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8/72)

7.

키릴이 눈을 반짝 떴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끙끙 앓는 신음을 흘렸다. 전신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야쿠치를 따라 창고에 가서…….’

인질이나 마찬가지인 마을 수인을 풀어 준다는 말에 옷을 벗었다.

창고 안엔 다른 수인들도 있었다. 다 보는 앞에서 벌거벗다시피 한 몸으로 야쿠치와……. 거기까지 떠올린 키릴이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가슴이 서늘한데 머릿속은 뜨겁게 열이 올랐다. 뒤죽박죽 뒤엉킨 생각의 타래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아 키릴은 머리를 비우기 위해 애썼다.

지금 그가 생각해야 할 건 두 가지뿐이었다.

계시와 마을 사람을 되돌려 보내는 것. 이곳에 온 후 몇 번이고 되뇌었던 마법의 주문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키릴은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도 언제 웅크렸냐는 듯 몸을 바로 피고 신성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무의식중에 신성을 끌어올렸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을 보니 도중에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또 그 능력에 당한 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금빛으로 환하게 빛나던 야쿠치의 두 눈동자였다. 그 눈이 마주친 순간 극렬하게 끓어오르던 감정 또한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지친 몸을 송두리째 지배한 건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성욕과 금빛 눈의 주인인 야쿠치의 씨를 품고 싶다는 지긋한 바람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색욕으로 물든 후, 그 뒤의 기억은 없었다.

키릴은 그것이 야쿠치의 혈계 능력 때문이란 것을 알았지만, 능력에 휘둘리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충 예상은 되었다. 막 깨어났을 때 온몸이 아팠지만 그중에서도 성기와 가슴, 입과 엉덩이 사이가 유독 쓰렸다. 신성으로 치료했는데도 기이한 감각이 남았다. 이유가 너무 뻔해서 키릴의 안색이 조금 침울해졌다.

키릴은 다시 잠을 청했다. 잠시 뒤 점심 식사를 가져온 호족 수인이 그를 깨웠다. 식사 중에 침실을 정리하던 호족 수인을 통해 창고에 간 것이 어제 일이란 것을 알았다. 키릴이 식사를 마치자 호족 수인이 그를 야쿠치에게 데려갔다.

또 무슨 일로 부르는 걸까. 우울하고 심란한 마음으로 야쿠치에게 간 키릴은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두 명이면 되겠어?”

“예?”

“마을에서 잡아 온 놈 중 하나를 풀어 주기로 했었지. 마음이 바뀌어서 한 명 더 추가로 내보내 주려는데. 어때, 마음에 드나?”

야쿠치는 키릴이 보는 앞에서 바로 약속을 이행했다. 키릴과 함께 끌고 온 마을 수인을 풀어 주었는데, 창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한 명이 아닌 둘이나 내보내 주었다.

기뻐할 일이었는데 키릴은 덜컥 의심부터 들었다. 혹 밖으로 보내는 척하고 죽이는 건 아닐까. 마을을 벗어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 돌아온 침실에서도 걱정을 놓지 못했다.

침실을 정리하던 호족이 그런 키릴의 걱정을 눈치채곤 코웃음을 쳤다. 그는 수장 성격에 죽일 생각이었다면 네 앞에서 죽였을 거라 확언하며 키릴을 비웃었다. 키릴은 그제야 맘 편히 기뻐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인질은 셋.

좋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키릴은 미소를 금세 지웠다. 그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오늘 수인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전과 달랐다.

침실을 담당하는 두 수인 중 오늘 식사를 담당한 호족 수인은 그나마 나았다. 그는 키릴의 몸을 집요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전과 비교해 좀 더 노골적으로 민망한 곳을 쳐다본다 싶었어도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야쿠치를 만나러 가면서 마주친 수인들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키릴을 보며 짓는 미소가 너무 의미심장해서 마음에 걸렸다. 거기다 그중 몇몇과 눈이 마주쳤을 때 저도 모르게 아랫배가 떨렸다. 어제 창고에서 그 비슷한 얼굴을 본 듯도 했다.

키릴은 제 몸을 잘 알았다. 단순히 부끄러운 꼴을 보였다는 것 때문에 몸이 반응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침에 느꼈던 위화감과 달라진 수인들의 반응, 그리고 제 몸의 반응이 가리키는 바는 명백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예상이 맞는 것 같아 키릴의 기분이 더욱 가라앉았다.

앞으로 더 험난한 하루하루가 될 것 같았다.

그 걱정대로. 해가 지고 야쿠치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지금 키릴은 예상했던 수난을 겪는 중이다.

침실을 담당하는 두 수인 중 붉은 털의 수인은 원래도 껄끄러운 자였다. 그는 종종 듣기 민망한 농을 건넸고 단장을 돕는다는 핑계로 키릴을 씻기거나 안마를 할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몸을 만져 댔다. 어깨나 허리를 주무르고 실수인 척 엉덩이나 유두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래도 키릴이 그러지 말라 말하면 적당히 만지다 손을 뗐다. 제멋대로 굴면서도 일정 선 이상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야쿠치가 오기 두 시간 전. 키릴을 욕실로 밀어 넣은 시종이 늘 그렇듯 혼자 씻겠다는 키릴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몸에 거품 칠을 했다. 몸을 씻고 난 뒤엔 안마해야 한다며 키릴을 구슬렸다. 그때까진 평소와 같았다.

안마라는 핑계로 또 몸을 주물러 댈 것 같아 거부하자 붉은 털의 수인이 향유를 꼭 발라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몸에 밴 정액 냄새를 가려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어제 거하게 하셨다면서요. 소문이 찐하게 났는데.”

“…….”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황한 키릴이 멈칫하자 그 틈에 수인이 그를 강제로 욕실 문 쪽으로 끌고 갔다. 뒤늦게 키릴이 버둥거리며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인이 반항하는 키릴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고 번쩍 들었다. 남자는 키릴을 품에 안은 채로 욕실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낮아 다리가 절로 벌어졌다. 다시 오므리려 하자 남자가 양 무릎을 세워 그것을 막았다. 털이 무성하게 돋은 두툼한 몸이 키릴의 전신을 꽉 옥죄듯 뒤에서 껴안았다. 뜨거운 숨이 키릴의 목덜미를 덥혔다. 소름이 쫙 끼쳤다.

“자, 몸단장해야지요?”

수인은 키릴을 한쪽 팔로 가두고 나머지 손으로 향유를 뿌렸다. 투명하고 걸쭉한 액이 키릴의 목에서 늘어진 성기까지 길게 뿌려졌다.

키릴은 긴장한 얼굴로 병을 노려보았다. 유심히 병을 들여다보던 키릴은 그것이 일반 향유라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한 듯 어깨에 힘을 뺐다. 수인이 키릴을 비웃었다.

“왜, 수상한 물건이라도 바를까 봐서?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그런 건 비싸요. 이런 변방엔 있지도 않고, 본성에 가서도 총애가 여전해야 받을 수 있는 물건이란 말입니다.”

향유를 치덕치덕 몸 이곳저곳에 바른 남자가 털이 부숭부숭한 손으로 애무하듯 몸을 주물렀다. 얼마 안 가 전신에 수인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흐읏, 그만…….”

“그만이라뇨. 우리 수장이 이 매끄러운 피부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시는데요. 정성껏 가꿔서 계속 마음에 들어야 앞으로도 첩님 소리 들으며 지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판판한 가슴과 배를 더듬던 손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부드러운 허벅지 안쪽 살을 주물럭대며 목덜미를 쪽쪽 빨았다. 붉은 털의 수인이 이렇게 대놓고 입술을 비빈 적이 없었기에 당황한 키릴이 몸을 비틀었다.

“어허, 가만히 있어야지요. 여기도 이렇게 얌전하니 준비가 하나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두꺼운 손가락이 양쪽 유두를 살그머니 쥐었다. 엄지와 검지로 말랑한 살덩이를 살살 굴리자 품 안에서 꿈틀거리던 몸이 멈칫했다.

“으…….”

“사내 주제에 여기 만져 주면 그리 좋아한다면서요.”

유두를 살살 비비며 젖구멍을 슬쩍 긁어 주자 낭창한 허리가 활짝 휘었다. 키릴의 반응에 흥이 난 수인이 유두를 세게 비틀어 당겼다. 늘어져 있던 키릴의 성기가 반쯤 섰다.

“으흐……!”

“여긴 항상 서 있어야지요. 사랑받는 만큼 커지는 곳이니 더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통통하게 키워서 옷 위로도 잘 보일 정도로요. 저도 돕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만 좀 하세요.”

가슴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잠시 넋을 놓았던 키릴이 뒤늦게 몸을 일으켜 달아나려 했지만 바로 제압되었다.

“쯧, 여길 제대로 세워 둬야 한다니까요.”

“윽!

수인이 벌이라며 옆에 있던 집게로 탁 소리가 나게 유두를 집었다. 아파서 튀어 오르는 몸을 힘으로 짓눌렀다. 젖꼭지가 으깨질 것 같았다. 예민한 살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자극에 몸이 덜덜 떨렸다.

그 와중에 엉덩이에 발기한 성기가 닿았다. 움직이면 오히려 시뻘건 살덩이를 자극할 것 같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집게라도 빼고 싶어 팔을 들자 바로 제지당했다.

“빼 주세요. 너, 너무 아픕니다.”

키릴이 집게를 빼 달라고 하자 터무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빨아 주면 꼿꼿하게 서는 것 같던데. 어때, 빨아 줘요? 아니면 그대로 있으시겠어요?”

둘 다 싫었다.

키릴이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남자가 집게에 힘을 가했다.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너무 아파서 사지를 버둥거렸지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야릇한 쾌감이 아랫배를 달궈 성기가 죽지 않고 여전히 반쯤 서 있었다. 차라리 쾌감에 집중하면 나을까 싶어 몸을 달구는 감각에 집중했다. 하지만 고통이 너무 컸다.

“이걸 빼고 싶으면 빨아 달라고 말하면 됩니다.”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부들거리던 키릴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빠…… 윽, 빨아 줘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키릴을 돌려 앉힌 남자가 집게를 빼서 던지고 바로 벌겋게 부어오른 유두를 삼켰다. 며칠을 굶고 젖을 빠는 새끼처럼 말랑한 살을 입에 넣고 게걸스럽게 쪽쪽 빨았다.

집게에 혹사당한 유두가 축축한 입안에서 집요하게 빨리는 느낌에 키릴이 이를 악물었다. 쓰라리고 아팠으나 아까만큼 고통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홧홧한 살덩이가 세게 빨릴수록 통증과 함께 찌릿한 느낌이 성감을 강하게 자극했다.

한참을 번갈아서 유두를 쪽쪽 빨자 부어오른 살이 더 커졌다.

“아…… 흣……! 그만……!”

유두가 완전히 솟아오른 뒤에도 남자는 좀처럼 입을 떼지 않았다. 야릇한 자극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자 더는 신음을 참을 수 없어 급히 입을 막았다.

성감이 솟구치고 몸이 달떴다. 아랫배가 뜨거워지며 허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뒷구멍이 움찔움찔했다. 무언가를 삼키고 물어 대고 싶어 멋대로 벌름거렸다. 구멍이 벌어질 때마다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키릴이 안간힘을 쓰며 제 몸에 달라붙은 수인의 어깨를 몇 번이고 밀쳤다.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려 아랫도리를 들썩이며 키릴의 배에 자기 성기를 비볐다.

둘 사이에 끼여 짓눌린 키릴의 성기 역시 그 행위에 자극받았다. 키릴이 손톱을 세워 남자의 등과 어깨를 긁었다. 금세 시뻘건 흔적이 뒤따랐다. 남자는 오히려 흥분하여 몸을 크게 들썩이며 가슴살을 가득 물고 유륜까지 강하게 빨아당겼다.

남자에게 안겨 몸이 정신없이 흔들릴수록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키릴이 벌겋게 익은 얼굴로 남자의 어깨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 그만 하세요!”

“쳇!”

퍽퍽 두들겨 맞던 남자가 혀를 차며 젖꼭지를 뱉어냈다. 키릴이 안도하기 무섭게 커다란 손이 키릴의 성기를 주물럭거렸다.

“으응, 흣……!”

“이렇게 바짝 세워놓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수인이 다시 능글맞게 웃으며 바싹 몸을 붙였다.

키릴을 안고 커다란 몸을 다시 들썩이자 달아오른 살기둥 두 개가 맞물리듯 달라붙어 비벼졌다.

까칠한 털 때문에 가슴과 배가 간지러웠다. 붉은 털 수인은 아랫도리에도 털이 많았다. 수북한 음모가 때때로 살끼리 치대던 성기와 음낭을 긁었다. 그때마다 키릴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샜다.

몸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아랫도리가 거칠게 마찰했다. 선단에서 나온 액에 축축하게 젖은 두 성기가 달라붙어 비벼 올릴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욕실 가득 울러 펴졌다.

직접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숨이 벅찼다. 남자의 다리 위에서 거칠게 흔들리며 키릴은 가슴팍을 들썩이며 헐떡였다.

이름도 모르고, 호의라곤 전혀 없는 남자를 상대로 발정하는 몸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발칙한 건 육신만이 아니었다. 몸뚱이도 정신도 쾌락에 약했다. ‘그 아이’가 없었다면 키릴은 이 순간 기꺼이 다리를 벌렸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뒷구멍은 연신 남자의 물건을 씹고 싶어서 안달하고 있었다. 그저 그와 관계할 이유가 전혀 없기에 제 상태를 숨기고 참는 것일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또다시 이런 계시를 받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 학! ……으응!”

“줄줄 흐르는데 싸질 못하네요. 정말 뒤에 사내 좆을 꽂아 줘야 싸는 겁니까?”

“흣, 으…… 아니, 흣, 하지 마.”

“안타깝지만 수장의 허락 없이 제 물건을 넣을 수 없으니, 대신 손으로 보내드리죠.”

수인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키릴이 다급히 두 손을 뒤로 옮겼다. 손등으로 뒤를 막자 수인이 능글맞게 웃으며 강제로 손을 떼어내려 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남자는 장난감 다루듯 키릴의 팔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한쪽으로 치웠다.

“우리 족장의 물건이 커서 쉽게 받기 위한 준비입니다. 전희도 없이 그냥 냅다 집어넣었다던데. 그래도 잘만 삼킨다고 들었지마는, 이왕이면 미리 풀어 두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필요 없…… 윽!”

수인의 손이 안을 파고들었다.

“아! 아… 흑!”

“…….”

검지와 중지를 찔러 넣자 기다렸다는 듯 쑥 내벽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이 흥건하게 젖은 것을 느낀 수인이 움찔했다. 그사이 키릴의 뒷구멍이 두꺼운 손가락을 단번에 끝까지 삼키고 꼭 물었다. 훅, 훅 뜨거운 콧김을 뿜던 남자가 시뻘게진 눈으로 키릴을 노려보았다.

“아, 아……!”

남자가 어떤 눈으로 자신을 보는지도 모르고 손가락을 뒤로 삼킨 키릴이 바로 허리를 떨며 사정했다.

“미친……. 소문이 진짜였어.”

남자가 헐떡이며 키릴의 안을 손가락으로 쑤석였다. 흥분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예민한 살을 일말의 배려 없이 마구 파헤쳐 댔다. 그 거칠고 막무가내인 손놀림에 사정을 마친 성기가 다시 일어서려 했다.

“헉, 헉!”

“응, 흑, 흐읏……!”

제 안을 휘젓는 손가락을 조이며 다시금 발기한 키릴의 성기가 금세 정액을 쏟았다.

“하악, 하악…….”

“제길, 더는 못 참겠…… 크흡!”

연달아 사정하며 늘어진 키릴의 몸을 바닥에 눕힌 남자가 키릴의 골반을 움켜쥐고 배 위에 정액을 뿌렸다. 몇 번을 허리를 털며 사정을 마친 남자가 키릴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키릴의 다리가 움찔 떨렸다. 저도 모르게 남자의 허리에 다리를 감으려 했던 키릴이 소름 끼친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펄, 손가락을 쑤셨는데 어째 박고 쌀 때보다 더 좋은 거 같은데. 헉, 헉……!”

자기 몸 위에서 숨을 고르는 수인을 멀거니 올려다보던 키릴은 이제 끝난 건가 싶어 몰래 안도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남자가 위에서 비키지 않았다.

“이제 주, 주인님이 올 겁니다.”

“아니, 아직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어요.”

남자는 한 번 사정한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키릴의 허벅지를 번쩍 들어 올려 한쪽 어깨에 모아 안았다.

“잠깐, 뭐 하는 겁니까?”

“제대로 모아 봐요. 아까 손가락 조이듯이 허벅지로 조이는 겁니다. 이건 예습이니 잘 따라오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릴……!”

키릴의 허벅지를 모아 그사이에 제 성기를 끼워 넣은 남자가 허리를 퍽퍽 쳐대기 시작했다.

“훅, 이것도 제법, 큿, 좋은데?”

“응! 하아…… 그렇게, 응! 비비지 마, 흣!”

남자는 고삐가 풀린 듯 허리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남자가 아래를 쳐댈 때마다 엉덩잇살이 짜부라들고 음액이 픽픽 튀었다. 성기에 쓸리는 허벅지가 홧홧했다. 남자의 성기가 허벅지 사이를 드나들 때마다 키릴의 배와 성기가 거기에 휩쓸렸다. 마치 삽입 당하는 기분이었다.

발정 난 짐승의 육욕 어린 행위에 욕실 안이 후끈거렸다.

삽입만 하지 않았을 뿐 유사 섹스로 몇 번이고 키릴의 몸에 정액이 뿌려졌다. 상체는 물론 아랫도리까지 점액으로 엉망이었다.

남자는 정액에 젖은 키릴의 몸을 물로 씻겨내고 다시 향유를 손에 들었다. 그러자 키릴이 자신이 바르겠다며 그에게 애원하듯 속삭였다. 만자는 키릴이 스스로 제 몸을 만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 고민하다 향유 병을 내밀었다. 키릴은 몰래 안도했다.

물로 씻겨 내렸는데도 계속해서 뒤가 젖고 있었다. 그가 향유를 바른답시고 키릴의 엉덩이 사이를 더듬었다면 입구 밖까지 젖은 것을 들켰을 것이다. 그랬다간 야쿠치의 명령이고 뭐고, 바로 저 덩치 밑에 깔려 몇 번이고 뒤로 정액을 받아야 할지도 몰랐다.

필요한 건 야쿠치의 씨지 다른 수인은 아니었다. 수인의 손이 쑤시고 지나간 자리가 근질거렸지만, 키릴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스스로 향유를 바르는 키릴을 지켜보던 남자가 키릴이 사용한 수건에 코를 박고 자위하기 시작했다. 몇 번 허리를 들썩거린 수인이 수건으로 귀두를 감싸고 그대로 사정했다.

그 모습에 문득 창고에서 본 수인들이 생각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키릴은 이곳에서 호족 수인에 대해 들은 것이 있었다.

호족이라고 해도 그들은 진짜 호랑이가 아니다. 제 암컷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맹렬하게 투쟁하는 호랑이와 달리, 호족은 여성의 수가 적어 강한 수컷을 우두머리로 세운 무리가 하나의 암컷을 공유한다고 했었다.

그래도 여성이었다면 우두머리의 아이를 가지기 전까진 공유를 미룰 수 있었다. 거부권도 있어 우두머리를 제외하고 자신이 원치 않은 자와는 관계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남자인 키릴은 사정이 달랐다.

제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야쿠치가 이대로 키릴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 같았다. 기억나진 않지만 이미 창고에서 무언가 있었다. 그러니 눈앞의 수인이 소문을 듣고 이렇게 전에 없이 날뛴 것이겠지.

가슴이 선뜩하였으나, 키릴은 계시를 떠올리며 거듭 자신을 달랬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그래야, 돌아갈 수 있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