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1화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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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까 호소카와 씨와는 교제도, 결혼도 할 수 없어요.”

꾸벅 고개를 숙이기에, 미나토는 반들반들 윤이 나는 후리소데 차림으로 바로 곁에 선 여성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눈앞의 여성과는 두 시간 전에 처음으로 만났다. 각자 맞선 일행을 데리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겁 없는 아이라고는 느꼈지만, 단둘이 되자마자 이런 대사를 내뱉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똑 부러지는 아이구나, 하고 감탄하는 것을 무반응이라고 생각했는지 야무지게 묶은 머리가 눈앞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눈만 들어 상황을 살피는 행동이 새집에서 머리만 내밀어 내다보는 병아리처럼 보여서 미나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문득 뒤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와, 일단은 그녀를 재촉해 길을 비켜주게끔 했다.

이 호텔의 영업 포인트라고 하는 넓은 정원을 빙 도는 산책로는 길고 구불구불 구부러진 채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었다.

그렇게 맑은 햇볕 아래서 함성을 지르며 앞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석가산 너머로 보이지 않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미나토는 입을 떼었다.

“그럼 제 쪽에서 거절해 드릴까요? 아니면 그쪽에서 거절하는 형태로 하는 게 좋으시겠어요?”

담담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예쁘게 그린 눈썹을 치켜 올렸다.

“…화내지 않으시나요?”

“화내는 편이 나았을까요?”

짓궂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 물음에 물음으로 답한 것은 미나토 본인도 이 선 자리를 제대로 응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개자이자 근무지 상사인 학원장이 몇 번이고 부탁하다가 마침내 눈물로 애원하는 작전까지 펼친 결과, 거절을 못 했을 뿐이었다. 학원장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아.”라는 언질도 받은 상태였다.

미나토가 이끄는 대로 걸어가는 그녀는 흘끔흘끔 이쪽을 쳐다봤다.

“…숙모님이 그럴 때는 상대방에게 실례니까 처음부터 만나지 말든지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거절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만나 뵈니 꾸며낸 이유로 거절하는 건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요.”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 쓰실 필요 없어요. ―그렇군요, 전 저대로 거절할 테니 그쪽은 생리적으로 안 맞는다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그런 건 호소카와 씨께 너무 죄송하죠. 괜찮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안 된다고 제대로 말씀드릴게요.”

달려들 듯한 기세로 반론하기에 흐뭇한 마음이 들어 뺨이 풀어졌다.

“좋아하는 사람과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상대해주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여동생 취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어른스럽고 멋지고, 엄청나게 인기도 많은 사람이라서 라이벌도 많거든요.”

조금 전 단호했던 선언이 마치 거짓말처럼 장식을 단 머리를 자신 없는 듯이 숙이고 말았다.

고개를 숙인 그 모습에서 성적이 떨어진 학원 학생의 모습이 연상되어 미나토는 얼른 위로할 말을 찾았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으면 행동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요?”

불쑥 고개를 든 그녀는 미나토보다 열 살이나 어려, 나이는 이십 대 전반이었다.

그런데도 커다란 눈으로 빤히 미나토를 쳐다보는 모습은 자신이 가르치는 여고생과 똑같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여동생 취급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겠죠. 그렇지만 여동생 취급이라는 입장이 있기에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것도 알아요. 계속해서 여동생인 건 싫지만 연인이 될 수 없다면 지금 이대로 유지하는 게 낫지 않나, 하고요. …그래서 오늘 선보는 장소를 억지를 부려 이곳으로 정했어요.”

전반은 어찌 되었든 후반의 대사가 의미 불명이었다.

눈짓으로 뒷말을 재촉하더니 그녀는 열심히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일 때문에 오늘 여기 올 거예요. 예쁘게 꾸미고 평소와 다른 절 보여주면 뭔가 달라질지도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뇌리에는 이미 그 사람으로 꽉 찬 듯, 뺨에 홍조를 띠고 넋을 잃었다.

다부진 말이지만 확실히 맞선 상대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연장자로서 주의를 줘야 할지, 웃어넘겨야 좋을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시선은 미나토의 어깨너머 그 끝으로 향했다.

“그 사람이에요! 저기 있었네요! 아, 저쪽으로 가버린다… 잠깐 기다려요, 오기와라 씨, 여기! 저 여기예요!”

한층 높은 소리를 내며 그곳으로 달려가는 그녀에게도 놀랐지만, 그 이상으로 귀에 들린 이름 때문에 온몸은 긴장이 흘렀다.

하나 그 직후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실소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이름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이래서야 과민반응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자신에게 진저리치며 미나토는 가볍게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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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산책로의 15미터 정도 끝에 서 있던 장신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시멘트로 굳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본격적인 일안 카메라를 손에 든 남자는 무슨 촬영 중인 듯, 몸은 석가산으로 향한 채 목만 틀어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단정한 용모가 아니라, 야성미 넘치는 표정이었다. 찌를 듯이 날카로우면서도 어딘지 빈정거리는 듯한, 사람을 잡아먹을 같은 분위기. 색소가 약간 엷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그를 더욱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웃으면 입가로 보이는 덧니가 귀여워서 마치 다른 사람처럼 인상이 부드러워진다.

옛날에 그런 변화를 몇 번이고 봤었다.

먼눈으로 보기에도 균형이 잘 잡힌 선 자세도, 어깨와 팔이 겉보기 이상으로 부드럽고 다부지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어째서 여기에, 그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미나토는 곁에 있는 그녀를 향해 서서 약간 빠르게 말했다.

“그럼 전 그만 갈게요. 모처럼이니 그분과 느긋하게 보내세요.”

“하지만 숙모님이 같이 산책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들켜요. 모셔다드리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그럼 잘 지내세요.”

망설이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산책로를 되돌아가려 할 때 낯익은 목소리가 불러 세웠다.

“미나토 선생님.”

발을 멈추고 나서 무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어안이 벙벙한 그녀의 얼굴과 다가오는 발소리를 인식하면서, 혼란스러워진 머리로 필사적으로 궁리했다.

그러나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하고 돌아봤을 때는 이미 멀리 있던 장신은 바로 곁에 다가온 뒤였다.

어깨나 가슴, 등의 실루엣이 기억보다 제법 두껍고 단단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 생김새도 상당히 어른스럽고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했다. 미나토가 좋아했던 오기와라 그대로라고,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느꼈다.

그러면 안 된다고 가슴 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또 다시 반복할 것이냐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제지하며, 넘칠 듯한 그리움과 가슴의 통증을 짓눌렀다.

“누구십니까? 어디서 만났던가요?”

시치미 뗀 얼굴로 망설임을 담아 물으니, 그는 노골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몇 초간 미나토를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오기와라 코우시입니다. ―어쩌면 이름도 잊으셨을지 모르지만.”

“…아. 오랜만이군요, 잘 지냈습니까?”

“그럭저럭요―. 선생님도 잘 지내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바로 정면에서 쳐다보며 이름을 부르면 어쩔 수 없다.

단념하고 미소를 띤 미나토를, 오기와라는 뺨을 일그러트리며 내려다봤다.

“저기, 아는 사이세요? 호소키와 씨랑 오기와라 씨.”

“은인. 대학교 때 선생님.”

퉁명스럽게 그녀에게 대답하는 표정도 예전과 같은 듯 달라서 미나토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나랑 선보는 사람이 미나토 선생님이셨구나.”

“아, 그랬구나. 깜짝 놀랐어, 엄청난 우연이네!”

신나서 말하는 그녀를 흘끗 쳐다본 오기와라는 바로 미나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단정한 입 끝에 떠오른 옅은 미소는 아무리 봐도 재회를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오기와라가 얼마나 불쾌해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오기와라 씨, 일 끝났어요? 그럼 같이 차라도 마시지 않을래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너, 선보는 중이잖아.”

“그렇지만 호소카와 씨랑은 오랜만에 만난 거잖아요? 그럼 세 명이라도 괜찮잖아요. 여기 라운지, 홍차가 맛있대요.”

“너 인마.”

소란을 피우는 그녀를 질렸다는 듯 오기와라가 나무랐다.

예상 밖의 갑작스러운 전개에 견딜 수 없는 기분과 동요를 느껴 미나토는 빠른 말투로 비집고 들었다.

“전 일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호소카와 씨, 그래도.”

“대답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전하겠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부드럽게 웃어 주자, 그녀는 미나토가 내심 마음을 써주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뺨을 살짝 붉히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오기와라 쪽은 바늘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를 불러 세우지는 않았다.

그럴 리는 없는데 역으로 향하는 리무진버스 안에서까지 그 매서운 시선이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

타이밍이 나쁜 데도 정도가 있다. 돌아온 아파트에서 갓 내린 커피를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미나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흡사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정말로 오기와라였던 것일까.

어디까지나 미나토가 아는 범위에서지만 오기와라 본인이나 그의 가족은 이 지역에 딱히 연고가 없을 텐데.

그가 진학을 희망한 복수의 대학원 중 어느 곳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고, 사실상 요 몇 년 동안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거니와 소식조차 못 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실내가 어두컴컴해진 것을 깨닫고 불을 켜자, 시간은 어느새 여덟 시를 넘긴 상태였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자신에게 질색한 다음, 간단한 저녁밥을 먹기 시작했다.

친구인 나가시마에게 때마침 전화가 온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선본 건 어땠어?’

전화를 받자마자 귀에 들어온 말이 그런 탓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이 친구에게 전화로 불평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저쪽에서 거절했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결혼할 수 없다네.”

‘뭐? 선보고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냐?’

“선보는 중에 본인이 직접 사과했어. 짝사랑하는 그 사람이 자길 다시 봐줬으면 좋겠단 생각에 후리소데를 입었다는 말도 하고.”

‘웃기지 말라 그래.’

여태껏 약간 흥분한 것 같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불쾌함을 띠었다. 알기 쉬운 반응인지라 미나토는 전화기 너머로 쓴웃음을 지었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억지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런 거 아닐까. 어차피 꾸밀 거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뭐, 그럴 마음 없이 나간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똑같아.”

‘어디가. 너 화 좀 내라! 상대방한테 한소리하고 좀 제대로 된 여자 소개해 달라는 방법도 있잖아!’

“그래서 어쩌려고. 애초에 나는 여자하고 안 되는데.”

‘정말 그래?’

들려오는 목소리의 회의적인 울림에 미나토는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가시마. 그거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대학 졸업 이후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그야말로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지만 전화 통화나 문자는 자주 주고받았다.

근황 보고에서 회사생활의 불평불만까지 말하는 사이로 숨길 것도 없고, 게다가 애초에 나가시마는 이런 식으로 속마음을 숨기며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나토, 톡 까놓고 말해서 지금까지 남자랑 제대로 연애한 적 없지? 게다가 여자랑 시도해 본 적도 없고.’

오랜 기간 사귄 만큼 그가 하는 말은 구구절절 옳다.

취직하고 나서 그동안 미나토가 친하게 지낸 상대는 여러 명 있었지만, 그중 누구에게도 친구 이상의 호외를 품지 못하고 모두 연인 일보 직전에서 끝났다. 여성을 상대로는 처음부터 사귀어 볼까 하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미나토가 누구하고든 쉽게 사귈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건 알아. 그래도 너 진짜 여자는 안 되냐? 내가 이쪽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그렇게 착각하는 거 아니냐?’

“…나가시마?”

‘대학 선배에게 반한 건 진짜라도, 일과성이었을 가능성도 있잖아. 내가 옆에서 쓸데없이 헤살 놓지 않았으면, 지금쯤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가정적인 아빠로 사는 미나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나가시마의 말을 듣고, 그래서 요 몇 년 자신의 신변을 신경 써줬구나, 생각했다.

“그건 아냐. 어쨌든 그래, 눈앞에서 여대생이 가슴을 풀어헤치고 있어도, 여자 강사가 술 취해 안기고 매달려도 난 하나도 불끈불끈 안 하니까.”

과거에 몇 번 정도 있던 일을 그대로 입 밖에 냈더니 수화기 저편에서 나가시마가 말을 잃었다.

그러다 몇 초 뒤, 소리치듯 내뱉었다.

‘미나토! 그런 말 어디서 배웠냐!?’

“코우모토 씨가 자주 말해. 그러지 않아도, 보통 텔레비전이나 영화 보면 그 정도는 듣잖아.”

‘들어도 말 안 하는 게 미나토잖아! 젠장, 코우모토 영감, 쓸데없는 것만 가르치고.’

“나가시마가 하는 음담패설이 훨씬 노골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미나토의 지적을 멋지게 흘려보내고 나가시마는 투덜투덜 불평했다.

얼마 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목욕 준비를 하면서 미나토는 끝내 오기와라와 다시 만난 일을 말하지 않았구나, 하고 씁쓸하게 생각했다.

당시 그 일을 미나토는 나가시마에게만 털어놓았다.

이후, 그 친구는 부자연스러울 만큼 오기와라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그렇게 되니 미나토 쪽도 말을 꺼내기 어려워져서 지금은 이제 암묵적인 약속처럼 서로 피하고 있었다.

…오른쪽 무릎 상태는 이제 안정되었을까.

그 호텔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먹고사는 것일까. 갖고 있던 카메라는 취미로 하는 것일까.

대학생 때는 카메라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대체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한 것일까.

무슨 생각으로 일부러 미나토를 불러 세웠을까?

(은인. 대학교 때 선생님.)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했는지 궁금한 반면에 한편으로는 왠지 짐작이 갔다. 쉽게 말해 오기와라에게 그때 일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말이었다.

미나토는 계속―지금도 잊지 못하는데.

자꾸만 술렁이는 마음을 퍼뜩 익숙한 방법으로 가라앉히며 미나토는 스스로 냉담한 충고를 읊조렸다.

어디까지나 ‘우연’의 장난으로 다시 마주쳤을 뿐이다.

선은 거절할 것이니 접점이 생길 리도 없고, 이대로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

머리를 사방으로 흔들며 미나토는 애써 생각들을 털어냈다.

겨우 달래놓은 감정의 끝에서 서서히 파도가 일어, 평소보다 훨씬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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