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10/72)

2. 짐승의 왕(2)

9.

그간 몇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이곳은 국경 근처 수인족의 마을 중 하나였다. 야쿠치는 여기서 분쟁을 일으키며 볼그람의 동남쪽 영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이 전쟁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내분이 심각한 수준이라 반수장 세력을 추적하고 몰래 그 세력을 돕던 미온 왕국에 경고하기 위해 경계에서 난동을 부린 것이었다.

제국은 덤이었다. 외부 세력과 친밀하게 지내는 경계 주민들을 벌하고자 했던 일에 교단이 휘말린 것이다.

외교가 아닌 폭력으로 밀어붙이는 태도가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원래 그런 자였다.

지금은 전쟁에 뜻이 없다고 하나, 내부가 완전히 정리된 이후엔 어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간의 행동을 생각하면 분명 뭔가가 또 터질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인족의 내부 봉합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야쿠치가 수장으로 즉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에게 반발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건 키릴의 본의가 아니었다.

침실에 야쿠치의 수하들이 드나들며 알게 된 것들이었다.

“아, 아! 윽, 흣, 그, 그만……!”

갯과의 수인이 키릴의 다리 사이에서 헐떡였다. 시뻘건 성기가 엉덩이 사이를 미끄덩거리며 잘도 드나들었다.

마치 기름칠이라도 한 듯 성기가 미끄러웠다. 크기에 비해 삽입이 지나치게 부드럽게 이어졌다. 야쿠치의 돌기에서 나오던 액보다 훨씬 미끈거렸다. 거칠게 안을 찔러 대는데도 그저 간지럽고 부드러운 자극만이 이어졌다. 바로 전에 야쿠치의 흉흉한 물건에 시달린 탓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 좋았다. 하지만 생소한 느낌이 이상해서 키릴은 연신 몸을 꿈틀거렸다. 그때마다 털이 박힌 손에 잡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안이 쑤셔지는 것보다 붙들린 허리가 더 아팠다. 수인에게 잡힌 곳마다 손자국과 멍이 생겼다.

“헉, 후욱, 헉, 헉!”

수인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붉게 충혈된 두 눈에 열기가 들끓었다. 목과 손에 연신 핏대가 서고 입에선 침이 흘러내렸다.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매끄럽게 들어온 귀두가 연달아 빠르게 찧어대자 키릴이 허리를 휘며 발끝으로 시트를 밀었다.

“응, 으응! 으흑, 아……! 아아!”

“헉, 헉…… 흐읍!”

정신없이 흘레질을 하던 갯과 수인이 벌겋게 충혈된 눈을 부릅떴다. 지독한 사정감에 머리가 쭈뼛 섰다.

머리끝까지 흥분이 치밀어 오른 와중에도 그는 우두머리의 눈치를 보았다.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침대 위를 구경하던 야쿠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갯과 수인이 키릴의 허리를 붙들고 성기를 더 깊이 찔러넣었다.

“으으응……! 흐읏!”

“크으…… 읏!”

성기가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하자 키릴이 기겁했다.

“시, 싫어! 싸지 마, 안에 하지… 하지 마세요! 으응……!”

부풀어 오른 성기에서 하얀 점액이 터져 나왔다. 정액이 오줌싸듯이 쏟아져 나왔다. 세차게 뿜어져 나온 정액이 내벽을 강하게 때렸다.

“학! 흐아……!”

이름도 모르는 수인의 정액을 받으며 키릴이 또다시 절정에 달했다.

수인은 연신 허리를 움찔움찔하며 사정을 길게 이어갔다.

“다 쌌으면 빨리 비켜라.”

“아니야, 아직……!”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미적거리며 성기를 빼자 희고 살집이 두툼한 수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야쿠치의 침실 시중을 드는 검은 털의 호족 수인이 한발 늦었다며 혀를 찼다. 그는 구멍 입구를 만지작거리는 투실한 수인을 힐끗 노려본 후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호족 수인이 키릴의 가슴살을 모아 단번에 삼켰다. 혀로 핥고 이로 잘근잘근 유두를 깨물다 유륜까지 삼켜 강하게 빨아당겼다. 몇 번이고 젖꼭지를 빨던 호족 수인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떼어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네요. 아, 인간이지. 우리 종족은 한번 임신하면 모유가 계속 나오는데 말입니다.”

“남잔데.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지.”

갯과 수인의 타박에 호족 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무것도 안 나와도 상관없지요. 사실 볼 때마다 이걸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어 혼났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족 수인이 발딱 선 젖꼭지를 물어뜯듯이 이로 깨물었다. 그 순간 교성 같은 신음과 함께 키릴의 아래에서 음액이 튀었다.

“으응! …읏! 으흑!”

“참나. 천천히 즐기려는데 자꾸 인내심을 시험하네.”

키릴의 다리 사이에서 미적거리다 야한 물을 뒤집어쓴 수인이 기막혀했다.

두 수인을 구경하던 갯과 수인이 슬그머니 키릴의 얼굴로 다가갔다. 벌어진 키릴의 입술에 자기 성기를 비볐다. 사실 입안에 집어넣고 목구멍까지 쑤셔 넣고 싶었지만, 야쿠치가 신음을 막지 말라고 해서 참았다.

“네 안에 들어왔다 나온 거다. 맛이 어떤지 확인해 봐.”

“아…….”

키릴이 반쯤 풀린 눈을 굴린 순간, 여전히 핏발이 서 있는 수인의 눈과 마주쳤다. 잡아먹힐 것 같았다. 키릴은 조금 전 그가 자신의 안에 있던 감각을 떠올렸다. 미끄덩한 성기가 안을 드나들 때마다 피어오르던 간지러운 쾌감을 생각하자 몸이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멍한 눈으로 혀를 둥글게 돌리며 귀두를 문질렀다. 맛이 이상했다. 절대 맛있다고 할 만한 것이 못 되었는데 뜨끈한 살덩이에서 혀를 떼지 못했다. 키릴의 침과 성기에 묻은 분비물이 질척하게 뒤섞였다.

‘잘해야 하는데…….’

키릴이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생각했다. 야쿠치가 지켜보고 있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늘도 상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

키릴이 고개를 움직여 귀두를 쪽쪽 빨다 기둥을 길게 혀로 훑었다. 갯과 수인의 성기가 아까보다 커졌다. 입안에 삼키는 건 토할 것 같아서 싫었다. 다른 수인이 아까부터 가슴과 아래를 자극하고 있어서 고개를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었다. 혀로 열심히 성기를 핥던 키릴이 손으로 시뻘건 기둥의 뿌리 부분을 쥐고 흔들었다.

‘제발 이걸로 만족하길.’

다행히 수인은 키릴의 입안에 성기를 쑤시지 않았다. 야쿠치의 명령 때문이었지만 그걸 몰랐던 키릴은 내심 안도했다. 그때였다.

“하으흑……!”

아래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투실한 수인이 단번에 성기를 찔러 넣었다. 키릴의 눈이 커졌다. 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일반적인 성기의 모양이 아니었다. 기둥형이 아닌 구불구불하게 휜 살덩이는 마치 조류의 생식기와 흡사했다.

수인마다 성기 모양이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이런 건 난생처음이었다. 사람과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시, 싫어…… 이거 이상…… 흣!”

“으응, 곧 좋아질 거야. 정액 뿌려 주면 좋아한다며. 난 수장만큼이나 양이 많으니까 기대해. 네 안, 너무 기분 좋아.”

남들보다 배는 거대한 불알을 흔들며 수인이 히히 웃었다. 삽입을 마친 수인이 바르작거리는 키릴의 허리를 잡고 시작부터 거칠게 쳐올렸다. 키릴의 고개가 휘딱 넘어갔다. 성기를 쥐고 있던 손이 어느새 시트를 비틀고 있었다. 갯과 수인이 아쉬운 듯 키릴의 입을 내려다보다 남은 유두를 손에 쥐었다.

“아, 아! 응, 응! 아, 안 돼, 안이 망가질 것 같, 흐아……! 으응!”

성기 두께는 보통이었는데 구불구불하게 휘어 있어 안을 드나들 때마다 내벽에 가해지는 충격이 무시무시했다. 안이 파이는 것 같았다. 사정없이 안을 긁어대며 오가는 성기가 무섭게 느껴졌다. 안이 망가질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렬한 자극이 안에 퍼부어져 몸이 덜덜 떨렸다.

짜릿한 전율이 연신 몸을 관통하며 발끝까지 번지길 반복했다. 폭력적인 쾌감에 키릴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이번에도 상을 잃을 수는 없었다. 키릴은 이를 악물고 생소하고 폭력적인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해 집중했다.

“으응! 처, 흣, 천천히……! 응, 흐윽!”

키릴이 애원했지만 투실한 수인은 도통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키릴의 허리를 붙잡고 거대한 몸을 난잡하게 흔들어 댈 뿐이었다. 수인은 질퍽한 안을 사정없이 쑤셔 대며 연신 탄성을 흘렸다. 초점이 나간 눈과 연신 달싹거리는 입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 역시 키릴처럼 정신이 나가기 직전처럼 보였다.

“앗, 아흣! 제발, 천, 으응! 앙! 학! 으, 천천히 좀…… 흐아……!”

“좋아, 이거 너무 좋아…….”

좋다는 말만 연신 뱉으며 온 힘을 다해 아래를 쳐올렸다. 천천히 해 달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성기가 안을 드나드는 속도가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두둑한 살집이 출렁출렁 흔들릴 정도로 수인이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접합부에서 쉬지 않고 체액이 튀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지독히도 야하게 들렸다.

“수장, 싸고 싶어요. 제발, 싸게 해 줘요, 제발!”

“미친…….”

그가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며 야쿠치에게 애절하게 허락을 구했다. 가슴을 빨던 것도 잊고 멍하니 보고 있던 두 수인이 헛웃음을 지었다.

“섹스건 뭐건 뭐든 적당히 하는 놈이 오늘은 완전히 미쳐 날뛰는데?”

“얼마나 좋으면…….”

아직 키릴의 안을 맛보지 못한 호족 수인이 입맛을 다셨다.

빨리 허락이 떨어져 자신의 차례가 오길 바랐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힐끗 야쿠치를 보자 입술을 삐뚜름하게 올리고 웃고 있었다. 두 수인이 안달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게 퍽 재미있는 듯 계속 뜸을 들였다.

“수장 제발, 안에, 헉, 헉! 안에 싸 주고 싶어요. 싸게 해 줘요, 제발!”

“그래, 임신할 리 없으니 잔뜩 싸 줘라.”

“후욱, 크흐윽!”

온몸을 흔들며 키릴의 안을 박아 대던 하얀 수인이 뿌리 끝까지 퍽퍽 박아 올리며 대량의 정액을 뿜었다.

“아! 흐아… 학! 하악!”

야쿠치 못지않게 양이 많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거센 물줄기처럼 정액이 콸콸 쏟아져 연신 내벽을 세차게 때렸다. 전신이 덜덜 떨리는 극렬한 쾌감에 키릴의 머릿속이 하얗게 타올랐다. 지독한 고양감이 덮쳐왔다.

“아, 나와…… 으응! 아아……!”

선뜩한 추락감 속에 키릴이 몸을 굳히며 사정했다. 길게 쏘아 올려진 정액이 후드득 몸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음란한 뒷구멍도 개폐를 반복하며 정액 섞인 물을 찍찍 쌌다.

“하, 하아… 흐으…….”

“헉!”

사정 후 완전히 늘어진 키릴과 달리 수인은 아직도 사정을 반복하는 중이었다. 한번 쌀 때마다 내벽을 채우다 못해 넘쳐흐른 정액이 부글거리며 접합부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때마다 축 늘어진 키릴의 몸이 움찔움찔했다.

기다리던 호족 수인이 그만 비키라고 밀치다가 잠깐 빠져나온 성기가 아직 사정 중인 것을 보곤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직, 아직이야. 헉, …큭!”

“징글징글하네.”

혀를 차며 손을 놓자 하얀 수인이 허겁지겁 키릴의 안에 다시 제 성기를 찔러 넣었다. 그는 넣자마자 몸을 굳히며 사정액을 터뜨렸다. 안에 쏟아부은 정액이 도로 구멍 밖으로 팍 터져 나왔다. 그는 자기 정액을 뒤집어쓰면서도 황홀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구경하던 야쿠치가 소리 내 웃었다.

“이제 내 차례다. 비켜.”

“아…… 더 있고 싶은데. 나 더 쌀 수 있을 것 같다구.”

“한 번 가면서 대체 몇 번을 싸는 거냐. 더 싸고 싶으면 혼자 뽑아내라.”

더는 기다려 주지 못하겠다며 호족 수인이 상대를 밀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활짝 벌어진 키릴의 다리 사이에 앉은 수인이 움찔거리는 키릴의 구멍을 강제로 벌렸다. 정액을 긁어내려 했는데 손가락으로 입구를 벌리자마자 흰 점액이 왈칵 쏟아졌다. 구멍을 닫아놔도 계속 안에서 묽은 점액이 질질 샜다. 간혹 키릴이 끙끙거릴 때마다 정액 덩어리를 뱉어내기도 했다.

다른 수컷의 좆물로 엉망인 저 구멍이 왜 이리 탐이 나는지 그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처음 키릴을 본 날부터 그랬다. 야쿠치의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기절한 몸이 얼마나 부드럽던지. 충동적으로 엉덩이를 주무르자 지금처럼 꾸덕꾸덕한 정액을 울컥 쏟아냈었다. 그 모습에 발기했다. 정액을 긁어내기 위해 흐물흐물해진 구멍에 손가락을 찔러넣었을 땐 제 손가락을 끈적하게 물어대는 감촉에 그대로 사정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늘 이 몸을 맛볼 날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바쁘게 움직이는 구멍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호족 수인이 손가락 두 개를 찔러 넣었다.

“흐아……! 흣! 흐윽…….”

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지자 키릴이 바로 반응했지만 신음보단 거의 울먹임에 가까웠다. 거듭된 정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 인간의 안에 넣고 날짐승처럼 날뛸 수만 있다면 그는 족했다. 그날처럼 여전히 그의 손가락을 물고 안으로 빨아당기는 음란함이 기꺼웠다.

하지만 그전에 안을 꽉 채운 것들을 좀 빼내야 할 것 같았다.

물컹한 점액을 몇 번 긁어내는 사이 키릴이 또다시 몸을 굳히고 사정했다. 활짝 벌어진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점막도 경련하듯 잘게 떨리며 손가락을 물어왔다. 점성이 약한 액이 안에서 흘러넘쳤다. 손가락 놀림에 앞뒤로 간 듯했다.

‘기절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과하게 민감한 몸이었다. 마치 미약이라도 먹은 것 같았다. 발정기의 짐승도 아닐 텐데 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란 말인가.

음란한 인간. 그래서 더 좋았다. 이 음탕한 인간과 짐승처럼 교미하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다. 아래가 너무 땅겨 아플 지경이었다. 성기는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선액을 질질 흘렸다.

수인이 내벽에서 손을 빼고 무릎을 세워 제 성기를 보란 듯이 내밀었다. 파란 눈이 축축하게 젖은 귀두를 보곤 잘게 흔들렸다. 수인이 나지막하게 목을 울리며 웃었다.

“익숙하겠지? 족장에 비하면 좀 작지만 그래도 제법 비슷할 텐데.”

그 말대로 수인의 성기는 야쿠치의 것과 생김새가 비슷했다. 뿌리 부근에 돋은 돌기가 흉흉했지만, 야쿠치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었다. 유난히 큰 귀두는 야쿠치보다 작았지만, 끝이 더 뾰족했다.

저걸로 찔릴 걸 생각하니 벌써 안이 아려왔다. 겁이 나는데 이상하게 안이 쑤셨다. 뒷구멍에서 뭔가가 질질 흘러나왔다. 키릴은 안에 든 정액이 흘러나온 것이라 애써 모른 척했다.

키릴의 시선을 즐긴 수인이 구멍을 다시 벌리고 귀두를 밀어 넣었다. 녹진하게 풀린 살이 너무도 쉽게 살덩이를 삼켰다.

“흐으…… 아……!”

생살을 벌리며 묵직하게 안을 짓눌러오는 느낌에 허벅지 안쪽에 힘이 들어갔다.

“아, 하으. 아……!”

“기분이 어때?”

“하, 조, 좋아요. 아아……!”

“그런 것 같네.”

키릴의 구멍이 귀두를 전부 삼키고 연신 끈적한 물을 뱉었다.

정액을 몇 번이고 긁어내도 여전히 안은 온갖 분비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인의 성기가 밀려들어 갈 때마다 먼저 사정한 이들의 정액이 물 같은 체액에 섞여 나왔다.

안이 벌어지는 느낌과 단단한 것이 가득 들어차는 감각, 그리고 배출되는 느낌이 한데 얽혀 키릴을 흥분시켰다.

안이 꽉 조여드는 느낌에 호족 수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하아…… 윽. 환장하고 덤벼드는데. 진짜 게걸스럽게 처먹네.”

“앗, 하! 흐응. 아……!”

뿌리 끝까지 밀어 넣은 수인이 만족감에 찬 탄성을 흘렸다. 상상만 했던 키릴의 안은 생각보다 훨씬 좁고 끈적하면서 축축했다. 부들부들하고 뜨거운 육벽이 그의 것을 쉴 새 없이 물어대며 빨아당기고 있었다. 제 것을 꽉꽉 물며 스스로 비벼 대고 얕게 진동했다. 그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후욱! 훅!”

수인이 키릴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고 달라붙듯이 껴안았다. 목덜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아랫도리를 사납게 휘둘렀다. 엉덩이를 팡팡 쳐대며 허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뾰족한 귀두 끝이 여린 살을 후벼 파듯 찌르며 흥건하게 젖은 안을 퍽퍽 찧어 올렸다. 그간 참았던 욕정을 터뜨리듯 그는 시작부터 키릴을 사정없이 몰아갔다.

“흐아아……!”

오돌토돌한 돌기가 안을 사정없이 긁어 주는 것이 너무 좋아서 키릴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벌어진 입에서 흐르는 침을 구경하던 갯과 수인이 남김없이 핥았다.

허리가 튕겨 오르고 몸이 들썩였다. 단단한 몸에 스스로 유두를 비비며 키릴은 울음을 터뜨렸다.

몇 번이고 사정하고 오르가슴을 느끼며 지쳤다고 생각했다. 이젠 사정하는 것이 괴롭다고 생각했는데 내벽을 몇 번 찔리자 다시 끝 간 데 없이 성감이 차올랐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고 엉덩이를 시트에 비볐다.

“아, 안 돼…… 또…… 으응!”

“여기, 헉, 괴롭혀 주는 거 좋아했지?”

수인이 키릴의 젖꼭지를 이로 물고 잡아당기며 아래를 거침없이 푹푹 쑤셔 댔다. 쉴 새 없이 이어진 정사로 흐물흐물하게 녹은 내벽이 환장할 정도로 좋았다. 안을 찍어대는 움직임이 점점 과격해졌다.

어느새 키릴의 다리가 수인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접합부가 더욱 깊이 맞물렸다.

“응! 흣! 앙! 아! 아아! 흐읏!”

내벽을 가득 채운 성기가 빠르게 드나들 때마다 크고 작은 돌기가 안을 득득 긁으며 오가는 것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점막이 헐어버릴 정도로 강하게 비벼지는 것도 오싹할 정도로 좋았다. 쌀 것 같았다. 성기는 이미 희멀건 점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뒷구멍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달아오른 몸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머릿속의 뭔가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좀 더, 으응, 좀 더 세게……!”

키릴이 팔을 뻗어 수인의 목을 끌어안고 몸 전체를 비볐다. 둘의 몸이 한 몸처럼 뒤엉켰다.

엉덩이를 돌리며 내벽을 꽉꽉 조이자 흥분한 수인이 키릴의 목덜미를 물고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들어 댔다. 키릴이 주변을 잊고 소리를 크게 질렀다.

찔걱, 찔걱.

질척한 소리가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앗, 아! 아! 학! 흣, 흐으…… 으응! 읏!”

“헉, 헉, …너무 조여!”

귀두가 안을 뚫어버릴 것처럼 내벽을 퍽퍽 찍어 올렸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폭력적인 행위에 키릴은 머릿속까지 짜릿하게 떨렸다. 이제 한계였다. 더는 배출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이미 시트는 흠뻑 젖은 지 오래였다.

“흐읏, 나, 나와, 으응, 쌀 것 같아, 흑, 아흣……!”

등허리를 크게 휘며 키릴이 자지러졌다. 그 순간 아래에서 물이 팍 터져 나왔다. 음액을 왈칵 쏟던 이전의 절정과는 달랐다. 마치 뒤로 소변이 나오는 것 같았다.

“씨발 나까지 살 것 같다. 그만, 짜내!”

“흑, 흐으. 하…… 으흐…….”

지독한 절정이었다. 하늘 끝까지 떠올랐다 단번에 지하까지 저 밑바닥까지 단번에 추락한 것처럼 극렬한 감각에 휩싸인 키릴이 사지를 벌벌 떨었다.

이렇게까지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수인을 상대로. 연달아 정액을 받다 몸의 감각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안 돼……. 흣, 빨리 싸고, 흐, 윽, 끝내 줘.”

“씨발, 아직 싸면, 큭, 안 되는데!”

성기가 쥐어짜이고 있었다. 절정에 달한 순간부터 성기를 씹어 물며 사정을 졸라대더니 이젠 스스로 아래에 힘을 주고 사정을 강요하고 있었다. 야쿠치마저 굴복하고 사정하게 만든 조임이었다. 호족 수인은 이를 악물며 버티다 결국 정액을 싸질렀다.

내벽에 뜨거운 것이 찍찍 쏘아지는 느낌에 키릴이 안을 더 강하게 조였다. 정액이 내벽을 때리는 느낌에 다시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하지만 이젠 정말 지쳤다.

안이 정액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끼며 키릴은 깜빡거리는 의식을 겨우 다잡았다. 아직 정신을 놓아선 안 되었다. 이성이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깨어 있어야 했다.

갯과 수인, 하얗고 투실한 수인, 검은 털의 호족 수인. 오늘은 야쿠치를 제외하고 이 셋이 전부였다. 그들은 번갈아 가며 야쿠치의 허락을 받아 키릴을 탐했다. 이대로 끝나면 무사히 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키릴이 안심하려는 차 호족 수인이 벌게진 눈으로 물었다.

“한 번 더 하면 안 되겠습니까?”

“한 번 싸게 해 준 것만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예. 감사합니다, 수장님.”

다행히 오늘은 두 번 이상 차례가 돌진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까지 기절하지 않고 버텼으니 되었다.

수하들을 돌려보낸 야쿠치가 침대로 다가와 앉았다. 지쳐 늘어진 키릴을 내려다보던 야쿠치가 불쑥 말을 꺼냈다.

“이제 마지막이군.”

“예.”

야쿠치의 수하가 침실을 드나든 것이 오늘이 넷째 날이었다.

셋 남은 인질 중 오늘 마지막 남은 이가 풀린다.

원래는 셋째 날 마지막 인질이 풀려났어야 했는데 키릴이 도중에 기절하는 바람에 상을 받지 못했다.

“인질을 다 풀어 주면 네가 더는 얌전히 내 말을 안 들을 것 같아서 걱정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키릴의 표정을 살피던 야쿠치가 입꼬리를 올렸다.

“몸은 수컷과 뒹구는 데 익숙해진 것 같은데. 어때, 앞으로도 잘할 수 있겠나?”

“……예.”

하기 싫다고 한다면 풀어 준 인질을 다시 잡아 오고도 남을 놈이었다. 키릴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야쿠치의 의심을 사선 안 되었다. 어느 정도는 자신을 신뢰해 줬으면 했다.

그래야 앞으로의 일이 순조로울 테니.

야쿠치의 표정을 살피던 키릴이 침대를 짚은 손을 가져가 자기 뺨을 비볐다. 거친 손바닥에 살짝 입술을 누르고 야쿠치를 올려다보았다. 정사의 여운이 남은 덕에 제법 그럴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야쿠치의 시선이 짙어진 것이 느껴졌다.

연신 신음하느라 살짝 쉰 목소리로 키릴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씻고 오면…….”

몇 번이고 절정에 달한 뒤였다. 분명 맨정신으로도 안이 열리겠지. 키릴은 아직 야쿠치의 씨를 제대로 품지 못했다.

그의 정액이 필요했다. 비밀스러운 곳에 그의 씨를 담기 위해서.

“안아 주세요, 주인님.”

키릴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야쿠치가 비죽 웃었다. 마치 비웃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도 보이는 표정이었다.

“얼마나 밝히면 그렇게 해 대고도 모자라서 졸라?”

“……주인님과 하고 싶어요.”

“다른 놈들과 하기 싫다는 말?”

“아니요. 하라고 하시면…….”

“그래, 좋아.”

아주 좋다고 연신 말하며 야쿠치가 입을 크게 찢으며 웃었다.

“넌 내가 시키면 하는 거야. 딴 놈들도 내가 허락해야 네 안에 싸는 것처럼.”

“네.”

“난 내 것이 내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 싫어.”

“……네.”

“씻고 와.”

키릴이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솔직한 심정으론 이대로 씻고 자고 싶었다. 몇 시간을 연달아 시달리고도 기절하지 않은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기절했다간 상을 받지 못할까 봐 억지로 버텼다. 그리고 지금은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 번 더 버텨야 했다.

‘이번엔 하다가 기절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빨리…….’

목적을 이뤄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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