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지나가는 일화 1. 그날 고해실 문짝이 부서진 이유
제법 오래된 과거의 일이었다.
둘째를 임신한 키릴이 그 사실을 일리야에게 고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날 키릴은 고해실에서 세 번의 고해 성사를 들었고 신성이 이끄는 대로 보속을 내리고 기도했다.
마지막인 세 번째 고백자를 보내고 잠시 숨을 돌리던 중 갑자기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맞은편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 아까 그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더는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키릴은 긴장했다. 어쩌면 셋이 아닌 네 명인 것을 그가 착각했을 수도 있기에 키릴은 일단 숙였던 몸을 다시 세웠다.
‘축축해…….’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자 온몸이 쑤시고 근질거렸다. 부풀기 시작한 가슴을 참지 못하고 긁은 탓에 질척이는 셔츠가 신경 쓰였다. 키릴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다시 집중하려 애썼다.
“신관님.”
가림막을 통해 전해진 목소리는 웅웅거리는 울림 탓에 누구의 것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익숙하다고 느꼈다.
키릴은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겐 모시는 분이 있습니다.”
“…….”
“힘드신 것이 있으신 듯한데 제게 말을 삼가십니다. 무엇이 불편하시고 부끄러우신지, 원하시는 바를 솔직하게 제게 털어놓아 주셨으면 합니다.”
“…….”
“그분의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이런 제 바람이 너무 주제넘은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나, 마음을 내려놓기가 힘듭니다.”
긴장한 채 듣고 있던 키릴은 고백자의 말이 이어질수록 입가가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앞을 가린 칸막이를 쳐다보며 홀로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건 주신께 보속을 청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눈앞에 있는 이는 범죄는커녕 경전을 어기거나 삿된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니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그것이 어찌 죄가 되겠습니까.”
키릴의 말에 칸막이 밑으로 하얀 손이 나타났다. 내민 손을 내려다본 키릴의 얼굴 위로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하얗고 긴 손가락, 단정하게 다듬은 짧은 손톱, 핏줄 선 손등.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무인의 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너무도 눈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일리야였구나. 방 밖에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 온 거지?’
처음엔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가 했던 말이 떠올라 키릴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걱정한 건가?’
키릴은 망설이다 일리야의 손 위에 제 손을 포갰다. 두 손이 닿자마자 일리야가 손을 뒤집어 키릴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일리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애하던 분입니다만, 저는 그분께 욕정을 느낍니다.”
키릴은 웃던 표정 그대로 굳었다. 키릴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피어오른 순간 손목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치 도망치지 못하게 옭아매려는 것처럼 일리야는 키릴의 손목을 단단히 옥죄었다.
“신의 은혜를 느낄 때보다 그분과 하나가 될 때에 더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건지요.”
키릴의 눈이 커졌다.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얼어붙은 그의 귀로 일리야의 목소리가 꽂혔다.
“주신이 아닌, 그분의 종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음에도 신이 저를 버리지 않으셨으니. 이건 허락이라 봐도 좋지 않겠습니까?”
“잠깐, 일리야…….”
“그분의 배 속에 제 아이가 있습니다.”
“……!”
“그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모든 건 귀한 분을 탐한 제 탓입니다.”
“네 탓이 아니야.”
배 속의 아이가 일리야의 아이라 하더라도, 그건 약에 취한 키릴이 어린 성기사의 위에 올라타 그의 정결을 빼앗은 대가로 품은 것일 터였다.
“그 고결하신 분이 아이를 품게 된 건 그분을 착취하려던 자들의 농간이었을 뿐. 심지어 그들을 벌한 저 역시 그분을 경애하면서도 그 몸을 탐하고 매일 욕망합니다. 그런 저를 언젠가 원망하고 내치실까 두렵습니다.”
키릴의 손이 떨리자 일리야가 조금 더 힘주어 잡았다.
“…….”
키릴은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일리야에게 말했다.
“널 원망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어떻게 그러겠니. 몇 번을 말하지만, 너는 나 때문에 휩쓸린 것뿐이야. 그런데 내가 어찌 그런 마음을 품겠어.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테니 그런 고민은 부디 말아 주렴. 그리고 나 역시…….”
키릴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이어지는 말이 없자 일리야가 무언으로 재촉했다. 마주 잡은 제 손에 은근히 힘을 실어 오는 일리야에 키릴은 고백하듯 말했다.
“너와 같이 있고 싶어. 그래도 된다면. 네가, 싫지 않다면 말이야.”
칸막이 너머로 일리야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얄팍한 나무판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일리야가 낮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그 말씀에 책임을 져 주세요.”
“……!”
“당신의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이 죄가 아니라 하시고, 당신께 발정하는 것 또한 원망하지 않으신다고 하니 청하겠습니다.”
“…….”
“키릴 님, 당신을 안고 싶어요.”
“무슨 소리를…….”
혹여 누가 들을까 두려워 키릴은 밀실 안에서 홀로 두리번거렸다.
“문은 잠겨 있습니다. 제가 잠갔습니다. 우리 둘 외엔 아무도 없습니다.”
“……”
“나오시지 않기에 힘드신 건 아닐까 우려되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불순한 기대를 품었습니다. 이래도 용서해 주실 건지요.”
당신의 힘든 상황마저 제 욕망을 채울 수 있다는 것에 음습하게 기뻐하는 당신의 종을. 그래도 용서해 주실 건지를 물으며 일리야는 키릴의 손목을 은근하게 더듬었다.
그 손길이 제법 야릇하여 키릴의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것도 같았다. 이런 작은 접촉과 맞은편에서 느껴지는 일리야의 존재감만으로 몸은 착실하게 흥분했다.
이곳에 단둘만 있다는 것과 잠긴 문 덕분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래선 안 된다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을 갉아먹었다.
“숨이 흐트러진 듯한데…… 괜찮으십니까?”
“……응,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게 발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자꾸만 숨기려 하기에 일리야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걱정을 알려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했다.
“정말 괜찮으신지 제가 확인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십시오.”
그래서 일리야의 그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정말로 이 마음이 죄가 아니라 생각하신다면.”
“…….”
“여기서 제가 당신을 살필 수 있게 해 주세요.”
어서요. 일리야가 키릴의 대답을 재촉했다. 키릴은 차마 말은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보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칸막이 너머에 온 정신을 집중하던 일리야는 그 기척을 읽어내고 목을 울렸다.
“거기, 그대로 계세요.”
키릴의 손을 가두듯이 잡아 두던 손이 사라지고 맞은 편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키릴은 일리야의 그 말에 사로잡힌 듯 그 자리에서 꿈적도 못 했다.
끼익-
밀실의 문이 열렸다. 키릴이 고개를 돌리자 긴 그림자가 얼굴 위로 덮치듯 내려앉았다. 빛을 등지고 선 일리야의 어둑한 실루엣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쿵, 쿵, 날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일리야는 키릴의 바로 옆에 앉은 후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켜 주다 보니 키릴의 등이 벽에 닿았다. 좁은 공간에 둘만 남자 키릴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 뒤에 이어질 일을 예감한 탓이다.
이 좁은 곳에서, 밖에 사람이 돌아다니는데, 무엇보다 고해 성사가 이뤄지는 경건하고 비밀스러운 곳에서 일리야와 못된 짓을 하려니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일리야를 말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고해 성사는 내가 해야 할 것 같은데…….’
키릴은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 신의 눈길이 닿지 않길 바랐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러다 눈을 뜬 순간 당연한 듯 제 옷을 벗는 일리야를 보고 당황했다.
“그…… 아무리 그래도 여긴 아닌 것 같다. 자리를 옮기면 안 될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고해실에서 집무실로 가시는 길이 그리 짧지도 않은데.”
일리야는 상의를 벗어 던지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수줍던 소년이 세월 속에 이토록 뻔뻔해지다니. 키릴은 일리야가 대견하면서도 세월의 무상함에 먹먹함을 느꼈다.
밀실이 어느 때보다 좁게 느껴졌다. 키릴은 일리야의 체격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일리야의 벗은 몸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간은 너무 흥분해서 들러붙느라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성인 남성인 자신을 안고도 남을 만큼 품이 넓었다. 너른 어깨, 근육으로 잘 짜인 탄탄한 몸. 길고 두꺼운 팔이 키릴을 가볍게 들어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고개를 들자 그곳엔 더는 아이가 아닌 자신을 집어삼킬 것처럼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키릴 님.”
일리야의 손이 키릴의 옷깃에 닿았다. 튜닉을 고정한 벨트를 풀고 흘러내리는 천을 젖혀 젖은 셔츠 위를 더듬었다.
“이렇게 되셨는데도 괜찮다고 하신 거군요.”
키릴이 멈칫하자 일리야가 훅 다가와 흰 목덜미를 약하게 깨물었다.
“으……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이제 막 가슴에 즙이 차기 시작했는데 둔덕이 제법 컸다. 첫 임신 때보다 더 빠르게 부푼 것이 그만큼 안에 넘치게 차올라 막아도 자꾸만 샜다.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키릴의 셔츠를 풀어 내리는 일리야의 손길이 급했다. 키릴은 남은 단추를 제 손으로 풀었다. 순식간에 맨살이 드러났다. 젖은 살갗에 닿는 바깥 공기가 차가워 키릴은 몸을 움츠렸다.
“잘 달려 있네요.”
키릴이 숨을 쉴 때마다 보석과 링에 연결된 백금색 체인이 찰랑거렸다.
흰 살갗 위에 장식처럼 늘어진 체인을 당기자 유두 끝이 고무처럼 늘어났다. 아, 아, 키릴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젖꼭지가 욱신거리기 무섭게 저릿한 쾌감이 전신을 관통했다. 키릴은 자꾸만 새는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일리야가 손가락을 물려 주려 하자 키릴은 다급히 고개를 젓고 스스로 셔츠를 입에 물었다.
“이렇게 예민해선 아이에게 물려 주지도 못하겠습니다.”
일리야가 손끝으로 유두 끝을 살살 어루만졌다. 키릴은 까닭 모를 안타까움에 몸을 비틀었다. 일리야가 손끝으로 여린 살을 긁어 주자 참을 수 없이 몸이 달아올랐다.
“읏…… 흐으, 괴롭히지 마.”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괴롭히겠습니까. 괴로우셨다면 그만하겠습니다.”
일리야가 손을 떼자 키릴이 못 참겠다는 얼굴로 그 손을 붙잡았다.
“빼, 빼는 것만 도와주면 안 되겠니?”
“예, 도와드리겠습니다.”
일리야가 눈을 한껏 접었다. 그 어여쁘고 순종적인 미소와 달리 키릴의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은 끈적했다. 부드러운 살을 야릇하게 비며 올리며 손안에서 마음껏 짓뭉개다 꽉 움켜쥐고 즙을 짜냈다. 순식간에 키릴의 상체가 흠뻑 젖었다.
일리야는 그 모습을 노골적으로 들여다보다 저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에서 터져 나온 뜨끈한 액이 일리야의 얼굴을 때렸다. 일리야는 잠시 눈가를 찡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키릴은 당황한 눈으로 그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더욱 소스라쳤다.
일리야가 허옇게 젖은 입술을 핥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뭐가 좋다고 웃는 걸까. 일리야의 웃는 얼굴에 얼굴을 붉힌 키릴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다급히 일리야의 얼굴에 튄 흰 물을 빨았다.
일리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제 얼굴을 핥는 키릴을 감상했다. 손은 여전히 키릴의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고 부드러워진 가슴을 쓸어올려 주물럭거렸다. 손끝으로 유두를 달랑달랑 흔들고 뭉개 주자 키릴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일리야는 그 모습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들여다보다 불쑥 키릴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바짝 선 젖꼭지를 빨았다.
“아, 으으응…… 응, 흐으…….”
가슴에서 일어난 저릿저릿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졌다. 힘이 들어간 발끝이 곱아들고 아랫배가 꼭 죄어들어 움찔움찔했다.
반쯤 벗겨져 내린 바지를 일리야가 마저 벗겨냈다. 바닥에 옷가지가 하나둘 쌓이더니 어느새 풀어 헤친 셔츠 하나만 남았다.
일리야는 입으로 가슴의 즙을 짜내며 손으로 남은 한쪽 가슴의 유두를 꼬집고 흰 물을 흘리지 못하게 막았다.
“하으…… 응……. 흣!”
유두가 축축한 입안에서 이로 깨물리고 긁힐 때마다 온몸이 오싹오싹했다. 젖구멍을 조인답시고 손가락 사이에서 짓뭉개진 유두에서 우릿한 성감이 피어올랐다. 키릴은 몸서리를 치며 헐떡였다.
양쪽 가슴을 번갈아 가며 탐하자 한참 동안 살을 빠는 소리가 이어졌다. 양쪽 가슴을 번갈아 빨린 탓에 어느 쪽 할 것 없이 젖꼭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겨우 가슴에서 얼굴을 들어 올린 일리야와 키릴의 시선이 마주쳤다.
일리야의 손이 키릴의 젖은 입술을 조심스럽게 쓸어 만졌다. 키릴은 충동적으로 아랫입술을 꾹 누르는 엄지를 살짝 핥았다. 곧 둘의 입술이 겹쳐졌다. 입술이 단단히 맞물리고 혀가 뒤엉켰다. 깊숙이 파고든 혀가 서로를 헤집는 동안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쉼 없이 피부 위로 닿았다.
매일 나누던 키스가 오늘따라 유독 달콤하게 느껴졌다. 입술이 살짝 떨어지기 무섭게 타액을 핥으며 다시 더 깊이 서로를 머금었다.
입술이 거듭 닿을 때마다 몸이 밀려 키릴은 벽과 일리야의 품 안에 갇히다시피 했다. 장소가 꺼려진다고 다른 곳으로 가자던 키릴은 제가 한 말을 까맣게 잊은 듯 일리야의 목을 끌어안고 그와 더 가까이 달라붙기 위해 안달했다. 그의 머리와 얼굴을 연신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제게 끌어당기기 바빴다.
키릴을 안고 있던 일리야의 손이 아래를 향했다. 엉덩이를 사이를 더듬자 키릴이 스스로 하체를 들어 일리야의 손이 제 은밀한 곳에 닿을 수 있게 도왔다. 제 몸을 마음껏 탐하라는 허락의 몸짓이었다.
“하아, 하아…… 아……! 으음……. 후으응……!”
일리야가 두 손으로 볼기를 벌리고 숨겨진 구멍 안에 검지와 중지를 밀어 넣었다.
“아으윽! 흑……!”
흥건하게 젖은 뜨거운 속살을 손끝으로 더듬어 만지자 키릴이 고개를 휙 뒤로 젖히며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키릴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터져 나왔다. 평소보다 반응이 격렬했다.
일리야는 눈앞의 하얀 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키릴이 헐벗은 채 치솟는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사냥당한 짐승처럼 헐떡이는 모습에 배덕하게도 아래에 피가 쏠려 터질 것 같았다.
품 안에 고이 품고 소중히 대하고 싶으면서도, 이대로 키릴의 뒷덜미를 물고 자신의 보금자리에 숨겨 두고 밤낮으로 뒤엉키고 싶었다.
키릴의 전신을 제 체액으로 뒤덮고, 그 안까지 가득 채우고 싶다는 저속한 욕망에 머리끝까지 질척하게 달아올랐다.
“아, 아……!”
참아 보려는데 그런 제 음험한 속도 모르고 키릴이 그를 부추겼다.
어느새 키릴의 안을 드나드는 손이 세 개로 늘었다. 일리야의 목에 선 핏대가 선명해질수록 안을 쑤시는 손길이 거칠고 난잡해졌다.
키릴은 속수무책으로 달아올랐다. 전신이 자꾸만 붕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응…… 흣, 아……!”
흥분은 커져만 갔다. 둘 다 이대로 만족할 수 없었다.
일리야가 손가락으로 안을 벌리자 키릴은 제 가랑이 사이에 일리야의 허리를 가뒀다. 뭉툭하고 뜨듯한 살덩이가 쉴 새 없이 벌름거리는 구멍에 닿았다.
“아, 아, 하아……. 일리야……. 빨리…….”
그저 조금 밀어 넣었을 뿐인데 입구가 우악스럽게 벌어졌다. 빠듯하게 뒤가 열리는 느낌이 버거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귀두 끝이 안을 파고들 땐 전신이 오싹오싹했다. 남성기는 물론이고 젖꼭지마저 바짝 설 것 같았다.
“학, 좋아, 더, 더……!”
좁은 입구는 주름이 펴지다 못해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데도 꾸역꾸역 머리를 삼키고 기둥도 한 움큼 물고는 침 흘리듯 끈적한 액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 그렇게 비비면, 윽, 하아……! 빠, 빨리 들어와, 읏, 으응……!”
“조금만 더……. 거의 다 들어갔습니다.”
거짓말이다. 키릴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몇 번이고 제 안에 들였던 물건이라 모를 수 없었다. 전부 들어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그때 키릴의 내벽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풀리길 반복하더니 성기를 빨아들이듯 삼켰다. 거듭된 정사로 완전히 일리야의 물건에 익숙해진 건지 빡빡한 내벽이 밀어 올리는 대로 쩍쩍 벌어지며 단번에 뿌리 끝까지 집어삼켰다.
“아……!”
푹신하게 부푼 자궁구가 귀두에 푹 짓눌리는 순간 삽시간에 짧은 전율이 전신을 훑고 내려갔다.
“하으윽……! 아아……!”
몸 안에 꿈틀거리며 맥동하는 일리야가 느껴졌다. 성적 고양감과는 별개로 이상하게 벅찼다.
키릴은 허벅지를 벌벌 떨며 완전히 맞물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언제 다시 발기했는지 성기 끝에서 정액이 아닌 끈적한 물이 붉어진 살덩이를 타고 흘러내려 맞닿은 일리야의 음모를 적시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아 키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숨을 고르던 일리야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응, 으응, 아…….”
“으음……. 확실히 안이… 처음보다 부들거리고 더 뜨거워졌어요.”
성기 전체를 감싸 물며 눅진하게 들러붙는 속살이 뜨겁고 부드러웠다. 쫀쫀하게 조여 물고 오물오물 씹어 대며 앙큼하게 수컷을 부추겼다. 원하는 대로 허리를 처박고 안을 마구 찧어 대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잘게 허리를 처댔다.
“임신해서 이렇게 변한 거죠? 당신 배 속에 자 아이가 있어서……. 그래서 이렇게…….”
“아, 아, 응, 으응……!”
“하아, 아래가 녹을 것 같아요. 키릴 님. 기분 좋아, 너무 좋아서 이대로 계속, 당신 안에 있고 싶습니다. 키릴 님도 좋으세요?”
일리야가 허리를 크게 돌리며 자궁구를 집요하게 쳐올렸다.
“으응, 흣, 아, 조아, 좋아, 으으응……!”
아래를 찔러오는 성기에 키릴의 머리도 슬슬 뜨거워졌다.
성기가 점막을 스치는 것만으로 오싹오싹했다. 그때마다 안이 경련했고 그것이 성기를 자극했다.
“아, 아, 앗! 으응…… 읏……!”
찰박거리며 젖은 살이 마찰하는 은밀한 소리가 좁은 밀실 안을 가득 울렸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물기 젖은 소리, 자신의 신음마저 너무 크게 들렸다.
“소리가…….”
“괜찮아요. 밀실 안은 방음이 잘 되어 있으니까. 비밀을 말하는 곳이잖아요.”
하지만 너무 큰 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신관의 안전을 위해 소란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벨이 설치된 것 외에도 큰 소음은 그대로 밀실 밖으로 새어 나갔다.
고해실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언제 누가 방에 들어올지 몰랐다. 키릴은 신음을 숨기기 위해 어깨에 간신히 걸린 셔츠를 입에 물고 끙끙거렸다.
일리야 역시 평소와 달리 성기를 완전히 빼지 않고 얇게 성기를 쳐올리며 잘게 허리를 흔들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와 행동에 긴장감이 차올랐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키릴의 내벽이 성기를 꽉 조였다. 일리야의 입에서 참는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키릴의 허리를 움켜쥐고 발정 난 아랫도리를 짐승처럼 마구 쳐올리고 싶었다. 원하는 대로 했다간 좁은 밀실이 덜컹거리다 못해 어딘가 부서질 것 같았다. 고해실 자체에서 나는 소리는 방음과 상관없이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 수도 있었다.
욕심 같아선 건물이 부서지든 누가 듣고 보든지 상관없이 품 안의 몸을 마음껏 탐하고 싶었다. 욕정이 들끓었다. 하지만 키릴을 생각하면 참아야 했다.
그렇게 참고 있는데도 일리야가 한 번씩 거칠게 움직일 때마다 벽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더 참아내려고 이를 악물어 봤지만 이 이상 참는 건 무리였다.
“윽, 흑, 읏, 으응…! 흐읍…….”
몸의 흔들림이 이어질수록 키릴의 인내도 깎여나갔다.
성기가 박혀 들어올 때마다 안은 물론이고 머릿속 뇌도 같이 뭉개지는 것 같았다.
“흡, 윽…! 우으응……! 학, 제발, 아읍, 응……!”
일리야는 성기를 빼지 않은 채로 허리를 돌렸다. 내벽을 이리저리 비비며 예민한 곳을 문질러 주자 키릴의 막힌 입에서 우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누구랄 것 없이 쾌감이 차곡차곡 차올라 괴로울 지경이었다.
일리야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정신없이 키릴의 몸을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깨물고 빨았다. 키릴의 전신에 그의 흔적을 새겼다.
“키릴 님, 여기, 너무, 헉, 야해요.”
폭신하고 쫄깃한 자궁구가 귀두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랑스러운데, 못되게, 굴고 싶어져서, 하아, 참기 힘들…… 아……!”
“아, 아……! 흣, 거기…… 더…… 으흣, 응, 아흐……!”
“큿……!”
일리야는 다급히 키릴을 제 위에 앉히고 허리를 쳐올렸다. 빠르게 쳐올리는 허릿짓이 격렬했다. 통통하게 부푼 자궁구를 강하게 쳐올릴 때마다 닿아선 안 되는 곳까지 진동하는 것 같았다.
“앗, 아, 아, 아아! 아으… 흐읏, 흑! 아……! 못 참…… 아! 아!”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키릴을 덮쳤다.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나와, 나…… 또, 으응……! 윽!”
안이 급격히 수축하자 일리야는 참지 않고 키릴의 안에 파정했다. 그리고 바로 부풀어 오른 키릴의 성기를 움켜쥐고 사정하지 못하게 귀두 끝을 틀어막았다. 키릴이 괴롭게 몸부림쳐도 손을 떼지 않았다. 일리야는 키릴의 안에 정액을 모조리 쏟아낼 때까지 한쪽 팔로 키릴을 단단히 옭아매 품 안에 가뒀다.
사정을 마치고도 키릴의 성기에서 손을 떼지 않은 일리야는 키릴을 안을 상태 그대로 일어나 그를 탁상 위에 눕혔다. 그리곤 벌어진 다리 사이에 달라붙어 그의 몸을 살폈다. 얼마 없는 음모가 정액에 젖어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다. 얇고 성인의 것치고 보들보들한 털을 침으로 축축이 적시며 사정이 막혀 괴롭게 꿈틀거리는 성기를 핥듯이 쳐다보았다.
입맛을 다시듯 혀를 핥은 성기사가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 기둥뿌리를 핥았다. 부풀어 오른 살덩이를 맛보고 꿈틀거리는 핏줄을 이로 긁자 키릴이 자지러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으으응……! 그만, 읏, 제발…… 아! 그만, 흣……! 싸게 해 줘……!”
평소라면 안달하는 키릴을 바로 달랬을 텐데 일리야는 그저 키릴의 성기를 물고 빨기 바빴다. 그리고 입술이 귀두 근처까지 올라간 순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단번에 귀두를 입안에 삼켰다.
“하아악……! 아으, 흐아……!”
참다가 터지는 거라 그런지 정액이 쏟아지는 기세가 거셌다. 일리야는 목을 때리는 키릴의 정액을 삼키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키릴의 몸에 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비릿한 맛조차 지독하게 달콤하게 느껴졌다. 미칠 듯한 흥분감에 일리야의 성기가 언제 사정을 마쳤냐는 듯 꺼떡거리며 일어섰다.
일리야는 헐떡이며 성기에 묻어난 정액과 체액까지 모조리 핥아냈다. 아래를 보자 키릴의 엉덩이 사이로 탁한 점액 같은 것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절정을 맛본 구멍이 움찔움찔하며 정액과 물을 뿜어 대고 있었다. 일리야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탁상 위에서 경련하는 키릴의 몸을 흉흉한 눈으로 쳐다보던 일리야가 그 위를 다시 덮쳤다. 키릴의 안에 완전히 기립한 성기를 찔러 넣고 흐느끼는 키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원래 이곳 청소 담당이, 읏, 저였습니다.”
일리야는 귀두만 넣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덕인지, 일리야의 말 때문인지, 반쯤 풀린 파란 눈에 서서히 이지가 돌아왔다.
“혼자 청소하고, 계신 것을 보고, 몰래 숨은 적도 있습니다.”
“왜…….”
왜 숨었냐고 묻고 싶었다. 일리야는 그저 지그시 키릴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때는 아직 허드렛일을 할 때였다. 그리고 얼마 뒤 성기사의 눈에 들어 수습생이 되었다. 키릴의 뒤를 지키고 서 있던 흰 제복의 성기사를 떠올리며 일리야는 기대를 품었다. 더는 헛된 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나 설레었던가.
훈련생이 되고, 정식 성기사가 되기 위해 대성전을 찾은 날. 신성을 느꼈을 때 그가 느낀 희열은 감히 누구도 알지 못하리라. 주신보다 어린 사제를 경애하던 그를 신이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제 모든 건 당신 겁니다.”
적어도 일리야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의 안위이고, 평안이고, 기쁨이니, 무엇도 제 앞에선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께 실망하거나, 마음이 떠날 일을 절대 없을 겁니다.”
“…….”
키릴의 뺨에 입을 맞춘 일리야가 이번에는 그의 손등에 입술을 꾹 찍었다. 단단한 손등에 입술을 비비고 안달하듯 얇은 살을 물고 질척하게 빨았다. 붉게 남은 제 흔적을 보며 흐릿하게 웃은 일리야가 키릴을 내려다보며 눈가를 환희 접었다.
“제가 당신을 더 간절히 원하고 욕망하니, 제게 흥분하시는 건 저를 기쁘게 할 뿐입니다.”
성기사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리야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키릴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일리야가 손등에 이어 키릴의 손바닥에 입 맞춘 후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연모하고 있습니다.”
키릴은 눈을 감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다시 눈을 뜬 일리야가 키릴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마주 대며 속삭였다.
“저는 당신의 모든 것이 알고 싶고, 늘 당신에게 안달 나 있어요.”
키릴의 벌어진 입안으로 더운 숨결이 쏟아졌다.
“그러니 키릴 님도 좀 더 저를 원해 주세요.”
키릴은 가만히 일리야를 쳐다보았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스러웠다. 키릴은 말 대신 일리야를 꽉 끌어 앉았다. 마주 끌어안는 강한 힘에 애틋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신의 종이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도 이 품을 포기하기 힘들었다.
신력을 도로 가져가신다면, 은퇴하고 일반 신자가 되어 주신을 모시면 될 일이다.
문득 그렇게 된 후에도 일리야가 여전히 곁에 있어 줄지 궁금해졌다.
“혹시 신성력이 사라져 내가 신전에서 나가게 되면,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혹시 말이야, 혹시.”
“그렇다면…….”
일리야가 설렘을 담아 속삭였다.
“그렇다면 그땐 신전 밖에서 늘 키릴 님과 함께하겠죠. 아무 방해도 없이…… 행복할 겁니다.”
커다란 손이 물기 어린 눈가를 조심스레 쓸었다.
“어디든. 당신과 함께할 수 있다면 저는 뭐든 좋습니다.”
색색 숨만 내쉬던 키릴이 저도 모르게 미소 짓다가 입술을 꽉 물었다. 불현듯 머릿속에 첫 계시가 떠오른 탓이다. 이 장소도 처음이 아니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태의와 처음으로 맨정신으로 관계를 했던 곳이었다.
키릴은 일리야를 끌어안고 있던 팔 하나를 내려 제 배를 만졌다.
“혹시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배 위에 얹어진 손이 가늘게 떨렸다. 두 손으로 그 손을 소중하게 가두며 일리야가 다정하게 웃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셨으면 하지만.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키릴 님은 계시를 이루기 위해 움직였을 거란 걸 압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자, 일리야가 키릴의 귓가에 속살거렸다.
“당신이 누구와 무엇을 하든, 어떤 모습이 되든, 당신이 결정한 일이라면 저는 뭐든 따를 겁니다. 다만, 반드시 제게 돌아오셔서 곁에 있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키릴은 일리야의 넘치는 재능을 알고 있었다. 얼마든지 더 높은 곳으로, 빛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늘 한결같이 자신을 보고 서 있었다. 그 외골수인 모습에 키릴은 또다시 눈가가 뜨거워졌다.
오래전의 작은 선의로 살린 아이가 세월이 지나 그의 앞에 나타나 몇 번이고 살게 해 주었다.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키릴은 눈가에 힘을 주고 일리야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하얗고 보드라운 볼을 어루만지다 고개를 들어 입술을 꾹 맞대었다가 금방 떨어졌다.
“……앞으로 절대 떨어지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솜털 같은 입맞춤과 속삭임에 일리야가 달아오른 얼굴로 키릴의 아랫입술을 짓눌렀다.
“입 벌려 주세요.”
아, 하고 입을 벌리기 무섭게 일리야가 달려들어 키릴의 입술을 삼켰다. 한 몸처럼 연결된 아래가 극렬히 요동쳤다.
두 사람이 내뿜는 숨결과 열기가 뜨거웠다. 닫힌 공간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두 번째는 좁은 밀실이 부서질 듯이 격렬하게 서로를 탐했다.
*
“어떡하지?”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벽 곳곳에 금이 간 고해실을 멍하니 쳐다보던 키릴이 아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낡아서 그런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
고해실을 부숴 먹은 주범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끌어와 붙였다.
양심에 찔렸으나 신관과 성기사가 안에서 붙어먹느라 신전의 소중한 재산을 부수고 말았다고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 다치시진 겁니까?”
“난 괜찮아. 다쳤어도 치료할 수 있어. ……하지만 저건 고치지 못해.”
키릴이 부서진 문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낡아서 그런 겁니다. 신전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화 구슬로 고해실 안도 깨끗이 치웠다. 두 사람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른 이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