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손톱만큼
손톱이가 찾아온 후로 부인은 잠이 많아졌다.
“부인, 아직 주무십니까?”
“응… 저하….”
“엇, 귀여워….”
회임하였다는 그를 업고서 펄쩍펄쩍 누각 주변을 뛰다가 웬 미친놈이 궁 안에 들어왔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런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그를 살뜰히 살피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황후 마마께서는 외려 그를 귀찮게 굴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법이라고 꾸짖었고, 폐하께서도 학업에 정진하고 맡긴 정무를 살뜰히 보는 것이 진정으로 그를 위하는 일이라고 하였으나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애가 애를 낳게 생겼군요.”
“푸흐…. 저하가 소첩보다 더 어리시면서….”
“어, 어허! 하나 부인도 아직 애, 애입니다, 애!”
“하면 소첩은 아직 어리니 더 자겠습니다.”
입덧 때문에 나날이 바싹 말라 가고, 잠만 자는 부인 곁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키는 것이 지아비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 게다가 내가 보는 정무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것 또한 부인과 합심하여 이모저모 꼼꼼히 해결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 그는 족히 두 달은 푹 쉬어야 하는 임산부다. 어차피 수년 내로 황위에 오른다면 지겹게 문서들에 덮여 살 인생인데 지금 그와 머리 맞대고 오수를 취하는 게 큰 죄가 될 리 없지.
고슬고슬 가벼이 내려온 앞머리를 넘겨주니 부인은 조금도 뒤채지 않고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잔다. 이러니 내가 어떻게 정무를 볼 수 있겠는가.
‘꿈속에서 손톱이랑 노닐고 있으려나.’
산책 중이라면 나도 끼고 싶다.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부인, 나도 데리고 가시오.”
바람 부는 듯 속살거렸다고 생각하였는데 상냥한 그는 모두 듣고 있었는지, 이내 새순 같은 손이 나를 꼭 잡아 온다. 모르겠다. 조금만 더 눈을 붙여도 괜찮겠지. 부인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도 막아줄 겸.
***
“옛날 옛날에, 우물가에 늙은 사내가 살았답니다. 젊은 시절 혼인하지 못한 그는 외로움에 사무쳐 우물에 대고 외쳤지요. 내게도 참한 색시 하나 내려주시오-! 그러자 다음 날 그의 앞에 꼭 밤하늘 별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나타났답니다.”
우리 부부의 금실은 꽤 좋았으나 복중 태아가 있기에 언제까지고 회임 이전의 즐거움만 찾을 수는 없었다. 하여 어여쁜 부인을 곁에 두고도 나는 독수공방 신세였다. 물론 그도 그렇기는 하지만…. 하나 어쩐지 불만스러운 것은 나뿐인 듯하니 조금 성이 날 수밖에.
매일 밤 아직 판판한 배를 주무르며 ‘얼른 나오련, 손톱아-’ 하니 불쌍했던 걸까. 연우는 며칠 전부터 태교를 한다고 나를 다리에 누이고서 옛 설화를 조곤조곤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주 어릴 적에나 들었던 설화도 있었고, 은월국에서 유행한다는 전래 동화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그가 들려주는 은월국의 이야기가 좋았다. 이름값 확실히 하는 그 나라는 설화도 오밀조밀, 반짝거리는 것 일색이라 눈을 감고 듣고 있노라면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말 더듬는 것도 많이 나아졌다며 포근하게 웃는 그의 손에 내 손을 얽었다. 앞에서는 이제 당신에게 익숙해진 척을 하고는 있으나, 머리에 힘을 바짝 주고 말해야 그대 앞에서 덜떨어진 소리를 하지 않는 나를 아직도 모르는 건가?
“우리 부인을 말하는 것인가?”
설화를 듣다 보니 늙은 사내가 나고, 아름다운 사람이 꼭 우리 연우여서 슬그머니 농을 치자 그는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였다.
“음? 저하께옵서는 소첩이 싫어 첫날 밤 소박 맞히려 하지 않았습니까?”
농담에 이렇게 진담으로 응수해 올 줄은 미처 몰랐는데.
내 낯은 뻣뻣하게 굳어 차마 입꼬리도 끌어 올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예전 일을 이렇게 들추다니, 너무한 처사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급작스러운 혼인이어서 내가 심란했고, 그때는 지금보다도 어리숙한 소년이어서 실수한 것인데….
“내, 내가 언제…! 그런 말 마세요, 부인. 우리 손톱이가 듣습니다.”
“손톱아- 아빠가 글쎄 엄마를-”
“부, 부인! 내가 잘못했습니다, 어, 언제 적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응?”
“그날 서운케 한 것 평생 안 잊을 것입니다.”
흥, 작게 콧방귀를 뀌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후께서 회임하면 괜히 이런저런 서운한 것들만 잔뜩 생각나고, 기분도 널을 뛰어 웃었다가도 울기를 반복한다고 하던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부인은 구태여 자신이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정말 힘들지 않은 줄로만 알았는데 역시 아니었던 게다. 이는 나의 불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그의 다리에 누워 부드러운 허벅지 안쪽 살을 조몰락거리던 나는 벌떡 일어나 그의 발치에 엎드려 죄를 고하였다.
“부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내 그때는 어렸다고 변명하기에도 태자 된 자로서 철없이 군 것이 맞고, 그대 역시 어렸는데 상처를 주었지요. 은월국이 태영국보다 작지 않았다면 그대가 나를 영영 홀로 두었어도 될 정도의 죄를 짓고도 부인 곁에 있게 된 것이 내게는 큰 복이자 행운인데 그를 이제야 말합니다.”
“저하….”
“다시는, 다시는 아니 그럴 텝니다. 부인 서운하게 한 것 나도 평생 뉘우치며 살 것이고, 부인도 절대 그 죄를 잊지 말고 나를 괴롭히십시오.”
아무 말 없는 그를 올려다보기 두렵다. 이제 와 그가 나와 혼인을 무르자거나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입만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던 나는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작은 소리로 청하였다. 진실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 이 한마디였으니.
“그, 그래도… 그대 곁에 두고 괴롭혀 주십시오.”
“…저하!”
“어이쿠!”
“소첩은 저하밖에 없사옵니다! 이 귀여운 사람.”
예쁨을 받고 싶어 이런 귀여운 짓만 골라 하느냐고 묻는 말에 도리질을 치려다 얼른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구, 귀여워!”
그의 앞에서는 숫제 강아지가 되는 스스로가 좋으니 이를 어쩐다. 그러나 부인 앞에서는 마냥 예쁨을 받고만 싶다. 바보 같다고 해도 좋다. 부인만 있다면.
***
아주 간만에 서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을 통솔하여 궁 밖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이제 개나리나 진달래가 필 정도로 날이 따뜻해졌고, 연우는 회임한 지 다섯 달이 되어 볼에 살이 포동포동 올라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나랑 꼭 붙어 다니셔야 합니다.”
“그럼요. 금일 소첩도 함께 가자고 해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저하.”
“부인이랑 꽃구경도 할 겸… 우리 손톱이도 궁 밖에 가면 좋아할 것입니다. 그렇지, 손톱아?”
“네, 아바마마!”
“흐흥. 어, 언제부터 부인이 손톱이가 되었지?”
귀여운 짓이 날로 느는데 그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 이제 궁인들이 볼 때 입을 맞추어도 가만 눈을 감아주는 부인에게 슬며시 다가가 입술을 포개었다. 입술에도 살이 쪘는지 도톰한 아랫입술이 입 안에서 우물거리기가 좋다.
“생도들은 미리 가 있는다고 하였으니 우리는 가마를 타고 가십시다.”
“네, 저하.”
“태자비 마마, 저희를 밟고….”
“되었다, 손대지 말거라. 내가 올려드리면 되니.”
회임한 그를 특별히 잘 보필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찌 나만 갖고 있는 생각이겠는가. 어마마마와 할마마마의 명에 따라 우리가 신혼을 나누는 궁을 지키는 이도 대거 물갈이되었다.
나쁜 의미의 물갈이는 아니었다. 황실 어르신들이 믿고 맡길 만한 궁인들을 소집하여 보낸 것이었으니 외려 좋다면 좋은 일이었다. 다만 그가 무엇을 하든 손을 뻗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아니하였다.
질투와 비슷한 감정을 띤 나를 그가 모르지 않을 터다. 하여 궁인을 한 번, 나를 한 번 본 그는 망설이지 않고 내 목에 팔을 둘렀다. 조금 무거워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가벼운 그를 안아 들었다. 이전에는 새털 같았다면 지금은 새 한 마리 정도의 무게이니 뭐, 일도 아니었다.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서 곧장 가마로 올라탔다. 궁인들 사이에 ‘태자 저이 참 유난도 저런 유난이 없다’, ‘누가 봐도 황손을 걱정하여서가 아니라 태자비 마마께 남의 손 닿는 게 싫어 그런 것 같다’는 말이 돈다는 것도 알았으나 나는 태자이니 알 바 아니었다. 예로부터 부부간 금실이 좋으면 그만한 복이 없다고 하였으니 내 애정 표현 방식을 시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도 이런 나를 좋아하니 된 것 아닌가?
“부인.”
“예?”
“나는 부, 부인밖에 없습니다. 아시지요?”
막 쪄낸 찐빵처럼 보들보들하고 통통한 볼에 꾹꾹 입술을 누르며 속삭이자 찐빵 같던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해진다.
“아이참. 소첩이 매일 밤 은애한다 하는데도 꼭 그러시지요.”
“그래도 계속 말하고만 싶은 걸 어쩐답니까?”
짐짓 토라진 양 팩 고개를 돌리는 것에도 가슴이 쿵쾅거려 그를 따라가 연방 쪽쪽거렸다. 이제는 예의상으로나마 하던 ‘이러지 마셔요’ 등의 말도 안 꺼내니 내가 다 쑥스럽고 창피하지만, 그에 가슴속 봄바람이 멎지 않으니 좋을 수밖에.
“예쁜 우리 부인. 하늘이 준 내 선녀님.”
여직 신혼 같은 마음이 갈무리되지도 않고, 갈무리할 마음도 없어 나들이 가는 내내 가마 안에서 입술이 부르트도록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가마에서 내리기 전에는 그의 입술도 새 부리처럼 뾰족이 나와 그게 그리 좋았다.
“읏차-”
“하아, 햇살이 이리 맑군요. 봄기운에 온몸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입니다.”
“부인을 보면 내 마음이 그렇듯이요?”
“네, 꼭 그렇게 말입니다.”
단단한 가슴팍에 이마를 콕 박았다가 떨어지는 그를 눈으로나마 좇았다.
“나는 저하 가슴이 좋아요.”
조그맣게 속삭이고 간 소리에 당장이라도 그를 벗기고서 희롱하고 농락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이곳은 황궁 안이 아닐뿐더러, 앞으로 여타 신하들 앞에서는 그를 귀애하는 마음을 조금 숨기기로 하였기에 참아야 했다.
이전에 벗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그에게 연심을 품고 행한 짓거리를 사형으로 즉결 처분하려 하였다. 수년 내로 황위에 오른다면 내 곁을 지키게 할 이는 오로지 그뿐이라고 여겼던 만큼 실망과 좌절도 컸으나, 그보다는 그를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한 스스로가 한심하여 견딜 수 없었다. 태자비를 음험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서주뿐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생각하니 조바심이 커질 수밖에. 하나 연우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내 눈에만 띄지 않게 해주시고, 그를 이전과 같이 수하에 두십시오. 그의 능력은 써먹을 만큼 써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긋한 권유에 그자 말고도 무관 생도 중에는 출중한 이들이 많다고 우겼으나 실은 알고 있었다. 생도들의 우두머리 격 되는 사람은 서주뿐이란 것을.
“손은 잡아도 되겠지요?”
“아니 잡아주시면 소첩의 속이 퍽 상할 것입니다.”
“하면 소, 손.”
“예, 저하.”
그의 눈에 띄지 않게. 한 사람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그자 외에도 연우의 기분을 거스를 자는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은 무엇으로도 깨지 못할 만큼 굳었다. 그 첫걸음이 태자비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었고, 그러려면 둘뿐인 공간 외에서 애정 표현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 당장이라도 끌어안고만 가고 싶은 이의 손만 잡고 생도들이 있는 누각으로 향하였다.
마주 잡은 손의 온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타박타박 그가 조심히 걷는 소리도 다정하게만 여겨지니 나는 이 행복을 깨지 않을 의무가 있었다. 그와 그의 배 속에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오셨습니까, 태자 저하, 태자비 마마.”
“언제 도착하였는가? 태자비와 내가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가? 하기야, 나와 이이가 없었다면 조금 편하게 시간을 보냈겠지만.”
“생도들도 방금 누각에 와 이제 막 문방사우를 늘어놓은 참입니다. 아, 한데… 요 앞에 냇가가 있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요?”
“냇가?”
냇가란 말에 한 발짝 떨어져 서 있던 그가 쫑긋 귀를 세우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작년 냇가에서 수영… 이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개헤엄을 배운 것이 퍽 즐거웠던 모양인지 올해는 여름에 멱을 못 감아 서운하다는 투로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은월국에는 놀러 갈 만한 냇가가 마땅히 없다고 했지.’
이전에 갔던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런 지역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았다.
“물이 많이 깊은가?”
“아주 얕은 물이었습니다. 상류로 가면 조금 더 깊은 곳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은 하류라 그런지 찰방찰방 무릎께까지 물이 차 있는 것 같던걸요.”
생도의 말을 가만 들어 보니 내가 옆에 있어 주면 발 정도는 담글 수 있을 것 같아 말간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따가 같이 물장구나 칩시다, 부인.”
끄덕끄덕, 깡충 묶은 꽁지머리가 달랑거리며 흔들릴 정도로 힘차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하마터면 뒤통수를 안고서 입 맞출 뻔했다. 오늘은 생도들 앞이니까 조심해야 하거늘.
입을 맞추려 가까이 다가갔다가 도로 고개를 물리고서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어딘가 서운해 보이는 얼굴인데 내가 잘못 본 것이겠지? 잡았던 손을 슬그머니 놓고서 앞서가는 생도들 몰래 그의 허리를 감쌌다.
“어찌 토라지셨는가요, 내 사랑.”
“…손톱이가 자꾸만 나를 아이처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못난 생각만 하게 되어요.”
“으응? 우리 부인이 어, 어디가 못나. 그런 말은 부인도 하지 마세요.”
“휴- 하나 조금 전에는 정말 얼치기 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 이러는지, 정말.”
순하게 올려다보는 눈이 조금 더 순해져 불쌍해진다. 궁 안이었다면 얼른 안아 왜 그러느냐 물으며 눈꼬리 입꼬리를 가만두지 않고 쪽쪽 빨았을 텐데. 지금은 그가 어깨에 이마를 뭉개고 난 후 헝클어진 앞머리만 정리해 주는 신세가 유독 처량 맞게 느껴진다. 분명 오늘 나들이를 막 나왔을 때만 해도 연우와 햇살을 즐길 생각에 들떴었건만.
그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니 어떻게든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 전전긍긍했으나, 그 해답은 생각보다도 훨씬 쉽고 가까이에 있었다.
***
봄을 맞은 농부의 마음. 생도들은 그 주제를 가지고서 각자 그림과 글을 짓기 시작하였다. 열여섯이 되며 문과 생도들의 학습관으로 나가는 것을 그만두었으나, 그들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각자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옛 생각이 물씬 났다.
이전에는 궁 안에서만 이런 작문, 작화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는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역시 태자라고 버티고 있던 내 잘못이었던 건가. 멋쩍어 관자놀이를 긁적이다가 엎드려 벼 이삭을 그리고 있는 부인에게 살그머니 다가갔다.
“태영국에서는 생도들끼리 이렇게도 풍류를 즐기는군요.”
나야 익숙하여 잘들 노는구먼 하고 말았는데 부인 눈에는 조금 신기한 모양이었다. 은월국에서는 문인들에게 정숙이 가장 큰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탓에 나가 풍류를 즐기는 것은 10대를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하는 걸 보니 신기할 만하기도 했다.
“부인은 벼 이삭도 이리 잘 그리시는군요?”
“깜짝이야…!”
“응? 왜 이리 놀란담? 나 몰래 못된 짓을 하고 있었습니까?”
하여 부인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누각 위에다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왜 이리 놀라지? 뒷덜미에 입술을 꾹 찍어 누르고 싶은 것도 참았는데. 당황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여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자 그가 복숭앗빛 뺨을 하고서 종알거린다.
“아니어요, 소첩이 나쁜 짓은 무얼….”
“그, 그럼 왜 그리 놀라시오? 서운하게.”
“그야… 갑자기 저하의 체향이 콧속을 파고드니 놀라서….”
“으응?”
내 체향을 느꼈다고? 어떻게?
휘둥그레 뜨였던 눈은 곧 가느스름해졌다. 몸을 섞지 않은 지가 꼬박 넉 달째였다. 밤마다 그의 가슴팍에 코를 박고서 향긋한 내음만 맡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가 잠든 새 몰래 수음한 게 대체 며칠이었던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극양인 특유의 기운을 내보내는 것도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하여 그를 보며 수음한 적도 없었다. 이건 뭐, 마님을 짝사랑하는 돌쇠 짝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지. 한데 이제 체향을 느낄 수 있다니 그도 밤에 여간 심심한 게 아니었겠군.
슬그머니 그에게로 다가가 붓을 쥔 손등을 가만히 감쌌다. 어깨며 팔이 여리게 떨리는 것도 입맛을 돋우니 이를 어쩐다.
“이따… 궁에 가면 나랑 놀아주세요, 부인.”
“…네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 우리 연우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치 틀림도 없이 알아들은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귓불에 앵두가 영글었지.
물큰한 안으로 들어갈 생각에 그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눈을 확 접고서 입꼬리를 양껏 끌어 올리는. 그러자 그의 낯이 조금 더 귀염성을 띠고, 갈비뼈 아래도 따스한 봄바람이 들락날락하였다. 온몸을 이토록 순식간에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이는 온 세상에 그뿐이니 어찌 아니 좋아할 수 있을까.
입맞춤 한 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고민하며 입술을 우물거릴 때였다.
촉.
“어, 어…?”
“오늘 하루 종일 놀고 손톱이를 빨리 재워야겠습니다. 그래야 저하랑 밤을 즐길 테니까요.”
“…모, 못된 사람.”
입술에 닿은 온기는 분명 아까와 같은데도 나는 항상 입맞춤이 새삼스레 좋아서 이번 역시 얼굴을 찡그렸다. 어떻게 참으라고 지금 입을 맞추는 것인지. 부인은 나를 잘 아는 듯하면서도 여직 한참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 사람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여우라고 해야 할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니 어쩌면 내가 그냥 바보일지도.
***
완연한 봄에 냇가로 나비가 날아다닌다. 그의 어깨며 머리 위로 몇 마리가 앉았다 가는 이유는 그에게 꽃향기가 나기 때문이겠지. 눈을 깜박거리며 아직은 찬기가 도는 물에 발을 담그고서 퐁당퐁당 돌을 던지며 노는 그의 입으로 딸기를 넣어주었다. 과실과 비슷한 색의 입과 입 안이 보일 적마다 음심이 벌컥거리지만, 이를 밤에 모두 풀지는 말아야지. 잘 되려나 모르겠지만.
“부인, 아-”
“아아-”
“손톱이도 많이 먹으련.”
“네, 아바마마.”
태어나 지금껏 서책만 보아 왔기에 눈치라고는 약에 쓰려야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생도들은 나와 부인이 꼭 붙어 조잘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슬그머니 우리 부부 주위에서 멀어졌다. 그게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장검의 끝으로 아오리를 새처럼 조각해 주자 아까워서 못 먹겠다며 해사하게 웃는 부인을 따라 웃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그와 둘이 있는 시간이 좋았다.
물낯에 연하게 비치는 그의 웃는 상을 보다가 모른 척 허리를 끌어안았다. 도독하게 살이 오른 배는 안고 있노라면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진짜 아비가 되는 것인가 생각하게끔 만들어 좋았다. 그리고 그런 생산적인 감상을 차치하고서라도 항상 말랐던 그의 살 오른 모습이 단순히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회임을 하고 두 달째까지는 퍽 힘들어하며 비쩍 말랐던 그는 이제는 배도 동그랗게 조금 나오고, 이곳저곳 도톰하게 살이 쪄서 웃는 모습을 볼 적마다 마음에 새순이 돋았다. 이 기세라면 손톱이가 나오기 전까지 내 몸이 숲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웃지 마세요, 부인.”
“네?”
“너, 너무… 이쁘니까 가슴이 아릿하질 않습니까….”
“…회임하니 변덕이 너무 심해진 것 같사옵니다. 어서 궁에 가고만 싶으니…. 아까는 그렇게 나가고만 싶었는데.”
물장구를 치던 발이 내 발등 위로 얹어진다. 발톱도 맨질맨질 냇가에서 가장 귀여운 조약돌 열 개를 박아 놓은 것 같네.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조약돌이 발등 위를 호젓하게 거닐기 시작하였다. 그 거니는 모양새가 깜찍한 동시에 누가 볼까 저어되어 발을 살짝 피하자 그의 표정이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그래 봐야 귀엽기는 했지만.
“왜 피하십니까?”
“응? 그야, 여기는 밖이고….”
“피하지 마십시오. 소첩 서운하나이다.”
“…아까 그, 그래서 토라지셨던 것인가요, 부인?”
“…….”
아, 이제야 알겠다. 가마에서 내린 그가 새침하게 굴었던 이유를.
회임한 자의 기분이 들쑥날쑥하여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더니, 그는 실로 얌전히 속상해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궁에서처럼 어여뻐해 주지 않아 속상해하다니. 이전의 그였다면 의연하게 넘겼을 일임이 틀림없었다.
“입 맞추어도… 됩니까?”
가끔은 넘치게 사랑받고 있노라고 뽐내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지. 사뭇 푸근하게 웃으며 묻자 그가 답삭 내 허리를 안아 왔다. 입맞춤 한 번에 풀릴 기분이었다니. 조금 허탈했으나 나보다 연상인 연우가 소년기로 돌아간 양 귀염 떠는 것이 좋아 단숨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만 맞대야지 하던 것이 타액을 섞는 접문으로 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꼴깍, 꼴깍, 침이 절로 넘어갔다. 도톰한 꽃잎 같은 입술을 정신없이 물고 빨자 꿀 같은 타액이 줄줄 흘렀다. 으응- 길게 끄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궁에 가면 가만 안 둘 것이다. 온몸이 입술이니 부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하며 괴롭힐 것이다. 일국의 태자를 색이라는 구덩이에 파묻고서 그대만 멀쩡하게 살 수는 없는 일이지. 회임하였으나 오늘 밤은 봐주지 않을 것이다. 아래에도 뒀다가, 위에도 올리고, 목마를 타게 두고서 감상할 것이다. 어떻게 우는지, 어떻게 신음하는지….
“흣, 저하, 그, 마안….”
“아…. 미안, 부인, 미안합니다.”
높고 새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놀라서 바투 붙어 있던 그와 거리를 두자 비로소 옷깃이 반쯤 풀어 헤쳐진 그가 보였다.
머릿속에서 화약이 터진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아무리 그가 원했다고는 하나 여기는 밖인데. 이런 그를 누가 봤으면 어쩌려고. 한심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서 매무새를 고쳐주었다. 옷깃도 반듯하게 잡아주고, 옷고름도 막 나온 사람처럼 곱게 매어주었음에도 짧은 순간 그를 범했던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정녕 색이 고팠는지 그마저도 기껍다는 듯 속살거렸다.
“나는 저하께옵서 이리 색을 밝히는 양인이라 좋습니다.”
“무, 무슨 소리를…!”
“오늘 밤은 달이 질려 자취를 감출 때까지 소첩의 위에서 말을 타주셔요.”
귓속말에 화끈거리는 볼로 사붓이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가 이내 사라졌다. 아아, 나 보고 어쩌란 거야. 일견 정숙하고 성숙해 보이는 그는 사실은 마귀나 다를 바 없다. 하나 이를 나만 아니, 사람들은 모두 ‘태자가 혼인하더니 바보가 다 되었군’ 그러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각오하십시오, 부인.”
그 장단에 맞추고 있는 게 사실이니 억울하지 않다. 나는 부인이 다 잡은 고기요, 그에게 잡히고도 그가 부족하여 더 달라 조르는 철없는 사내이니.
***
“간만에 내 다리 위에 앉아 보세요, 부인.”
“소첩 최근 부쩍 살이 올라 무겁습니다. 그냥 이렇게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답니다.”
“아, 아니, 나는 좀 더 가까이 닿고 싶습니다. 사내의 마음을… 같은 사내인데 왜 그리 모르십니까? 그리고 그대가 무거워 봤자 얼마나 무겁다고. 어서 이리 오세요, 어서.”
“그래도 무거운데….”
바로 옆에 앉으나, 내 위에 앉으나 앉는 것은 똑같을진대 왜 이리 고집을 부린담.
흠, 낮게 한숨을 쉬자 그제야 꾸물거리며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는 그를 냅다 내 위에 앉혔다.
낮에 즐겼던 나들이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환한 표정의 그는, 막상 안기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내 목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서방님을 찾게 되는 게 회임이라고는 듣지 못했는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 입매가 끝을 모르고 광대뼈 부근까지 걸릴 지경이었다. 민망하여 엄지로 입꼬리를 문질렀으나 바투 붙어 나만 보고 있는 그가 모를 리 없고, 하여 그는 속삭이듯 웃으며 목덜미에서 어깨로 넘어가는 능선에 고개를 묻으며 갸릉거렸다.
“저하께옵서 소첩을 밤에 괴롭히지 않아 속이 상하였습니다. 회임하니 이제는 나와 놀기 싫으신가 해서요.”
“무, 무슨 그런 불경한 소리를 하십니까?!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부인 어여쁜 뒷모습만 보고도 말을 저는 얼치기가 아닙니까?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내가 그대를 싫어한다는, 그런 망조 든 망상을 하실 수 있는지!”
“아하하! 농입니다, 너무 화내지 마셔요, 저하.”
“그래도, 그런 농은 치지 마세요. 부인께 항상 져주지만… 내게도 양보 못 하는 부분이 있단 말입니다.”
“어떤 것을 양보 못 하시는지 여쭈어도 되나요?”
“그, 그야….”
분명 허벅다리 위에 볕 즐기는 고양이처럼 얌전히 앉아 있었는데. 언제 내 허리를 휘감고 앉은 거지?
회임하기 전처럼 가느다란 몸은 아니나, 이곳저곳 살이 붙고 야살스러워진 몸에 마른침을 삼켰다. 굳이 말하자면 둔부며 허벅다리에 살이 포동포동하게 쪄 이편이 더 좋아서 더욱 애가 탔다. 언제 다시 살이 빠질지 몰랐다. 그러면 손안 가득 차는 향긋한 살을 만끽할 수 없겠지. 그를 안지 못한 수많은 밤이 떠오르지 숨까지 가빠졌다.
“이런, 짓을 하는 부인도 좋으니…. 그대 스스로를 낮추는 것만 아니라면 모두 양보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이렇게 그대 위에 앉고 싶었습니다. 저하와 소첩 간에 불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손톱이가 아직 덜 자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가끔은 운우지정을 나누고 싶어 가랑이 사이가 따끈해지기도 하였는데. 저하께옵서도 그러셨나요?”
가랑이 사이라니, 그게 따끈해졌다니. 그런 말을 이리 무구한 낯으로 하다니.
목덜미로 열기가 몰리는 게 선연했다. 더 참는다면 성인군자 소리를 들을지언정, 그게 자랑스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 그것은 고자지 성인이 아니다. 색과 관련된 상상으로만 마구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를 차마 쳐낼 의지도 거세당한 채 나는 아래를 불뚝 세웠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부인, 부인.”
기갈 든 놈처럼 허덕이자 그는 내 침의 앞섶으로 손을 밀어 넣고는 유두를 간질였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손톱을 몽톡하게 깎아주는 게 일종의 애정 표현인지라 유륜과 그 가운데 도드라지게 자리한 것을 갉작일 때면 기분 좋게 허리가 떨리곤 하였다. 며칠 전 깎아준 손톱이 내 유두를 꼬집고 긁는 통에 목덜미로 갔던 열은 고르게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후으, 아으….”
“젖을 물려 드릴까요…?”
“아, 응?”
“이제 소첩 젖이 도니까…. 세게 주무르면 젖이 나오니….”
저하께 가장 먼저 맛보여드리고 싶어서.
짐짓 자애롭게 말하려고 한 듯하였으나 완전히 실패한 그는 부끄러운지, 아니면 좀 더 나아가 수치스러운지, 헤벌어졌던 앞섶을 다시 꽁꽁 동여맸다. 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하나 그에게 조금이라도 생각할 틈을 준 내 잘못이 크므로 위에 앉은 그를 어르고 달래주었다.
“벌써 젖이 도는 시기입니까? 찾아보기도 하고 물어도 보았는데, 아이를 낳을 때가 다 되어서야 젖이 돈다고 들어서.”
“소첩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한데 며칠 전부터 젖 도는 기분도 들고, 또 유백색은 아니지만 희끄무레한 액체가 나오기도 하고.”
“어, 어디서 나오려나?”
“여기…. 응! 저하아-”
쫍, 소리가 나게 석류 알처럼 영근 젖꼭지를 빨아들였다. 특별히 좋은 맛도, 그가 말한 유즙도 나오지 않았으나 하도 오랜만에 입에 담는 것인지라 그저 입에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 좋은 것을 어찌 넉 달이나 참았을꼬. 심술이 나 이 사이에 끼우고서 힘차게 빨자 단단히 받치고 있던 그의 허리가 우묵하게 휘는 것이 느껴졌다.
“응, 응!”
“쯥,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 더 빨아들이면 나오겠지요.”
“흐응- 앗, 아….”
저하, 저하, 간드러지게 앓는 소리를 무시하고서 입에 물지 못한 반대편 가슴을 쥐어짰다. 바르작거리며 손을 피하려는 척만 하는 게 얄궂어 검지와 엄지로 원을 만든 뒤 탱탱하게 부푼 유두를 튕기자, 억울하다는 듯 파르르 떠는 부인의 입술로 돌진하였다. 사내 마음을 어떻게 주물러야 하는지 잘 아는 게지. 그러니 이렇게 적절한 때에 떨고, 눈물 맺힌 눈으로 나를 밀어내다가 다시금 안겨주는 거야. 틀림없다.
색향으로 어지러웠으나 그와 색사를 할 때 종종 뱉던 속되고 야살스러운 말들을 모두 삼켰다. 이 와중에도 나는 복중 태아가 걱정되었으니.
“어서, 아읏, 그대 양물을 먹여주셔요, 저하.”
“소, 손톱이가 듣습니다, 부인!”
하나 그 걱정은 나만 한 것인지…. 말 한마디 함부로 못 하는 내가 답답했던 걸까. 서둘러 말을 뱉은 부인은 급하게 배를 끌어안으며 손톱이가 듣는다고 으르대는 나를 자빠뜨리고서 간신히 걸치고만 있던 침의도 벗어 던졌다.
“부인, 왜, 왜 이러십니까….”
“아껴준다고 말만 하시는 줄 알았더니. 이미 색사의 즐거움을 아는 소첩을 독수공방하게 만드시면 어쩐답니까?”
“그야, 손톱이가 있으니….”
회임 후 처음 몇 달간 조심해야 한다고 한 것은 그대인데…. 우물거리며 변명하는 말에 그는 손을 홰홰 저어 보이며 영 마뜩잖다는 듯 나를 흘겼다.
“손톱이도 아버지가 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 생각은 소첩도 한참 하였으니 이제 더는 하지 마십시오. 소첩 이제는 못 참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부인….”
“풀 죽은 강아지처럼 굴 것은 또 무엇입니까? 하여간 귀여운 내 서방님.”
맹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데 부인이 내 콧잔등을 살짝 깨문다. 아아, 정말 부끄러워서 연우를 바로 볼 수가 없다. 이렇게 끼를 부리면 가뜩이나 오래간 참았던 욕정이 벌컥거리지 않고 배기겠느냔 말이다.
하릴없이 한숨만 내쉬는 동안에 부인은 내 옷고름도 금세 풀고는 침의 윗도리를 벗기었다. 손길 하나하나가 자상하고 동시에 다급했다. 그에 내 마음도 급해져 침상에 두툼하게 깔린 이불을 발로 밀며 아랫도리도 벗어 버렸다. 다행히 그의 것은 벗길 필요가 없었다. 배가 부른 후로는 특별히 어딘가로 나갈 일이 없는 한, 그는 치렁치렁한 치마만 입고 있었으니.
끙끙거리며 입술을 베어 무는 그를 천천히 자리에 눕혔다. 이리 색을 밝히던 이가 아니었는데 그간 쌓인 게 좀 많은 게 아니었는지 부인은 답지 않게 어서 안아 달라 앙알거렸다.
“조금 떨어져 주셔야 내가 부인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떨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안아주셔요.”
“어, 허! 참. 아, 안 된대도.”
“으응. 그러지 말고, 응?”
“이, 애, 애교쟁이!”
입버릇이 ‘나는 저하보다 어른이지 않습니까?’이던 사람이 애처럼 사랑을 졸라 대니 나로서는 그를 거부할 여력이랄 것이 생기지 않았다. 박으라면 박아야지. 하나 회임한 월영인의 몸을 돌보는 것이 제대로 배운 양인이 할 일이었다.
황궁의 외딴 누각을 꼭 안고 있는 등나무처럼 내게 매달린 그의 팔과 다리를 사분사분 떼어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몇 달간 남근이라고는 구경도 못 한 밀지를 살피기 위해.
“다리를 벌려 주십시오. 우선 입으로 좀… 그래야지요.”
혀로 쑤석거려 주마. 그런 말을 하려다가 손톱이 생각에 얼른 말을 흐렸다. 그는 품이 넓은 치마를 구태여 벗지 않고서 풍성한 자락을 슬쩍 들치었다.
“들어오셔요, 저하.”
새침한 말씨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의 치마폭으로 들어갔다. 그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자마자 더운 숨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양인의 색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 오늘이 오기 전에도 나는 문득문득 그의 색향을 느끼곤 하였다. 달콤한 꽃에서 얻은 짙은 꿀에서도 나지 못할 향. 아이를 갖고 좀 덜해졌을까 싶었는데 구멍에 코를 대니 그는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끈끈한 애액이 방울져 뭉친 구멍 주위에 입을 맞추었다. 치마폭 안은 색스럽고 낭만적이었으나 열과 향이 빠져나갈 틈이 없어 답답했다. 그래도 나는 그 향에 빠져 헤엄쳤다. 모든 것이 기꺼워 실없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흐응, 아응! 저하, 으음.”
“안이 풀려야, 내가 들어가지요. 조금만 참으세요, 부인.”
“아, 하아…. 거, 기잇…!”
이미 무언가를 담고 있는 양 꼼실거리는 주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쫀득한 느낌이 덜한 것을 보니 혀로 조금 풀어주어야 할 성싶었다. 사실 바로 넣기에 부족함 없이 녹진하더라도 혀를 욱여넣었을 테다. 그의 애액이 엉기는 느낌이 좋으니.
피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한껏 벌어진 것도 아닌 양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서 구멍에 쪽,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도 못 참겠는지 울컥 토해지는 애액이 정숙한 태자비와는 좀체 어울리지 않았으나, 밤에 정숙하여 얻다 쓰겠는가? 연우만큼 모든 면에서 차고 넘치는 능력이 있는 태자비를 단숨에 내 품에 가두었으니 나는 복 받은 자였다.
“앗! 아응- 저하, 하아, 으웅.”
“꿀통이 따로 없습니다, 쯥.”
“흐응, 으! 응…. 좋아, 아! 아, 아아, 흣.”
점같이 보이는 조그만 구멍 주위를 핥다가 불시에 혀로 구멍을 쑤셨다. 쩝쩝 소리가 나게 빨자 단내뿐만 아니라 단맛까지 입에 그득하니 좀처럼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이내 추삽질하듯 혀의 출납을 반복하자 그의 작고 예쁜 음낭 두 쪽이 바짝 올라붙었다. 이럴 때는 입이 하나인 게 아쉬웠다. 음낭도 입에 넣고 싶고, 구멍에서 흐르는 꿀도 다 먹어 치우고만 싶은데 왜 입은 하나인지. 그래도 멀끔하게 생겨 그의 호감을 산 것은 내 복이므로 아쉬움은 접고서 음낭을 조물거렸다. 그의 하문은 성기를 만져주니 부끄러운지 나의 온 얼굴을 적시도록 울었다.
입에 다 넣고 굴리기에 버거울 정도로 흘러넘친 애액 때문에 속치마가 죄다 젖고 말았다. 손을 뻗어 살핀 그의 자지 상황도 별다르지 않았다. 이미 사출된 정액이 진했다.
‘이 치마는 절대 빨지 못하게 하고 내가 가져야지.’
별로 좋지 못한 생각을 한 후에 자잘한 쾌락을 감내하며 뒤틀리던 그의 등허리를 쓸어주었다. 곧장 으응, 하며 우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제야 치마폭에서 벗어나 그의 낯을 바로 보았다.
아아, 색에 젖은 그 얼굴이란. 눈물이 맺혔으면서도 더 달라는 듯 치맛자락을 아예 가슴팍까지 말아 올린 채 허리를 통통 튕기는 그에게 나는 이길 방도가 없었다.
“부인….”
“이제 다 풀렸어, 얼른, 저하.”
“옷만 마저 벗겨드리겠습니다. 잠깐이면 돼. 등만 살짝 들어 보세요.”
“응, 다 벗었습니다.”
“아후….”
세게 하면 부인은 좋아할지언정 복중 태아는 아니 좋아한다. 그러니 내 욕구는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열 번이라도 접어 아주 작게 만들고서 그의 안에 들어가야 해.
머릿속으로 되뇌고도 부족해 연우의 볼과 입술, 이마에 콕콕 입술을 찍었다. 나뭇잎이 땅으로 추락하는 정도로 미약한 입맞춤은 그를 보며 치미는 욕정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지금 입을 맞추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일을 칠 것이라 생각했다.
급한 와중에도 그는 내 입맞춤에 다소곳이 호응하며 미소를 띠었다. 이래서야 입 맞춘 보람이 조금도 없지 않은가? 저렇게 앙살 맞은 미소도 야해 곧장 시선을 떼다니. 나 자신에게 적이 실망스러웠다. 이래서야 여러 성인들의 말씀을 체화했다고 할 수 없다.
“잠, 깐만. 심호흡 좀 하고.”
“등산이라도 다녀오셨나이까?”
“그런 것이 아니라, 후. 부인은 모르십니다.”
이미 요분질할 준비를 모두 마친 아래를 보다가 다시 한번 그를 한 품에 안았다. 어서 넣으라고 종용하던 그는 안아주니 또 안기는 데 주저함은 없었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 천천히, 다 넣지 아니하겠습니다, 부인.”
“응응.”
“지, 진짜로. 진심입니다. 다는 안 넣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어째 ‘네가 그래 봤자 넣으면 미치광이처럼 굴 것을 안다’는 투니 조금 심상하였으나, 이제는 나도 퍽 급하여 버쩍 선 남근을 그의 애액이 묻은 손으로 썩썩 문지르고서 입구에 귀두 끝을 맞추었다. 발랑거리며 숨 쉬듯 빠끔거리는 구멍에 귀두 끝만 담갔을 뿐인데 그는 뽐내듯 색향을 자아내며 내 양물을 온통 애액에 젖게 만들었다.
“흐아….”
“후우, 부인, 조금만 더 넣겠습니다.”
“아, 앗! 흣, 응, 으응!”
경련하며 조이는 구멍에 숫제 고꾸라지듯 그의 위를 덮쳤다가 얼른 상체를 들어 올렸다. 아이가 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가 없어 아쉬웠으나, 부인의 몸에 잠겼다는 것만으로도 성감은 믿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
위에서 내려다본 부인은 자줏빛으로 물든 유두를 만지작거리며 그 빛깔보다 조금 더 산뜻한 색의 혀를 빼어 물고 있었다. 저건 필시 내게 입 맞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확신은 섣불렀으나 그게 답이 맞았다.
입술이 맞닿자마자 금세 퐁 벌어진 입술에 혀를 욱여넣자 구멍이 옴찔거리며 남근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입맞춤이 고팠던 것일까? 그런 연유로 구멍이 흐드러진 것이라면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그의 위를 덮치고 있는 내 둔부로 살금살금 올라온 손이 자꾸 바투 안아 좁은 열탕에 좆을 모두 욱여넣게 되었다. 각인한 월영인과 몸을 섞으며 색향 역시 자연스레 풀어지자 부인은 웅얼거리며 내 가슴팍을 만져 댔다. 불만이 어린 얼굴은 살이 올라 포동포동 귀엽기 그지없었다.
“왜 안 움직이셔요…?”
“응?”
“손톱이 때문에?”
“아, 음. 지금 움직이면 아프지 않겠습니까. 색시 아프면 아니 되니 참는 게지요.”
“응…. 얕게 치대는 정도로는 밀문에서 피가 나지 않아요. 음낭이 찰싹 붙게 쳐주셨으면 좋겠는데.”
“예, 예?”
“소첩을 애달프게 하려 이러시는 거라면… 그러지 마셔요. 저하는 착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나, 나는, 부인… 부인이야말로… 하아.”
침상에서 조르는 부인은 쉬이 보지 못하는지라 조금 더 우위에 선 기분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나 “응? 언제 움직이십니까, 응?” 하는 소리를 듣고 버티는 게 더 힘들었다.
동그랗게 자리를 잡은 배를 문지르다 볼살을 쪽 빨아당겼다. 어디고 살이 안 붙은 데 없으니 이리 좋구나. 아이를 낳고 몸을 푼 후에도 많이 먹여 더 찌워야지. 불순하고, 동시에 건강하다면 건강한 생각을 하고서야 나는 그의 원대로 허리를 치대기 시작했다.
“아…!”
“벌써 밑에서부터 물이 흐릅니다, 부인.”
“으응… 앗!”
어서 박아 달라고 앙탈을 부릴 때는 언제고, 모로 뉘어 놓고 살살 문지르듯 조심스러운 허릿짓에도 아내는 하문을 비비며 앙알앙알 앓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고 싶은 것을 종알거리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쉴 새 없는 입을 어찌 단속하면 좋을지. 하나 이는 빈말이요, 전연 내 마음과는 관계가 없지. 부인이 말하는 소리가 목 안으로 잠겨 들려는 때마다 살짝 나온 목젖을 매만지니 미세한 웃음기가 더해져 침상은 간만에 색향으로 넘실거렸다.
“하읏! 아! 저하, 끄흐응…. 앗, 앙!”
봇물 터지듯 그의 입에서 나온 신음에 온몸이 발끈발끈 힘을 받아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대와 몇 번이나 밤을 보내며 그 쾌락의 맛을 아는 사내였고, 하여 회임한 연우가 색사의 즐거움에 몸부림치는 것에 그의 노예를 자처하며 애타는 마음을 휘딱 까 보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부인, 허윽, 은애합니다, 내 사랑. 아아…!”
“응, 으, 저하, 좀 더, 힉! 히윽, 쪼금 더.”
“너무 깊으면….”
“괜찮아, 어서 나를 기쁘게… 아핫!”
단물이 침상을 적시며 생기는 짙은 얼룩도 아까웠다. 당장이라도 냅다 얼굴을 박고서 쭙쭙 소리 나게 빨고 싶은데, 그러자니 추삽질을 못 하고. 아쉬워 열이 올라 붉게 젖은 눈가에 혀를 내어 핥았다. 모로 누운 아내는 파들거리며 떨다가도 눈물을 핥아줄 때마다 아래를 빠듯하게 조이며 나를 즐겁게 하였다.
기분 좋은 압박감에 취하여 그의 둔부를 주물럭거리고, 이미 좆이 들어찬 하문에 손가락을 쑤석이며 괴롭혀 주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래를 발름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아응! 거, 기잇-!”
급작스럽게 튄 신음에 기꺼운 마음이 들어 단박에 이쁘다, 곱다, 얼러주었다.
“그대는 목이 약하지.”
아직 목덜미에 입술을 대기는커녕 그리 말만 했을 뿐인데 그는 애액을 울컥이며 울었다. 당혹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인데.
“부인, 울지 마세요. 왜 우십니까.”
“아퍼, 흐으… 아파, 제현아.”
“아파? 하면 그만하겠습니다. 울지 마세요.”
아직 사정하지 못했지만, 아프다고 울 정도인 사람에게 욕정을 풀고 싶지 않아 양물을 빼내던 때였다.
“빼지 마!”
“예?”
“그냥, 해 본 말이니… 빼지 마세요, 응?”
이어지는 말에 보지 않아도 내 얼굴에 불이 붙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은 왜 했을까. 사내를 애태우게 하려? 그런 뜻이라면 얼마든지 장단을 맞춰줄 수 있지.
“아윽, 아!”
“누구 좋으라고, 후윽! 단물을 이리 흘리세요, 부인.”
“저하, 흑! 아아-!”
단참에 좆 뿌리까지 처박자 등허리가 바짝 선 부인이 베개에 머리를 박으며 발버둥 친다. 방금 전 아프다고 하니 내가 바로 뒤로 물러나는 게 적이 아쉬웠는지 이제는 그런 말은 입에도 담지 않는구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좋아 그의 통통한 귓불을 빨며 잘게 점막 안을 때렸다. 양물을 박아주자 맛나게도 먹는 아래가 침을 줄줄 흘리는 듯 흥건했다.
“부인, 연우야.”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가련하나 그렇다고 오늘 밤을 이렇게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어서 입으로는 얼러주고, 손으로는 그의 고추를 쥐고 흔들어주었다.
“안 돼! 끄흐, 아응! 진, 짜, 안 돼애. 저하, 노, 놔주셔요, 아흣!”
“하아… 부인 안이 너무, 좁습니다. 쩝쩝대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흐아! 앗! 힛, 힉!”
연하고 곧은 살덩이가 정액도 소변도 아닌 것을 찍찍 갈기기 시작했다. 동그랗게 부른 배를 받치고 있던 손을 빼 도톰하게 돋은 가슴을 모아 쥐어짜자 아래서 나오는 것보다 희멀건 유즙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당장 손을 입에 넣으려다가 생각을 바꿔 그의 입에 넣자 그는 침과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내 손을 샅샅이 핥았다.
“야살스러워….”
“흐읏, 흑….”
“이… 요부. 아직도 나를 안 놓아주는 것은 더 쑤셔 달라는 게지요?”
“으응, 아닌데, 읏. 아-!”
“맞으면서 무얼.”
협탁에 놓인 무명천으로 그의 낯을 꼼꼼히 닦아준 후에 내 좆 기둥도 대충 훑어 닦았다. 회임한 이의 안에 씨를 뿌릴 수 없어 그의 허벅다리에 파정한 정액은 진한 밀빛이 났다.
하나 한 번 사출한다고 다 풀릴 음심이었으면 어찌 양물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서 계속 구멍을 찾겠는가? 벌써 힘겨워 보이는 그에게 더 박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방금 한 말은 괜히 놀려주려 함이었으니 사슴 같은 그의 목에 얼굴을 누이고서 수음을 하였다.
“하아, 부인, 부인… 아윽.”
“…그러지 말고, 저하….”
“허억, 하…. 응?”
탁, 탁, 거칠게 좆을 쥐고 흔드는 소리가 우뚝 멈추었다. 아내는 울음기가 가셨으나 발갛게 물든 눈가로 내 것을 보고는 이내 섬섬옥수로 제 다리를 휘딱 벌려 보였다. 모양 예쁜 음낭이며, 방금 부끄러운 것을 사출한 자지가 발딱 서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적어도 오늘 밤에는 계속 줄줄 흐를 것 같은 샘이 있었다.
“손톱이도 재웠는데… 한 번 더 소첩을 기쁘게 해주셔요.”
출납을 반복했던 게 바로 직전이건만 샘이 흐르는 구멍은 꽉 아물려 도통 열릴 성싶지 않았다. 그러나 구멍 안에 얼마나 단 꿀이 있는지 아는 자지는 쑤석이며 안락한 자리를 찾아갔다.
“아흐응… 더, 더어…!”
“그대 말대로… 달도 질려 자취를 감추었군요.”
“잇, 아! 어떡, 어떡해, 아응, 아앗!”
즐겁게 해 달라더니만, 힘도 못 푸는 아내의 엉덩이를 가볍게 내리치고서 부드러운 몸을 짓눌렀다. 그래도 구멍이 좀처럼 풀리질 않아 색향을 풀자 그제야 아래 깔린 몸이 노곤하게 늘어졌다. 작은 몸이 아닌데도 왜 이리 작게 보이는지. 그 몸을 다 먹어 치우고 싶으니 나도 참….
가여운 동시에 밤새 울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상충하며 불꽃이 튀었고, 어차피 내일 달래주면 되니 울리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울리려면 이곳저곳을 더 만져주는 게 좋겠지. 멋대로 생각한 후에 하도 젖은 채 치대 보동보동하게 부푼 회음을 문질러 주자 그는 기껍다는 듯 길게 교성을 내질렀다. 귀엽기도 하지.
“으응, 읏, 저하, 저하아-”
“해가 뜰 때까지, 그리하고 싶은 게지?”
“아응! 아, 아… 흐끅!”
멍하니 고개만 끄덕이는 그의 얼굴을 쥐고서 입을 맞추었다.
그날 밤, 나는 사정감이 치밀 적마다 깊이 처박았던 양물을 빼 그의 나신에 정액을 흩뿌렸다. 내 몸은 이미 아무 때고 싸지르기 바쁜 그의 고추가 뱉은 액으로 푹 절은 상태였다. 얼마나 서로의 몸에 정을 묻혔으려나. 아침이 되자 온 황자궁에 쿰쿰하고 시큼한 냄새가 가득하여 부인과 나는 한동안 벌서듯 정자에서 서로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목이 아파요, 어제 너무 소리를 많이 질렀나?”
“어제는 그냥 예쁘기만 하였는데.”
“…저하께 말하여 무엇 하겠나이까.”
“왜, 내 말이 다 맞습니다. 토 달지 마세요. 추우니 좀 더 붙고.”
“바보….”
우리 앞으로는 닷새에 한 번은 몸을 섞도록 합시다, 궁인들 바쁘지 않게.
부인은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슴팍에 얼굴을 숨겼다. 이리 곰살맞게 구니 내가 어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