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7/72)

11.

“저와 재밌는 놀이를 해 보시겠습니까?”

“놀이?”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말이지요.”

*

이주 뒤, 가슴이 전보다 더 부풀었다. 가만히 있어도 젖물이 속옷을 적시곤 했다. 황제가 준 선물이 아니었다면 젖는 건 속옷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끔 아래가 가렵기도 했다. 약도 미향도 없는데 몸 안이 뜨거워졌다. 가려움을 참을 수가 없어서 키릴은 스스로 몸을 더듬기도 했다.

젖을 움켜쥐고 성기를 만지며 수음해 보지만, 사정조차 할 수 없었다. 뒤를 더듬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는 열기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 날은 그저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동안 황제는 키릴의 가슴을 희롱하는데 빠져 있었다. 제법 살집이 붙은 가슴을 움켜쥐고 아플 정도로 쥐어짜 뿜어져 나온 젖을 입으로 받아먹거나 음식이나 제 얼굴에 뿌리기도 했다.

예전이었다면 미친 짓이라며 거절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정액이 새지 않게 마개를 끼운답시고 남성의 생식기를 본뜬 이상한 물건을 아래에 집어넣어도 키릴은 거부하지 않았다. 흡착기란 물건을 키릴의 유두에 붙여 강제로 젖을 짜내도, 그 고문 같은 쾌락에 사지를 떨며 울부짖길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든 이상한 짓을 용인할 정도로 키릴은 몸이 달았다.

참기 힘든 날은 황제가 좀 더 제 몸을 멋대로 다뤄 주길 원할 때도 있었다. 적어도 그때만은 들끓는 충동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자기 몸인데 통제가 되지 않았다. 키릴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의원에게 상담할 수도 없었다. 그저 침실 또는 기도실에 틀어박혀 치밀어 오르는 욕구를 필사적으로 억누를 뿐.

그 와중에 황제는 야속하게도 키릴을 찾는 시간을 점점 줄였다. 최근엔 늦은 새벽에나 찾아와 키릴의 몸에 정액을 두어 번 뿌린 후 돌아갔다.

황제에겐 후궁이 많으니 오히려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만으로 다행일지 모른다. 이제 임신했으니 더는 두 사람이 예전처럼 엉겨 붙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 이유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신에 필요하지 않은 변태적인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생각하지 않았던가.

키릴도 그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성욕 때문에 죽을 것 같아서 대신 장난감이라도 안에 넣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황제가 그것마저 모두 치워버렸다. 아직 수치심이 남아 있었던 건지 키릴은 차마 다시 달라고 청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틀 전부터 황제가 키릴을 찾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고 수시로 키릴을 탐하더니. 드디어 질린 것인가. 다행이라며 좋아해야 하는데 키릴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아랫도리가 너무 근질거렸다. 키릴은 혼자 끙끙 앓으며 성욕조차 자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아이를 낳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의 자신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 답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조금 불안해졌다.

*

키릴은 오늘도 우울하게 기도실에 웅크려 있던 중 황제가 보낸 메모를 받았다. 정해 준 시간에 자신의 방에 올라오라는 내용이었다. 하얀 종이에 적힌 글씨를 보는 키릴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키릴은 황제가 말한 시간이 되기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자정이 되기 삼십 분 전.

키릴은 숨겨진 계단을 올라 문을 두 번 두드려 신호를 보냈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상반신만 탈의한 황제가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침실엔 그 혼자만 있지 않았다.

“폐하, 저기 저분들은…….”

키릴은 황망함에 말끝을 흐렸다. 침대 위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황제의 후궁과 젊은 남자가 한 덩어리처럼 얽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남자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갈색 머리, 연두색 눈동자, 화려한 이목구비. 키릴은 황제의 집무실 근처에서 저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임시 기도실에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었지.

‘왜 황제의 침실에 후궁과 저러고 자는 거지? 밤에 황제의 침실에 누워 있는 걸 보면 이 남자도 후궁인가?’

당혹스러워하며 황제에게 물었다.

“제가 시간을 착각한 건지요?”

“아니다. 제시간에 맞춰 왔단다.”

“그럼 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키릴은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닌 듯하여 몸을 돌렸다. 황제가 그의 팔을 잡아챘다.

“왜, 싫으냐?”

키릴이 어물거리며 소리죽여 답했다.

“……여기선 할 수 없습니다.”

“소심하긴.”

나직이 웃던 황제가 뒤에서 키릴을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걱정 말거라. 깊이 잠들어서 누가 여기서 무얼 하는지도 모를 터이니.”

겨드랑이 사이로 양팔을 집어넣어 키릴의 잠옷 단추를 하나씩 천천히 풀었다.

“이 시간만 기다리지 않았더냐. 지금 가면 내일 자정이 되어야 내 것을 받을 수 있을 터인데. 정말 괜찮으냐?”

황제가 키릴의 귓바퀴를 살짝 깨물고 진득하게 빨았다. 귓가를 적시는 축축한 느낌과 질척한 소리에 키릴의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아래가 다시 근질거렸다.

“자, 짐이 준 선물만 남기고 침대 옆에 서 보아라.”

얇은 잠옷 위로 황제의 손이 미끄러졌다. 부푼 가슴을 비비고 허벅지 사이를 더듬었다. 그것만으로 애액이 새어 나왔다. 귓가를 데우는 황제의 숨소리에 웃음기가 실렸다.

두 사람 사이에 끈적한 분위기가 흘렀다. 키릴은 다리 사이가 축축이 젖는 것을 느끼며 힐끗 침대를 보았다. 깨어날 기색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못 하겠어요.”

다른 이가 있는 곳에서 황제와 뒤엉킬 순 없었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도 황제의 것을 품는다면 더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키릴이 황제의 품에서 벗어나 몸을 뒤로 물렸다.

“제 침실로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짐은 오늘 너를 찾지 않을 거다.”

키릴의 표정이 무너졌다.

이대로 도망가고 싶은데 욕정 때문에 머뭇거리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어디까지 떨어져 내릴 거냐, 키릴.’

입술을 질끈 깨물며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축축하게 젖은 허벅지가 떨렸다. 황제의 시선이 젖은 아래에 머물다 발끝으로 내려왔다.

“돌아가려고? 짐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황제가 바지를 내리고 보란 듯이 제 성기를 쓸어내렸다. 쿠퍼 액을 흘리며 꺼떡거리던 성기가 키릴의 시선에 조금 더 부풀었다. 키릴은 황급히 시선을 내렸다.

수치도 모르는 황제가 징그러우면서도 저것이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몰아치던 감각이 떠올라 숨이 막혔다.

“하, 하, 하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차올랐다.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렸다. 그 순간 아래에서 울컥 무언가가 쏟아졌다. 끈적한 애액이 물처럼 안에서 흘러내렸다. 허벅지를 적시다 못해 바닥에 뚝뚝 떨어지자 키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

멍하니 바닥을 보던 키릴이 고개를 든 순간 황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대로 황제에게 잡혀 끌려갔다. 키릴은 저항하지 않았다.

*

“크흣! 헉, 헉!”

“읏! 응! 흐으…… 읏!”

억누른 신음과 철썩철썩 살 부딪히는 소리가 황제의 침실을 요란하게 울렸다.

골반을 움켜쥐고 미친 듯이 아랫도리를 치대는 황제 탓에 뒤꿈치가 자꾸 들렸다. 몸이 자꾸 떠올라 기댈 곳이라곤 침대 기둥뿐이었다. 키릴은 손이 하얗게 되도록 기둥을 부여잡았다. 황제가 뒤에서 난폭하게 박아 댈 때마다 키릴의 몸과 침대 기둥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기둥 주변과 바닥은 이미 두 사람이 뿌린 정액과 애액으로 엉망이었다.

키릴의 앞에 잠들어 있는 남자의 팔에도 뿌연 정액이 튀었지만 키릴은 몰랐다. 전신을 활활 태우는 불꽃 같은 쾌락에 눈앞이 흐릿해서 알 수 없었다.

“흣! 으, 읏, 흐으…… 웃, 으윽……!”

악문 잇새로 신임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키릴은 황제에게 꿰뚫리며 쾌락에 젖어 흐느꼈다.

검붉은 성기가 정신없이 들락거릴 때마다 구멍에서 애액이 흠뻑 튀었다. 안이 음액으로 흥건하다 못해서 줄 줄 넘쳐흘렀다. 황제가 발정 난 개처럼 게걸스럽게 안을 쑤셔 대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았다.

치솟는 흥분에 몸이 제멋대로 들썩거렸지만 퍽퍽 안을 찧어 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 없었다.

“으응, 아, 아! 하악! 하아, 흐읏!”

허리를 숙인 탓에 아래로 쏠린 가슴살이 흔들릴 때마다 묵직한 자극이 밀려왔다. 한껏 부풀어 오른 젖꼭지가 아팠다. 링을 낀 부분이 살을 꽉 죄이는 데다 젖구멍이 있는 앞을 틀어막은 침이 발기한 유두가 커질수록 깊이 박혀 들었다.

아픈데, 분명 통증이 느껴지는데도 이 모든 것이 몸을 달뜨게 했다. 젖물이 보석을 때리며 밖으로 비집고 질질 새는 느낌마저 흥분을 돋우었다. 간질간질한 유두를 마구 비비고 긁어대고 싶었다. 황제가 위도 아래도 모두 엉망이 되도록 괴롭혀 줬으면 했다.

“아, 아! 폐하, 폐하!”

키릴이 주변 상황도 잊고 젖은 목소리로 애타게 황제를 불렀다.

“으응! 폐하, 제발……!”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대면, 헉, 헉, 어쩌느냐, 깨면 어쩌려고!”

“응! 응! 아, 아! 아! 흐으……!”

“교단의 미래가, 헉, 뒷구멍에 사내 좆을 씹으며, 헉, 이리 자지러지는 꼴을, 헉, 보여 줄 테냐? 응?”

황제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더욱 짐승처럼 박아 대며 키릴을 몰아붙였다. 키릴이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입을 가득 벌리고 백치처럼 침을 줄줄 흘렸다.

눈물과 침으로 엉망이 된 하얀 얼굴이 쾌락으로 일그러졌다.

“여기는 왜 더, 헉, 커졌느냐.”

황제가 팔을 뻗어 키릴의 젖꼭지를 쥐고 세게 비틀었다. 키릴의 입에서 환희에 젖은 신음이 터져 나온 것과 동시에 젖물이 가득 튀며 황제의 손을 적셨다.

“헉, 키릴, 좋으냐? 짐이 이리 네 구멍을 쑤셔 주고, 헉, 젖을 짜주니, 좋으냔 말이다!”

“흐윽…… 조, 하으! 좋습니…… 흣! 아! 아! 폐하!”

키릴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좋다고 외쳤다.

“헉, 헉! 키릴, 내 암컷이 되거라.”

“아, 아, 아! 하악……!”

“짐의 요부가 되면! 네 평생, 자궁이 마르지 않도록 해 주마!”

“응, 응, 흣, 아, 아, 으응…… 흐읏!”

엄청난 쾌감이 밀어닥쳤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열락에 녹아내린 뇌는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쾌락에 헐떡이며 황제의 성기를 마구 물어댈 뿐이다. 접합부에서 질척한 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내벽이 헐도록 무자비하게 퍽퍽 찧어대던 황제가 성기를 끝까지 욱여넣은 채 허리를 둥글게 돌렸다. 여린 살을 득득 긁어 대며 내부를 마구 휘젓자 애액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키릴의 성기는 한참 전부터 정액을 물처럼 흘렀다.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큿!”

한계에 치달은 황제가 허리를 부르르 떨며 키릴의 안에 몇 번째인지 모를 정액을 퍼부었다. 키릴이 성기를 꽉 조여 물며 정액을 받았다. 임신 후에도 납작하던 배가 황제의 정액으로 살짝 볼록해졌다.

안이 정액으로 꿀렁거리도록 가득 황제의 것을 받았음에도 몸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이대로 하다가는 정말 안이 헐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뜨거워진 몸을 자제할 수 없었다. 안이 엉망이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황제의 성기를 뿌리까지 삼킨 키릴이 까끌까끌한 음모와 커다란 고환에 제 살갗을 비볐다.

“아! 아! 폐하, 더, 더……!”

“이리 음탕한 사제가 있나. 정액 빠는 요물이 따로 없구나.”

황제가 침대 기둥을 붙든 키릴의 손을 떼어내고 몸을 옆으로 밀쳤다. 침대 가장자리에 쓰러지다시피 기댄 키릴이 멍한 얼굴로 시트에 볼 비볐다. 안을 꽉 채우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자 허전하고 안타까웠다.

한참 동안 황제의 것을 물고 있던 구멍은 여전히 닫히지 않고 벌어진 채로 안에 있던 것을 질질 쏟아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황제가 입맛을 다시며 손을 뻗었다.

황제의 손이 쓰러지듯 침대에 기댄 키릴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으…… 하악!”

커다란 두 손이 아프도록 가슴살을 쥐어짰다. 그 순간 젖물이 유두를 틀어막은 보석을 튕겨내며 맹렬한 기세로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흐하아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이 단숨에 머리끝까지 치달았다. 키릴의 전신이 벌벌 떨렸다. 벌어진 구멍에서 애액이 왈칵 터져 나왔다.

“힉! 히으, 흐으, 아으흐……!”

급작스러운 절정에 달한 키릴이 뒤로 질질 싸며 뒤늦게 정액을 뿜었다. 사정 후에도 끈적한 물이 계속 샜다. 성기에 구멍이라도 난 것 같았다. 이러다 온몸의 수분이 바닥날 듯했다.

온갖 체액을 쏟아낸 탓에 순식간에 키릴의 몸과 시트가 뿌연 액으로 흠뻑 젖었다. 침대 주변까지 젖은 것을 본 키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바로 앞에 잠든 두 사람이 보였다. 그제야 잊고 있던 현실이 머리에 인식되었다.

황제가 뒤에서 키릴의 허리를 쥐고 들어 올렸다. 하체만 붕 뜨자 당황한 키릴은 황급히 반으로 접힌 두 팔 힘을 주고 버텼다. 팔을 펴 상체를 세우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몸이 앞으로 쏠릴 것 같았다. 잠든 남자를 내려다보며 하고 싶지 않았다. 엉덩이만 치켜든 자세로 키릴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폐하, 이러면…… 위,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아직 거기에 신경 쓸 정신이 있나? 걱정 말거라. 단단히 재웠으니 죽은 듯이 잘 거다.”

황제가 제 성기를 키릴의 허벅지에 끼우고 비볐다.

“짐의 씨를 더 달라고 보채지 않았느냐. 쓸데없는 건 짐이 잊게 해 주마.”

황제가 느릿하게 안을 파고들었다. 반쯤 열려 있던 구멍이 단번에 성기를 집어삼켰다.

“우읏……!”

성기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왔다. 뻐근할 정도로 안이 벌어지고 속살이 짓뭉개지다 못해 근처의 다른 장기까지 범해지는 것 같았다. 키릴은 황홀감에 휩싸였다. 장기가 짓눌리는, 배가 터질 것 같은 압박감마저 기꺼웠다. 다른 생각 따윈 할 틈이 없었다.

“흣, 흐으, 아, 아흐으…… 아……!”

“하아……. 좋구나, 후우.”

질척한 속살이 단단한 살기둥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왔다. 제 것을 물고 오물오물 빨아 대는 내벽이 지나치게 부드럽고 뜨거워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황제는 당장이라도 사정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흣, 으…… 흡…… 으응!”

뭉툭한 귀두가 천천히 안을 비벼대자 배 안이 찌르르 울렸다. 간지러운 등이 절로 휘었다. 차오르는 성감에 키릴이 몸을 뒤틀자 황제가 느리게 뺀 성기를 단번에 쑤셔 박았다.

“아흑! 아, 아흐읏……!”

퍽퍽 쳐대는 허릿짓이 점점 빨라졌다. 깊은 곳을 사정없이 헤집고 부어오른 입구를 무자비하게 쾅쾅 찍었다. 황제가 입구를 찌를 때마다 머리까지 울렸다.

“앗, 아, 아! 아응! 학! 하으윽, 흣! 으으응!”

팔이 잡혀 그대로 뒤로 당겨졌다. 허리가 뒤로 꺾이고 황제의 성기가 더 깊이 안을 파고들었다.

황제가 키릴의 두 팔을 움켜쥐고 엉덩이가 납작하게 짜부라지도록 안을 퍽퍽 쳐 댔다.

“흣, 아, 아, 아! 너무, 빠… 흣! 빨라…… 응, 으응……! 아!”

“큿!”

황제의 정액이 내벽을 때렸다. 그 순간 키릴의 몸이 빳빳하게 굳으며 허리를 더욱 휘었다. 고개를 치켜들고 소리 없는 교성을 질렀다. 또다시 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싸고 있었다. 황제의 성기가 박힌 구멍에서 정액과 섞인 음액이 물줄기처럼 쏟아져 나왔다. 쿠퍼 액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정액을 질질 흘리던 성기도 묽은 정액을 몇 차례 울컥울컥 뱉었다.

키릴의 골반을 꽉 움켜쥐고 몸을 부르르 떨던 황제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자세를 바꿨다.

침대에 걸터앉아 축 처진 키릴을 제 위에 앉혔다. 땀과 체액으로 엉망이 된 몸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허리를 흔들어 댔다. 침대가 거세게 출렁거렸다.

“아! 아, 아! 힛, 흣……! 아, 아, …우읏!”

머리도 몸도 어딘가 망가진 것 같았다. 뭐가 문제인지 돌아봐야 할 것 같은데 허릿짓을 멈출 수 없었다. 황제의 허벅지 위에서 팡팡 뛰며 안을 쑤시는 게 더 급했다. 멈추지 않은 발정에 키릴은 괴롭게 흐느꼈다.

“학! 하아…… 응, 응! 아, 앗! 하악……!”

황제의 성기와 정액을 품고 볼록 나온 배. 땀과 체액으로 흠뻑 젖어 발갛게 달아오른 몸이 쉴 새 없이 들썩거렸다.

황제는 끓어오르는 열로 흐릿해진 시야에 눈가를 찡그리며 키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음란한 쾌락에 흠뻑 빠진 얼굴이 흡족하여 키릴의 입술을 빨고 핥고 헐떡이는 입안으로 두툼한 혀를 집어넣었다.

키릴이 얼굴을 찡그리며 괴로워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황제는 멈추지 않았다. 아래 구멍에 이어 윗구멍까지 범하겠다는 듯 집요하게 입안을 파고들었다.

“읍, 우읍, 흐…… 하악, 학!”

키릴의 입 주변은 두 사람의 침으로 엉망이었다. 침을 삼키지도 못하고 줄줄 흘리며 허덕이는 키릴의 얼굴이 야했다.

“참으로, 훅, 보기 좋구나.”

이 젊은 사제의 이런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해 봤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외에는 말이다. 크크크, 황제의 입에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교단에서 무구하게 자라던 젊은 청년을 이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희열이 밀려왔다.

“짐이 널 이리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황제가 끌끌 웃으며 키릴을 끌어안았다.

키릴은 백치같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황제에게 안겨 한참을 흔들렸다.

그는 임신 뒤에 발정기가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 몸뚱이인데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매달릴 사람은 황제뿐이었다. 그리고 황제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건 자신의 육체만이 아니란 걸 키릴은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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