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특별 편, 11월의 어느 날
여느 날과 같이 중식을 먹고 정 선생과 옥상에 나란히 섰다. 초겨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갑자기 얼어붙은 날씨는 한낮이 되자 햇볕의 어루만짐을 받은 듯 다소 미지근해졌다.
“선생님, 저거 보세요.”
정 선생이 아래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빨간 상자를 이어 붙여 하트 모양으로 만든 거대한 막대 과자를 들고 가는 여자애와 남자애가 보였다. 공학에서는 무슨 ‘데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저 하트 모양 상자들은 인기가 식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저거 하나하나 다 붙였을 거 아니에요.”
요즘은 문구점에서 저렇게 이어 팔더라, 하는 말은 정 선생을 위해 고이 접어 두었다. 애들이야 귀여운 건 당연한 일이고, 별거 아닌 일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그가 더 귀여운 걸 그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 저도 과자 있는데.”
정 선생이 코트 안주머니에서 과자 상자를 꺼냈다.
“웬 거예요.”
“세민이가 주더라고요. 저는 없어서 초콜릿 쥐여 줬어요.”
그가 밝은 얼굴로 상자에서 봉지를 꺼내 뜯었다. 요즘 과자는 비싸기만 하고 양은 없다 투덜거리다 내게 과자 하나를 내밀었다.
“드실래요?”
평소 알던 모양과 다른 것이 덜 달아 보여서 받았더니, 안에 초콜릿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얼핏 포장지를 보니 누드라고 쓰여 있었다. 급식으로 나왔던 불고기도 달았기에 그리 끌리지 않아 손에서 굴리고만 있자니, 정 선생이 내 팔을 톡톡 두드리고 말했다.
“이거 보세요.”
그가 가늘고 긴 과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입안에 살짝 머금었다 떼며 후, 바람을 불었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입김이 허공에 흩어졌다.
“후진 쌤 흉내.”
아마도 내가 담배 피우던 걸 흉내 낸 모양이었다. 자기가 해 놓고도 웃긴지 그는 웃으면서 과자를 씹었다. 반으로 툭, 부러져 그의 입으로 오물오물 넘어가는 과자를 보며 나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마냥 귀엽고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눈을 내리깔고 담배를 피우는 흉내를 내자 내 밑에서 바르작거리며 울듯이 흐느끼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순간 하복부가 저릿해져서 깜짝 놀랐다.
“정 선생.”
“네?”
“담배 피우지 마요.”
“네? 저 안 피워요.”
정 선생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고개를 주억이면서 생각했다.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니, 피우더라도 내 앞에서만 그러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