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해실이 있는 빈방에 홀로 남은 키릴이 옷차림을 가볍게 한 후 정화 구슬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주신의 상징물이 가득한 재단을 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지는 없지만 흐트러진 물건들을 모두 원래의 위치로 돌린 다음엔 밀실로 향했다.
방 한쪽에 목재로 된 작은 밀실 세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세 개의 밀실은 언뜻 보면 조금 크고 화려한 옷장으로도 보였다.
첫 번째 고해실의 양쪽 문을 모두 열어 둔 뒤 안으로 들어가 의례적인 의식처럼 걸레질했다. 최근 머리가 복잡할 때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좋았다. 땀을 빼고 난 뒤 정돈된 내실 풍경을 보면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단순 노동만으로 머리를 비우기엔 모자랐던 듯했다.
청소를 마친 가림막을 올리고 책상을 닦던 중, 쉼 없이 팔을 움직이던 키릴이 돌연 멈칫하더니 한숨을 흘렸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또 임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제 키릴이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 자궁 안에 저액을 싸질렀던 선황은 오늘 아침에도 키릴의 두 번째 구멍에 정액을 퍼부었다.
사정 횟수가 전보다 줄어든 대신 사정량이 많아서 자궁을 채우고도 넘쳐흘렀다. 선황은 내벽까지 그득한 정액을 흘리면 안 된다며 길이가 짧은 항문 마개를 키릴의 구멍에 찔러 넣었다. 지금도 그것이 구멍을 막고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마개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괜히 뒤가 근질거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야릇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깊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입구 주변만 간지러운 수준이라 다른 장난감에 비하면 참을 만했다. 부끄럽게도 처음엔 너무 짧아서 안타까운 기분마저 들었다. 늘 이보다 더 크고 굵은 것을 넣고 다녔기에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걸렸다. 정액이 새지 못하게 짧은 마개를 골라 넣은 걸 보아, 둘째를 원한다는 선황의 말이 진심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가슴이 부풀고 툭하면 애액을 질질 흘리며 발정 난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던 자신이 떠오르자 키릴의 낯이 창백해졌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키릴이 암담한 얼굴로 자신의 평평한 배를 만졌다.
‘계시도 아닌데, 또 임신을……. 싫어. 교단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니, 이번에도 찾아와서 협박하겠지.’
하아.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선황을 말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피하는 것이 상책인데 그 집착 강한 선황이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키릴이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달칵. 방의 문이 열렸다 닫혔다.
생각에 잠긴 키릴은 눈치채지 못했다. 청소하느라 열어 놓은 문을 통해 누군가 고해실 안으로 들어서기 전까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헉!”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남자가 좁은 밀실의 문을 닫았다.
깜짝 놀란 키릴이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결이 고운 갈색 머리에 연두색 눈동자. 화사한 외모의 남자가 빙글거리며 키릴을 보고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성인 남자 둘이 나란히 앉아 있자니 비좁고 불편했다.
숨이 막히는 기분에 키릴이 마지못해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신관님을 뵈러 왔지요.”
“저를 말입니까?”
태의가 바짝 몸을 붙여왔다. 바로 옆이 벽이라 피할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몸을 맞대고 있어야 했다. 키릴이 얼굴을 굳히자 태의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관님, 임신하기 싫으시지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피임약을 구했습니다. 황실에선 쓰지 않지만, 귀족들이 혼외정사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요. 효과는 제가 보장합니다.”
“피임…… 이요?”
키릴은 미심쩍은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태의는 선황의 측근이었다. 제 손으로 미약을 만들어 먹였으면서 이제 와 피임을 말하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여기서 이런 대화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중에 숙소에서 다시 이야기하죠.”
“숙소로 가면 옆방에 폐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폐하 몰래 꺼내는 이야기라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 피임약이 맞습니까?”
“이미 상류층 사이에 유통되고 있는 약입니다. 진작 구했어야 하는데……. 아, 저는 구매해서 전달만 할 뿐이니 괜한 의심은 하지 마세요. 신관님이 직접 구하기는 그렇지 않습니까. 들키면 곤란하기도 하고.”
자신이 대신 피임약을 구해 주겠다는 말에 키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시 물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당신과 하고 싶어요.”
키릴이 어리둥절하여 태의를 보았다.
“이미 하고 있으면서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다시 말할게요. 신관님 안에 싸고 싶어요. 아,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아 주시죠. 저는 진지합니다.”
“오, 올라올 때마다 안에 넣고 그, 하지 않았습니까.”
“약에 취한 당신을 상대로 말이지요. 그것도 귀두를 막아서 제대로 뿌리지도 못했고요.”
태의가 키릴의 귓가에 바싹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생 자지로 당신 안에 제 씨물을 뿌리고 싶어요.”
키릴이 빨개진 얼굴로 재빨리 태의에게서 떨어졌다. 태의를 보는 시선에 한심함이 담겼다. 누가 그 선황의 측근 아니랄까 봐.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수긍이 갔다. 적어도 다른 꿍꿍이는 없는 것 같았다.
키릴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선황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을 뒹굴었던 몸이다. 태의 역시 셀 수 없을 만큼 안을 드나들었다. 8년을 정조와 먼 생활을 해 왔기에 이제 와 새삼스럽게 몸을 사릴 이유는 없었다.
고민은 짧았다. 선황을 말릴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면 피임이라도 해야지 어쩌겠는가.
“신관님?”
키릴이 튜닉을 벗었다. 태의의 뚫어질 듯한 시선을 받으며 바지와 속옷을 벗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좋아요. 거래해요.”
뚫어지라 키릴의 성기를 내려다보던 태의가 덮치듯이 키릴을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 연신 키릴의 얼굴을 쓰다듬고 입술을 겹쳤다.
사정하고 싶다면서 굳이 입까지 맞춰야 하나 싶어 키릴은 입을 열지 않았다.
“신관님, 임신하고 싶어요?”
치사한 협박에 미간을 구기고 입술을 벌리자 기다렸다는 듯 안을 파고들었다. 두툼한 혀가 입천장과 치열을 훑고 혀를 진득하게 빨았다. 한 손으론 키릴의 가슴팍을 더듬으며 유두를 비틀며 세게 잡아당겼다. 키릴이 신음을 흘리자 태의가 혀를 질척하게 비볐다. 목구멍까지 닿을 듯 혀를 깊이 쑤셔 넣었다. 마치 교접하는 기분이었다. 키릴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했다.
입술을 뗀 태의가 상의 주머니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
“하아, 하…….”
“그게 피임약입니다. 먼저 먹어요. 하다가 자궁 안에 쌀지도 모르니까.”
단번에 약을 삼키자 약병을 뺏은 태의가 던지듯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키릴의 셔츠를 젖히고 맨살을 쓸어 만지던 태의가 성급하게 바지춤을 내렸다.
“신관님 덕분에 이리되었습니다.”
고개를 숙이자 맑은 액을 흘리며 꺼떡거리는 성기가 보였다. 왼쪽으로 살짝 휜 성기는 두께가 선황보다 조금 못한 대신 귀두가 상당히 컸다.
저걸로 찔러 댈 때마다 목구멍까지 찔러지는 것 같아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키릴은 눈을 내리깔았다. 오늘은 맨정신으로 그를 품어야 했다. 착잡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기쁜지 벌써 가슴과 아랫도리에 저릿한 느낌이 감돌았다.
“여긴 좁으니 신관님이 제 위에 앉으셔야겠습니다.”
키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해실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곳은 선황에게 들킬 위험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
키릴이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엉덩이를 조금 들어 태의에게 선황이 꽂아 넣은 마개를 보였다.
“앉기 전에 이것 먼저 빼 주세요.”
“……너무 야한데요, 신관님.”
키릴은 선황의 말을 따른 것뿐이었기에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걸 아직 꼽고 계시다니. 참으로 착실하십니다.”
키릴의 엉덩이 사이에 툭 튀어나온 쪼그만 고리를 본 태의가 놀리듯 말하며 마개를 천천히 빼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으응…….”
마개가 쏙 빠지며 안에 고여 있던 애액이 반쯤 마른 정액과 같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핥듯이 들여다보던 태의가 슬그머니 키릴 몰래 검은 약병을 꺼내 제 성기에 들이부었다. 끈끈한 액이 흐르는 곳마다 살갗이 화끈거렸다. 크윽, 이마를 찌푸리면서도 그는 실실 웃음을 흘렸다.
준비를 모두 마친 태의가 키릴의 허리를 쥐고 잡아당겼다. 키릴이 다리를 활짝 벌리고 반쯤 몸을 띄운 채 태의의 다리 위에 올랐다.
“제가 허리 잡고 있을 테니 신관님이 직접 제 자지를 물려 주세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키릴이 불뚝거리는 성기를 쥐고 끈적한 음액을 흘리는 제 구멍에 가져다 대었다. 성기가 이상할 정도로 축축했지만 흥분해서 분비물을 흘렸거니 하고 넘겼다.
“아…….”
커다란 귀두를 반쯤 삼키자 장난감과는 다른 뜨거움에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뒤에 앉은 태의 역시 기분 좋은 듯 목을 울리며 반쯤 뜬 키릴의 몸을 천천히 제 위에 내렸다.
“하아……. 안이 너무 오물거리는데. 맛있어요, 신관님?”
“응…… 아……. 앗!”
귀두가 전부 안에 들어온 순간 태의가 돌연 허리에서 손을 뗐다. 몸이 순식간에 태의의 다리 위로 털썩 떨어져 내렸다. 푹 주저앉은 엉덩이 사이로 태의의 성기가 단숨에 끝까지 박혀 들어갔다.
“아악! 흐하아……!”
귀두가 자궁 입구를 엉망으로 찌부러뜨리며 과격하게 들이닥친 탓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음란한 몸뚱이가 단번에 절정을 향해 내달렸다.
“힉! 흑, 욱! 으으응……!”
뿌리 끝까지 단번에 찔러졌을 뿐인데 그 한 번에 끝까지 가버렸다. 키릴이 등을 활처럼 휘며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키릴의 성기에서 희멀건 점액이 세차게 쏘아져 나왔다. 성기를 물고 빠끔거리는 뒷구멍에서도 찐득한 액이 질금질금 새어 나와 쉴 새 없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밀실 바닥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벽면에도 튀었는지 점액이 군데군데 묻었다. 두어 차례 정액을 뿜어낸 키릴은 아직도 사정감에 취해 벌벌 떨고 있었다.
“크읍, 쌀 뻔했네. 후, 마개를 계속 넣고 있어서 그런가. 짧아서 더 감질났던 겁니까?”
태의는 제 품에 기대 헐떡이는 키릴을 내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흰 뒷덜미를 보는 태의의 시선이 짙어졌다.
“하긴 폐하께서 몸이 성치 않아 그간 만족하지 못했던 것도 있겠군요.”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키릴이 지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때마다 몇 번이고 가는 걸 직접 봐 놓고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아니긴요.”
몸의 떨림이 서서히 멎기 시작하자 태의가 아랫도리를 잘게 흔들기 시작했다.
“안이 닳아버리도록 쑤시고 짐승처럼 범해 주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흣, 아, 아……!”
“이렇게 말이지요.”
늘어진 키릴의 두 팔을 뒤에서 잡아당기며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단단한 살기둥이 푹 젖은 내벽을 가르고 순식간에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강한 자극에 내벽이 요동쳤다. 키릴이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
상체를 숙인 태의가 키릴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제가 그렇게 범해드리겠습니다.”
태의의 성기가 안을 빠르게 푹푹 찧기 시작했다. 온 내벽을 짓뭉개며 쳐들어온 살덩이가 가장 예민한 곳을 자비 없이 퍽퍽 쳐 대자 지독한 쾌락에 키릴의 사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사정 후 늘어져 있던 키릴의 성기가 단번에 머리를 쳐들고 끈적한 물을 흘렸다.
“맨정신인데도, 아래 입으로, 이렇게, 하아, 자지를 잘, 빨 줄은, 후, 몰랐는데요.”
“흣! 윽! 아! 흐읏……!”
“야해요, 신관님.”
선황이 남긴 정액과 애액, 태의가 뿌린 선액이 뒤엉켜 질척질척하게 더럽혀진 내벽은 닳고 닳은 구멍 주제에 할 때마다 처음처럼 그를 안달하게 했다.
“하아, 좋아, 좋아요, 신관님.”
뜨겁고 축축한 속살이 오물거리며 그의 물건을 휘감고 꽉 조여 무는 감각이 황홀했다. 내벽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때마다 성기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마치 잡아먹히는 것 같아 아찔하기도 했다. 정말로 그에게 잡아먹혀도 좋을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 만큼.
“아, 아! 아, 응! 우으응, 으응… 응! 아!”
태의는 제 시야를 어지럽히는 하얀 몸뚱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허리를 튕길 때마다 제게 꿰뚫린 사제가 자지러지며 천박한 신음을 흘렸다. 아랫도리는 물론, 머릿속까지 뜨거워졌다. 어쩌면 약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야해 빠진 신관의 음탕한 모습만으로 수십 번은 정액을 싸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으흑, 잠깐…… 아!”
그만하기는커녕 태의의 허리 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난폭한 움직임에 의자가 덜컹거렸다. 장소를 잊은 듯 남자가 날뛰자 키릴 역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안을 짓뭉갤 기세로 퍽퍽 치고 올라온 성기가 나갈 때는 커다란 귀두로 무자비하게 내벽을 긁어내려 키릴을 미치게 했다.
내내 짧은 장난감만 물고 있던 구멍을 커다란 살덩이가 자궁 입구까지 쑤시고 들어와 입구를 박아 대자 아랫배는 물론이고 뇌까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온 신경에 아래에 쏠린 것 같았다.
두 팔을 잡힌 채 거친 말을 타듯 강제로 흔들리던 키릴이 쏟아지는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흐느꼈다.
“아, 흐아…… 학! 흣! 윽, 아아!”
아침 내내 황제에게 꿰뚫려 그리 울었는데도 갈증과도 같은 흥분이 치밀어 올랐다.
“으, 제 자지가, 맛있나 봐요. 훅, 신관님, 기분, 좋아요? 응?”
“아, 아! 흑! 제발, 응, 제발……!”
자신이 무얼 바라는지도 모르고 애원했다.
머릿속이 조각난 듯 엉망으로 뒤엉킨 이지가 서서히 부서져 내렸다.
“신관님은 이제, 이 맛을, 못 잊어요.”
하얀 둔부를 마구 쳐올리며 계속해서 안을 들쑤실 때마다 사방으로 튄 음액이 의자와 탁상은 물론이고 벽과 바닥에 들러붙었다. 신실한 고해와 신성한 기도가 오가는 장소가 정액을 비롯한 온갖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음란한 냄새로 가득 찼다.
“후, 장난감은 그냥, 노는 거고, 읏, 생자지로 가야, 훅, 제대로 만족할 겁니다.”
“응, 응, 흣…… 아, 아, 아, 흐웃……!”
“야한 자궁이에요. 임신하라고, 흥분할 때마다, 훅, 애액을 분수처럼 싸 대니. 흐흐, 저도 한번 맛보니, 도저히 못 잊어서, 윽, 이런 짓까지…… 크읏!”
“아, 아! 제발…… 어떻게 좀, 으응, 제발, 빨리, ……하악! ”
“빌어먹을, 헉, 쌀 것 같아. 안에, 이 안에 쌀 겁니다. 신관님 자궁에, 훅, 빨리 열어 줘요. 빨리!”
태의가 집요하게 자궁 입구를 찔러 댔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열중하여 사납게 두드려 대자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입구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좋아, 흐윽, 기분, 좋아…….’
키릴은 자궁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쾌감을 쫓아 몸을 들썩거렸다. 살과 살이 비벼지고, 맞부딪칠 때마다 눈앞이 번쩍번쩍했다. 절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짜릿한 전율이 전신을 덮쳐 온 순간, 귀두가 자궁을 뚫고 들어왔다.
“흐아……!”
“크윽!”
키릴이 절정에 오른 순간, 태의가 쥐고 있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겨 키릴의 몸을 끌어안고 파정했다. 결합부에서 질퍽한 음액이 후드득 쏟아졌다. 맞붙은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경련하듯 부르르 떨렸다.
“하아, 하아…….”
“후욱, 훅.”
배속을 뜨겁게 적시는 느낌에 키릴이 다시 한번 더 어깨를 떨었다. 태의가 키릴의 가슴과 막 사정을 마친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아…….”
방금 절정에 올라 사정까지 마친 뒤였는데도 아래가 이상하게 근질거렸다. 전신이 노곤한데도 배에 가득 들어찬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키릴이 목덜미를 뒤로 젖히고 괴롭게 신음하자 태의가 뺨에 입술을 꾹 누르며 달랬다.
“괜찮아요. 계속 가게 해 줄게요.”
그 말대로 키릴은 그 뒤로도 몇 번이고 갔다. 반쯤 선 자세로 뒤로 성기를 받거나, 반쯤 누워 정상위로도 하고, 테이블에 기대어 한쪽 다리만 들어 올린 채 개처럼 박히며 흐느끼기도 했다. 온갖 체위로 태의의 정액을 받았다.
“히익! 아, 응! 흐, 학, 으응! 으으응!”
지금은 태의와 마주 본 채 그의 다리 위에 앉아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너무 울어 짓무른 눈가를 태의가 혀로 핥았다.
“훅, 훅, 색사를 폐하께 배워서 그런가. 절륜한 것까지 잘 배우셨네요. 이러니 더 탐이나요.”
키릴을 다시 제 위에 마주 앉히고 쉴새 없이 박아대던 태의가 하얀 둔부를 주물럭거리다 등줄기를 더듬었다. 맞닿은 피부가 땀에 젖어 미끈거렸다.
남자는 키릴에게 제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대신 그만큼 자궁 안에 자신의 씨물을 그득 뿌렸다.
열락에 빠진 두 사람은 본능만 남은 짐승처럼 정신없이 몸을 흔들며 헐떡였다. 들끓는 흥분에 뇌까지 쾌락에 절어버린 그들인 이곳이 공공장소고, 신전이라는 것도 잊었다.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것은 둘째치고, 그 어느 곳보다 신성하고 정결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점점 격해지는 움직임에 좁은 밀실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신관님이, 제 자지를, 훅, 너무 맛있게 씹어, 큿, 먹고 있어서 미치겠어요. 훅, 훅, 그렇게 좋아요? 응?”
태의는 키릴의 몸을 부여잡고 종마처럼 아랫도리를 퍽퍽 쳐 댔다. 몇 번이고 사정을 반복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마치 약이라도 한 사람처럼 전신이 붉게 달아올라 달뜬 얼굴로 난잡한 허릿짓을 계속했다.
“아, 아, 아……! 좋아, 더, 더, 흐읏…… 응, 응, 미, 미칠 것 같아, 하악!”
키릴은 이곳이 어디인지, 상대가 누군지도 잊고 태의의 목을 끌어안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쾌락에 절어 반쯤 풀린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질퍽한 아랫도리를 난잡하게 흔들며 태의가 희게 웃었다.
*
그날 이후 임신 걱정이 없어서인지 태의는 거리낌 없이 키릴의 안을 파고들어 정액을 싸질렀다.
태의는 점점 대범해졌다. 어떤 날은 두어 번의 사정으로 곯아떨어진 선황의 옆에서 키릴을 덮치기도 했다.
“피임약 먹고 있는 거 폐하에게 알릴까요?”
“당신이, 읏, 줬잖습니까?”
곤란해지는 건 너도 마찬가지란 말에 태의가 빙긋 웃었다.
“그렇네요. 아마 크게 혼날 겁니다. 그럼 더는 신관님께 피임약을 드리지 못하겠네요.”
태의는 황홀한 표정으로 고아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신관님은 그냥 그대로 누워 있어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엎드려 누워 있는 키릴의 다리를 벌려 엉덩이 사이에 성기를 찔러 넣곤 그 위에 몸을 겹쳤다. 등 뒤에 바싹 들러붙어 품 안에 키릴을 완전히 가두며 삽입을 이었다.
목덜미에 닿는 흥분한 태의의 숨소리에 키릴 역시 숨이 가빠왔다. 선황의 것이 빠져나간 자리에 태의의 물건이 들어찼다.
“윽! 흐읏…….”
“폐하의 정액으로 안이 질척질척하군요.”
태의가 키릴의 맨살에 자기 몸을 부대끼며 은밀하게 허릿짓을 했다. 키릴은 자는 선황에게 들킬까 싶어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시트만 쥐어뜯었다. 키릴의 입을 막은 태의가 자신 역시 신음을 참기 위해 키릴의 어깨를 물었다.
“읍, 우흐…… 읍, 웅으흡……”
“읏, 큿……!”
성기가 젖은 구멍 안을 헤집으며 울리는 질퍽거리는 소리와 살 부딪히는 소리가 비밀스럽게 울렸다. 태의의 목에 핏대가 섰다. 허리를 크게 움직여 침대 매트가 망가지도록 날뛰고 싶은 것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도 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태의는 간혹 저도 모르게 물고 있던 키릴의 어깨를 헐떡거리며 마구 빨아 댔다. 그러다 흠칫한 뒤 다시 어깨를 물기를 반복했다. 매끄러운 피부의 감촉은 물론이고 땀 냄새조차 그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읍, 흣, 빨리, 으응, 빨리 싸요.”
키릴은 선황에게 들킬까 봐 무서웠다. 선황이 알게 되는 것보다 알게 된 뒤 그가 할 행동이 무서워서였다.
“하아, 조르지 않아도, 흣, 가득 싸 줄 텐데.”
매트가 출렁출렁 약하게 흔들렸다. 태의는 쉴 새 없이 허리를 잘고 빠르게 앞뒤로 흔들며 절정으로 향해갔다. 그는 사정을 참지 않았다. 사정감이 차오르면 그대로 자궁 안에 싸고 다시 키릴의 안을 비비며 제 것을 발기시켰다. 몇 번이고 사정을 반복하며 선황의 정액에 제 정액을 더했다.
그날 이후 키릴의 어깨에 잇자국이 사라지는 날이 없었다.
두 사람은 선황의 눈을 피해 수시로 관계를 이어갔다.
약을 받기 위해 대가로 몸을 겹치고, 거래를 지속하는 대가로 또 헐떡이며 뒹굴었다.
이제는 선황보다 그의 정액을 받는 날이 더 많았다.
오늘 같은 날은 오전에 욕실에서 하는 대가로 약을 이미 받았지만, 내일 거래를 위해 태의의 침실에서 또다시 들러붙었다.
“약 받으러 오는 거예요, 아니면 나와 하고 싶은 거예요?”
태의의 침실에서 정사를 나눈 후 남자가 지쳐 늘어진 키릴의 몸을 지분거리며 속삭였다. 태의의 손에 몸을 맡기고 있던 키릴이 남자를 흘겨보았다.
‘계속 거래하고 싶으면 자기 방에 오라 그래놓고…….’
키릴이 대답 없이 태의의 손을 쳐내자 피식 웃은 태의가 뒤에서 안아왔다. 젖은 피부가 들러붙었다. 정사의 흔적이 가득한 피부는 아직 후끈했고 미끈거렸다.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작거렸다. 안에 가득 찬 것이 질질 새서 축축하다 못해 질척했다. 키릴이 약하게 신음하며 태의의 손을 낀 채 허벅지를 비볐다.
“으응…….”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한 것이었지만 태의는 유혹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반쯤 선 제 성기를 허벅지 사이에 끼워 넣고 비비적 댔다. 축축한 뒷구멍과 회음부, 음낭이 성기와 마찰하며 다시 열기를 피워 올렸다. 구멍이 간지럽다 싶더니 키릴의 안에서 묽은 액이 왈칵 뿜어져 나왔다. 둘 사이에 다시 음란한 긴장감이 퍼졌다.
“흣…… 아…… 흐으응.”
“신관님은 절 짐승으로 만들어요. 당신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글쎄, 원래 짐승 같지 않았던가. 하지만 뒷말은 부정할 수 없었다. 키릴은 태의의 성기에 벌름거리는 제 구멍을 스스로 비비며 생각했다.
그들은 키릴을 망가뜨리는 데 성공했다.
키릴은 이제 맨정신으로도 황제 외의 남자에게 제 몸을 내어줄 수 있었다. 막상 해 보니 황제와 뒹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피임약을 얻기 위해 태의에서 안기는 것처럼 선황과의 관계는 그저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처음은 계시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애정 따윈 없었다. 안기는 이유조차 둘 다 세속적이고 하찮았다. 키릴이 아는 정사란 그런 것이었기에 태의에게 느꼈던 거부감은 금세 사라졌다.
하지만 선황과 태의의 정액을 담은 채로 우연히 지나가던 일리야와 마주칠 때면 자신이 추잡하게 느껴져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쩌면 그래서 더 피임약을 놓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임신하고 싶지 않았다. 일리야에게 부푼 배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고작 자신의 보신을 위해 아이를 품으라는 선황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임신을 돕는 약과 피임약을 같이 복용하는 셈이라 그것이 몸에 부담을 주었는지 약을 먹은 날은 며칠 속이 좋지 않았다. 심한 날은 먹은 것을 모두 게우기도 했다.
그래도 키릴은 약 복용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