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38화 (38/157)

[데스퍼라도] 38. 공포의 살육자 리크

데스퍼라도(Desperado)

공포의 살육자, 리크

협곡에 자신들의 사냥감이 없자 각조의[단테피오테스]회원들은

우왕좌왕(右往左往)하였다. 하지만 레포드는 그들과는 달리

신속하게 자신의 7조 회원들을 이끌고 협곡을 빠져 나왔다.

제법 시간이 흐른 뒤 제 7조 회원들은 협곡과는 다소 떨어진

붉은 계곡으로 향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무작정 대장 레포드가

인솔하는데 따라갔지만 그가 왜 붉은 계곡으로 가는지 그 영문

을 몰랐다. 한참을 가다가 결국 부대장인 타니아가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대장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어디로 가다니?"

"아니..그게..그러니까..원래의 목적지인 협곡과는 다른 곳으로

향하니까 아이들이 몹시 궁금한 모양이야..."

"궁금하다. 후후. 물론 궁금하겠지. 하지만 너희들의 안목으로는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할텐데.."

"레포드..이해를 못하다니..넌 우리 7조를 이끌 대장이잖아. 적어

도 우리들에게 다음 이동 장소에 대하여 말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야?"

"당연하다..흠..더구나 내가 대장이니까 일일이 부하들에게 작전

설명도 해야된단 말이지."

레포드는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으며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였다. 잠시 후 그는 뒤에서 멈춰 서버린

7조 회원들을 천천히 보며 말문을 열었다.

"어차피 협곡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쯤에서 내 생각을 말해

줄 참이었어. 본론 적으로 말하자면 우린 붉은 협곡으로 가는

중이지."

"붉은 협곡이라니?"

"내 예상대로라면 차원인들은 그곳으로 이동했단 말이다..후후."

"그들이 붉은 협곡에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지?"

"후..너희 같은 아마추어 참가자들에게 이런 것을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하는 내 신세가 좀 그렇지만 뭐 원한다면 말해주지. 일단

차원 서바이벌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정보 확보력에

있지. 예를 들어 진정한 프로는 게임에 참가하기 전 충분한 정보

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입수해야된단 말이야. 즉 롬페르담

회사가 주관하는 게임 배경과 캐릭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

등이야말로 나 같은 고수들에겐 필수적인 일이지. 물론 이번

게임은 롬페르담 회사조차 워낙 극비사항 속에 진행되었기에

나조차도 겨우 지도/맵(map) 정도의 정보를 살상 매니아클럽

으로부터 겨우 얻을 수 있었지.."

레포드는 자신이 들고있던 지도를 들어 보이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다른 한 손으로 또 다른 지도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양손에 2장의 지도를 움켜쥔 체 레포드는 의기

양양(意氣揚揚)하게 말을 계속 이어갔다.

"후후..여기 왼손에 들고 있는 지도는 롬페르담 회사에서 지급한

것으로 한마디로 말해 쓰레기지.."

레포드는 그 지도를 손으로 꾸깃꾸깃 거리더니 획하고 던져

버렸다. 반면에 오른손에 들고 있던 지도를 조심스럽게 펼치더니

허공위로 던지는 것이 아니나 그 순간 종이처럼 느껴졌던 그

지도에서 빛이 발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허공하지점에서 홀로

그램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레포드는 물론 7조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갑자기 생겨난 홀로그램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 이게 진짜지..자 보라고 살상 매니아 클럽에서 내게 전해

준 지도를..협곡이외에 다른 수많은 지형들이 자세하게 영상으로

기록되었지..더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명체의 흔적 또한

이 영상 지도가 추적 할 수 있다는 점이지.."

레포드는 허공의 홀로그램영상의 어느 한 부분에 손을 들더니

계속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지점이 붉은 계곡으로서 협곡에서 동쪽으로 약 27 Km

떨어진 곳이지..더구나 보다시피 이 지점에서 가장 진한 색깔의

붉은 빛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서 제법 많은 생명체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지. 물론 동물은 아닐 테고 바로 협곡에서

탈출한 휴론계 차원인들임이 분명하단 말이지."

"대장 그렇다면 그들이 밤새 27 Km 먼 거리를 이동하여 붉은

계곡으로 갔단 말이야. 내가 알기로는 부상자들도 꽤 되는 것

같고 또한 그들을 데리고 그렇게 먼 거리를.."

"후후..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좀 놀랐지. 물론 27 Km란 거리

는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지 하지만 밤새 간다면 뭐 이동 못

할 것도 없지..하지만 협곡 주변지형에서 가장 이상적인 피난처

를 그들이 어떻게 알고서 하루만에 그곳으로 정확히 이동했느냐

가 나로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란 말이야. 즉 그들 중 누군

가가 미리 정확히 정찰을 해서 그 지점을 발견한 뒤에 협곡에

있던 자신들의 동료들을 그쪽으로 안내했을 텐데..참 아무리

빠르고 능력 있는 정찰대라도 하루만에 27 Km를 왕복해서

붉은 계곡을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은.."

"혹시 마법을 사용해서.."

"후후..롬페르담에서 그들에게 흘린 마법은 고작 검술과 혼합

해서 사용 할 수 있는 반쪽 짜리 마법이지..더구나 그들이

쏘아대는 마법에 정통으로 맞는다해도 너희들이 입고있는

[단테피오테스] 회원복이 완전한 보호역할을 하니 그다지 걱정

할건 없지 하지만 순간 이동술이라든지 여타 원거리 이동마법은

휴론계인들의 능력으로는 꿈도 못 꾸는 일이지....그러나 혹시

모를까 그들중 우리 지구의 아시안 연방에 속한 그 옛날 중국

무림시대에 통하는 축지법(縮地法)을 쓰는 자가 있을지도..하하하

물론 황당한 얘기지만..아무튼 붉은계곡 피의 파티(party)를

위해서 떠날 준비나 하자고."

*  *  *  *  *  *  *  *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아래 수없이 뻗어나간 붉은 계곡

줄기는 휴론계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리크

와 패샷보이는 동굴에서 나와 혹 있을지도 모르는 식량대용의

짐승 혹은 열매 등을 찾고 있었다.

'후 정말 1시간을 돌아다녀도 그 어디에도 살아있는 짐승이나

하물며 나무 같은 것조차 발견 할 수 없으니 도대체 이 세계

존재들은 뭘 먹고사는지..빌어먹을.."

패샷보이가 잔뜩 불만스런 표정으로 투덜대기 시작했고 리크

역시 다소 실망스런 표정으로  뭐라 말했다.

"후..이거 걱정이군. 아무 것도 발견 못하고 돌아가게 생겼으니..

패샷보이 일단 동굴로 가자고 너무 멀리 나온 것 같단 말이야."

"젠장 그래도 식량 비축분이 남아있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트면

이 세계 존재들과 싸워보기도 전에 굶어 뒈져죽는 줄 알았잖아."

"후후..그 녀석 말 한번 근사하게 하는군..아무튼 다른 사람은

굶어죽을지 몰라도 패샷보이 너 같은 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후까지 살아남을 것 같으니 괜한 걱정하지

말라고.."

"뭐..뭐라고 리크 이놈이..네가 뭐 그렇게까지 파렴치한 놈일

것 같아?"

"뭐 파렴치하기보다는 그 잘난 네 목숨만큼은 꽤나 챙길 것

같은데 뭐."

"뭐..이 자식이 말하는 것 좀 봐!!"

"후후 그저 농담이야.."

"신경을 팍팍 건드리고 그저 농담이라니.."

"자식 별걸 가지고 흥분하기는 그나저나 쫌생이 돌아 갈

준비나 하자고.."

"뭐라고 쫌생이라고..정말.."

패샷보이는 동굴로 돌아오는 길 내내 리크에게 잔소리를

해댔지만 리크는 빙그레 미소만을 지을 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동굴 근처에 거의 다다른 리크와 패샷보이는 동굴

주변을 살펴보더니 거의 동시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저기 동굴 옆 언덕 위에 누군가 앉아있는데.."

"잠깐만 저들은 하시아와 플랜시아잖아.."

"그러게 말이야..하시아는 아직 부상중인데..아직도 편치

않는 몸 가지고 밖엔 왜 나왔지.."

"아직 이곳은 위험천만한데 저렇게 높은데서 버젓이 적에게

노출 당하다니..정말..여자들이란.."

리크와 패샷보이는 황급히 그녀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언덕

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곳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하시아는 리크를 보자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리크.."

"하시아 넌 아직 부상이 회복되지도 않았잖아..그런데 왜 밖에

나왔어..자 빨리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고 더구나 이런 높은

고지대는 적에게 발견되기 쉽단 말이야.."

그 순간 옆에 있던 플랜시아가 말문을 열었다.

"하시아님이 하도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제가 부축해 데리고

나왔어요. 그러니 너무 탓하지 마세요."

하시아 역시 리크를 보더니 뭐라 말했다.

"여긴 무척 조용하고 외진 것 같은데 설마 이런 곳까지 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그리고 저기 펼쳐진 붉은 계곡

좀 보라고 너무 아름답지 않아.."

리크는 하시아가 밝은 표정으로 손짓까지 하며 주변 지형을

가리키자 이내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때묻

지 않은 맑은 영혼을 가진 시골소녀 하시아는 이런 낮선 곳에

떨어져 아버지와 자신의 마을 사람들인 찬드라 용병단이 몰살

당하고 자기자신마저 이유 없이 부상당하자 한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내내 흐느끼기만 하였는데 오늘만큼은 빙그레

미소마저 지으며 제법 안정을 찾은 것 같아 리크로서도 더 이상

하시아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제법시간이 흐르자 나이마저 같은 또래인  리크, 패샷보이와

하시아 플랜시아는 한창 대화의 꽃을 피우고있었다. 그중 하시아

만이 아직도 지끈거리는 어깨를 가끔 붙잡고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을 뿐 그녀 자신도 이들과의 대화에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호호..정말 믿지 못하겠군요. 리크가 플랜시아님의 세파크 기본

검술 제 1레이온에 나가 자빠져다니요."

하시아가 말하자 패샷보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놀란 표정

을 지었다.

"후..리크가 고작 그런 검술에 제압을 당하다니.."

"그..그건 벌써 3년이나 지난 얘기인데 새삼스럽게.."

리크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갑자기 뭐라 얘기했다.

"자 이젠 내려가지. 이런 곳에서 너무 오래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자식 괜히  창피한 일 들쳐 내니까 말 돌리기는.."

"그런 게 아니야..우린 아직 이곳 지형에 대해서 모르잖아 그러니

조심 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자 하시아 내가 안을 테니 아무

말 말고 내려가자고.."

리크는 하시아를 조심스럽게 안았고 패샷보이와 플랜시아 역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시아는 자신을 안고있던 리크를 바라보

더니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리크..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고..고맙긴.."

"나두고 절대 멀리 가지마...알았지.."

"물..물론이지..그러니 괜한 걱정하지 말고 어서 힘내서 부상이나

완쾌하라고.."

"응.."

그 순간 리크에게 안겨있던 하시아가 힘없이 고개를 털쿠었다.

"풀석!!"

"탕!!!"

리크는 하시아가 순간적으로 머리를 떨쿠자 그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하시아..."

"............"

리크는 하시아가 아무대답이 없자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

했다. 무엇인가 정확하게 하시아의 위부분의 이마를 뚫고 지나간

듯 조그만 구멍이 나있었다. 리크는 반사적으로 축 늘어진 하시아

를 안고 아래 동굴로 내려갔고 패샷보이와 플랜시아 역시 조금

전 '탕'하는 굉음 소리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

하고 급히 몸을 피했다. 아래 동굴로 들어온 리크는 우선적으로

하시아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안에 있던 사람들 역시 무슨 일인가

하고 모여들었다.

"하..하시아..."

하시아 머리 뒤부분이 온통 피로 범벅되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

은 리크는 정신없이 외치기 시작했다.

"하시아..정신차려..하시아..하시아.."

"................"

하시아는 리크의 절류하는 외침에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 리크의 품에 안긴 그 고요하고 평온한 미소를 간직한 체

저 이름 모를 휴론계의 어느 시골로 아빠 푸티와 함께 육체를

벗어버리고 영혼의 귀향을 서두르는 것 같았다. 오로지 죽음만

이 자유로운 영혼의 귀향을 가능케 하였으리라..

한편 붉은계곡의 서쪽 능선부분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웅성웅성 거리고 있었으니 바로 그들은 레포드가 이끄는 제 7조

회원들이었다.

"이번에 레포드 대장이 사냥감을 발견했나봐.."

"정확히 한방 쏜 것 같았는데.."

"그런데 총기류가 M16은 아닌 것 같은데 스코프가 달리고 미끈

하게 빠진 것으로 보아선 저격용 총 같은데.."

그때 레포드가 조준자세인 엎드린 동작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흡족한

표정으로 뭐라 말했다.

"후후..내 예상이 맞았군. 붉은 계곡에 놈들이 몰려있단 말이야..자

한번에 하나씩 즐겨볼까.."

레포드는 자신의 헬멧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리더니 다시 말문을 이어갔다.

"수많은 살상 매니아들이여! 이 게임에 참가하고 싶어 몸이 근질

근질거리겠지. 아무튼 전세계 시청자들이여 이 레포드의 저격

솜씨를 잘 보았는냐..정확히 2.8 Km떨어진 거리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의 이마에 명중시킨 실력을..하하하"

*  *  *  *  *  *  *  *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리크는 하시아의 죽음을 겨우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하시아를 자신의 품에 놓인 체 전혀 꿈

쩍을 않고 있었으니 그때 대장 스캇이 조심스럽게 리크 옆으로

다가왔다.

"리..리크..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시신을 내게 넘기겠나.."

"................"

리크는 이미 피로 범벅된 하시아의 겉옷을 북북 찢더니 둘둘

말아서 끈 모양으로 만들고는 자신의 녹슨 철검 손잡이와 손목에

연결시키기 위해 꽉 묵었다. 순간 리크는 하시아의 피로 얼룩진

끈을 코에 갔다 대더니 냄새를 맡기 시작했고 이내 하시아의 머리

를 쓰다듬더니만 살기 어린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렸다.

"하..하시아....너를 끝까지 보호 못해서 정말 미안해..단지 네 피를

부른 이곳 존재들을 모두 멸살 시킨다는 내 약속만은 믿어 줘....

그..그리고 하시아 네 피가 묻은....옷 좀 가져갈게..이해하지...."

동굴 밖으로 홀로이 나가는 리크를 감히 말릴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고 심지어 알 수 없는

흉폭한 기류가 그의 몸 주위에서 펄펄 솟아오르니 감히 근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동굴밖에 나온 리크는 순간 최상승의 경공법

을 사용하더니 단번에 그 높은 계곡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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