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56화 (56/157)

[데스퍼라도] 56. 정찰

데스퍼라도(Desperado)

정찰

3 일 후. 데스퍼라도의 제 1정찰조는 리크, 패샷보이, 가르시온,

마이클 4명으로 구성되었고 이들은 공간이동을 위해 7층 작동

모드실에 모였다. 기계 음이 웅웅 돌아가는 소리로 보아서 이미

공간이동장치의 작동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정찰조는 저마다 밀폐된 캡슐모양의 투명 관속에 누워서 공간

이동을 위해 준비중에 있었고 이동실 밖에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마음을 조리고 있었다. 그들 중 스캇 사령관을 비롯

해 리크 스승들은 꽤나 심각한 표정이었고 역시나 성질 급한

아론이 파르마 실장에게 뭐라 소리쳤다.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지? 만약 리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너희 지구 놈들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예..아무 일 없을 겁니다."

파르마 실장 역시 긴장했는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

했다. 그는 이어서 카운터 스위치를 켰고 스크린에는 카운터

숫자가 떠올랐다.

"10, 9, 8, 7, 6, 5, 4, 3, 2, 1, 팟! 파! 팟!"

순간 정찰대원들이 누워있던 투명 캡슐관에서 눈부신 섬광이

일기 시작했다. 다소 심한 진동과 함께 약 4-5초 정도 지나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캡슐 안에는 정찰대원들이 온데 간데

없었으니 분명 공간이동이 확실하게 성공한 것 같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실..실장님. 뭔가 좀 이상한데요."

"이상하다니?"

파르마 실장은 급히 공간 모듈 위치에 앉아있는 직원으로

달려갔다.

"여기 수치가 너무 비정상적인데요. 이..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공간변환수치인데..이런 터무니없는 데이터가 기록

되다니.."

순간 다른 위치에 있는 직원들 역시 무엇인가 이상한 듯

외쳤다.

"실장님. 시간과 공간 모드센스에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이럴 수가.."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일단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전체 모드판을 작동 시켜봐."

순간 허공에서 홀로그램 영상화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르마 실장뿐만 아니라 스캇 사령관과 리크의 스승들도

무엇인가 잘 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저마다 긴장된

표정으로 홀로그램 영상화면 주변에 모여들었다.

"뭐가 잘못 되었소?"

"도대체 갑자기 웬 난리들이야

헤수스와 아론이 급히 외쳤다. 파르마 실장은 이내 식은땀

이 흐르는 것을 느꼈고 당장에 왜 이런 알 수 없는 현상

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1번 위치 작동모드 재점검 실시! 2번 위치 공간변환표

다시 확인바람! 3번 위치 현재 정찰조 공간 목표지점 재확인

바란다. 4번 위치 동력 시스템 출력 재 확인바람!"

잠시 후 피르마 실장의 작동 재확인 명령을 받은 각 직원들

이 외치기 시작했다.

"1번 작동모드 정상!"

"2번 정상!"

"3번 공간변환표 추정 불가능!"

"4번 현재 정찰조 공간이동 목표 지점 추정 불가능!"

"5번 동력 시스템 출력치 정상!"

"뭐야! 작동모드는 전체적으로 정상수치를 나타내는데

공간변환표와 정찰대원들의 위치가 추정 불가능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뭔가 완전히 잘못 된 것 같은데요.  모든 모드가 정상적

인 작동이 확실한데 전혀 엉뚱한 파장 수치가 기록되니.."

"그..그게 무슨 말인가.."

"믿으실지 모르시겠지만 지금 현재 여기는 지구가 아니

라는 거죠."

"뭐..뭐라고..지구가 아니라니. 자네 혹시 미친 거 아니야?"

"파장과 진동수 그리고 에너지자체가 상상을 뛰어넘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공간 이동한 정찰대원들조차

어느 지역으로 갔는지 그 추적시스템조차 제 기능을 발휘

못하고 있습니다."

"이봐. 여긴 분명 미연방 그랜드캐년에 위치한 롬페드담社

건물 아닌가? 당연히 이곳은 지구란 말일세.."

"모든 정황으로 보아서 이곳은 지구와는 비교조차 안돼는

엄청난 파장이 흐르는 세계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우리 롬페르담社가 어느 고차원 영역으로 차원 이동 된

듯합니다."

"그럴 리가..어떻게.."

시스템실에는 일대 소란이 일었으며 휴론계인들과 리크의

스승들 역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저마다 노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네 지구 놈들 무슨 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갑자기

고차원 영역으로 우리 모두가 차원 이동 됐다니.."

아론이 파르마 실장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버럭질렀다.

"저..저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 총 책임자인 네놈이 모른다면 말이 되기나 해!!"

"믿어 주십시오. 우린 어떤 거대한 에너지에 의해서 통 체로

이동된 듯 합니다."

"거대한 에너지라니? 그럼 리크와 정찰대원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제 추측이 맞는다면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이 이 알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되었음이 분명합니다. 다만 이 고차원영역 어느

곳인가에 분명 살아있을 겁니다."

"이..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고차원은 뭐고 차원이동은 뭐야?

가뜩이나 이 개 같은 지구라는 곳에 갇힌 것도 억울한데 또

이상한 세계로 넘어 온 거란 말이야?"

그때 파르마 실장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그만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설..설마 그럴 리가. 맞아 분명 칼차온 정부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체 멍하니 앉아있는 파르마 실장에게

스캇 사령관이 다가왔다.

"실장 도대체 무슨 말이오? 칼차온 정부라니.."

"이제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는 지구정부 칼차온의 실험 프로

젝트에 이용된 것 같습니다."

"프로제트라니 이거 답답해서 정말..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없소?"

"당신들 하위차원인들이 이곳 롬페르담社를 함락시킨 뒤에

왜 그들 칼차온 정부군이 무려 3년 동안 방관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그들은 애초부터 우리를 고차원 영역으로

보내기 위한 차원이동 프로젝트 실험에 이용한 거란 말이죠.

결국 우리는 그들의 의도대로 이곳에 오게 된 거죠."

"왜 그런 실험을.."

"더 이상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소. 다만 우리가 이런 고

파동이 흐르는 영역으로 차원이동 된 것은 분명 칼차온

정부와 관계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 년 전 지구 연방 정부 칼차온 본부에서는

이제 것 그 전례가 없던 거대한 프로젝트가 구성되고

있었다. 오래 전 차원이동의 기술에 눈을 뜬 지구인들은

자신들보다 낮은 파동이 흐르는 하위차원을 개발해 관광

패케이지 상품으로 만들거나 심지어 그 부작용인 살상

서바이벌이라는 비윤리적인 게임을 통하여 상당히 많은

차원 루트를 발견했지만 어느 날 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당면하게 되었다.

바로 230년 전 롬페르담社가 불법적으로 휴론계인 데스퍼라도

용병단을 차원이동 시켜 살상게임을 진행시켰을 때 우연히

휴론계인들에게 섞여 들어온 하몬이라는 고 파동존재가 나타

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첨단 과학 문명을 자랑하

는 지구인들 중 수천명이 하몬에게 살육 당하자 이들은 그의

상상도 못할 힘에 경악을 했고 그 이후로 고차원의 영역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결국 칼차온 정부는 수많은 고차원 영역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감히 차원의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그들 고차원의 문을 잘못 오픈 했다가는 하몬

과 같은 고파동존재들이 대거 지구로 내려올 수 있었기 때문

이었다. 더구나 이들이 더욱 놀란 것은 하몬 역시 여러개

의 고차원영역 중 어느 한 차원인에 지나지 않다라는 것을

인식했다. 즉 그들의 차원 레벨 기준으로 본다면 하몬은

제 3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결국 칼차온 정부는 다음과 같은 차원분류 데이티를 얻을

수 있었다.

제1계 : 휴론계와 비슷한 에너지가 흐르는 하위차원.

제2계: 현재 지구.

제3계: 하몬의 출신 파동영역.

제4계: 파동 영역.

제5계: 고파동 영역.

제6계: 정묘한 에너지의 세계

제7계: 정보 없음.

위와 같은 데이터를 겨우 얻은 칼차온 정부는 그야말로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제 3계 출신으로 추측되는 하몬에 의해서

엄청난 곤욕을 치렀는데 만약 그 능력을 초월하는 제 4계 이상

의 존재들이 차원이동 된다면 그야말로 생각하기도 싫은 소름끼

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번 롬페르담社의 살상 서바이벌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하몬과 같은 파동이 감지되는 자들이 나타났고 더구나

그들은 한 명도 아니고 무려 4명이나 되었으니 그야말로 국가적

초비상이 걸렸던 것이다. 그들 중 카메라에 잡힌 어느 휴론계의

전투기술은 과거 하몬을 능가하였으니 그는 바로 리크였다.

그 외 롬페르담社가 함락될 당시 헤수스, 목유성, 아론 등의

파동 에너지 존재들이 더 나타났으니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칼차온 정부가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을 때 마침 엄청난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이 표면에 떠올랐으니 바로 상위 고차원

세계인 4계부터 7계까지의 [탐험기획안]이었다. 비록 첨단 문명

의 지구과학이라는 기술이 있었고 상위차원으로 통하는 통로

를 발견했지만 감히 그 누구도 저 미지의 파동세계에 갈 엄두

를 못 냈던 것이다. 칼차온 연방정부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국 롬페르담社를 함락한 휴론계인들과 제3계

에너지를 가진 4명의 존재들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혹시라도 롬페르담에社에 인질로 잡혀있는 생존 지구

인들이 그들을 각 고향차원으로 돌아가는데 협력할까봐 외부

동력을 끊어버렸고 이어서 롬페르담社주변 지역 그 동안 감시

하면서 어느 때 통 체로 저 고차원 파동 영역으로 차원이동

시키려는 프로젝트를 무려 3년 동안 준비해왔던 것이다. 바로

그들을 이용하여 고차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이 프로

젝트의 목표였다.

현재 롬페르담社를 함락한 여러차원인들은 분명 칼차온 의도

대로 저 미지의 영역으로 알려진 제 4계에 이미 차원 이동해

있었다. 하지만 롬페르담社에 있던 여러 차원인들과 지구인

들은 청찰대원을 공간 이동시키는 작업을 함으로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이제서야 자신들이 지구가

아닌 전혀 다른 파동이 흐르는 세계로 와있음을 인식했던

것이다.

물론 리크, 패샷보이, 마이클, 가르시온으로 구성된 4명의

정찰대원들 역시 자신들이 지구의 어느 지역으로 공간

이동되는 줄만 알고 있었지만 분명 그들은 제 4계 영역

안에서 공간 이동 된 줄을 꿈에도 상상 못했으리라.

* * *

아아..정말 기분 더럽네. 마치 뭔가 짓누르는 것처럼 몸이

이렇게 무겁다니.."

패샷보이가 온갖 표정을 찡그리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녀

앞에는 리크가 빙그레 웃고 있었으니 패샷보이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리..리크."

"이제 깨어나셨나. 아가씨."

"쉿 조용히 해.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떡하려고.."

"아. 마이클과 가르시온 말이니...그들은 여기 없어.."

"없다니?"

"후. 모르겠어. 공간이동 된 후 눈을 떠보니까. 나와 너뿐

이더라고..아무튼 근처를 찾아보면 어딘가 있겠지. 빨리

정신 차리라고. 마이클과 가르시온과 합류해서 정찰임무

시작해야지."

"빌어먹을."

"오호. 숙녀 분께서 그런 말투를 쓰시면 되나?"

"젠장. 그나저나 지금 낮이야 밤이야?"

"가만있어보자 그러고 보니 지금 낮인지 밤인지..분명 밝은

낮같은데 어떻게 보면 푸르스름한 새벽녘 같고.."

리크와 패샷보이는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들

은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와우.."

한마디로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그중 세 개의 커다란 위성

이 별무리 속에 그 위용을 드러내었다. 긴 꼬리를 달고 떨어

지는 수많은 유성은 마치 우주 쇼를 연출하는 것처럼 멋진

장관을 이루었으니 과연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리크와

패샷보이는 한참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제법

시간이 흐르자 리크는 패샷보이의 손을 낚아채고는 뭐라

말했다.

"지금 별 구경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당장 가르시온

하고 마이클을 찾아야 돼."

"잠깐만 그런데 여기 지구 맞긴 맞는 거야. 뭔가 이상해."

리크 역시 패샷보이의 말을 듣고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후. 갑자기 하늘의 모습이 바뀌다니. 뭔가 이상하긴 이상하군.

마치 죽어서 하늘나라에 온 기분이랄까."

"그리고 주변 좀 봐봐. 이상한 식물들과 나무들 게다가 바위

모양하며 모든 게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인데."

그때였다. 이들이 있는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리크와 패샷보이는 거의 반사

적으로 몸을 엎드렸다.

"쿠앙!!"

"이..이게 무슨 소리지?"

"쉿 패샷보이 조용해봐."

"쿠앙!!"

거대한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저편 숲 속에서 들려

왔고 리크와 패샷보이는 살금살금 그쪽으로 향했다.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니

이내 숲 아래에 제법 넓은 공터를 발견했고 그 순간 패샷

보이가 뭐라 외쳤다.

"헉. 저..저게 뭐야?"

누군가 바위를 등지고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낮선 존재 역시 숲 안쪽

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순간 자신의 오른쪽 지면에 꽂아

둔 검 손잡이에 손이 갔다.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듯

한 동작에 다소 무표정한 그 낮선 사내는 이내 뭐라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한편 리크와 패샷보이는 상대방이 자신들을 발견하고 뭐라

말하자 잔뜩 긴장을 했다.

"리크. 우리를 발견한 것 같아.. 그런데 우리를 발견하고도

저렇게 태연하게 바위에 등을 기대고 있으니..별로 경계를

안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저자의 옆에는 맹수로 보이

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잖니. 어차피 저자는 우리가 이 숲 안

에 숨어 있는 것을 이미 눈치 챈 것 같으니 일단은 내가

일단 나서 볼게. 패샷보이 넌 여기 꼼짝 말고 있어."

"리크. 조심해야 돼.

잠시 후 리크가 조심스럽게 아래 공터로 향했다. 공터 바위

에 기댄 자는 리크가 가까이 오던지 말던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고 그 옆의 맹수마저 졸음이 오는지 있는

데로 하품을 하고는 자신의 머리를 지면으로 숙였다.

이에 반해 리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바위에 기댄 체

무슨 잎사귀를 물고 잘근잘근 씹어되는 낮선 자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참으로 희한 안 차림새였다. 알 수 없

는 재질로 엮어 만든 두툼한 바스트와 어깨 보호대와 금속

성의 벨트 등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영웅의 차림새처럼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지면에 꽂혀

있는 검은 이제 것 한번도 보지 못한 칼날모양에 이상한

문양까지 새겨져 있었으니 리크는 여유롭게 사색을 즐기는

듯한 낮선 자가 결코 예사롭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리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갑자기 손을 들어서

손바닥을 쫙 폈다.

'오..오지 말라는 표시인가?'

리크는 내심 잔뜩 긴장한 체로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헉. 도저히 기류를 측정할 수 없는 자다.'

그때였다.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저편 숲 속으로

손을 뻗치는 게 아닌가 그러자 신기하게도 패샷보이가

허공에 둥둥 떠서 이쪽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리크는 낮선

자의 갑작스런 행동에 너무 놀란 나머지 거의 반사적으로

대지의 막을 불러 일으켰고 그 순간 지면이 갈라지면서

푸르스름한 투명 막이 솟아올랐다.

낮선 자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다시 다른 한 손으로 가볍

게 저었다. 그러자 리크가 쳐놓은 대지의 막이 흐물흐물 없어

지기 시작했고 허공에 떠있던 패샷보이가 단번에 그자의 코앞

으로 곤두박질쳤다.

"악.."

"패샷보이!!"

리크는 순간 도약으로 등뒤에 찬 하몬의 검을 뽑자마자

[혈파천]의 마공(魔功)을 시전했다.

"혈파천! 제 3초식 혈폭멸참!!"

그 순간 낮선 자는 리크가 뽑은 하몬의 검을 보고는 경악에

표정으로 바뀌더니 그제 서야 지면에 꽂힌 자신의 검을 쑥

뽑고는 뭐라 중얼거렸다. 순간 그자의 검에서 눈부신 빛들이

발하기 시작했고 이내 리크의 혈파천 제3초식의 혈폭멸참과

정면 충돌했다.

"쾅!!"

리크와 낮선 자는 동시에 뒤로 약 10M정도 팅겨 나가 떨어

졌다. 참으로 묘한 대결이었다. 마치 안중에도 없다는 듯

리크를 철저히 무시했던 낮선 자가 리크의 하몬 검을 보고

는 갑자기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전력을 다하지 않는가.

어쨌든 그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 여기까지는 무승부를 기록한 셈이 되었다.

그때까지 얌전하게 있던 맹수가 저기 쓰러져 있던 리크에게

느닷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쿠앙!!"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혈파천] 표각도멸!!!"

"슈. 슈. 슈 슉.."

"컥..크앙."

리크 뒤편의 숲 속에서 수백 개의 나무잎새가 마치 날카로운

메스처럼 맹수의 온몸에 박혀 버렸고 맹수는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하지만 맹수는 이내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리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간 리크는 하몬의 검을

맹수에게 곧바로 향했고 이번에는 살수를 펼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만해!!!"

놀랍게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 낮선 자였다. 분명

그는 휴론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리크 역시

너무 놀란 나머지 살수를 거두었고 맹수도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않았다. 낮선 자는 이내 맹수에게 다가가더니 뭐라 중얼

거리 기 시작했다.

"젠장. 장난 좀 했기로서니 내 애완 동물을 죽이려고 작정

했나?"

그는 맹수의 가죽에 박힌 나뭇잎을 하나둘씩 떼어내기 시작

했고 다시 뭐라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나뭇잎이 무기 변해서 이놈의 가죽에 박힐 수

있는 거지. 젠장 그 옛날 하몬 같은 놈이 또 나타났으니..빌어

먹을. 더구나 하몬의 검을 저놈이 왜 같고 있지?"

"뭐야. 넌 휴론계인인가?"

리크가 물어보자 낮선 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야 내가 휴론계인이라고? 젠장 나를 어떻게 보고 저

밑바닥 영역 존재들로 생각해!"

"그렇다면 어떻게 휴론계 언어를?"

"그야 하몬에게 배웠으니 알지. 젠장. 더구나 네놈 꼴을

보니 지저분한 차림새에 단번에 휴론계인라는 것을

알았지."

"하몬님을 아세요?"

"알다마다. 지금은 어디서 자빠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때는 친분이 있었지. 그나저나 저기 계집애는 왜 재수 없게

남장차림을 하고 다니는 거야?"

낮선 자는 단번에 패샷보이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고 이에

리크와 패샷보이가 깜짝 놀랐다.

"따라와!!"

"따라오라니요?"

"젠장. 따라오라면 올 것이지 왜 말이 많아! 빌어먹을 하몬

자식이 2000년 전 내게 이런 부탁만 하지 않았더라도 어디

가서 속 편하게 살았을 텐데..도대체 이게 무슨 팔자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젠장 오래 전 그 하몬 놈이 자신의 검을 지니고 이곳 4계

에 오는 자가 있다고 예견했는데 진짜 올 줄이야 꿈에도 상상

못 했거든..그나저나 너 이름이 뭐야?"

"리크.."

"리크라 후. 앞으로 네놈도 고생길이 열렸군 리크. 후후 저기

계집애는 분명 네 애인이겠구만. 부럽다 부러워. 하몬 놈에게

빛만 안 졌어도 나도 어딘가에 살림 차리고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결국 하몬 놈의 후계자 뒤치닥거리 신세로

전락 할 테지만.."

낮선 자는 갑자기 리크를 살펴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래도 저 밑바닥에서 물건하나 건졌군. 제법 쓸만한

전투기술도 배웠고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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