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신의 영역 안이라서일까. 키릴이 황성에 온 뒤 황제는 고삐 풀린 짐승처럼 굴기 시작했다.
밤에 서로의 침실을 오가거나 휴식을 핑계로 황제가 임시 기도실에 쳐들어오는 것은 이제 더는 문제가 아니었다.
황제는 종종 황당한 요구를 했다. 키릴은 가끔 침대에 누운 황제의 얼굴 위에 알몸으로 걸터앉아 황제에게 아래를 빨려야 했다.
그때마다 황제는 제 얼굴을 깔고 앉은 키릴의 뒷구멍을 핥고 빨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곤 했다. 키릴이 느낄수록 음란한 냄새가 짙어진다며 키릴의 안을 빨면서 헐떡거렸다. 흥분한 황제의 숨결이 회음부를 뜨겁게 달굴 때면 키릴은 수치스러움에 눈가를 적셨다.
그러면서도 더없이 흥분했다. 부끄러워 울먹이면서도 황제의 끈적한 희롱에 구멍을 벌름거리며 음액을 왈칵 쏟았다. 그렇게 흘러내린 야한 물을 황제가 허겁지겁 받아먹었다.
정액과 애액, 정사 중 흘린 땀까지. 황제는 키릴의 몸에서 나온 체액은 모조리 핥으려 들었다. 이러다 소변이라도 싸 보라고 하지 않을까 무섭기까지 했다.
황제가 하는 이상한 짓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한번은 연못을 보러 가자 해놓고 키릴이 조경을 구경하는 사이, 기사들을 물린 황제가 키릴의 뒤에 바싹 붙어서 엉덩이에 성기를 비빈 적도 있었다. 심지어 키릴의 튜닉 위에 정액을 뿌리기까지 했다. 정화도 못 하게 막아서 그날은 그 위에 가운을 걸치고 종일 황제의 정액이 묻은 옷을 입고 있어야 했다. 정액 묻은 사제복이라니. 키릴은 입이 닳도록 사죄 기도를 몇 번이나 올렸다.
임신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황제는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키릴은 내심 그런 황제가 이해 가지 않았고, 요청들도 싫은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티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황제는 그가 싫어하는 것일수록 더 하려 들었다. 특히 키릴이 수치심에 울먹이는 걸 좋아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밖에서 보니 더 어여쁘구나.”
“폐하, 밖이 보입니다.”
“밖에선 보이지 않으니 괜찮다.”
유리 온실은 이름 그대로 모든 벽과 문이 유리로 된 곳이었다. 식물이 가득한 중앙을 제외하고 어딜 봐도 밖이 훤히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이 너무도 또렷하게 보여 키릴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무리 밖에선 안이 안 보인다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있기엔 너무도 민망한 장소였다.
황제가 나신이 된 키릴을 벽에 몰아넣었다. 가까이서 본 벽은 너무도 투명하여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차가운 감촉만이 벽의 존재를 알려 주었다.
키릴은 아찔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밖에서 보이지 않을 텐데도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거리 위에 나체로 덩그러니 서 있는 것 같아서 소름 끼치도록 수치스러웠다.
“벽을 짚고 엎드리거라.”
명령대로 키릴은 허리를 숙였다. 황제가 뒤에서 그를 앞으로 밀자 한쪽 볼이 유리 벽에 짓눌렸다. 벽을 짚은 두 팔이 후들거렸다.
“볼기도 벌리고.”
벽에서 손을 떼고 양손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얼굴에 닿은 유리 벽에 실린 무게 덕에 엎드리고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고 허리를 숙인 사제의 뒤태를 구경하던 황제가 다시 재촉했다.
“잘 보이지 않는구나. 네 안의 은총을 맛볼 것이니 좀 더 벌리거라.”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려 있어 마치 놀리는 것 같았다. 정말 농담이었으면 좋겠는데 아니겠지. 키릴은 자포자기하여 두 손에 힘을 줘 살을 더 벌렸다. 그러면서도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차라리 기도실에서 하시는 것이…… 읏!”
엉덩이 안에 축축한 것이 닿았다. 황제가 무릎을 꿇고 앉아 혀를 길게 빼고 입구를 핥았다. 침이 묻은 곳에 차가운 바깥 공기가 닿자 오싹했다. 선뜩함에 머리끝이 쭈뼛 서는 듯했다.
“흣! 하으…….”
단지 축축한 것이 살갗을 훑고 지나갔을 뿐인데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이상하게 숨이 가빴다. 키릴의 발끝이 곱아들었다.
엉덩이 사이를 질척하게 핥던 황제가 구멍 입구를 혓바닥으로 비비적대자 키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든 버티려 하다 볼기를 벌리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엉덩이가 활짝 벌어지고 그 안에 숨어 있던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황제가 슬쩍 얼굴을 떼더니 제 침에 젖어 번들거리는 구멍을 빤히 쳐다보았다. 움찔움찔하며 빠르게 개폐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빨리 넣어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보였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벌리자 애액이 주룩 흘러나왔다. 촉촉하게 젖은 빨간 속살도 보였다.
황제가 다시 달려들었다.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듯이 바싹 달라붙었다. 달큼한 살냄새에 섞인 옅은 애액 냄새에 흥분했는지 거친 숨결이 뒷구멍을 자극했다.
뜨뜻미지근한 황제의 숨결에 안쪽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구멍이 마구 벌름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부끄러운데 멈출 수가 없었다.
“응… 으응, 흐……. 그만, 그만…….”
자궁이 생긴 후 배설하는 일이 없어졌다지만, 그래도 민망한 곳인 건 여전했다. 보이기도 부끄러운 곳을 이렇게 잡아먹듯이 빨아대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황제가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 낯부끄러운 행위에 아찔할 정도로 느끼며 성기를 세우고 있는 자신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숨 쉬는 듯한 구멍을 빤히 쳐다보던 황제가 침으로 흥건한 혀를 내밀어 입구의 주름을 정성껏 핥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늘, 왜 이리 젖어 있느냐.”
“하아, 흐으… 응…….”
“안이 흥건하다 못해 넘칠 것 같구나. 이대로 마셔도 되겠어.”
그 말대로 그는 구멍 입구에 입술을 대고 볼이 홀쭉해지도록 강하게 안을 빨아당겼다.
츕츕거리며 구멍을 빨던 황제는 급기야 엉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뜨거운 숨을 뿌리며 조금이라도 더 구멍에 가까이 닿고 빨기 위해 안달했다.
“으응! 흣, 폐하, 그만, 흐읏, 그만 하세…… 히잇! …흣!”
고작 빨리는 건데도 미칠 것 같았다. 키릴은 허벅지를 덜덜 떨며 허리를 얕게 비비듯이 흔들었다.
“…역시 제법 나오는구나. 밖이라 그런가. 아니면 이런 모습을 남의 눈에 보이는 게 좋았던 거냐? 그게 흥분되었어?”
“…아닙니다. 아니에요.”
“여기도, 그리고 여기도 이렇게 섰는데?”
튀어나온 유두를 꼬집고 잡아당기며, 다른 손으로 바짝 선 성기를 움켜쥐었다.
“아, 아……! 으흣…!”
위아래를 비비고 세게 당기는 느낌에 몸이 저릿했다. 더 세게 만져 주길 바라며 황제의 손에 가슴과 성기를 비볐다.
안쪽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 갔다. 그것을 다시 황제가 은총을 받는다는 핑계로 빨아 먹었다.
실컷 끈적한 물을 빨아 먹은 뒤에는 상이라며 고환을 주물럭거렸다. 장난감을 다루듯 만지작대는 손길에 키릴은 수치심과 흥분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같은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황제는 만족했다는 듯 키릴의 사정을 막고 있던 끈을 풀었다. 성기를 물고 키릴의 엉덩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입안에 정액이 뿌려졌다.
키릴이 황제의 입안에서 사정을 마치자 정액을 모조리 삼킨 황제가 몸을 일으켰다. 하의를 내리고 키릴의 엉덩이에 바싹 붙어 섰다.
허리를 움켜쥐는 손아귀의 힘에 키릴은 황제가 무얼 하려는지 눈치챘다.
“폐하, 잠깐, 여기서 말고…… 허억!”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툼한 귀두가 안을 열고 들어왔다. 황제의 침과 애액으로 한껏 젖은 안이 부드럽게 황제의 것을 품었다.
부푼 성기를 밀어 넣던 황제가 참지 못하고 허리를 잘게 털듯이 흔들자 키릴의 몸도 따라 흔들렸다. 그 와중에 성기는 꾸역꾸역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벽이 찢어질 듯 벌어지는 감각이 버거우면서도 안이 가득 차는 느낌이 좋았다. 전신이 찌릿찌릿했다.
“응… 으흣……. 아?”
유리 벽에 손을 짚고 황제를 받아내는 데 집중하던 키릴은 문득 벽 너머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뒤에서 황제의 신음이 들렸다.
“큿! 키릴, 짐의 것을 끊어 먹으려는 것이냐?”
놀란 키릴이 성기를 터뜨릴 듯 꽉 조이는 통에 황제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렇게 쥐어짜도 아직 나올 때가 아니다. 아무리 좋아도 좀 참거라.”
정액을 조르는 것이라 착각한 황제는 시작부터 거칠게 허리를 놀렸다. 당황한 키릴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자마자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내벽을 짓뭉개듯이 파고들어 온 성기가 자궁 입구를 쾅 들이박는 순간 키릴의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속살을 거칠게 문지르고 빠져나간 성기가 다시금 짓쳐 들어와 쿵, 쿵 안을 연달아 들이박았다. 순식간에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시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으, 흣! 흐… 읏!”
음부는 물론이고 허벅지가 질척하게 젖었다. 안에 있던 물은 황제가 모조리 가져간 줄 알았는데 또다시 흥건하게 넘쳐흘렀다. 황제가 아래를 퍽, 퍽 치는 소리와 찌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키릴의 비음 섞인 신음이 온실을 가득 채웠다.
“아, 아……! 으응, 하으……!”
젖을 대로 젖은 안을 황제의 물건이 마구 헤집어 대며 자궁 입구를 두들겨 댈 때마다 피할 수 없는 쾌감이 몰려왔다. 안이 너덜너덜해질수록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환한 낮에 황제와 이런 짓을 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전부 흐릿해져 갔다.
“아, 아, 아! 으응! 흐… 읏!”
“헉, 헉! 온실 밖에, 기사가, 헉!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겠지? 그들은 귀가, 헉, 예민한 자들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황제는 키릴을 더 몰아붙였다.
느릿하게 뽑아낸 성기를 단번에 뿌리 끝까지 쑤셔 넣고 열릴 리 없는 자궁 입구를 폭력적으로 찍어 댔다. 황제의 것이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연약한 속살을 마구 헤집고 짓이기다 못해 체액마저 황제의 것과 뒤섞였다. 몸이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키릴은 폭격처럼 쏟아지는 쾌감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황제의 경고에도 키릴은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딘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
“아, 아, 앗! 흣! 흐아…… 으응!”
뒤에서 쳐대는 힘에 몸이 앞으로 떠밀렸다. 유리 벽에 얼굴과 어깨를 부딪치다 나중엔 아예 가슴까지 벽에 달라붙어 황제의 것을 받아냈다.
눈앞에 사람이 지나갔다. 온실 벽에 등을 기대던 궁인이 약한 진동을 느끼고 흠칫 몸에 떼기도 했다.
흐릿한 눈에 그런 광경들이 스쳐 지나갈 때면 흐느끼며 황제의 것을 꽉 조였다.
끌끌거리는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다른 인간의 시선이 흥분되는 것이냐는 비웃음이 이어졌다. 키릴은 황제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 뿐이었다.
“아…… 뜨거워……! 좋아, 으응……!”
전신이 성감으로 들끓었다.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등이 활짝 휘었다.
“흣, 으응…… 아! 아! 읏, 흣!”
“큿!”
황제의 목에 핏대가 섰다. 구멍 전체가 강하게 수축하더니 안에서 투명한 물이 팍 튀었다. 절정에 달한 내벽이 황제의 성기를 꽉 문 채로 덜덜 떨었다. 유리 벽에 하얀 정액이 튀었다. 뒤로 느낀 감각이 너무 커서 키릴은 자신이 사정하는 줄도 몰랐다.
겨우 사정을 참아낸 황제가 절정의 여운에 정신없이 움찔거리는 내벽을 푹푹 쑤시며 부술 듯이 박아 댔다.
“아, 아……! 하학, 흣, 으응, 읏!”
“헉, 헉, 헉, …큿!”
뿌리까지 쳐들어온 성기가 거세게 정액을 뿜었다. 황제의 씨가 안에 가득 부어지는 것을 느끼며 키릴은 정액을 짜내듯 안을 조였다.
“하아……. 그래, 옳지. 이제 잘하는구나.”
황제의 칭찬을 들으며 아래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벽이 황제의 씨를 모조리 받아내겠다는 듯 안달했다. 자궁이 열리지 않아 임신할 수 없는데도 이젠 습관처럼 사정하는 성기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하아, 하아…….”
전신이 노곤하고 뻐근했다. 황제의 손에 붙들려 뿌옇게 김이 서린 창에 몸을 지탱하고 숨을 할딱거렸다.
이런 곳에서 정신없이 해 댈 줄이야. 그래도 이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에 안심했다. 황제가 산책 중 끌고 온 것이라 업무를 위해 곧 돌아갈 터였다.
긴장이 풀린 몸으로 비척거리며 일어설 때였다. 갑자기 황제가 엉덩이를 벌렸다.
“폐하?”
뭐 하냐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황제가 손에 이상한 물건을 쥐고 있었다. 동그랗고 하얀 그것은 생긴 건 달걀 같은데 크기는 두 배쯤 되는 것 같았다. 매끈한 몸체에 긴 끈도 하나 달려 있었다.
‘뭐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몸을 피하려 하자 황제가 한쪽 팔로 키릴의 허리를 잡아챘다.
“아직 임신은 못 했지만, 미리 연습해두는 게 좋겠지.”
“무, 무엇을 말입니까.”
음흉하게 웃은 황제가 공같이 생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물건을 키릴의 엉덩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제대로 삼키거라.”
“흣! 이게 무슨…! 폐, 폐하!”
황제가 또 이상한 짓을 했다. 키릴은 몸을 버둥거리며 피하려 했지만, 황제가 허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황제의 정액으로 가득 찬 안에 차갑고 단단한 것이 밀려 들어왔다.
“으읏! 이런 거, 모, 못 넣습니다. 빼 주십시오. 대체 왜 이런 짓을……!”
“왜 이런 짓이냐니. 네 몸에 뿌린 내 씨를 흘리지 못하게 구멍을 막는 거란다.”
아니, 오히려 넣을수록 안을 채우고 있던 것이 쏟아지고 있었다. 키릴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빼 달라고 애원했으나 황제는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끝까지 삼켰다. 밖으로 삐져나온 얇은 끈 하나만 흔적처럼 엉덩이 사이에 남아 있었다.
“잘 품고 있거라. 다시 확인할 테니.”
“…….”
대답 대신 이를 악물었다. 계시의 내용은 그저 황제를 씨를 품어 그의 아이를 낳는 것뿐이었다. 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런데 키릴, 계속 그대로 있을 것이냐?”
보기는 좋다만. 자신의 흔적이 가득한 몸을 훑으며 황제가 빙글 웃었다.
그 뻔뻔한 낯짝을 한 대 치고 싶었다. 키릴은 생전 처음 폭력적인 충동이 들끓었으나 극도의 인내로 억눌렸다.
“이런 걸 넣은 채로는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익숙해져야지. 나중에 아이도 품고 다녀야 할 텐데.”
“!”
“크기도 작으니 연습하기 좋지 않나. 응?”
빼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 확실했다.
키릴은 마지못해 옷을 챙겨입고 차림새를 정돈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제가 슬쩍 물었다.
“요즘 빈 시간엔 의무실에 간다 들었다.”
“네. 훈련 기간이라 바쁜 듯하여 돕고 있습니다.”
황제가 업무 중일 때 훈련하다 다친 기사나 병사, 궁인들을 치료하는데 손을 보태고 있었다.
“곧 북부 마수 토벌 기간이라 훈련 강도를 올린다고 하긴 했었지.”
혀를 찬 황제가 키릴의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내가 갈 때까지 의무실에서 기다리거라.”
“……예.”
밤에 침실에서 보면 될 것을 굳이 의무실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꿍꿍이가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키릴은 한숨을 삼켰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데도 아래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
“재미있는 것을 보여 주마. 마음에 들 것이야.”
“재미있는 것이요?”
“곧 알게 될 것이다.”
*
무슨 정신으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치료하고 기도할 때마다 안에 있는 것이 움직였다. 그때마다 안을 짓뭉개거나 내벽을 쓸어내리는 감각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안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움찔하면 그럼 또 알처럼 생긴 그것이 움직이고……. 끔찍한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알처럼 생겼지만 진짜 알은 아니라 다행인가. 안에서 깨지기라도 하면…….’
그랬다면 대참사가 벌어졌겠지.
깨지진 않았지만, 아래가 자극당하니 민감한 몸도 같이 달아올라 전체적으로 문제였다.
솟아오른 유두는 제법 도톰한 튜닉 위로도 티가 날 정도라서 코트를 벗지 못했다. 가운 역시 반쯤 선 성기 탓에 잠시 벗어 두었던 것을 도로 입었다.
키릴은 수시로 화장실을 찾았다. 옷은 청결을 핑계로 의무실에 있는 정화 구슬을 사용하면 되었지만 아래 사정이 말이 아니었던 탓이다.
정액과 섞인 애액이 계속 흘러나와 틈만 나면 몰래 닦아내고 발기한 성기에서 정액을 빼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식은땀이 흐르는 상황에 키릴의 성기는 두어 번 사출한 후 완전히 서진 않았다.
그런 상황이니 저녁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입 안에 넣고 씹고 삼키길 반복했다.
큰 실수 없이 일을 마친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평소보다 표정이 굳어서인지 주위를 걱정시킨 것 외엔 별일 없이 지나갔다.
키릴은 이 상황이 너무 곤혹스러웠다. 미약을 먹고 자궁을 열어 황제의 씨를 받고 임신만 하면 되는데 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걸까.
키릴은 홀로 의무실에 앉아 자괴감을 곱씹었다.
빨갛게 물든 하늘이 어둡게 내려앉을 때쯤 황제가 의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래 기다렸느냐?”
“오셨습니까, 폐하.”
키릴의 인사를 받으며 황제가 의무실을 빙 둘러보았다. 구경이라도 하는가 싶어 키릴은 소파에 앉아 잠자코 그런 황제를 지켜보았다.
“여기가 좋겠군.”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침대에 앉은 황제가 옆자리를 툭툭 쳤다. 허리만 내리고 옆에 앉으니 황제가 눈짓으로 침대 위로 올라가란다.
“그래, 불편하진 않더냐?”
“……불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빈말로라도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조금은 퉁명스레 말하는 키릴을 보며 끌끌 웃던 황제가 확인해 보겠다며 벗으라 했다.
“여기서 말입니까?”
“그래. 마침 의무실이니 딱 좋지 않으냐. 짐이 네 상태를 봐줄 터이니 벗고 엎드리거라. 어서.”
머뭇거리던 키릴은 황제의 재촉에 옷을 벗고 뒤돌아 엎드렸다.
“아래를 좀 더 치켜들거라. 잘 보이지 않는구나.”
“…….”
키릴은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허리를 움직여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순간 구멍 입구에 고여 있던 애액이 쿨쩍이며 밖으로 삐져나와 끈적하게 늘어졌다.
“장난감으로 이리 흠뻑 적실 줄은 몰랐는데. 좋았던 모양이구나.”
키릴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마구 저었다.
“그래? 한데 그런 것치곤…….”
황제의 손이 불쑥 아래를 파고들었다. 화들짝 놀란 하얀 몸이 파들거렸다.
“젖다 못해 줄줄 흐르는데. 으음…….”
황제의 손이 더듬거리며 더 깊숙이 들어왔다. 키릴은 잔뜩 긴장하며 황제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꾸역꾸역 살을 가르고 들어온 황제의 손가락이 축축하게 젖은 장난감에 닿았다.
“힛! 흐… 흐으…….”
황제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수 없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날뛰는 심장 박동을 들으며 키릴은 눈가를 붉혔다.
황제가 장난감에 손을 떼지 않은 채로 힘주어 알을 굴렸다. 그러자 동그란 알이 제자리를 돌며 여린 점막을 무자비하게 쓸어 댔다. 긴 시간 자극당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벽이 마치 비명을 지르듯 경련했다.
“힛! 아, 앗…… 그만, 폐하…… 제발, 그만 해주…… 아윽!”
애원의 말조차 제대로 다 내뱉지 못했다. 키릴은 덮쳐오는 강렬한 감각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입만 벌렸다. 미처 삼키지 못한 침이 턱을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
“잘 담고 있으라고 넣었더니, 칠칠치 못하게 다 흘렸구나. 그나마 남아 있는 것도 전혀 싱싱하지 못하고.”
뒤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전신을 후들거리며 흐느끼던 키릴은 안을 괴롭히던 황제의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키릴은 무너지듯 세웠던 팔을 접으며 안도의 숨을 터뜨렸다.
“학, 학, 학, …흐, 으…….”
“다시 채워 줄 테니, 일단 안에 있는 것 좀 빼 보거라.”
키릴은 처음엔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밖에서 줄만 잡고 당기면 되는 것을 왜 자신에게 빼라는 걸까. 헐떡이는 와중에 그리 의문을 품었다.
“스스로 뱉어야지. 설마, 짐보고 꺼내 달라는 건 아니겠지?”
“하……. 폐하…….”
황제의 말에 키릴이 탄식을 터뜨렸다.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하거라.”
“하아, 하아……. 무슨 연습 말입니까.”
“무슨 연습이긴. 당연히 알을 낳는 연습이 아니겠느냐.”
“……!”
“실제 알은 더 크겠지. 작은 것으로 미리미리 연습하는 것이 좋잖으냐.”
황제가 키릴의 배를 쓰다듬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스스로 뱉어내거라.”
키릴은 기가 막혔지만, 곧 머리를 비우기로 했다. 황제는 연습이라 말하지만 실은 제가 재미있어 시킨 것일 터다. 거부해도 결국 황제의 말대로 해야 할 것이다.
키릴은 바들거리는 팔에 힘을 주고 버텼다. 심호흡한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엉덩이 사이에 힘을 주었다.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구멍이 끔뻑끔뻑 개폐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치켜올려진 엉덩이가 마치 밀어내듯 앞뒤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제법 야릇해서 황제의 시선이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흐… 으…… 흐읏……!”
안간힘을 쓰자 조금, 아주 조금 뒤로 밀려났다. 하도 힘을 주느라 뱃가죽이 당겼다. 키릴은 어느새 팔을 시트에 얹고 엉덩이만 치켜들고 있었다.
“구멍이 좁아서 나오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구나.”
그 말에 키릴은 팔을 뒤로 뻗어 양쪽 엉덩이를 최대한 벌렸다. 벌름거리는 구멍이 더욱 잘 보였다. 황제는 절경이라며 그 앞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키릴은 끙끙대느라 황제가 뒤에서 무얼 하는지 몰랐다.
허리를 비틀며 성기를 삼키고 밀어낼 때처럼 안쪽에 힘을 주었다 뺐다를 반복하자 가짜 알이 처음보다 훨씬 수월하게 밀렸다. 키릴은 단단한 알이 점막과 비벼지는 느낌에 옅은 신음을 흘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헐떡이며 앓던 숨소리에 어느새 비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응……. 흐, 으읏…… 응…….”
처음은 수치스럽기만 했는데, 어느새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엉덩이를 치켜든 키릴이 솟아오른 유두를 시트에 비비적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죽어 있던 성기까지 단단하게 세운 것을 확인한 황제가 비릿하게 웃었다.
“널 어여삐 여기는 주신전의 신관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구나.”
“으… 흐읏……! 응, 으흣!”
흥분한 내벽이 거세게 움찔거리며 애액과 함께 가짜 알을 쏟아냈다. 동시에 사정이 이어졌다. 키릴의 배와 시트 위로 정액이 튀었다. 열락에 타오르던 파란 눈이 흐릿해졌다.
황제는 키릴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길 기다린 후 젖은 뺨을 쓰다듬었다.
“다음엔 더 큰 걸 준비해 두마. 미리 훈련해 보니 너도 좋지?”
더 큰 거라니. 대체 뭘 하려는 걸까. 하지만 부정하는 것도 귀찮았다. 몸도 정신도 나른하고 뜨거웠다. 사정감에 취한 몸에는 아직 아까의 흥분이 남아 있었다. 더 생각해 볼 여력이 없었던 키릴은 가만히 네, 하고 대답했다.
“좋은 걸 본 덕에 더는 참기 힘들구나.”
황제의 앞섶이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황제가 정액을 다시 부어 주겠다며 하의를 내리고 아직도 잔경련에 떨리는 몸에 달라붙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뜨끈한 체온에 키릴의 눈빛이 다시 흐릿해졌다. 황제가 골반을 움켜쥐어도 키릴은 피하지 않았다. 여전히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다급하게 밀고 들어오는 귀두를 저항 없이 삼켰다.
“으흐, 읏, 으, 응…….”
잔뜩 풀어진 내벽이 익숙하게 성기를 감싸고 수축했다. 장난감이 빠져나간 자리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에 키릴은 기이한 충족감을 느꼈다. 생식기를 통해 두 몸이 하나로 맞물려 한 치의 틈도 없이 하체가 맞붙었다. 엉덩이를 비비자 까슬한 음모가 닿은 부분이 참을 수 없이 간지러웠다.
황제가 하반신을 들썩거리자 키릴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시트에 피부가 마찰하며 짓뭉개진 유두가 거칠게 쓸렸다. 아, 아, 키릴의 신음이 점점 높아졌다. 다시 발기한 성기에서 미끄덩한 점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아, 읏, 으응! 학, 하악, 으으…….”
안에서 느껴지는 이 미칠 것 같은 감각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키릴은 시트를 쥐어뜯듯 움켜쥐고 개처럼 천박하게 몸을 흔들었다. 황제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퍽, 퍽 소리가 울릴 정도로 사정없이 아랫도리를 들이박으며 난잡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정신없이 헐떡거리며 쑤시고 쑤셔 박히길 반복했다. 둘의 짐승 같은 몸부림에 침대가 비명을 질렀다.
질퍽한 아랫도리를 난잡하게 비비며 쉴 새 없이 성기를 퍽퍽 박아넣던 황제가 치밀어오르는 사정감에 속도를 더욱 올렸다.
순간 열락으로 흐릿해진 그의 눈에 하얀 등이 박히듯이 들어왔다. 움푹 파인 등줄기를 따라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땀과 체액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축축이 젖어 번들거리는 피부가 마치 희게 빛나는 듯했다.
황제의 두 눈이 음습하게 번뜩였다. 저 티끌 없는 피부를 냄새나고 끈적한 액으로 더럽히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치솟았다.
배려 없이 제 욕심껏 험악하게 아래를 쳐대던 황제가 키릴의 안에 정액을 싸지르다 성기를 뽑아 남은 제 씨를 키릴의 등에 뿌렸다.
“크흣!”
“하으! 흐…… 읏!”
“헉, 헉……. 어떠냐, 신선한 정액이. 응? 맛있느냐?”
키릴의 등과 둔부에 묻은 정액을 피부에 펴 바르듯 진득하게 비벼대며 황제가 속삭였다.
“자, 다시 넣을 테니 이번엔 흘리지 말아야 한다.”
황제는 정액이 가득 찬 키릴의 안에 다시 예의 장난감을 밀어 넣었다. 애액과 섞인 정액이 삐져나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안에서 이물감이 작열하며 또다시 엉망으로 뒤섞이고 비벼졌다. 허리와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던 키릴이 옆으로 쓰러지듯 누웠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키릴이 지친 낯으로 그런 황제를 멀거니 올려다보았다.
안에 든 것마저 빠져나오게 만들면서 흘리지 말라니. 도무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멋대로에 변태 같은 황제. 자신을 망가뜨리고 기뻐하는 황제. 알고 싶지 않던 것을 자꾸만 알려 주려 하는 황제. 싫은데 좋아서 죽을 것 같이 만드는 저 몸뚱이.
제 것을 뭐든 빨아대는 저 입과 사제인 그를 암캐처럼 만드는 커다란 성기는 물론이고, 안을 거세게 때리며 질척하게 흘러내리는 정액까지. 황제의 모든 것이 키릴을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멍하니 생각을 이어가다 불쑥 왜 황제와 아직 이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자궁을 열지 않았다. 이건 임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
키릴은 불현듯 가슴을 선득하게 하는 불안을 느꼈다.
‘아니야, 이건 훈련이다. 아이를 낳기 위한 훈련이라고 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나날이 수치를 더해 가는 황제도, 부끄럽다고 여기면서도 발정하는 몸도 모두 낯설고 두려웠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어느새 이 상황과 황제에게 익숙해져 가는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