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11/22)

3

사회생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경험할 일이 생길 줄은 생각지 못했다.

“호소카와 선생님, 안색이 나쁜데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잠을 좀 못 잤을 뿐입니다.”

출근하자마자 마주치는 사무직원들의 지적에 미나토는 어떻게든 웃음으로 답했다.

“그런데 평소에는 전철 타고 다니셨는데 오늘은 택시 타고 오셨잖아요. 걸음걸이도 괴로워 보이고… 감기라도 걸리셨나, 약은 갖고 계세요? 없으면 점심때라도 사다 드릴게요.”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는 미나토가 이 학원에 취직한 시점에 이미 근속한 지 20년을 넘긴 베테랑 사무직원이었다.

어머니처럼 오지랖이 넓어, 미나토를 필두로 독신인 강사들을 돌봐주었다.

“약은 있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인도 알고 있으니 알아서 할게요.”

“그래요?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사양 말고 말해요. 그리고 이거, 선물.”

눈치가 빠른 만큼 쓸데없이 떠보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쪽에서 상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아차리곤 스태미너 드링크를 주고 갔다.

자그마한 뒷모습을 지켜보며 미나토는 강사 대기실로 향했다. 벽에 붙은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그대로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미나토는 자기 집 침대 위에 있었다.

눈에 들어온 실내는 완벽할 정도로 평소와 같았고, 어제 일어난 일이 마치 꿈만 같았다.

그것이 착각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은 상반신을 일으키면서 몸 여기저기의 관절과 터무니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욱신거림과 통증 때문이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 본 피부에는 낯선 붉은 흔적도 몇 개 있었다.

현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채 준비를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빠르게 움직이려 했지만 걷는 데 몹시 시간이 걸려서 눈앞에서 평소 타고 다니던 전철을 보내버리고 말았다.

비록 몸은 그리 버거웠지만 어쨌든 지금은 일하고 싶었다.

평소처럼 수업에 신경 쓰며, 수업 후 질문에도 답하면서 지냈는데, 그날 마지막으로 담당한 반에서 앞자리에 앉은 이리노를 본 순간, 머릿속은 오기와라로 가득 찼다.

―적당히 좀 해, 바보 아냐?

수업을 진행하면서 입속으로만 중얼거린 욕설은 어젯밤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졸업할 때,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오기와라에게 자신은 호기심의 대상일 뿐, 진지하게 상대한 적 없었다. 엊그제 재회했을 때도, 어제 학원 앞에서 만났을 때도, 불쾌한 얼굴만 보여주었다.

토라진 말투에 얽매여 졸졸 뒤따라간 사람이 바보다. 결국 오기와라에게 미나토는 보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은 희귀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다.

절망적일 정도로 일방통행.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자기 자신에게 진심으로 진저리가 난다.

그리 스스로 조소하면서도 일단 어떻게든 수업을 마치고, 질문에 답하며 학생들을 보냈다.

다행히도 아침 첫 수업을 맡는 오늘, 미나토의 근무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평소처럼 비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음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들어왔다.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에게 대답하고 잡담하면서 정리를 마치고 강의실을 나섰다.

“호소카와 선생님, 잠깐 괜찮으세요?”

놀라서 돌아보니 이리노가 작은 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몸짓으로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깜짝이야. 무슨 일이야, 질문?”

“그게 아니라요. 어제랑 같은 곳에서 기다린다고 오기와라 씨가 전해달랬어요.”

느닷없는 말에 사고회로가 완전히 멈췄다.

“아침에는 멋대로 나가서 죄송합니다, 일 때문에 아침에 일찍 가야 한다고 말하는 거 깜빡했습니다, 사죄는 오늘 제대로 할게요, 라고.”

“…왜 이리노가 그 말을 전하는 거야?”

겨우 입을 연 미나토에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기와라 씨는 저희 백부님 제자거든요.”

이리노의 백부는 이른바 프로 카메라맨으로 촬영할 때는 아침 일찍 나갈 때가 많았다. 이리노는 아침 일찍 개를 산책시키는 습관이 있는데, 오늘 아침은 근처에 사는 백부님의 집 앞을 지나가는 코스를 택했다. 그리고 그때 차고에서 대량의 기재를 차로 옮겨 싣던 백부가 말을 걸었다고 한다.

“지금 일하는 파트너라고 오기와라 씨를 소개해 주셨어요. 그랬더니 오기와라 씨가 호소카와 선생님을 아느냐고 물었어요.”

오늘도 학원에 간다고 했더니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그는 말을 덧붙였다.

“오기와라 씨, 선생님이 가르치던 학생이라면서요. 가르치는 방법이 무척 알기 쉽고 세심하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준다고, 선생님을 굉장히 칭찬했어요.”

뺨이 상기되어 말하는 소년을 눈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실로 옴짝달싹 못 하게 칭칭 얽매인 기분이었다. 아무 말 못 하는 미나토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이리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기와라 씨, 굉장히 남자답다고 해야 하나 멋지더라고요. 우리 누나가 한눈에 반하는 것도, 그래도 상대해주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미인 여자친구랑 동거한다고 백부님이 굉장히 부러워했고요!”

“…그래? 난 꽤 오랜만에 만난 거라 아직 잘 몰라.”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누나가 그러던데, 오기와라 씨가 선생님 주소 같은 거 물어봤다고.”

혼자서 이해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이리노를 보면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미나토는 오기와라가 어디 사는지도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연인의 유무는 논외로 치더라도, 연락처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그 정도 관계이면 된다고 오기와라는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 만나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슬슬 다음 수업이 시작할 거야. 교실로 가는 게 좋겠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재촉하자, 이리노는 생각난 듯이 돌아보며 말했다.

“또 하나, 오기와라 씨가 전해 달래요. 만약 엇갈릴 거 같으면 직접 선생님 집에 간다고요.”

바로 앞의 교실로 이리노가 쏙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강사 대기실로 돌아가 필요한 서류를 정리하면서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달았다.

어젯밤, 그 해안가 호텔에서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을까.

침대 위에서 말도 못하게 희롱당하고, 그 한창인 장면에서 기억이 끊어졌다.

꿈결처럼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허리를 받치고 손잡이를 잡고서 계단을 오른 것과, 눈에 익은 현관문 앞에서 열쇠를 찾으러 가방을 뒤진 것이었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현관문 안쪽의 바닥에 열쇠고리 채로 열쇠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마치 밖에서 문을 잠근 누군가가 도어 포스트로 열쇠를 던진 것처럼―.

“오기와라가 데려다줬나…?”

그 상황에서 자력으로 집까지 왔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리 친절한 택시 기사라 해도 처음 보는 손님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건물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문까지 잠그고 돌아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제외해 가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고맙다고… 해야겠지.”

호텔에 내버려 두고 돌아갔다면 틀림없이 오늘은 지각이나 결근이었을 게다. 또한 4층짜리 계단을 누군가를 업고 오르는 일은 상당히 번거롭고 힘겨웠을 것이다.

…온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는 것이 오기와라다.

용건을 듣고 고맙다고 한 다음, 얼른 끝내버리면 된다.

그렇게 마음먹고 미나토는 가방을 손에 들고 일반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오후 여섯 시를 넘은 바깥은 완전히 어두웠지만, 시간대 덕분에 어젯밤보다 불빛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오기와라가 건너편 건물의 벽에 기대듯이 서서 이쪽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표정이 예전에 오기와라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던 시절의 모습과 같아 보여서 가슴이 아팠다. 그런 착각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미나토는 오기와라에게 걸어갔다.

“이야기는 차 안에서. 그 김에 데려다 드릴게요.”

“차에 탈 마음은 없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주세요.”

“여기서 그런 소리를 해도 괜찮습니까?”

의미심장한 물음에 눈썹을 모은 미나토를 보며, 오기와라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남들이 봅니다. …선생님이 나왔을 때부터.”

봄학기 수업 중인 지금은 평소보다 학생 수가 많았다.

수업이 시간 할당 선택제이기 때문에 집에 가는 시간은 학생에 따라 다르고, 거기에 맞춰 학부모도 데리러 왔다.

미나토도 얼굴을 아는 학부모 몇 사람이, 아이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나토와 눈이 마주치자 만면에 미소를 띠고 인사하는 그녀들의 흥미진진한 시선은 오기와라와 그 곁에 있는 미나토를 향했다.

오기와라의 정체가 알고 싶으면 미나토에게 물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싸우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소문이 퍼질지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얌전히 차에 타는 게 가장 평화적인 해결방법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가까운 역까지 가는 걸로 하죠.”

어깨로 웃는 오기와라를 따라 미나토는 걷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은 삼가주세요. 다른 사람들 눈에 띄니 곤란합니다.”

조수석에 빠른 말로 전하자, 운전석에 앉은 오기와라는 넓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연히 옛날에 가르치던 학생과 재회했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보다 미나토 선생님, 이제 저한테 높임말 쓰는 거 그만두시죠?”

안전벨트를 매며 시동을 건 오기와라가 대답을 기다리듯 이쪽을 쳐다봤다.

꼼짝 않는 미나토에게 질렸다는 듯 숨을 내쉬고 손을 뻗었다. 반사적으로 피하려는 미나토의 어깨를 잡더니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당겨서 멈췄다.

“그때는 높임말 같은 거 안 썼잖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세요.”

가까웠던 숨결이 멀어지는 데 안심하고 나서 미나토는 오기와라를 난처하게 쳐다봤다.

“…앞으로, 라니.”

입에서 나온 말이 움직이기 시작한 엔진음에 묻혀 사라졌다.

왜 그런 말을, 하고 생각하고 나서 다음 말을 예감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설마 어젯밤으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기에 튕기듯 고개를 들었다.

그런 미나토를 곁눈질로 보며 오기와라는 입 끝으로 웃었다.

“제 인생을 가로막은 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한다고, 그때 선생님이 말했잖아요. 그럼 앞으로 좀 더 어울려 주세요. 제가 질릴 때까지면 되니까.”

의미는 알아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말이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품고 귀에 닿았다. 옆에서 뻗어 나온 손바닥으로 바지의 옆 라인을 쓰다듬기에 반사적으로 뿌리쳤다.

“그건… 어젯밤으로 끝나는 얘기 아니었나요?”

“흠. 내 인생과 오른쪽 무릎은 선생님께 그렇게 싼 거였나.”

비웃음 섞인 그 말을 긍정할 수도 없어 미나토는 필사적으로 대꾸할 말을 찾았다.

“…이리노에게, 당신은 동거 중인 연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당신하고 상관있어요?”

자신을 향한 미소가 조금 전과 완전히 달라져 험악한 색을 띠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공기에 몸이 움츠러든 미나토가 힐끗 곁눈으로 보는데, 곧 운전석의 목소리가 즐겁게 말했다.

“서로에게 나쁠 거 없잖아요. 궁합도 제법 좋고.”

“궁합이 좋아…?”

“그냥 궁합 말고 속궁합이지만요. 그때, 선생님 꽤 좋아했잖아요. 갑자기 사라진 덕분에 전 상당히 섭섭했다고요? 여기서 쉽게 놔주기는 아깝네요.”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한 마디 한 마디 끊어서 말한다 싶더니 후반에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손을 뻗어 미나토의 무릎 뒤쪽을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내가 싫다고 하면?”

“그런 말 할 처지라고 생각하세요?”

조소 섞인 어투가 단호하게 대답을 딱 잘랐다.

얼어붙은 듯 꼼짝 않는 미나토를 신경 쓰지 않고 차를 세우더니 조수석을 다시 쳐다본다.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 조금도 웃지 않는 얼굴이 미나토를 똑바로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이런 걸 보고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나요? ―포기하세요. 처음부터 저한테 남자의 몸을 가르친 건 선생님이니까.”

키득키득 웃는 오기와라가 시동을 끄고 내리는 것을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자동차 앞으로 돌아간 그가 조수석 문을 열어 미나토는 기시감을 느꼈다.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도착해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긴….”

“몸, 안 좋죠? 어젯밤, 꽤 달렸으니까요. ―선생님도 꽤 좋아하셨고요.”

처음에는 배려였던 말이 마지막 한마디 때문에 빈정거림으로 변했다. 자리에 앉은 채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미나토는 오기와라를 다시 쳐다봤다.

“…모쪼록,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서 갈 수 있습니다.”

오기와라가 차를 댄 이 무인 주차장은 미나토가 사는 집 창문에서 보이는 곳에 있었다. 걸어도 고작 2분이면 도착한다.

“혼자 보낼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집에 사람을 데려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오기와라의 대답은 예상한 범위 내였다.

데려다주기만 할 작정이라면 일부러 여기에 차를 세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오늘만은 혼자 있게 해주기를 바랐다.

오기와라의 요구는 거역할 수 없다.

오른쪽 무릎에 대해 속죄하기를 요구한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혹시 속죄로서 요구하지 않아도 어젯밤 다시금 깨달아버린 연정 때문에 틀림없이 마지막까지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준비를 해두고 싶었다.

손쉽다는 이유만으로 미나토에게 손을 뻗어오는 연하의 이 남자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선을 분명하게 그어두고 싶다―.

“…그렇습니까.”

오기와라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경멸했다.

표정을 굳히고 기대듯이 자리 깊숙이 등을 대는 미나토에게 웃음을 보이며 오기와라가 열었던 문틀로 발을 들였다.

상반신을 밀어 넣어 얼굴을 갖다 대나 싶더니 갑자기 호흡을 가로막았다.

“―읏, 응.”

혼신의 힘으로 양팔을 버텼다. 턱을 쥔 손에서 도망치려고 목을 돌리고, 얼굴을 피해 키스에서 벗어났다.

키득키득 웃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내려다보는 그 얼굴을 미나토는 진심으로 노려봤다.

“무슨 생각…읏.”

밤이라고는 해도 주택가의 한가운데다. 심야도 아닌 집으로 가는 사람이 빈번히 오가고, 주차장을 드나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방에 들여 주지 않으면 차 안에서 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다, 답답해서 싫다고, 어젯밤에, 읏.”

“어젯밤은 그랬는데, 오늘은 의외로 차 안에서 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해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차체가 높아서 엿보려는 놈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 꽤 흔들릴 테니까 무슨 짓을 하는지는 한눈에 알아차리겠지만요.”

말과 함께 저항하는 손을 잡아왔다. 양손을 한데 모아 자리 위로 밀어 올리고는 혀를 굴리고 있던 목덜미를 그대로 빨아들여 따끔한 아픔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조수석은 창문이 없는 건물 쪽에 있어서 다른 사람 눈에 띄기 어렵다. 하지만 그곳도 지나다니는 사람에 한해서다. 주차장을 사용하는 차가 들어오면 장소에 따라 훤히 보이고 만다.

“…농담이지?”

“농담으로 들려요? 제법 진심인데, 아직도 부족하세요?”

“남한테 들켜서 곤란한 건 너도 마차가지잖아.”

“전 상관없어요. 이 근처에 사는 것도 아니고, 소문나든 말든 제 알 바 아닙니다. ―미나토 선생님과는 다르거든요.”

귓가에서 속삭이는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생각만으로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숨을 삼키고 있을 때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낮은 배기음 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시 정지하는 자동차 특유의―.

“차, 들어왔네요. 옆에 오면 뭘 하는지 잘 보일 텐데.”

“…알았어. 알겠으니까.”

굽혀서는 안 된다고 머릿속으론 생각했지만 달리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이마를 가까이 가져다 대는 오기와라가 바로 옆에서 기쁜 듯이 웃었다. 가벼운 키스가 떨어진 직후, 낯선 경자동차가 빈 공간으로 주차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