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1/72)

10.

일리야는 귀를 간질이는 소리에 설핏 들었던 잠에서 깨어났다.

“아…… 아, 흣…….”

희미한 신음에 눈을 뜬 일리야가 급히 상체를 일으키며 키릴을 찾았다.

“흐으…… 흡…….”

커튼을 뚫고 들어온 빛줄기 아래 동그랗게 뭉친 이불 더미가 보였다. 이불 안에서 들려오는 흐트러진 호흡에 일리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이불 더미가 움찔움찔 꿈틀거렸다. 일리야가 이불을 들추자 키릴이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키릴 님? 어디 편찮으신…….”

“안 돼…….”

걱정스럽게 묻던 일리야가 말끝을 흐렸다. 가운만 입은 키릴의 다리 사이에 발기한 성기가 보였다. 성기 주변은 물론이고 허벅지와 종아리 안쪽까지 젖어 흰 살결이 번들거렸다.

키릴이 무언가를 참듯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다 양 허벅지를 비볐다. 젖은 살갗이 마찰하는 소리가 끈적하게 고막을 두드렸다. 일리야의 눈빛이 짙어졌다. 그는 굳은 얼굴로 키릴의 안색을 살폈다. 열어 들떠 붉어진 얼굴이 괴로운 듯 일그러져 있었다. 잔뜩 찡그린 미간과 축축해진 눈가를 확인한 일리야는 내심 당황했다.

‘설마, 아직 약 기운이 남은 건가?”

아침엔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선황이 죽기 전만 해도 키릴은 약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있었다. 선황의 죽음에 놀라 자기 몸 상태를 인지할 정신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협탁 위에 있던 빈 그릇을 떠올린 일리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재킷과 부츠를 벗고 침대 위에 올랐다.

침대 한쪽이 푹 꺼지자 키릴이 흠칫했다. 푸른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허락 없이 이러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를…….”

일리야가 팔을 뻗어 키릴을 품에 안았다. 흉한 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내심 긴장했던 키릴이 그대로 얌전히 안겼다.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이자 불안하게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웅크린 몸이 안쓰러워서 허리를 당겨 더 깊이 안았다. 이번에도 키릴은 거부하지 않았다. 일리야는 어쩌면 키릴에게 자신이 안겨 있다고 인식할 만큼의 정신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키릴은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경애하는 사람이 저를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품 안에 안겨 있는 기분은 퍽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억지로 먹은 약에 취해 괴로워하는 것을 보자니 감동을 금방 사그라들고 저릿함만 남았다. 일리야는 연신 키릴의 등을 토닥이고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그자를 쉽게 죽여선 안 되었다고.

태의만큼 고통 속에서 비루하게 떨다 숨이 끊어졌어야 했다고 말이다.

“이번만 견디세요. 앞으로는 그런 약을 드실 일은 없을 겁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몸으로 키릴을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약에 취한 이를 더 자극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분명 정액을 몇 번 빼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리야는 자신을 완전히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순간의 충동에 휩쓸려 키릴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품에 안고 진정시킬 수밖에.

일리야가 위로를 위해 키릴의 등을 쓸어내릴 때였다. 키릴이 움찔하며 몸을 튕겼다.

“힉! 흣…….”

“아.”

예민한 몸을 그것도 하필 등줄기를 쓸어내리는 바람에 키릴이 몸을 더 웅크렸다. 약의 영향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배려하지 못했다. 일리야는 낭패라는 듯 손을 바로 떼어냈다.

키릴이 흐릿한 눈을 깜빡였다. 머릿속이 혼탁하고 정신마저 깜빡깜빡했지만, 일리야의 걱정스러운 눈빛만은 또렷하게 인식했다.

일리야가 키릴의 이마에 눈가에 달라붙은 은색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이불을 등에 가져다 대고 그 위로 살짝 쓸어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 괜찮을 거라 여긴 듯했다.

그는 고작 그 약간의 마찰만으로 키릴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시트를 적시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것이다.

일리야의 체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몸을 덮는 따스한 체온, 곁에 닿는 숨소리가 자극적이었다. 이불 너머로 커다란 손이 등을 문지를 때마다 척추가 찌릿했다. 아래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흐으…….”

배 안이, 가랑이 사이가 근질거렸다. 뒷구멍으로 무언가를 물고 싶어 몸이 안달했다. 단단한 것으로 안을 긁어 대고 자궁문을 마구 때려 주었으면 했다.

위로를 위한 손길에 키릴은 발정하고 있었다. 이지가 멀어지고 날 것 같은 본능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시트를 움켜쥔 손이 하얗게 질렸다.

“하악, 하, 흐으…….”

아까보다 더 거칠어진 키릴의 숨소리에 일리야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독이 아니라 해독도 안 되고 치유도 먹히지 않아. 곤란하게 되었어.’

키릴의 붉어진 얼굴을 살피던 도중 눈이 마주쳤다. 눈꼬리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눈물에 젖은 파란 눈이 열에 들떠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일리야는 키릴의 등을 토닥이던 손길마저 멈춘 채, 키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아…….”

입술이 벌어지고 더운 숨결이 얼굴에 닿았다. 열린 입술 사이로 새빨간 혀끝이 살짝 나와 있었다. 그 작은 살덩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주위가 지나치게 고요하고, 기이할 정도로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일리야.”

키릴이 더듬거리며 일리야의 팔을 찾아 쥐었다. 뜨겁고 땀에 젖은 손이 일리야의 팔을 잡아당겼다. 당기는 힘은 아주 미약했으나 일리야는 홀린 듯이 그대로 끌려갔다. 그 손길에 이끌려 키릴을 덮치듯 올라탄 뒤에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일리야가 멈칫하자 키릴이 일리야의 손목을 쥐고 제 몸을 만지게 했다.

“하아…….”

일리야의 손이 벌겋게 달아오른 성기를 지나 회음부에 닿았다. 물기로 축축한 그곳에서 미끄러지듯 더 깊은 곳으로 키릴이 그를 이끌었다. 축축하고 좁은 동굴에 손끝이 닿는 순간 일리야가 숨을 들이켰다.

“으응, 응……!”

키릴이 일리야의 손등으로 간지러운 구멍을 거칠게 비볐다.

“여기, 여기…….”

애처롭기까지 한 부름에 비좁은 틈으로 검지를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너무도 쉽게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구멍이 벌름거리며 안에서 씹어 대는 것을 느낀 순간, 일리야는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진 것을 느꼈다.

여기에 그 남자가 씨를 뿌렸다. 성기를 넣고 몇 번이고 정을 통하며, 키릴과 하나가 되는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착취하려 들었다.

저였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자보다 더 키릴을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제 앞에서 울던 키릴이 떠올랐다.

흠칫한 일리야가 황급히 손을 뗐다. 키릴이 안타까운 숨을 토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왜…….”

왜 만져 주지 않는 걸까. 제 구멍이 더러워서? 아직 선황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정말 더는 참기가 어려운데…….’

일리야의 손길이 사라지자 키릴은 스스로 몸을 더듬었다. 커진 유두를 짓뭉개듯 누르고 발기한 성기를 주물렀다.

“으응, 응, 흣, 아……!”

하지만 모자랐다.

“도와줘. 제발”

*

“응… 으흣, 응……. 아…….”

키릴의 몸엔 잇자국과 손자국은 물론 하얀 피부가 벌겋게 변할 때까지 빨아 댄 자국이 가득했다.

하얀 몸에 빼곡히 들어찬 타인의 흔적에 일리야가 제 흔적을 덧씌우듯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한 손으론 쉬지 않고 키릴의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질질 흘러내린 선액이 손을 적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액을 빼기 위해 어설프게 귀두를 자극하며 손을 놀렸다.

“흑, 으흣, 흐…… 으흑…….”

움찔움찔하던 키릴이 흐느끼기 시작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싫어서 우는 것이 아닌, 열에 들떠 흘린 신음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입술을 비비고 혀로 문지를 때마다 키릴의 살냄새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키릴의 체취가 코를 통해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하아,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점점 뜨거워졌다.

“키릴 님…….”

일리야의 소원은 하나였다. 그저 가까이에서 키릴을 모시고, 그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고귀한 기사 흉내가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선황과 키릴의 관계를 본 이후 일리야는 저 역시 어리석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탐욕스럽고, 욕심 사나운 인간. 적어도 키릴 앞에선 그러했다.

그런 제 속도 모르고 키릴이 만져 달라는 듯 가슴을 내밀었다. 일리야는 조심스럽게 가슴을 쓸어모아 지분거리다 붉어진 유실을 입에 물었다.

말캉한 살덩이가 너무도 야들야들해서 조금이라도 힘주어 물었다간 살이 찢어질 것 같아 걱정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잘근거리며 이로 으깨듯이 뭉갠 후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빨고 싶다는 흉포한 충동도 느꼈다. 일리야가 그런 자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을 흘리며 입안의 살을 아주 조심스럽게 살살 빨았다.

일리야는 마치 부서지기 쉬운 것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너무 열중해서 이성을 놓지 않기 위해 더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키릴은 간질간질한 마찰에 더 애가 달았다.

더는 참기가 힘들었다.

성기와 유두를 만져 주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빨리 무언가로 안을 채우고 끈적한 액을 잔뜩 뿌려줬으면 했다.

“흐응! 아…… 흐으…… 읏, 이제 그만, 응…….”

키릴이 가슴이 들러붙은 일리야의 머리를 잡았다.

“안에, 흣, 안에…… 해 줘.”

키릴이 다리를 들어 일리야의 다리 사이를 문질렀다. 바지춤을 뚫고 나올 듯 커다래진 살덩이를 확인하자 더 미칠 것 같았다. 이렇게 커져서 바지가 젖고 있는데 왜 자기에게 주지 않는 걸까. 내가 그렇게 싫은 걸까.

제정신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떠올리며 할딱거렸다.

일리야가 고개를 들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일리야는 바로 후회했다. 지금 키릴은 온전한 판단을 내릴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가 뱉은 물음에 들려온 대답을 핑계로 그를 멋대로 헤집어선 안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일리야의 가슴에 몸을 비비며 했던 말을 떠올리면…….

‘오히려 좋아해. 사제로서 정숙하지 못해서 부끄럽지만 아무 때나 발정하는 몸이라…….’

‘……하지 않으면 잠도 잘 못 자. 내가 좋아서 한 거니까 날 교단에 고발할 게 아니라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키릴이 원해서 하는 거라면, 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할 만큼 힘들다면 얼마든지 제 몸을 내어줄 수 있었다.

키릴이 저를 멋대로 다루는 건 괜찮았다. 하지만 기사인 그가, 그것도 아무 경험 없이 빈약한 지식밖에 없는 자가 흥분해서 달려들면 일반인인 키릴이 망가질 것 같아 두려웠다. 아무리 성행위를 위한 약을 먹고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이라 해도.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으로 들끓던 머릿속도 키릴이 서럽게 토해낸 한 마디에.

“내 안에 넣는 게 싫어서…… 그래서 주지 않는 거야?”

“그게 무슨…….”

하얗게 증발해 버렸다.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함부로 움직였다가…….”

제 욕심에 못 이겨 그들처럼 키릴을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가 키릴 님을 아프게 할지도 모릅니다.”

“아프게…….”

멍하니 중얼거리던 키릴이 일리야의 뺨을 만지작거리더니 갑자기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어깨와 등만 겨우 가리고 있던 가운을 벗고 뒤돌아 엎드렸다.

“아파도 좋아. 으응, 여기, 여기에……”

키릴이 팔을 뻗어 직접 엉덩이 사이를 벌려 보였다. 생각도 못 한 키릴의 행동에 일리야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여기에 넣어 줘.”

주름진 구멍이 벌어지자 안쪽에 숨은 속살이 언뜻 보였다. 발씬거리 듯 구멍이 끔뻑일 때마다 투명한 액이 주룩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홀린 듯이 쳐다보던 일리야가 번뜩 오늘 아침을 떠올렸다. 일리야를 따라 나온 키릴의 다리 사이로 끈적한 물이 흘러내렸었다. 그때부터 참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키릴이 이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품에 안고 달래는 것만으론 키릴을 괴롭게 할 뿐이란 걸 깨달은 일리야는 키릴이 약효에서 깨어나면 그때 용서를 구하기로 하고 옷을 벗었다.

그래도 여전히 걱정되는 건 있었다.

‘너무 좁은데.’

일리야는 이 작은 구멍에 제 것이 들어가도 괜찮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언뜻 봤던 선황의 물건은 제법 컸지만, 그래도 일리야의 것보단 작았던 걸로 기억했다.

거기다 일리야는 처음이었다. 멋모르고 덤볐다가 연약한 속살이 망가지지 않을지 염려되었다.

키릴은 약에 취한 상태라 제게 무언가를 알려 주거나, 말려 줄 상태가 아니었다. 목줄을 찬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했다.

‘처음엔 적셔야 한다고…….’

일리야는 어릴 적 그를 키워 준 이가 했던 한탄을 떠올리며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것을 봤으면서도 그는 고집스럽게 키릴의 항문을 몇 번 핥고 벌름거리는 구멍에 혀를 밀어 넣었다.

“응……! 으흥, 아, 아……!”

혀가 안쪽을 후빌 때마다 키릴이 흐느끼며 허리를 흔들었다. 소리가 아까와는 달랐다. 애써 참기 위해 괴로워하는 기색이었던 전과 달리, 달콤한 비음이 섞여들었다.

일리야의 귀에 그 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계속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리야는 이미 흥건해진 안을 느끼면서도 집요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츕, 츕 빨고 볼이 홀쭉해지도록 강하게 흡입하며 안쪽에 고인 물기를 가득 빨아 마셨다.

“핫, 응! 아…… 좋아! 흑!”

준비를 위해 핥던 것이 점점 행위 자체에 몰입되어 갔다. 일리야는 그런 자신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었다. 아직은 자제할 수 있다고 여겼다.

타인의 치부를 핥게 되리라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바란 적도 없었는데. 앞으로는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았다.

일리야가 흔들리는 키릴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힘주어 벌렸다. 얼굴을 더 깊이 파묻고 우뚝한 코를 엉덩이골에 비비며 살냄새를 탐욕스럽게 들이켰다. 키릴의 체취와 목욕제 향기, 뒷구멍에서 퍼져나오는 야한 냄새가 일리야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더, 더……!’

일리야는 정신없이 안을 맛보며 체액을 빨아 댔다. 맛있을 리 없는 애액이 마치 감로수처럼 달게 느껴졌다. 더 깊이 안쪽을 확인하고 싶었다. 목줄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욕심이 났다. 안달이 나서 애가 탔다.

안으로 파고든 혀가 침을 질질 흘리며 탐욕스럽게 속살을 샅샅이 핥아 내렸다. 혀가 작은 뱀처럼 움직일 때마다 키릴이 안달하며 몸을 들썩였다. 안을 집요할 정도로 오래 세게 빨아들이자 키릴의 성기에서 정액이 쏘아져 나왔다.

키릴이 드디어 사정한 것도 모르고 일리야는 혀로 내벽을 질척하게 비벼 올렸다.

“아……! 폐하, 그만……!”

저도 모르게 외친 키릴이 뒤늦게 흠칫했다. 홀린 듯이 구멍을 빨아 대던 일리야가 우뚝 멈췄다. 일리야가 고개를 들어 키릴과 눈을 맞췄다. 하얀 얼굴에 웃음기 한 점 보이지 않았다.

“키릴 님, 저예요. 일리야입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키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리야가 키릴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자는 이제 없어요. 지금 키릴 님과 닿고 있는 건 접니다.”

“……미안해.”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저인 것만 잊지 말아 주세요.”

“응.”

어느새 훌쩍 다가온 일리야가 키릴과 이마를 맞댄 채로 속삭였다.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할게요.”

키릴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보자, 일리야가 해맑게 웃었다. 소년 같아 보이는 그 미소에 처음 그를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그때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온전히 키릴에게 고정된 두 눈에서 기이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화난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웃고 있는 것처럼 마냥 기분이 풀린 것 같지도 않았다. 몽롱한 기운이 감도는 보라색 눈동자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키릴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일리야는 키릴을 바로 눕히고 그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귀두를 덥석 움켜쥐었다.

“앗!”

일리야가 한 손에 쥔 살기둥을 문지르며 귀두를 엄지로 비벼 댔다. 예민한 곳을 자극하자 성기가 다시 완전히 발기했다.

“흐읏, 아…… 잠깐, 뭐, 뭐 하는 거야?”

일리야가 손안에 쥔 성기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키릴 님 냄새가 나요.”

일리야가 귀엽다는 듯 쪽쪽 거리며 성기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당황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키릴과 눈이 마주쳤다. 입술을 뗀 일리야가 기쁜 듯이 눈을 반달처럼 휘며 그대로 키릴의 성기에 제 볼을 비볐다.

“하아…… 키릴 님.”

마치 보란 듯이 문대며 한숨처럼 키릴을 불렀다.

키릴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키릴은 허리를 떨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일리야를 보았다.

신에게 간택 받은 성기사가 타인의 생식기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음모를 비집고 어미 젖을 빠는 새끼 짐승처럼 성기의 뿌리를 핥아 대고 있었다. 싫은 기색 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살짝 눈이 풀린 채로 잔뜩 몰입한 그 표정에 키릴은 기분이 이상했다.

“……이, 일리야?”

“네, 키릴 님.”

정말 내가 알던 그 소년이 맞는 건가 싶었는데,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휘며 웃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일리야가 맞았다.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성기를 망막에 새길 듯이 집요하게 눈으로 훑어내리던 일리야가 참지 못하고 또다시 성기에 뺨을 문댔다.

귀두에서 흘러나온 선액이 일리야의 흰 뺨을 거듭 더럽히는 것을 보자 아랫배가 찡 울렸다.

뺨이 체액으로 축축하게 젖어도 일리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키릴의 성기를 핥아 내렸다. 날카로운 콧날로 성기를 긁어대며 냄새를 맡기도 했다.

“읏, 그, 그러지 마아…… 흐으…….”

“아까부터 자꾸 여기서 흘러나와요.”

만져 주고 빨아 주자 팽팽하게 부푼 성기가 좋아서 꿈틀거리며 질질 선액을 흘렸다. 물도 정액도 아닌 끈끈한 액을 흘리는 성기가 신기했는지 일리야가 물끄러미 키릴의 귀두 끝을 쳐다보았다.

키릴은 그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기이한 흥분에 발끝이 곱아들었다.

키릴과 달리 그가 너무 순진해서일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처음 본 어른의 생식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도 같은 물건이 달린 어른인데 왜 이런 배덕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몸을 덥히는 약 기운과 별개로 제 가랑이 사이에 있는 어린 청년이 그를 자꾸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키릴은 불쑥 목놓아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약 기운에 몸뚱어리가 발정 났다는 이유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읏, 너, 이, 이상해, 하아……! 아깐 이러지 않았잖아. 잠, 읏……!”

아니, 제일 이상한 건 키릴, 자신이다.

일리야를 당장 떼어내고 싶으면서도 그의 것을 물고 싶어 몸이 떨렸다. 아랫배가 쑤셔 대서 참는 것만으로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응…… 무얼?”

기둥뿌리를 핥고 얇은 음모를 입술로 비비더니 허벅지와 음낭을 입안에 물고 빨아 댔다. 그러면서 시선은 계속 키릴에게 박혀 있었다.

“전 뭐든, 춥, 빨리 배우고, 츄읍, 익히는 편이니…….”

키릴은 그런 일리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신 헐떡이며 더운 숨을 토했다.

시선이 몇 번이고 맞부딪쳤다. 그때마다 몸 안의 열기가 점점 더해지는 것 같았다. 키릴은 까닭 모를 갈급함에 허덕이며 시트를 쥐어뜯듯 쥐었다.

“아…… 으흑, 흣!”

“제가 꼭, 그자가 생각나지 않도록 해드릴게요.”

일리야가 혀를 내밀어 요도 구멍을 문지르다 쿡쿡 찔렀다. 키릴이 움찔움찔하자 후비듯이 혀로 좁은 구멍을 파헤치려 들었다. 온 신경이 아래에 쏠렸다. 키릴은 저항할 수 없는 쾌감에 휩싸여 헐떡거리며 허리를 들썩였다.

“으응! 응! 아읏, 아…… 으응!”

몸 안에 들끓는 열기가 가시지 않아 괴로웠다. 아래로 피가 쏠려 성기가 터질 것 같았다. 싸고 싶었다. 싸게 해 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일리야는 성기와 음낭만 만져 댈 뿐, 정작 뒤쪽은 만져 주지 않았다.

헐떡이던 키릴이 더는 참길 포기하고 허리를 들어 일리야의 얼굴에 제 치부를 들이밀었다.

“인제 그만, 여기, 여기에…….”

키릴의 얼굴이 터질 듯 시뻘겋게 물들었다. 잔뜩 흥분한 와중에도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지만,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이미 좀 전에도 직접 구멍을 벌리며 일리야에게 한차례 졸랐던 터다. 수치심 따윈 이제 없었다. 그저 빨리 쑤셔져서 안에 든 것을 모조리 싸고 싶었다. 제발 도와 달라는 듯이 키릴이 스스로 제 몸을 내밀었다.

처음 얼굴을 붉혔던 때와 달리, 일리야는 표정을 굳히고 그런 키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앞의 구멍을 더듬었다. 예민한 주름을 간질거리듯 누르며 애를 태우다 긁듯이 손끝으로 비벼 내렸다. 고작 그것만으로 키릴은 죽을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흐느꼈다.

“응, 흐응…… 아, 흣!”

엉덩이 사이에 숨어 있던 구멍 또한 숨을 몰아쉬듯 가쁘게 개폐를 반복했다. 구멍이 뻐금거릴 때마다 끈적한 음액을 찍찍 싸 댔다. 키릴의 하반신은 온통 체액에 젖어 엉망이었다. 색사에 어리숙한 그가 봐도 야한 몸이었다.

“흐윽! 흣, 거기…… 응…….”

축축하게 젖다 못해 칠칠치 못하게 물이 줄줄 새는 구멍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제가 핥고 빨았던 것이 떠오르자 일리야의 입에서 신음 같은 목울음이 흘러나왔다.

“여기, 이 안이요?”

물끄러미 쳐다보던 일리야가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구멍 안에 밀어 넣었다. 손가락을 조여드는 강한 압박감에 눈가를 떨었다.

키릴은 손가락을 삼킨 것만으로 눈에 띄게 부들거리며 울먹였다. 질퍽하고 뜨거운 내벽의 감촉을 느끼던 일리야가 키릴의 반응에 멈칫했다.

얼굴이 새빨개져 눈물을 쏟고 있는 모습에 일리야는 입을 꾹 다물고 손가락을 있는 대로 벌렸다. 애액과 타액에 젖어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구멍이 쩍 벌어졌다.

“아……!”

내내 벌름거리던 아래가 열리는 느낌에 키릴이 몸서리쳤다.

“제 이름 불러 주시면, 채워드릴게요.”

“흣, 이, 일리야, 일리야…… 앗!”

몸을 일으킨 일리야가 이름이 불리자 그때야 발기한 성기를 쥐고 키릴의 엉덩이 사이에 꾹 밀어 넣었다. 묵직한 귀두가 입구를 벌리고 안으로 침범해 들어가 속살을 짓뭉갰다. 축축하고 뜨거운 내벽이 살갗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강하게 조여 물었다.

입구는 물론 안쪽까지 제 것을 꽉 무는 압박감이 대단했다. 손가락을 넣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고작 귀두만 슬쩍 넣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였다.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에 전신의 솜털이 곤두섰다. 이대로 뿌리 끝까지 처박고 안쪽의 여린 살을 죄다 파헤쳐내어 안이 짓뭉개지도록 사납게 퍽퍽 찧어대고 싶었다. 난폭한 충동이 끔찍하리만치 극렬하게 뇌를 휘저었다.

일리야는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윽, 흐윽……! 응! 흐으… 읏!”

일리야가 들끓는 충동을 참기 위해 잠시 멈춘 사이, 키릴은 안쪽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에 덜덜 떨며 제 안을 파고드는 성기를 더듬었다.

선황이 키릴의 구멍 안에 들쑤셨던 커다란 성기 모양의 장난감보다 큰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 조금 전보다 더 커진 듯했다. 조금만 밀고 들어왔을 뿐인데 다른 내장 기관까지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이건 성기라기보다 흉기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안이 찢어질 듯 벌어져서 버겁긴 했지만, 묵직한 이물감이 싫지 않았다. 울퉁불퉁 돋아난 핏줄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다리를 더 크게 벌렸다.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안을 파고드는 감각에 온 신경이 쏠린 키릴은 듣지 못했다.

“힛! 흐… 흐으…….”

귀두에 이어 울퉁불퉁한 살기둥이 파고들었다. 내벽 전체를 무자비하게 쓸어 대며 안을 쑤셔 댔다. 키릴은 저보다 한참 어린 청년에게 아래를 꿰뚫리며 쾌감에 몸을 떨었다. 그는 같은 남자에게 뒤를 쑤셔 박히고 나서야 절정에 닿았다. 내벽을 압박하는 살덩이를 단단히 씹어 물고 바로 사정했다. 투둑, 투둑, 거세게 쏘아진 탁한 점액이 키릴과 일리야의 몸을 더럽혔다.

“아! 아으응……!”

키릴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감전된 듯 몸을 잘게 경련했다. 전율 같은 쾌감이 전신을 훑고 간 여파로 키릴의 얼굴이 엉망이었다. 힘이 풀린 눈동자에선 눈물이, 헤벌린 입에선 침이 줄줄 흘렀다.

“히윽……! 흣……!”

“읏, 키릴 님, 하아, 괜찮으세요?”

삽입에 열중하던 일리야가 키릴의 격렬한 반응에 움찔하며 멈췄다. 걱정스럽게 키릴의 상태를 살피던 일리야는 뒤늦게 배가 축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릴의 성기가 일리야의 배에 남은 정액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있었다.

일리야는 안심하며 제 배를 내려다보았다. 제 것을 삼키며 키릴이 뿌린 정액. 키릴의 체액이었다. 일리야는 불쑥 드는 충동에 뿌연 점액을 제 몸에 문질렀다. 축축하고 끈끈한 것이 피부에 들러붙는 것을 느끼며 일리야는 흡족함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흠칫했다.

‘위험해.’

목줄을 잘 쥐고 있어야 하는데 행위가 이어질수록 자꾸 못된 충동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겨우 삽입만 했을 뿐인데도 이런데. 과연 이 뒤에도 그가 자제할 수 있을까.

키릴이 제 것을 안에 문 채로 다시 발기했다. 그것만으로도 또다시 머리에 열이 몰렸다. 키릴이 저로 인해 흥분하는 것이 기뻤다. 동시에 그런 그에게 욕정 했다. 일리야는 열이 올라 점점 거칠어지는 제 숨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으… 일리야…… 응!”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일리야가 키릴의 허리를 움켜쥐고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얀 몸이 빨갛게 달아올라 촉촉하게 젖은 것이 탐스러워 보였다. 멋대로 손이 키릴의 몸을 더듬으려는 것을 참으며 꾸역꾸역 성기를 키릴에게 먹여 주었다. 채워 달라, 채워 달라 그리 조른 탓에 삽입이라기보단 먹이를 주는 기분도 들었다.

삽입이 깊어지자 키릴은 내벽이 가득 차는 느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감을 느꼈다. 한참을 애를 태우다 겨우 품은 살덩이였다. 일리야의 성기가 뿌리 끝까지 치고 들어온 순간, 꼬리뼈부터 저릿하게 울리는 쾌감에 키릴의 목이 뒤로 꺾였다.

“으응! 흑, 또, 으, 또 갈 것 같…… 아, 아! 으응……!”

일리야가 본능적으로 허릿짓을 하며 성기를 느리게 뺐다가 단번에 퍽 박아 넣었다.

키릴은 가장 예민한 곳을 귀두로 사정없이 때려 맞으며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허리를 잔뜩 휘며 정액을 울컥울컥 토했다.

“흐으읏! 아……!”

뒤로도 끈적한 물 같은 애액이 찍찍 뿜어져 나와 시트가 푹 젖었다.

“큿!”

절정에 달한 내벽이 경련하듯 잘게 진동하며 성기를 강하게 압박하자 처음 겪는 극렬한 자극에 일리야가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첫 사정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사정의 쾌감은 지독했다. 일리야는 정신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아득함에 허덕였다.

갑작스러운 사정에 당혹스럽기까지 했지만, 그런데도 그 짧은 순간의 쾌감이 너무 강렬하여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일리야는 키릴의 몸 안에 제 체액을 뿌렸다는 것에 뒤늦은 충격을 받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서로의 체액이 섞여드는 것에 지극한 충족감을 느꼈다.

더 하고 싶었다.

더 진득하게 엉켜 한 몸처럼 완전히 뒤섞이고 싶었다.

몇 번이고 키릴의 성기를 세워 그 몸에 든 정액을 모조리 뽑아내고, 끈적한 즙이 꿀처럼 흐르는 구멍 안에 제 정액을 죄다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 제 욕심이었다.

아쉬움 탓인지 사정하고도 죽지 않은 성기가 아직 키릴의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니면, 사정 후에도 여전히 키릴이 성기를 오물오물 씹어 대는 탓에 죽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대로 멋대로 허리를 흔들고 싶은 것을 참으며 일리야가 성기를 뽑아냈다. 뿌연 점액과 끈적한 애액으로 범벅이 된 살덩이와 그 뒤를 이어 비질비질 새어 나온 희끄무레한 정액이 눈에 밟혔지만 일리야는 곧장 키릴의 안색을 살폈다.

“하아……. 으…….”

“이제, 괜찮으세요?”

손을 들어 뺨을 감싸자 키릴이 볼을 비볐다. 발정이 가라앉지 않아 속상해서 투정이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투정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상대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아직도 힘드세요?”

숨을 몰아쉬던 키릴이 일리야와 눈을 맞췄다. 연달아 사정했음에도 흐릿한 두 눈에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열기가 어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뺨을 어루만지던 일리야의 손길이 진득하게 변했다.

일리야가 몸을 숙여 덮치듯 키릴을 두 팔에 가두었다. 그리고 속삭이듯 물었다.

“다시 채워드릴까요?”

“하아, 하, 흐으…… 응.”

“좋아요. 그럼 이번엔 바로 가시면 안 돼요. 제가 아직 능숙하지 못해서, 너무 조이면 참기 힘들어요.”

키릴이 멍하니 일리야를 올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별거 아닌 몸짓마저 눈에 들어와 가슴에 박혔다.

키릴의 다리를 더 벌리며 한 손으로 성기를 잡고 다시 삽입을 시도했다. 찐득하게 젖은 귀두를 밀어 넣고 두 팔로 키릴의 몸을 끌어안았다. 키릴이 기다렸다는 듯 일리야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가슴이 맞닿고 두 사람의 몸이 바싹 들러붙어 한 덩어리처럼 뒤엉켰다.

“으응, 응! 이거, 빨리 안에, 흣, 들어와.”

키릴이 일리야의 목을 끌어안고 허리를 들썩거렸다. 안에 든 귀두를 오물거리며 나머지도 몸 안에 넣기 위해 스스로 성기를 삼키려 들었다.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아, 키릴 님…….”

은애하는 사제의 그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일리야는 실망이나 혐오감 따윈 전혀 느끼지 못했다.

되레 아랫도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깊이 박히고자 난잡하게 허리를 흔드는 키릴에게 욕정 했다.

그래서 곤란했다.

“이러시면 제가 조절을 못 하…….”

일리야의 머릿속에 불쑥 조금 전 키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안을 뚫어버릴 것처럼 쑤셔 박히자마자 바로 사정하던 모습이.

“아니, 조금 거친 게 좋으신 거죠?”

일리야는 다정하게 키릴의 뺨에 입 맞추며 허리를 크게 튕겨 단번에 뿌리까지 찔러 넣었다.

“아흑! 아, 아! 으응……!”

“키릴 님 안, 좁고 뜨겁고, 너무 축축해서…… 좋아요, 키릴 님.”

내벽이 꽉 차 더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자 일리야는 막힌 육벽을 마구잡이로 밀어 올리며 안을 쳐 댔다.

“으응! 응! 흐읏, 하으으…… 읏! 흐응……!”

안이 얼마나 흥건했는지 쑤셔 올릴 때마다 끈적이다 못해 철벅거리는 물소리가 퍼졌다.

흥분한 일리야가 허리를 앞뒤로 거칠게 움직였다. 그는 힘 조절 따윈 모르는 사람처럼 퍽퍽 박아 댔다. 성기로 안을 휘젓고 짓뭉개고 털어 대며 온갖 방법으로 애를 태우고 자지러지게 하던 이전 상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학! 핫, 으읏…… 윽! 으응! 응!”

단단한 살기둥이 내벽 여기저기를 마구잡이로 들이박았다. 그 단순하고 우악스러운 허릿짓에도 키릴은 등골이 저릿저릿했다.

하지만 절정에 이르기엔 아직 부족했다. 키릴은 아찔한 쾌감에 허덕이면서도 해소되지 못한 열기에 몸부림쳤다. 더, 더 세게. 가장 뜨겁고 가려운 곳을 엉망으로 짓뭉개고 마구 때려 줬으면 했다.

갈급한 욕망에 아랫배가 괴로울 정도로 지글지글 끓어 올랐다.

“여기, 흑, 여기……!”

키릴이 허리를 돌리며 귀두 끝이 가장 민감한 곳에 닿도록 유도했다.

“아, 아! 흐으…… 여기, 흣, 이쪽……!”

“하아, 여기, 이쪽이요?”

자궁벽의 살짝 튀어나온 곳을 문지르며 일리야가 물었다.

“아윽! 응, 거, 기이, 읏! 그렇게 무, 문지르면…… 으흑, 흣!”

“아아……. 여기, 비비니까…… 키릴 님 안이, 훅, 제 걸 뭉갤 듯이 조이네요. ……여기가 좋은 거구나.”

일리야가 툭 튀어나온 푹신한 속살에 귀두를 대고 비비적거리더니 갑자기 정신없이 허리를 치대기 시작했다. 연달아 빠르게 자궁벽을 퍽퍽 들이박자 키릴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흐윽, 더…… 흣, 거기…… 더, 으응!”

키릴은 원하던 대로 커다란 성기로 자궁벽이 짓뭉개지고, 멍이 들 만큼 강하게 두들겨 맞으며 자지러졌다.

“흐아…… 아! 아아! 응, 응, 아응! 거기, 더 세게, 으흑, 쳐 줘, 흑!”

“이렇게 해도…… 흣, 괜찮으신 거죠?”

“흐응, 응, 흣…… 응!”

키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만족감과 미칠 듯이 애가 닳는 쾌감에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격렬하게 들썩거렸다. 뇌가 쾌락에 절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응, 흑, 으응! 좋아… 좋아……! 으응!”

자궁 입구를 퍽퍽 쳐 대며 허리를 둥글게 움직이며 내벽 전체를 문지르듯 비벼 올렸다.

“읏, 키릴 님, 키릴 님……. 아……!”

키릴이 시트를 움켜쥐며 헐떡대자 더 집요하게 찌르듯이 비벼 댔다. 키릴이 허리를 흔들며 성기를 빨아먹듯이 조였다. 일리야가 못 참겠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더니 허리를 단단히 잡고 다시 퍽퍽 쳐 대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쾌락에 휩쓸려 정신이 아득해졌다. 키릴의 눈이 완전히 풀렸다. 벌어진 입에선 침이 흘러내렸다. 팔에 힘이 풀려 풀썩 시트 위로 떨어졌다. 일리야에게 잡혀 엉덩이만 들어 올린 채 몸을 들썩였다.

울부짖음 같은 신음이 달콤하게 젖어 들었다. 키릴의 반응에 일리야의 머리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흥분이 커질수록 꿈틀거리는 근육이 부풀었다. 키릴을 끌어안은 팔과 연약한 점막을 쑤석거리며 쳐올려 대는 허리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일리야는 이를 악물고 힘을 빼려 노력했다. 이 이상 멋대로 했다간 키릴의 몸이 부서질 것 같아 무서웠다.

부드럽게 하고 싶은데 자꾸만 거칠어졌다. 일리야가 함부로 안을 퍽퍽 쑤셔 대도 키릴이 달콤하게 흐느끼며 죄다 받아주는 탓에 몸이 자꾸 멋대로 날뛰려 했다.

“아흑, 응, 아, 아……! 흐읏, 윽!”

일리야의 허리에 감은 키릴의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결합이 더 깊어지도록 안으로 당기며 조르듯 허리를 흔들었다. 접합부가 비벼지며 체액으로 질척하게 젖은 살갗이 끈적하게 맞부딪쳤다. 땀에 젖은 하얀 나신이 맨살에 달라붙어 안달하듯 몸을 비벼 대자 간신히 인내하던 일리야의 얼굴에 조급한 기색이 떠올랐다.

삐걱, 삐걱, 매트가 뒤흔들리도록 허릿짓이 점점 빠르고 과격해졌다.

퍽, 퍽, 안을 찧어 대며 자궁벽을 쾅쾅 들이박았다. 유독 좁은 내벽 끝을 무자비할 정도로 강하게 때리자 부푼 자궁 입구에 틈이 벌어지고 꾸덕꾸덕한 정액이 비질비질 흘러나왔다. 선황의 정액이 흘러나온 곳에 일리야의 성기가 비집고 푹 들어갔다.

자궁 안에 귀두를 찔러 넣는 순간 키릴의 입에서 탄성 같은 신음이 터졌다.

“흐아…… 아! 흐으윽!”

일리야가 성기를 죄어오는 엄청난 압박감에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정신을 놓고 안쪽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것 같았다. 일리야는 흠뻑 젖은 키릴의 눈을 바라보며 흉포한 충동을 참아냈다. 하지만 거친 허릿짓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아, 아아, 아! 아흑!”

쾌감과 흥분으로 반쯤 정신을 놓은 키릴은 자궁이 열리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궁 안쪽에 비벼지는 쾌감만은 너무도 선명해서 자궁벽을 뚫리며 그대로 절정에 달했다.

“크흑!”

키릴이 제 안에 파묻힌 성기를 꽉 깨문 순간, 일리야가 흠칫 허리를 굳혔다. 두 번째 사정이 시작되었다.

부륵, 부륵, 귀두 끝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정액이 키릴의 자궁 안을 가득 채웠다. 키릴은 자궁 안에 일리야의 정액을 받으며 전신이 젖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리야의 두 번째 사정은 처음보다 길게 이어졌다.

이미 사정을 마친 키릴은 그대로 축 늘어졌다. 온 힘을 다해 일리야에게 매달렸던 팔다리가 시트 위로 널브러졌다.

한참 뒤 사정을 마친 일리야가 키릴의 안에서 성기를 뽑아냈다. 한참을 시달린 구멍은 뻥 뚫린 채로 닫히지 않았다. 일리야의 시선이 키릴의 다리 사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열린 구멍에서 키릴의 것에 비해 진하고 훨씬 끈적한 흰 점액이 느릿느릿 새어 나왔다. 손가락으로 안을 더 벌리자 정액 덩어리가 울컥 쏟아졌다. 안이 허전했는지 키릴이 제 배를 더듬다 일리야의 성기가 있던 자리를 눌렀다. 그러자 구멍이 급히 수축하더니 정액을 팍 뿜어내며 다시 열렸다. 키릴이 움찔할 때마다 음액과 섞인 정액 배출이 길게 이어졌다.

키릴이 의도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 순간 일리야의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두꺼운 가슴팍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키릴 님……!”

멍하니 허공을 보던 키릴은 허덕이는 숨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고 느낀 순간 일리야에게 끌어안겼다. 키릴을 품에 안은 일리야가 다급히 입술을 겹쳤다.

“으응…….”

부드러운 입술을 핥고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빨며 침대가 뒤흔들리도록 거칠게 아래를 비볐다. 키릴이 자극에 못 이겨 숨을 헐떡이자 기다렸다는 듯 열린 입술을 파고들었다.

“움, 으읍…… 훕, 우응……!”

키릴의 입술 사이에 혀를 깊이 밀어 넣고 뒷머리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두 입술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렸다. 물컹하고 오돌토돌한 혀를 조심스럽게 건드리다 금세 난잡하게 비비적거리며 빨아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당황했는지 키릴은 잠시 굳어 있었다. 하지만 성기와 성기가 짓눌려 끈적하게 비벼져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자극에 얼마 못 가 끙끙거리며 일리야의 목을 끌어안았다. 입술이 한층 더 깊이 겹쳤다.

서툴게 안을 문질러 대는 일리야의 혀를 감싸 핥고 질척하게 비벼 준 뒤 혀뿌리를 간질거리며 입천장을 긁었다. 일리야의 호흡이 거칠게 흐트러지자 키릴 역시 참지 못하고 연신 목을 울렸다. 서로의 입안을 질척하게 휘저었다. 물기 어린 소리가 추잡하게 울려 퍼졌다.

입맞춤 따위 의미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혀를 빨고 비벼 주는 행위에 불과했는데, 오늘은 이상했다.

키릴은 숨이 차서 억지로 얼굴을 떼어내고도 잠시를 참지 못해 다시 달려드는 일리야에게 기꺼이 입을 열었다. 다시 질척한 입맞춤이 이어진 뒤 끈적한 실을 만들며 입술이 떨어졌다. 고작 입맞춤인데 이 순간 키릴은 기이한 고양감에 휩싸였다.

일리야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키릴의 볼과 턱을 핥고 입안에 물고 빨아 댔다. 여린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고 목덜미를 입술로 비비며 연신 더운 숨을 뿌리다 키릴을 더욱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두 손은 연신 키릴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키릴은 멍한 머리로 그가 마치 자신처럼 약이라도 먹은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키릴이 일리야의 어깨를 밀었다. 일리야는 키릴이 미는 대로 순순히 밀려나면서도 사제를 안을 팔을 풀지 않았다. 일리야의 등이 시트에 닿고 그 위에 키릴이 안겨 있었다. 키릴이 팔을 툭툭 치자 일리야가 마지 못해 그를 풀어 주었다.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몸을 일으킨 키릴을 보며 일리야가 아쉬움과 안도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하아…… 아니.”

키릴이 고개를 젓고 일리야의 몸 위에 주저앉았다.

“키릴 님?”

“더, 좀 더 해. 도와줄게.”

“네?”

달뜬 숨소리에 일리야는 뒤늦게 키릴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부풀어 오른 일리야의 성기를 키릴이 깔고 앉은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키릴이 허벅지를 세워 몸을 띄웠다. 그는 능숙하게 한 손으로 일리야의 것을 쥐고 남은 손으로 엉덩이를 벌려 일리야의 양물을 천천히 집어삼켰다. 허리를 천천히 내릴수록 벌어진 구멍으로 귀두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숨김없이 보였다.

“으응…… 아…….”

스스로 구멍을 벌리고 타인의 양물을 제 안에 집어넣으면서도 그 얼굴엔 수치심 따윈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뭉툭한 살덩이가 안을 짓뭉갤수록 구멍이 찢어질 듯 벌어지는데도 전혀 아픈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타인의 성기로 제 안을 쑤시며 황홀함에 젖어 드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정면으로 보고 만 일리야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살짝 찌푸린 눈가와 색색거리는 숨을 뱉어내는 입술이 지독히도 붉었다. 아랫배가 얼얼할 정도로 꽉 조여들었다.

“으흥…… 하악!”

“읏!”

일리야는 키릴의 다리 사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꿀쩍, 찌걱, 꿀쩍.

키릴의 구멍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핏줄이 불뚝거리는 커다란 흉물을 물고 막힌 틈새로 끈적한 물을 질퍽하게 싸지르고 있었다. 마치 삽입하며 애액으로 사정하는 것 같았다.

접합부에 닿은 일리야의 시선이 그곳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키릴은 일리야의 시선을 느끼곤 더 잘 보이게 발끝으로 시트를 딛고 몸을 좀 더 젖혔다.

키릴은 그저 선황과 하던 대로 반응했을 뿐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일리야는 마치 키릴이 저를 유혹하며 더 미치라고, 겨우 붙들고 있던 한 줌의 이성마저 날려버리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이 느꼈다.

“하아…… 하……. 크으…….”

축축한 내벽이 제 것을 꽉꽉 조여 무는 감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머릿속이 아찔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시각적인 자극에 일리야가 짐승처럼 목을 울렸다.

흥분한 일리야가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키릴의 엉덩이를 터뜨릴 듯이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허리를 튕겨 키릴의 안에 제 물건을 퍽하고 처박았다. 뿌리 끝까지 단숨에 키릴의 안에 파묻히자, 그제야 두 몸이 완전히 맞물렸다.

“힉! 응… 흑! 아……!”

순식간에 성기의 뿌리 끝까지 쑤셔박힌 키릴이 고개를 휙 젖히고 흐느꼈다. 내벽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일리야는 허리를 마구 쳐올리고 싶은 것을 참으며 키릴의 허벅지를 쓸어 만졌다.

“응… 읏, 아! 으응……! 하아…….”

두툼하고 긴 살덩이가 육벽을 밀어 올리며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자궁벽에 닿고는 그대로 푹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입구를 열 필요도 없었다. 키릴은 그제야 자궁이 이미 열렸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어차피 선황 역시 안에 사정했는데 인제 와서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달아오른 뇌는 체념이 빨랐다.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팔을 뒤로 뻗어 일리야의 무릎을 잡고 반쯤 눕다시피 한 자세로 앉았다. 그리곤 골반을 느리게 돌려 스스로 성기에 내벽을 문댔다. 이 순간 키릴의 머릿속엔 몸 안에 파고들어 온 이 단단하고 뭉툭한 것으로 안을 비비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키릴 님?”

입구의 주름과 자궁벽의 압박감에 치밀어 오른 사정감을 애써 참던 일리야는 키릴이 제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미칠 것 같았다.

“아… 아아, 흣! 흐응, 으읏, 흣!”

몸을 뒤로 젖힌 탓에 발끝으로 침대를 딛고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커다란 살덩이가 안을 드나드는 것이 훤히 보였다.

“흐하……! 아, 아아, 아!”

성기에 들러붙은 내벽이 축축하고 뜨거웠다. 질척하게 맞물린 점막과 살덩이가 난폭하게 비벼질 때마다 오싹한 쾌감이 일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조르듯이 안을 조였다. 자궁이 열리고 약하게 고통이 있었음에도 열기는 쉬이 식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미칠 것 같았다.

미약에 취해 강제로 부여된 쾌감과는 뭔가 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오늘이 유별나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일리야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튕겨 올리며 끝까지 쳐올렸다. 이를 악물고 쾅쾅 안을 박아 올렸다. 일리야의 성기가 목구멍까지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눈앞이 번쩍번쩍 하얗게 점멸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감과 동시에 감당하기 벅찬 쾌감이 밀려들었다.

키릴이 배를 더듬었다. 제 안을 꽉 채운 성기의 모양대로 뱃가죽이 불뚝거렸다.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 사정할 것 같았다.

“아, 학! 아, 아! 으응, 응, 응! 아흑, 응!”

키릴은 코앞까지 다가온 절정을 쫓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일리야의 허릿짓에 맞춰 움직이던 것이 점차 박자를 잃고 멋대로 날뛰었다.

“학, 학, 가, 갈 것 같아. 아, 아, 더, 가면……. 읏, 아…… 으응!”

키릴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흠뻑 취해 고개를 마구 저으며 몸을 들썩였다. 머리카락과 몸에 맺힌 땀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읏, 키릴 님, 키릴 님……!”

일리야는 턱뼈가 도드라질 만큼 이를 악물었다. 그는 키릴의 골반을 움켜쥐고 허리를 띄웠다. 귀두로 자궁 안을 짓뭉개듯이 강하게 비벼 주자 키릴이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대로 사정했다.

눈앞에서 하얀 점액이 튀었다. 후드득 쏟아진 정액이 일리야의 몸과 얼굴에 달라붙었다.

“큿…….”

절정에 달한 내벽이 정액을 짜내듯 일리야의 성기를 물고 힘껏 조였다. 지독한 압박감에 일리야는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았지만 겨우 참아냈다.

“하아, 하아……. 으…….”

키릴은 지쳤는지 그대로 엎어져 일리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두꺼운 팔이 가두듯이 키릴의 몸을 끌어안았다. 일리야가 가쁜 숨에 들썩이는 등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키릴의 안을 채운 흉흉한 살덩이는 여전히 크기를 줄이지 않은 채 키릴의 자궁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일리야는 혀를 내밀어 입술 근처에 묻은 정액을 핥았다. 비릿하고 씁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하아, 일리야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성기를 감싼 쫄깃한 점막이 계속 경련하듯이 요동치고 조여 대며 자꾸만 사정 욕구를 부추겼다.

좀 더. 조금 더 하고 싶었다. 이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키릴이 지금처럼 직접 움직일 필요 없이 제가 달래 주고 싶었다.

척추뼈를 따라 등을 훑어내리자 키릴이 얕은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렸다. 두 사람의 배 사이에 끼어 있던 키릴의 성기가 다시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일리야가 아직 부족하냐고 속살거리며 슬그머니 허리를 흔들었다. 가장 예민한 곳이 슬쩍슬쩍 비벼지는 느낌에 키릴이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이내 본능적으로 같이 하반신을 흔들며 박자를 맞춰 왔다.

“이번엔 제가 해드릴게요.”

일리야가 키릴을 안은 채로 허리를 세웠다. 자세가 바뀌며 접합부의 연결이 더 깊어진 탓에 품 안에 늘어져 있던 키릴이 파드득 몸을 떨었다.

키릴의 등이 시트에 닿았다. 상체는 얌전히 바로 누웠지만 아래는 여전히 다리를 활짝 열고 일리야와 연결된 채였다.

일리야가 허리를 숙여 양손으로 키릴의 흉부를 움켜쥐고 허리를 은근히 돌렸다. 키릴이 스스로 점막을 비벼 대던 것을 떠올리며 안을 크게 휘저어 키릴의 성감을 달궜다. 키릴의 몸이 뜨거워진다 싶은 순간 키릴이 가장 약한 곳을 집요하게 찍어 댔다.

“응, 으응……. 또, 또… 와…….”

일리야는 기사답게 체격이 상당했는데 그런 그가 체중을 실어 안을 쾅쾅 찧어 대니 키릴은 머릿속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아! 읏, 흑, 아! 조, 좋아, 아, 으응, 응! 응!”

방금 절정에 달한 것이 거짓말인 듯, 다시 지독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또다시 쾌락의 극점을 향해 전신의 감각이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흣, 으응……! 아, 아! 흣, 으흣, 웃……!”

일리야의 성기가 퍽퍽 박힐 때마다 커다란 고환이 엉덩이를 두들겼다. 접합부에서 울컥 쏟아져나온 애액에 두 사람의 접합부는 마를 새가 없었다. 미끄덩한 액이 살결을 타고 시트를 짙게 물들였다. 그 어느 곳보다 정결해야 할 신관의 방이 축축하고 음탕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키릴이 흐느끼며 몸을 비틀었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뇌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미칠 것 같았다.

일리야 역시 키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헉, 키릴 님, 하아, 제 이름, 불러 주세요.”

“아, 하악! 응, 으읏, 이, 일리, 야앗, 윽, 흣, 으응……!”

일리야는 미친 사람처럼 키릴의 몸을 붙들고 허덕였다. 사정 후 예민해진 안을 격렬하게 짓이기며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마구 흔들리던 키릴이 팔을 허우적거리다 매달리듯 시트를 움켜쥐었다.

“윽! 흐읏, 으응, 주, 죽을 것 같, 아, 흣, 아학!”

키릴이 이성이 사라진 얼굴로 등을 시트에 비비며 울먹였다.

“제발, 아, 아…… 아흣, 응, 으응……!”

“아…… 키릴 님, 키릴 님……!”

퍽, 퍽, 찌걱, 퍽!

어느덧 일리야 스스로 쥐고 있던 목줄은 내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일리야는 터뜨려버릴 듯 키릴의 허리를 움켜쥐고 안을 마구 박으면서도 제가 얼마나 거칠게 날뛰는지를 몰랐다. 그저 키릴의 반응만 집요하게 눈에 담을 뿐이었다.

일리야가 단번에 뿌리까지 박아 올리고 무자비하게 뽑아내며 귀두만 입구에 걸쳐 두길 반복하자, 빨간 속살이 빠져나가는 성기에 달라붙었다. 그것이 일리야의 눈을 어지럽혔다. 저를 놓지 않으려고 나와선 안 될 곳까지 따라 나와 야한 물을 뚝뚝 흘리며 오물오물 조이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일리야의 허릿짓이 격렬해질수록 두 사람이 올라탄 매트가 미친 듯이 들썩이며 삐걱거렸다. 자궁 안을 들락거리며 두 입구를 마구 짓뭉개다시피 하며 비벼댈 때마다 엉덩이골에 닿은 음모까지 살이 쓸리도록 같이 비벼져 살갗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머리끝까지 흥분한 일리야가 짐승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퍽퍽 박아 대자 쾌감에 절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칠게 흔들리는 몸만큼 침대 전체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이대로 침대가 무너질 것 같아 키릴이 커다란 몸을 바짝 끌어안고 매달렸다.

한없이 고양감에 들끓던 몸이 드디어 고지에 달했다. 일리야는 키릴의 자궁 안에 또다시 정액을 쏟았다.

“큿……!”

이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일리야는 사정하면서도 키릴의 몸을 꽉 부둥켜안았다.

긴 사정이 끝나고 나서야 일리야는 성기를 뽑아냈다. 한참을 시달린 자궁벽이 힘겹게 닫혔다. 낮부터 밤까진 길게 이어진 정사였다. 몇 번이고 안에 사정한 탓에 자궁 안에서 꿀렁거리는 정액은 선황이 전날 밤과 오늘 아침에 싸지른 것보다 일리야가 들이부은 것이 더 많았다.

일리야가 사정감에 취해 나른한 눈으로 키릴을 내려다보았다. 사정하는 그를 따라 키릴 역시 또 절정에 달했는지 하얀 점액에 젖어 헐떡거리고 있었다. 눈을 꼭 감고 숨을 몰아쉬는 그를 보자 일리야는 참지 못하고 그의 볼을 검지로 살살 건드렸다.

볼을 간질거리는 느낌에 키릴이 움찔하며 반짝 눈을 떴다. 키릴이 왜 그러냐는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흐릿하지만 빤히 그를 마주 보는 그 눈에 일리야는 괜스레 마음이 벅찼다. 그는 고개를 내려 몇 번이고 키릴의 얼굴에 입술을 찍어 댔다. 키릴이 간지러웠는지 목을 울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작은 접촉에도 반응하는 키릴이 사랑스러웠다. 불충하게도 그런 그를 귀엽다고 생각했다. 약 기운 때문이라지만, 음탕하게 몸을 흔들어 대며 그의 양물을 탐하던 것을 직접 겪었는데도 그랬다. 뒤에서 몰래 지켜보기만 했던 시간이 아직 선명한데. 그저 지금이 꿈 같았다.

빈틈없이 맞물려 완전히 하나로 연결된 감각이 주는 충족감이 대단했다.

제 몸의 일부를 키릴의 몸 안에 집어넣고 그의 박동을 느끼는 것이. 그리고 키릴의 깊은 곳까지 침범하여 제 것으로 속살을 비비는 감각이 지독히도 황홀했다.

이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 그 안에 갇히고 싶었다.

“하아…… 키릴 님…….”

“아…… 흐으…….”

“키릴 님, 이름, 불러 주세요.”

일리야가 연신 키릴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그의 안을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칠어졌다. 상대의 숨소리가 피부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침실 안의 공기가 후끈 달아올라 농밀해졌다.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이곳만은 한밤중인 것 같았다.

*

“흐아…… 흣, 응…… 흐으…….”

키릴의 다리가 허공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일리야의 허리에 다리를 감을 힘도 없었다. 요란하게 질러 대던 교성은 어느새 간헐적인 흐느낌으로 바뀐 지 오래. 침대는 여전히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러 대고, 방 전체가 울릴 만큼 덜컹덜컹 흔들리기도 했다.

낮부터 시작된 정사가 멈추지 않았다. 키릴은 너무 쉽게 흥분했고, 일리야는 그런 키릴에게 심취해 이성을 반쯤 날려 보낸 탓이었다.

일리야는 짐승처럼 허리를 치대며 폭력적으로 키릴 안에 쏟아부으려 들었다.

일리야가 몇 번째인지 모를 사정을 마쳤을 때, 키릴이 기절하듯 의식을 잃었다.

놀란 일리야가 키릴의 입안에 성수를 흘려보냈다. 그래도 깨지 않자 키릴을 안아 들고 신관을 찾으러 달려가려다 뒤늦게 키릴이 잠든 것뿐이란 것을 알았다.

밖을 보니 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시간을 그렇게 온몸을 불태울 듯이 움직였으니 키릴의 체력이 다할 만했다.

방안을 가득 채운 공기는 여전히 후끈했다. 두 사람의 체액이 가득한 시트가 보였다. 일리야는 정화 구슬을 가져와 침실을 정리한 뒤 키릴에게 사용했다. 땀과 체액으로 가득하던 몸이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몸 안까지 정화하는 건 아니었기에 자꾸만 키릴의 다리 사이에서 무언가 흘러나왔지만 그건 그대로 두었다. 흔적을 하나라도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키릴의 몸이라면 더 좋았다. 음험한 생각이라고 자조하면서도 흘러내리는 정사의 흔적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시 한번 키릴의 심장께와 코밑을 확인한 뒤에야 그 옆에 몸을 눕혔다. 안도와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마음이 쓰였다.

이대로 키릴이 눈을 뜨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잠들었을 뿐이란 걸 알면서도 불안했다. 몇 번이고 호흡을 확인하고 가슴에 손을 올려 심장이 뛰는 걸 반복해서 들었다.

일리야는 새벽이 오도록 잠들지 못하고 잠든 키릴을 살폈다.

그는 키릴이 잠결에 설핏 눈을 떴을 때, 눈을 마주치고서야 그대로 키릴을 안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