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9/72)

18.

일리야의 상관인 상급 성기사가 들고 있던 짐을 놓고 주위를 살폈다.

“너무 일찍 왔나?”

외부 임무를 받고 다른 도시 신전으로 가는 길이라 준비할 것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았다. 서둘러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바로 나왔더니 미리 와 있어야 할 전동차가 보이지 않았다.

주위가 조용했다. 시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창고용으로 쓰던 보관고까지 자리를 옮겨 텅 빈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수련생 시절 이곳에 장비 심부름을 하며 오갔던 기억이 있어 새삼 아련한 기분에 젖었다.

그는 충동적으로 짐을 놓고 창고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그러다 먼 곳에서 걸어가는 성기사 일행을 발견했다. 상급 기사의 월등한 안력은 성기사의 생김새며 표정까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는 금발과 부드러운 표정으로 웃는 미공자는 분명 제가 아는 녀석이었다.

‘일리야. 옆에는 신관인가?’

일리야는 훈련 교관이자 대신관의 전담 기사인 동료 기사가 특히 아끼는 녀석이었다. 그 역시 일리야를 몇 년간 지켜보며 머지않아 자신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녀석이란 걸 느꼈다. 그 외모에 능력까지. 여러모로 눈에 띄는 녀석이었지만 벌써 신관의 간택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저 나이에 대신관에 오른 신관의 호위라. 저 녀석은 나처럼 길게 밖으로 나돌 일은 없겠네.”

토벌이나 외부 임무를 받더라도 대신관의 호위를 맡은 이상 장기 임무는 받지 못할 것이다.

대신관이 자리에 멈추자 일리야가 대신관의 손을 잡고 정중히 벤치에 앉혔다. 대신관의 표정이 나른한 것이 피곤한 듯했다. 일리야가 대신관에게 물병을 건넸다.

올려다보며 무언가 말하는 대신관과 고개를 숙여 귓가에 무어라 답하는 일리야를 보며 기사는 묘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대신관의 전담 호위가 된 게 그리 좋은가? 얼굴에 꽃이 폈네.”

대신관을 대하는 태도가 지극히 정중했다. 상대가 그럴 만한 신분이었지만, 늘 독하게 훈련만 하던 녀석의 그런 모습이 의외로웠다. 추기경의 소개에 어쩔 수 없이 맡은 호위는 아닌 것 같았다. 태도는 물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충만감에 가득 차 반짝이는 보라색 눈동자가 더없이 기뻐 보였다. 아니, 기쁘다 못해 지나치게 달콤해 보였다.

기사는 일리야의 외모가 워낙 미끈하게 생긴지라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만으로 그리 보인다고 생각했다. 보고 있자니 불쑥 저도 다른 신관의 전담 호위를 맡을까 하는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저런 신관님이라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가진 신성력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저 단아하고 깨끗한 생김새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대신관은 신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인간답게 맑고 고왔다. 곁에 가면 달큼한 냄새가 날 것 같았다. 하얀 목을 가린 옷깃이 어째선지 아쉬웠다.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대신관이 어깨를 움찔하더니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굳게 다물렸던 입술이 열리자 하얀 치아가 보였다. 기사는 제가 거기까지 안력을 높인 줄도 몰랐다.

일리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무어라 말을 건네는 것이 보였다. 대신관은 아까부터 피곤한 듯 보였는데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안력을 더욱더 높이며 대신관의 상태를 살폈다. 이상하게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기사는 제가 대신관의 전신을 집요하다 못해 핥듯이 보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불쑥 일리야가 몸으로 그의 시야를 막았다. 그가 키릴의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이자 그보다 체구가 작은 키릴의 모습이 거의 다 가려져 얌전히 앉은 다리만 보였다.

잠시 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빈 창고로 향했다. 기사의 시선이 뒤를 따랐다. 문을 열고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창문이 막혀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무슨 일인지 소리라도 들기 위해서였다. 청력을 키우자 희미하게 말소리가 들렸다. 옷자락이 부딪히는 소리와 습한 소리의 정체가 뭔지 알기도 전에,

“기사님!”

누군가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돌아보니 그를 태우고 갈 전동차가 뒤늦게 도착한 참이었다.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기사는 마지못해 걸음을 떼었다.

그는 자신이 왜 주저하는지도 몰랐다. 거기에 의문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긴 시간 수도 신전을 떠나 있으며 자연히 오늘 느낀 감정을 잊었다.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

임신 사실을 고백한 후, 이 주가 지났다.

키릴의 가슴이 살짝 부풀고 유백색의 모유가 차기 시작했다.

한 번 겪었던 일이라 크게 당황하진 않았지만 곤란한 건 처음과 똑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유즙이 넘쳐흐르자 키릴은 어쩔 수 없이 선황의 선물을 다시 꺼냈다. 그걸 본 일리야가 어떻게 구한 건지 몰라도 다음 날 그것과 같은 물건을 내밀었다. 생김새는 비슷한데 장식 모양과 보석 색상이 달랐다. 일리야의 눈동자 색과 같은 보라색이었다.

‘이런 걸 다시 차게 될 줄은 몰랐는데…….’

몇 번을 반복한다 해도 도저히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다.

거기다 처음보다 두 번째인 지금이 몸의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 아직 임신 초기인데도 툭하면 몸이 달떠 당황스러웠다. 가슴도 전보다 빠르게 부풀었다. 유즙의 양도 많았다. 원래도 많았는데 이젠 유두를 조이고 구멍을 틀어막아도 시간이 지나면 질금질금 샜다. 많이 새지는 않아 겉으론 티가 나지 않았지만, 유두와 그 주변이 너무 가려워서 그게 유독 힘들었다.

“조심히.”

키릴의 붉어진 볼을 본 일리야가 약하게 떨리는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벤치로 이끌었다. 키릴은 의자에 앉자마자 약하게 이마를 찡그렸다. 입에서 절로 마른 한숨이 흘러나오자 일리야가 물병을 내밀었다.

“아까 마셨는데.”

키릴이 또 마시라는 거냐는 눈으로 제 기사를 올려다보았다. 일리야가 고개를 숙여 키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 많이 흘리셨으니 다시 수분을 채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밖으로 나오기 전 집무실에서 둘이 뒤엉킨 일을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키릴은 그 순간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튄 정액이 떠올라 얼굴을 붉혔다. 일리야는 그저 자신이 탈진할까 봐 걱정해서 한 말인데 그걸 듣고 낯 뜨거운 생각을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키릴은 말없이 일리에야게 물병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뒤늦게 목이 말랐음을 깨달았다. 밖에서 실수할까 봐 긴장하여 갈증도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고마워. 마시니까 좀 낫다.”

몇 모금 더 삼킨 키릴이 물병을 내밀자 일리야가 받아 챙겼다. 키릴은 걱정스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괜찮아. 옆에 네가 있어 줘서 크게 불안하진 않으니. 조금 신경이 쓰이는 정도야.”

“제가 좀 더 안을 채워드렸으면 지금보단 편하셨을 텐데.”

“……아냐, 너 많이 해 줬어. 정말로.”

키릴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한숨을 삼켰다. 넘치도록 안에 싸고도 정액을 더 채워 주지 못해 자책하는 성기사라니. 웃을 수도 슬퍼할 수도 없었다.

일리야는 임신으로 툭하면 발정하는 키릴의 몸을 진정시키려면 안에 정액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변태적인 사실을 알고부터 서슴없이 키릴과의 관계를 입에 담았다. 전처럼 제 흥분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에겐 키릴의 평안함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자주 몸을 겹치는데도 키릴은 종종 밖에서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일리야의 걱정은 깊어졌다.

오늘도 마찬가지. 문서고에 들어갔던 키릴이 눈가를 잔뜩 붉힌 채로 밖으로 나왔다.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일리야의 귀는 불안정하게 흐트러진 호흡을 놓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키릴을 위해 인적 드문 곳만 골라 걷다 보니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외부인이 많이 오는 날이라 구석진 곳에 들어가 몸을 살피는 것도 어려웠다.

“차라리 화장실에 갈 걸 그랬어.”

“들킬 겁니다. 우린 티를 많이 내는 편이잖습니까.”

키릴은 신음을 잘 못 참았다. 아무리 옷을 물고 참으려 해도 소리가 샜다. 거기다 몸에 물이 많아 안에 삽입하면 찌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데다가, 일리야 또한 키릴을 통해 색사를 배워서인지 관계 중에 흥분하면 행동이 거칠어졌다. 얼마 전엔 고해실에서 하다 밀실을 반쯤 부순 적도 있었다.

밀실 문짝이 떨어졌던 기억을 되살린 키릴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니, 화장실에서 너와 하겠다는 게 아니라 몸 좀 살펴보려 그런 거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그쪽 문제 아닙니까?”

흥분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소리였다. 진정시키려면 보는 것만으론 안 되는 걸 알기에 일리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키릴이 시무룩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다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그냥 긁고 싶어서 그래. 가슴이 간지러워서.”

“그리고요?”

“……다른 건 참을 만해. 그러니까 좀 쉬었다가 가자.”

첫 임신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그때는 궁에 틀어박혀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물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도 전보다 심한 건 맞지 않나? ……점점 심해지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더는 임신 같은 거 하면 안 되는데…….’

깊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키릴은 한숨을 참으며 제 앞에 선 일리야를 올려다보았다.

“나 챙겨 주느라 네가 고생이 많아. ”

“제 기쁨이니 염려치 마시길.”

일리야가 옆으로 오더니 불쑥 허리를 숙였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지켜드리겠다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키릴의 파란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일리야가 충동적으로 하얀 이마에 입 맞췄다. 일리야는 금세 허리를 세우고 시치미를 뗐지만, 키릴은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흰 얼굴을 발갛게 붉히고 다급히 주위를 살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한 명뿐입니다. 제 등만 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명……. 사람이 있었어?”

그것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키릴이 기함하자 일리야가 걱정하실 일은 없을 거라며 생긋 웃었다.

“너……! 조심해야지.”

언성을 높이려던 키릴이 마지막에 소리를 급히 낮추며 일리야를 나무랐다. 일리야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힐끗 굴려 뒤쪽의 기색을 살피는 듯하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 등만 보고 있을 거란, 제 말을 믿으세요. 저쪽은 이제 키릴 님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네, 조심하겠습니다. 그보다 아까보단 좀 나아지셨어요?”

“……놀라서 간지러운 것도 잊었어.”

그렇게 말하던 키릴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낮게 웃음을 흘렸다. 일리야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얼굴을 지켜보다 창고가 있던 방향을 힐끗 보았다.

“잠시 뒤에 집회실에 가셔야 한다고 하셨죠?”

“응. 아까 문서고에 가서 작년 기록을 찾아본 것도 회의 때 필요해서 그런 거라. 그때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을 거야.”

“그렇군요. 숙소나 집무실에 들리기도 애매한 시간이군요.”

키릴이 지친 듯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야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속삭였다.

“그럼 제가 긁어드릴게요.”

“뭐?”

키릴이 흠칫했다. 언젠가 침실에서 키릴의 안에 들어오기 전 일리야가 했던 말이었다. 삽입을 연상시키는 그 말에 키릴은 당황했다. 설마 여기서 하겠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무슨 의도인지 몰라도 연상작용 탓인지 키릴의 몸은 그 말에 살짝 더 달아올랐다.

“가슴, 간지럽다고 하셨잖아요.”

“아…….”

키릴이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일리야는 허락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그대로 키릴을 일으켜 근처에 있는 창고로 데려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일리야는 문을 잠그고 널려 있는 상자 위에 키릴을 앉혔다. 그리고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키릴의 가운을 벌렸다.

“벗겨드릴게요.”

일리야는 제 신관의 상의를 헤집어 끌어내린 후 드러난 맨 가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부풀어 오른 유두가 링에 꽉 조여진 것이 아파 보였다. 젖구멍을 틀어막은 보석 또한 커진 살덩이에 파묻혀 마치 몸의 일부인 것 같았다.

튀어나온 살을 밀어 그 속에 파묻힌 링을 살살 만지자 키릴이 신음을 참듯 입술을 앙다물었다. 일리야는 손을 멈추지 않고 물었다.

“아프진 않으세요?”

“아픈 것보다, 간질간질해. 으, 읏, 빼고 싶어.”

“예, 바로 빼 드릴게요.”

보석을 먼저 뽑고, 유두를 조이는 링을 빼내자 기다렸다는 듯 희뿌연 물이 울컥 쏟아져나왔다. 키릴이 허리를 비틀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일리야가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넘친 유즙을 핥아 올렸다.

억눌린 흐느낌이 두 손 밖으로 샜다.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습한 호흡이 너무도 달콤하게 들려 당장이라도 한입에 삼키고 싶었지만 귀로 더 듣고 싶은 마음에 참았다. 대신 내내 보석에 짓눌려 있던 젖구멍을 혀끝으로 살살 위로했다.

“음, 하아…….”

기묘한 감각이 등줄기를 오싹하게 훑어내렸다. 가슴에서 시작된 야릇한 성감이 아랫배를 묵직하게 치고 올라오자 키릴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렸다.

일리야가 부푼 가슴살을 조심스럽게 모아쥐고 입에 물었다. 그리고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강하게 가슴을 빨며 유즙을 들이마셨다.

“흐읍…… 으흣…….”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던 목마른 사람처럼, 또는 어미 젖을 빠는 굶주린 새끼 짐승처럼 가슴살을 물고 핥으며 젖꼭지를 쪽쪽 빨았다. 꿀꺽꿀꺽 모유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창고 안을 크게 울렸다.

“아, 흐, 흑, 하으…… 응, 으응……!”

가슴이 부풀도록 차오른 모유를 죄다 삼킬 듯이 일리야가 집요하게 가슴을 빨자 키릴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했다. 예민한 살덩이가 일리야의 입안에서 핥아지고 빨리는 느낌이 아찔했다. 그것만으로 갈 것 같았다. 입을 막고 있던 손이 스르륵 내려가 일리야의 어깨를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아…… 아! 아으윽……! 하악!”

부드럽게 애무하듯 가슴살을 어루만지던 일리야의 손길이 점점 거칠어졌다. 커다란 손이 말랑하게 부풀어 오른 살을 저속하게 비비며 뭉개다 우악스럽게 주물럭거렸다. 강하게 움켜쥘 때마다 찍찍 새는 유즙을 핥아 올리며 양쪽 가슴을 번갈아 물고 빨았다.

한참 키릴의 가슴에 달라붙어 유즙을 가득 들이마신 일리야가 유두를 쪽쪽 빨며 물었다.

“쯉, 아직, 츄웁, 간지러우세요?”

올려다보는 일리야의 모습에 키릴이 그를 꼭 껴안았다. 키릴의 살냄새를 깊이 들이마신 일리야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하얀 몸 곳곳에 입술을 찍어 눌렀다.

“키릴 님…….”

일리야의 눈빛이 짙어졌다. 야릇한 긴장감을 느낀 키릴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흐, 으…… 여기 밖이야.”

키릴은 눈 밑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면서도 뺨과 목덜미에 입맞춤을 퍼붓는 일리야를 밀어냈다.

흥분으로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던 일리야가 아쉬운 듯 키릴의 목에서 입술을 떼어냈다.

일리야의 짙은 시선이 붉어진 키릴의 얼굴을 더듬고 천천히 헐벗다시피 한 몸을 훑어내렸다. 하얀 몸이 발긋하게 달아올라 살짝 땀에 젖어 반들거렸다. 잔뜩 빨린 유두는 여전히 흰 물을 흘리며 꼿꼿하게 서 있었고 키릴이 숨을 쉴 때마다 가쁘게 오르내렸다. 여전히 평평한 배와 그 아래 살짝 부풀어 오른 바지 앞까지 훑어내린 일리야가 앉아 있는 키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아…… 일리야?”

키릴의 발을 들어 신발을 벗기고, 발을 감싼 얇은 천을 끌어 내렸다. 맨발의 발가락을 입에 넣어 사탕 빨듯 빨았다. 키릴이 간지러움에 움츠러들어도 멈추지 않았다. 일리야는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까지 침으로 질퍽하게 적시더니 발바닥을 길게 핥아 올렸다.

간지럽고 축축한 것이 미끄러지는 감각에 이상한 기분이 들어 키릴이 눈가를 찡그렸다. 발을 쪽쪽 거리며 핥던 일리야와 눈이 마주쳤다. 우아한 눈매가 붉게 물들어 지독히 야해 보였다.

일리야가 키릴의 통이 크고 얇은 바지를 밀어 올리며 보란 듯이 종아리를 혀로 비벼 올리며 빨아 댔다. 키릴이 제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음 지었다. 마치 저를 유혹하는 듯한 행동에 키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괴로웠다.

저도 모르게 다리가 벌어졌다. 이를 놓치지 않은 일리야가 단번에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아…….”

다리 사이를 입술로 비비자 얇은 천이 바스락거리며 살짝 부푼 성기를 쓸어 댔다.

바지를 끌어 내리고 축축이 젖은 살덩이를 물었다. 훅 코끝을 밀고 들어오는 야한 냄새에 일리야의 눈이 탁하게 풀렸다.

“읏, 그만, 흐으…… 읏…….”

일리야는 정신없이 키릴의 성기를 빨며 뒤를 자극했다. 천이 물을 먹고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앞이랑 뒤 중에 어디가 좋으십니까?”

“응…… 흐읏…….”

귀두를 혀로 문대자 허리가 잘게 흔들렸다. 옷 채로 뒷구멍을 찔러넣자 키릴의 몸이 번쩍 튀어 올랐다.

“역시 여기가 더 좋으신 겁니까?”

일리야가 손가락을 돌리며 입구를 자극하자 성기에서 정액이 튀었다. 일리야의 한쪽 뺨이 하얗게 젖었다. 키릴이 당황하여 일리야의 젖은 뺨을 훔쳤지만, 하얀 점액이 더 넓게 퍼졌을 뿐이었다.

키릴이 손을 거두자 손목을 잡아챈 일리야가 제 뺨에 다시 비비게 하더니, 키릴의 손바닥을 진득하게 핥았다. 혀를 길게 빼고 정액을 먹어 치우는 일리야의 얼굴이 황홀감에 젖었다. 그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키릴이 일리야의 혀에 묻은 흰 점액을 보곤 얼굴을 붉혔다.

“그만, 하지 마. 왜 자꾸 먹어…….”

“먹고 싶어요. 먹게 해 주세요. 전부 삼켜서 제 몸의 일부로 만들 겁니다.”

정액 한 방울 남지 않도록 손바닥을 싹싹 핥은 일리야가 키릴의 옷에 묻은 정액을 아쉬운 듯 보았다. 그대로 두면 옷마저 물고 빨 것 같아 키릴이 다급하게 그를 밀었다.

“잠깐만. 손으로 해 줄게.”

일리야의 바지 매듭을 풀던 키릴이 멈칫했다. 바지가 젖은 데다 옷을 뚫고 나올 듯 흉흉하게 부풀었던 것이 다시 얌전해져 있었다. 일리야가 난처한 듯 키릴의 시선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한발 물러섰다.

“키릴 님 정액 마시다 참지 못하고 그만. 이상합니까?”

“아니, 그…… 그럴 수 있지. 나도 아까 널 보고 그대로 사정할 뻔……. 으음…….”

키릴은 뒤늦게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눈을 꾹 감았다. 일리야가 사르르 웃으며 정화 구슬을 바닥에 내려놓고 키릴의 한 손을 잡아끌었다.

“지금은 참아야 하는 게 아쉽네요.”

일리야는 어느새 다시 부풀기 시작한 성기에 키릴의 손을 가져다 대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살과 살이 마찰하는 소리를 들으며 키릴은 눈을 꾹 감았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살덩이의 감촉을 애써 무시하려 해도 점점 커지는 물건이 신경 쓰였다. 발기한 성기가 배꼽까지 닿을 정도로 곧추서자 키릴은 손을 떼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흘러내린 선액으로 손바닥이 찐득하게 젖었다. 하아, 하아, 이상하게 숨이 가빴다.

일리야는 키릴의 반응을 집요하게 살피다 다시 발기한 키릴의 성기를 보곤 희게 웃었다. 그리고 바로 키릴의 손을 놓아주고 제 사제에게 속삭였다.

“넣고 싶어요. 참을 테니까…… 안아 주세요, 키릴 님.”

숨을 헐떡이던 키릴이 참지 못하고 팔을 뻗었다. 키릴이 일리야를 끌어안기도 전에 일리야가 갈급한 손길로 키릴의 목과 허리를 먼저 감싸 안고 부푼 아래를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붙였다. 일리야가 몸을 들썩이자 천 너머로 맞닿은 성기가 난잡하게 비벼졌다. 귓가를 파고드는 키릴의 젖은 숨소리가 머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일리야는 이를 악물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윽, 키릴 님, 제발, 아, 좋아, 흣, 너무 좋아요.”

“아, 흐…… 읏! 아흐, 흣……! 아……!”

일리야의 움직임이 점점 난폭해지자 키릴은 흐느끼며 고개를 마구 내저었다. 미지근하게 은근히 몸을 맴돌던 열기가 단번에 치솟아 올라 정신이 아득해졌다. 발끝이 곱아들고 허벅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고작 성기를 비비고 있을 뿐인데 치솟은 성감에 몸이 안달하고 있었다. 미칠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일리야는 키릴의 엉덩이 사이를 헤집었다. 일리야의 손이 젖은 안을 파고드는 순간 키릴은 장소도 잊고 신음을 내지르며 일리야에게 매달려 달뜬 몸을 파드득거렸다.

사정의 순간이 오자 갑자기 일리야가 키릴에게서 떨어졌다. 흐릿한 눈으로 일리야를 다시 붙잡으려던 키릴은 그대로 일리야에게 안겨 입술을 빨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다급하게 들어온 혀가 입천장을 희롱하며 혀를 비비고 얽었다. 턱밑으로 떨어진 타액이 쇄골에 고였다.

질척한 키스가 이어지고 부족한 호흡 탓인지 의식이 자꾸 깜빡거렸다. 키릴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바닥에 깔린 일리야의 망토 위에 누워 있었다. 그는 다리를 활짝 벌리고 일리야의 성기를 품은 채 정액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흐, 아, 흐으…… 차, 참는다고…… 했, 읏, 으으응……!”

“사정할 것 같아서. 읏, 정액은 필요하시잖아요. 회의가 길지 않아도, 으음, 지금도 이리 힘들어하시는데…….”

일리야가 키릴의 가슴을 뭉개듯이 주무르며 달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지금 키릴 님 모습 보기만 해도 몇 번이고 쌀 수 있을 것 같아요.”

“흐윽, 흐, 회의, 가야…… 읏, 응! 아…… 시간 얼마…… 아, 흣!”

“괜찮아요. 금방, 하아, 금방 채워드릴게요.”

그 말대로 일리야는 몇 번 허릿짓 하더니 다시 키릴의 안에 사정했다. 정말 이대로 몇 번이고 사정할 기세였다.

“이따, 윽! 이따… 가, 아, 으응……! 해…… 흣!”

“저 건강해서, 후우, 회의 끝난 뒤에도, 해드릴 수 있어요. 하아, 그땐, 잘 참을게요.”

일리야가 혀를 내밀어 키릴의 모유가 묻은 제 입술을 핥으며 눈을 활짝 휘었다.

키릴은 쾌락에 절어 정신이 깜빡거리는 상태에서도 제 어린 성기사가 갈수록 요망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다.

*

그날 저녁, 키릴은 집회실에서 돌아오자마자 일리야와 함께 침실에 틀어박혔다.

“안에, 싸 줘, 이제 그만 싸 줘…… 흐읏!”

일리야는 제가 한 말을 지켰다. 창고 안에서 연달아 사정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좀처럼 사정하지 않았다.

첫 정사 때는 절정에 오른 키릴이 안을 꽉 조이면 바로 파정했는데, 이젠 아무리 조여도 일리야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참아냈다. 그때마다 일리야의 움직임이 사나워졌다.

쾌락의 정점에 다다라 움찔움찔하는 내벽을 거침없이 들쑤셨다. 성기가 목구멍까지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꼬리뼈부터 등골이 찌르르 울리며 머릿속이 뜨거워졌다. 이러다 몸이 터질 것 같았다.

키릴은 추잡하게 몸을 흔들고 싶은 것을 참으며 일리야의 팔을 툭툭 쳤다.

“네, 네 거, 흣, 채우려고 하는 거, 잖아……!”

시도 때도 없이 흥분하는 몸을 진정시키려 정액을 채우려는 게 아니었냐는 말에 일리야가 키릴의 아래를 힐끗 보았다. 제 것이 빠르게 드나드는 구멍 주변은 물론이고 아랫도리 전체가 희멀건 점액으로 범벅되어 엉망이었다. 약간 마른 것과 되직한 정액이 한데 섞인 것이 오늘 하루 그가 얼마나 키릴의 안에 제 씨를 퍼부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부족했다.

“예, 잔뜩, 채워드릴 겁니다.”

“그, 그런데, 왜, 윽, 흣, 왜…….”

“하아……. 아깐 정액만 채워드렸잖아요.”

일리야가 상체를 숙여 키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못 물려드린 만큼, 잔뜩 물려드릴게요.”

음모가 닿을 만큼 깊이 쑤셔 넣은 일리야가 허리를 빠르게 쳐올리며 키릴을 마구 흔들어 댔다.

거칠게 아래를 퍽, 퍽 치댈 때마다 크고 단단한 성기가 내벽을 득득 긁으며 파고들어 와 속살을 으깨듯이 짓이기고 뭉개길 반복했다. 집요하고 난폭한 허릿짓에 키릴은 허벅지를 벌벌 떨며 자지러졌다.

한계까지 입을 벌리고 어린 성기사의 것을 탐욕스럽게 받아 물던 구멍이 씨물 섞인 음란한 물을 찍찍 뿜었다. 넘쳐흐른 물이 새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아! 아, 학……! 흐읏, 아, 흑! 으으응……!”

키릴은 너무 느껴서 괴로울 정도였다. 정신없이 흔들리며 저도 모르게 손톱을 세워 일리야의 등을 긁다 흠칫했다. 키릴은 입술을 꽉 깨물고 손을 동그랗게 말았다. 자꾸 관계 중에 일리야의 몸에 상처를 만들어서 큰일이라 생각하며 제 기사의 목을 감쌌던 팔을 풀고 대신 시트를 움켜쥐었다.

“키릴 님?”

정신없이 키릴의 안을 파헤치던 일리야가 의아해하며 키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시트를 쥐어뜯듯이 부여잡은 모습을 보곤 이마에 힘을 주었다.

“왜……. 안아 주세요. 목이든 등이든, 읏, 어디든.”

더욱더 자신에게 매달려 주길 원했다.

“아, 안 돼. 또 상처 낼…… 거, 흐윽, 아, 하지 마!”

일리야가 키릴의 팔을 들어 제 목에 두르도록 했다.

“상처가 아니라, 성흔 같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너, 또 그런 소리……. 읏!”

키릴은 참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쾌락에 이성을 놓을 때면 일리야의 어깨와 등을 마구 긁었다. 일리야는 키릴이 남긴 흔적을 성흔이랍시고 절대 지우는 법이 없었다. 늦여름 날 다른 기사들이 상의를 벗어 던지고 훈련할 때 혼자 끝까지 옷을 챙겨 입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이유를 안 키릴이 사과하며 당장 치유해 주려 해도 일리야가 피했다. 그는 오히려 키릴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더 많이 당신의 흔적을 내려 주세요.”

키릴이 고개를 젓자 일리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리야는 다시 시트를 쥐려는 흰 손을 떼어내고 침대에 앉아 키릴을 제 위에 앉혔다.

자세를 바꾸는 동안에도 계속 연결된 탓에 살끼리 거칠게 마찰하며 이리저리 긁히는 느낌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키릴이 고개를 젖히며 신음을 흘렸다. 몸이 너무 뜨거워서 안달이 났다. 다리를 가득 벌리고 주저앉은 탓에 삽입이 더 깊어진 것도 미칠 것 같았다.

키릴이 입술을 깨물자 일리야가 제 손을 키릴의 입에 물리며 속삭였다.

“그럼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뭐, 뭘? 일리……흐읏!”

일리야가 허리를 튕겨 올렸다. 자궁을 찔러 올리던 움직임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키릴의 몸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일리야는 키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허리를 움켜쥐고 제게 매달려 손톱을 세우지 않고는 못 견디도록 몰아갔다.

“아……! 아, 아! 그만, 하으으, 아, 안 돼, 아읏, 제발, 흣……!”

쾌락에 젖어 배려 따위 할 새도 없도록, 가장 느끼는 곳만 무자비하도록 쾅쾅 찍어 대며 유두를 깨물었다. 흘러나오는 젖물이 입안에 가득 찰 때까지 빨아들이고 희롱하며 전신이 발긋해지도록 애무했다. 키릴의 눈동자가 완전히 풀릴 때까지 키릴이 가장 느끼는 곳만 집요하게 탐했다.

동그란 엉덩이가 찌부러지도록 사납게 안을 처댈 때마다 끈적한 물이 이리저리 튀었다.

“흐으으……!”

일리야의 단단한 팔에 갇혀 몇십 번이고 그에게 꿰뚫렸다. 아무리 고개를 젓고 애원해도 아래는 저항 없이 수컷을 받아 물었다. 키릴의 구멍은 일리야의 하반신에 완전히 함락되어 그에게 거역하지 못했다. 멋대로 헤집고, 찧어 대고, 짓뭉개며 폭력적으로 쏟아내는 모든 행위를 기쁘게 받아내며 음란한 물을 질질 쌌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둘 사이에 낀 성기와 가슴이 같이 비벼져 아랫배는 물론 머릿속까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허리가 녹을 것 같은, 지독한 감각이 퍼부어졌다. 그것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아흐윽, 너무, 빨, 윽, 아, 안, 돼, 힉! 또, 또 쌀 것 같, 흐윽……!”

키릴의 몸이 무너졌다. 무언가를 쥐기 위해 허우적대지만 쥘 곳은 그를 그렇게 몰아붙이는 일리야뿐이었다. 지독한 감각에 참지 못하고 일리야에게 매달린 키릴이 또다시 사정했다. 피부 위에 들러붙은 꾸덕한 체액 위에 묽은 정액이 다시 더해졌다.

“으응! 응! 아, 아……! 아흑! 흐으, 읏! 아아……!”

억눌린 신음이 흐느낌으로, 이어 울부짖는 듯한 교성으로 바뀔 때쯤 키릴은 밀려드는 쾌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끝을 세웠다. 이성 없이 할퀸 손에 기사의 등에 상처가 더해질수록 일리야 또한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아……! 키릴 님……!”

“흣, 응, 윽! 하으으…… 응!”

쾌락에 절어 내뱉는 흐느낌과 억눌린 신음, 젖은 살이 끈적하게 달라붙고 세차게 부딪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으응! 가, 가아, 하, 아……!”

키릴의 성기에서 정액이 튀어 오르고, 절정에 달한 내벽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뒷구멍은 두꺼운 성기에 꿰뚫린 채로 허여멀건 씨물을 울컥울컥 뱉으며 투명한 물줄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쏘아 댔다. 두 사람의 몸은 물론 주변까지 키릴이 앞과 뒤로 뿜어낸 체액으로 가득했다.

“큿……!”

안이 쥐어짜듯 일리야의 것을 조였다. 다부진 턱에 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이제 그도 한계였다. 키릴이 몇 번이고 가는 동안 계속 참던 일리야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키릴의 안에 정액을 터뜨렸다.

참고 참았던 만큼 긴 사정이 이어졌다. 일리야의 정액이 내벽을 거세게 때리자 그것만으로도 느끼는지 키릴의 몸이 움찔움찔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 사정이었다. 아직 자정도 되지 않은 시간, 일리야는 내일을 위해서라며 늘어진 키릴의 다리를 다시 잡아 벌렸다. 키릴은 얌전히 일리야의 것을 다시 물었다. 안이 벌어지는 느낌에 아랫배가 옥죄어 왔다. 안을 뭉개며 파고든 묵직한 부피감에 충만감이 차오르고 지친 듯했던 몸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응, 흣, 으응! 앙! 흐아……!”

키릴은 아래를 꿰뚫린 채로 일리야의 입에 젖을 물리다 또 사정했다.

“흣! 응! 아, 아……! 아윽, 아, 좋아…… 일리야, 아……!”

일리야는 키릴의 몸을 돌려 뒤에서 덮치듯 찍어 내리기도 하고 배 위에 앉힌 채로 허리를 쳐올리기도 했다. 키릴은 자신이 사정하는지도 모르고 정액을 싸고 다시 앞을 세웠다. 찌걱찌걱, 정액과 애액으로 가득 찬 안을 커다란 양물로 난폭하게 들쑤시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침실을 채웠다.

폭풍같이 휩쓸고 지나간 쾌락에 키릴은 혼이 빠진 것 같은 상태로 축 늘어졌다. 손끝도 까닥하기 싫었다.

“씻겨 드릴게요.”

“그냥…… 정화 구슬로…… 해.”

“안 됩니다. 안에 든 건 그대로지 않습니까. 제가 넣은 거니 제가 도로 빼 드릴게요.”

“네가 만지면…… 또 흥분해서 안 돼.”

그 말에 기분 좋게 웃던 일리야가 낯간지럽게 속살거렸다.

“조심해서 만질게요.”

그리고 늘 그랬듯, 욕실에서 다시 불붙은 둘은 뺀 만큼 도로 넣고 다시 빼느라 한참 뒤에야 나올 수 있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