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바다에 가도 될까요?”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더니 오기와라는 그렇게 말했다.
재회한 뒤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이 차에 탔지만 이런 식으로 행선지를 묻는 것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아주 약간 놀라면서 미나토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차 안은 조용해졌다. 익숙한 손길로 핸들을 돌리며 자동차를 몰면서, 가끔 조수석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 모습은 미나토가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밤의 거리를 빠져나온 자동차는 금방 해안가의 도로로 나왔다.
재회하고 나서 두 번째로 만났을 때 갔던 길과 같은 길인가 했지만 밤이라 알 수 없었다.
시선을 앞으로 향하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면으로 뻗은 도로와 해안선뿐이었다. 어두운 탓에 단조롭게 보이는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까 커피숍에서 들은 말이 하나씩 떠올랐다.
뿔뿔이 흩어진 그것을 제자리에 끼워 넣으면 직소 퍼즐처럼 어떤 그림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작 머리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길을 굽이굽이 꺾으며 가던 자동차가 바닷가에 넓게 펼쳐진 갓길에 정지했다.
눈앞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밤바다가 펼쳐졌다.
아득히 먼 곳에서 빛나는 초승달이 생각보다 밝게 물 위를 비추었다.
“할 말이란 게.”
말을 하다 말고 미나토는 입을 다물었다.
언젠가 오기와라가 말했듯이 자신은 늘 재촉할 뿐이었다.
느닷없이 옆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 시선을 향하니 오기와라는 핸들에 팔꿈치를 얹고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재회하고 나서는 거의 본 적 없는 솔직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스로 얼굴이 풀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재촉만 해서 미안해.”
기껏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오기와라는 또 웃기만 했다.
라이트를 꺼도 운전석 앞에는 은은한 빛이 남아 있었다.
달빛과 어울려 오기와라의 표정이 잘 보였다.
“이야기라고 해도, 미나토 선생님껜 변명으로만 들리겠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헤어질 땐 내가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했으니까, 뭐든지 들어줄게.”
“고맙습니다. 그럼 이걸.”
오기와라가 내민 봉투는 위자료로 건넸던 것이었다. 미나토가 쌌던 그대로 열었던 흔적조차 없었다.
“돌려드릴게요. 아무리 해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오기와라, 그래도.”
“제 오른쪽 무릎이 다친 건 우연한 사고예요. 계속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래요. 하지만 선생님이 신경 쓰는 걸 알고서 협박하는 데 이용한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일단 그것부터 사과하고 싶어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단숨에 말하고 오기와라는 상반신을 접을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진지한 사과로부터 진심이 전해졌다.
그래도 침묵하지 못한 미나토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원인의 하나인 건 분명해.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선생님은 사고가 나고 나서 무척 잘해주셨어요. 충분하다기보다 지나칠 정도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더는 그 사건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강하게 내미는 봉투를 받지도,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못한 채 미나토는 고민했다.
그렇다면 왜 오기와라는 그렇게 집요하게 오른쪽 무릎을 입에 올린 것일까.
협박까지 해서 미나토를 쫓아왔을까.
돈 봉투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놓은 채 오기와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미나토의 생각을 읽은 듯이 그가 대답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또 선생님이 도망칠 것 같아서요.”
“뭐?”
“선보는 날 우연히 선생님과 재회했을 때, 선생님이 모르는 척해서 그렇게 절 만나기 싫었나 생각했어요. 그렇게까지 할 만큼 상관하고 싶지 않은가 하고.”
“그건―그런 게.”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오기와라가 하는 말의 일부분은 사실이었다. 그때 미나토는 분명 오기와라를 모르는 사이처럼 대하려고 했다.
“충격이었어요. …나는 여태껏 만나고 싶었는데.”
조용히 들려주는 말에 심장의 깊은 곳이 소리를 냈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고, 그때는 이미 피할 수 없었다.
“나나에게 선생님 일하는 곳을 물어서 그 앞에서 기다렸는데, 또 피하기에 그렇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미나토 선생님은, 저한테는 대부분 먼저 굽혀주셨잖아요?”
그래서 거부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오기와라는 덧붙였다.
“꼬맹이가 떼쓰는 거랑 똑같죠. 그래도 선생님을 놓고 싶지 않아서 가까이서 체온을 느끼면 그다음에는 만지고 싶어서 멈출 수 없게 됐어요. 저항하면 더 화가 나서 가장 효과적인 구실로 오른쪽 무릎을 이용했어요. 그러면 선생님은 거역하지 못한다는 거 알았으니까.”
자조적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설마 그런 식으로 생각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말을 할 권리가 제게 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한 번만 말하게 해주세요. …미나토 선생님, 좋아합니다. 아마 대학 시절부터 그랬던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서 첫사랑이라고 깨달은 바람에 대하는 것도 완전히 잘못했던 모양이고. 차이고 상태 나빠져서 엄청 사납게 굴어요.)
(실은 꽤 오래전부터 좋아했는데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나 봐요. 바보 같죠, 오랫동안 못 잊었으면 그것만으로도 알 텐데.)
방금 전 나카모리 유키가 한 말이 귓속에서 되살아났다.
의미는 알아도 이해할 수 없던 그 말이 바로 지금, 오기와라의 목소리와 겹쳐지며 미나토 안에 스며들었다.
“여름방학 동안 과외를 부탁한 것도,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선생님과 연결고리가 생긴다고 생각해서였어요. 어쨌든 가능한 한 가까이에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의 전, 그런 제 마음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호의는 분명하게 알았으니까, 착각했던 거죠.”
“착각?”
무슨 일인가, 하고 묻는 미나토에게 잠시 머뭇거리다 오기와라는 불쑥 말했다.
“미나토 선생님은 내 거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아무한테도 안 줄 거고,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지도 않겠다고.”
“―.”
머뭇거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인해 온몸이 저린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소리는커녕 숨조차 죽이고 미나토는 운전석에 앉은 청년을 쳐다봤다.
“선생님이 친구랑 만나면 어떤 사람인지 신경 쓰였고, 어린 취급을 받을 때마다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어요. …선생님이 밤에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한 걸 듣고 몰래 보러 갔다가. 모르는 남자랑 키스하는 걸 보고 완전히 머리에 피가 몰려서―결국 스스로 어찌할 새도 없이 선생님을 강제로 우리 집에 데려왔었죠.”
숨을 멈춘 미나토에게서 자동차 앞유리 너머로 시선을 옮기고 참회하듯이 말을 이었다.
…그때 당시, 겨우 냉정함을 되찾았을 때는 미나토가 팔 안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당황하며 구급차를 부르려는 것을 미나토가 막아서 최소한으로 약국에 약을 사러 갔다.
심야에 문을 여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니 집에 미나토의 모습은 없었고, 그 상태로 어디에 갔나 싶어 새파래져서는 서둘러 미나토의 아파트로 향했었다.
“아침까지 기다려도 선생님은 안 오고, 휴대전화로 전화 걸어도 받지도 않고. 형이 끈질기게 전화하기에 끝까지 무시하지 못해 받았더니 갑자기 소리를 쳤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민폐니까 더는 다가가지 말라고 했죠.”
정말로 민폐라고 해도 본인에게 듣지 않은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한 오기와라에게 형인 마사유키는 적어도 미나토가 졸업할 때까지는 기다리라고 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간곡히 타일러서, 그렇다면 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미나토 쪽에서 연락해주지 않을까, 하고 희미한 기대를 품으며.
“하지만 봄이 되어도 아무 연락이 없었죠. 전화도 문자도 연결되지 않고, 아파트도 텅 빈 채였고, 학교에 문의해도 소용없었어요. 최후의 수단으로 형을 추궁했을 때는 이미, 형이 아는 연락처도 연결되지 않게 됐어요.”
“오기와라.”
“제가 생각해도 웃기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 짓을 한 주제에, 남자끼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연애 자체에 관심이 없던 탓도 있었지만요.”
그로부터 오랫동안 오기와라 안에는 언제나 미나토가 있었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계기도 그것이고, 포토 콘테스트나 전시회를 보러 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미나토의 이름을 찾았다. 사람을 써서 찾을 생각까지 하다가 끝내 실행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까지 할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은 채였다.
그러나 재회했을 때, 자신의 기쁨과 미나토가 보인 반응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협박하고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들어서 만족했던 건 처음뿐이었어요. 선생님은 서먹하게 대하고, 가까이 있어도 이전보다 거리를 두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러다가 선생님이 제 앞에서는 거의 안 웃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게 한숨을 내뱉고 오기와라는 앞유리 너머의 바다로 시선을 주었다.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학원 학생들 앞에서는 잘 웃는 걸 보면서 충격받았어요. 그래서 어떡하면 내 앞에서도 웃어 줄까 생각하다가.”
“혹시, 그래서 같이 놀러 가자고… 내 마음대로 하자고 한 거야?”
곤란한 얼굴로 웃던 오기와라가 짧게 긍정한 뒤 한숨처럼 말했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은 절 대신해서 다치게 되었지만요.”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니까.”
“계단 밑에서 못 움직이게 된 선생님을 보고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어요.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때, 내가 오른쪽 무릎을 다쳤을 때 선생님은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라고 깨달았어요. 무릎을 이유로 선생님을 위협한 나를 때려눕히고 싶었죠. …그랬는데, 열흘 전에 최후통첩을 받았을 때 또 같은 짓을 반복했지만요. 그거 말고는 선생님을 잡을 방법이 안 보였어요.”
그 시점에서 이미 미나토에게 사랑받는다는 자신은 없어졌다고 오기와라는 말했다. 그때 당시의 무릎에 대한 일을 약점 잡혀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부 저 좋을 대로만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선생님을 집요하게 뒤흔들다가 결국 지독한 일을 겪게 했어요. 그러니까 위자료는 제가 내야 해요.”
“그, 그런 거 필요 없어!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젓다가 뒷말을 잇지 못했다. 난처해 하는 미나토를 내려다보며 오기와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억지로 들이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곤란한 일이나 필요한 게 있을 때는 언제든지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휴대전화 번호는 한 번도 바꾼 적 없으니까.”
“…오기와라?”
“제 쪽에서 연락하지도 않을 거고 얼굴도 내비치지 않을게요. 허락 없이는 다가가지도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그러니까 하나만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쉽게 포기할 수도 없을 거 같으니까 이대로 선생님을 계속 좋아해도 될까요?”
빤히 쳐다보는 시선은 무슨 소원이라도 비는 것 같았다.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미나토는 입을 열었다.
“날 좋아한다니…, 동거한다는 여자친구는?”
“그런 거 없습니다. 자랑거리도 아니지만, 동거할 만큼 친밀하거나 오래 사귄 상대가 없어요. 전 정이 없어서 연애는 안 맞나 봐요.”
자조적으로 어깨를 움츠린 그에게 미나토는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이리노가 그러던데,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미인이라서 백부님이 부러워했다고.”
“그냥 농담 삼아 하는 말이에요. 적당히 대꾸하거든요.”
“그래도 내가 물었을 때 부정 안 했잖아?”
“그땐 아직 선생님이 절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도망만 치니까 그런 거라고 하면 질투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진짜 저, 그냥 바보네요.”
이마를 문지르며 신음하듯 말하더니 오기와라는 문득 진지한 얼굴로 미나토를 봤다.
“미리 자백하는데 옛날부터 다가오는 상대는 그럭저럭 있었고, 뒤끝 없이 놀 수 있는 상대론 부족함이 없었어요. 나카모리 선생님은 그걸 알았고, 유키 씨도 짓궂은 성격이라 그걸로 절 놀리는 버릇이 있거든요.”
나카모리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오기와라의 스승이자 유키의 남편이기도 한 프로 카메라맨이라고 한다. 지금은 똑같이 프로 카메라맨이라고 명함을 내미는 오기와라는, 대학생 때부터 그에게 배웠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은 부부가 나란히 절 갖고 놀지만요. 요전에 일하면서도 어찌나 부려 먹는지.”
“그렇구나. 그랬어….”
그래서 나카모리 유키는 거리낌이 없었다. 가득 차버린 머릿속에서 어떻게든 이해하고 있으니 오기와라가 살피듯이 말했다.
“미나토 선생님, 혹시 조금은 제가 신경 쓰이세요?”
생각하기 전에 먼저 고개가 끄덕여졌다.
말을 하려고 의식할 것도 없이 말이 입에서 흘러내렸다.
“엄청 신경 쓰였어.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있는 주제에 나하고 그런 식으로 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지도 않아서, 다정하게 대해주면 기대하고, 그래도 역시 순간적인 변덕으로 갖고 놀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다가오는 끝을 기다리는 것이 괴로워 그 전에 자신이 끝내버렸다. 자신이 결정했으면서도 그 뒤로도 계속 괴로워서 혼자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깨달았다.
옛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훨씬 더 자신의 속이 텅 비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언제 이 아픔에 익숙해질까, 정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몇 년 걸릴까, 하고 절망했다―.
끝없이 흘러넘치는 말은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진심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하나씩 토해낼 때마다 가슴 속에서 굳어 있던 과거의 마음이 녹는 것처럼, 미나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등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희미한 소리와 함께 오른쪽 이마가 탄력 있는 천에 닿았다.
고개를 드니 바로 곁에서 오기와라와 눈이 마주쳤다.
“…싫으면 밀어내세요.”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등을 맴돌던 팔의 끝, 손바닥이 미나토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어느새 오기와라의 팔 안에 갇혀 있었다―.
“아까 한 질문의 답을 가르쳐주세요. …전 미나토 선생님을 계속 좋아해도 되나요?”
생각하기 전에 고개가 움직였다. 아래위로 움직이는 이마가 오기와라의 어깻죽지를 스치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제가 이렇게 하는 거 싫지 않으세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마다 오기와라의 팔에 힘이 세게 들어갔다.
“전 미나토 선생님께 미움받던 게 아닌가요?”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인지 말로 대답하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때를 기다린 것처럼 침묵이 내려왔다. 미나토의 어깨를 감싼 손바닥은 머리까지 오기와라의 가슴 깊숙이 끌어안았다.
안긴 것은 미나토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가 자신에게 매달린 것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미나토 선생님은… 조금은 절 좋아하세요?”
귀에 들린 목소리는 질문으로 들리지 않았다.
말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미나토는 지금까지 의자 위에 얹어둔 손을 들어 올렸다. 오기와라의 소매를 살며시 쥐고 이번에도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에서 안심하듯이 한숨을 내뱉는 기색이 느껴졌다. 머리를 누르던 손이 움직여 미나토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쥐고 결심한 듯이 말했다.
“선생님께, 키스해도 되나요?”
지금 하는 질문은 간청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미나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가까이서 시선이 부딪쳤을 때는 이미 입술에 부드러운 체온이 닿아있었다. 두 번, 세 번, 부드럽게 빨아들이나 싶더니 관자놀이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절 좋아한다고 말해 주지 않을래요?”
마지막으로 들린 그 질문에 미나토는 작게 숨을 삼켰다.
대답을 위해 입술을 살짝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