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12/15)

에필로그.

새해가 밝았다.

정태주는 올해에 검정고시를 친다. 봄에 있을 시험에 단번에 합격하는 것이 올해 소원이라면 소원이었다.

하지만 시험에서 떨어질 때를 대비해 계범호에게 운은 띄워놓았다.

‘기초가 너무 없는 사람들은 몇 번 만에 합격하기도 하나 봐요.’

그가 들은 척도 하지 않아서 좀 걱정이긴 했다.

계범호는 올해 금연을 다짐했다.

그런데 그것이 태주에게 썩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남자는 금단 현상 때문에 몹시 예민해졌고, 자신을 항상 옆에 끼고 있으려고 했다. 담배를 드는 대신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고 살갗을 세게 움켜쥔다거나, 심지어는 깍지를 낀 채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며 욕구를 참았다. 조금이라도 피하면 싸늘한 시선을 줬다.

그런 며칠이 반복되자, 태주는 남자가 다시 담배를 피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담배가 많이 줄었으니 차차 줄여나가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한 번에 끊어내기에 계범호는 인내심이 짧고 성격이 더러웠다.

어제 새벽 남자는 갑자기 일어나 침대 아래로 발을 내리고 앉더니, 낮게 욕설을 중얼거렸었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 태주를 강하게 끌어안고 귀를 깨물었다.

자다가 봉변을 당하기까지 하자 태주는 그의 입에 담배를 억지로라도 물려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계범호와 자신은 서로의 새해 다짐을 응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조금 반성이 되어서 억지로 그의 입에 담배를 물려야겠다는 생각은 접어 두기로 했다. 맞을까 봐 그런 건 아니었다.

어쨌든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할머니께 전화도 자주 드릴 생각이다. 처음으로 해외여행도 가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제 옆에는 항상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괜찮은 한 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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