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7화 (17/157)

[데스퍼라도] 17. 무공 (武功)

데스퍼라도(Desperado)

무공 [武功]

과연 그 위명대로 파카트니 용병단들은 체계적인 대열로

서서히 리크와 찬드라용병들을 목표로 조여오고 있었으며

누구하나 숨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동료들을

깨끗이 두 동강낸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리크의 검술에

극도로 긴장하는 것 같았다. 근 200여명의 파카트니 용병

들이 한발한발 다가오자 리크 역시 철검을 서서히 하늘로

향하는 가 싶더니만 이내 지면으로 검 끝을 갖다 대었다.

초혼검법(超魂劍法)은 중국 광룽지방의 해남천당가에 그

원류를 두고 있었으며 리크의 스승인 목유성이 14살 때

바로 그 검법에 입문하였고 17살 때 비로소 12성중 10성

까지 이루었다. 바로 목유성이 어린 나이로 무림에 알려지

게 된 검법이었던 것이다. 리크는 내공을 검 끝에 흐르게

하는 검경(劍勁)정도 수준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초혼

검법(超魂劍法)은 검경의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어선 검기

상인(劍氣傷人)의 상승검법이란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바로 검이 상대방의 몸에 닿지 않고 그 자체의 검기로만

패도적인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분명 리크가 시전할 이 검법은 중국 무림에서조차도 그 내공

수위가 상당한 경지에 이른 초고수만이 시전 할 수 있는 것

이었다. 헌데 전혀 별개의 세상에서 그것도 파란눈의 금발 모습

을 한 리크가 소위 무공(武功)이라 칭하는 전투기술을 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퍽 이채로운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자 일시에 공격한다."

파카트니 용병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공격명령을 내리자

선발 1진으로 보이는 수 십 명의 용병들이 빠른 속도로 리크

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흑검술 제 3 레이온!!!"

"피용! 피용! 피용!"

파카트니 용병들의 검은 마치 부드러운 연검이나 페싱검을

연상케하였다. 갈대가 바람에 미친 듯이 흔들리듯 그 검 끝

들이 리크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한편 리크는 식은땀이 얼굴을 타고 쭉 내려왔다. 저들이 외친

흑검술 제 3 레이온이란 말 중 레이온이라 함은 바로 마법공격

용어라는 것을 눈치챘고 언제 어디서 갑자기 위력적인 검 마법

이 뻗쳐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크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순간 그는 무슨 구결을 입으로 중얼중얼

거리더니 갑자기 크게 외쳤다.

"초혼검법 제 3초식 역참멸!!"

리크는 땅 끝에 겨누던 검을 들어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단 일도(一刀)를 파카트니 선발 용병대에 시전했다.

"파..파..팟..팟...팟.!"

믿기 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검 끝에서 발사되는

검기(劍氣)는 지면과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만 곧이어

그 목표를 파카트니 용병들에게 맞추었다.

"악.."

"헉."

"앗"

수 십 명의 파카트니 선발진들은 저마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

며 허리통이 끊어져 버렸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들인지라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파카트니 용병단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멍한 표정들을 지었을 뿐이었다. 침묵이 한동안 흐르는가 싶더

니만 잠시 후 고지대에서 구경하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뭐..뭐야..."

"뭐지..아무것도 발사된 게 없는데.....파카트니 용병들이 허리가

절단 난 체 쓰러지다니..."

"너..너무 잔혹하군..세상에 저런 검술이 존재하다니.."

"도대체 검술을 사용한 거야 아니면 마법을 사용한 거야...마치

귀신한테 홀린 기분이군..."

구경하던 사람들 역시 용병 아니면 기사단 출신으로 리크가 좀

전에 사용했던 전투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만일 마법이라면 유형(有形)의 에너지가 응집되어 그들 눈에

보였어야만 되었지만 분명 리크의 검에선 어떠한 마법 응집체도

보이지 않았기에 이들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사실 이들보다 더욱 놀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초혼검법

을 시전 한 리크 그 자신이었다.

'아..아무것도 발사된 게 없는데 사람들의 몸이 분리가 되다니...

이..이럴 수가.."

무형의 검기(氣)를 일으켜 패도적인 검법을 구사 할 수 있는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에 오른 것도 모른 체 리크는 한동안

의아해했다. 한편 공터 주위를 에워쌌던 파카트니 용병단들은

저마다 꼬리를 감추듯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들

은 아예 모습을 감추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털 나고서 이렇게

잔인한 검술 혹은 마법을 본적이 없는지라 그들은 리크를 악의

정령 헬싱 혹은 살육의 마녀 워저드의 등급으로 본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상대가 아님을 인식했던 것이었다.

"초..초혼검법 제 3초식 역참멸이라..후...어떨 결에 시전 한 게

성공했군...목유성 스승님이 있던 세계에 존재하는 전투기술이라....

분명 그곳은 무서운 곳임에 틀림없어...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설

의 대륙 카뮤론에 산다는 드래곤이나 다른 기이한 존재들과도

맞설 수 있겠는데..."

리크는 뭐라고 중얼거렸고 잠시 후 하시아가 그에게 다가왔다.

"리..리크...."

"하시아..."

하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리크를 와락 껴안았다.

"고마워..덕분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살았어.."

"어..어. 그.그래..."

한편 뒤에서 이를 지켜보았던 찬드라 용병들은 아직도 철검을

잡은 손들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이젠 리크 뒤에 널부러져 있는

파카트니 용병들의 분리된 시체를 보고는 토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하라섹 숲에 있었던 이 사건은 삽시간에 퍼졌다. 더구나 리크가

찬드라 용병단 소속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찬드라 용병단 역시

그 이름이 숲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 오늘밤에도 역시 찬드라

용병단의 푸티 촌장은 그의 딸 하시아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젠 그만 돌아가요. 아빠.."

"험..험..이젠 우리 찬드라 용병도 그 이름이 알려졌단 말이야..

물론 리크 덕분이지만..."

"정말...아까는 검을 놓칠 만큼 벌벌 떠시더니..도대체 무슨 생각

으로 전쟁터에 가시려는 거에요....엄마가 기다리시니 빨리 마을로

돌아가요..네?"

그때 리크도 한마디 거들었다.

"촌장님...저..저기..하시아의 말대로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앞으로 아까 낮에 있었던 일들보다 더 험한 사건들이 발생

할 수도..."

"험..네 이놈..내 너를 우리 찬드라 용병단에 끼워줬더니만..

험..험 이제 와서 배신하려 하느냐.."

"배..배신이라니요..저..촌장님 저는 단지 걱정이 돼서..."

"네 이놈..험..촌장이라니..난 찬드라 대장이니라..에잇..."

어느새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찬드라

용병들은 그 자리에서 하나둘씩 쓰러져 잠들기 시작했다.

한편 그곳으로부터 다소 떨어진 숲에는 리크와 하시아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으이고. 우리 촌장 아빠 고집은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그나저나 리크 너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혹시 성 기사

출신 아니야.."

"성기사 출신이라니?"

"대부분 헤카르 검술 경지에 오르고 또한 마법 레이온 5

이상을 사용 할 줄 아는 파가논 제국의 상급계열의 기사단

말이야.."

"후후.. 거기 와는 전혀 상관없어..."

"후..아무튼 아깐 정말 대단했어..이렇게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지 않을 정도였으니.."

"대단하긴..운이 좀 좋았지....그나저나 하시아..너희 아버님이

고집을 꺽지 않으실 것 같은데..후..걱정이군 순박한 농민들과

어린애들로 이루어진 찬드라 용병단이 전쟁터로 나간다 생각

하면...."

순간 하시아가 벌떡 일어났다.

"리크..."

"어 갑자기 왜 그래...하시아..."

"날 좀 안아 줘.."

"어?"

하시아는 리크가 머뭇거리자 자신이 먼저 리크를 살며시 안았다.

"아빠는 내게 소중한 분이셔...리크..너무 내 생각만 하는 것 같은데..

저기..우리 찬드라 용병들을 앞으로 네가 보호 좀 해줘...."

"어...그게...말이야..나도 누굴 찾으러..."

순간 하시아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하긴 너무 무리한 부탁이란 거 알아..알았어..조금 전 얘기했던

거 없었던 것으로 해."

"그게 아니라..그러니까.."

하시아는 어느새 모닥불가로 향했고 리크는 하시아의 뒤 모습을

그저 바라보았다.

"하..하시아.."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찬드라 용병들은 저마다 짐을 꾸리고

파가논제국으로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한편 하시아는 아침부터 찾아 다녔지만 리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곧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다.

'혹시 어제 밤 내가 괜한 얘기로 리크에게 부담을 준 게 아닌가..

후..파가논제국 만이라도 같이 동행하면 좋을 텐데..리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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