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52화 (52/157)

[데스퍼라도] 52. 지구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워라!

데스퍼라도(Desperado)

지구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워라!

롬페르담 후문 경계지역 잔디밭에 있던 휴론계인들은 과연

자신들과 같은 휴론계 복장을 한 젊은 사람이 등에 누군가

업고 갑자기 나타나자 저마다 깜짝 놀란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한편 리크는 가족단위인 부모로 보이는 자들이 자신들의 아이

들을 안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이들을 위협하다 못해 아무런 죄 없는 천진

난만한 소녀의 종아리가 적들의 마법석궁으로 관통 당해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은 가히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짓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리크는 지금 이 순간 냉철해질 필요가

있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속전속결의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고 현재 이곳을 향하고 있는 마법석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어야만 했다. 리크는 일단 안력을 돋구어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롬페르담 외곽건물 곳곳에

사람들의 기류를 발견했으니 이는 필시 이곳에 마법석궁을

겨누고 있는 존재들임을 확신했다. 리크는 갑자기 허리를

숙이더니 잔디밭에서 풀을 한줌 뽑아들었다.

한편 건물옥상에 몸을 숙여 저 아래 휴론계인들에게 총구를

겨눈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상위 파동존재를 사냥

하기 위해온 살상 챔피온과 상위랭커들이었다.

"젠장. 저 녀석이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저마다 저격용 총에 달린 스코프(망원경)에 한눈을 들이 된

체 갑자기 바위산 위에서 내려온 리크를 주위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절대 내 명령 없이 사격하는 일이 없도록. 빌어먹을 지금

무선보고 받았는데 저 놈이 등에 업고있는 자가 바로 이

롬페르담 회사의 회장 아들이라나.."

"쳇. 명색이 살상 챔피언이 여럿 낀 상위랭커들이 즐비하건

만 도대체 이렇게 숨어서 뭐 하는 거야. 아무리 상위 파동

존재가 위험하다 한들 이건 한마디로 체면 구기는 일 아닌가?"

"그래도 조심해야지. 저 녀석이 [단테피오테스]회원들을 참혹

하게 난자하고 여기 진행요원들을 아작 낸 놈이니 말이야."

"그나저나 저 녀석이 갑자기 잔디밭의 풀을 뽑은 이유는 뭐지."

"그러게 말일세."

한편 리크는 풀을 움켜잡은 자신의 주먹을 서서히 피더니 풀

들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리크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풀이 서서히 허공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세포에 녹아있던 프아라의 에너지에 천소상심결을 운용하여

모든 기(氣)를 한줌의 풀에 집어넣기 시작했던 것이다.

"팟!!"

파공소리가 들렸고 이와 동시에 풀은 날카로운 메스와 같이

각자의 방향으로 날아갔다.

"슈..슈..슈.."

"악!"

"헉!"

"컥!"

건물 옥상 위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와 동시에

리크가 한번의 도약으로 옥상 건물에 내려앉았다. 여기저기

나 뒹구는 사람들은 아직도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냈고 그들

주변에는 마법석궁으로 보이는 것들이 널려있었다.

리크의 등에 꽁꽁 매여 업혀있던 마이클은 혈을 집혀 꼼짝할

수 없었지만 그 표정만큼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사람 같았다. 리크의 손에서 떠난 풀은 옥상 위에 있던 이들

살상매니아의 강력한 방어수치를 자랑하는 전투복을 보기

좋게 관통했으니 말이다.

"이..이럴 수가..풀이 무기로 변하다니..어떻게.."

한순간에 각 대륙의 살상 챔피온과 상위 랭커들이 그저 보잘

것 없는 잔디밭 한줌의 풀에 의해서 저마다 정확히 관통을

당해 나 뒹구르고 있다는 사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지

않는 광경이었으리라. 사실 리크에게 당한 살상매니아들은

지난번 리크에게 희생당한 홀론의 그림자 못지 않은 하드코어

(Hardcore)살상 포인트 3000점 이상이 넘는 프로 중에 프로

였다. 하지만 마이클을 등에 바짝 업고있는 리크에게 이미

선제 공격권을 빼앗긴 것이 이 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 모든 상황을 단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롬페르담 기획실에선 이미 곳곳에 깔려있는 영상 분석기로

리크를 면밀히 관찰했고 그의 등에 업힌 사람이 바로 이

롬페르담社 회장 아들 마이클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던

것이다. 그 순간 헤겔론 회장이 절대 공격중지의 명령을

옥상에 있던 살상매니아들에게 내렸고 보다시피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기획실 내부에 있던 헤겔론 회장과 파르마 실장 그리고

각 중역진들은 저마다 영상 분석기를 통하여 현 상황을 리

캡션 모드로 다시 관찰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었다.

"분석 데이터가 나왔으면. 빨리 보고해!!"

파르마 실장이 외치자 누군가 외쳤다.

"실장님. 저자는 분명 하위차원 휴론계인인데 상위 파동적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젠장 하위차원 휴론계인이 어떻게 고차원 파동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다니. 그게 말이 돼!! 혹시 분석

시스템이 이상한 거 아니야?"

"그..그게. 분명 거대한 파동 에너지가 감지되는데 그것도

저자의 온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었고 한마디로 살아있는

에너지체로 데이터 결과가 나오는데요."

"빌어먹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렇다면 230년 전

기록된 데스퍼라도 용병단 출신 하몬의 데이터와 현재 저

놈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봐!!"

"예! 알겠습니다."

그때 헤겔론 회장이 갑자기 버럭 소리질렀다.

"파르마 실장!! 지금 내 아들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고작 분석이나 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좀 해보라고.

그리고 현재 내 아들 마이클의 상태는 어떤가?"

"회장님. 마이클은 온몸에 혈도와 경락이 설명할 수 없는

변화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분석결과가 나왔

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젠장. 아직이라고..그럼 시간이 지나갈수록 마이클의 생명

이 위험하단 말인가?"

"마이클을 인질로 등에 업고 있는 자는 보통 놈이 아닌

듯 합니다. 저자는 마이클을 방패막이로 사용하여 일거에

살상매니아들을 희생시켰으니 아마 마이클을 그리 쉽게

어떻게 하지는 못 할 겁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것은 저자를

분석하는 것이.."

그때 기획실 분석담당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실장님. 비교분석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230년전 이곳에서

혈겁을 일으켰던 하몬의 에너지와 현재 저 자의 그 에너지

의 맥락이 같습니다만..글쎄"

"글쎄 뭔가?"

"전혀 다른 에너지체로.."

"전혀 다른 에너지체라니? 구체적으로 말해 봐!"

"분명 둘 다 상위 파동 에너지체의 소유자임엔 분명합니다만.

하몬은 휴론계인이 아닌 어느 상위차원 존재이지만 지금 저자

는 분명 휴론계인의 신체를 가졌는데 하몬과 같은 파동체가

인위적으로 내부에 스며들었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믿기 지

않는 것은 그 파동체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융합

되었고 거대한 에너지체가 저자의 세포 구석구석까지 스며

들어 일종의 새로운 변형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그러니까..과학

적 용어를 빌리자면..후 어떻게 이런 일이.."

"이 새끼가!!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아. 예.. 그러니까, 파동적 에너지의 모체는 원소 변환에 있

습니다. 즉 저자는 원자핵을 조작하여 거대한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만..이거 참 말씀 드리면서도 황당하니.."

"원자핵을 조작하다니. 그럼 저자가 스스로 유도핵분열의

이용한 핵분열을 일으키기라도 한단 말인가. 젠장, 너

갑자기 미치기라도 했단 말이야. 열 중성자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은 우라늄뿐이고 또한 유도핵분열을 이용함

이란 우라늄의 쪼개진 원자핵에서 나온 중성자들이 연쇄반응

을 일으켜 그 결과로 엄청난 에너지와 폭팔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갑자기 인간의 개념으로 핵분열이 어쩌구 저쩌구

개소리를 하다니.."

"분명 저자가 원자폭탄을 스스로 만든다는 개념은 아닙

니다만. 그 메카니즘이 너무 똑같아서. 즉 저자는 파동적

에너지를 무엇인가와 융합시켜 그 힘을 인위적으로 연쇄

반응시켜 엄청난 증폭을 조절할 줄 아는 자입니다. 즉

물질적인 핵분열이 아닌 의식의 파장 분열이라 할 수

있겠죠."

그때였다. 헤겔론 회장이 뭐라 소리쳤다.

"파르마 실장. 지금 무슨 과학 강의하나!! 헛소리들 집어

치우고 지금 당장 3R 큐브 살상 게임장을 자동시키게나."

"그렇지만 마이클이 저렇듯 인질로 놈의 등에 업혀있으니..

만약 3R 큐브에 가둔다면 마이클 역시 생명이 위험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때 기획실의 여기 저기 앉아서 데이터분석을 하고 있던

직원들 사이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현재 롬페르담社

후문 경계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 체 해결되기도

전에 정문에서 더 큰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3명의 존재들에게 정문 경계지역이 한순간에

파괴됨과 동시에 그 여파가 본관 현관건물까지 밀어닥치니

기획실의 모든 관계자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저마다

당황스러워했다.

"뭔..뭔 일인가?"

"정문 지역이 파괴되고 본관 건물마저 누군가에 의해 급습

당하고 있습니다."

"뭐..뭐라고. 경비 진행요원들은?"

"이미 정문을 지키고 있던 250여명의 경비병들이 한순간에

소멸 당했습니다."

"뭐야. 한순간이라니.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정문 영상 스크린 확대 모드 작동 시켜봐!"

이윽고 영상 스크린이 기획실 한쪽 벽을 투영했고 이어 영상

에 나타난 3명의 존재들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의 이 낮선 세 명의 존재들은 거의 광분한 듯 각자의 무기

로 보이는 검과 막대 같은 것을 마구 휘두르니 놀랍게도 엄청

난 빛을 뿜으며 주변의 지형지물과 건물 등을 파괴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저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의 점프를 하며 닥치

는 데로 광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기획실의 헤겔론 회장과 파르마

실장등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은 바로 헤수스와 목유성 그리고 아론이었던 것이다. 리크

를 추적하여 이곳 롬페르담에 도착했고 곧이어 리크의 기류를

느꼈다. 하지만 살상을 즐겨하는 이곳 존재들에게 혹시라도

리크가 잡혀서 곤혹을 치르지 않을까 걱정한 아론이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무작정 자신의 초마법의 가론 스틱을 이용

하여 정문으로 쳐들어왔고 헤수스와 목유성 역시 마지못해 아론

을 도와서 각자의 상승 전투기술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던 중

이었다.

"아론 너 미쳤어!! 탐색도 안하고 무작정 이렇게 공격하면

어떻게.."

"헤수스. 지금 탐색이고 뭐고 할 시간이 있기나 해? 분명

이 근처에 리크가 있는 것이 느껴지는데 혹시라도 이놈들

에게 당하면 어떡하냔 말이야? 그리고 어차피 이곳 존재

들이 마음에 안들거든. 지난번 그 웅덩이에서 휴론계인들

의 시체를 보고나선 아예 이곳 새끼들의 씨를 말려 버리기

로 작정했어. 그러니 빨리 서두르자고."

그때 저편에 있던 목유성이 이들의 대회를 듣고는 뭐라

말문을 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무작정 이렇게 때려부수는 것은 어째

본좌의 취양과 다른 것 같아서.."

그때 아론이 불끈했다.

"목유성. 너 만약에 리크가 여기 존재들에게 희생당해도 그

따위 취양이나 찾는 헛소리를 지껄일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젠 저 건물 안으로 같이 들어가자고!"

"알겠네.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지.."

이들 세 명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동시에 본관 건물

속으로 쏙 들어갔다.

한편 롬페르담 후문 건물 옥상에 있던 리크가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이런 근처에서 익숙한 기류와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가만

있어보자. 이런 곳에 스승님들이 갑자기 나타날 리가 없고.

하지만 아론 스승님의 프아라(peuarra)의 기와 목유성 스승님

의 독특한 기류라..이것 참."

그때 갑자기 옥상 넘어로 보이는 거대한 건물들의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검은 여기와 화염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크는

그쪽을 주시했고 다시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후. 분명 내 느낌이 맞다면 스승님들이 분명해!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 안이 무척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 일단 가서 확인

해봐야겠군. 후..설마.."

전세계에는 수많은 합법적 차원 서바이벌 회사가 있었다. 차원

루트가 개발되고 대부분의 초기 서바이벌 회사들은 결코 인간

대상이 아닌 일반 짐승들을 사냥함으로서 나름대로 건전한 관광

사냥 문화를 즐겼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좀더 짜릿한 스릴을

즐기기 위하여 그 사냥대상을 인간으로 하는 불법 서바이벌

회사들이 생겨났고 그중 가장 악명을 떨치던 북미대륙의 미

연방국에 위치한 롬페르담社는 많은 차원 루트를 개발하여

상당수의 살상 매니아들을 배출해왔고 아예 랭킹제도까지 도입

하여 하위차원인들에 대한 사냥이 마치 자연스러운 게임에 지나

지 않는 것처럼 도덕적 윤리관념을 희석시켜왔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했는가? 오늘날 롬페르담社 바로 자신

들이 사냥을 위해 차원 이동시킨 휴론계인들에게 철저히 무너

지리라고는 그 누가 예상을 했었겠는가? 롬페르담社는 정부기관

도 아니고 정치적 혹은 군사적과도 전혀 관계없는 일반 사설회사

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의 주 업태인 차원 관광을 벗어나 점차적

으로 살상 서바이벌에 맛을 들였고 그에 따른 매출액도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남으로 전세계에 차원 서바이벌 자매회사를 수십개

거느린 거대기업이었다. 바로 수십개의 차원 서바이벌 회사들의

심장격인 롬페르담社는 결국 그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의 롬페르담社를 위기에 빠트린 주역들은 제3계 출신의

고차원 파동존재인 헤수스와 아론이 있었고 지구의 과거인 무림

세계부터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온 목유성과 바로 그들에게 전투

기술을 배운 휴론계인 리크였다. 그리고 이들 서로는 자신들 눈

에 황당하게 비쳐진 바로 지구라는 곳에서 조우를 하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거의 파괴된 롬페르담社의 본관 건물 7층의

어느 복도에서 결국 운명적인 만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크는 파괴로 얼룩진 건물의 잔재와 꾸역꾸역 솟아오르는 7층

복도를 헤집고 드디어 저 앞에 3명의 존재들을 발견하였고 곧

그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분명 헤수스 아저씨가 가운데 서 있었

고 그의 양옆에는 한번 대면을 한 적이 없는 처음 보는 사람

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기류로 보아 지난 시절 하몬의 검에

갇힌 체 자신에 전투기술을 가르쳐준 무림 스승 목유성과

초마법전사 아론임을 느낄 수 있었다.

"헤수스 아저씨!! 목유성, 아론 스승님!!"

이들 세 사람은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리크가 서

있는 곳으로 황급하게 다가왔다. 그들은 한동안 멍하니 리크

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저마다 말문을 열었다.

"리크!"

"리크. 오. 진정 네가 리크란 말이냐?"

순간 아론이 리크에게 다가오더니 와락 껴안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성질이 괴팍하고 다소 잔인한 기마저

풀풀 풍겼던 초마법전사는 아론은 이제껏 냉철하게 지켜

왔던 체면을 뒤로 한 체 리크의 얼굴을 자신의 볼에 비비고

는 이내 감격에 젖어버렸다.

"리크. 흑흑.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너 정말 괜찮니. 이런

무서운 곳에서 말이야.."

리크는 하몬의 검에 갇혀 있어서 목소리만 듣다 생전 처음

보는 아론 스승이 자신보다 어린 15살 정도의 아름다운

소녀모습이자 다소 당황하였다. 더구나 아론은 마치 길 잃은

자식을 찾은 어머니와 같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포옹하니 내심 당황스런 기분이었다.

"정말 아..아론 스승님이세요? 후."

"그나저나 너 등뒤에 누굴 업고 있니."

"아. 그렇지."

리크는 재빨리 자신의 등뒤에 매달려있던 마이클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얘는 이곳 존재인 마이클이라고 해요. 제가 인질로 데리고

다니던 중이었는데.."

그 순간 목유성과 헤수스가 다가왔다. 그들 역시 리크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헤수스 아저씨. 이런데서 만나다니요. 그리고 목유성 스승님

와우 정말 잘 생기셨네요."

순간 아론이 발끈해서 뭐라 말했다.

"리크야. 저건 잘 생긴 게 아니라. 꼭 여자 등이나 처먹는 바람

둥이 면상이란다. 정말 잘생긴 건 바로 우리 리크지. 호호."

"후. 아론 스승님도 이렇게 미인이실 줄이야.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호호. 정말!!"

"쳇 미인 다 죽었군. 살다보니 별소리를 다 듣겠군."

헤수스가 한마디했다.

"뭐야. 헤수스 이 쫀쫀한 자식이.."

리크는 이들의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더니 절로 웃음이 나오

기 시작했다.

"하하하. 헤수스 아저씨, 그리고 스승님들 다투는 모습이 꼭 애들

같아요. 하하하"

리크의 말에 이들 세 명은 저마다 멋 적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엥."

"쳇."

"뭐야?"

"아무튼 지금 여기서 아저씨와 스승님들을 만나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지만 분명 현실이 맞겠죠? 그렇다면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다른 많은 휴론계인들

역시 이곳에 끌려온 것 같으니 그들을 구해야 되요. 더구나 이

건물엔 우리를 원래의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마법의 통로

가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이 건물 내부를 무조건 다 부셔버리

진 말아 주세요. 후후."

"누가 그러니. 이곳에 마법의 통로가 있다고?"

헤수스가 묻자 리크는 조금 전 바닥에 내려놓은 마이클을 향해

손짓했다.

"저기 마이클이라고 이곳 존재인데. 분명 이곳에 마법 통로가

있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왜 저렇게 꼼짝 못하냐?"

그때 목유성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저건 리크가 혈을 집어 꼼짝 못하게 만든 거지. 일단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저놈을 다구치면 되겠군. 하지만 이 건물

안에는 아직 다른 기(氣)들이 느껴지니 아예 그들도 제압을 하고

마무리를 짓자고."

"뭐 그러지."

"좋아. 그리고 리크 이젠 우리 뒤에 바짝 따라 오너라. 그 누구도

더 이상 너를 건드릴 수 없을 테니 안심하거라."

"예. 아론 스승님."

"안되겠다. 이리 와서 내 손을 잡거라. 내 직접 너를 보호해야

겠다."

"아휴. 참. 스승님도 제 몸 하나는 저도 보호할 수 있어요. 창피

하게.."

"리크.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아직 적들이 남아 있으니

말이야."

리크는 자신보다 어리고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한 아론 스승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꽉 잡으니

다소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후. 이것 참. 스승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도 없고. 후 그런데

아론 스승님은 왜 이렇게 어린 거야. 제3계 데카론의 관장자이

시자 초마법전사인 아론 스승님이 요렇게 귀엽게 생기셨다니.

이거 정말. 후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롬페르담社 건물에 남아있던 직원들

과 진행 요원들 그 외 기획실에서 최후까지 남아있던 헤겔론

회장, 파르마 실장조차 그야말로 괴물 같은 휴론계 존재들에게

더 이상 반항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알았다.

지구연대 2777년 8월 23일 (오후 3시 추정) 롬페르담社는 자신

들이 사냥감으로 불러낸 하위차원인들에게 완전히 굴복 당했

음을 인정했다. 헤수스와 목유성, 아론은 더 이상의 살생을

하지 않았고 리크는 마이클에게 정보를 얻어낸 뒤 롬페르담

건물 10층에 바로 이곳의 지휘부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곳은

이곳 개념으로 기획실이라 불렀으며 바로 그곳을 지휘하는 총

대장의 아들이 마이클임을 알아냈다. 건물 지하감옥으로부터

각기 다른 차원에서 온 여러 종족들이 풀려났고 그들의 숫자

만 하더라도 무려 7000여명이 되었다. 현재 스캇과 패샤보이가

이끄는 115명의 휴론계인들을 주축으로 풀려난 그들과 함께

롬페르담社의 외곽경비를 철저하게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이 지구에서 사용하는 각종무기들의 보관창고마저 알아낸 뒤

그 사용법을 저마다 습득하기에 바빴다.

롬페르담社이 휴론계인들에게  함락 당한지 3일이 지나갔다.

현재 롬페르담社 기획실에는 전과 마찬가지로 헤겔론 회장과

파르마 실장 그 외 중역진들이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한가지 달라진 점 이 있다면 그 기획실에는 그들을 위협하는

낮선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리크와 그의 스승들

그리고 휴론계 대표격인 스캇 대장, 패샷보이등이었다.

물론 현재 지하감옥에서 풀려난 수천명의 여러 종족과 현

휴론계 생존자들에게 있어서 리크, 목유성, 아론, 헤수스는

그들의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했고 이젠 아예 영웅대접을

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수천 수만명

을 호령하던 일대의 군주들답게 현 상황을 여러 차원의 사람

들에게 설명했고 머지 않아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각자 자신들의 차원으로 돌아가는 열쇠는 역시 이곳

지구인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고 그들의 고차원 적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 저 수많은 차원인들을 이곳으로 이동시켰는지 몰랐던

것이다. 과연 이들이 과학이라는 문명에 대해 알 수 있었던가?

벌써 3일이 지났건만 오늘도 기획실에 포로로 잡혀있는

지구인들의 설명은 리크와 그의 일행들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것들이었다.

특히 아직도 과학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초마법전사 아론이

성질을 펄펄 내면서 헤겔론 회장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으니.

"빌어먹을 뭐가 그렇게 복잡해! 주문을 알려달란 말이야. 너희

들이 분명 초강력한 마법주문을 사용하여 우리를 비롯해 저

많은 사람들을 이 개 같은 곳으로 차원 이동 시켰지만 분명

돌아가는 주문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러니 내 손에 뒈지기

전에 빨리 주문을 외워 마법 통로를 만들어!!"

"흥! 주문은 개 뿔 무슨 주문. 그러니까 하위차원인들은 별수

없다니까? 벌써 과학적 개념을 몇 번 말해 줬건만 아직

이해조차 못하고 있으니. 나도 너희같이 지긋지긋한 놈들과

마주 보는 것도 싫어서 빨리 차원이동 모드를 작동시켜 너희들

세계로 보내고 싶단 말이다. 젠장 그런데 3일전 너희들이 이

건물을 막 때려부수면서 주 동력관이 파손되어 작동모드가

안되고 아마 수리하려면 몇 주는 더 걸린단 말일세, 그러니까

그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라고. 이건 무슨 마법도 아니고 주문

도 아니란 말이야. 바로 과학!! 첨단 과학이란 말이야. 내말

알아듣겠어!! 이 무식한 놈들아!!"

"무슨 개소리야. 과학이  도대체 뭐야.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보라고, 그리고 너 늙은이 말이야! 말끝마다 하위차원이라고

하는데 한번만 그따위 개소리를 했다간 네 아가리를 찢어버리

겠어. 알았어. 이 더럽고 냄새나는 늙은이야."

아론은 살기 띤 목소리로 헤겔론 회장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가론 스틱으로 헤겔론 회장 목줄기를 꽉 눌러버렸다.

"컥..커..알..알겠소..컥..컥.."

그때였다. 리크가 다소 흥분한 듯 뭐라 말문을 열었다.

"지금 생각 난 건데 이들은 마법과는 다른 개념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이들이 마법석궁을 사용할

때 마법 주문이나 기타 뭐라 중얼거리는 것을 전혀 못 들었

거든요. 그리고 이들의 무기를 우리가 사용할 때 그저 돌출

된 부분 하나만 누르면 저절로 발사가 되더라고요. 이들의

여러 무기들을 살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누가 만져도

같은 힘을 발휘하더라구요. 아마 이들이 우리를 이곳으로

차원 이동시키 것 역시 더욱 거대한 무기 혹은 어떤 장치를

이용해서 손쉽게 했을지도 모르지요."

"리크. 갑자기 뭔 소리냐. 마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야?"

"아까 저 노인이 말한 대로 이곳 용어로 과학이라 불리는

것에 열쇠가 있을 수도..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이들의 개념

도 받아들여 배울 건 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뭘 배우란 말이야?"

"닥치는 대로 배워야죠. 여긴 모든 게 생소한 것들이니 하나둘

씩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나가면 되잖아요. 벌써 이들의 무기

작동법도 모두 다 아시잖아요. 처음엔 그 위력이 대단하여

막상 만지기도 꺼려했단 이들의 무기가 이제는 한번 사용해

보니 별거 아니잖아요."

"흠.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어차피 우린 이곳에 끌려왔으니 이곳의 방식과 개념을 철저히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역사와 문화까지

말이죠. 도대체 지구라는 곳은 어떤 곳이며 이들의 사고방식과

식생활 습관 등 왜 다른 차원인들을 이동시켜 학살을 자행하는

지 말이죠. 즉 이들에 대해서 배운다면 더 이상의 두려움이나

이런 낯선 곳에 대한 공포심도 저마다 줄어들 겁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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