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Prologue (1/11)

Prologue

찰박거리는 소리와 아래에서 이불보를 꽉 쥐고서 신음을 참는 신부를 동시에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제현은 고민하다가 눈이라도 감으면 좀 나을까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아……!”

그러나 시기적절하게 터진 신부의 신음에 제현은 더 참지 못하고 파정하고 말았다. 다행히 신부의 안에서 절정에 다다른 것은 아니었다. 제현은 눈을 끔뻑이며 아래에 누운 신부를 바라보았다.

길지 않은 머리가 볼에 몇 가닥 붙어 있었다. 고목나무의 색을 닮은 머리칼이었다. 눈물이 엉긴 속눈썹 또한 태영국의 사람들과는 달리 갈색빛이 많이 감돌았다. 목에서 어깨로 떨어지는 선을 눈으로 훑던 제현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비볐다.

이리 아름다운 사람이 내 부인이란 말인가.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데 제 정액을 묻히고 밭은 숨을 내쉬어도, 물기가 흥건한 눈가를 손바닥으로 꾹 누르는 모습도 그저 청초하기만 한 신부에게 제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제현은 말없이 그에게 이불을 쥐여줄 뿐이었다.

“…….”

“감사, 합니다…. 태자 저하.”

태자 저하, 할 때의 볼그족족한 입술을 보고 다시금 욕구가 끓어 제현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이제 막 부인이 된 연우에게 함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연우는 태자가 건넨 이불 끝을 쥐고서 살그머니 가슴팍을 가렸다. 태자는 어쩐지 저와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였다. 어쩌면 부러 눈을 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속이 상했으나 저는 월앙인이었다. 그것도 뒤늦게 발현한 사내 월앙인. 반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누가 사내를 부인으로 얻고 싶어 하겠는가.

그래도, 그래도 초야이니 한 번쯤 안아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머리를 맴도는 상념을 차마 말로 뱉지는 못하였다. 하여 연우는 태자에게 먼저 자도 되겠냐 묻고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애써 잠이 들었다.

“…주무십니까……?”

“…….”

“……어찌 이리… 어여쁘지…….”

아까워 연우의 몸을 보는 것도 어려워하는 태자의 마음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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