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8/72)

3.

이미 몇 번의 출산 경험이 있는 키릴은 일리야와 네스토르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몇 달 뒤, 알을 깬 아이가 껍질 밖으로 기어 나왔다.

키릴과 같은 은발에 짙은 피부색을 가진 아이는 누가 보아도 수인족의 아이였다. 자랄수록 뚜렷해지는 이목구비는 야쿠치와 닮았다. 하지만 아무도 대신관이 죽은 수인족 수장의 아이를 낳았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

아이가 알을 깨고 나온 다음 날 키릴은 교황의 부름을 받았다. 태어난 아이도 함께 오라는 말에 키릴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황은 키릴이 받은 계시의 내용을 죄다 꿰뚫고 있었다.

알현실에 들어서자 자신의 둘째 아이이자 교단의 가장 빛나는 별인 교황이 금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키릴을 보자마자 불쑥 말했다.

“요람이 곧 열릴 것 같습니다.”

날 때부터 신성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는 신의 정원에 다시 주신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는 말에 키릴은 크게 안도했다. 동시에 조금 아쉽기도 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였다. 조금 더 곁에 두어도 좋았을 텐데. 키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교황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반년만 맡기겠습니다. 그 후엔 보내 주셔야 합니다.”

“성하…….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자 교황이 키릴의 품에 안긴 아이에게 다가가 조그만 귀에 속삭였다.

“너를 통해 곧 짐승의 땅에도 그분의 이름이 널리 번영하겠구나.”

“…….”

교황이 키릴을 보았다. 저와 빼닮은 얼굴이 상대의 이목구비를 찬찬히 살폈다. 키릴은 이상하게 가슴이 울컥했다.

그때 교황이 키릴을 불렀다.

“그리고 아버지.”

키릴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 보는 파란 눈동자가 다정했다.

주신의 큰아들이자 교단의 가장 큰 별인 키릴의 둘째 아이가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키릴은 그 말에 잠깐 흠칫했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쉬는 숨의 꼬리 끝이 떨렸다. 무수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키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딘가 후련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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