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9/50)

2

살면서 이렇게 격렬하게 저항해 본 적이 있을까. 수치심과 굴욕감이 바닥을 치는 때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특히나 남자를 상대로 아래를 바짝 세운 채 온몸을 적나라하게 보이는 사건만큼 굵직한 것은 없었다.

“교수님. 교수님 제발요.”

이소는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해준의 머리통을 쥐어 잡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좋아한다고 고백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그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해준은 검은 파도처럼 저를 덮쳐 왔다.

수도 없이 입술을 맞댔는데 아래를 홀딱 벗은 채 몸을 겹치는 것은 결이 다른 수치감을 줬다. 해준은 여전히 멀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고 저만 다 구겨진 파자마 상의에 흰 허벅지만 내놓고 매달린 꼴이라 상대적으로 더 움츠러들었다. 분명 부드럽게 입술을 베어 물고 있었지만 다리 사이로 거칠게 비벼 오는 해준의 하체에 허벅지가 옴싹옴싹 오므라들었다. 온전히 키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커다란 손이 허벅지를 쓰다듬고 오금 아래를 간질일 때마다 배 속이 간질거렸다. 해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기대감과 두려움이 번갈아 마음에 북을 쳤다.

“우리 엊그제 키스한 거 알아요?”

“…읏.”

“난 이소 씨가 하도 경계해서 한참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이소 씨 생각보다 나한테 무르구나. 해준이 낮게 웃었다. 목덜미와 어깨를 잘근잘근 씹으며 내려가던 해준의 입술이 배꼽 언저리에 닿았을 때 이소는 힉, 들숨을 집어먹었다. 해준이 옴폭 파인 작은 구멍을 살살 혀로 간질이자 이소는 허리를 비틀며 도망을 쳤다. 기껏 씻겨 놔 보송보송해진 몸은 작은 자극만으로도 못 견디겠는지 발버둥을 치며 땀이 배어났다.

이소는 이런 행위에 전혀 면역이 없는지 간질일 때마다 흐느끼고 입술로 빨아들일 때마다 숨을 참았다. 얌전히 있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펄떡거리는 통에 해준은 몇 번이고 웃음이 새어 나올 뻔한 것을 참고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골반 뼈를 살포시 베어 물면….

“아흑… 흣, 교수니임….”

입술을 물고 새소리를 낸다. 작은 근육이 촘촘한 배가 파르르 떨리고 어디를 자꾸 도망가려는지 허리를 뒤로 빼는 것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그 와중에도 작은 손으로 해준을 아주 밀어내진 못하고 머리칼만 살짝 쥔 채 울먹인다. 촉, 배꼽 아래에 입을 맞추고 내려가자 이소는 낑 하고 새끼 개마냥 움츠러들었다. 이미 묽은 애액이 배어 나오기 시작한 선단은 제 주인마냥 가여이 떨고 있었다.

“저런.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흠뻑 젖어서 어쩐담.”

짓궂게 읊조린 해준은 두 손으로 이소의 양 허벅지를 잡고 진득하게 문댔다. 문지를 때마다 점점 아래로 내려오던 엄지손가락이 은밀한 구멍 언저리를 더듬자 이소의 발가락이 절로 곱았다. 아무리 깨끗하게 씻었다지만 그래도 누구에게 자랑스레 보여 줄 만한 곳은 아니었다.

“거기, 만지지… 마세요….”

“이소 씨는 다 하지 말래. 서운하게.”

해준은 토라진 목소리로 별게 다 서운하다고 했다. 그래 놓고 아래를 지분거리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구멍도 예쁘고.”

“아…. 제발 말 좀….”

아까 꼼꼼히 씻긴 덕에 이소의 온몸에서는 비누 냄새가 났다. 모발이 가늘고 색이 밝아 아래도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매끈할 줄은 몰랐기에 해준은 묘한 배덕감을 느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해준은 이소의 길게 뻗은 허벅지 안쪽에 길을 내듯 울혈을 만들며 중심으로 입술을 옮겼다. 홉 소리가 나게 빨아 올린 흰 살결에 피가 맺히고 장난치듯 혀를 세워 누르면 아릿한 통증이 올라오는지 엉덩이가 달싹댔다.

“아으으, 으아….”

선홍빛으로 물든 기둥을 코로 훑어내리다 혀를 꺼내 할짝이자 이소는 못 견디겠다는 듯 허리를 들어 해준의 머리카락을 잡고 당겼다. 절로 인상이 구겨졌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소 씨, 그렇게 당기면 나 아파요.”

“그, 그러니까 핥지 마세요….”

“맛있어 보인단 말이에요.”

나른하게 웃으며 이소의 성기를 쥐고 얼굴을 부비는 해준의 얼굴이 낯설었다.

“여기 입으로 누가 해 준 적 있어요?”

젖은 눈을 한 채 해준을 바라보는 이소가 당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누가 이딴 걸 입으로….”

“그럼 펠라티오는 내가 처음이에요?”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하자 이소의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펠…. 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입술을 지그시 물고 대꾸를 않자 해준이 풋, 웃었다.

“해수 엄마에게 고마워해야겠네….”

“갑자기 해수 엄마는 왜….”

갑작스럽게 나온 해수 이름에 당황한 이소가 고개를 들자 해준은 보란 듯이 하얀 성기를 주욱 핥아 올렸다.

“아으읏……!”

미끌거리는 선단에 몇 번 입을 맞추다 천천히 입술 아래로 빨아들이는 것을 보며 이소는 그만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뜨거운 장판에 엎드려 아래를 지지는 것같이 뭉근하게 더운 기운이 온몸에 퍼졌다. 해준의 입속을 빠듯하게 채운 제 성기가 치아와 입천장을 긁어내리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혼자 집에서 자위를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질척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온 정신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으, 흐흑…. 끄흑, 교수니임…!”

“으응. 애오.”

“이, 입에 물고 말하지 마세요!”

“아앗어오.”

천천히 기둥을 삼킬 때는 아랫배를 깃털로 쓰다듬듯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세게 빨아 올리며 고개를 뺄 때는 그대로 아래가 뽑혀 나갈 것 같은 강한 자극이었다. 해준은 천년 묵은 여우마냥 이소의 다리를 꽉 잡아맨 채 꽤나 맛있는 것을 먹어 치우듯 게걸스럽게 빨아댔다.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듯 아래가 빨리는 느낌에 흐르려던 눈물마저 쏙 들어가 버석버석한 목소리만 툭툭 터졌다. 손아귀에서 점점 힘이 빠지고 손가락이 눈에 띄게 떨렸다.

몇 번의 고갯짓만으로도 빠듯하게 당겨 오는 아래에 철썩철썩 사정감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이소는 발등으로 해준의 허벅지를 긁어내며 어떻게든 떼어 내려 애썼다. 그러나 더 답싹 엉덩이를 쥐어 잡고 깊이 빨아들이는 해준의 목젖에 제 선단 끝이 닿자 약하게나마 쌓은 호흡은 무너지고 있었다.

“교…교수님, 저, 갈 것 같아…. 갈 것 같아요….”

“…….”

“갈 것, 같…, 다구요…!”

억지로 참으려다 보니 종아리에 쥐가 날 것같이 아프고 배가 당겨 왔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해준은 입을 떼 주지 않았다. 이소가 손톱을 세워 시트를 북북 긁었다. 나 오늘 펠라티오 처음이란 말이야, 진짜 처음이란 말이야. 해준은 참 봐주는 법이 없었다.

“나, 나 진짜 지금, 빨, 빨리 빼세요…!”

이대로라면 해준의 입 안에 사정해 버릴 것 같아 이소는 마구 몸부림치며 울었다. 놔, 놓으라고, 놔! 평소처럼 존댓말도 나오지 않았다. 죽을 것 같았다. 해준이 원망스러워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아…, 그흐, 만, 아아…. 아! 아흑! 아! …아아!”

끝까지 잡고 있었어야 했는데. 한계까지 들이마셨던 숨이 모자라 턱 하고 뱉어 낸 순간 온몸의 힘이 풀리며 이소는 그대로 사정액을 해준의 입 안에 와르르 쏟아 내고 말았다. 몇 번이나 몸을 움찔거리며 남은 것까지 배출할 때까지 해준은 성기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당황스러웠고 너무 창피해 눈물이 났다. 쪽 소리와 함께 허리를 들어 올린 해준이 이소를 내려다보았다.

“으흐, 흐으…….”

숨을 몰아쉬고 흐린 시야 사이로 보이는 해준의 얼굴에는 묘한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 이소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해준을 올려다보았다. 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소는 후들거리는 팔을 들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죄송해요…. 진짜로 참으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너무 세게….”

꿀꺽. 고요한 방 안을 가득 메우는 낯설지 않은 소리에 일으키려던 몸을 멈추고 해준을 바라보자 해준은 으레 보이던 장난기 많은 얼굴을 하고 해사하게 웃었다.

“달다.”

이소 씨 과일 많이 먹어서 정액도 단 가봐요. 당연히 제가 정신없는 사이 뱉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조리 삼켰을 줄이야. 그걸 왜 삼키느냐고 타박을 하려던 이소는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상의를 벗는 해준을 보며 말을 잃었다. 제 몸과는 너무 다르게 굵직한 뼈대와 촘촘하고 단단하게 자리한 근육들은 꼭 박물관에서나 보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옷에 감추어져 있었을 때는 몰랐던 각지고 곧게 뻗은 어깨 근육과 이어지는 너른 가슴팍은 제가 항상 안겨서 코를 부비던 그것이었다.

“뭘 그렇게 넋 놓고 감상해요.”

상의를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해준이 씩 웃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나, 왜 옷을 벗지. 멍한 생각에 잠겨 고개를 돌렸을 때 해준은 언제 가져왔는지 작은 통을 꺼내 들어 손에 주욱 짜냈다. 두 눈을 끔뻑이며 아무 말을 않고 멍하게 해준을 바라보자 해준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먼저 말해 두지만, 나는 섹스할 때 아주 다정한 편은 아니에요.”

다정한 편이 아니라는 말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그럼 막 상대방 때리면서 하는 그런 타입이라든지….

“그래도 때리거나 목 조르진 않으니까 걱정하진 말고. 그리고 이소 씨랑 처음 하는 건데 내가 그러겠어요. 다만 말만 해 두는 거죠.”

귀신인가. 제 마음을 읽어 내린 듯 차분하게 대답한 해준은 예의 그 상냥한 눈으로 다시 물었다.

“남자는 처음?”

처음이라고 하면 뭐가 달라지나. 하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무서우니까.

“……처음이요.”

해준은 조금 의외라는 눈치로 순진한 새끼 노루마냥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그런 것치고는 남자 상대로도 무척 잘 느끼던데…. 그럼 혼자 할 때도 빨리 가는 편이에요? 평소 자위할 때는 앞에만 쓰고?”

보통 사람들은 침대에서 이런 질문을 서슴없이 하는 건가, 이소는 얼굴을 붉혔다.

“앞이 아니면 그럼 뭘…. 그리고 시간은 모르겠습니다…. 보통 그런 걸 재면서 하지 않잖아요….”

“아, 그렇지. 맞는 말이에요.”

해준이 눈을 접어 웃으며 시선을 맞췄다.

“이소 씨라면 능숙하다 해도 사랑스럽겠지만.”

해준은 픽 웃으며 젤을 마저 다 짜냈다.

“사실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양 굴어도 괜찮아요.”

“…….”

“나 가르치는 거 잘해요.”

손바닥 위에 꽤나 많은 양을 짜낸 후 몇 번 주무르자 찌걱찌걱 손가락 사이에 딸려 올라오는지 젤의 촉감이 기분 나빠 보였다. 저거 비슷한 걸 해수가 갖고 놀았던 것 같은데…. 뭐더라, 액체 괴물이랬나. 이소의 시선이 손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해준은 눈을 접어 웃었다. 귀여워라. 해준은 정말 이소가 퍽 귀여웠다.

“젤이에요. 그냥 넣으면 다칠 수 있거든. 안을 부드럽게 해 주죠.”

“넣…… 안에…? 저한테요…?”

아주 잠깐의 정적이었다. 해준이 말없이 이소를 바라봤다. 마주한 눈은 한참을 그렇게 깜빡였다. 고요를 깬 건 해준이었다.

“나한테 넣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벌려줄 생각도 있긴 한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소는 손사래를 치며 동시에 도리질까지 했다. 질겁할 만한 말이었다. 해준이 사슴 같은 눈을 반짝였다.

“…나는 괜찮은데 정말. 이소 씨는 여기가 처음이지만….”

해준이 젤이 묻은 손가락을 가볍게 세워 구멍 주변을 쓸어올렸다. 힉, 소리가 절로 났다.

“난 아니거든.”

해준의 입술이 부드럽게 휘었다. 그 말이 뭐가 그리 자극적이라고 이소는 아래가 저절로 움찔거렸다. 말은 그렇게 해 놓고 해준은 고개를 기울이며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정말이에요. 섹스의 방법은 많으니까 굳이 삽입하지 않아도 되고, 처음이니까 페팅만 하거나.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입으로만 해도 되고. 물론 제일 좋은 건 이소 씨가 기대한 대로 안에 넣고 흔드는 거고요.”

“기, 기대한 적 없어요.”

“그래요? 나는 무척 기대하고 있는데.”

아주 어린 나이도 아닌데, 심지어 애까지 딸려 있는 사람인데 애정을 주면 달아 미치겠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졸졸 쫓아다니는 게 순박한 시골 소년 같다. 그렇다고 어린 남자아이만 보면 발정하는 쇼타콤 같은 음험한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다 큰 남자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을 하고 제 앞에서 퐁퐁 울어댈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은 일전에는 겪어 본 적 없는 카타르시스를 줬다.

“그럼…. 제가 어, 엎드리면 되나요?”

“오, 벌써 엎드리려고?”

해준이 정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소가 이를 악물고 숨을 참았다. 이익, 하며 화를 참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만 놀려야 하는데 자꾸 놀리고 싶다. 해준이 이소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천천히 합시다. 학생. 가르칠 게 많아서 좋네요.”

해준이 슬쩍 웃으며 깨끗한 샅에 느리게 손을 비볐다. 이소의 허벅지가 확 오므라들며 허리가 튕겨져 올라왔다. 해준의 어깨를 잡은 이소가 밭은 숨을 내쉬었다. 손에 잡히는 것에 터럭 하나 없어서 꼭 밀가루 반죽을 만지는 것 같다. 해준은 확신했다. 앞으로 정말 자주 조물락거리게 될 것 같다. 손에 꼭 잡히는 작은 고환을 살살 쓰다듬으며 손에 묻은 젤을 녹여 냈다. 부드럽게 흘러내린 젤이 구멍 주변을 적시자 저절로 옴찔옴찔하는 게 느껴졌다.

“으, 으흣….”

“처음이니까 엎드리기보단 마주 보고 해요. 베개를 끌어안느니 날 안고 있는 게 덜 무섭겠죠?”

“네, 네에.”

열은 내렸지만 구멍 주변은 여전히 따뜻했다. 누구도 침범한 적이 없는 꼭 다물린 입구를 살살 문지르자 이소는 해준의 어깨에 매달려 흐느꼈다. 한 손으로 말랑한 볼기를 움켜쥐고 젤로 푹 젖은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입구로 들어오자 눈에 띄게 숨을 집어삼킨 이소가 허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굳혔다.

“숨을 깊게 내쉬어요. 처음이라 잔뜩 힘이 들어가겠지만 호흡이 끊어져도 좋으니까. 자, 후.”

“후, 후흐… 으윽.”

“괜찮아, 잘하고 있어. 아하하, 꽉 무네.”

손가락을 끊어 먹을 듯 조이는 입구는 이소가 숨을 뱉을 때마다 벌벌 경련했다. 해준의 긴 손가락이 점막 곳곳을 더듬을 때마다 젤에 젖은 내벽에 촘촘하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소의 어깨가 무너져 해준에게 달싹 안겼고 해준이 손가락을 휘저을 때마다 가늘고 긴 허리가 미친 듯이 떨렸다.

“아파요?”

“…흣. 아, 아파요.”

입술을 집어물고 이마를 어깨에 댄 채 떠는 이소를 한 팔로 토닥이며 ‘착하지, 조금만 더 참자.’ 속삭이자 그 말에 더욱 무너지며 울음을 참았다. 상인지 벌인지 해준은 즈으윽 손가락을 빼더니 근처를 더듬던 손가락을 두 개 더 넣었다. 이소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며 허리를 둥글게 말았다.

“뭐, 뭐예요? 교수님, 방금…! 아파, 아파요!”

“미안, 내 거 받으려면 처음부터 좀 많이 풀어놓는 편이 나아요.”

하나가 휘저을 때도 내장을 휘젓는 느낌이었는데 손가락이 두 개 더 들어오자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소가 손톱을 세워 해준의 어깨를 꼭 잡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빠듯하게 안을 채워 오는 단단한 뼈마디는 제 몸속에서 8자를 그리며 춤추듯 움직였다. 벌어진 엉덩이가 쪼개질 것 같았다.

“으, 으아…. 살, 살사알… 살살 해요, 교수님, 제발….”

“사람 몸이 재미있어요. 여긴 원래부터 입구가 아니라 출구거든. 그런데 왜 신은 여기를 눌러 자극하면 쾌감을 느끼게끔 설계해 놨을까.”

해준의 손가락이 천천히 유영하는 것을 멈추고 잘게 진동하며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들어왔다 나가는 손가락이 찌걱찌걱 젤과 함께 기묘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어젯밤 아래를 부딪칠 때보다 조금 더 자극적이고 강한 쾌락이 뻐근한 통증과 함께 몸을 때렸다.

“응? 선생님이 질문을 했으면…. 학생이 대답을 해야지.”

“응, 읏, 으응…! 아읏, 흐흑!”

이소가 정신을 못 차리고 매달려 있자 해준은 기대도 않았다는 듯 쿡쿡 웃었다.

“처음 들락날락거릴 땐 잘 모를 거예요.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길을 내줘야 하거든. 통증이 무감해지고 어느 순간 내벽이 말랑말랑 녹으면….”

말 그대로였다. 손가락이 빠질 때 흐물하게 풀린 내벽이 손가락에 달라붙어 쯉쯉 빠져나갔다. 입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쑤셔 박을 때마다 발가락이 곱을 정도로 좋을걸.”

얕게 찧어대던 손은 어느새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듯 찰싹찰싹 소리가 나도록 쳐대고 있었다. 입구와 손가락에 펴 발랐던 젤이 진자운동에 맞추어 찌꺽찌걱 소리를 내며 이소의 몸에서 나오는 애액처럼 흘러넘쳤다. 의식과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아보려 제 엄지를 물고 있었지만 온몸을 울리는 타격감에 혼이 달아날 것 같았다. 해준이 제 몸에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폭탄을 욱여넣는 느낌이었다.

“이소 씨는 처음치고 아주 잘 느끼는 편이고.”

해준이 피치를 올리자 이소의 고개가 넘어갔다. 동공이 자꾸만 뒤로 넘어가고 저절로 침이 흘렀다.

“윽, 아응, 흑…! 아흣, 윽, 학!”

“침까지 흘러넘치고, 아주 야해 빠졌어.”

“흐윽, 또, 또 나올 것 같아요……!”

“괜찮아. 힘 빼고.”

질책하듯 내뱉었지만 사실 웃음이 잔뜩 묻어난 말투였다. 아까 여과 없이 내보냈다고 생각했던 귀두 끝에서 픽픽 묽은 정액이 터졌다. 안을 거칠게 쑤셔 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 미칠 것 같았다. 입술에 매달린 신음이 흐으응, 흐응 하며 해준의 귓가에서 뭉개졌다.

“그거 알아요? 이소 씨 울음소리 듣기 좋아요.”

“아흐흑…, 흐윽…….”

“그래도 나랑 침대에서만 울어요. 알았지? 응?”

다른 놈들한테는 울어 주지 말고. 울고 오지도 말고. 해준이 낮게 뇌까리자 이소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흐느꼈다. 그럴게요, 그렇게 할께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살갗을 누르고 있었는지 해준의 피부에 생채기가 났다. 그래, 착하다, 우리 이소 아주 착해요.

“흐… 흐으…….”

한결 녹진녹진하게 풀어진 구멍에서 줄줄 젤이 샜다. 은은한 장미 향이 사타구니 사이에서 흥건히 배어 나왔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제멋대로 파들파들 떨려 해준의 옆구리에 부딪혔다. 해준은 한참 아래를 쑤시던 손을 천천히 빼냈다. 아릿할 정도로 조여 오던 구멍 때문인지 해준의 손마디 시작점은 끈에 묶였다 풀린 자국처럼 붉은 기가 감돌았다.

“이소 씨.”

해준이 돌연 이소를 불렀다. 정신없는 와중에 젖은 눈을 한 이소가 고개를 들었다. 해준이 제 손가락을 얼굴 주변에 대고 살짝 흔들었다.

“이거 봐요, 반지 자국 같죠.”

붉게 물든 손마디 끝을 보여 주며 웃는 해준을 보니 황당함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소는 고개를 흔들었다. 장난기도 많고 농담도 잘하고,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다. 정작 저는 벌써부터 온몸이 녹진녹진했다. 눈이 깜빡깜빡 감겼다. 해준이 이마를 맞대고 슬쩍 문질렀다.

“아직 잠들지 마요. 좀 더 울어야 할 것 같으니까.”

해준의 어깨에 매달린 채 밭은 숨을 내쉬던 이소가 눈을 깜박이다 질끈 감았다. 손가락까지 들어왔으니 이제 무엇이 남았는지는 자명했다. 단단한 어깨에 눈을 대고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해준은 이소를 끌어안은 채 콘돔을 찾아 끼우는지 비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잠깐 사이지만 땀이 조금 식자 한기가 찾아들었다. 어깨를 끌어안다가 문득 괜한 호기심이 들었다. 아무리 손가락이 들락날락했다 한들 정말 거기에 성기를 넣을 수 있을까? 들어가기는 할까? 이런저런 궁금증 중 단연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제 것과 다른 해준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소는 교차한 팔 사이로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제 것과 비슷한 사이즈, 혹은 몸집이 조금 더 크니까 몇 센티 큰 정도겠거니 생각했다. 해준의 다리 사이로 시선을 내린 이소는 제가 지금 뭔가를 잘못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등 뒤로 손을 짚었나, 하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해준의 두 팔은 제자리에 잘 달려 있었다.

“어…….”

그러니까 저건 제 도시락 가게에서 자주 보던, 길고 두꺼운 분홍색…….

‘미쳤어, 밀가루 소시지도 아니고.’

사실 크기보다도 바나나처럼 기둥이 미묘하게 휘어져 있었고 색도 밝아 자꾸만 시선이 내려갔다.

‘안 되겠어, 죽을지도 몰라.’

이소가 해준의 어깨에서 팔을 풀고 밀쳐내려 했지만 해준이 조금 더 빨랐다. 해준은 도망치려는 이소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운 채 번쩍 들어 제 앞에 앉혔다. 적어도 배는 차이 나는 굵기와 길이의 기둥이 이소의 성기와 마주 앉아 위용 있게 꺼떡대고 있었다.

“왜요? 예쁘게 생겼어요?”

예쁘다고. 저런 걸 보통 예쁘다고 하나. 이소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너무 무섭게 커요.”

“아하하, 칭찬 고마워요.”

해준은 여유있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소는 시선을 멀리 던진 채 침을 삼켰다. 조금 전 해준이 자신에게 좀 더 울어야 할 것 같다고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저걸 몸에 넣으면 울기도 전에 그대로 꿰뚫려 죽을지도 모른다. 해준이 헐벗은 아래를 맞대고 슬쩍슬쩍 몸을 비볐다. 결이 좋은 음모가 맨질맨질한 살갗에 닿자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아니이… 잠깐마안…….”

“왜애….”

이소가 눈에 띄게 몸을 비틀자 해준은 큭큭 웃었다. 그 진동이 맞붙은 샅에 전달되자 성기끼리 비벼지는 간지러운 자극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해준은 앉은 채로 이소를 끌어안고 볼을 부볐다. 마치 장난감을 조르듯 가벼운 미소를 하고 입을 맞추는 모습에 아래를 쳐다보지만 않으면 그저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연인들처럼 보였다.

“이소 씨….”

“…….”

제발 그렇게 간지럽게 부르지 마세요. 이소가 입술을 감쳐물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이소야….”

해준은 자신을 ‘이소야.’라고 불렀다. 한동안 제 이름을 그리 부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소는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해준은 귓바퀴를 깨물며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해 줘요.”

“흣….”

“넣게 해 줘……. 응? 나 이소 씨 안에 넣고 싶은데….”

낮은 목소리로 저를 홀리듯 건네는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닫힌 문, 은은한 조명, 누구도 저를 찾지 않는 이곳에서 제 이름을 온전히 부르는 남자에게 제 몸과 마음을 모두 주고 싶었다. 볼품없는 몸뚱이라도 정성을 다해 핥고 씹어 주는 이 사람에게 제 전부를 뜯어 먹으라고 기꺼이 내던지고 싶었다. 이게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그래서 해도 되는 행위라면 응당 그렇게 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자꾸만 무의식의 제동이 걸린다.

“…하고 나서 후회할까 봐, 겁나요….”

이소는 지켜야 할 게 많았고 그만큼 잃을 것도 많았다. 갚아도 갚아도 꼬리를 물고 따라다니는 빚, 엄마 없이 저만 보고 자라는 아이, 아직 청산하지 못한 지난한 과거.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자신이 이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괜찮은 걸까? 괜히 선을 넘었다가 해준도 떠나 버리면 어쩌지. 젖은 눈동자가 불안을 매달고 흔들렸다.

해준은 형형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선악과를 베어 문 아담을 보는 뱀의 기분이 이랬을까. 순수해 마지않은 맑은 영혼을 타락시키는 악마가 되어 쾌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해준이 천천히 입술을 겹치며 속삭였다.

“하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하지만 이미 전으로 돌아가기에는 저 역시 윤이소에게 너무 많이 홀려 있었다.

“좋을 거야.”

아, 이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해준의 말이 마치 대단한 진리라도 되는 양 고개를 떨구며 순종적으로 팔을 끌어 올렸다. 우물우물 입술을 짓씹다가 결국은 천천히 진심을 내뱉었다.

“잘 못 하겠지만, 열…심히 배울게요….”

해준은 만족스럽고 나른한 한숨을 토했다. 당장 목덜미를 잡고 뒤집어엎은 후 저 작은 엉덩이에 좆을 박아 넣고 거칠게 허리를 털고 싶었다. 그러면 이 심성 여린 청년은 나를 짐승 보듯 하며 다시는 보지 않겠지. 고개를 돌려 창문 밖에 시선을 던졌다. 저 멀리 식솔들이 머무는 행랑채에 불이 꺼지는 게 보였다. 이제 윤이소가 아무리 목을 틔워 울어도 아무도 모를 테다. 해준의 눈이 검게 가라앉았다.

* * *

열린 창문의 좁은 틈으로 바깥의 풍경이 살그마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너머로 어딘가의 꽃 냄새가 섞인 밤공기가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찬기가 완전히 가신 바람이 더운 살갗을 간지럽히는 걸까. 혹은 가까워진 해준의 숨결이 서툰 몸을 달뜨게 하는지도 모른다.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리도 벌린 채였지만 사시나무 떨리듯 떠는 몸은 숨길 수 없었다.

“많이 무섭죠?”

해준이 젤을 잔뜩 쏟아부어 질척하게 젖은 입구를 단단한 살덩이로 느리게 문댔다. 손가락으로 느슨하게 풀어놔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것처럼 밀부를 건드리자 반사적으로 아래가 움찔댔다. 준비를 한답시고 숨을 들이켜며 호흡을 참았지만 간만 보듯 해준은 이소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지긋이 문지르기만 했다. 해준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 주려는 듯 사근사근하게 가르쳤다. 섹스할 때는 다정한 편이 아니라고 해 놓고 떨고 있는 이소가 진정할 때까지 계속 눈을 맞추며 설명했다.

“숨을 참으면 안 돼요.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이소 씨가 할 건 조이는 게 아니라 힘을 푸는 일이야.”

이소는 남자가 처음이었다. 무섭지 않은 게 이상했다. 제 아래를 내려다보자 반쯤 일어난 성기가 배꼽 아래에서 휘청거렸다. 다가올 앞일에 겁먹었으면서도 몸은 착실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아플 거예요.”

“교수님도 뒤로 할 때 아팠어요?”

해준은 이소의 질문이 귀엽다는 듯 눈을 접어 웃었다.

“그럼. 몸이 두 개로 쪼개지는 줄 알았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교수님도 울었구나. 이소는 한숨을 쉬었다. 접붙은 아래를 힐긋거리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자꾸만 시선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해준이 낮게 속삭였다.

“그래도 끝난 후엔 좋은 기억만 남게 해 줄게.”

입구에 닿은 해준의 성기가 웃음소리에 맞춰 함께 비벼지자 이소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랜 시간 긴장을 풀 수 없자 명치께가 아릿하게 아파 왔다. 하는 수 없이 어깨를 감은 두 손을 당겨 몸을 가볍게 맞붙였다. 해준이 고개를 돌려 볼에 입을 맞추자 이소는 귀를 붉히고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천천히 젖은 입구 근처를 문지르던 살덩이가 느리게 진입해 오기 시작했다. 달칵, 귀두 끝만 걸쳐졌을 뿐인데도 좁은 입구가 찢어질 듯이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끄흡….”

어깨를 끌어안고 깍지 낀 두 손이 해준의 뒷덜미에서 벌벌 떨렸다. 이소가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숨 쉬어요.”

말도 안 되는 고통이었다. 예전에 공사판에서 일할 때 철근 부딪혀 발목뼈에 금이 갔었을 때도 이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절로 곱아드는 발가락과 손마디가 저릿저릿했다. 살결 고운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아 벌리는 해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주 느리기는 하지만 기둥이 조금씩 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아, 아윽. 잠, 깐만…요.”

“이소 씨, 힘… 빼야 들어가지.”

“아… 아파요. 너무 아파요. 너무… 진짜 너무 아프단 말이에요. …흐흑.”

이소는 아이처럼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해준의 말마따나 온몸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느낌이었다. 아까 손가락이 헤집었던 것보다 열 배, 아니 천 배는 더 아팠다. 해수가 주사 맞을 때마다 그렇게 무섭고 아프다고 울었는데, 일곱 살이니까 참을 수 있을 거라고 달랬던 제가 바보 천치 같았다. 쇠꼬챙이도 아닌 살덩이에 찔렸는데도 스물일곱 먹은 저는 아프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소는 이미 속으로는 여러 번 발버둥을 쳤지만 정작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근육에도 가벼운 힘조차 실을 수 없었다. 결국 못 하겠다고 애원했다.

“빼 주…세요, 못 하겠어요…. 그만, 할래요. 진짜예요, 제발요.”

“그사이에 반절이나 들어갔어요. 잘하고 있어.”

“안 돼, 안 돼요. 들어오지 마요, 더 안, 들어가아….”

멋대로 경련하는 허벅지가 해준의 몸에 닥닥 부딪혔다. 잔뜩 힘을 준 둔부가 조여들 때마다 해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해준은 천천히 이소의 마른 등을 쓸었다. 쉬, 착하지. 괜찮아요. 안 움직일 거예요. 해준은 그렇게 말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치덕치덕 발랐던 젤이 체온에 녹아 이어붙은 접합부 틈에 고여 있었다. 이소는 입술을 떨며 숨을 몰아쉬었다. 반사적으로 아래를 조일 때마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액체가 꼭 제 몸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았다.

“이소 씨, 괜찮아?”

“잠시만, 진짜 잠시만 말 걸지 마세요. 수, 숨 쉬고 있어요. 후으…. 후으으….”

아하하, 웃은 해준이 볼을 부볐다. 상냥한 얼굴을 하고 그렇지 못한 야차 같은 아랫도리를 가진 해준을 보며 이소는 눈을 흘겼다. 그래 봤자 해준의 눈에는 노란 부리로 쪼는 작은 병아리같이 보였다.

“어쩌나…. 아직 반절 남았는데…. 나 자지 아픈데….”

“다 넣으면 저 죽어요. 진짜로 죽어요….”

이소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몸이 흔들려 아래가 빠듯하게 저려 오자 겨우 턱만 살랑살랑 흔들며 울먹였다.

“아…. 교수님, 진심 안 되겠어요…. 진짜 빼 주세요….”

“빼는 게 나을까?”

해준이 웃으며 살짝 뒤로 허리를 물리자 기둥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소름 끼치게 생생했다.

“빼, 빼지 마요…! 아! 움직이지, 마세…!”

“봐요, 넣고 있는 게 낫죠.”

“으, 어…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떡해요.”

흐흐흡, 숨을 들이켜며 얕게 내쉬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해준은 그 입술에 몇 번이고 키스하며 곱게 나온 날개뼈를 쓸어올렸다. 그때마다 이소는 키스에 서툴게 화답하면서도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해준은 슬며시 눈을 떴다. 눈물을 방울방울 매단 속눈썹이 제 눈 앞에서 깜박거리는 것을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윤이소의 안은 열기가 채 빠지지 않은 채여서 따뜻하다 못해 녹아내릴 정도로 더웠다. 말랑말랑한 내벽이 성기에 달라붙어 쫍쫍 빨아들일 듯 먹어 치우는 게 놀라웠다.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차마 손톱을 세우지 못하고 벌벌 떠는 팔도 사랑스러웠고 아직 다 듣지는 못했지만 응응 흐느끼듯 흘려대는 신음 소리도 귓전을 때리며 속을 시끄럽게 했다. 남자를 받아 본 적이 없는 몸은 성기가 들어앉자마자 들풀마냥 흔들렸으나 그만큼 꼭 조이며 물고 놔주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몇 분을 그렇게 안고 있었는지 모를 시간이 흘렀다. 아래를 휘감고 있던 고통이 조금씩 옅어질 무렵 해준은 이소를 천천히 떨어뜨린 후 이불에 바로 눕혔다.

“아니야아, 눕히지, 눕히지 마아.”

“괜찮아. 누워야 덜 아프지.”

이소는 금세 호두 턱을 하고 팔을 허우적댔지만 해준은 미소를 입에 달고 고개를 저었다. 내려다보는 눈은 친절하다 못해 다정이 뚝뚝 떨어졌다. 침대에 등을 기대니 각도가 자극적인 지점을 조금 비켜 나가 좀 살 것 같았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지금부터 아주 천천히 움직일 건데요.”

해준은 여전히 안에 넣은 채 허리를 뭉근하게 돌렸다. 제법 참을 만한 정도의 고통이 몸을 훑고 지나가자 이소는 집어먹은 숨을 느리게 내뱉었다.

“이소 씨가 기분 좋을 만큼만 찧어 줄 테니까 아프면 말하고.”

“찧….”

찧는다니. 찧는다니. 내 몸을 찧는다고. 찧으면 찢어지는 거 아니야? 이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래에 힘을 온전히 빼고, 내 몸을 그대로 받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해준은 마지막으로 허리를 숙여 이소에게 가볍게 입 맞췄다. 입술이 떨어지고 가슴에 그림자가 졌다. 커다란 손이 이소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쥐었다.

“겁먹지 말고.”

그 말과 동시에 해준은 아주 얕게 허리를 쳐올렸다. 툭, 하고 움직인 것뿐인데 몸 전체가 차에 치인 듯 쿵 울렸다. 입구가 잡아먹힐 듯 오므라들어 해준의 것을 세게 물자 해준은 다시 한번 툭 치고 빠졌다. 두 번째 울림, 이소는 양손으로 급하게 시트를 잡아 쥐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쉬지 않고 부딪히는 해준의 허리가 쿵쿵 낮은 진동을 만들었다. 마치 마른 장작 같은 제 몸을 완전히 쪼개기 버리기 전 잘 벼려진 칼날로 간을 보는 것 같았다.

“으, 으응… 잠시만, 흐윽, 앗, 응!”

입술을 물고 참고 싶었지만 제멋대로 터진 신음은 잇새로 툭툭 터졌다.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한 것들이 마구 뭉개져 혀끝에 맴돌았다. 해준이 얕게 찧어대는 곳 어딘가에서 저릿하게 올라오는 만족감이 낯설지 않았다. 조금 전 손가락으로 쑤셔줬던 바로 그곳 어딘가에 더 굵고 단단한 것이 스치자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쾌감이 전신을 타고 올랐다.

“교, 교수, 니임… 지금, 아! 앗, 흑!”

처음이기도 하고, 어젯밤 열에 시달렸던 전적이 있던지라 적당히 놀아 주다 재울 생각이었는데. 이소의 입술 끝에서 매달린 목소리가 해준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해준은 마치 소리에 홀린 듯 해준은 이소의 붉은 입만 바라보며 허리를 추어올렸다.

“으응, 아…, 아흐흑. 그만, 그만할래요!”

“조금만 더 참아 봐요.”

“아, 죽을 것…. 기분이 이상해…. 응! 이런 거 처음이란, 흐읏! 말이에요….”

머리와 날갯죽지를 바닥에 비비적거리던 이소가 허리가 들어 올린 채 울먹였다. 허리를 잡은 해준의 손을 몇 번이나 겹쳐 잡으려 허우적댔다. 윤이소는 참 잘 배웠다. 몸을 열라면 열고, 너무 조이지 말라면 천천히 힘을 풀었다. 잘게 찧으면 찧는 대로 예쁘게 울었고 조금 강하게 쳐올리면 엉덩이를 조이며 허리를 뒤틀었다.

“하지, 마요… 거기 지금, 계속 문지르면….”

“기분이 좋아지지.”

적당한 속도로 얕게 찧어대던 해준은 부드럽게 풀어진 내벽에서 쑥 빠져나와 돌연 퍽 하고 허리를 쳐올렸다.

“아흐악!”

동시에 이소의 엉덩이가 바짝 조여들며 둥근 언덕에 오목하게 골이 파였다. 이소의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젖혀진 고개에 톡 튀어나온 입술이 벌어진 게 예쁘다.

“아…, 윤이소. 이소야….”

해준은 강렬하게 퍼지는 감각에 입맛을 다셨다. 마치 이빨 빠진 개에게 좆을 덥썩 물린 것 같다. 씨발, 그 정도로 좋았다. 해준은 침을 삼킨 채 허리를 다시 뒤로 물렸다. 기둥이 즈윽 빠져나가는 느낌이 선연하자 이소가 얼른 팔을 들어 저지하려 했다.

“아, 안 돼!”

그러나 해준이 다시 한번 몸을 부딪쳐 오며 양손으로 이소의 팔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젖혀진 고개에서 터지는 비명은 흰 솜이불에 먹먹하게 묻혔다. 커다랗고 단단한 몸이 이소를 끌어안은 채 몇 번이고 쑤시듯 안을 뚫었다. 악, 억, 윽 차마 제 귀로도 듣기 싫은 짐승 같은 신음이 가슴과 목구멍 사이에서 꾹꾹 억눌린 채 터졌다. 눈물이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다. 마치 제 몸에 새로 길을 내듯 박아대는 해준이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폭죽처럼 터지는 쾌감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흑, 악, 앗! 흐윽, 윽! 교, 교스, 흑, 니임…! 제, 바알….”

퍽, 퍽, 찧어 댈 때마다 아까 입구에 짜 놓은 젤이 찌걱찌걱 맞붙으며 두 사람 사이에 거미줄마냥 늘어졌다. 거대한 파도가 제 몸을 덮치는 것 같은 사정감이 몰아닥쳤다. 이소는 깍지 낀 해준의 손아귀에 얼굴을 비비며 애원했다. 제발 놔 달라고, 지금 갈 것 같다고. 그러자 해준은 ‘같이 가요.’라고 말하며 이소의 빳빳한 성기를 쥐었다. 기겁을 하며 손을 쳐내려 했지만 해준의 허리 짓에 다시 양손으로 시트를 그러쥐고 비명을 질렀다.

“흑, 아윽…… 흐끅, 그마안…!”

이소의 성기를 쥔 손이 빠르게 아래위로 흔들렸다. 들락날락하는 구멍과 좆을 쥐었다 푸는 자극이 모두 너무 강했다. 숨이 모자랐다. 꺼덕꺼덕 넘어가는 호흡만큼이나 흐려지는 정신과 시야, 그리고 마구 싸지르고 싶은 배출의 욕구만 남았다. 이불이 더러워질 텐데, 옷이 다 젖어 버릴 텐데.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들어요. 교수님, 저 너무 힘들어요. 이소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죄, 죄송, 해요. 흑, 흐으윽, 으응!”

이제 그만 놓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억누르고 있었던 사정액이 분수처럼 터졌다. 귀두 끝에서 퓻퓻 터지는 정액이 이소의 배와 가슴에 사정없이 흩어졌다.

“읏, 으흑…. 흐….”

“하아…. 씨발…. 하….”

마지막까지 깊게 푹 찔러 올린 해준이 낮게 숨을 토하며 사정했다. 마치 제 안에 흔적을 남기듯 꾹꾹 밀어 올리는 해준은 몇 번을 더 허리 짓을 했다. 다 녹아 버려서 예민해진 내벽이 다시 자극을 받자 이소는 다시 한번 아이마냥 울음을 터뜨렸다. 해준이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해서 웃음을 터뜨렸다.

“흐으엉…. 그마안…. 나 처음이란 말이야….”

“아, 이소 운다. 아하하하….”

“살살… 해 준다고 했잖… 으흑, 아요….”

“미안, 미안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안. 응? 울지 마아. 내가 미안해.”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말은 입술 끝에 매달려 젖은 신음이 되어 버린다. 이소는 제게 수없이 키스하는 해준을 두고 그대로 팔과 다리에 힘을 풀고 눈을 감아 버렸다. 남자와 처음 섹스했다. 머리가 둥둥 울렸다.

* * *

이제 정말로 쉬어도 되는 건가, 아래가 얼얼하다. 해준이 귓가와 볼에 입을 맞추며 머리를 부볐다. 주인에게 애교 부리는 큰 개 같았다. 이소는 손가락 하나 들 힘이 없어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너무 울려서 미안해요. 처음이라 배려했어야 하는 건데.”

이소는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정말로 괜찮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숨을 내쉬고는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해준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고 땀이 맺힌 이마에 키스를 했다. 해준이 일어나 콘돔을 벗겨 낸 후 묶어 티슈에 싸 아래에 던져 두었다. 콘돔은 저렇게 다 쓰면 묶어서… 버리는 거구나.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감상들이 둥둥 떠다녔다.

은은한 조명에 비친 해준의 얼굴을 더 보고 싶었는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손이 너무 따뜻해 자꾸만 눈이 감겼다. 창문 바깥이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가게 열어야 하는데 잠이 온다.

“교수…님. 저… 졸려요….”

“먼저 자도 돼요. 내가 씻겨 줄게.”

“싫어, 싫어요.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제가 씻을게요. 교수님도 그냥 자요. 그냥… 같이….”

의식이 끊어지기 전 이소는 마지막으로 해준의 엄지를 잡았다. 제 옆에 있으라고 붙잡는 모양새가 너무 애처로워 해준은 차마 시트라도 갈고 자자는 말도 못 했다. 그저 완전히 이소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 때까지 몇 번이고 등을 토닥였다. 제 꼴이 어떤지도 모르고 쌕쌕 잠이 든 이소를 바라보며 해준은 말없이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냥 잠들고. 귀여워.”

해준이 몸을 일으켜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왔다. 부드러운 수건에 물을 푹 적신 후 잠이 든 이소의 얼굴부터 발끝까지를 정성스럽게 닦아 냈다. 푹 젖은 물에 놀랄 법도 한데 이소는 고단했는지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잘도 잤다. 해준은 대야의 물을 버린 후 새 시트를 꺼냈다. 원래 이런 것들은 고용인들이 하는지라 조금 어설프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땀과 정액으로 푹 젖은 침대에서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해준은 이소를 살짝 안아 올린 후 보송보송한 이불에 둘둘 말아서 침대에 내려놓고 남은 시트도 갈음했다. 몸을 조금 떨길래 얼른 장을 열어 두꺼운 한실이불을 꺼내 들고 왔다. 참 분주히도 움직였다.

얇은 이불을 살짝 열어 새 속옷과 옷을 갈아입힌 후 이불을 턱 밑까지 덮어 주었다. 그 와중에도 두꺼운 이불에 숨 막혀 할까 봐 몇 번이나 가슴께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올리기를 여러 번. 해준은 한참을 잠자는 이소의 얼굴을 다정히 살폈다. 모든 것을 마치고 해준은 이소의 옆자리에 모로 누웠다.

“이소야.”

아직 두세 번은 더 할 수 있는데도 해준이 사정한 것을 확인한 순간 이소는 편안한 표정으로 몸을 떨어뜨렸다. 아마 손장난을 쳤을 때부터 이소는 잠들고 싶었을 것이다. 남자와는 처음이라던 사람을 너무 괴롭혔다. 그러나 이소는 제게 한마디 투정을 안 했다. 참 착하다.

“네가 자꾸 좋아지는데 어쩌지.”

반질반질한 눈썹을 만지작거리며 몇 번이나 볼에 입을 맞췄다. 윤이소의 살 냄새가 좋았다.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깊이 들이마시자 힘없이 딸려 오는 몸이 사랑스러웠다. 턱 밑 여린 살에 쪽쪽 입을 맞추면 인상을 쓰고 고개를 돌려 버렸지만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예뻐. 너무 예뻐.”

해준은 눈썹을 무너뜨리고 이소에게 파고들었다. 가지고 싶어. 윤이소를 가지고 싶어. 잠든 이소는 듣지 못했지만 해준은 온몸에 키스를 하며 제 것이라고 도장을 찍듯 꼭꼭 씹고 눌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의식 없는 몸뚱이를 잡고 또 한 번 박아 넣을지도 모르는 제 욕망을 잘 알기에, 어르고 달래며 이를 세운 짐승을 잠재웠다.

해가 뜰 때까지 푹 잠들어라, 내 님. 나는 질리지도 않는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밤을 지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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