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4/72)

3.

네스토르는 조금씩 키릴에게 제 냄새를 묻혔다. 아주 먼 곳에서도 어느 용이든 알 수 있도록 키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안과 밖으로 제 냄새로 뒤덮고 싶었지만, 아직 그러진 못했다.

“응…… 흐, 웁…….”

“하아…….”

도서관 한쪽 구석. 종이 냄새가 가득한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얕은 신음과 물기 어린 살덩이를 빠는 소리가 은밀하게 퍼졌다.

등 뒤에 망토를 길게 늘어뜨린 궁정 마법사가 하얀 법복을 입은 신관을 끌어안고 격렬하게 입맞춤을 퍼붓고 있었다.

네스토르는 키릴의 허리와 목을 단단히 끌어안고 각도를 바꿔가며 집요하게 입 안을 파고들었다. 키릴 또한 열렬하게 키스에 응했다. 서로의 혀를 질척하게 탐하는 소리가 맞물린 입술 새로 쉼 없이 샜다.

그때 고개를 젖히고 용의 타액을 받아먹던 신관이 인기척에 흠칫 놀라 네스토르의 가슴을 밀었다. 네스토르가 입술을 맞댄 채 속삭였다.

“쉬, 괜찮아. 아무도 모를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스토르가 다시 키릴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키릴은 피하지 않고 입을 벌렸다. 네스토르의 혀가 입천장을 긁으며 얌전히 있던 키릴의 혀에 닿는 순간, 키릴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용의 타액이 지독히도 달콤했다. 고작 입맞춤인데도 속옷이 축축해지다 못해 허벅지가 젖었다.

키릴은 달콤한 키스에 빠져 용이 제 몸 곳곳을 욕심껏 주무르고 움켜쥐는 것도 몰랐다. 용의 탐욕스러운 손길에 몸이 달뜬 비명을 질렀다. 이미 다른 이의 씨를 품은 자궁이 용의 씨물을 탐내며 탐욕스럽게 끓어올랐다. 키릴은 자꾸만 몸이 달아오르는 이유도 모르고 키스에 더 매달렸다.

그간은 두려움과 미약한 거부감에 본능이 억눌려 있었으나 마음의 경계가 조금 약해지기 무섭게 육신이 용에게 절절하게 반응했다. 키릴은 저도 모르게 용의 목을 끌어안고 제 몸을 비볐다.

용의 손이 키릴이 바지 속을 파고들어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흣…… 학…….”

기다란 손가락으로 엉덩이 사이를 문지르자 키릴이 헐떡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다 다시 네스토르의 턱에 달라붙어 흘러내린 타액을 정신없이 핥아 댔다.

“하……. 전혀 다른 사람 같구나.”

눈의 초점이 뭉개지고, 눈가가 발긋하게 달아올랐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빨간 혀를 내밀고 남의 타액을 게걸스럽게 빠는 모습이 약에 취한 중독자 같았다. 숨을 허덕이며 풀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지독히도 퇴폐적이었다. 평소의 음전하던 키릴과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이 얼굴도, 하…… 마음에 들어.”

턱 밑으로 흘러내린 타액을 따라 키릴이 네스토르의 목덜미를 핥았다. 강제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키릴이 헐떡이며 애원하듯 그를 쳐다보았다.

“더…… 더……!”

네스토르가 입을 벌리자 키릴이 먼저 그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난잡한 키스가 다시 이어졌다. 네스토르는 슬며시 키릴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옷 위로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가슴팍을 더듬어도 키릴은 도망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가슴을 문지르며 키릴의 반응을 살피다 부드러운 살집을 꽉 움켜쥐었다. 읏, 맞물린 입술 사이로 키릴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품 안에 안긴 몸이 잠시 약하게 떨렸지만 그것뿐이었다. 키릴은 도망은커녕 네스토르의 혀를 새끼 짐승처럼 빨아 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스토르는 흥분과 만족스러움에 목을 울렸다.

“응… 읏…….”

네스토르는 마음껏 키릴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감촉을 음미했다. 옷 위로 유두를 희롱하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는지 다급히 튜닉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셔츠의 단추를 몇 개만 풀고 바로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맨살을 움켜쥐자 옷 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우훙…… 우흐… 읍, 흐… 응…….”

키스도 좋았지만 손안의 감촉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네스토르가 키릴의 유륜을 손끝으로 긁어내리며 입술을 떼어냈다.

“나도 네 가슴을 빨고 싶은데, 그리해도 되겠니?”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이자 키릴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두를 꽉 조인 링을 단번에 뽑아낸 뒤 가슴을 정성껏 핥아 주었다. 유즙을 흘리는 통통한 유두와 오돌토돌한 유륜을 찬찬히 맛보던 네스토르가 탄식했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좋은 향기까지. 네스토르는 인간의 몸이 이토록 식욕을 돋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미처 다 벗겨내진 못한 셔츠가 뿌연 즙을 머금고 피부 위로 찰싹 달라붙었다. 불룩 솟은 유두가 젖은 천 너머로 훤히 비쳤다. 그 꼴이 더없이 천박하고 야했다.

“으응…….”

정성스럽게 몸을 핥아 주던 혀가 점점 게걸스럽게 움직였다. 군침을 흘리듯 뚝뚝 흘러내린 타액이 키릴의 가슴을 흠뻑 적시고 하얀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으, 읏, 응…….”

용의 혀 놀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키릴이 네스토르의 머리를 끌어안고 가슴을 더 내밀었다.

“그리 무서워하더니…….”

네스토르가 말랑한 가슴을 물고 쪽쪽 빨았다. 빨려 나오는 유즙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들이마셨다. 달큼한 냄새가 흥분을 부추겼다.

“으응…… 응! 아, 흐으…… 흐응…….”

비어 있는 입이 아쉬울까 봐 네스토르는 키릴의 입에 제 손가락을 물렸다. 가만히 물고만 있던 키릴이 혀로 몇 번 맛보더니 곧 맛있게 쪽쪽 빨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키릴의 침으로 흠뻑 젖자 그만 되었다면서 손가락을 빼냈다. 벌어진 입에서 흘러내린 침도 닦아 주고 뺨도 다독여 준 다음, 젖은 손을 바지 안으로 찔러넣었다.

“으응……!”

봉긋한 엉덩이를 성에 찰 만큼 주물러 본 뒤 엉덩이 사이를 비볐다.

“아아…….”

“엉덩이, 조금만 벌려 보렴.”

키릴은 저도 모르게 홀린 것처럼 스스로 볼기를 벌렸다. 손가락이 벌어진 틈새를 파고들어 순식간에 뒷구멍에 닿았다. 잔뜩 주름지고 툭 튀어나온 작은 입구가 귀여웠다. 하지만 구멍은 물론이고 회음부까지 모조리 습하게 젖어 있는 것은 발칙하기까지 했다.

볼록 나온 곳을 꾹 누르자 키릴의 허벅지가 저절로 벌어졌다. 그 행동이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것만 같아 네스토르는 순간 몸이 달았다. 그는 급히 검지와 중지를 작은 구멍 안에 동시 밀어 넣었다. 입구가 빡빡했지만 애액으로 흠뻑 젖은 덕에 어렵지 않게 두 손가락을 삼켰다.

“아으, 흐……!”

쑤셔 넣기가 무섭게 키릴이 몸을 떨며 사정했다. 뒤로도 뜨끈한 물이 질질 새는 것이 앞뒤로 약하게 간 것 같았다.

몸을 떨며 약한 절정에 이른 키릴이 번쩍 정신이 든 얼굴로 한 발 뒤로 물러섰을 때, 그가 본 것은 자신의 음액에 젖은 손을 입에 물고 나른하게 웃는 네스토르였다.

“아…….”

“네 물맛이 궁금했단다.”

얼굴은 물론이고 온몸이 새빨개진 키릴을 보며 네스토르는 예감했다. 기다림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았다.

*

하지만 네스토르의 예감은 반만 맞아떨어졌다. 웬 불청객 때문이었다.

여느 때처럼 키릴을 만나기 위해 대신전에 방문했던 네스토르는 뒤늦게 키릴이 잠시 신전을 비웠다는 것을 알았다. 시도 때도 없이 열이 들끓는 몸이라 키릴은 대부분의 외부 활동을 멈춘 지 꽤 되었다. 그런데 대체 어딜 갔다는 말인가.

슬쩍 신전을 배회하던 네스토르는 마침 키릴이 섭정의 부름으로 황궁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전에 들르기 전까지 계속 황궁에 있었는데 말이다. 네스토르는 왜 자신이 이 소식을 모르고 있었냐며 어처구니없어했다. 지체했다간 길이 엇갈릴 것 같아 네스토르는 급히 황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치 않은 존재를 감지했다.

동족이 궁 안에 있었다.

*

황궁에는 좋은 기억이 없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몸에 새긴 곳이었고, 선황이 온갖 곳에서 키릴을 농락했던 탓에 모든 장소가 껄끄러웠다.

황태자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혹여 누군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챌까 싶은 마음에 키릴은 최대한 황궁 출입을 자제했다.

하물며 지금은 임신 중이었다. 출산일까진 이제 석 달도 남지 않았다. 배가 불러오고, 자궁에서 떨어져 나갈 알의 껍데기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안이 쑤시고 액이 흘러내렸다. 키릴은 제 몸 하나 감당하기 힘든 상태로 황궁에 오고 싶지 않았다.

키릴을 부른 이가 섭정이 아니었다면. 부른 이유가 황태자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섭정은 황태자를 지키기 위한 보호구에 대신관의 축복이 필요하다 했다.

“마침 동대륙에서 온 손님이 좋은 물건을 선물해 주어서 말입니다. 거기에 황실 마법사들의 손길까지 닿으니 제법 쓸 만한 물건이 되었지요.”

마법이 깃든 보호구에 황태자와 같은 신성력을 가진 키릴이 직접 축복한다면 잘하면 준성물에 가까운 물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된다면 삿된 것이 우리 태자에게 범접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지요.”

키릴은 섭정이 원하는 대로 정성을 다해 축복을 내렸다. 보호구와 황태자와 섭정 모두에게.

그 와중에 틀어막은 유두에서 안에 든 것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가장 안에 입은 셔츠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며 키릴은 달아올라 벌름거리기 시작한 아래 구멍을 힘주어 닫았다. 방심하면 애액을 물처럼 쏟을 것 같았다.

덜덜 떨려오는 허리를 어떻게든 꼿꼿이 펴려 노력하며 키릴은 하던 일을 간신히 마쳤다. 일리야가 키릴의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볼일을 모두 마친 키릴은 곧 돌아갈 준비를 했다. 바쁜 일이 있다는 듯 웃는 얼굴로 양해를 구하고 돌아설 때였다. 뒤돌아본 곳엔 일리야와 함께 아이가 있었다. 성기사의 옆에 선 황태자가 물끄러미 키릴을 올려다보았다.

밝고 선명한 파란 눈동자가 익숙했다. 그리고 오른쪽 눈 밑에 작게 자리 잡은 점. 아이는 자신과 같은 곳에 점이 있었다.

키릴은 저도 모르게 빤히 아이를 쳐다보았다. 섭정이 그런 키릴을 보곤 웃으며 아이를 슬쩍 들이밀었다. 안아 보라는 것이었다.

키릴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다급히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두 손을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명색이 태자의 대부 아닙니까?”

키릴이 아이에게 익숙지 않아 그런 것이라 여긴 것인지, 섭정은 그저 즐거운 기색이었다. 하하 웃는 웃음소리가 호탕하기까지 했다.

크게 웃는 어머니를 올려다보던 아이가 다시 신기하다는 듯 키릴의 옷과 은색 머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갑자기 자신의 눈가를 만지작거렸다. 정확히는 키릴과 같은 곳에 있는 점을 만졌다.

그 순간 키릴은 심정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뒤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히 인사를 마치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키릴은 태양궁을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했다. 한번 안아 보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쉽게 들킬 비밀이 아니었다. 아이는 키릴보다 선황을 더 많이 닮았고, 자랄수록 더 닮아 갔다. 키릴과 일리야, 그리고 용만 입을 다문다면 아이를 잠시 안아 본다고 해서 둘의 관계를 의심받진 않을 것이다.

짧고 통통한 아이는 안으면 부드럽고 따뜻할 것 같았다. 그를 농락하던 자와 빼다 박았는데도 신기하게 귀엽다고 느꼈다.

‘아니지. 후회할 일이 아니지.’

키릴은 걸음을 멈추고 제 배를 만졌다. 그러다 부른 배를 들킬까 봐 급히 손을 뗐다. 주위를 살피는 눈길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괜찮습니다.”

조용히 뒤를 따르던 일리야가 고개를 숙여 키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언뜻 봐선 전혀 티가 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원래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었지. 알면서도 마음이 쓰이는구나.”

설령 배가 나온 것을 들키더라도 키릴은 남자였다. 누가 봐도 임신이란 것을 알 정도로 배가 불러오지 않는 이상, 알아서 다른 이유를 의심할 게 뻔했다.

알면서도 두려움을 놓지 못하는 건 이것이 절대 들켜선 안 되는 치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키릴은 한숨을 쉬며 일리야를 올려다보았다. 이젠 자신보다 훌쩍 큰 청년이 조용히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리야가 키릴의 꽉 쥔 주먹을 잡고 조심스럽게 손을 펴 주었다.

“내내 쥐었다 피길 반복하셨습니다. 긴장하셨던 겁니까?”

“여기가 그리 편한 곳은 못 되니, 그래서 그래.”

여긴 복마전이라고도 비유되는 황궁이었다. 아무리 섭정이 권력을 강하게 틀어쥐고 있다고 해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곳이었다. 섭정이 괜히 키릴까지 불러 가며 태자의 안위를 신경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황태자와 섭정도 키릴에겐 편치 않은 존재였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멀리 별궁의 첨탑이 보였다. 하필 그때와 같이 임신한 상태다.

키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건지 일리야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당신에게 어떤 해도 입힐 수 없습니다.”

“축복 내릴 때 봤지?”

일리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뒤에서 쭉 지켜봤던 일리야가 몰랐을 리가 없었다. 단련된 기사의 시력은 일반인과 궤를 달리했다.

키릴이 쓰게 웃으며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참느라 안간힘을 썼지. 그러다 보니 자꾸 그때가 생각나서. 여기가 불편해서 더 긴장한 것도 있고. 그래도…….”

키릴은 일리야를 보며 눈가를 살짝 접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마음이 훨씬 편해. 몸이 조금 힘든 것뿐이지, 마음이 괴롭지도 않고. 네 덕분이야, 일리야.”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에 맺힌 해맑은 미소가 아직 어린 티가 났다. 키릴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가 급히 내렸다. 충동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치렁치렁한 법복을 늘어뜨리고 서 있는 젊은 대신관의 모습은 주위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키릴은 대신 일리야의 팔을 잡고 눈앞에 보이는 별궁에서 등을 돌렸다.

“돌아가자.”

그런데 일리야의 반응이 이상했다.

“……키릴 님, 잠시, 잠시 그대로 계세요.”

언제 미소를 지었냐는 듯 일리야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일리야?”

“근처에 있다고 하더니,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군요.”

일리야는 서늘한 눈으로 어딘가를 주시하다 키릴의 팔을 잡았다.

“네스토르에게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일리야의 표정이 너무도 다급하고 심각하여 키릴은 이유도 묻지 못했다. 일리야는 그대로 키릴을 데리고 네스토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법사의 수장이 있을 법한 곳으로 가던 그는 마침 건물 밖으로 나오던 네스토르와 마주치고 우뚝 멈췄다.

“…….”

네스토르의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던 일리야가 턱이 불거지도록 이를 악물었다.

“일리야, 무슨 일이니?”

일리야는 걱정스럽게 묻는 키릴에게 죄송하다며 갑작스러운 사과를 건넸다. 그리고 키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키릴 님. 용의 정이 필요합니다.”

“……뭐?”

“이곳에 다른 용이 있습니다. 그가 키릴 님께 관심을 두기 전에.”

일리야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경악한 키릴이 다급히 말했다.

“냄새를 묻혀야 한다고 해서 조, 조금씩 하고 있는데? 그걸로도 이미 짝이 있다는 걸 알지 않을까?”

어느새 다가온 네스토르가 불쑥 끼어들었다.

“저런, 그때 말하지 않았니. 잠깐은 고민해 볼 거라고. 잠시 시간을 버는 것뿐이다.”

네스토르가 키릴과 일리야의 팔을 붙잡았다.

“네가 스스로 원할 때까지 기다리려 했건만, 어쩔 수 없구나.”

네스토르가 키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에야말로 내 것이 되어 주렴.”

“……!”

“저것이 내 것에 조금도 눈독 들이지 못하게 말이다.”

*

네스토르는 급히 두 사람을 사람이 없는 빈방으로 이끌었다. 휴게실 같았다.

사방이 막힌 장소에 도착하자 키릴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안심하기 무섭게 다시 바싹 긴장했다. 키릴의 굳은 얼굴을 힐끗 본 네스토르가 턱짓으로 일리야에게 명령했다.

“먼저 하거라.”

“급한 상황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인지 모르겠구나.”

네스토르가 느릿하게 망토를 풀어내며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눈빛이 무시무시했다. 눈앞에 동족이 있다면 당장 목을 뜯어 숨통을 끓어버리고도 남을 것 같았다.

우습게도 일리야는 그 흉흉한 기세에 곤두선 신경이 조금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키릴은 아직 그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 눈앞의 용을 제외하곤 아무도 그에게서 키릴을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리야가 키릴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키릴은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둘을 쳐다보다 일리야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미소가 분명했으나 전혀 웃는 것 같지 않았다.

‘긴장하신 것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

당장이라도 안아 주고 싶었지만, 사정이 급했다.

“시간 아깝습니다. 지금 즐길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놈이 이곳까진 오진 않을 거다. 황궁에 있던 것도 우연인 듯하고. 그래도 내가 없을 땐 모를 일이지. 그보다…….”

네스토르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애석한 눈빛으로 키릴과 눈을 맞췄다. 그린 듯한 미남이라 그런지 그 모습이 얼핏 우수에 찬 듯도 보였다.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며 네스토르가 키릴의 뺨을 감싸 쥐었다.

“다른 용에게서 널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네가 이 관계를 즐겼으면 좋겠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억지로 다리를 벌리는 게 싫다는 말이란다.”

키릴은 이제 네스토르가 맨살을 더듬고 입술을 물고 빨아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그의 타액을 더 받아먹고자 매달렸다. 하지만 끝내 다리를 벌리지 않았다. 삽입은 아직 무리라고 하더라도 입으로 맛이라도 보게 해 주었으면 했는데 손으로 더듬고 찔러 보는 것이 한계였다.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아직 한 걸음이 남은 상태다. 하나뿐인 제 짝을 덜 익은 상태로 맛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내 것은 아직 부담스러워도 네 어린 성기사의 양물은 아주 좋아하지 않니?”

“……!”

“네 몸에 저 인간의 냄새와 좆물 냄새가 빠질 틈이 없었지.”

네스토르의 눈빛은 시종 온화했다.

“이해한단다. 배가 불러오는데도 네가 이리 멀쩡히 내 앞에 서 있을 수 있을 만큼, 네 기사가 네 안에 야한 물을 잔뜩 들이부었겠지.”

하지만 어째선지 키릴은 그런 그가 조금 무서웠다.

“저 어린 성기사의 살덩이를 먼저 삼키면 네가 어떻게 기뻐 울지, 내심 궁금했었지. 말로만 듣는 것보단 직접 보고 싶구나.”

“…….”

“네 수컷의 좆질에 네 몸이 활짝 열리면 그때 나와 교미하자꾸나.”

네스토르가 키릴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그는 마지막 셔츠까지 벗겨낸 뒤 키릴의 나신을 찬찬히 훑어 내렸다. 임신으로 변한 남성의 몸이 자꾸만 식욕을 돋우었다. 네스토르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이 마치 키릴의 몸을 눈으로 맛보고 음미하는 것 같았다.

집요한 시선에 키릴의 성기가 점차 단단해졌다. 옆에서 일리야가 보고 있다는 것에 몸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일리야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해도 음탕한 본능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아랫도리에 몰리는 열기를 느끼며 키릴은 수치심에 눈을 내리깔았다.

“시간 아깝다더니 왜 아직 그러고 있어?”

네스토르가 얼른 시작하라며 일리야를 재촉했다.

“진심입니까?”

일리야는 그런 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이 아닌 이종이기 때문일까. 키릴의 가랑이를 벌리고 싶어 몸이 달아 그토록 발이 닳도록 신전을 오갔으면서, 정작 기회가 오자 한발 물러선다.

오로지 키릴을 위해서였다면 조금은 감탄했겠지만, 아니었다. 네스토르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일리야는 용의 얼굴에 가득한 열기 어린 흥미가 불편했다.

“억지로 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다.”

“그런 분이 절 흉내 내어 억지로 하려 했습니까?”

“그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네 모습이라면 좋아할 줄 알았어. 딴엔 내 짝이 될 이를 기쁘게 해 줄 자신이 있었단다. 그걸로 유혹하여 계약하려 했지.”

“잘도…….”

일리야는 어처구니가 없이 이마를 짚었다. 지능을 가진 종족 중 가장 고등한 존재라는 용이 저따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이해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일리야는 재킷을 벗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누구보다 당황하고 있을 키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면 용이 말한 대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용의 말대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키릴이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 정신과 신체 모두.

일리야는 상의를 모조리 벗어 던진 후 키릴에게 다가갔다. 말없이 서 있는 키릴의 모습이 어딘가 시무룩해 보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여전히 어여뻐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내린 시선 끝에 키릴의 두 손이 보였다. 꽉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곳에 키릴의 불안이 있었다.

일리야가 옆에서 지켜보는 네스토르를 힐끗 보며 말했다.

“정 내키지 않으시면, 뒤로 미뤄도 됩니다. 그도 양해해 주겠지요.”

“……아니, 이미 많이 미뤘으니 이젠 됐어.”

키릴은 망설이다 물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괜찮겠니? 싫으면 나가도 괜찮아.”

일리야는 조용히 웃었다. 다정한 부정이었다.

키릴이 더 입을 열기 전에 일리야는 소파에 앉아 제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다.

“이리로.”

키릴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지금은 비었지만, 휴게실이라 언제 누가 이곳에 들어올지 몰랐다. 무엇보다 옆에서 용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진짜 할 생각인 듯하여 키릴은 당황스러웠다.

“키릴 님, 어서요.”

하지만 일리야가 부르고 있었다. 앉아 있는 일리야의 풀린 바지 매듭 사이로 툭 튀어나온 성기가 보였다. 언제 저렇게 흥분한 것일까. 이 상황에서도 제게 흥분하는 일리야의 모습에 키릴은 어쩐지 귀가 뜨거워졌다.

키릴은 머뭇거리다 일리야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았다. 단단한 허벅지가 둔부에 닿자 성기가 맞닿았다.

다리를 벌린 상태로 성기를 맞댄 채 일리야의 체취를 맡고 있자니 뒷구멍이 욱신거렸다. 임신으로 예민해진 탓인지, 아니면 이미 습관이 된 것인지, 키릴의 몸은 바로 수컷을 삼킬 준비에 들어갔다. 게걸스러운 아래 입은 어서 그의 것을 물고 정액을 짜내고자 빠끔거리며 미끄덩한 액을 질금질금 흘렸다. 안에서 무언가가 자꾸 흘러나오는 느낌에 반쯤 서 있던 키릴의 성기가 완전히 섰다.

“힘드시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세요.”

일리야는 키릴의 가슴을 쓸어올려 더욱 봉긋해진 가슴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그와 동시에 반대쪽 가슴의 링을 단번에 유두에서 빼냈다.

“흣……!”

한쪽 가슴이 금세 젖물로 젖어 들었다.

“저한테만 집중해 주세요.”

일리야가 젖은 가슴을 한가득 물고 빨며 나머지 링도 뽑았다. 뿌연 유즙이 찍 뿌려졌다. 키릴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해방감에 신음을 참지 못했다.

일리야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금방 잊게 해드리겠습니다.”

*

“아, 흐… 으응… 읏! 아…… 하악……!”

일리야는 제 말을 지켰다. 키릴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머뭇거렸던 것이 우습게도 키릴은 일리야의 손길이 닿기 무섭게 금세 흥분했다. 성기를 맞대고 일리야의 존재를 느낀 것만으로 완전히 발기했던 그였다. 일리야가 키릴에게 흥분하는 만큼 키릴 역시 그에게 욕정 했다. 음란한 몸은 누구에게나 쉽게 달아올랐지만, 일리야는 특별했다.

벗은 몸을 어루만지며 축축하게 젖은 동그란 유실을 손끝으로 조금 예뻐해 준 것만으로 키릴은 장소를 잊은 채 일리야의 성기를 스스로 삼켰다.

단단한 허벅지 위에 올라타 일리야와 연결된 채로 정신없이 몸을 들썩였다. 키릴이 둔부를 들어 올릴 때마다 흉흉하게 솟은 검붉은 성기와 그에 들러붙어 밖까지 딸려 나온 빨간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외설적이기 그지없었다.

“윽! 읏, 으응! 으으응……!”

엉덩이 사이로 성기가 잡아먹힐 때마다 접합부에서 언제 싼 것인지 모를 꾸덕꾸덕한 정액이 음액과 뒤섞인 채로 삐져나왔다.

“흣, 거기… 좋아, 흐아……! 아아……!”

뒷구멍으로 귀두를 꽉 조여 문 키릴이 아래를 팡팡 쳐 대면 일리야의 성기가 안쪽 깊숙이 쑤셔 박혔다. 크고 단단한 것이 자궁 입구가 완전히 찌부러질 정도로 푹푹 박혀 들어올 때마다 키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장이 진동할 만큼 격렬한 삽입에 몸 안쪽이 기뻐 날뛰었다.

“흣, 으, 아윽…… 흑! 더…… 흐아……!”

더, 더, 세게 안을 두드려주었으면 했다. 아기집이 더 단단해지도록. 온몸을 태울 지독하게 갈급한 욕구가 해소될 수 있도록. 가랑이 사이를 헤집고 자궁 입구가 으깨지도록 처박히면, 그러면 터질 듯 말듯 안에서 끝없이 부풀어 오르기만 하는 이 열기를 죄다 터뜨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 하, 안에 때려 줘, 전부…… 올린 채로…… 비며 줘…… 일리야, 아, 제발…… 빨리, 흐응, 흣!”

키릴의 간절한 바람을 느낀 것인지 얌전히 앉아 잘게 허리를 털던 일리야가 아래를 쾅쾅 쳐올렸다. 안을 부서뜨릴 듯이 쳐대며 자궁문을 잔뜩 찌부러뜨린 채로 귀두로 통통하게 부어오른 입구를 마구 문질러 댔다. 일리야가 흥분하면 늘 하던 행위였다. 일리야에게 물든 키릴을 중독시키다 못해 자지러지게 만드는 행동이기도 했다.

일리야가 길게 안을 비벼 주자 접합부에 달라붙은 일리야의 음모가 살갗에 비벼졌다. 키릴은 흥분에 몸을 가만두지 못했다. 들썩이는 키릴의 몸을 따라 일리야 역시 허리를 쳐올렸다.

“악! 학! 아으응……! 하윽, 아아……!”

뭉툭한 귀두 끝이 사정없이 안을 올려 치자 키릴이 교성을 지르며 일리야의 어깨에 매달렸다.

“아, 아…… 학! 하악, 으, 흐윽, 으응! 아……!”

키릴은 네스토르가 둘의 정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은 듯, 천박하게 허리를 놀리며 교접의 쾌감에 기쁘게 허덕였다.

“아, 아, 일리야… 아흣……! 좋아, 여기도… 여기도 빨아 줘, 하아……!”

키릴은 일리야의 머리를 가슴에 껴안고 얼굴에 제 몸을 비볐다. 뽀얀 물에 흠뻑 젖은 가슴에서 야하고 달큼한 냄새가 났다.

“아까, 하아, 그렇게 빼냈는데도, 또 젖이 차올랐나, 봅니다. 후우, 간지러우세요?”

“응, 흑, 간지러워, 아…… 빨리 어떻게 좀…….”

일리야는 아래로 흉흉한 허릿짓을 해 대며 키릴이 원하는 대로 가슴의 살을 모아 크게 물었다. 입안에 가득 들어찬 부드러운 살을 이로 약하게 긁고 동그란 유실을 혀로 이리저리 뭉개자 키릴이 참지 못하고 정액을 쏟았다.

“흐아아……!”

일리야의 것을 뿌리까지 삼킨 내벽이 한껏 수축하며 살덩이를 강하게 조여 왔다. 순식간에 밀려드는 사정감을 참으며 일리야는 키릴을 끌어안고 아래를 거칠게 쳐올렸다. 키릴의 몸이 일리야의 움직임에 퉁퉁 튕겼다. 키릴은 사정 후에도 여전히 식지 않은 욕정에 거칠게 흔들리면서도 엉덩이를 흔들었다.

닳고 닳은 내벽이 제 안에 들어온 성기를 놓지 않으려 안달하며 쪽쪽 빨아 대자 일리야는 뇌까지 키릴에게 주물러지는 것 같았다. 극렬한 쾌감에 성기와 뇌 모두 녹을 것 같았다.

키릴의 가슴을 얼굴을 처박고 있던 일리야가 못 참겠다는 듯 고개를 젖혀 키릴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서로의 몸을 두 팔로 끌어안고 아래 위 모두 한 치의 틈도 없이 깊이 몸을 겹쳤다.

좁지 않은 공간이 두 사람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그리고 수컷에겐, 특히 용에겐 미약이나 마찬가지인 키릴의 냄새가 그가 흥분할수록 짙어지더니 지금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이런, 둘 다 내가 있다는 건 까맣게 잊은 것 같은데? 내 짝은 그렇다 쳐도, 기사란 인간까지 그럴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네스토르는 탁자에 기대앉아 두 인간의 정사를 지켜보았다. 그는 내내 나른한 표정이었다. 태연히 휴게실에 비치된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그 모습이 눈앞의 광경에 동요는커녕 아무런 감흥도 없는 듯 보였으나 겉보기만 그랬을 뿐, 동공이 수시로 길게 찢어지길 반복했다.

네스토르는 제 짝이 다른 수컷에게 꿰뚫려 자지러지는 것을 보며 흥분했다. 평온한 낯빛과 달리, 아래는 완전히 발기하여 바지 속에 갇혀 있음에도 두꺼운 재킷까지 뚫을 듯 볼썽사납게 툭 튀어나와 있었다.

“하으읏……!”

키릴이 갑자기 온몸을 경련하듯 떨자 향이 한층 더 짙어졌다. 또다시 절정에 달한 것 같았다.

네스토르는 천천히 키릴의 뒤로 다가갔다. 키릴은 물론이고 일리야조차 제 성기를 키릴의 안에 박아 대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챘는데도 신경 쓸 정신이 없는 듯했다.

꾸덕꾸덕한 정액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황궁에 오기 전에도 잔뜩 해 댄 것 같은데도 일리야는 굶주린 짐승처럼 안달했다.

네스토르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스터에 근접한 기사의 체력은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하물며 그 상대가 키릴이다. 용에게 맞춰진 몸에 선황의 손길까지 닿은. 몇 날 며칠을 침실에 틀어박혀 밤낮으로 해 대도 질리긴커녕 끔찍하게 황홀할 것이며, 키릴과 달리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용이 괜히 제 짝을 둥지로 데려가 틀어박히는 게 아니다. 일리야는 용도 아니건만, 용처럼 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간이었다.

애액에 절어 번들거리는 성기가 바쁘게 안을 드나드는 것을 집요하게 관찰하던 네스토르가 불쑥 팔을 뻗어 접합부를 더듬었다.

“히익!”

네스토르의 손이 입구를 더듬자마자 키릴이 파드득거리며 몸을 튕겼다. 눅진하게 성기를 조여 주던 속살이 갑자기 무섭게 수축하며 경련했다.

“큿……!”

정액을 쥐어짜는 듯한 움직임에 일리야는 참지 못하고 파정했다. 안이 뜨겁게 젖어 드는 느낌에 키릴은 일리야의 것을 꽉 물고 더욱 조여 댔다. 이를 악문 일리야의 목에 핏대가 섰다. 키릴은 일리야의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전부 쥐어짠 뒤에야 항문에 힘을 풀었다.

“하아, 하아…….”

키릴은 갑자기 들이닥친 연이은 절정이 힘겨웠는지 사지를 축 늘어뜨렸다. 일리야는 그에게 기대는 키릴을 안고 네스토르를 노려보았다.

“뭘 한 겁니까.”

“이제 겨우 두 번째 임신이라 그런가. 흠…… 출산 후엔 될 것 같기도 한데.”

네스토르가 태연한 낯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쉽다는 듯 말했다.

“두 개를 동시에 품기엔 아직 이른 것 같구나.”

“그게 무슨 되먹지 못한 소리입니까.”

“하하. 웃기는 말을 하는구나. 네가 모시는 신관에게 좆질하지 못해 안달하는 너도 되먹지 못한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뭘 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저 구멍이 더 열릴 수 있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았을 뿐이다. 흥분한 상태로 내 기운이 닿아 그런 것 같구나.”

“……됐고,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왜 여기 있는지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용케 기억하고 있긴 했구나.”

일리야는 대답 대신 키릴의 안에서 제 것을 천천히 뽑아냈다. 뜨끈한 점막에 감싸여 있던 검붉은 성기가 흰 물과 함께 후드득 쏟아지듯 빠져나왔다. 가득 들어찼던 성기가 빠져나간 뒤에도 구멍은 닫히지 않고 그대로 열려 있었다. 천천히 오므라들며 타인의 정액을 뱉어내는 모습이 용의 음심을 돋우었다.

망토와 겹쳐 입은 재킷을 벗은 네스토르가 마지막으로 바지 버클을 풀었다.

“끔찍하군요.”

네스토르의 성기를 본 일리야의 평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인간의 생식기와는 전혀 달랐다. 다행히 뱀처럼 성기가 두 개인 것은 아니었지만 대신 머리가 둘이었다. 귀두 끝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귀두부터 뿌리까지 까만색의 물고기 같은 비늘로 뒤덮여 조명 빛에 번들거리는 꼴이 제법 위협적이었다.

일리야의 물건에 익숙해져서 크기는 크게 버겁지 않을 것 같지만 생긴 것과 저 이상한 움직임이 너무 기괴했다. 그 와중에 음모는 또 인간과 같아서 더 이상하게 보였다. 마치 성기에 장난감을 씌운 것 같았다.

저런 것을 인간의 몸에 집어넣겠다는 건가. 하지만 키릴에겐 저 흉측한 것이 필요했다.

용의 자궁이 뿌리내리면 왜 몸이 변하고 용에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용의 양물을 받아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일리야가 대단히 흉측한 것을 보았다는 듯 용의 성기를 노려보며 키릴의 어깨를 감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키릴은 일리야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빈 구멍 밖으로 물을 뱉어내기 바빴다.

“준비는 다 끝난 듯하니 이젠 내가 데려가지.”

네스토르가 소파 옆자리에 앉아 키릴의 허리를 잡았다. 그대로 잡아끌어 제 옆에 눕혔다. 손길에 따라 키릴이 등만 겨우 소파 위에 대고 눕자, 앞에는 네스토르, 머리 뒤로 일리야가 앉아 그를 내려다보았다.

다리를 세워 누운 키릴의 위로 그림자가 짙게 내려앉았다. 반쯤 넋을 잃고 있던 키릴이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이상한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키릴의 시선을 받은 용의 양물이 꿈틀거리며 이상하게 움직였다. 빼곡하게 들어찬 비늘 몇 개가 파닥거렸다.

키릴이 급히 눈을 떼고 온 얼굴로 당황을 표했다.

“괜찮아, 어린 것이 네 안을 잔뜩 달궈놔서 처음 삼키는 거라도 기분 좋을 거란다.”

그리고 이미 한차례 뒹굴면서 정신이 쏙 빠진 뒤라 주인을 맞은 자궁의 반응에 자괴감을 느낄 겨를도 없을 것이다.

“너는 그저 즐기기만 하렴.”

네스토르는 그리 말하며 키릴을 단번에 뒤집어 엎드리게 한 후 축축하게 젖은 뒷구멍에 손을 찔러 넣었다. 키릴의 눈이 다시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아직 잘 열려 있구나. 물이 가득 넘치는 것이…… 바로 넣어도 되겠어.”

손가락이 드나들 때마다 질컥거리며 물이 샜다. 일리야가 뿌린 흰 물도 같이 질질 새어 나왔다. 다른 수컷의 정액이 섞인 것을 보면서도 네스토르는 전에 맛보았던 물맛이 생각나 입맛을 다셨다.

결국 참지 못하고 구멍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히익……!”

볼이 패일 정도로 빨자 안에 있던 정액과 애액, 온갖 분비물이 빨려 나가는 느낌에 키릴은 머리를 마구 저었다.

“혀가……! 힛!”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 뜨겁고 물렁물렁한 살덩이가 빨간 속살과 만나 타액을 나눴다. 네스토르는 너저분해진 구멍 안을 정성껏 쓸어 보고 열심히 맛보았다.

“어린 것의 냄새가 살짝 나지만…….”

네스토르가 정염으로 붉게 물든 눈으로 키릴의 구멍 안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구멍을 더욱 벌리자 깨끗해진 빨간 속살이 보였다.

“네 냄새가 진하게 나.”

“으응, 아… 흐으, 우흥…… 읏!”

“지금은 내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물이 많아 빨기 좋구나.”

네스토르가 다시 키릴의 항문에 달려들듯이 들러붙어 갈증 난 사람처럼 갈급하게 안을 빨았다.

츄읍, 츕, 안을 게걸스럽게 탐하는 소리와 몸 밖으로 빠져나간 온갖 것이 네스토르의 목을 타고 꿀꺽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키릴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하악……! 아아……!”

수치스럽고 부끄러운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네스토르는 한참을 키릴의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안을 빨았다.

“더는……. 자지가 터질 것 같구나.”

다급히 자세를 잡은 네스토르가 성기를 쥐고 발긋하게 부어오른 입구를 문질렀다. 진한 여운에 간헐적으로 경련하던 구멍이 긴장으로 크게 벌름거렸다.

그 모양이 애처로울 정도였으나 네스토르는 작게 열린 구멍에 자비 없이 귀두를 찔러 넣었다. 반으로 갈라진 머리가 마치 한 몸처럼 달라붙어 키릴의 구멍 안을 푹 뚫고 기어들어 갔다. 좁은 구멍 안을 새로 채우니 안에 있던 음액이 쏟아지듯 밀려 나와 새까만 몸통을 흠뻑 적셨다.

용의 성기는 인간의 것과 달리 조금 서늘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속살이 워낙 뜨거워서 더 차갑게 느껴져 소름이 끼쳤다. 생살이 찢어지는 일은 없었다. 비늘은 물고기의 것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끝이 날카롭기보단 조금 뭉툭했다.

다만 성기에 빼곡히 돋아난 비늘이 얌전히 있지 않았다. 일부 비늘이 몸을 세워 제각각 내벽에 제 몸을 깊이 파묻었다.

“하으읏……! 아…… 읏, 윽……!”

비늘이 파닥파닥 움직일 때마다 육벽에 깊이 파고든 채로 안을 찢듯이 긁어 댔다. 온 내벽이 비명을 질렀다. 키릴은 등골이 삐죽 곤두섰다.

보통은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쾌감 이전에 고통과 공포에 미쳐버렸을 일이다.

키릴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아응, 흣! 읏, 으으응! 흐읏… 아……!”

“그래, 옳지. 잘 먹고 있구나. 아직 많이 남았단다. 마음껏 먹으렴.”

구멍이 미친 듯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새까만 성기를 꿀떡꿀떡 삼켰다. 한계까지 벌어져 틈 하나 없이 맞물린 접합부가 크게 경련할 때마다 끈적하고 희멀건 액을 울컥울컥 게워냈다.

키릴은 물기를 머금은 속살을 파들파들 떨면서도 비늘이 주는 신기한 감각에 점점 빠져들었다.

키릴이 성기를 꽉 조여 물고 스스로 제 안을 긁어 대기 시작할 때 성기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뱀처럼 구불구불 내벽을 기는 움직임이 너무도 기괴해서 소름이 돋을 법도 한데, 키릴은 안이 뭉개지는 짜릿한 자극만 인식했다.

“아응, 흣, 하으…….”

양심 없는 귀두가 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못 참겠다는 듯이 반으로 휙 갈라졌다. 앞을 열고 나가야 할 귀두가 양옆을 긁어 대며 무식하게 돌진했다. 키릴이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키릴이 휘청이자 네스토르가 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붙잡힌 곳에서 은근한 열기가 퍼졌다. 키릴은 꼬리 흔드는 개처럼 엉덩이를 약하게 흔들었다.

그 와중에 두꺼운 음경이 기다란 몸체를 꿈틀거리며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아까보다 더 많은 비늘이 일어나 내벽 곳곳을 쑤시고 긁었다. 그런데도 삽입에 막힘이 없었다.

“핫, 학, 아……!”

고작 삽입이었다. 그저 쑤셔 넣고 있을 뿐인데도 키릴은 벌써 정액을 싸지르고 싶어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을 지탱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축축하고…… 데일 듯이 뜨거운 것이…… 네 안이 이랬구나. 내내 궁금했다.”

네스토르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토해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동공이 길게 찢어졌다. 야들야들한 속살이 눅진하게 조여 주는 것이 기분 좋아 흥분한 듯했다.

귀두가 순식간에 자궁과 맞닿는가 싶더니 퍽 쳐올리며 자궁 입구를 찌부러뜨렸다. 내벽이 성기로 꽉 차다 못해 내장을 밀어 올려 그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야 엉덩이 끝에 음모가 닿았다.

키릴은 습관대로 접합부를 털에 비비적거리며 까슬한 감촉을 즐기다 흠칫 멈췄다.

네스토르가 천천히 허리를 돌렸다. 서늘한 비늘로 둘러싸인 성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내벽을 기어 다녔다. 느낌이 이상했다. 정말 안에 뱀 같은 것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한참 안을 돌아다니던 성기가 자궁문에 머리를 비볐다. 밀고 들어가고 싶다는 듯 꾹꾹 머리를 들이밀었다. 안에서 질꺽이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 그만 좀, 흣, 으응, 아…… 하지… 마, 으응……!”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자 성이 났는지 두 머리가 자궁 입구를 마구 두들겨 대기 시작했다. 전신이 쿵쿵 울렸다. 키릴은 식은땀이 났다.

“하악, 하악…… 그만, 제발…… 아흣, 머, 멈춰, 흑, 아……!”

이미 알을 품은 자궁이 열릴 리가 없는데, 귀두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연신 안을 쾅쾅 때려 대서 죽을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 입구가 조금 벌어진 것 같았다. 무서웠다. 저 포악한 것이 더 쳐 댔다간 정말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열리면 용의 분신이 그 틈을 비집고 쩍쩍 구멍을 벌리며 자궁 안으로 기어들어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키릴의 알을 한입에 삼켜버리고 말겠지.

거기까지 상상이 이어진 순간, 키릴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 아, 아! 아흣, 그만, 안에, 안에 있어요. 학, 안 돼, 흑, 멈춰, 드, 들어오지 마!”

“걱정하지 말거라. 하아…… 네 아기는 무사하단다, 아가. 지금 이건 네 알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려고 도와주는 거니, 감사해야지. 응?”

네스토르가 허리를 쳐 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내벽을 가득 채운 용의 성기가 안에서 뱀처럼 펄떡거리며 내벽을 마구 헤집어 댔다. 미칠 것 같았다.

“이거 너무…… 이상함니…… 안이, 망가질 것 같…… 흐읏……!”

안이 망가지는 것이 먼저인지, 제가 망가지는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키릴은 제가 우는지도 모르고 뺨을 적셨다.

철퍽철퍽, 키릴의 흐느낌에도 접합부에서 젖은 육벽을 무자비하게 쑤셔 대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크게 샜다.

“응, 응! 흐읏, 하아……!”

네스토르의 성기가 따끈한 내벽과 바쁘게 마찰하며 점점 달궈지는 게 느껴졌다. 안이 뜨겁게 달아오를수록 성기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안에서 날뛰었다. 뱃가죽이 불룩불룩 움직였다. 내벽 안에 자꾸 물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정신이 아득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아…… 내 자지가 기분 좋아서 네 안에 씨를 뿌리려고 준비하는 모양이다.”

낮은 신음을 흘린 네스토르가 키릴의 등에 달라붙어 척추뼈를 따라 정성껏 잇자국을 남겼다. 그의 허릿짓이 점점 빨라졌다. 성기가 키릴의 안을 후벼팔 때마다 애액이 이곳저곳으로 튀더니 네스토르의 얼굴에도 들러붙었다.

네스토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여유로운 척 둘러쓰고 있던 껍질이 바스러지자, 제 암컷의 속살을 처음으로 맛본 짐승의 민낯이 드러났다. 첫 짝짓기였다. 가랑이 사이의 사정이 궁금하여 견딜 수 없었던 제 암컷이 지금 그의 자지를 녹여 먹으려 드는데, 아무리 용이라도 흥분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성과 이성 따윈 버려두고 허리를 정신없이 휘두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흐윽, 아, 아! 학! 자, 잠깐…… 흐응, 응! 너무, 빨…… 아!”

키릴은 점점 격해지는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뒤에서 처대는 힘에 밀려 상체를 지탱하던 팔에 힘이 풀리자마자 그대로 소파 위로 엎어졌다.

“흐아학……! 아, 아, 아! 아으응……!”

“헉, 헉……!”

키릴은 일어날 생각도 못 하고 그 상태로 둔부만 치켜세운 채 용의 허릿짓을 계속 받아냈다. 몸이 밀려날 때마다 골반을 움켜쥔 네스토르가 다시 당겨 와 제 것에 구멍을 끼워 넣었다.

네스토르는 음욕에 젖은 눈으로 땀에 젖은 흰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맛본 이상,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다른 수컷의 아이까지 가진 짝이었지만, 이제 곧 제 아이도 품게 될 것이다.

“후욱, 허억……!”

이 몸에 씨를 뿌려 배를 부풀릴 생각을 하니 뒷골이 뻐근해질 정도로 욕정이 치밀어 올랐다. 용의 흥분에 수컷의 생식기에서 은밀한 액이 새어 나왔다.

“하아, 흐…….”

용이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할딱거리던 키릴은 뒤늦게 번뜩 일리야를 떠올렸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 앞을 보자 소파 등받이에 한쪽 어깨를 기댄 채 그를 보는 일리야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흣, 윽, 읏……! 아으…….”

키릴은 거센 삽입에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쿠션을 들어 일리야의 눈앞에 들이댔다.

“보, 보지 마…….”

일리야가 쿠션을 빼 들어 옆으로 던졌다. 키릴이 후들거리는 팔을 들어 일리야의 눈을 직접 가리려 하자, 그 손마저 잡아챈 뒤 무섭게 굳은 얼굴로 키릴을 보았다.

그리고 당황하는 키릴의 입술을 빼앗듯이 겹쳐 물었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키릴의 몸을 따라 움직이며 입술을 몇 번이고 핥았다. 키릴이 홀린 듯이 일리야의 목을 끌어안고 제 입술을 핥는 혀를 휘감았다.

다정한 입맞춤이 깊어지더니 점점 질척해졌다. 둘은 갈급하게 서로의 타액을 탐했다.

키릴은 어느새 일리야에게 매달려 정신없이 입술을 겹치고 또 겹쳤다. 혀를 비비고 안달하듯 호흡을 나누며 서로의 볼을 비볐다.

“기분 좋은가 보구나. 아까부터 더 조이는 것이, 좀 더 해 보렴.”

키릴의 허리를 움켜쥐고 정신없이 안을 마구 처대던 네스토르가 웃으며 말했다.

“입만 하지 말고 아래도 핥아 주거라. 저러다 터질 것 같구나.”

완전히 발기한 일리야의 성기를 보며 한 말이었다.

타액을 길게 늘어뜨리며 입술을 떼어낸 키릴이 일리야의 아래에 얼굴을 묻었다.

선황제가 워낙 키릴의 뒷구멍에 환장했던 탓에 정작 입술은 잘 사용하지 않아 입놀림이 어설펐다.

그래도 좋았다. 좁고 뜨거운 점막과 표피를 긁으며 움직이는 단단한 이.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도 일리야에겐 모두 극상의 것이었다.

일리야는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은 키릴을 핥듯이 보았다. 바지런히 움직이는 날개 뼈. 빠르게 처대며 박아 대는 탓에 제 모양을 보일 새도 없이 찌부러지길 반복하는 둔부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연신 흔들리며 요분질했다. 마치 네스토르의 아랫도리에 달라붙으려 안달하는 것 같았다.

제 것을 빨면서도 용의 허릿짓에 잔뜩 느끼는지 끅끅대며 막힌 신음을 줄줄 흘렸다. 참으려 해도 쾌감을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일리야의 성기를 정신없이 빨던 키릴이 성기를 입에 문 채로 뒤로 또다시 사정했다. 아까부터 정액을 쏟는 간격이 너무 짧았다. 키릴이 숨이 막혔는지 컥컥대는 바람에 일리야는 흥분한 와중에도 급히 성기를 뒤로 뺐다.

“키릴 님, 괜찮으세요?”

“흣. 흐, 읏…….”

키릴은 입술을 깨물며 교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았다. 일리야가 보고 있었다.

하지만 쾌감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쳐들고 마구잡이로 흔들고 싶었다. 내벽을 압박하는 이 흉측한 물건이 차라리 일리야의 것이라면, 아니, 하다못해 인간의 것이었다면 일리야라 생각하고 기쁘게 조여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 있는 건 너무도 이질적인 이종의 생식기였다. 밑이 뭉그러지는 것 같았다. 묵직하게 차오른 커다란 알주머니가 사타구니 안쪽을 철썩철썩 때릴 때마다 허벅지마저 용에게 박히며 범해지는 것 같았다.

일리야는 붉게 물든 눈으로 키릴의 반응을 집요하게 살폈다.

“기분 좋으세요, 키릴 님?”

키릴이 고개를 마구 저었지만, 아닌 것을 알았다.

조금 전부터 키릴의 성기는 용이 박아 올릴 때마다 정액을 울컥울컥 게워냈다.

뒤라고 다르진 않았다. 이종의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엉덩이 사이에서 투명한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용이 안을 몇 번 쑤석거려 준 것만으로 뒤로 애액을 분수처럼 싸며 경련하듯 몸을 연신 덜덜 떨었다. 그 와중에도 엉덩이는 계속 흔들렸다.

절정에 이르면서도 용의 것을 탐하는 행태가 음탕하기 그지없었다.

괴로운 듯한 키릴의 얼굴과 달리 그의 몸은 용과의 교미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는 것이 너무도 여실히 보였다.

그때 갑자기 네스토르가 성기를 뽑아냈다.

“네 자궁 안에 내 정을 뿌릴 거란다.”

네스토르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이상하게 움직였다. 둘로 갈라진 머리 사이로 실보다 조금 두꺼운, 마치 길고 투명한 지렁이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자잘한 돌기가 빼곡하게 돋은 몸체가 물기에 젖어 반질거렸다.

엎드려 있는 키릴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귀두가 뒤에 닿는 순간, 이상한 감촉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

왜 성기에 저런 해파리 촉수 같은 것이 달린 걸까.

“나를 네 안에 새겨 네가 내 암컷이라 다른 동족에게 알리는 거란다.”

촉수가 귀두 안으로 몸을 숨겼다 빠르게 튕겨 나오길 반복했다. 그것이 마치 수컷의 허릿짓 같았다.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활짝 열린 뒷구멍이 물을 뱉었다. 배 안이 뜨거웠다. 마치 미약이라도 먹은 듯, 자궁이 극렬하게 반응했다.

저걸 삼키는 순간, 더는 되돌릴 수 없을 거란 강렬한 예감이 키릴을 잠식했다.

키릴은 고개를 저으며 팔을 휘저었다. 네스토르가 그 모습을 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그러다 언제 웃었냐는 듯 날이 선 얼굴로 도망치려는 키릴의 발목을 잡아당기곤 뻥 뚫린 구멍에 다시 제 성기를 처박았다.

“아흐윽…….”

사납게 안을 파고든 귀두가 단번에 자궁과 닿았다. 뱀의 머리 같은 귀두가 자궁문을 때리다 양 머리를 벌려 자궁 입구를 물었다. 그리고 이상한 것이 닿았다.

“아, 안 돼, 학, 하지 마, 이상해, 악! 이거, 너무…… 이상, 무서…… 으응, 흑! 아아, 안 돼, 하악, 제발……!”

키릴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안이 이상했다. 절대 열릴 리가 없는 곳에 방금 본 이상한 것이 푹 박혀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아…… 아아! 아흐으……!”

안으로 들어간 그것이 자궁 안에 정체 모를 액을 뿌린 순간, 키릴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눈앞에 번쩍번쩍 불꽃이 튀고, 전신이 감전된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기이한 감각이 극도로 치달아 뇌가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키릴은 비정상적인 절정에 앞뒤로 물을 내뿜으며 상체를 허물어뜨렸다. 땀에 젖은 상체가 소파 위로 털썩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키릴의 안은 내내 으스러뜨릴 듯이 네스토르의 것을 억세게 조였다.

“이런, 그렇게 쥐어짜면 더 먹고 싶어 조른다고 내가 오해하지 않니.”

용은 잠시 멈칫했지만,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네 몸에 좋은 거니 익숙해지렴, 아가.”

마치 보약이라도 내린 듯한 말에 지켜보던 일리야는 한숨을 참지 못했다. 키릴은 완전히 넋이 나가 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 네 자궁은 내 것이란다.”

천천히 성기를 뽑아낸 용이 그대로 자궁을 터뜨릴 듯이 단번에 뿌리까지 쑤셔 박았다.

“흐으, 으응……! 아흐윽……!”

머리를 하나로 모은 귀두가 내리꽂히듯 자궁 입구를 쾅 찍어 올린 후 연달아 두들겨 댔다.

퍽, 퍽, 퍽, 퍽, 퍽-

저항할 수 없는 쾌감이 흘러넘쳐 온몸을 휘감고 뇌까지 휘저었다.

끔찍하리만치 황홀했다. 키릴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용은 자궁이 아닌, 키릴의 머릿속을 하얗게 터뜨렸다.

*

키릴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흣, 응! 으응……! 아, 안 돼, 거기 긁으면……! 아윽……! 으으응!”

네스토르가 키릴의 허리를 움켜쥐고 뒤에서 가차 없이 허리를 처댔다. 거대한 흉물이 안을 푹푹 찧어 댈 때마다 난폭한 마찰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때마다 키릴의 뱃가죽이 뱀이라도 들은 듯 불뚝불뚝 기이하게 움직였다. 헤벌어진 키릴의 입에서 연거푸 비명 같은 교성이 터져 나왔다. 키릴의 두 손이 소파 위를 허우적거리다 방석 가죽을 긁어 대며 울부짖었다.

“아가, 좋니? 응? 이런 건 처음 먹어 봤을 텐데, 우리 아가 입맛에 잘 맞나 모르겠구나.”

퍽, 퍽, 퍽, 퍽-

짝과 하는 첫 교미라더니, 키릴의 뒤에서 쳐 대는 용의 허릿짓이 참으로 능란했다. 부드러운 속살을 고문이라도 하듯 온갖 기괴한 짓으로 괴롭혀 대면서도 키릴을 자지러지게 했다.

“학! 하악……! 아흑, 좋아, 아, 아! 앙! 더, 힉, 흐아아…!”

“하아, 그리 물어뜯으면 이놈이 더 난폭해지지 않느냐. 배 안에 애도 있는데 조심해야지. 내 아이는 아니지만, 애 아빠가 보고 있지 않니.”

“아, 아! 더, 세게, 흑, 안쪽까지, 닿아…… 하악! 아, 아! 좋아, 좋아요, 아응, 아아!”

촉수 같은 것이 키릴의 자궁 안에 기어들어 가 무언가를 뿌린 후 키릴은 들끓는 성욕에 이성을 잃었다.

신음을 죽이려 애쓰던 모습이 마치 환상이었던 듯, 키릴은 스스로 볼기를 벌리고 네스토르의 양물을 제 안에 깊숙이 빨아들였다.

지독하게 달아오른 성감과 치솟는 욕정에 키릴은 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발버둥 쳤다. 땀방울이 사방에 튀도록 격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몸을 흔들며 손톱을 세워 손에 닿는 모든 것을 긁어내려 들며 울부짖었다. 짐승의 분신이 내벽을 뚫고 튀어나올 듯 요동치면 혀를 빼물고 개처럼 헥헥거렸다.

“흣, 흐으, 응, 응! 흑! 조, 좋아요, 아…… 아! 제발, 어떻게 좀, 제발……! 하윽!”

둘의 정사를 지켜보던 일리야는 키릴의 몸 안에 있는 자궁이 용을 위한 것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쾌락으로 열꽃이 핀 흰 얼굴엔 한 점의 이성조차 찾을 수 없었다. 오로지 음란한 본능만 남아 쾌락을 좇기 바빴다.

일리야는 그런 키릴을 보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가슴에 품은 사람이 다른 남자와 관계 맺는 모습에 상심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키릴의 지금 모습이 이런 상황에서도 순수하게 그의 음욕을 자극하기 때문이었다. 당장 키릴에게 달려들어 그 몸 안에 제 성기를 처박고 싶었다.

초점이 완전히 풀린 눈동자와 타액이 질질 새는 입가는 백치와 같은데도 그 모습이 지독히도 퇴폐적이고 유혹적이었다. 키릴이 고개를 돌려 네스토르를 쳐다보는 순간, 용이 키릴의 팔을 휙 당겨 머리를 움켜쥐고 폭력적인 키스를 퍼부을 만큼 말이다.

아래로 용의 흉측한 성기를 뿌리째 삼키고, 입으로는 한껏 입을 벌린 채 용의 타액을 받아먹는 키릴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빨간 혀를 내밀어 용의 입술과 타액을 핥던 키릴이 또다시 절정에 달했는지 움칫 몸을 굳혔다.

멍하니 벌어진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가고 음탕한 쾌감으로 눈가는 황홀하다는 듯 기쁨에 젖어 들었다. 그건 음욕에 지배당한 짐승의 얼굴이었다.

그곳에 정결한 인간이자 신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주신의 아이였고, 키릴이었다.

그래, 그의 키릴이었다.

비명에 가까운 교성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키릴은 제 앞에 누가 있는지도 잊었다. 장소도, 제 안을 들쑤시는 존재의 정체도, 이곳에서 이러는 이유도 모두 잊고 그저 용이 주는 쾌감만을 전부라는 듯 받아들였다.

그러다 우연히, 일리야와 눈이 마주쳤다.

“…….”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멍하니 그를 쳐다보던 키릴이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사색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일리야의 얼굴색 역시 하얗게 질렸다.

‘안 돼.’

키릴의 눈에 초점이 천천히 잡히기 시작했다.

네스토르가 아까보다 더 힘껏 하반신을 쳐 대며 키릴의 정신을 빼놓으려 했다. 키릴의 등 뒤에 완전히 들러붙어 유두와 요도 구멍을 긁어 대며 바싹 붙인 하체를 난잡하게 흔들었다. 성기가 좁은 내벽 안에서 요동쳤다.

다시 키릴의 눈이 탁하게 풀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초점이 잡혀 눈을 굴려 일리야를 찾았다.

일리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순간만은 할 수만 있다면 키릴이 보지 못하게 숨고 싶었다.

그는 키릴이 혹 자격지심을 품고 자신을 피할까 걱정했다.

설령 피하더라도 어떻게든 설득할 자신은 있었다. 둘이 함께 있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다. 키릴의 몸 안에 있는 자궁 또한 원래 그러한 물건이었다. 그러니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 가장 걱정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키릴이었다. 제 속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제 곁에 있어 주어야 했다.

그러나 키릴을 돌려세울 자신이 있는 것과 별개로 그를 외면하는 키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일리야가 걱정을 숨기고 살짝 웃어 보였다. 당신만 괜찮다면 이건 별일이 아니라는 듯, 용의 말대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는 듯이.

그때 키릴이 팔을 뻗었다.

“이, 일리야…….”

사지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키릴은 제게 팔을 뻗었다. 일리야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네, 키릴 님. 무엇을 해드릴까요.”

“하아, 으…… 미안.”

“…….”

“하아…… 그래도, 흣, 옆에 있, ……어 줘.”

손끝이 닿자 키릴이 매달리듯 일리야의 손을 부여잡았다. 일리야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그걸 원하십니까?”

키릴이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깜빡거리는 와중에도 일리야를 잊지 않고, 부끄러워 피하는 대신 그를 붙잡으려 했다.

“나, 하악, 원래…… 이러잖아…… 흣, 이미, 봤잖…… 아! 읏!”

선황의 위에 올라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던 자신을 일리야는 알고 있었다. 정사의 흔적을 가득 달고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때도 일리야는 키릴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로하고 안아 주었다.

“그리고…… 으응, 약속, 해…… 흣, 윽, ……나, 흣!”

그래서 키릴은 이제 그를 놓아줄 수 없었다.

둥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그것이 음욕에 미쳐 날뛰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키릴은 일리야의 다정함을 인질 삼아, 이전의 약속을 인질 삼아 이런 못난 자신을 버리지 못하게 손을 뻗었다.

배 속에 다른 이의 짐승 냄새나는 분신을 품고, 그것이 주는 쾌락에 이성마저 버리고 짐승처럼 소리를 질러 대던 와중에도 제 욕심을 잊지 않았다.

미안해. 그래도 제발, 제발.

“약속, 잊, 흑, 지…… 하윽! 아, 학, 하아……!”

일리야는 저도 모르게 환희에 찬 웃음을 비쳐 보였다.

“네, 그렇게 약속했었습니다. 지금도 당신 곁에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일리야는 그 순간, 그때서야, 키릴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를 버리지 않을 것을 확신했다.

남들의 시선과 주신의 눈이 두려워 일리야를 떼어내려던 키릴은 이제 없었다.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를 보이면서도 일리야를 놓지 못했다. 아마 일리야의 목숨이 걸리지 않은 이상, 앞으로 더한 일을 겪더라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용과 결합하여 완전히 정신이 나간 듯한 상태에서도 키릴은 일리야를 원했다.

위태롭게 뻗은 손을 잡아 한 치의 틈도 없이 깍지를 끼며 일리야는 확신했다.

이제 키릴의 모든 순간에 제가 있을 것이다. 오늘 이후, 키릴은 일리야가 원한다면 자신의 여리다 못해 숨기고 싶은 더럽고 수치스러운 부분까지 모두 내보이는 데 거리끼지 않을 것이다. 키릴의 안에서 일리야가 더없이 특별해진 것이다.

드디어.

“이제야.”

온전히 제 품 안에 들어왔다.

키릴과 육신이 연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그와 깊이 연결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성적 쾌감과는 다른, 정신적 쾌감이 대단했다. 가슴이 떨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기뻐요, 키릴 님.”

지켜야 할 주인이자, 연인과도 같은 이가 다른 남자와 관계하는 것을 보며 그를 소유했음을 느끼는 자신이 그리 멀쩡한 인간 같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딘가 비틀렸든, 사제에 대한 경애가 광신에 가까운 집착이 되었든, 무엇이든 간에 이 기쁨은 진심이었다.

그때, 교미하는 수캐처럼 정신없이 아래를 치대던 네스토르가 드디어 정액을 키릴의 안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흐아아학……!”

아무리 달궈도 미적지근한 성기와 달리 용의 정액은 뜨거웠다. 대량의 정액이 세차게 내벽을 때리는 감각에 키릴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허리를 한껏 휘었다. 찍찍 새던 정액이 강렬한 절정에 팍 물을 뿜었다.

“하악! 학! 하아, 학!”

환희에 젖어 사지를 떨며 자지러지는 키릴을 지켜보던 일리야가 키릴의 상체를 끌어안았다. 용의 정액을 받으며 같이 절정에 오른 키릴이 움찔움찔하면서도 얌전히 그에게 몸을 맡겼다.

땀에 젖어 미끈거리는 몸이 무척 뜨거웠다. 안은 더 뜨거울 것 같았다. 키릴의 몸에 들러붙은 체액을 모조리 핥아내고 그의 안에 깊숙이 파묻히고 싶었다. 키릴은 기꺼이 그를 받아 줄 것이다. 그리 생각하자 배 속이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키스하는 둘을 내려다보던 네스토르가 몸을 숙여 키릴의 등에 달라붙었다. 통통하게 부은 유두를 비벼 주자 키릴이 허리를 더 요란하게 흔들었다.

네스토르가 목을 울리며 웃었다.

“가슴도 못 만지게 하더니…….”

말랑한 가슴살을 주물럭거리며 네스토르는 더욱 깊이 귀두를 찔러 넣었다.

“아아……!”

마침내 사정을 마친 용이 성기를 뽑아내자마자 거품 섞인 씨물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그곳에 일리야의 성기가 파고들었다.

키릴은 종이 다른 두 수컷 사이에 끼어 해가 질 때까지 번갈아 흔들려야 했다.

*

키릴 일행이 휴게실 밖으로 나와 신전으로 돌아갈 때까지 네스토르 외의 다른 용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황궁 안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상관없었다.

키릴에게 용은 이제까지, 앞으로도 오직 네스토르뿐이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