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8/72)

2.

그날부터 황제는 은밀히 용이 만든 인공 자궁을 수소문했다.

작은 알약의 형태인 그것을 삼키면 용의 모체에 합당한 자에게만 몸 안에 인공 자궁이 만들어진다. 성별은 상관없었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약이었다.

귀한 물건이었으나 물건과 정보를 살 돈만 있다면 구할 수는 있었다. 문제는 임신하는 것보다 자궁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더 어렵다는 점이었다. 오죽했으면 그건 용을 낳을 자인지 운명을 시험해 보는 약이란 소리까지 있었을까.

작은 알약을 가지고 황제의 앞에 나타난 뾰족한 귀의 마법사 역시 생각을 재고해 보라 종용했다.

수집하는 것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할 것이라면 차라리 동대륙 마탑에서 만든 물건이 나을 것이라 거듭 권했으나 황제가 거절했다.

“그건 배설 기관과 함께 쓰지 않나. 용의 것은 다르다고 들었다.”

“정확하게는 항문에서 소화기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퇴화하고 자궁으로 연결되는 것뿐입니다.”

구멍이 별도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마법사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기에 소화기관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대신, 바로 정화하여 치웁니다. 용이 만들어서인지 단순히 자궁만 심는 게 아니라 인체 개조에 가깝지요. 그렇기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임신도 쉽지 않습니다. 정액으로 안을 가득 채워도 자궁 입구가 꽉 막혀 있어 정액이 한 방울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직접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 자궁 안에 생식기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웬만한 크기 가지고는 거기까지 닿지도 않을 겁니다. 거기다 강제로 여는 것이 쉽지 않단 말이지요.”

“모체가 웬만큼 흥분하지 않으면 틈도 생기지 않습니다. 체질에 따라 미약만으로도 열리는 자도 있지만, 발정제를 먹어야 겨우 가능한 이도 있고…….”

“그리고 성공한다고 해도……. 이것을 품은 이종족은 평생 자궁이 마를 날이 없을 겁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그리되더란 말입니다.”

마법사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자궁을 만드는 데 성공한 자는 반드시 용의 아이를 낳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우리 조상 중에 용의 핏줄이 있다네.”

황제는 성공을 확신하며 신전에 들러 키릴에게 약을 먹였다.

알약을 삼킨 후에야 그것이 인공 자궁을 만드는 약이란 것을 안 키릴은 기겁했다.

황제는 약의 효능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성공한다면 몸에 반응이 있을 것이고 실패한다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삼십 분 뒤 키릴은 배를 끌어안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섭도록 굳어 있던 황제의 낯이 환히 빛났다.

배 안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욱신거렸다. 머리가 핑 돌고 순식간에 온몸에 식은땀이 배었다. 앉은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가자 황제가 급히 붙잡아 당겼다. 성공을 확신한 황제가 다정하게 키릴의 몸을 쓰다듬었다.

“움직이지 말거라. 몸이 변하는 거니 당연히 힘들 것이다.”

“시, 신성력이 듣지, 않스…읍니…. 어헉!”

“치료해야 할 병도, 상처도 아니지 않느냐. 어찌 보면 신의 뜻이나 마찬가지니, 신성력이 듣질 않는 거겠지.”

배에서 시작된 통증이 전신으로 퍼졌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 가운데 엉덩이 사이 민망한 곳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몸 안 구석구석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키릴은 육신의 이상에 온 신경이 쏠려 자신이 황제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고통이 더 심해지려는 찰나, 돌연 잠이 쏟아졌다. 키릴은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났다. 그는 뒤늦게 자신이 황제에게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슬금슬금 몸을 뒤로 물렸다.

“상태가 어떠한지 말해 보거라.”

배를 내려다보던 키릴이 아무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폐하? 왜, 왜 이러십니까.”

황제의 손이 거침없이 법복을 들치었다.

그 손을 만류하며 키릴이 애원했다.

“폐하, 여긴 주신전입니다. 이러시면, 안 되십니다. 제발, 제발……!”

“그 신이 이리하라 하였다. 키릴, 이리 오거라.”

옷가지가 벗겨지고, 나신이 된 하얀 몸을 황제가 샅샅이 어루만졌다. 신의 뜻이란 말에 키릴은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은밀한 곳에 황제의 손이 닿을 때마다 키릴은 수치심과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본능적으로 밀어내면 그때마다 황제는 계시를 언급하며 행위를 이어갔다. 얼마 안 가 전신에 황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으으……. 분명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진정하시어…… 읏.”

키릴은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발가벗겨져 한 번도 남에게 보인 적 없는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중년 사내에게 성기를 희롱당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신성한 기도실에서.

귀두 끝을 집요하게 만지던 황제가 반쯤 서다 발기를 멈춘 성기 끝을 덥석 입에 물었다.

“윽! 폐하, 뭐, 뭘 하시는 겁니까!”

“우음…….”

“왜 그런 걸 입에……. 더럽습니다. 배, 뱉으세요. ……제발요!”

황제의 혀가 계속해서 선단을 문대며 쓸어 댔다. 질척하게 살기둥을 핥고 입술로 선단을 비비며 쭙쭙 빨자 반쯤 선 성기가 겨우 발기했다. 단단하게 발기한 것을 보면 불감증은 아닌 것 같은데 키릴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생리적인 쾌감을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몸인 듯했다.

황제의 예상대로 키릴은 몽정은커녕 자위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낯선 감각에 느끼긴커녕 오히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상태였다.

가장 큰 성감대인 성기를 애무 당하면서도 쾌감 이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강한 자극을 쾌락으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 컸다. 경험이 없기도 했지만, 성감 자체에 무딘 몸이었다. 축축한 혀가 닿는 것이 불결해서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다. 좋은지 아닌지 모를 이상한 기분은 두려움만 불러왔다.

키릴은 제 성기를 빠는 황제의 어깨를 쥐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고 섰다. 타오르는 성화와 주신의 조각상을 올려다보다 제 꼴을 깨닫곤 바로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무서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귀두를 자극하며 키릴의 반응을 살피던 황제가 아쉬운 얼굴로 성기를 뱉어냈다. 사정의 기쁨을 알면 수월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쉽지 않았다.

황제는 기도대에 키릴을 엎어두고 성수로 사제의 뒤를 흠뻑 적셨다. 성수에 젖은 검지로 키릴의 뒷구멍을 더듬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밀어 넣었다.

“윽! 무, 무슨, 싫어…… 읏. 폐하, 뭘 하시는 겁니까!”

“이제부터 여기로 짐의 씨를 받아야 하는 거란다. 기억해 두거라.”

“아, 아픕니다. 폐하, 윽, 이건, 흐으……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될 리가…… 흐윽!”

전립선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찌르고 비벼보지만, 키릴은 울기만 했다. 앞으로도 반응이 영 시원찮더니 뒤쪽도 무지하긴 마찬가지인 듯, 좀처럼 느끼지를 못했다.

“후, 일단 익숙해져야 할 것 같구나.”

황제는 중지에 이어 약지까지 집어넣어 안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어느 정도 안이 풀린 것을 확인한 황제가 남은 성수를 모조리 자기 성기에 부었다. 축축하게 젖은 성기를 키릴의 아래에 가져다 대었다.

“폐하 제발, 여기서는 안 됩니다. 이런, 이런 불경한 짓을 어찌……!”

“여기만큼 적합한 곳이 어디 있느냐. 자, 힘 빼거라. 짐의 씨를 뿌려 줄 테니.”

“아악!”

부풀어 오른 살덩이가 키릴의 안을 침범했다. 생살을 가르고 안으로 밀고 들어갈 때마다 키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성기가 끊어질 듯 안이 조였지만 빨아당기긴커녕 밀어대기만 했다. 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삽입을 멈추지 않았다.

성화가 타오르는 신전 기도실에서 황제가 어린 사제를 범했다.

“흑…. 히익…! 아파, 아… 그만, 학, 제발…… 윽!”

아팠다. 아래가 타들어 가는 것 같고, 배가 찢어지는 듯 너무 아팠다. 생각도 못 한 곳으로 남성의 커다란 성기를 품으며 키릴은 고통과 불신에 눈물만 주룩 흘렸다. 겨우 세웠던 성기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계시는 갑작스러웠고 내용도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온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황제에게 범해졌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황제에게 허리를 붙잡힌 채 넋을 놓은 얼굴로 하염없이 흔들렸다.

“헉, 헉… 이런…….”

성기를 끊어먹을 듯 조이는 내벽을 멋대로 파헤치며 허릿짓을 해 대던 황제가 씁쓸하게 웃었다. 전립선으로 의심되는 곳들을 죄다 건드려 봤지만, 키릴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저 아프고 고통스러워할 뿐이었다.

안을 가득 채운 성기를 밀어내려 내벽이 쉼 없이 움직였다. 황제는 꿈틀거리는 내벽의 감촉을 음미했다. 키릴과 다르게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자궁이 생기며 몸이 변한 탓인지 여성의 질이나 남성의 항문과는 느낌이 달랐다. 여성의 질만큼 푹신하지 않고 배덕한 쾌감은커녕 성기를 제대로 삼킬 줄도 몰랐지만, 입구만이 아닌 오돌토돌한 내벽까지 성기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썩 괜찮게 느껴졌다.

‘색기는 찾을 수도 없는 몸이지만, 잘만 가르치면…….’

뿌리 끝까지 성기를 쑤셔 넣은 황제가 사제를 내려다보았다. 막 성인이 된 어린 사제가 수컷의 성기에 꿰뚫려 불쌍할 정도로 떨고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닌, 주신전의 귀하디귀한 예비 추기경이었다. 그 정결한 몸에 생식기를 파묻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자 비정상적인 정욕이 지글지글하게 끓어올랐다.

황제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키릴은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귀에 파고들 때마다 까닭 모를 불길한 예감에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읏, 으윽! 아파…… 흐으, 악! 싫어, 아흐…….”

“헉, 헉…….”

황제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뒷구멍이지만 자궁이 생겨 이제 애액이 흘러나오는 곳인데도 신기할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키릴은 결국 뒤로 느끼지 못했다. 앞을 만져 줘도 우는 건 여전했다. 황제의 눈엔 그가 꼭 성감이 거세된 사람처럼 보였다.

“조이는 건 좋다만. 후우, 아프기만, 한 거냐?”

“아, 아파, 으흐으……. 아픕니다. 욱, 읏……! 그만, 그만 멈춰 주십시오. 폐하. 제발, 흐으, 윽……!”

“그래도 계시를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는 버둥거리는 키릴을 붙잡고 끝까지 행위를 이었다.

자궁 입구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곳을 집중해서 공략했다. 몇 번이고 그곳을 박아 올리자 비명을 지른 키릴이 끝내 소리 내 엉엉 울었다.

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요하게 입구를 두드렸다. 황제는 강제로라도 입구를 열 생각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고통에 못 이겨 키릴이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기절한 몸을 붙들고 정액을 싸지른 황제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끝까지 입구를 열 수 없었다. 마법사가 말한 대로 쉽지 않을 듯했다.

“그래도 첫 경험이 이래서야…….”

황제의 기준에선 형편없는 섹스였다.

하지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은발의 사제가 벌거벗은 채 널브러진 모습을 핥듯이 내려다보았다. 눈물로 흠뻑 젖은 흰 얼굴이 고왔다. 이제 막 성인 된 하얀 몸뚱이는 땀에 젖은 채 황제의 손자국을 달고 무방비하게 늘어졌다. 아무렇게나 벌려진 다리에서 하얀 액이 흘러나올 때마다 의식을 잃은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던 황제가 주신의 신상을 올려다보았다.

“주신 선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단, 사내라 씨를 품기 쉽지 않으니 준비과정이 다소 과격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의 자궁을 품은 이상 키릴의 몸은 점점 변할 것이다. 수컷을 유혹하는 물을 흘리며 제 안에 들어온 살덩이를 물고 정액을 쥐어짤 것이다. 천천히, 수컷의 정액을 먹을 때마다 그렇게 변해가겠지.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황제에게는 느린 변화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는 당장 키릴의 자궁에 제 씨를 뿌리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라…….”

단순히 색사의 즐거움을 알려 주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황제는 언제든 늘 제 씨를 받아먹을 준비가 된 몸을 원했다.

아직 미숙하더라도 매일 황제의 정액을 받으며 정성껏 몸을 개발한다면……. 전신의 성감을 최대로 끌어올려 작은 자극에도 안을 적시게 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제국과 주신전의 번영을 위하여.”

그래, 이 모든 건 자신과 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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