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임신 후 두 달이 지나자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임신이라 처음만큼 무섭거나 불안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옆에 모든 것을 다 내보여도 좋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픈 곳은 없었지만 몸이 조금 무겁고 나른했다. 제법 오랜 시간 쌀쌀한 실외에 있다가 실내로 들어오니 더 그런 듯했다. 일리야는 찬 기운을 두른 키릴의 몸을 데운답시고 외투를 덮여 주고 보온석까지 품 안에 넣어 두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몇 번이고 키릴의 상태를 물었다.
“하필 이런 날씨에 야외 행사라니. 춥진 않으십니까?”
“괜찮아. 네 덕분에 곤란한 상황은 없어서 그리 힘들진 않았어. 날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고.”
키릴의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일리야는 바닥에 깔린 보온 장치를 작동시켰다. 금세 훈훈한 공기가 감돌자 키릴은 몸이 한없이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키릴은 푹신한 소파에 파묻히듯이 앉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리야를 구경했다.
얇은 카펫 위를 오가는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듣기 좋았다. 일리야는 따듯한 차와 비스킷을 가져와 테이블에 놓은 뒤, 다시 다용도실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접이식 간이침대를 가져와 소파 앞에 두었다. 담요와 베개 대용으로 쓸 낮은 쿠션까지 챙겨 침대 위에 올려 두던 일리야가 돌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던 키릴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생긋 웃으며 다가왔다.
“침실로 가셨으면 싶지만, 두 시간 뒤에 손님이 오신다고 하셨으니 여기서 한숨 주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 말에 소파에 늘어져 있던 키릴이 앞에 놓인 침대로 옮겨 갔다. 두 다리를 펴고 누우니 확실히 몸이 좀 더 편했다. 일리야가 키릴에게 담요를 덮어 주며 그와 마주 보도록 소파에 앉았다.
“기운이 없으셔서 걱정됩니다.”
“그냥 졸린 거야. 차라리 이게 나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안에서 물이 왈칵 나오거나, 약 먹은 사람처럼 혼자 흥분하여 안달하던 때에 비하면 수면 욕구는 힘든 축에도 들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졸린 이유를 떠올리면 그다지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행사 때 추태를 부릴까 봐 나오기 전까지 일리야의 것을 안으로 몇 번이고 받았다. 그랬더니 밖에 나와 몸이 가렵거나 야한 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너무 졸렸다. 키릴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식곤증이라고도 할 수 없고…….’
부끄러워서 차마 졸린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나른함에 취해 눈을 깜빡거리던 키릴은 잠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분명 그렇게 평온하게 잠들었는데. 뒤숭숭한 꿈을 꾸었다.
‘응! 흣! 그만, 그만 하세요!’
‘만지면서 싸네요. 임신하니 조금만 느껴도 참지 못하고 싸는군요.’
‘좋으시죠, 사제님?’
‘하윽, 아아, 흐아악……!’
사각사각.
키릴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펜이 종이 위를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며 종이 넘기는 소리도 이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종이 뭉치가 놓인 테이블이 보였다. 그 옆에서 일리야가 서류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흰 장갑에 감싸인 손이 펜을 쥐고 움직이는 모습을 멍하니 보니 다시 졸음이 왔다.
하지만 다시 잠들고 싶진 않았다. 그랬다가는 또 예전의 꿈을 꿀 것만 같아서였다. 첫 임신 때 지금처럼 배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부터 태의에게 진료를 빙자한 희롱을 당했다. 당시에 그는 삽입하지 못하는 대신 제 손으로 키릴의 안을 함부로 만져 댔다. 간이침대가 그때의 의무실 침대와 비슷했기 때문일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잠들었던 탓인지 그때의 꿈을 꾸었다.
키릴은 젖은 허벅지를 느끼며 한숨을 삼켰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몸은 짧은 꿈만으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때처럼 또 흥분하여 하반신이 축축해질 만큼 물을 흘렸다.
“깨셨습니까?”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서류를 치워 둔 일리야가 키릴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일하고 있었니?”
“교관님이 확인해 두라고 하셔서. 아까 다 끝냈습니다. 키릴 님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요.”
일을 마치고 빤히 쳐다봐도 모를 정도로 무슨 생각을 그리했냐며 일리야가 물었다.
“딱히…….”
키릴이 고개를 젓자 잠시 말없이 그 얼굴을 들여다보던 일리야가 키릴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가 키릴의 배를 살피며 물었다.
“이때쯤 준비하거나, 주의해야 하는 게 있습니까?”
“전에 말했듯이 좀 예민해지는 것 외에는 없어. 용의 인공 자궁이라 다른 인공 자궁에 비해서도 튼튼해. 너무할 정도로.”
임신 방법부터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까지 죄다 변태 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미 일리야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리야는 용의 인공 자궁이란 말에 잠시 몸을 굳혔다. 그는 인공 자궁이란 것만 알았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몰랐다.
“마탑의 것이 아니었습니까?”
“응. 동대륙 건 아니야. 알약을 먹어서 만드는 건데 용족이 만든 거라더라.”
“알약……. 어떤 약이었는지 기억나십니까?”
키릴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황이 주었던 약을 설명했다. 키릴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일리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놀랐니?”
키릴이 일리야의 볼을 어루만지자 일리야가 그 손에 볼을 비볐다. 어리광부리듯 한참 볼을 비빈 일리야가 키릴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빠르게 표정을 추슬렀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일리야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키릴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건……. 예민해지는 것 말고, 말입니다.”
“그것 말고는 없어. 자궁이 만들어질 때 거기에 맞게 내부가 변한다고 들었으니. 건강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런 건 좀 곤란하지만.’
키릴은 그새 젖은 가슴팍을 더듬으며 뒷말을 삼켰다. 알껍데기에 싸여 태어나는 아이가 젖을 물 리도 없는데 임신 초기부터 유즙이 넘쳤다. 판판한 가슴이 말랑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안이 모유로 가득 차는 게 너무 이상했다. 대체 용이 무슨 생각을 하며 약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잤지?”
“한 시간이 조금 못 되게 주무셨습니다.”
“그래, 고마워. 음, 화장실 좀 다녀올게.”
키릴이 가운을 여미며 몸을 일으켰다. 일리야 몰래 젖을 빼고 올 생각이었다.
‘좋으시죠, 사제님?’
꿈의 잔재인지 그때의 감각이 되살아나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인데도 제 안을 쑤시던 긴 손가락의 느낌만은 유난히 선뜩하게 남았다.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런데도 야릇한 기분이 들어 아랫배가 꽉 죄어오는 것이 일리야와 붙어 있다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
키릴이 침대에서 내려가려는데 일리야가 그 몸을 덮쳐 눌렀다.
“어딜 가려 하십니까? 저를 두고.”
“화장실에 간다고……. 왜 그러니?”
“이것 때문인 겁니까?”
일리야의 손이 키릴의 가운 안을 파고들었다. 옷 위로 가슴을 움켜쥐자 벌어진 튜닉 사이로 젖은 셔츠가 보였다. 일리야가 힘을 주자 흰 천이 물기를 머금고 번지듯이 더 짙어졌다.
“흣……!”
“제가 빼 드릴 텐데. 언제 절 부르시나 했더니, 왜 아깝게 버리려고 하세요.”
일리야가 매달리듯이 키릴을 끌어안았다.
“제가 해드리는 건 싫으십니까?”
“아니야, 그렇지 않아. 지금은 약속도 있고, 내가 자제하지 못할 것 같아서 혼자 금방 하고 오려고…….”
“키릴 님, 절 버리지 마세요.”
“무슨…….”
키릴은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떴다.
화장실에 혼자 가겠다는 말에 일리야가 왜 이리 반응하는지 몰라 키릴은 그저 당황스러웠다.
‘용의 인공 자궁이란 걸 들었을 때 보인 표정이 좀 걸리긴 했는데…….’
키릴은 일리야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느끼며 다시 침대에 얌전히 누웠다. 팔을 들어 애정을 담아 일리야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키릴의 가슴에 파묻혀 있던 고개가 슬쩍 위로 들리고 형형한 보라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네 탓이 아니야. 옛날 꿈을 꿔서 기분이 좀 그래서 그랬어. 못 볼 꼴을 보일 것 같았거든.”
그동안 별별 꼴을 다 보였는데 이제 와서 말이다.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리야를 좋아해서 그랬다. 좋아하는 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건 당연했으니. 키릴은 뒷말은 숨긴 채 일리야의 몸을 살짝 밀고 자리에 앉았다.
“넌 뭐가 그리 걱정되어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했어?”
일리야가 표정을 숨기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갑자기 불안해져서 그랬습니다.”
“음……. 혹시 이게 용족의 물건이라 그런 건 아니고?”
키릴이 자신의 배를 만지며 물었다. 이종의 물건이라 꺼림칙해서 그러냐는 물음에 일리야가 바로 정색하며 부정했다.
“이미 키릴 님의 일부가 된 이상 그건 상관없습니다. 단지, 절 두고 멀리 가실 것 같아서. 누군가 키릴 님을 제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죄송합니다.”
일리야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제가 조금 과했다며 괘념치 말라 일렀다.
“안 가. 어디로 안 갈 거야.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계속 같이 있기로 했잖니?”
키릴이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말하자 일리야는 그제야 표정을 풀며 웃어 보였다. 그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던 키릴이 일리야의 이마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 맞췄다. 커다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동그랗게 뜬 눈이 참으로 귀여워서 키릴은 목을 울리며 낮게 웃었다.
“넌 나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니 그런 자신감 없는 말은 하지 말렴.”
키릴은 아직 어린 티가 남은 매끈한 볼에도 입술을 깊이 눌렀다. 일리야가 간지러운 듯 웃으며 키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너도 내가 그런 소리를 하면 싫어했잖아. 나도 그래.”
“……그럼.”
“응.”
무슨 말이든 해 보라는 키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일리야가 불쑥 물었다.
“무슨 꿈을 꾸셨는지 알려 주세요.”
“……응?”
“옛날 꿈을 꾸셨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키릴의 말에 괜히 나쁜 기억을 되새기게 될까 싶어 묻지 않으려 했지만, 그것 때문에 평소보다 흥분할지 모른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거북하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이유가 궁금하여 여쭈었어요.”
“그냥 예전에…….”
키릴은 일리야에게 안겨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요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도는 집무실 안은 진료실과 달랐지만 간이침대 탓인지 그때를 연상케 했다. 살짝 무거워진 몸도 거기에 한몫했다.
“처음 임신했을 때 선황이 진료한다면서 장난을 쳤던 적이 있어.”
키릴은 시간을 확인한 후 일리야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일리야는 기다렸다는 듯 키릴의 옷을 풀어 헤치고 아까처럼 부풀어 오른 가슴을 움켜쥐었다. 보라색 보석 틈새로 흰 물이 찍 샜다.
“흐으으…….”
일리야가 흘러내린 유즙을 할짝대자 키릴이 직접 구멍을 틀어막은 보석을 떼어냈다. 작은 살덩이를 조이던 링까지 빼내자 키릴은 쾌감과도 같은 해방감을 느꼈다. 그새 유두 끝에서 질질 새어 나온 젖물이 맨살을 적시는 느낌마저 성감을 돋우었다.
“하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들으면서 도와줄래?”
“기꺼이.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빤히 쳐다보는 일리야의 시선에 키릴이 볼을 붉히며 손을 움직였다. 가슴 주변을 배회하는 일리야의 손을 잡아 내리고 스스로 가슴을 움켜쥐고 젖을 짰다. 일리야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려 뿜어져 나온 젖물을 받아먹자 키릴이 그 벌어진 입에 유두를 가져다 대었다. 홀린 듯이 키릴의 행동을 지켜보던 일리야가 허겁지겁 말캉한 살덩이를 물고 쪽쪽 빨았다.
“응, 응……! 하악…….”
모유가 차오르며 유두와 그 주변이 더 예민해진 터라 이렇듯 젖을 빨릴 때마다 몸이 저릿저릿하다 못해 뒷구멍이 욱신거렸다. 다리를 한껏 벌리고 성기를 받아 물고 싶어졌다.
아니, 지금은 다른 걸 원했다.
‘……더는 그때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양쪽 가슴을 잔뜩 빨린 뒤 키릴은 무릎을 매트에 대고 올려 앉아 일리야의 손목을 붙잡았다. 젖을 짜 주지 않아도 알아서 빨아 먹는 일리야를 힐끗 내려다본 키릴이 일리야의 손가락을 잡아 펴며 스스로 아래로 가져다 대었다.
“그때 태의가 여기에, 읏…….”
“츄읍, 여기에?”
“소, 손을 넣고…… 진료라고, 으으응…….”
일리야의 손가락이 바지를 잡고 슬그머니 끌어내렸다. 아래에 닿는 살이 모조리 축축했다. 엉덩이 사이로 걸쭉하게 흘러내린 음액이 일리야의 손을 끈적하게 적셨다. 키릴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너무 수치스러워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와중에 일리야의 손끝이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 순간 수치심 따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전신을 관통한 극렬한 감각에 머리가 찡했다. 순식간에 치솟는 성욕에 안달이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아……! 아! 으응……! 흐윽!”
손가락 두 개가 안을 파고들었다. 언제부터 이리 젖었는지 안이 흥건했다. 임신한 후 안이 더 뜨겁고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지금은 속살이 야들야들하다 못해 녹을 것 같았다. 뜨겁고 축축하고 물렁물렁한 육벽이 쫀득하게 조여드는 느낌에 가슴을 빨던 일리야가 참지 못하고 앓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손가락이 아닌 성기를 쑤셔 넣고 싶었다.
“더, 더 넣어 줘.”
하지만 키릴은 제 손가락을 더 원하고 있었다. 죽은 이가 남긴 감각을 자신의 것으로 덧씌우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잠시 참아야 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했다.
일리야는 대신 젖구멍을 혀끝으로 헤집으며 집요하게 가슴을 빨아들였다. 부드러운 가슴에 코끝을 비비며 정신없이 젖물을 탐했다. 남자의 몸으로 이렇게 말캉하고 달큼한 냄새가 나는 가슴이라니. 키릴은 온몸이 야했다.
손가락이 세 개에서 네 개가 되자 키릴이 일리야의 손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허리를 움직여 스스로 일리야의 손가락에 제 안을 비볐다. 키릴은 마치 자위하듯 제 몸을 흔들었다.
“응, 응, 좋아, 으응……!”
태의가 했을 때와 달리 거부감 따윈 한 점도 없었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의 주인이 일리야라고 생각하자 너무 좋아 그 손에 마구 안을 비비고 싶었다. 몸만이 아닌 머리끝까지 미친 듯이 달아올랐다.
“이상해…… 흑! 왜…… 으응, 일리야, 흣, 좋, 아……!”
구명줄이라도 되는 듯 일리야의 손목을 움켜쥐고 허리를 난잡하게 돌리며 손가락을 삼켰다 뱉어내길 반복했다.
“아! 아! 아! 흑! 흐으응! 읏! 으응……!!”
어느새 발기한 키릴의 성기는 아까부터 정액을 물처럼 쏟고 있었다. 들끓는 욕정에 몸을 음탕하게 흔들며 한껏 쾌락에 젖어 드는 얼굴이 더 없이 음탕하고 미려했다. 땀에 젖어 흐트러진 은발까지 유혹적이었다.
“움직여 줘. 아, 안에 비벼 줘, 흑, 이, 일리야. ……아아!”
일리야는 제 이름을 부르는 키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손가락에 희롱당해 한껏 예민해진 내벽을 비비고 마구 헤집으며 치밀어 오르는 난폭한 충동을 참았다. 키릴은 허릿짓을 멈추지 못하고 손가락을 더 깊이 삼키지 못해 안달했다. 아무리 좋아도 가장 깊은 곳에 닿지 않아 안타까웠다.
키릴이 조급한 손길로 일리야를 끌어안자 흥분한 일리야가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덮치듯 키릴을 짓눌렀다. 안을 채우던 손가락이 갑자기 빠져나가자 키릴이 흠칫하며 몸을 굳혔다. 애타는 눈빛이 일리야를 향했다.
“키릴 님 잠시만…….”
키릴의 위에 올라탄 일리야가 바지 매듭을 풀었다. 벌어진 천 사이로 커다란 살덩이가 튀어나왔다. 음낭까지 나오지 못해 직접 꺼낸 일리야가 제 성기를 쥐고 키릴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말고, 좀 더 큰 걸 먹어 주세요.”
키릴이 멍하니 일리야를 올려다보기만 하자 직접 키릴을 제 위에 앉혔다.
“아까 한 거 계속해 주세요. 대신 손가락 대신 이걸로.”
“아…….”
일리야의 가슴에 손을 대고 엉거주춤 앉아 있던 키릴은 제 아래에서 꺼떡거리는 음경을 느끼곤 나른한 한숨을 흘렸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하고 뜨끈한 이 살기둥은 익숙한 물건이었다. 존재를 인식한 것만으로 뒤가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 같았다.
“하아……. 넣을래.”
키릴이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허리를 들어 올렸다. 일리야가 익숙하게 키릴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자 키릴이 꺼떡거리는 성기를 잡고 제 안에 대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안을 찢을 듯이 벌리며 쑤셔 박히는 감각에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좋았다. 아래 입으로 삼키기만 하는데도 너무 좋았다.
“흐으, 으으응……!”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는데도 키릴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두 눈이 완전히 풀려서 고개를 젖히고 계속해서 성기를 삼키는 데만 집중했다.
두께와 길이, 모양, 묵직한 부피감까지 이젠 너무 익숙해져 이 굵은 살덩이가 타인의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제 것 같았다.
황제에게 길들었던 몸은 이제 완전히 일리야에게 맞춰졌다.
이것이 주는 기쁨을 아는 육신이 한껏 달떠 음란한 물을 쏟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구멍이 끈적한 음액을 질질 흘리며 살기둥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성기를 뿌리까지 삼켰을 때 귀두가 자궁 입구를 후벼 파듯 쑤셔 올린 순간, 키릴은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듯한 극렬한 자극에 앉은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삽입만으로 갈 것 같았다.
“아, 아! 아으응! 흐응, 흣!”
키릴은 정신없이 허리를 놀렸다. 골반을 돌려 굵고 기다란 성기에 음란한 속살을 뭉개듯이 비비다 엉덩이로 아래를 찧어 대며 스스로 안을 쑤셔 헤집어 댔다. 키릴이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커다란 흉기 같은 성기가 빠듯하게 벌어진 작은 구멍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기괴하면서도 음탕하기 그지없었다.
“하으, 흣! 아, 조… 아, 으응! 응!”
제 위에서 몸을 들썩이는 키릴을 핥듯이 지켜보던 일리야가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를 튕겨 올렸다.
“아……! 아아! 좋아, 아, 아! 흑……! 여기까지…… 다, 학! 아…… 아흑!”
여기까지 닿았다며 살짝 솟은 배를 만지는 모습에 일리야가 사납게 웃으며 거칠게 허리를 위로 쳐올렸다.
“흐아……! 아! 으으응! 응! 하읏, 응……!”
무자비하게 아랫도리를 처박는 힘에 키릴은 도저히 허리를 세울 수 없었다. 일리야가 움직이는 대로 정신없이 흔들리다 결국 따라가지 못하고 쓰러지듯 엎드렸다. 일리야의 얼굴 양옆에 손을 짚고 나서야 키릴은 겨우 그의 허릿짓에 맞춰 움직일 수 있었다.
일리야는 고개를 들어 제 위에 엎드려 허리를 흔드는 키릴의 얼굴을 보다 앞을 보았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가슴이 마치 유혹하는 것 같았다. 일리야가 고개를 들어 가슴을 핥자 키릴이 목을 한껏 뒤로 젖히고 몸을 떨었다. 내내 빨려 한껏 민감해진 유두를 자극하자 등골이 저릿하게 떨렸다.
어느새 몸이 뒤집히고 자세가 뒤바뀌었다. 키릴은 등을 잔뜩 휜 채로 일리야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애가 닳아 몸을 들썩거렸다.
일리야는 키릴의 가슴을 입에 문 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는 반쯤 이성이 나간 사람처럼 키릴의 몸을 파고들었다. 거센 삽입에 안에 고여 있던 온갖 체액이 픽픽 튀었다. 끼익끼익, 성기사의 커다란 몸이 거칠게 움직이자 침대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아! 아! 응! 아흐윽! 윽, 아학! 앙! 아아아……!”
일리야가 주는 쾌감에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키릴은 짐승처럼 헐떡이며 일리야의 입술을 물고 빨며 수컷의 성기를 탐욕스럽게 품었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쾌락에 찌든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하며 기억이 간간이 끊겼다.
확실한 건 제 기사의 성기에 쑤셔 박히며 그가 싸지른 정액에 온몸이 환희에 차 자지러졌다는 것뿐.
약속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끈적하게 달라붙은 두 몸은 떨어질 줄 몰랐다.
*
옷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자 문 앞에 성기사 하나와 마법사가 서 있었다. 키릴은 흠칫하며 둘의 표정을 살폈다. 태연한 낯이었지만 안쪽의 소리를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궁정 마법사가 왜 여기에……. 만나기로 한 장소는 여기가 아닐 텐데?’
면회를 요청했던 마법사는 이미 안면이 있는 자였다. 선황의 장례식 때 키릴에서 겉옷을 빌려주었던 자였다. 일리야가 대신 옷을 돌려주며 확인한 바로 궁정 마법사라고 했다. 선황이 죽은 날, 황실에서 보낸 인원 중에 궁정 마법사가 있었기에 알아보았다고 했다.
일리야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알현 시간은 아직입니다만. 알현실에 계시지 않고 어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아, 그건 제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손님께서 물건만 전달하고 바로 가보셔야 한다고 하셔서, 알현실에서 뵙기로 한 걸 제가 몰랐던 터라 이곳으로 모셔왔습니다.”
마법사의 옆에 있던 기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분이 명확하고 황실에서 온 손님이니 옆에서 확인만 하면 되는 일이라 판단한 듯했다. 마법사가 왜 알현실에서 보기로 한 사실을 성기사에게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리야가 눈가를 좁히며 마법사를 살피는 사이, 그는 빙긋 웃으며 키릴을 보았다.
“선황의 유품을 정리하다 주인이 따로 있는 듯한 물건이 있어 전해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마법사가 상자를 키릴에게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키릴은 표정을 굳혔다. 선황의 유품 중에 자신에게 줄 것이 있었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고, 그다지 달갑지도 않을 일이었다. 선황이 키릴에게 준 것들이 모두 일반적인 선물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
키릴이 애써 웃으며 물건을 받아들자 용건을 마친 마법사가 이만 가보겠다며 성기사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옆에 있는 자는 마법사를 여기까지 안내해 주기 위해 온 듯했다.
이상하게 찝찝해서 키릴은 상자를 쥐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 머릿속으로 불쑥 마법사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옆에 있던 기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으니 괜찮습니다.
키릴이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고개를 돌리자 마법사는 이미 성기사와 함께 뒤돌아 걷고 있었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으니 괜찮다고? 들으면 곤란한 소리란 걸 알고 있다는 건가?’
키릴이 있던 곳은 집무실이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방음 처리가 따로 된 곳인데 마법사는 대체 무엇을 어떻게 들었단 말인가.
‘그냥 해 본 말인가? 아니,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
키릴의 머릿속에 의문이 차올랐다.
대신관의 출산기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