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7/72)

6.

출산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후 키릴은 최대한 외부 활동을 삼갔다. 할 수만 있다면 첫 임신 때처럼 어딘가에 틀어박히고 싶었다.

최소한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의 몸뚱이를 진정시키고 숨기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매일 과하다 싶게 두 남자의 것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최근엔 불쑥불쑥 치미는 성욕을 참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일리야의 위에 올라타 한참 허리를 들썩인 지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미약이라도 먹은 사람처럼 혼자 흥분하여 끙끙 앓았다.

그래도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이 민망한 고생도 끝이었다.

“흐읏, 흐으……. 으응……!”

지금이 고비였다. 하필 수행실이라 성기사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다. 키릴은 갑작스러운 흥분에 홀로 끙끙 앓았다.

“아……. 으으응……. 아읏……!”

들끓는 열에 몸이 터질 것 같았다. 키릴은 스스로 옷을 풀어 헤치고 가슴과 하반신을 만지작거렸다. 열에 들떠 괴롭기까지 한 몸을 위로하며 허리를 흔들던 중 느닷없이 정액이 터져 나왔다.

키릴은 살짝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배 속이 아직 화끈화끈하고 욱신거렸다. 사정 욕구를 느끼기도 전에 분출했다. 뒤로 뭔가를 물고 있는 것도 아닌데.

발정제를 먹었을 때도 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절절 끓어오르는 머릿속으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정말 걷다가도 혼자 흥분해서 쌀 것 같아 무서웠다.

정액으로 젖은 제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키릴이 몸을 웅크렸다. 사정했는데도 여전한 열기에 입술을 꽉 깨물며 어서 시간이 지나길 바랐다.

“왜 그러고 있지?”

그때 허공에서 들려선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키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몇 달 사이 익숙해진 얼굴이 보였다. 네스토르였다.

그는 신관 외엔 출입할 수 없는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닐며 키릴에게 다가왔다.

“여긴 어찌…….”

“네 침실도 마음껏 드나드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그래도 키릴의 얼굴에서 놀라움이 가시지 않자 네스토르가 설명했다. 그는 구슬을 통해 일리야의 침실로 이동한 뒤, 키릴의 기척을 쫓아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은신을 돕는 물건이 있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왔으니 걱정하지 말려무나. 그보다 네 몸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게 옳지 않겠어?”

네스토르가 자리에 주저앉아 키릴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것만으로도 조금 열이 식는 듯하여 키릴이 신기하게 쳐다보자 네스토르가 목을 울리며 웃었다.

“왜 처음 본 것처럼 그러지? 매번 네게 해 주는 건데.”

“그렇게 힘들었는데……. 손만 대도 괜찮아지는 게 신기해서 그렇습니다.”

“용의 자궁이 아니냐. 용의 기운에 닿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진정할 테지.”

키릴은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용이 제 몸에 끼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강했다. 키릴은 자신에게 제일 먼저 접근한 용이 네스토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 어린 기사는 어디로 가고 너 혼자 이리 힘들어하는 거지?”

“여긴 수행실이라 다른 사람은 못 들어옵니다.”

“난 이리 들어왔지만.”

키릴이 말없이 쓴웃음을 흘렸다. 키릴과 일리야와는 달리 그는 완전한 외부인이었기에 신전의 규칙에 무지했고 지킬 의지도 없었다.

“네가 보고 싶어 오길 잘했구나. 이리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올 걸 그랬어.”

“…….”

키릴은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이리 제 호감을 드러낼 때마다 키릴은 어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네스토르는 처음부터 끌렸던 일리야와 달랐다. 경계했고, 사실 조금은 원망도 했지만 지금은 제법 신뢰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몸을 겹쳤고 그 행위가 익숙해지며 친밀감도 느꼈다. 선황과 태의에게서 느낀 감정 없는 익숙함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네스토르와 정을 쌓을수록 일리야가 마음에 걸렸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해?”

키릴의 말없이 고개를 젓자 네스토르가 코웃음을 쳤다.

“아니긴. 무슨 겁이 이리 많아서…….”

네스토르가 키릴의 볼을 주물럭거리다 반쯤 걸친 옷을 하나하나 벗겨냈다.

“내 조금 짓궂게 굴더라도 네게 큰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란 것만은 꼭 알아 두렴.”

그리 말하면서 수행실에서 신관의 옷을 벗기는 데 열중하는 그를 키릴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올려다보았다.

“날 믿고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다. 너와, 네가 아끼는 성기사 모두 내 테두리 안에 두었으니 약속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지킬 것이고, 둘을 갈라놓지도 않을 거란다.”

그러자 키릴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부드럽게 이완되었다. 이미 그렇게 계약했고 네스토르가 몇 번이고 일리야와 함께 키릴을 공유하는 행위를 싫지 않다고 언급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야 그 말에 진심으로 안심했다.

제 짝의 부드러운 맨살을 음미하던 네스토르가 키릴의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이제야 내 진심을 알아 주는 거니?”

“약속을 지켜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젠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기쁘구나.”

손을 멈춘 네스토르가 가만히 키릴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그 생각을 전부 읽어내려는 듯 눈빛이 깊고 집요했다.

네스토르는 키릴의 변화를 키릴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꺼워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을 신뢰하는 것과 네스토르 자체를 신뢰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키릴은 전자에서 후자로 변하고 있었고, 그건 그만큼 제게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오래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기특해라.’

얌전히 제 손길을 받는 것마저 어여뻤다. 네스토르는 흡족한 표정으로 키릴의 몸을 훑다 다리 사이를 보곤 눈가를 찡그렸다.

“이렇게 질질 흘리니 잔뜩 싸 줘도 힘들어하지.”

세 시간 전에 안에 쌌던 일리야의 정액이 아직 남아 있었다. 흘러내린 정액이 허벅지에 비벼져 하얗게 뭉친 것을 본 네스토르가 혀를 차며 안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었다.

“흣……!”

“잘 머금고 있지 못하니 흡수도 제대로 못 하고 다 흘려버렸나 보구나.”

네스토르가 너무도 태연히 낯부끄러운 말을 하는 통에 듣고 있던 키릴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이걸 차면 도움이 될 거야.”

키릴은 허벅지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흠칫했다. 네스토르가 키릴의 한쪽 허벅지에 금속 체인을 채운 후, 체인에 달린 기다란 장식을 들어 올려 보였다.

못이나 나사 같이 생겼는데 그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뭉툭했다. 어쩐지 선황이 주로 쓰던 마개와 조금 닮은 것도 같았다. 키릴은 불안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게 뭔지 알겠니?”

“…….”

키릴이 입을 꾹 다물고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보자 네스토르가 빙긋 웃으며 키릴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알면서 모른 척하긴. 네 안에 들어갈 거란다.”

“꼭 해야 하는 건지…….”

“정액이 새면 다시 채워 달라고 안에서 자꾸 조르니 그러지. 그럼 네가 힘들지 않아?”

네스토르가 장식을 만지작거렸다.

“출산 전까진 늘 끼고 다니는 게 좋겠다. 정화할 때나, 정액을 받을 때만 빼면 될 거야. 체인에 달린 거라 잃어버릴 일도 없을 거고. 일반 마개처럼 너무 커서 안에 든 정액이 뭉텅이로 새는 일도 없을 거다.”

그 말대로 네스토르의 손에 들린 마개는 선황이 쓰던 것에 비해 가늘고 짧았다. 작아도 꼭지 부분이 못의 평평한 머리처럼 생겨 정액이 새지 않게 잘 틀어막을 것 같았다.

“구멍이 움찔거리고 열릴 땐 조금 새겠지만 전처럼 질질 새지는 않겠지. 한번 해 볼까?”

망설이는 키릴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네스토르가 말했다.

“자, 다리 벌리렴.”

키릴이 제 다리 사이에 있는 네스토르를 올려다보며 다리를 좀 더 벌렸다.

“더.”

스스로 다리를 벌리는 키릴을 내려다보던 네스토르가 키릴의 무릎을 잡고 활짝 안을 열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를 지분거리며 다리 사이에 마개를 밀어 넣었다.

“아흐…… 읏…….”

차가운 금속이 안을 파고드는 느낌에 키릴이 몸을 움츠렸다. 네스토르는 얕게 꿈틀거리는 흰 몸을 내려다보았다.

“…….”

허벅지를 휘감은 금색의 얇은 체인에 달린 장식 체인이 길게 늘어져 뒷구멍으로 이어졌다. 그 위로 할딱거리느라 바쁘게 오르내리는 가슴이 보였다. 젖구멍에서 반짝이는 보라색 보석과 퉁퉁 부은 유두를 꽉 조인 링을 새기듯이 훑어 올렸다. 목에는 펜던트가 달린 백금의 목걸이가 늘어져 있었다. 펜던트에 새긴 주신의 문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제게 짝을 안겨 준 원흉이었다.

시선을 올리자 길고 곧은 목과 단정한 얼굴이 보였다. 살짝 벌어져 색색 밭은 숨을 내쉬는 입술은 평소보다 색이 짙었다. 살짝 붉어진 뺨을 눈으로 더듬다 눈 밑에 찍힌 작은 점을 지나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는 파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

키릴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고 한참을 마주 보았다. 둘 사이에 묘한 침묵이 오가기가 무섭게 키릴의 안이 저릿하게 울렸다. 욕심 많은 가짜 자궁이 임신 중에도 본능적으로 용의 씨물을 짜내 수태하고자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아……!”

한숨과도 같은 신음을 흘린 순간, 네스토르가 키릴의 위에 올라타 달려들듯이 입술을 찾았다. 키릴의 입술이 슬쩍 벌어졌다. 단숨에 두 입술이 맞물리고 질척하게 혀가 얽혔다.

네스토르가 다급한 손길로 키릴의 안에 있던 마개를 거칠게 빼냈다. 비어버린 구멍 안에 귀두를 찔러 넣으며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흥분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안이 찢어질 듯이 벌어지고 이제 제법 익숙해진 이물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둘인 용의 성기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안을 들쑤시며 난동을 부렸다. 키릴은 제 몸을 짓누르고 여유 없이 안으로 파고드는 남자의 목에 팔을 둘러 당겨 안았다.

“아, 아……! 으읏… 응……!”

“하아, 헉, 헉, 큭……!”

용이 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헐떡거렸다. 용은 숨결마저 달았다. 어느새 익숙해진 건지 그 과하게 뜨겁고 거친 숨소리와 거기에 흥분해서 몸을 가만두지 못하고 들썩이는 자신이 싫지 않았다.

이 짐승은 지나치게 유능했고, 불량식품처럼 달았다.

이제 곧 그의 아이를 품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키릴은 그가 주는 다디단 감각에 중독될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제 미매를 예감했다. 그리곤 정신없이 치덕이며 아래를 파고드는 용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그의 것을 제 안에 깊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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