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1화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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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같다, 고 생각했다.

“호소카와 선생님.”하고, 갑자기 자신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의 울림으로 인해 그는 깜짝 놀랐다.

디지털카메라를 쥔 손에 힘을 주고, 호소카와 미나토는 벨리 롤로 뛰어오는 상대―육상부원인 오기와라 코우시를 올려봤다.

부활동을 위해 입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은 유월에 막 들어선 이 시기에는 너무 얇았지만, 이마나 뺨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원래 학년 중에서도 키가 가장 큰 오기와라인데, 짧은 소매나 바짓단 아래로 쭉 뻗은 긴 손발이 오늘따라 유독 운동하는 사람 특유의 유연하면서도 다부진 면모를 드러냈다.

그 탓에 익숙한 평소 차림일 때와는 또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난 뒤, 미나토는 이내 눈앞의 그가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깨달았다.

올려다본 위치에 있는 오기와라의 서늘한 눈매에는 노골적으로 질렸단 빛이 서려 있어,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멋대로 사진 찍지 말아 주실래요? 저 그런 거 싫어하고 연습에 방해되거든요.”

“미안! 그게,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데이터는 지금 당장 지울게.”

지극히 당연한 지적에 하마터면 디지털카메라를 떨어트릴 뻔했다. 어눌한 손놀림으로 어떻게든 조작하려는데 갑자기 위에서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름답다니, 저 말이에요? …어떤 사진 찍었는데요?”

“어, 그게, 아까 네가 뛰었을 때―.”

“보여주세요.”

다그치는 말에 고개를 들어 올리면 서로의 시선이 부딪쳤다.

조금 전까지 귀찮아하던 오기와라의 표정이 흥미진진하게 바뀌어 있자, 미나토는 심장이 덜컥했다.

“상관은 없는데, 난 그냥 찍는 것만 좋아하고 잘 찍지는 못해서.”

“취미라고 하셨죠? 자기소개할 때.”

곧바로 튀어나온 말에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동요로 흔들리는 시선을 퍼뜩 손가락으로 떨구고 미나토는 조작한 디지털카메라를 오기와라에게 내밀었다.

그리곤 이마에 내려온 앞머리를 귀찮다는 듯이 쓸어낸 그가 받아든 카메라로 눈을 향하는 것을 어색하게 쳐다봤다.

미나토가 단기 수습 강사로 이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오월 하순, 즉 일주일 전이다.

오기와라는 자신 소속된 학과는 물론 전체 학생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입학과 동시에 시작한 장대높이뛰기에서는 1학년 때부터 여러 대회에서 기록을 세웠고, 올 방학에는 모 실업팀에서 스카우트가 들어와 봄 합숙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에 있었던 구기대회에서는 학과에서 편성된 농구팀을 이끄는 플레이까지 선보이며 결국 3학년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학업 면에서는 입학시험 수석부터 시작해 정기시험에서는 단골로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등생이다.

덧붙여, 미나토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지만 훨씬 침착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단정한 얼굴은 표정을 바꾸는 일이 별로 없었고, 그 때문인지 기품 있는 외모로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주었다. 곱슬기가 살짝 있는 머리카락만이 겨우 그 분위기를 누그러트렸다.

아침저녁 시간이나 수업을 청강할 때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은 오기와라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은 미나토를 소위 ‘꽝’으로 여겨, 수업 때엔 누가 변덕으로 가져다 놓은 관엽식물에 가까운 취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존재 자체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아마 미나토의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학생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설마 오기와라가 일주일도 전의 자기소개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방금 아름답다는 말, 무슨 뜻인가요?”

낮은 목소리에 시선을 향하니 오기와라가 이쪽을 빤히 쳐다봤다. 강한 눈빛에 당황해 미나토는 불쑥 본심을 입 밖에 냈다.

“아, 응… 구름 같다고, 생각했어.”

“구름이요? 새 같다는 말은 들은 적 있는데.”

의외라는 듯이 말하기에 미나토는 시선 둘 곳을 찾았다.

“미안. 그, 사진부 활동 중이어서 우연히 카메라를 들고 재밌는 모양의 구름을 찾다가 그만.”

“구름, 자주 찍나요?”

“…하늘의 색깔도 구름 모양도, 일단 같은 것은 없으니까.”

사진부 활동 중에, 부의 고문이기도 한 교수가 운동장 건너편의 도서관에서 어느 사진집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들고 다니던 디지털카메라를 그대로 주머니에 넣은 채로 가다가 서쪽 하늘을 떠가는 구름 모양에 눈길을 빼앗겨 조건반사처럼 찍을 준비를 해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오기와라가 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멋대로 찍어서 미안. 데이터는 네가 지워 줄래? 신경 쓰이면 다른 데이터를 전부 확인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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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와라의 손에 들린 디지털카메라 액정에는 긴 몸을 활처럼 휘어 바를 넘는 모습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그 한 장밖에 없다는 사실도 여기서 확인하게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조작하며 오기와라는 찬찬히 손 위의 화면을 응시했다.

“…하늘이나 구름밖에 없습니까?”

“취미니까. 좋아하는 걸 내 마음대로 찍는 것뿐이야.”

쓰게 웃는 미나토에게 다시 한 번 시선을 주던 오기와라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 사진, 현상해서 보여주실래요? 이 화면으로는 너무 작아서요.”

“상관은 없는데… 그럼 그 뒤에 지워도 돼?”

“지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예상 밖의 대답에 눈을 깜빡이는 순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곧장 뒤돌아본 오기와라가 이런, 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바로 돌아서더니 미나토의 가슴에 디지털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럼 부탁할게요.”

재빠른 움직임으로 발길을 되돌린 그는 눈 깜짝할 새에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고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멀리서 그가 혼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미나토가 부활동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다.

그것은 진심이었을까.

다음 날, 학교 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손잡이를 쥔 채, 미나토는 어깨에 멘 가방을 끌어안듯이 고쳐 들었다.

당장에라도 꺼낼 수 있는 앞주머니에는 그가 어제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두꺼운 카드 종이에 찍힌 영상은 푸른 하늘 위로 배면뛰기를 하는 그림자가 떠 있을 뿐,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것을 언제 건네면 좋을까. 애초에 이 일주일간, 전혀 접점이 없던 상대에게 어떻게 건네야만 할까?

“역시 호소카와 선생님이었네요. 안녕하세요, 같은 노선이었군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미나토는 잡고 있던 손잡이를 더욱 꽉 쥐었다.

언제 왔는지 바로 곁에 오기와라가 있었다.

사람으로 붐비는 전철 안에서도 툭 튀어나온 기다란 몸을 굽혀 미나토를 내려다보았다.

“…안녕. 일찍 가네, 아침 연습이야?”

평정을 가장했지만 말을 걸어온 사실에 깜짝 놀랐다.

거의 매일 아침, 높은 확률로 도착역의 플랫폼이나 전철역 안, 심지어 학교로 가는 길에서조차 종종 오기와라를 봤기 때문에 같은 노선, 같은 시간대의 전철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이 일방적으로 그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네. 그런데 선생님은 너무 이르지 않아요? 사진부는 아침 모임 같은 거 없죠?”

“다른 일로 준비할 게 많거든. 오늘부터는 내 담당 수업도 있고.”

“기대하고 있어요.”

시원스레 대답하는 말투에는 그 나이답지 않은 단호함이 있어 감탄했다. 동시에 그 오기와라와 둘이서 있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 사진, 언제쯤 나올 거 같아요?”

“아. 오늘 가져왔는데.”

“봐도 돼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말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

반쯤 끌어안고 있던 가방을 오기와라 쪽으로 두고, 앞주머니에 있어 자신이 꺼낼 수 없으니 꺼내 달라고 했다.

예의 바르게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봉투를 꺼낸 오기와라는 밖으로 낸 사진을 집어삼킬 것처럼 쳐다보고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저, 이 사진 좋아요. 가능하면 카메라에 있는 다른 사진도 보여주시겠어요? 어제 잠깐 봤지만, 왠지 좋아서요.”

“상관은 없는데 하늘이나 바다, 강 같은 거밖에 없다?”

“부탁해요. 그리고 나중에, 가능하면 이 사진 파일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에 기계 가져올게요.”

“좋아. USB든 메모리 카드든 너 편할 대로 가져와.”

뜻밖의 부탁에 이끌리듯 대답하면서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미나토의 사진은 주위로부터 재미가 없다고 평가받는 게 보통이어서 그런 부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대로 끊어지는가 싶던 대화는 자연스레 오기와라의 주도하는 형식으로 일상적인 잡담으로 옮겨갔고, 결국은 도착하는 역까지 계속 함께였다.

하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고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오기와라에게 인사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다가오기에 슬슬 따로 행동해야 하나 싶어, 안도하는 동시에 낙담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미나토를 상관하지 않은 채 개찰구를 나와서도, 학교로 가는 길을 나서도 장신은 여전히 자신 곁에 머물러있었다. 그것이 의아해 결국 저도 모르게 상대를 올려다보고 말았다.

“친구랑 함께 안 가도 돼?”

“약속한 거 아니니까요. 선생님도 목적지는 같잖아요.”

싱긋 내보이는 미소를 보고 이렇게 웃는단 말인가, 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빈틈없이 단정한 용모가 돌연 힘을 빼고 살짝 띤 미소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덧니 때문인지 나이에 맞는 붙임성이 있었다.

그 표정 그대로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려서 미나토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시선을 앞으로 향한 순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시선들을 느꼈다.

“혹시 곤란한가요? 저랑 가는 거 불편해요?”

“그건 아닌데 부활동 친구 있으면 같이 가는 게―.”

“상관없어요. 저 보통 때 혼자 다녀서요.”

그럼 지금도 그렇게 하면 될 텐데 싶었지만, 그것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오기와라가 화제를 제공해주는 덕분에 침묵을 견딜 필요는 없었으나, 주위 학생들의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 신경 쓰였다.

시선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압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미나토는 그날 처음 알았다.

“아침엔 항상 그 전철 타세요?”

정문으로 들어가기 직전, 문득 생각난 듯 오기와라가 물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긍정하는 미나토에게 그는 얼른 눈부신 미소를 내보였다.

“그럼 내일도 만나겠네요. 저도 매일 아침 그 전철 타니까요. 아침 연습 가야 해서 먼저 갈게요.”

그렇게 말하고 오기와라는 학교 건물이 있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 뒷모습을 어안이 벙벙하여 지켜보았다.

태양이 서쪽이 아니라 남쪽에서 떠오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소카와, 나 먼저 강의실에 갈게.”

이 학교에서 단기 강사를 하는 선생은 미나토를 포함해 모두 세 명이고, 그중 한 사람은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말하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미나토는 다시 자신이 만든 지도안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끗 확인했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었다.

학과생 전원에 대한 것은 첫날, 담당 지도교수에게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오기와라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게 문제려나. 뭔가 열정이 없어.”라고 했고, 실제로 수업 풍경을 지켜본 바로는 수업 태도는 성실하지만 지루해할 때가 있고, 친구는 많아 보였지만 대개 혼자 다녔다.

눈에 띄는 학생이었지만 미나토가 나서서 다가갈 이유는 없었다. 어제 사진을 찍어 화낼 때, 처음 말을 섞은 것이었다.

그것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뭐, 전철에서 보고 인사하는 것도 만나면 당연한 건가.”

자신을 이해시킬 이유를 찾아내고 미나토는 생각을 멈추었다.

어쨌든 오늘은 첫 수업이다.

지도안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었고, 지도교수에게 확인도 받았다. 분명,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기암시처럼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문 열리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오, 호소카와 있네. 야, 너 오기와라랑 친했냐? 어제 부활동 중에도 둘이 이야기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같이 왔다는 얘기 들었어.”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유모토는 미나토와 같은 대학 출신이다. 운동부답게 체구가 건장한 그는 육상부 담당인지라, 현재 부활동도 함께 돕고 있었다. 방금 아침 연습을 끝냈는지 유모토의 넓은 이마에 땀이 배었다.

“아니, 전혀. 내 담당이기는 한데 이야기한 건 어제가 처음이야. 그러고 보니 어제, 오기와라 야단쳤어? 완전히 나 때문인데.”

“야단이라기보다 주의를 받았지. 완전히 너 때문이라니, 너 무슨 짓 한 거냐?”

“허락 없이 사진 찍었어. 오늘 중으로 코치님께 사과하러 갈까 했어.”

“그거 쓸데없을걸. 무슨 이유든지 연습 중에 운동장에서 벗어나는 건 금지라는 게 육상부 규칙이야. …근데 멋대로 사진 찍은 다음 날 왜 같이 나온 거야? 그 녀석 그런 거 진짜 싫어해서 여자애한테도 인정사정없다던데.”

흥미진진하게 물어봐서 미나토는 대답하는데 쩔쩔맸다.

“그게, 잘 모르겠어. 오늘 아침엔 오기와라가 먼저 말 걸어왔고, 사진 뽑아 달라고 하더라.”

“너 어떤 사진 찍은 거야, 앗, 시간 됐다. 지금 안 가면 수업 늦겠다.”

시계에 시선을 주고 미나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건물을 잇는 복도 중간에서 그와 헤어져 강의실로 향했다.

쉬는 시간은 길어야 15분. 강의실 끝에서 대기하며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데, 강렬한 시선을 느껴 고개를 들어보니, 자리에 앉은 오기와라와 눈이 마주쳤다. 싱긋 웃는 그 미소를 마주하자, 일단 가라앉았던 혼란이 다시 솟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첫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몇 번이고 지도안을 고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간이 되기 전에 강의실에 들어왔다.

수업 시간에 오기와라가 성실히 듣는 것을 알았지만,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 덕분인지 몇 분 뒤에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평상심으로 돌아와 수업을 척척 진행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은 이것으로 마칩니다.”라는 한마디로 수업 종료를 알리자 어깨에서 힘이 쑥 빠졌다. 그리곤 펼쳐둔 자료와 교재를 정리하는데 문득 눈앞에 누군가 우뚝 섰다.

“죄송한데요, 질문해도 괜찮나요?”

“응…?”

대답하고 미나토는 말을 잃었다.

건너편에 선 오기와라가 방금 책을 치운 곳에 프린트 같은 종이를 놓아두는 참이었다.

“수업 내용과는 다르지만 이해가 잘 안 가서요.”

“아―그건 말야.”

프린트의 문제와 손으로 쓴 수식을 본 순간,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졌다. 중간에 끊어진 계산식은 해답을 내진 못 했지만 풀이 방식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해당 부분을 지적하고 짧은 해설을 덧붙인 것만으로 오기와라는 걸리던 곳을 이해했다. 더 설명할 것도 없이 그는 바른 수식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어갔다.

“그대로 풀면 괜찮아. 막히기 쉬운 곳이니까 유사 문제가 나왔을 때는 조심하고.”

“고맙습니다. 또 질문해도 괜찮나요?”

“응? 아, 물론이지.”

마지막 말에 별생각 없이 고개를 들자마자 즉시 눈에 들어온 미소. 탓에 지금 가르쳐 준 상대가 오기와라였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재차 감사를 전하는 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꿈에서 깬 듯이 쳐다보고 있자, 누군가 옆에서 “선생님.”하고 불렀다.

순간 아주 당황해서 시선을 향하니 몇 번인가 대화를 나눴던 한 남학생이 교재를 들고 서 있었다.

“저도 질문해도 괜찮아요? 뭔가 알 거 같아서요.”

“좋아. 어느 거?”

우선 오기와라에 대한 것은 잊고 미나토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강의실 끝 마지막 줄에 앉는 그의 자리는 미나토가 수업 견학을 할 때, 서는 위치와 가장 가까웠다.

몇 번인가 잡담하면서 지난달 말에 중간고사를 치고 나서는 자포자기한 듯이 동그라미보다 가위표가 많은 답안지를 보여주었다.

가위가 그려진 문제의 공통점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그 뒤에도 이따금 조언을 해주었었다. 질문에 대답하며 몇 가지 주의점을 추가하자, 그는 신묘하다는 얼굴로 “알 거 같아요. 해 볼게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 언제 오기와라랑 친해졌어요? 저 녀석이 그렇게 웃는 거 첨 봤어요.”

“…딱히 친한 건 아닌데.”

“그렇지만 오늘 아침에는 전철 안에서 학교까지 쭉 같이 있었다고 소문났어요. 오기와라가 누구랑 같이 가는 거 한 번도 없었거든요. 늘 혼자서만 행동한다고 유명한데.”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데 벌써 소문이 났나 하고 감탄하면서 휴게실로 돌아갔더니, 유모토가 혼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왜 혼자냐고 물어보니 여자 강사는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먹는다고 했다.

일찌감치 점심을 끝내고 다음 수업 지도안을 확인했다.

두 번 정도 수업 풍경을 지켜봤지만, 학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그리 긴장되지 않았다.

“…응?”

그러다 문득, 지도안에 쓴 수식을 보고 깨달았다.

오기와라가 물어본 문제는 2학년이 아니라 3학년, 그것도 이과 계열에 특화된 과목에서 가르치는 것이었다. 즉, 전공 과정에서 오기와라는 아직 배우지 않았다.

“뭐야. 호소카와,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너, 첫 수업이지. 파이팅해라.”

“넌 끝났다고 쉽게 말하지 마.”

맞은편에서 투덜거리는 친구에게 웃어 보이며, 학원이나 다른 데서 나온 문제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질문하려고 준비해 왔는데, 마침 오늘 강의실에 있던 사람이 미나토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수업안에 집중하는데 귓속에서는 아까 들었던 말이 울려 퍼졌다.

―저 녀석이 그렇게 웃는 거 첨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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