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키릴이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그의 치부를 빨고 있었다.
크고 억센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고 구멍까지 잔뜩 벌려 그 사이로 연신 더운 숨을 쏟았다. 구멍이 멋대로 움찔거렸다. 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축축한 혀가 그것을 질척하게 핥아 대고 게걸스럽게 빨아 먹는 것이 느껴졌다.
은밀한 부위를 빨리는 느낌에 발끝이 곱아들었다. 가슴팍이 세차게 오르내렸다. 키릴은 자신이 헐떡이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하아, 으…… 응?”
뭔가 이상하다.
깨자마자 온 신경이 뒤에 쏠리는 바람에 키릴은 자신의 상태를 뒤늦게 인지했다.
어두운 조명 불빛에 의지하여 눈앞을 더듬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전신 거울이 있었다.
어쩐지 팔이 아프더라니. 손목이 머리 위로 묶인 상태였다. 손목을 묶은 끈은 천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키릴은 무릎을 세우고 상체를 앞으로 쭉 내민 자세로 매달려 있었다. 마치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엎드린 자세에서 팔만 위로 든 것 같았다. 용케 이런 자세로 자고 있었다.
작고 동그란 물건이 양 유두에 달라붙어 있었다. 유두 흡착기였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얌전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고약한 물건인지 아는 키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눈에 띄는 건 가슴만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는지 허벅지는 물론이고 흔들거리는 하반신 전체가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발기한 성기는 언제 사정을 한 건지 허여멀건한 점액으로 범벅이었다.
분명 야쿠치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꿈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것치곤 뒤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엉덩이골을 훑던 혀가 막 구멍 안을 파고드는 것까지. 인간의 혀가 닿지 않는 곳까지 침입하는 그 감각에 뒤로 물을 쏟는 것까지. 너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아…… 으으…….”
키릴이 눈을 깜빡여 흐릿한 시야를 틔웠다. 그리고 거울 속에서 그의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사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
사내가 누군지 알아챈 키릴이 눈가를 찡그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어두운 피부색. 커다란 귀와 주렁주렁 달린 귀걸이가 눈에 익었다.
키릴이 아는 자였다. 침실 정리를 맡은 두 시종 중 붉은 털의 수인이었다. 며칠 전에도 향유를 바른다며 키릴의 몸을 마구 주물렀던……. 허벅지 사이로 드나들던 시뻘건 성기가 생각나 키릴은 몽롱한 와중에도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꿈이 아닌 듯했다.
“흣! 으으읏……!”
그런데 왜 이런 모습으로 그가 키릴의 뒷구멍을 이렇게 게걸스럽게 빨아 대는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거울을 통해 이 모든 걸 봐 놓고도 소리를 지르긴커녕 남자의 입안에 부지런히 음액을 뱉어내기 바쁜 키릴 자신이 가장 이상했다.
‘왜’를 연발하던 키릴이 문득 이상한 향을 맡았다. 평소와 다른 야릇한 향기였다. 키릴은 이 향과 비슷한 것을 알고 있었다. 흥분제의 일종인 미향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머릿속에 위험 신호가 울려 퍼졌다.
‘안 돼!’
찬물을 뒤집어쓴 듯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키릴이 묶인 손을 풀기 위해 바르작거렸다.
“이런, 몰래 먹어 치우려 했더니 깨어났네.”
붉은 털의 시종이 구멍에서 얼굴을 떼고 거울에 비친 키릴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상한 향기, 읏…… 나는데, 뭘…… 한 거야…….”
“눈치챘어요? 흥분제가 섞인 향수를 조금 뿌리긴 했는데. 조금 기분 좋은 정도만 뿌렸는데도 이렇게 아래를 질질 쌀 줄 알았다면 더 일찍 해 볼 걸 그랬지 뭡니까.”
그는 털이 수북한 손등으로 키릴의 엉덩이 사이를 비볐다. 빳빳한 털이 금세 끈적한 물에 젖었다. 질척하게 젖은 손가락 두 개가 입구를 문지르다 푹 안으로 파고들었다.
“힛! 흐으……. 하읏……!”
“내 참, 나도 끼워 달라니까. 왜 자꾸 자기들끼리만 즐기는지 몰라. 그렇지 않습니까?”
점막을 살살 비비던 손가락이 푹푹 안을 거칠게 쑤석거렸다. 잔잔하던 쾌감이 난폭하게 돌변하여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으, 흣! 으읏…… 으응!”
난폭하게 내벽을 파헤치던 손가락이 다시 부드럽게 안을 휘저으며 부들거리는 점막을 야릇하게 비볐다. 살과 살이 찐득하게 마찰하는 느낌이 자꾸만 성감을 부채질했다. 뇌까지 물렁물렁해지는 기분이었다.
‘안 되는데…….’
야쿠치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와 이럴 이유가 없었다.
알고 있는데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삽입까지 가진 않겠지……. 시종이 하고자 마음먹는다면 키릴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온 신경이 시종의 손가락에 쏠려 제대로 된 사고가 이어지지 않았다.
야쿠치의 허락 없이 삽입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붉은 털의 시종이 너무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불안했다.
키릴이 아래에서 퍼지는 쾌감을 어떻게든 몰아내려 안간힘 쓰는 사이 시종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젖꼭지 같이 키우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요?”
달칵. 흡착기의 버튼을 누르는 소리에 키릴이 움찔했다. 잠시 뒤 가슴살이 세차게 빨리기 시작했다.
“흐아…… 학! 히익!”
입으로 빨리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흡입력에 키릴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흡착기 안에 갇힌 유륜과 유두가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다.
윙- 소리와 함께 흡착기 중앙에서 뻗어 나온 오밀조밀한 돌기들이 유두를 짓뭉개더니 우웅 진동하며 힘차게 돌아갔다.
키릴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사지를 떨었다.
“흐읏, 이거 빼 줘! 빼고 싶어요, 윽, 흣……! 진동이 너무, 아흐! 세서, 히익! 빼, 빼 줘!”
몸체를 떨며 진동하는 기구에서 전해지는 자극이 너무 강했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빼 달라고 애원하던 키릴이 얼마 못 가 몸을 빳빳하게 굳히는가 싶더니 바로 정액을 쏘아 올렸다. 뒤따르듯 뒷구멍에서도 끈적한 물을 울컥 뱉었다.
시종은 그 모습을 보며 애액을 쏟는 여성의 음부를 떠올렸다.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뒤로 야한 물을 싸지르는 걸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립선액을 저렇게 쏟진 않을 것 같았다.
시종이 바로 키릴의 뒤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흘러내린 애액을 핥아 올렸다. 벌름거리는 구멍에 혀를 쑤셔 넣고 볼이 홀쭉해지도록 강하게 안을 빨아들였다. 흥건한 물이 꿀쩍꿀쩍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하으……! 으…… 으읏!”
앞뒤 모두 요란하게 빨리며 키릴이 흐느꼈다.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는 것 같았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나왔으나 본인은 느끼지 못했다.
흘러넘치는 음액은 시종이 꿀꺽거리며 빨아 마시는 동안에도 밖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어느새 키릴 주변에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시종은 그것마저 핥아 마시고 싶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다.
붉은 털의 수인이 바지춤을 내리고 성기를 꺼내 들었다. 커다란 살덩이가 밖으로 나오며 들러붙은 정액 뭉치를 바닥에 쏟았다. 키릴을 희롱하는 동안 안에서 사정한 흔적이었다.
가슴을 희롱당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키릴의 뒤를 벌리자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이 끈적하게 벌어졌다. 시종의 숨이 아까보다 더 거칠어졌다. 흥분이 주체가 안 되었다.
시종이 귀두를 가져다 대고 단번에 안으로 찔러 넣었다. 진득한 애무에 이미 흐물흐물하게 풀린 내벽이 거부감 없이 커다란 살덩이를 받아먹었다. 키릴의 눈이 크게 열렸다.
“큿!”
“헉! 으…… 윽, 흐으……. 아, 안 돼……!”
삽입까지 할 줄 몰랐다. 지금 안에 들어와선 안 되었다.
“제발, 그만……! 안에 들어오면……. 흣…… 안 돼!”
“안 되긴. 후우, 내가 기분 좋게 해 줄 테니, 너도 즐겨. 내가, 훅, 예뻐해 줄게.”
크고 단단한 것이 열을 품고 조심스럽게 점막을 비비는 것이 느껴졌다. 키릴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눈물을 쏟아냈다. 시종의 것이 깊숙하게 안을 파고들수록 불안감에 가슴이 술렁거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미향에 취한 몸은 이미 한참 전부터 시종의 손길에 달궈지고 있었다.
들키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데도 안은 자꾸 조르듯이 시종의 물건을 조여 댔다.
“흐흐, 좋지요? 흐으, 나도 좋아요. 네 안이 너무 좋아서 조금, 후욱, 자제가 안 될지도 몰라.”
“으…… 으응! 흐으……!”
“그러니 얌전히 있어. 흐, 부드럽게 해 줄게요. 또 도망치려고 하면, 훅, 짐승화해서 박아버릴 거니까. 큿!”
짐승화란 말에 키릴의 낯이 사색이 되었다.
이름처럼 정말 짐승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짐승의 특징이 더욱 강해지는 건 맞기에 키릴은 가슴이 선뜩했다. 반항할 생각이 단번에 사라졌다.
만약 좀 더 정신이 맑은 상태였다면 야쿠치에게 들킬 것이 뻔한 짐승화를 그가 할 리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둔해진 머리론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았다.
“옳지, 착하기도 하지. 후우……. 살살 녹여 먹고 싶었는데 안 되겠어요.”
시종이 키릴의 상체를 세웠다. 양 옆구리에 손을 집어넣어 어깨를 움켜쥐었다. 두 사람의 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했다. 등 뒤로 남자의 체모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귓가에 허덕이는 듯한 숨결이 닿았다. 땀 냄새와 비릿한 정액 냄새, 그리고 음란함을 부추기는 향이 코끝을 찔렀다.
시종이 허리를 뒤로 뺐다. 주름을 긁어내리며 살기둥을 빼내어 귀두만 남겨두었다. 내벽이 딸려 나가는 느낌에 키릴이 이를 악물었다.
“흐…… 흣. 윽…… 으으읏!”
“자, 잘 봐요. 지금 네 몰골이 어떤지. 내 좆을 씹으며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말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로 물린 성기를 다시 뿌리 끝까지 박아 넣었다. 내벽을 뭉개듯이 쑤시고 들어온 귀두가 안쪽 벽을 쾅 들이박았다. 동시의 키릴의 머릿속도 부서져 내렸다.
“흐아학……! 아아……!”
시종이 허리를 튕겨 올릴 때마다 키릴이 흐느끼며 남자의 목덜미에 뒷머리를 비볐다. 맞닿은 몸이 마찰하며 서로의 땀과 체액이 섞여들었다.
“흐윽! 아, 아! 읏! 으응……!”
“헉, 헉, 헉……! 훅!”
단단한 살기둥이 몰아붙이듯 안을 퍽퍽 쳐올렸다. 거친 허릿짓에 맞춰 키릴이 허리를 흔들었다. 두 하체가 난잡하게 비벼졌다
“아, 아, 아! 으응! 흑……!”
“헉, 헉, 시펄, 좆 빨고 싶어서, 헉, 엉덩이를 가만두지 못하네. 이 남창 새끼가……!”
“아응, 흣! 응, 응! 아흐… 흥, 응!”
정신없이 흔들리는 몸을 따라 흡착기를 단 가슴도 같이 흔들렸다. 기분 탓인지 진동이 아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나오는 것도 없는데 마치 모유를 빨아내려는 듯 집요하게 빨리는 감각이 지독했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작동하길 반복하며 자극에 익숙해질 틈을 주지 않았다.
“흣! 으응! 아…… 아윽, 아, 좋아…… 아니야, 아, 안 돼, 흐하…… 아아……!”
머릿속이 열기로 들끓었다. 유두에서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마저 전부 쾌감으로 돌변했다.
키릴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몸을 보았다.
물기가 가득 차오른 눈은 멍하니 풀려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신음을 참지 못해 벌어진 입술은 제대로 침도 삼키지 못하는 듯했다.
가슴에 흡착기를 달고, 무릎을 세워 다리를 벌리고 앉은 그는 시종의 아랫도리에 꿰뚫려 조금이라도 더 안을 비벼보고자 스스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미친 것 같았다.
‘안이 열릴지도 모르는데. 들킬지도 모르는데……!’
키릴의 걱정대로 미향에 취한 몸을 시종이 계속 자극하자 숨겨진 곳의 입구가 부풀어 올랐다. 귀두가 그곳을 찌르는 순간 키릴의 성기에서 정액이 튀었다.
“안 된다더니. 흣, 그렇게 좋았어요? 시펄, 자지를 잡아먹으려 드네. 훅, 쌀 것 같잖아!”
“아, 앗, 아! 그만…… 여, 열릴 것 같아……. 안 돼, 응! 흐…… 읏!”
“열리긴, 헉, 뭐가, 열린다는 겁니까? 이미 네 구멍 잔뜩 벌어져서, 씹, 내 자지 빨고 있는데!”
“으응, 아… 아, 흐으…… 읏! 아아……!”
“여기가, 여기가 좋은 거지?”
시종이 입구를 연달아 퍽퍽 쳤다. 키릴의 성기가 순식간에 다시 단단해졌다. 접합부에서 끈적한 액이 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안을 조이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곳은 늘 키릴의 의사를 거부하는 곳이었다. 제 안에 들어온 성기를 오물거리며 강하게 빨아당겼다. 더 깊이, 더 깊숙이 끌어당기지 못해 안달하며 수축과 이완을 정신없이 반복했다. 남자를 멈추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
“제길, 매일 그 큰 게 들락거리는데, 헉, 헉, 왜 이리 쫀득거려. 환장하게!”
시종의 허릿짓이 커졌다.
동시에 입구가 열렸다. 귀두가 좁은 틈을 비집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크핫!”
“악!”
귀두를 찔러넣는 순간 가해진 지독한 압박감에 시종이 그대로 정액을 분출했다. 사정 후 성기의 부피가 줄어들자마자 입구 밖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이미 걸쭉하게 정액을 싸지른 뒤였다.
“헉, 헉! 뭐야, 이거……!”
들켰다.
‘거기다가 안에 쌌어?’
다른 시종의 정액이 내벽을 가득 채워도 상관없었다. 그곳만 아니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야쿠치가 아닌 다른 사내의 씨물이 그곳을 가득 채웠다.
운이 나쁘면 이 한 번으로 임신할 수도 있었다.
키릴이 불안에 떠는 사이 시종은 조금 전에 맛본 그 느낌을 곱씹으며 헐떡였다.
“시발, 훅, 훅, 좆대가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잖아.”
귀두를 으깰 듯이 죄어 오던 감각을 떠올리며 시종은 반쯤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장은 아닌데…….”
오히려 푹신하고 쫀득한 것이 자궁구와 느낌이 비슷했다. 그곳을 잔뜩 괴롭혀 주자 안이 열렸다. 귀두가 좁은 틈 안으로 박혀 들어간 순간, 벌어진 입구가 사정없이 귀두를 물어뜯듯이 조였다. 입구에 돋은 자잘한 돌기가 진동하며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 폭력적이면서도 지독하게 기분 좋았다. 너무 좋아서 한 번만 싸고 바로 나와 버린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시종의 눈이 뒤집혔다.
“뭔지 몰라도 한 번 더 합시다.”
키릴이 고개를 흔들며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틀어 시종을 밀었다. 그리고 정액이 나오도록 스스로 뒷구멍을 벌렸다. 마음 같아선 직접 긁어내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손이 닿을 턱이 없다.
“오, 직접 열어 주는…… 뭐 하는 겁니까?”
“읏, 정액을 빼내야 해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빼고자 손을 찔러 넣었다. 그걸로 안을 채운 정액을 밀어내며 구멍을 더욱 벌렸다. 그리고 뒤에 힘을 주어 안에 있는 것을 스스로 뱉어내려 끙끙거렸다.
다행히 흡착기가 멈춘 상태라 좀 더 편히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다급했던 키릴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생각지 못했다.
간절한 얼굴로 자신의 뒤를 스스로 쑤시고 정액을 뱉어내는 모습이 시종의 눈엔 자신을 유혹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정액은 왜 빼냅니까?”
“거기에…… 정액이 차면 배가 너무 아파서.”
“그래요? 그럼 정액만 안 싸면 됩니까?”
“그게 무슨 뜻……! 앗!”
시종이 가슴의 흡착기를 떼어냈다.
“정액이 문제면 고무마개를 귀두에 씌우고 하면 되잖습니까.”
“문제가 그것만은 아닐 텐데요.”
벌겋게 핏발이 선 눈을 본 순간 키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조금 전에 싼 거 빼고 싶은데 도와줘요.”
“……흐흐, 그건 오히려 바라던 바입니다.”
키릴의 손목을 묶고 있던 끈이 풀렸다. 잠시 이대로 도망칠까도 했지만 그래봤자 금방 잡힐 게 뻔했다.
키릴은 얌전히 뒤를 돌아 허리를 숙였다. 남자의 손이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안쪽 깊이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
“어때요, 흣, 젖꼭지가 커져서, 허억, 더 기분이 좋지요?”
“가, 간지러…… 너무, 우흥…… 읏, 아……!”
키릴의 팔다리가 시종의 벗은 몸을 휘감고 절박하게 끌어안았다. 시종의 아래에 깔려 그의 체중이 실린 허릿짓을 받아내며 내내 흐느끼던 키릴이 살갗이 까지고 퉁퉁 부어오른 유두를 털이 수북한 가슴에 비비며 안달했다.
“더 세게 안아 봐요.”
사지에 힘을 줘 시종의 몸에 가슴을 더욱 밀착하자 땀에 젖은 두 육신이 한 몸처럼 들러붙었다. 시종의 허릿짓이 강해졌다.
“으응. 아, 아…… 좋아……!”
난폭한 움직임에 맞닿은 몸이 거칠게 문대졌다. 그때마다 유두가 거칠게 비벼지고 쓸리는 느낌이 좋아서 안에 드나드는 살덩이를 강하게 씹었다. 시종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졌다. 안을 들이박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움직임이 난잡해졌다. 오싹한 쾌감에 키릴의 머릿속이 하얗게 타올랐다.
“아! 아아! 으응……. 흑……! 또 거길, 학, 그렇게 하면…… 앗, 하악!”
“싸지만, 않으면, 헉, 되지, 않습니까?”
“아, 안 돼! 또…… 악, 갈 것 같…… 아아……!”
시종과 키릴 사이에 끼어 있던 성기에서 물 같은 정액이 흘러나왔다. 사정을 마치고 헐떡이는 키릴의 눈이 완전히 풀렸다.
키릴은 사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의 안은 마치 정액을 짜내듯 시종의 성기를 빨아대었다.
지금도 절정에 이른 내벽이 시종의 물건을 휘감고 쥐어짜듯 조이는 중이다. 키릴의 귓가에 대고 헐떡거리던 시종이 탄성을 흘렸다.
“시펄, 싼다!”
성기가 안에서 꿈틀거렸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시종이 성기를 빼고 고무마개를 벗기자 정액 덩어리가 키릴의 몸 위로 후드득 쏟아졌다.
할 때마다 마개를 씌우는 게 귀찮았지만 그러지 않으면 키릴이 기겁했기에 참았다. 덕분에 키릴이 협조적이니 참을 만했다.
하지만 욕심 같아선 처음 맛본 그 안에 몇 번이고 정액을 쏘아 올리고 싶었다. 내장 안에 오줌까지 싸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바로 야쿠치에게 걸릴 것 같으니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정은 여전히 아쉬웠다.
‘배가 아프다니 어쩔 수 있나. 수장이 왜 그러냐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작살나는 거라고.’
킁킁 냄새를 맡으니 슬슬 정리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았다.
시종은 키릴을 품에서 놓아주고 몸을 일으켰다. 시종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키릴의 사지가 축 늘어졌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마른 정액이 음액과 섞여 나왔다.
“그렇게 빼냈는데도 아직 나오네. 배 아프면 안 되는데.”
시종이 키릴의 다리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다시 안에 찬 것들을 긁어냈다. 정액보단 덩어리진 음액이 더 많이 나왔다. 너무 깊이 찔러 넣고 싸서 그런지 정액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걸리면 큰일 나겠는데?”
안을 헤집는 손길에 키릴이 신음하며 반쯤 감긴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저녁에 수장의 것을 제대로 품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시종이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벗어 던진 바지를 도로 챙겨 입은 붉은 털의 수인이 키릴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오늘 일은 비밀인 거 아시죠? 들키면 저도 당신도 모두 경을 칠 겁니다. 우리 수장은 공정한 판결 따윈 집어치운 자라고요.”
경고를 날린 후 반쯤 잠든 키릴을 씻겨 침대 위로 옮겼다.
사실 그가 얘기하지 않아도 키릴 역시 알고 있었다. 야쿠치라면 허락 없이 키릴을 건든 수하만이 아닌 키릴까지 벌하겠지.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폐하께는 비밀이에요.’
‘안이 닳아버리도록 쑤시고 짐승처럼 범해 주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한번 맛보니, 훅, 도저히 못 잊어서, 윽, 이런 짓까지……!’
오래전 일인데 아직도 죽은 남자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그 남자도 그랬다. 그리고 나중엔……. 키릴이 도중에 생각을 멈췄다.
그 남자와 붉은 털의 수인은 다른 존재였다.
상황도 달랐다.
키릴은 곧 이곳을 떠날 것이다. 야쿠치를 화나게 할 일은 피하고 싶었다. 변수가 될 일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했다.
무엇보다 야쿠치가 아닌 시종의 아이를 밸 뻔한 상황을 넘긴 것만으로 키릴은 만족했다.
그래서 키릴은 침묵을 선택했다. 어쩌면 오늘 원하는 만큼 했으니 붉은 털의 수인도 더는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
한번 저지르고 나니 참을 이유가 사라진 건지, 다음 날 야쿠치가 숙소를 비운 사이 붉은 머리 시종이 다른 곳도 아닌 침실에서 키릴에게 삽입을 시도했다.
미처 미향을 준비하지 못한 수인은 강제로 키릴을 눕히고 아랫도리를 비볐다. 어제 느낀 쾌락을 다시 맛보고 싶어 그는 안달이 난 상태였다. 반면에 키릴은 또 어제처럼 꼼짝없이 당하기 싫어 강하게 거부했다. 계속 바르작거리며 그에게서 달아나려 하자 수인이 홧김에 키릴의 뺨을 쳤다.
짜악-!
“어제 그리 좋다고 울어 댔으면서 이제 와서 아닌 척이야, 창부 같은 게!”
키릴의 가운을 풀어 헤치며 하얀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기다려 봐, 쑤셔 주면 좋아하잖아.”
“싫어, 그만, 악!”
키릴이 소리를 지르려 하자 수인은 키릴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리곤 강제로 뒤를 열고 들어갔다.
“흐…… 좋아.”
“윽!”
“이제부턴 그 향수를 가지고 다녀야겠어. 그것만 뿌려 주면 아래를 벌떡 세우더니, 이게……!”
귀두가 생살을 벌리며 젖어 드는 내벽을 마구 찧어 댔다.
“흑, 그만, 하지 마…… 아, 흣……!”
“훅! 이렇게 적셔 놓고 왜 그만두라 하십니까? 수장 말고도 뒤를 대준 놈이 몇 놈인데. 왜 자꾸 저한테만 참으라 하시냔 말입니다. 어제 우리 좋았잖습니까.”
키릴이 다시 소리를 지르려 하자 수인이 손에 집히는 것을 키릴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윽, 흐으……! 읍!”
입에 물린 옷가지 때문에 소리를 제대로 지를 수 없었다. 아니, 소리를 질러봐야 누가 도와주기나 할까? 하얀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한참 허리를 흔들던 남자가 드디어 사정했다. 키릴 역시 반강제적으로 사정하며 널브러졌다. 겨우 정신을 차려 벗어나기 위해 다시 움직였으나 남자가 허리를 움켜쥐고 다시 발기한 성기를 쑤셔 넣었다. 헐떡이는 남자의 아래에 깔려 사정없이 안을 꿰뚫린 키릴이 흐느꼈다.
수인은 장소는 물론이고 키릴이 누구의 소유물인지 완전히 잊었다. 그는 제가 가진 정액을 모조리 쥐어짜려는 듯 키릴의 안에 몇 번이고 사정하며 안쪽 구멍을 열고자 했다. 도망칠 의지를 잃은 키릴은 남자가 싸는 대로 고스란히 안에 받아들였다.
그때 돌연 문이 열리고 야쿠치가 안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수인이 키릴의 안에 다시 사정했다. 점성이 옅은 반투명한 정액이 물처럼 흘렀다.
“이게 뭐야.”
사정감에 취해 허리를 움찔거리던 시종은 뒤늦게 우두머리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얼어붙었다.
“이 원숭이 새끼가…….”
“수, 수장!”
“야, 이 새끼야. 지금 누구 허락받고 그러는 거냐, 엉?”
침대로 다가온 야쿠치가 팔을 휘두르자 퍽 소리와 함께 시종의 몸이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수, 수장님.”
“그래, 내가 네 수장이다. 근데 이 새끼야, 넌 뭔데 내 명령도 없이 내 것에다 좇질이야?”
“그, 그게, 제가 그러…… 으헉!”
야쿠치가 바닥에 쓰러진 붉은 털 수인의 목을 발로 짓밟았다.
“씨발, 내가 허락할 때만 하라고. 내 앞에서. 말 잘 들으면 쑤셔 박게 해 줄 텐데, 왜 말을 안 듣냐고.”
퍽, 퍽, 퍽!
“내가 우습냐? 응? 내가 존나 만만하냐고.”
무언가를 밟고 치는 소리와 으득거리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소리는 점점 과격해졌다. 침대에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키릴이 덜덜 떨며 손으로 귀를 막았다.
“족장? 안에 무슨 일 있습니까?”
“이 새끼 이거 돼지우리에다가 처넣어. 몸뚱이가 커서 안에 피는 왕창 뽑을 수 있겠지.”
“어이구, 어쩌다……. 알겠습니다. 고기들 틈에 잘 넣어 두겠습니다.”
“내가 하라고 하면 해야지, 새끼가 왜 멋대로 굴어? 감히 주인인 나에게 말도 없이 내 것에 손을 대?”
키릴이 시뻘건 고깃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리는 시종을 아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시종을 연민하진 않는다. 다만, 야쿠치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뿐이다.
멋대로 키릴을 공유할 때는 언제고. 명령 없이 제 것에 손을 댔다고 시종을 반쯤 죽여놓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제 저 시종은 죽을 때까지 야쿠치에게 피를 빼앗기며 유린당할 것이다.
야쿠치가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맙기는커녕 키릴은 이 모든 것에 토기가 치밀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 새끼 이거 이번이 처음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창백하게 굳은 키릴을 발견한 야쿠치가 대뜸 키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윽!”
“내가 조신하게 있으라고 했잖아.”
제 주제를 잊고 날뛴 건 시종이었지만, 누구의 잘못인가는 아쿠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 기분이 좆같다고.”
야쿠치는 키릴의 머리채를 쥐고 그를 침대 밑으로 팽개쳤다.
키릴의 안에서 이제는 고깃덩이가 된 수하가 싸지른 정액이 꾸물꾸물 흘러나오는 것을 본 야쿠치가 얼굴 근육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렸다.
수하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키릴을 야쿠치가 발로 퍽 찼다.
“음탕한 새끼. 정액만 싸질러 주면 누구든 좋지?”
한 번 더 발로 차려던 야쿠치는 키릴이 너무 아파하자 혀를 차고 발을 멈췄다. 수인에 비하면 너무도 허약한 몸뚱이였다. 아직 망가뜨릴 생각이 없었던 야쿠치는 키릴을 일으켜 세워 욕실로 밀어 넣었다.
“씻고 나와.”
우두커니 욕실에 서 있던 키릴이 흣, 하고 신음을 흘렸다. 안에 가득 차 꿀렁거리던 정액이 질퍽하게 아래를 적시며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안에서 흐르는 느낌에 약하게 몸을 떨던 키릴은 고작 이런 걸로도 느끼는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꼈다. 강제로 당하면서도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 키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젠 이십 년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때와 달라졌으리라 생각했는데 몸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오래전 그자가 남긴 흔적이 너무 강렬했다. 아마도 영영 지울 수 없으리라.
키릴은 아픈 몸을 움직여 겨우 지저분한 흔적들을 씻어내렸다.
기억도 이렇듯 벗겨낼 수 있다면 이 육신에 가득한 육욕도 조금은 벗어낼 수 있을까.
야쿠치의 주도하에 다른 수인의 정액을 받을 때도 버텼는데 오늘은 조금 힘들었다.
눈앞에서 생명이 고깃덩이가 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키릴은 다 씻은 후에도 욕실에 한참 머물다 안으로 쳐들어온 야쿠치에게 끌려가 다시 그에게 다리를 벌려야 했다.
“넌 내 거다. 네가 발정해야 하는 건 나와 내 명령이야. 좆같은 새끼한테도 앙앙거리란 게 아니야. 알겠어? 내 말에 흥분해야 하는 거란 말이다.”
짝- 짜악-
야쿠치의 커다란 손이 벌을 주듯 키릴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씨발 새끼. 그놈이 네 젖꼭지도 이렇게 만들었지?”
부푼 유두를 세게 꼬집고 비틀어 당겼다. 화풀이하듯 거친 손길이었음에도 키릴은 그 순간 사정했다. 정액이라기엔 너무 묽어 물에 가까운 액이 쏟아졌다.
야쿠치는 자기 손이 주는 감촉을 기억시키려는 듯 연신 유두를 비비고 꼬집고, 당기다 못해 손톱으로 유두를 찌르며 키릴을 괴롭혔다.
키릴은 야쿠치의 수하에게 강제로 당하고도 또 야쿠치에게 안겨 몇 번이고 사정을 반복했다.
지독하게 반복되는 쾌락이 이젠 괴로울 지경이었다. 모든 신체의 감각기관을 죄다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흥분은 가시지 않았다. 밑구멍은 멋대로 야쿠치의 성기를 빨아먹듯 조이며 더는 정액이 잘 나오지도 않는 성기를 세웠다. 자기 몸인데도 질릴 것 같았다.
키릴이 울먹이며 야쿠치를 붙잡았다.
“더, 더는 못 해요. 그만 용서해 주세요.”
“네 주인이 누군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으니까 확실하게 기억하게 만들어야겠어.”
“제발, 윽, 제… 흐아… 흑!”
“빌어도 소용없어. 아예 몸에 새겨 줄 거니까. 신성력으로 치유하지 말고. 헐어버릴 때까지 그대로 있어. 대답.”
“흑… 으…….”
“대답!”
“아흑! 네, 네, 주인님……!”
아쿠치는 화풀이하듯 키릴의 안을 퍽퍽 쳐댔다. 고통 같은 쾌감에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고 싶어도 야쿠치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칠 것 같은 밤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동이 트기 전 잠시 눈을 떴을 때 가슴에 투명한 물이 맺혔다.
드디어 끝낼 때가 되었다.
잠든 야쿠치의 품 안에서 키릴은 탈출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