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교황청에 온 지 6일째 아침, 키릴의 귀에 네스토르가 좋아할 만한 소식이 들렸다.
다음 순서인 추기경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했다. 아마도 북쪽 토벌 문제 때문인 듯한데, 덕분에 키릴은 열흘 동안 교단에 머물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키릴은 바로 돌아가려다 조금만 더 머물기로 했다. 북쪽 소식은 이곳에도 제국 못지않게 빨리 날아왔고 제국을 거치지 않았기에 일리야에 대해 더 상세한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둘째 아이를 멀리서 좀 더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미안합니다.’
속으로 네스토르에게 짧게 사과한 키릴은 반쯤 챙겼던 짐을 도로 풀었다. 그가 막 정리를 마치고 허리를 펼 때였다. 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왕국 수도 신전 소속의 대신관이 다른 신관과 함께 서서 그에게 식사를 권했다. 교황청 내부 식당이 아닌 밖에서 먹자는 거였다.
치안이 좋은 곳이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하던 일리야를 생각해서 거절하려 했다. 신관 중 한 명이 교단 바로 옆에 있는 어느 제과점의 곡물 쿠키를 아이가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성하의 수행 사제가 그걸 좋아한다는 말씀인지요?”
“예, 그렇습니다. 거기에서 만든 밀빵을 성하께서 좋아하셔서 종종 간식거리를 사제님께 사다 드렸는데 그중에서 쿠키를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아직 연치가 어려 그러신지, 귀엽지 않습니까?”
자신보다 강한 신력을 느낀 탓인지 대신관은 고작 수행 사제인 아이를 높여 불렀다. 아이를 언급하는 말투가 시종 조심스러웠다. 그건 눈앞의 키릴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만히 고민하던 키릴이 빙긋 웃으며 방을 나섰다.
*
식사는 양념이 조금 과한 듯했으나 맛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제과점으로 향했다.
가게는 생각보다 컸고 빵과 달콤한 간식거리의 종류가 상당히 다양했다. 키릴은 곡물 쿠키를 몇 개 집은 후 다른 간식도 골랐다. 자신의 몫으로 고른 건 몇 개 되지 않았다. 잔뜩 집중했는지 아이와 주변에 줄 것들을 고르는 얼굴이 이보다 심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뒤에 있던 사내가 보내는 집요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전사처럼 커다란 체격의 사내였다. 굽실거리는 어두운 회색 머리를 단정히 뒤로 묶어 거구에도 불구하고 이지적인 인상을 주었는데, 지금은 그 지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는 멍하니 제 앞에 선 키릴을 홀린 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이 냄새……. 분명 수컷인데 왜 암컷 냄새가 나는 거지? 참을 수 없는데…….’
수인족과 인족의 혼혈이자 마법사인 사내는 집으로 가던 길에 잠시 들린 가게에서 지독하게 황홀한 냄새를 맡았다. 얌전히 늘어져 있던 그의 양물이 단번에 벌떡거릴 정도로 달콤하고 음란한 향기였다. 그는 향의 주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뽀얀 빛이 나는 흰 살결에 흑단 같은 새까만 머리가 대비 되어 유독 인상적인 남자였다. 판판한 가슴이나 훤칠한 키를 보아 남자가 분명한데도 발정한 암컷에게서나 날 법한 향이 나서 그를 번민하게 했다.
꿀꺽-
길고 곧은 흰 목덜미를 뚫어질 듯 쳐다보던 사내의 시선이 끈적하게 움직였다. 등줄기를 더듬듯이 타고 내려와 잘록한 허리와 제법 살집 있는 둔부에 닿는 순간 번쩍 눈에 불꽃이 튀었다.
남자의 벗은 몸이 궁금했다. 유두는 무슨 색일지, 성기는 얼마나 단단한지, 흥분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했다.
흥분한 남자가 좆을 세우고 열락에 들뜬 얼굴로 저를 간절하게 쳐다보는 모습을 상상했을 땐 반쯤 선 성기가 완전히 발기해 바지가 터질 것 같았다.
넉넉한 옷에 여유 있는 외투를 입고 와서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발정 난 상태를 들켰을 것이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조심히 걸으면서도 사내의 상상은 계속되었다.
발기한 성기를 저 둔부에 문지르면 남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다 엉덩이 사이를 제 침으로 질척하게 적신 후 검붉은 성기를 찔러 넣고 싶다는 충동이 들끓었다.
안은 이미 제 침으로 끈적끈적하게 젖어 있겠지. 그 안에 귀두를 찔러 넣으면 아프다고 울며 버둥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젖꼭지를 어루만져 주고 자지도 귀여워해 줘서 살살 달래 끝까지 찔러 넣어야지. 그의 양물이라면 결장까지 깊숙이 쑤셔 줄 수 있었다. 아프다고 울어도 녹진하게 녹아내릴 때까지 물고 빨고 쑤셔 줘서 끝내 좋아서 울게 만들어 줄 것이다.
‘미친…….’
그는 자신의 상상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자신이 같은 수컷의 항문을 빨고 싶고 그곳에 쑤시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좋았다. 참을 수가 없었다. 지독한 갈증에 목이 타는 것 같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비닐에 쌓인 작은 사탕을 꺼냈다. 그리곤 직원과 몇 마디 말을 나눈 후 푸딩을 고르는 남자에게 다가가 슬쩍 사탕을 내밀었다.
“이건 어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네?”
“사탕입니다. 드셔보시고 괜찮으면 이것도 선물해 보세요.”
환하게 웃는 남자의 표정에 어색하게 따라 웃은 키릴이 사탕을 받았다. 어떤 독도 그에겐 소용이 없었기에 받은 사탕을 입에 넣길 주저하지 않았다.
“음…….”
달긴 한데 사탕치고 덜 끈적거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살짝 쓴맛이 도는 것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진 않았다.
키릴은 예의상 맛이 괜찮다고 말한 후 다시 푸딩이 놓인 진열대로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금빛으로 물든 눈을 빛내며 사내가 속삭였다.
“내 명령을 들어요.”
“……!”
“당신은 이제부터 내 말에 따를 거예요.
키릴의 눈빛이 멍해지더니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하지만 몇 번 눈을 깜빡이자 희미하게 다시 빛이 돌아왔다. 사내가 다른 곳을 보는 척 다시 한번 명령했다.
“내 명령을 들어요. 당신은 이제부터 내 말에 따를 거예요.”
“…….”
키릴의 눈이 탁해졌다. 키릴이 홀린 듯이 사내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나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내가 슬쩍 뒷걸음질 치자 키릴이 그만큼 사내에게 다가섰다. 사내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
사내는 키릴의 손에 든 쟁반을 자연스럽게 제 손으로 옮기고 계산까지 대신 했다. 키릴은 저도 모르게 그런 사내의 뒤를 계속 쫓았다.
그 모습을 본 키릴의 일행은 사내가 키릴의 지인이라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사내는 그 착각을 부추겨 키릴만 일행에게서 따로 빼냈다. 신관들은 아무 의심 없이 오랜만에 만났다는 키릴의 지인이 형제 같은 동료를 데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동료는 지금 지인이라는 사내에 의해 벌거벗겨지고 있었다.
벗어 보란 말에 키릴은 멍한 얼굴로 천천히 옷가지를 하나씩 벗었다. 남자는 그 느릿한 움직임에 애가 달았다. 외투를 벗고 긴 조끼를 벗은 후 드러난 셔츠 너머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젖꼭지를 보곤 완전히 눈이 돌아갔다. 암시고 뭐고 직접 키릴의 단추를 빠르게 풀어버린 후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사내는 키릴의 몸에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벗긴 후 좌석을 뒤로 젖혔다.
“다행히 구석진 곳에 세워 둬서 쉽게 걸리진 않겠어요.”
창문 너머로 밖을 살핀 후 밖에서 보지 못하게 보안 창을 올렸다. 사내의 집이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거기로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때까지 참지 못할 것 같았다.
사내는 키릴의 몸을 끈적한 눈으로 훑어내렸다.
조금 마른 하얀 몸이 수컷답지 않게 깨끗하고 예뻤다. 판판한 가슴이 아쉬웠지만, 거기에 달린 두 개의 유실이 너무 먹음직스러웠다. 사내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수컷이면서, 젖꼭지는 또 왜 저렇게 생긴 거야.”
매일 물고 빨려 신성으로 치유해도 커진 유두가 통통하게 부풀어 뾰족하게 서 있었다. 마른 배와 체모가 거의 없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음부. 자지 색마저 분홍빛이 도는 게 아주 예뻤다. 굵기와 길이도 인족치곤 괜찮은 편이었지만, 수인족에 비하면 귀엽기만 했다.
사내가 손을 뻗어 키릴의 엉덩이를 쫙 벌렸다.
“……미친.”
흰 피부에 분홍색이 도는 안쪽 속살 중 유독 붉게 주름진 입구가 움찔움찔했다. 원래는 옅은 분홍색이었던 그곳은 잦은 사용에 좀 더 붉어지고 티 나게 진해져 야하기 그지없었다. 늘 몸을 치유하지 않았다면 첫 임신 때부터 입구는 물론 그 주변마저 새까맣게 변했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사내는 신기한 듯 키릴의 뒷구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사내는 거칠게 콧김을 뿜으며 헐떡거렸다.
바지춤을 풀자 배꼽 위까지 닿을 정도로 발기한 성기가 꺼떡거리며 선액을 침처럼 질질 흘렸다. 사내는 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키릴의 다리를 벌리고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내 명령을 들어요. 당신은 이제부터 내 말에 따를 거예요.”
사내는 다급히 주머니를 뒤져 사탕을 꺼내 키릴의 입에 강제로 넣고 암시를 다시 걸었다. 제 다리 사이에 앉은 사내를 보며 키릴의 얼굴에 떠오르던 의문스러운 기색이 완전히 사라졌다.
사내는 초점 없는 눈앞에 제 양물을 들이밀었다.
“오늘부터 당신은 내 자지를 아주 좋아하는 거예요. 나와 섹스하는 것도 좋아해요. 알겠죠? 할 수만 있다면 내 아이를 가지고 싶을 정도로, 내 정액을 받고 싶어서 환장해요.”
“아…….”
사내의 양물은 인간의 것과 달랐다. 지나치게 컸고 아이 주먹만 한 커다란 귀두는 끝이 기이할 정도로 뾰족했다. 성기 표피에 이리저리 돋아난 돌기가 징그럽기까지 했다.
키릴이 거북함을 보이기 무섭게 남자가 다시 사탕을 먹이고 암시를 걸었다. 같은 상대에게 세 번 이상 사탕을 먹였다간 자칫 암시 자체가 깨지거나 거부 반응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키릴의 벗은 몸을 본 사내는 그런 것들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굴었다. 그는 제 밑에 깔린 수컷에게 당장 제 것을 쑤셔 박고 싶어 반쯤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차 안에 갇힌 달콤한 냄새가 사내의 발정을 더욱 부추겼다.
암시가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는지 키릴이 몸에서 희미하게 남아 있던 긴장감마저 사라졌다. 몸에 힘을 빼고 누운 키릴이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서 꺼떡거리는 성기를 빤히 쳐다보는 키릴의 눈에 혐오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장소가 불편해서 자꾸만 몸을 꿈틀거렸다. 좁은 차 안에서 거대한 덩치의 사내에게 짓눌려 있자니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때 사내의 긴 혀가 가슴을 진득하게 핥아 올렸다. 키릴의 몸이 단번에 펄쩍 튀었다.
“흣……!”
허리를 숙인 사내가 키릴의 몸에 달라붙어 부드러운 살결과 우둘투둘한 유륜, 말캉하고 진한 살냄새가 나는 붉은 살덩이를 차례대로 맛보더니 젖꼭지를 삼키고 세게 빨아당겼다.
“흐읏, 으으응, 흣…….”
하반신이 깊이 맞닿은 채로 사내가 몸을 들썩일 때마다 단단한 배에 성기가 비벼졌다. 위아래에 동시에 가해지는 자극에 순식간에 머리에 열이 올랐다.
“아! 아! 흐읏, 윽, 으응!”
어느새 발기한 성기에서 끈적한 물이 흘러내렸다. 키릴은 다리를 더 크게 벌려 남자에게 엉덩이 사이를 비볐다.
사내가 말한 대로 키릴은 그의 자지를 물고 싶어 뒷구멍이 쑤셨다. 허전한 제 안을 가득 채워 주었으면 했다. 임신하고 싶어 할 정도로 그의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가 바란 대로.
손가락으로 뒤를 대충 풀어 준 뒤 쑤셔 박을 예정이었던 사내는 키릴의 안달하는 몸짓에 잠시 몸을 굳혔다. 그는 슬쩍 팔을 내려 입구의 주름을 만지작거리다 손가락을 푹 찔러 넣었다.
“아! 아으, 으으응……!”
“미친, 제기랄, 아으, 진짜 미치겠네!”
축축하고 뜨거운 점막이 손가락을 꽉 물고 오물오물 조여 댔다. 축축하다 못해 흥건하게 고인 음액이 남자의 손가락질에 핏핏 밖으로 튀어나왔다.
찌걱찌걱. 차 안에 물기 가득한 곳을 사정없이 후벼 파며 마찰하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려 퍼졌다.
“더, 더는 못 참아.”
한껏 집중한 표정으로 안을 쑤시던 사내가 거칠게 손을 뽑아내고 제 좆을 잡고 입구에 조준했다.
“으윽, 흣……!”
인간과 달리 끝이 뾰족한 귀두가 좁은 구멍을 우악스럽게 벌렸다. 허리를 꾹꾹 밀 때마다 구멍이 점점 크게 벌어졌다. 빡빡한데 밀면 미는 대로 안이 벌어졌다. 덕분에 삽입이 멈추지 않고 이어져 순식간에 귀두가 전부 들어갔다.
“하아……. 엄청나게 조이네.”
귀두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양물에 돋은 돌기가 벌써 미끈거리는 액을 뱉어냈다.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운 달큼한 향에 금방이라도 머리가 돌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밀어붙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머릿속이 들들 끓어 올라 흥분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처음만, 처음만 힘들어요. 곧 기분 좋아질 테니까…….”
움찔거리는 키릴의 몸을 힘으로 누른 사내가 무자비하게 허리를 밀어 올렸다. 커다란 양물이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좁은 구멍에 쑤셔 박혔다. 미끄덩한 성기의 몸통이 꽉 다물린 안을 쩍쩍 가르고 들어왔다.
키릴의 안은 충격에 요동치면서도 안을 찢을 듯이 벌리고 들어오는 흉기 같은 성기를 잘도 받아먹었다. 인간의 것과 다른 성기를 삼키면서도 좋아서 투명한 액을 뚝뚝 흘렸다. 뾰족한 귀두가 순식간에 자궁 입구에 맞닿았다.
“흐읍, 헉……! 상상했던 것보다 더…… 허억, 기분 좋아…….”
큰 좆을 잘도 삼키는 것과 별개로 안은 좁았다. 진하게 밀려오는 압박감을 맛보기 무섭게 야들야들한 속살이 끈적하게 성기에 달라붙어 꽉 조여 대는 감각이 끝내주게 기분 좋았다. 그가 내뿜는 체향처럼 수컷을 미치게 하는 몸이었다.
흥분한 사내의 몸에 짐승의 털이 돋아났다. 그는 반쪽짜리 수인이라 흥분하면 육신이 변하는 것을 조절할 수 없었다.
사내의 짐승 같은 시력이 키릴의 얼굴에서 아주 작은 변화를 낚아챘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 분명한 그 표정에 더는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격하게 허릿짓을 시작했다.
*
몸 곳곳에 털이 수북한 사내가 허리를 들썩이며 연신 아랫도리를 쾅쾅 내리찍었다. 어디를 찔러도 교성을 내지르는 것이 굉장했다.
“아! 아흣! 응, 으응!”
“헉, 헉! 흐, 제 자지, 좋아요? 헉, 어서 좋다고, 말해, 헉, 더, 더 쑤셔 달라고, 어서!”
“하악, 그만, 더는, 아, 아! 흣! 응, 아……!”
“빨리! 말해!”
짜악- 사내가 허벅지를 내려치며 키릴을 졸랐다.
“아윽, 조아, 요, 으응! 더, 더 주세, 요, 으흣!”
사내는 흥분으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아랫도리를 미친 듯이 쳐 댔다. 질척하게 젖은 속살을 맛본 사내는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허리를 치대며 더 깊이 쑤시지 못해 안달했다.
입구를 마구 뭉개고 두들기며 사내는 몸부림치듯 제 몸의 일부를 깊숙이 처박고 씨물을 싸지르길 반복했다. 마구잡이로 안을 범하며 일말의 배려 없이 들끓는 제 욕정만을 쫓았다.
사내의 거친 움직임에 키릴은 사내가 쳐올리는 대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활짝 벌어진 키릴의 다리가 사내의 등 뒤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좁은 곳에서 성인 남자 둘이 격정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차가 크게 흔들렸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알 수 있을 만큼 차체가 요란하게 덜컹거렸다.
길어진 정사에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두 사람이 내뿜는 열기로 공기가 후끈거렸다. 창문이 죄다 뿌옇게 흐려진 것은 물론이고, 땀과 온갖 체액을 연신 싸지르는 통에 야릇하고 비릿한 냄새가 차 안에 진동했다.
한참을 허리를 흔들던 사내가 허벅지를 뻣뻣하게 굳혔다. 사내가 곧 파정하며 대량의 정액을 키릴의 안에 또다시 싸질렀다. 정액이 거세게 내벽을 때리는 느낌에 키릴 역시 사내의 정액을 받으며 몇 번째인지 모를 절정에 달했다.
“흐읏…… 응…….”
“헉, 헉, 여기서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안에 있던 성기를 빼내자 덩어리진 정액이 뒤따라 왈칵 쏟아졌다. 얼마나 오래 시달렸는지 성기가 빠져나간 뒤에도 뻥 뚫린 입구가 오므라들지 않았다. 뒤늦게 안이 수축하며 힘겹게 끔뻑거릴 때마다 희뿌연 점액이 질질 샜다.
“예뻤는데 이제 엉망이 됐네.”
거칠고 무성한 음모와 뻣뻣한 체모에 잔뜩 긁혀 회음부와 입구 주변이 온통 빨갛게 부어올랐다. 제가 뿌린 좆물로 엉망이 된 구멍을 구경하던 남자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당신이 여자였다면 오늘 내 아이를 가졌을 텐데.”
사내가 헐떡이는 키릴의 볼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아이…….”
“왜, 아이 가지고 싶어요? 수컷 주제에? 흐흐흐. 그렇게 갖고 싶어 하니 될 때까지 먹여 줘야겠네.”
냄새만으로 사내를 발정 나게 하더니 뒷구멍은 더했다. 아니, 몸 전체가 발정 난 암캐처럼 쾌감에 환장한 듯했다.
“기다려요. 여긴 불편하니 장소를 바꾸도록 하죠.”
어느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사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
사내는 운전하면서 키릴의 바지 속에 손을 넣고 허벅지를 더듬어 댔다. 지친 듯 늘어져 있던 키릴의 몸이 바싹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얌전해진 귀두를 문지르며 키릴의 반응을 즐기던 그는 결국 키릴이 완전히 발기해 제 손으로 가슴을 만지며 자위하는 것을 본 후 또다시 눈이 돌아가 버렸다.
사내는 콧김을 뿜으며 급하게 차의 방향을 틀었다. 운전하는 사내의 다리 사이로 어설픈 바지 매듭을 뚫고 우뚝 솟은 육기둥이 힘차게 꺼떡거렸다.
가까운 여관으로 들어간 사내가 급하게 방을 잡았다. 흥분한 사내는 문을 열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키릴을 엎어놓고 바지를 끌어 내렸다. 아직도 사내의 정액이 흐르는 구멍에 커다란 성기가 단번에 쑤셔박혔다.
“하아악……!”
키릴은 부지불식간에 당한 거센 삽입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사내는 키릴의 골반을 틀어쥐고 시작부터 사납게 허리를 쾅쾅 쳐 댔다. 흉물스러운 성기로 온 점막을 으깨듯이 마구 박아 댔다.
“아, 아! 으응! 흑! 더, 더, 세게…… 학! 빨리, 흐으응……! 으응!”
사내의 성기가 안을 제집처럼 멋대로 엉망으로 들쑤시는데도 키릴의 안은 사내의 좆을 받아먹으며 물을 쏟기 바빴다. 돌기가 점막을 긁고 핏줄 돋은 살덩이로 쓸릴 때마다 키릴은 허리를 덜덜 떨며 자지러졌다.
“하악…! 아읏, 윽, 응, 으응……! 좋아, 응! 거기, 아!”
상체가 나무 바닥에 쓸릴 때마다 바닥에 유두가 거칠게 짓눌려 비벼졌다. 셔츠 너머로 투박한 나뭇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작은 살덩이가 이리저리 뭉개지고 아프게 긁혔다. 괴롭힘에 익숙한 곳이라서인지 유두에 가해지는 약간의 고통은 순식간에 우릿한 쾌감으로 변했다.
“아! 아! 아! 하악! 학! 아흐응……!”
허리가 오싹오싹했다. 키릴은 백치 같은 얼굴로 침을 질질 흘리며 달뜬 숨을 토했다. 다만 아쉬운 건, 좀 더 세게 밀어 올려 길게 문대 주었으면 했다. 누군가가 늘 그렇게 했듯이, 누군가가…….
눈동자에 안개가 걷히듯 맑은 빛이 스쳤다.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려는 순간, 사내가 자궁을 부서뜨릴 듯이 박아 올렸다. 키릴의 눈동자가 다시 탁하게 풀렸다.
한참 박아 올리던 사내가 키릴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에 팔 감아요.”
“아으, 흐…….”
사내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목을 끌어안자 엉덩이를 받친 사내가 키릴을 문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 그 자세로 다시 성기를 찔러 넣고 허리를 움직였다.
“읏! 이거, 윽, 너무… 응! 으으응!”
얇은 문이 부서져라 쿵쿵 울렸다.
“윽, 여기, 흑, 문이라 다 들릴, 아, 흣, 안 돼, 들려… 요. 아아!”
“헉, 으으, 무슨 상관이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그 말에 키릴은 걱정을 지웠다. 밖에서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마저 머리에서 지웠다. 사내가 시킨 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미끄덩한 성기는 닳도록 키릴의 안을 드나들었다. 키릴의 멍한 얼굴엔 쾌감 외엔 이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헉, 헉, 큿, 엄청 조여, 대네. 헉, 그렇게 좋아요?”
선 채로 좆질을 해 대는 사내가 헐떡이는 소리가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사내의 이름조차 모르지만, 그와 떨어질 수 없었다. 이유는 몰라도 그와 이런 짓을 해야만 했고 그렇기에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계속 의문이 머물렀다. 몸뚱이는 오랜만에 수컷의 성기를 물고 희열에 떨었지만, 헐떡이며 교성을 지르는 와중에도 가슴 한편에 희미한 불쾌감을 품었다.
“크읏! ……후욱, 이제 침실에서 해요.”
또 한 번 사정을 마친 사내가 키릴을 침실로 안고 갔다. 두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 탁한 흰 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키릴을 눕히고 전신을 물고 빨며 한참 희롱하던 사내가 키릴의 다리를 벌리고 다시 안을 파고들었다.
사내는 침대 위에서도 낡은 매트가 망가질 정도로 허리를 놀렸다. 성기를 욱여넣고 난잡하게 허리를 흔들다, 귀두만 아슬아슬하게 남겨 두고 잡아 뺐다가 다시 단번에 퍽 하고 박아 올리기도 했다. 깊이 안을 파고들고 또 파고들며 고환까지 모조리 쑤셔 넣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지만 사내는 멈출 줄을 몰랐다.
“아! 학! 흐으흑, 응… 읏, 으응……!”
넘치는 쾌감 때문인지, 키릴의 초점 없는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