씀이세요?"

엄마 아느린은 현관 앞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에 앉더니만

이내 한숨을 푹 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엄마는 사실 네 아빠와는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단다.

그 분은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던 변두리 베론 지방의 농가에

느닷없이 나타나셨지. 해가 지고 날이 제법 컴컴해졌을 때 난

아버지 심부름으로 창고 안에 저장된 술을 받으러 갔었어.

등잔불을 밝히고 창고 안에 들어가서 나무로 만든 술통의

꼭지를 틀려는 순간 창고 깊숙한 곳에 누군가 거친 숨소리

를 듣고는 난 기절하는 줄 알았지.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세히 들어보니 그 숨소리는 마치 고통에 찬 신음

과도 비슷하여 혹시라도 전란 중에 어느 부상당한 병사가

몰래 우리 집 창고로 숨어 들어왔단 생각이 들었고 이내

부모님을 부르러 창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저 창고 어두운

곳에서 뭐라 외치는 소리를 들었지. "제발 부탁이요.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비밀로 해주시오. 컥! 컥!" 난 너무 놀라

말조차도 안나왔지. "제발. 절대 당신을 해치지 않을 테니

아무소리도 내지 말아 주시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소리

도 안 들렸어. 잠시 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엄마는 용기

를 내서 캄캄한 창고 구석으로 한발한발 다가갔지. 짚더미

위에 한 남자가 온몸 여기저기에 피를 흘리며 기절해 있었고

복장은 우리 파카트 제국도 아니고 린 제국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거였어. 아무튼 난 너무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부모님이 날 부르는 소리에 황급히

창고를 빠져 나왔지. 물론 그날 밤 있었던 사실을 부모님에게

숨긴 체 내 방으로 가서 잠을 청했지. 하지만 가슴이 너무

뛰어 잠이 오지 않아 드디어 용기를 다시 내어 새벽에 몰래

다시 창고에 갔어. 그분은 아직 심각한 부상에 연신 고통의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지. 결국 난 밤새 창고 안에 있던 독한

술로 그분의 상처를 소독하고 간호를 해드렸어."

"설마 그분이 제 아빠.."

"세아린. 나도 그분과 그렇게 인연이 맺어지게 될 줄은 꿈에

도 몰랐단다. 아무튼 그 다음날 부모님은 그곳으로부터 약 4일

을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외가 쪽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떠나셨어. 부모님이 떠나시고 난 그분을 당장에 내 침대

로 옮겼지 부모님이 돌아오시려면 아마 일주일정도는 더 걸리

시니 난 그 동안 그분이 상처가 치료되면 스스로 나갈 줄

알고 열심히 간호해 드렸지. 3일이 지나자 그분의 회복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이젠 걸어다닐 수도 있었지.

범상치 않은 모습에 다소 장난기와 유모도 있으신 그분은

내가 전혀 꿈도 못 꾸는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고 우린 금방 친해지게 되었지. 후. 내 인생에 있어서

바로 그때 일주일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으니..더구나 난

그분과 사랑에 빠졌고 그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

그분의 이름은 하몬 이고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서 왔어.

더구나 하몬이 얘기하는 것은 모든 게 새로웠고 더구나

그에겐 예지 능력까지 있었으니 마치 내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어. 그중 아직도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단다. 그분이 떠나기 하루 전 내 손

을 꼭 잡더니만 이렇게 얘기하더군. "아느린. 난 내일 떠나

야만 하오. 난 해야할 임무가 있는 사람이니..후... 아무튼

그대가 내게 베푼 친절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과 인연 속엔 새로운 씨앗이 잉태

될 것이오. 세아린 하몬 바로 앞으로 당신에서 태어날 아기

이름이니 잘 기억해 두시오, 태어날 아기는 내 모든 영기를

갖지만 여자이기에 때문에 하몬의 검 주인이 될 수가 없소.

난 내 검을 오래 전 이곳 일계(一界) 영역 중 휴론계에 떨어

트려 놓았고 내 친한 친구 헤수스가 바로 그 검의 주인을

찾을 것이오.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사계(四界)의 수백개 대륙

의 통일을 할 수가 없으니 새로운 거성(巨星)이 그 검의 주인

되야 겠지. 후후. 설마 저 최상의 영역인 제 칠계(七界)의

성운(星雲) 기(氣)를 받고 태어난 자가 휴론계에 태어날 줄을

전혀 몰랐는데. 아무튼 난 내 할 일을 했을 뿐. 그 검의 새로운

주인이 나타난다면 더 이상 하몬의 검이 아니고 바로 그 자의

이름을 따야겠지. 잘 기억해 두시오 나중에 우리 딸이 성장한

다면 그 검의 주인과 함께 이곳에 올 것이오. 그들만이 나를

구하고 수백개의 대륙의 희망이라는 것을.."

리크와 세아린은 마치 넋이 빠진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고

엄마 아느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문을 이었다.

"그 당시에 난 정말 믿지 않았지. 하몬은 나와 만난 지 며칠

도 안돼서 미리 내게 아기가 잉태된다는 것을 예지 했고 더구나

딸 이름까지 미리 지어주다니. 혹시라도 부상 후유증으로 정신

이 이상하게 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기에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지. 그리고 하몬이 떠난 뒤 몇 달이

지나서야 그분의 말씀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어. 난 임신을

했거든. 후후. 처녀가 임신을 했으니 그렇지 않아도 엄격하시

기로 소문난 아버님에게 쫒겨 나고 그때부터 힘든 인생이나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또다시

그런 일주일이 온다면 난 당연히 네 아버지 하몬을 선택하겠어.

난 비록 참혹하게 휴론계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이곳 사계(四界)

에 왔지만 나중에 그분이 저 삼계(三界)영역 출신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보다도 훨씬 뛰어넘는 이곳의 근원인 천상전사(天上

戰士) 혹은 일명 수호전사라는 것을 알고는 내 자신이 그런

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랐지. 물론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세아린 하몬 우리 딸도 다시 만나

게 되었으니.."

"후..결국 하몬이 제 아빠인가요?"

세아린은 계단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무심코 하늘을 쳐다

보았다.

"위대한 전사의 딸이라..젠장. 그렇게 위대한 전사란 아빠는

왜 자기 가정은 전혀 돌보지 않는 거지. 정만 주면 끝나는

건가? 휴론계에서 그렇게 예지까지 하고 잘난 양반께서 엄마가

저 휴론계의 개 같은 새끼들에게 능욕을 당해 죽임을 당할 때

까지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심지어 자기 딸 얼굴이 어떻게 생겼

는지 무슨 취미를 갖는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세아린은 말하다 말고 자신도 모르게 격앙대자 갑자기 흐느끼

기 시작했다.

"흑흑! 위대한 전사라고요. 그런 거 개나 갖다줘요. 자기 아내

딸 하나 돌보지도 못하면서 뭔 위대한 전사에요? 엄만 갑자기

아빠 얘기 해 가지고..흑흑..난 아빠 얼굴 보지도 못했고 앞으로

도 내 마음속엔 아빠의 존재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도 없어요.

이젠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색하단 말이에요. 흑.."

세아린은 눈물을 뿌리더니 이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 아느린은 상당히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이내 고개를 털

쿠었다.

"세..세아린.."

리크 역시 이 상황이 다소 어색했는지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주머니 고정하세요. 제가 일단 세아린을 달래볼게요."

***

잠시후 2층 테라스에 리크와 어머니가 다소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은 아래 현관 대리석 계단에 아직도 고개를 털쿠고

앉아있는 세아린의 엄마를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후. 어머니. 세아린을 달래려고 그녀의 방문을 수 차례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요."

"아마 지금은 혼자 있고 싶을 테니 당분간 그냥 나두는 것이

좋겠구나."

"그나저나 정말 놀랍군요. 세아린이 하몬님의 딸이라니요.

그나저나 지금 하몬님은 도대체 어디 계시는 거죠?"

"하몬님은 분명 이곳 사계(四界)에 계신 것만은 분명 한 대 어디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단다."

"여기 아미라스루텐의 수호전사라면서 어디 계신지 모르다니요?"

"후. 왜 갑자기 하몬이 이곳 아미라스루텐을 떠나 그 오래 시간

동안 자취를 감추었는지 이곳 사람들도 그게 의문이란다. 그리고

사실 수호전사들은 그분 하나가 아니란다. 이곳에도 병사들이

있고 그 위로는 전사계열의 사람들이 있단다."

"어머니 그런데 가스톤이라는 분은 어떤 사람이에요?"

"그분은 이곳 아미라스루텐 출신은 아니고 그 옛날 하몬을 따라

이곳 에 들어온 이방인이었지."

"이방인이라고요?"

"그분은 저 미지의 영역인 어느 대륙의 어둠전사 출신이라고 하는

데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구나. 단지 하몬과 은원(恩怨)지간이

었고 단지 가스톤은 그 빛을 갚기 위해 지금까지 이곳에 남아

너희들을 거두고 있는 거지."

"거두다니요?"

"하몬이 가스톤에게 부탁한 곳이 바로 너희들이 이 사계(四界)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었어. 그러니 지금 그는 자신의 임무를

하는 거겠지."

"쳇. 그런데 오늘 우리한데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무조건

일주일 안에 하늘을 오르는 기술을 배워놓으라고 하고는 그냥

사라져버렸는데. 좀 무책임한 것 같아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다."

그때 세아린이 빙그레 웃으면서 들어왔다. 리크는 세아린이

조금 전까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무척 괴로워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듯 활짝 핀 얼굴로 들어오자 내심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치. 뭔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냐. 어색하게.."

"세아린. 너 괜찮니?"

"뭐 집안 일인데 네가 신경쓸 것은 없어 어디까지나 내 문제이지.

그나저나 잠깐 나가서 여기 도시 구경이나 다른 곳에 좀 가보자.

나 여기가 너무 너무 궁금해. 마치 이곳은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 같으니 말이야. 그러니 어떤 쌍판떼기들이 돌아다니는지

그것도 보고 싶고 말이야."

"세..세아린 너 말투가.."

"아참. 리크 어머님이 계시는데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워낙

험하게 자라서 그런 거니 이해 좀 해주세요. 에고 쪽팔려라!"

"세아린!! 너 또."

"아. 아 이..이런 또 말투가 참..내가 왜 이러지?"

잠시 후 이들은 검물 밖으로 나왔고 도시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세아린은 리크에게 팔짱을 끼려고 하면 리크는 번번이 뿌리

치니 순간 세아린이 불끈했다.

"야. 이 쪼다야. 원래 연인들 끼린 팔짱을 끼는 거야. 그러니 얌전

하게 있어봐!!"

"뭐라고 누구 맘 데로 너랑 나랑 연인이래. 그러니 저리 멀리

떨어져서 와."

세아린 다시 리크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고는 다시 뭐라 말했다.

"리크. 이젠 20살이면 어른답게 행동해야지. 남자가 숙녀의 소원

한번 못 들어 주냐? 그러니 지금부터 잠자코 있으라고."

"숙녀라고? 누가 그래? 스스로? 긴 머리에 여자 옷만 다냐. 행동

서부터 이건 완전히 남자 저리 가라 인데. 그나저나 그 씩씩한

걸음걸이부터 고쳐라. 어디 싸움하러 가니 아니면 누구 패러가니?"

"지금부터 잔소리 그만해! 나 열 받으려 한다!"

이들이 거대한 빙벽으로부터 떨어진 안쪽 방향의 도시외곽 건물

이 즐비하게 서있는 곳에 다다르자 이윽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거리마저 면도날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하얀 대리석 재질의 포장 도로가 인상적이었고 그 높이가

하늘을 찌르듯 높게 서있는 신전 양식의 건물들은 햇빛에 번쩍

이고 있었다. 더구나 길옆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고 나무 중간 중간에는 마치 조각공원에 놀러온 것처럼

동상들이 서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산책을 즐기며 자신의 연인

혹은 자녀들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운 한낮을 즐기는 것

같았다.

"우와 저기 좀 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

도시 안쪽으로 들어오자 제법 넓은 광장 분수대에 사람들이 빙

둘러 모여있으니 세아린이 리크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 사람

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누군가 여러 기이하게 생긴 동물들을

광장에 풀어두고 뭐라 외치고 있었다.

"자자. 이리 오십시오. 저 미지의 대륙에서 잡아온 온갖 신기한

동물들이 여기 있습니다. 구경만 하지 마시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직접 싼값에 가져가십시오. 모두 온순한 놈들이니 애완용

으로 기르셔도 안전할 겁니다."

리크는 이리저리 신기한 듯 살펴보다가 맨 왼쪽 조그만 나무상자

에 있는 존재에 눈길이 끌렸다. 상인으로 보이는 자가 데려온

동물들이 워낙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동물들이라서 눈이 휘둥

그래져 있던 리크지만 단번에 한쪽 나무상자로 눈길이 쏠리는

것은 바로 그 안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작은 존재가 날개를 파닥

거리고 있던 것이다.

"세아린 저기 좀 봐봐. 저기 왼쪽 끝에 있는 동물은 사람 같은데."

"정말. 날개 달린 조그만 요정 같아. 참 예쁘게 생겼다."

세아린은 앞쪽 면이 철봉으로 박혀 있는 나무상자에게 다가가

더니 그  귀여운 요정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와우. 너무 귀엽다. 그리고 저 슬픈 표정 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아. 너무 불쌍하다. 이런데 갇혀있다니. 다른 동물들

은 저렇게 광장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왜 이 요정은 갇혀있지?"

세아린이 손을 뻗어 철장 안쪽으로 손가락을 내밀자 그 요정

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살며시 다가왔다. 그때 저쪽에 상인이

갑자기 혼비백산(魂飛魄散)하더니 뭐라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안돼!!! 당장 손을 빼시오!!"

"콱!!"

"악!!"

그 순간 요정같이 보였던 그 존재가 사악한 표정과 함께 날카

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철장 안으로 들이 된 세아린의 손가락을

꽉 물었던 것이다. 상인은 재빨리 다가오더니 뭐라 신경질적

으로 뭐라 했다.

"뭐..뭐야. 당신 미쳤어? 세상에 칵트린 종족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제기랄. 누구 장사망칠 일 있나?"

리크는 재빨리 세아린의 손가락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일찍

손가락을 빼서 살짝 이빨에 물렸지만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사람들 역시 마치 이상한 눈초리로 세아린을 바라보았고 혹시

라도 정신나간 여자가 아닌가 하고 보는 눈치였다. 더더욱

황당한 것은 바로 철장 안에 있던 그 요정이 갑자기 세아린

을 노려보며 뭐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킥킥. 내가 조금만 빨랐어도 손가락을 먹을 수 있었는데.

킥킥킥"

"뭐..뭐야. 이 존재는..말까지 하잖아."

"후. 겉보기에는 귀여운 요정처럼 생겼건만 속에 독을 숨기고

있었군. 그리고 세아린 너 제발 나서지 좀 마라. 생전 처음

보는 동물에게 그렇게 손을 내밀면 어떻게?"

"리크 너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니.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순간 세아린은 갑자기 쭈그려 앉더니만 철장 안에 있는 칵트린

이란 요정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이 나쁜 년! 날 물었겠다. 내가 지금 당장 널 사 가지고 집에

가서 튀겨 먹어버릴까? 요 사악한 벌레 같으니라고."

칵트린 요정은 튀겨 먹어버린다는 말에 깜짝 놀라더니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다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바보야! 난 돈주고도 못 사! 난 여기 애완 동물로 끌려온

게 아니라 포로로 잡혀왔단 말이야. 이 등신아. 킥킥킥. 저거

진짜 쪼다잖아. 킥킥."

그때 상인이 광장에 풀려져 있던 동물들을 제법 커가란 우리

안으로 집어넣고는 칵트린이 들어 있던 상자마저 들고 저리

갔다.

"에잇. 오늘 장사는 땡이다. 뭐처럼 오랜만에 이곳 아미라스루텐

에 왔건만 첫날부터 재수 없게시리..쳇. 아무튼 이 위험한 종족

칵트린을 이곳 감옥에다 인계해야만 내일부터 편하게 장사할 수

있겠네."

상인이 서둘러짐을 꾸리고 떠나니 모여있던 사람들 역시 자리

를 떠나기 시작했다. 리크와 세아린만이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데 가자!"

"그러지 뭐."

"후. 여기는 확실히 신기한 세계임에는 틀림없어. 별 이상한 인간

들도 다 있고 말이야."

"응."

그때 세아린이 광장 맞은편 거대한 원형 건물을 발견하고는 뭐라

외쳤다.

"리크 이번엔 우리 저기 한번 가볼까? 와우. 저긴 뭐 하는 곳

이기에 저렇게 크지."

잠시후 이들은 그 건물 아래 도착했고 들어가는 입구로 보이는

곳에는 약 20여명의 화려한 전투복을 입은 병사들이 커다란

검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 경비병들의 눈빛은 오로지

전방 한쪽만을 쳐다보고 있었으며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다.

세아린은 그들 앞으로 다가가더니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 전혀 움직이지 않아. 심지어 눈도 깜빡이지 않는걸.

혹시 인형 아닐까?"

"세아린 그들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마!"

"너도 이리 와봐! 진짜 인형 같아!"

세아린은 신기한 듯 자신의 손을 어느 한 병사의 눈앞에 연신

흔들었다.

"호호. 정말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네. 만약 이들이 인형이라면

정말 정교하게 만든 것 같은데."

그때였다.

"팍!!"

"콰당!!"

"어머나!"

전혀 미동도 없던 경비병이 갑자기 세아린을 뒤로 확 밀어

버렸다. 리크 역시 놀라 재빨리 세아린에게 다가가서 일으켜

세웠다. 경비병은 갑자기 칼을 뽑아 뭐라 말했다.

"물러나 있거라!! 여긴 일반인들에겐 출입이 통제된 구역이다."

"젠장. 그렇다고 갑자기 밀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세아린은 엉덩방아를 찧고 다소 억울하게 외치자 리크가

재빨리 경비병을 향해 물어보았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죠?"

"여긴 아미라스루텐의 관장자인 헉큘레스님이 계시는 곳이다."

"아미라스루텐의 관장자라고? 그렇다면 궁전 비슷한 곳이군.

어쩐지 제법 경비가 삼엄하다 했더니만. 그런데 경비병 아저씨.

이곳엔 우리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혹시

알아요."

"저기 왼편 언덕을 넘으면 아미라스루텐의 교육기관들과 부대

건물들이 모두 모여 있을 것이다. 그곳으로 가 보아라!. 지금

은 교육시간이고 그들은 끝나려면 아직 더 있어야 되니 아마

저녁때쯤 볼 수 있을 거다."

"왼쪽 언덕이라고. 흠. 여기도 학교 같은 곳이 있었군. 아무튼

세아린 우리 저기 한번 가보자."

"쳇. 난 학교 같은 건물 구경하기 싫은데."

"그래도 우리와 비슷한 또래들이 있는 곳이잖니. 혹시라도 알겠니.

친구가 생길지."

"이제 겨우 점심 시간인데 그들이 끝나는 저녁시간까지 어떻게

기다려?"

"그래도 한번 가보자."

잠시후 리크와 세아린은 궁을 지키는 어느 경비병 말대로 왼쪽

방향 길을 따라서 제법 높은 고지대에 올라왔다. 그들은 언덕

넘어 펼쳐진 장관에 거의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서있었다.

한마디로 장대했다. 그들이 좀 전에 보았던 아미리스루텐이라

는 도시보다 몇 십 배는 넓고 거대했다. 도대체 웅장한 건물

과 드넓은 운동장이 도대체 몇 개나 이어져 있단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바로 아미라스루텐의 실체란 말인가. 도무지

끝이 안보였다. 수천 수만명의 아니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소속 건물과 붙어있는 숲 들판, 운동장 등에서 무엇

인가 열심히 수련을 하는 모습이었다. 끝만 안 보이는 것

이 아니라. 양옆으로 뻗은 광경도 저 미지의 안개에 가려 안

보일 뿐이었다. 리크와 세아린의 시야에 꽉 찬 광경만 해도

경악할 정도로 넓은데 도대체 저 멀리 희미한 안개에 가린

영역까지 합하면 얼마나 넓단 말인가? 자연이 만들어낸 그

어떤 장관하고도 비견될 수 있는 거대한 건축양식과 각

구조물들은 과연 이곳 사계(四界)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한편 한참을 바라보던 리크와 세아린은 아예 고지대 정상

그 자리에 눌러 앉아 면밀한 관찰을 하면서 저 드넓은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저 아래보이는 것들이 이 세계의 실체인 것 같아. 우린

진정 엄청난 곳에 왔음이 틀림없어."

"후. 갑자기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군. 비록 멀리

보이지만 저기 아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예사롭지

않아. 마치 모두 어느 전설에나 나옴직 한 영웅들의 모습

같아. 과연 우리가 하몬의 예언대로 이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후후. 세아린. 우린 당장 날지도 못하잖니? 일주일 후

가스톤이 올 때까지 날아야 되는데 말이야. 아무튼 희망

이고 뭐고 우린 이 세계에선 한 걸음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지난번 가스톤 말에 의하면 아미라스루텐이

라는 이 도시는 케록시아 대륙에서도 그저 작은 도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저 아래 보이는 세계조차

도 우리 휴론계의 웬만한 궁성을 수백개는 합쳐놓은 것 같으니

도대체 이 대륙이 얼마나 넓은 거야. 더구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대륙조차 수백개라니. 후후. 여행만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다 구경도 못하겠다."

리크는 갑자기 자신의 등뒤에 있던 하몬의 검을 뽑아 들더니

한번 쭉 살펴보았다.

"하몬의 검이 너와 나를 만나게 해주고 여기 엄청나게 큰

세계로 데려왔는데 도대체 이 검이 내게 바라는 일이 무엇

일까? 난 지금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를 모르겠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아빠 하몬의 모든 정기를 물려

받고 태어났다고 그러는 데. 쳇 난 그다지 검술엔 특출 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정기를 물려받았다는

거지?  더구나 난 여자에 지나지 안잖아?"

"세아린. 그렇게 푸념만 하지 말고 힘내자고."

"뭐. 그래야겠지. 어차피 이 곳에 왔으면 여기 법을 따라야

겠고. 우린 뭔가 열심히 하는 척 하면 될 것 같은데."

"하는 척이라니? 그런 정신 상태라면 내가 보기에는 여기

세계에 적응하기가 조금은 어려울 것 같은데?"

"리크.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자꾸 따질래? 빌어먹을."

"또 성질 낸다. 그만 돌아가자고."

"네가 자꾸 물고 늘어지니까. 성질이 나지."

"후. 이건 겉만 여자지 완전히 선머슴 같아 가지고. 너 그

성질 안 죽이면 여자로 돌아오는데 평생 걸릴 것 같아."

"젠장. 뭐 그래도 상관없어. 리크 너만 나를 여자로 봐 준다면

말이야."

"엉. 나야말로 그것만큼은 절대 사양하겠어."

순간 세아린이 리크의 손을 잡고 일어나더니 갑자기 부드럽고

여성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 리크씨. 우리 이제 돌아가요."

"너 말투. 차라리 그..그냥 평소 하던 대로해라."

그 다음날 리크와 세아린은 새벽부터 무엇인가 수련을 하고

있었다. 세아린은 팔을 양옆으로 뻗고는 마치 새가 날개 짓 하는

것처럼 퍼득퍼득거렸다. 리크는 그런 세아린의 우스꽝스런 모습

을 보고는 마구 웃었다.

"하하하. 그..그만해. 뭐 네가 새라도 된 줄 알아! 하하하"

"젠장 별 짓을 다해도 몸이 공중으로 뜨지가 않으니. 이건 애초

부터 그 가스톤인지 가스똥인지 하는 애 늙은이가 우리에게 장난

칠 라고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 같아."

"그건 아닐 거야. 그분은 분명 이 세계의 기류와 에너지에 몸을

맡기라는 식으로 힌트를 주고 가셨거든."

"맡기기는 뭘 맡겨? 괜히 심오한 척 고상한 척 하느라 이상한

말 갖다 붙인 거겠지."

"세아린. 제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분명 그분은 지난번 공중

에 날아올랐고 한참을 허공에 떠 있었잖니? 분명 네 두 눈으로

보고 나서도 그를 믿지 못하겠어?"

"그럼 도대체 어떡하라고. 도저히 하늘을 날 방법이 없잖아!!"

"우선 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이 세계에 흐르는 질료, 기류,

에너지를 느껴보자고. 일단은 그게 순서인 것 같은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지긋이 감아봐! 나처럼."

리크는 갑자기 가부좌를 틀고는 앉더니 이내 자신의 두 손을

양쪽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하더니만

이내 가벼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세아린 역시 리크의 생전 처음 보는 가부좌 자세로 앉으려

몇 번을 노력했지만 결국엔 실패하고 자기 편안한 대로

앉더니 눈을 감고 심호흡 두 번 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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