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8/72)

7.

“임신이 늦군. 약은 제대로 먹이고 있는 거겠지?”

“일반적인 자궁이 아니다 보니 약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자궁은 확실히 열릴 겁니다.”

“다시 내 자리를 찾으려면 그 몸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놈들도 신의 은총을 경험하면 내게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겠지. 꺼져 가던 내 생명력도 살려낸 몸뚱이니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탐이 나지 않을 리가.”

“그렇겠지요.”

“너도 그 아이를 내심 탐내지 않았더냐. 내 후궁도 기꺼이 내주었는데, 임신만 한다면 그 후엔 네 씨를 뿌릴 기회를 주지. 이제부터 슬슬 다른 남자의 손을 타긴 해야 할 거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을는지요. 교단에서 알게 되면…….”

“교단이 어찌 알까. 신관만 입을 다물면 된다. 첫 임신이야 계시라는 핑계가 있었지만, 두 번째는 아니니 이번에 임신만 하면 제 입으로 밝히진 못하겠지.”

“하나 원하시는 대로 일이 진행되면 관련자들을 통해 소문이 돌 것입니다. 결국 교단의 귀에도 들어가겠지요.”

“소문이 돌아봤자……. 놈들은 한 번 맛본 은총을 다시 맛보기 위해서라도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어. 같은 죄를 공유하는 자들끼리 필사적으로 서로의 입을 감시하겠지. 발설하는 놈은 알아서 처리할 테고.”

“그렇다면야……. 그 신관만 잘 협력해 주면 되겠군요.”

“이미 내 손에 길든 몸이다. 이번에 다시 한번 내 씨를 품으면 완전히 내 손에 떨어질 것이니……. 몸에 무리가 가도 좋으니 약효를 올리거라.”

“하지만 너무 과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라 해 봤자, 고작 성욕이 조금 강해지는 것 아니냐. 이미 그러한데 조금 더해 무어가 문제일까. 내가 그리 만들었어.”

“조금만 만져도 젖긴 했지요.”

“그래. 거기다 사제이지 않느냐. 그것도 다음 대 추기경이 될 정도로 신에게 사랑받는 사제라 내벽이 헐도록 박아 대도 금방 멀쩡해지니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약을 먹여라.”

“예, 폐하.”

“그런데 웃기는군. 상처는 치유되는데 발정 난 몸은 되돌리지 못하다니. 하하하!”

방 안의 두 사람은 알 수 없었다.

“…….”

문 너머에서 유달리 좋은 귀를 가진 이가 그들의 대화를 모조리 듣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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