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리야(1)
선황과 꼭 닮은 첫 아이가 이제는 황제가 되어 키릴의 눈앞에 있었다.
“대신관께서 이리 환영해 주시니 기쁘군요.”
귀빈실에 들어선 황제는 수행원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단둘만 남자 황제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잘 자라고 있는지요?”
“……예.”
황제가 키릴의 배를 힐끗 보았다.
“태의를 보낼까요?”
“괜찮습니다.”
“하긴…….”
슥 다가온 황제가 고개를 숙여 키릴의 귀에 속삭였다.
“출산은 익숙하실 테니.”
빈정대는 말에도 키릴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미없다는 듯 혀를 찬 황제가 의자에 앉으며 제 옆자리를 툭툭 쳤다. 금세 속옷이 축축해진 키릴은 딱히 앉고 싶지 않았기에 거절했다. 황제가 그런 키릴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다 제 앞으로 불러 세웠다.
“대신관.”
“말씀하시지요, 폐하.”
“혹시나 해서 말해 둡니다만, 너무 정을 주지 마세요. 어느 정도 자라면 수인족 영지로 보낼 겁니다.”
“…….”
“그러라고 품은 아이이며, 아비를 죽인 게 아닙니까?”
“아이가 태어난 뒤의 운명은 모릅니다. 그건 보여 주지 않으셨습니다.”
황제가 픽 웃었다.
“하긴 일개 인간인 우리가 어찌 그 뜻을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굳이 사제에게 황제의 씨를 품으라 하신 것도 다 뜻이 있으셨을 테니.”
젊은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키릴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황제는 선황을 닮아 상당한 장신이라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아야 했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바짝 붙어선 황제가 고개를 숙여 키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얼굴이 닿을 것 같아 키릴이 물러서려 하자 팔을 둘러 허리를 잡아챘다. 배가 맞닿았다. 순간 내내 안에서 꿀렁거리던 음액이 밖으로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폐하, 놓으세요.”
나이가 무색하게 하얗고 고아한 얼굴에 붉은빛이 어리자 눈을 뗄 수 없었다. 황제는 아직도 청년으로 보이는 모친을 집요하게 눈으로 더듬었다.
“어머니.”
황제가 제 어미의 뺨을 매만지며 낮게 속삭였다.
“제가 죽은 부황처럼 그리 대책 없이 날뛴다면 다음은 제 아이를 품을 것입니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왜요, 황제의 후계를 임신하자 황제가 죽고, 수인족의 아이를 배자 또 그 수장이 죽지 않았습니까. 제 아이를 가진다면 제 목을 치겠다는 것 아닙니까?”
“폐하!”
“아, 예외도 있긴 하겠군요. 하지만 그게 저란 보장은 없으니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선 선왕 폐하와 다릅니다.”
외모만 닮았을 뿐. 아니, 가끔 빈정거리는 걸 보면 조금은 부친을 닮은 것도 같지만…….
“굳이 따지자면 태후 폐하를 더 닮으셨습니다.”
적어도 대외적인 평판은 그랬다. 뒤에서 망나니라 손가락질받던 선황과는 전혀 행보가 달랐다.
“글쎄요. 저는 꽤 닮은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황제의 매끈한 얼굴에 심술이 그득했다.
“다리를 벌리고, 신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어떨지 제법 궁금해서요.”
핼쑥해진 얼굴에 대고 의뭉스러운 미소를 보인 황제가 건강하시라 말하며 귀빈실을 나섰다.
귀한 걸음을 한 것치곤 남기고 간 것이 영 신통찮았다. 고작 이런 대화나 하려고 전이문을 열고 이곳까지 온 건가 싶었다.
‘시간이 남는 것도 아닐 텐데.’
황제의 뒷모습에서 제멋대로였던 선황제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그래, 선황제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황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여유가 있더라도 실없는 소리나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황제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키릴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혈육이라 끌리는 걸까. 육친의 정을 황제가 다른 감정으로 오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자신을 낳은 사람이란 걸 알아도 키릴의 겉모습은 지나치게 젊은 데다 가까운 남처럼 지냈으니 모친이란 자각이 없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머리가 복잡했다.
황제가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황망히 서 있던 키릴이 쓰러지듯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
일과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키릴은 서둘러 가운과 코트를 벗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아래가 축축했다. 위쪽도 마찬가지. 유두를 죄어 흰 물이 흐르지 않게 막았는데도 셔츠 앞이 흥건하게 젖었다. 매번 임신할 때마다 이랬다. 몸이 말할 수 없이 민감해지는 것은 물론 성욕이 주체가 안 되었다.
오늘도 황제의 방문이 아니었다면 외부 활동은 자제했을 텐데. 내내 참느라 식은땀이 맺힌 이마를 훔치며 키릴은 안도의 숨을 흘렸다. 일단 씻고 싶었다. 그리고 또…….
키릴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부풀어 올라 안에 든 것을 짜내 달라고 외치는 듯 솟아오른 유두와 툭 튀어나온 바지춤이 보였다. 셔츠를 푸는 손길이 다급해졌다. 마음이 급했던 탓인지 키릴은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도 몰랐다.
“키릴 님.”
단추를 모두 풀었을 때 느닷없이 뒤에서 뻗어 나온 팔이 키릴을 끌어안았다. 잠깐 흠칫했던 키릴은 익숙한 체취에 등 뒤에 바싹 붙어선 단단한 육신에 온전히 제 몸을 기댔다.
“저 없는 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귓가에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키릴의 표정이 나른하게 풀렸다.
잠시 젊은 황제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키릴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금방 왔네. 일 다 마치고 온 거 맞니?”
“예, 거기서 할 일은. 여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지만.”
크고 거친 손이 키릴의 부푼 배를 쓸어내렸다. 키릴은 난처해하면서도 제 몸을 만지는 손을 내버려 두었다. 부드럽게 몸을 어루만지던 손이 키릴의 젖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아…….”
다른 한 손은 바지 속을 파고들었다. 아래를 더듬던 손가락이 속옷에 닿았다. 축축하게 젖어 툭 튀어나온 곳을 더듬는 손길에 키릴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하얀 기사복이 보였다. 자신을 보는 보라색 눈동자와 시선이 얽혔다. 금욕적인 성기사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위도 아래도 이렇게 새서, 참느라 힘드셨겠습니다.”
성기사가 키릴의 귀를 야릇하게 깨물며 소리 내어 핥았다. 부풀어 오른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놓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빨아드리고 싶은데. 허락해 주세요.”
귀를 핥던 입술이 키릴의 턱을 타고 볼을 짓눌렀다. 가슴을 애무하던 손으로 키릴의 턱을 잡아 돌려 눈가와 볼, 입술 근처에 연신 입을 맞추며 허락을 졸랐다. 살짝 흐트러진 숨소리에 실린 다급함을 느낀 키릴이 몸을 돌려 기사의 목을 끌어안았다. 눈이 마주치고 허락을 읽어낸 기사가 몸을 숙였다.
제일 먼저 입술이 빨렸다. 혀가 빨리고 입 안이 빨리고 다시 입술이 빨리길 몇 번이고 반복한 후에야 기사는 키릴의 허리를 안고 가슴을 삼켰다.
“으응……. 흐으, 읏, 하아…….”
애무하듯이 가슴을 빨며 젖구멍을 뚫고 나오는 유즙을 남김없이 흡입했다.
“하아, 키릴 님…….”
양쪽 유두가 벌겋게 부어오를 때까지 모유를 빨아 마신 기사가 열기 어린 탄성을 흘리며 키릴의 몸에 입술을 비볐다.
한참 쪽쪽 거리며 살갗을 빨아대던 기사가 키릴의 몸을 달랑 들어 올려 침대에 눕혔다. 가쁜 숨을 흘리며 늘어진 키릴의 몸 위에 올라탄 기사가 키릴의 배를 더듬거렸다. 수인의 아이라서인지 이전보다 배가 더 부푼 것 같았다. 너무 크면 키릴의 몸에 부담이 갈 것 같아 이 이상 커지지 않길 바랐다.
기사는 키릴의 배를 문지르며 불쑥 물었다.
“폐하께선 알고 계실까요? 이 아이 외에도 자신의 이부 형제가 더 있다는 걸.”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저를 끌어안는 키릴의 목덜미에 입을 맞춘 성기사가 경애하는 사제의 속옷을 벗겨 내리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얼마 전 즉위한 젊은 교황이 현 황제의 이부 형제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