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 후로 한 달이 더 지났다.
키릴은 몸이 망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이제 미향이나 약이 없어도 쉽게 달아올랐고 큰 고통 없이 황제의 것을 품었다. 하지만 과도하게 감도를 올린 탓에 일상에서 옷 위를 스치는 작은 접촉에도 몸이 추잡하게 반응했다. 아랫배가 뜨거워지고 유륜 주위가 근질거려 혼자 몰래 긁기도 했다. 심할 때는 엉덩이 사이에서 이상한 액이 나와 속옷을 적신 적도 있었다.
황제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가 바라던 대로 키릴은 이제 뒤를 자극하지 않으면 사정도 못 하게 되었지만, 그런데도 황제는 만족하지 못하고 갖은 방법으로 키릴을 괴롭혔다.
이제는 감정과 별개로 황제만 보면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그 얼굴을 볼 때면 그가 주는 감각까지 되살아났다. 황제가 옷을 들치고 희롱하면 몸에서 힘이 빠지고 발끝이 찌릿찌릿했다. 전신이 성감대가 된 듯 조금만 만져 줘도 뒤가 축축하게 젖었다.
수치스럽고 거북한 것은 여전했다. 황제의 것을 품고 헐떡이는 자신을 생각하면 징그러워 속이 매슥거릴 때가 있었다.
부적절한 관계였다. 그럼에도 키릴이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신이 그에게 내린 계시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애초에 신을 의심하는 것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자신은 신을 모시고 그의 뜻을 따르기 위한 존재가 아니던가. 그리고 신은 언제나 자신이 알 수 없는 크신 뜻을 가진 존재였으니. 모든 계시가 이뤄지고 나면, 그 뜻을 알 수 있으리라.
그러니 하루빨리 이 모든 것의 원인인 계시를 이뤄야 했다. 키릴은 어서 황제의 아이를 낳아 이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자궁 안에 황제의 씨를 품어야 했다. 몇 달 동안 황제와 낯부끄러운 짓을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황제의 것을 품고 정액을 받아내는 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자궁을 여는 건 아직 고통스럽기만 했다. 어제도 무리하게 입구를 열다 귀두 끝만 살짝 들이밀고 바로 닫혔다. 그것만으로 고통이 너무 심해서 키릴은 기절 직전까지 갔다.
아무리 미향을 피우고 미약을 발라도 자궁이 열리지 않았다. 키릴은 황제를 통해 마법사가 남긴 말을 들어서, 그 이유가 아직 자궁이 열릴 만큼 자신이 흥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여기서 얼마나 더 엉망이 되어야 한다는 걸까. 정말 육욕에 미친 짐승이라도 되어야 열린다는 말인지. 키릴은 점점 초조해졌다.
황제는 집요하게 키릴의 몸을 개발해나갔다. 이대로 가다간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키릴은 자청하여 황제에게 약을 요청했다. 그는 고통마저 쾌락으로 받아들이고자, 발정제라 불리는 지독한 음약을 먹고 황제에게 안겼다.
약효는 극악한 소문만큼이나 끔찍하리만큼 효과가 좋았다.
“흐윽! 학! 흐응……! 앙! 응, 응! 아, 아!”
“헉, 헉, 허억……!”
기도대 뒤.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키릴이 그의 위에서 헐떡이는 중년 사내를 꽉 끌어안고 죽을 것처럼 연신 신음을 뱉었다.
“응, 응! 하으읏! 으흐… 으으응!”
한껏 벌어져 다물릴 생각이 없는 듯한 입가가 흘러나온 침에 젖어 번들거렸다. 초점 없는 눈에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약에 절어 정신이 조각난 것 같은 지금, 해소되지 않은 정욕이 그의 몸과 정신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뜨겁고 근질근질하고 미칠 듯이 안타까웠다. 이를 유일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제 몸을 꿰뚫고 들어온 황제의 성기뿐이었다.
퍽퍽 안을 찧어대는 황제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키릴이 골반을 돌리며 정신없이 몸을 흔들었다. 젖은 살점이 맞물려 서로 부딪칠 때마다 질척한 마찰음이 울렸다.
“아! 읏, 아흐, 응! 하악!”
키릴은 이곳이 어딘지도 잊고 황제의 물건이 안을 쑤셔 올릴 때마다 신음을 질렀다.
눈물 섞인 신음이 마치 교성처럼 느껴졌는지 황제는 평소보다 훨씬 거칠게 움직였다. 자궁의 입구를 쿵쿵 찍으며 문을 열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날뛰었다. 난폭하게 쳐대는 힘에 밀려 키릴의 몸이 기도대까지 닿았다. 격렬한 행위에 기도대가 크게 덜컹거렸지만 둘 다 인식하지 못했다.
안을 망가뜨릴 기세로 박아 대는 통에 키릴의 입에서 끝내 자지러지는 듯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 약에 절은 몸은 고통마저 쾌락으로 받아들였다.
키릴이 평소보다 빠르게 절정에 다다랐다. 경련하는 여린 살을 푹, 푹 짓이기며 자궁의 문을 때려대던 황제 역시 뒤따라 사정했다.
황제의 씨가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며 키릴이 황제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직 발정이 가시지 않았다. 약에 취한 키릴이 황제를 졸랐다.
“폐하, 빨리…… 안에, 절, 임신… 시켜, 주세요.”
“흐흐…….”
사정 후 조금 죽어 있던 살덩이가 짧은 휴식을 깨고 단번에 부풀었다. 약을 먹은 건 키릴인데 황제 역시 미약이라도 먹은 듯 몸이 달아올랐다.
정액과 애액으로 질척해진 내벽이 흐물흐물해질 만큼 집요히 안을 괴롭히자 자궁의 입구가 부풀어 올랐다. 성기를 뿌리 끝까지 쑤시고 달아오른 입구를 잘게 찧자 점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작은 문이었으나 황제는 환희를 금치 못하며 허겁지겁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윽! 으으흑……! 학!”
안이 억지로 열리는 느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했다. 새끼손가락 하나 겨우 들어갈 구멍에 아이 주먹만 한 귀두를 집어넣으니 생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음약을 먹었는데도 그랬다.
다행히 약 기운이 강했는지 고통 뒤에 미묘한 열기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통증 이상으로 전신에 야릇한 고양감이 들끓었다. 자궁 입구를 열고 들어온 성기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왔을 때는 저도 모르게 사지를 떨며 교성을 질렀다. 자궁 안이 황제의 씨물로 가득 차는 것을 느끼며 키릴은 황제의 배에 정액을 싸질렀다.
사정 후 잠시 움직임을 멈춘 두 사람은 서로의 젖은 몸뚱이를 부둥켜안고 늘어졌다.
키릴은 숨을 고르면서도 살짝 물렁물렁해진 황제의 성기를 물고 놓지 않았다. 아직도 약효가 남아 있었다. 키릴은 아무렇게나 늘어진 다리를 다시 황제의 허리에 감고 빈틈없이 몸을 붙였다. 결합부가 더 깊어지자 키릴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황제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렸다. 웃음기 맺힌 목소리가 키릴의 귀를 때렸다.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 보거라.”
멍한 눈으로 황제를 올려다보던 키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닿은 황제의 몸에 제 몸을 조심스럽게 비비며 키릴은 골반을 잘게 흔들었다. 허벅지가 황제의 허리를 조일 때마다 안쪽 역시 물컹해진 살덩이를 같이 조였다. 하아, 하아, 키릴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는 어느새 제 몸을 흔들며 자신의 행위에 흥분하고 있었다.
키릴을 살피던 황제의 눈가가 주름질 정도로 활짝 휘었다. 약에 취해 들끓는 성욕은 오로지 육욕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약 기운을 빌어 거기에 심리적인 흥분이 섞여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리숙한 사제가 이젠 몸만이 아닌 정신마저 음욕에 눈을 뜨고 있었다.
“하, 하악, 아! 아! 으응…!”
조심스럽던 움직임이 점점 격렬해졌다. 조금이라도 황제의 것에 깊게 박히기 위해 벗은 등을 활짝 휘며 전신을 들썩였다. 어느새 황제 역시 허리를 움직여 키릴의 골반에 제 아랫도리를 비비적댔다.
살덩이가 점점 단단해지는가 싶더니 완전히 발기한 황제의 성기가 재차 자궁을 침범했다.
황제가 앞뒤로 거칠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황제의 성기가 체액에 젖어 척척해진 내벽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며 쑤셔 댔다. 자궁 입구가 닳도록 안을 드나들며 다시 씨를 뿌릴 준비를 했다.
“아! 아! 흣! 으으응…!”
“더, 더 부어 줄 테니, 후욱, 흘리지 말고, 잘 삼키거라.”
“하윽…! 네, 네. 하아, 학! 흣!”
한번 열린 입구는 닫힐 줄 모르고 내내 황제의 씨물을 받아냈다.
그때부터 황제는 기도를 핑계로 수시로 키릴을 안았다. 경건해야 할 신전 안에서 음란한 향을 피우고 짐승처럼 허덕였다. 재단 아래 난잡하게 뒤엉켜 육욕의 흔적인 분비물을 사방에 뿌렸다.
황제가 신전에 틀어박힌 덕에 다른 일을 벌이지 않자 제국이 잠잠해졌다. 대신들은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황제가 특별히 총애한다는 사제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신실한 종이 황제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 것이라며 저들끼리 멋대로 칭찬하며 떠들었다.
“헉, 헉!”
“으응! 흣, 아! 아! 흐아……!”
그 누구도 기도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