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야쿠치가 가진 혈계 능력은 일종의 정신계열로, 자신의 눈을 통해 생물의 야성을 일깨울 수 있었다. 능력에 당한 이들은 하나같이 짧은 시간 동안 이성보다 본능에 강하게 사로잡혔지만, 결과는 대상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수인족은 전사라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생식기가 달린 생물답게 성욕이 강해졌다. 어떤 이는 평소보다 행동이 거칠어질 뿐이었다면, 또 어떤 이들은 이성을 잃고 피를 보고 마는 일도 있었다.
워낙 제각각이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적어도 야쿠치에게는 그랬다.
다만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정량 이상의 피를 흡입해야 했다. 처음엔 능력을 쓰기 위해 피를 보던 야쿠치는 점점 피를 보는 행위 자체에 빠져들었다. 능력을 사용해 난투극을 일으켜 사방으로 피가 튀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 그의 취미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엔 조금 달라졌다. 기껏 피를 흡입해 놓고 죄다 침실에서 써버리는 중이다. 인간 남자를 발정시켜 그와 조금이라도 더 난잡하게 뒹굴기 위해서였다.
까탈스러운 제국인은 뒷구멍에 두 번째 구멍을 숨겨놓고 능력을 사용했을 때만 열어 주었다. 야쿠치는 지금 그 두 번째 구멍에 제 정액을 들이붓는 데 혈안이었다. 단순한 육체적 쾌락을 넘어 수컷의 본능이 그리하라 부추겼다. 귀두를 조이며 강하게 진동하는 입구도 마음에 들었다. 야쿠치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몇 번이고 키릴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흑랑족 무리를 놓쳐서 저조했던 기분이 이 음란한 사제의 숨겨진 구멍에 정액을 들이붓다 보니 다 풀렸을 정도였다.
그 탓에 덜 죽였고, 덜 부쉈다. 야쿠치의 미학에 맞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제국인의 몸뚱이가 발정을 부추겼다.
재미있는 건, 야쿠치가 디라라 이름 붙인 그 제국 남자가 야쿠치의 혈계 능력에 맥을 못 춘다는 점이다.
능력을 머금은 금안과 마주하면 초점이 흐려지며 눈동자가 완전히 풀렸다. 그 뒤엔 성욕만 남은 듯 야쿠치의 정액을 갈구하며 그가 하라는 건 뭐든지 했다.
야쿠치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야성, 그러니까 본능을 부추길 뿐이다. 하지만 그 제국인은 단순히 본능이 강해지는 것을 넘어 본능이 이성을 잠식하여 그 순간만은 완전히 야쿠치에게 지배당했다. 야쿠치는 그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후에 이성이 다시 돌아왔을 때 야쿠치에게 지배당하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또한 흥미를 부추겼다.
아마 지금 벌어지는 일도 제국인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제 허벅지 위에서 홀린 듯이 저를 보며 몸을 들썩이는 키릴을 보며 야쿠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 흣, 으응! 아! 아! 으흥, 아아……!”
티 하나 없는 나신이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키릴은 야쿠치의 무릎을 붙잡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어 댔다. 엉덩이가 단단한 허벅지에 팡팡 부딪힐 때마다 키릴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발갛게 익은 구멍이 희끄무레한 점액을 질질 흘리며 커다란 남근을 삼키고 뱉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쫀득하게 조이는 느낌을 만끽하던 야쿠치가 흉흉하게 웃으며 키릴의 목을 꽉 깨물었다.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하게 물렸는데도 키릴은 아픔보다 흥분을 느꼈다.
“아! 아! 좋아, 아흐! 으응……!”
키릴이 허리를 휘며 몸을 흔들었다. 스스로 커다란 성기를 삼키고 제 안을 들쑤시도록 움직이며 쾌락을 탐했다.
엉덩이로 아래를 찍을 때마다 내벽이 사정없이 헤집어지는 느낌이 끔찍할 정도로 짜릿했다. 좋았다. 극대화된 감각이 모두 성감으로 이어졌다. 욱신거리는 목과 뒷구멍에서 느껴지는 우릿한 통증 역시 성욕을 돋우는 자극의 일부였다.
“아, 아! 여기 간지러…… 흣! 안도 좀 더 세게……! 으응!”
야쿠치를 응시하던 키릴이 스스로 제 몸을 어루만졌다. 성기를 품고 살짝 나온 배와 야쿠치가 깨문 목을 느릿하게 더듬거리다, 가슴을 내밀며 흐릿하게 웃었다. 황금빛 눈이 한층 더 짙어졌다. 그 눈을 빤히 응시하며 키릴이 두 손으로 제 성기를 만지며 자위했다.
“이 새끼가……. 진짜 욕 나오게 하네.”
허벅지 근육이 불끈거렸다. 야쿠치가 충동을 참지 못하고 키릴의 안을 쾅 박아 올렸다. 과격한 허릿짓에 키릴의 얼굴이 한순간 멍해지다가 야릇하게 물들었다. 눈가가 가늘어지고 빨간 입술이 벌어지며 미소를 짓듯 휘었다. 초점이 흐릿한 탓에 얼핏 백치처럼 보이는데도 기이할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헉, 헉! 크헉!”
그 모습에 몇몇 수인이 탁한 신음을 흘리며 몇 번째인지 모를 정액을 바닥에 쏟았다.
헐떡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짐승의 으르렁거림 또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아 우두머리의 정사를 관음하던 이들의 인내심도 곧 한계에 달했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하의를 벗어 던지고 키릴의 곁에 몰려들었다. 그들의 발길을 따라 허연 점액이 뚝뚝 떨어졌다.
핏발 선 눈을 번뜩이며 다가온 이들이 우두머리의 발치에 허리를 내렸다. 그들은 키릴의 몸에 흐르는 땀 한 방울까지 집요하게 눈으로 탐하며 젖은 하반신을 정신없이 흔들었다.
그들은 관음증 환자처럼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질척한 마찰음에 귀를 기울이다 그 몸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맡았다. 땀이 밴 몸에서 달큼한 체취가 코끝을 스쳤다. 사내 주제에 그 냄새가 참으로 지독하게 향기로웠다. 그 속에 맡아지는 정액 냄새 또한 아랫도리를 한층 더 달아오르게 했다.
“후욱, 후욱……!”
저 몸에 흐르는 땀을 핥아 보고 싶었다. 수인들이 우두머리의 눈치를 살피다 야쿠치의 암묵적인 허락하에 키릴의 하반신에 얼굴을 가져대 대었다.
땀과 온갖 체액이 튈 때마다 어떻게든 받아먹기 위해 혀를 길게 빼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꼴이 볼만했다.
그들은 야쿠치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개처럼 얌전히 앉아 침을 흘리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 허리를 흔드는 키릴의 몸과 조금이라도 닿으며 참지 못하고 바로 사정했다. 그때마다 정액이 야쿠치나 키릴의 몸에 튀기도 했다. 얼마 안 가 짐승의 정액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바로 옆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키릴은 땀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었다. 절정이 코앞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빨리, 싸 주세요, 흣! 안에 가득, 가득 부어 주세요.”
키릴이 야쿠치에게 애원했다.
“빨리…… 으흥, 아… 으응!”
키릴이 목을 한껏 젖히며 노골적인 비음을 흘렸다. 스스로 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잡아당겼다. 제 몸을 비비며 허리를 야릇하게 돌리는 것이 보는 이의 음심을 미칠 듯이 자극했다.
“헉…… 헉……!”
빨간 입술 사이로 흐르는 침이 달콤한 꿀처럼 보였다. 인간 사내가 내뿜는 색기가 어마어마했다. 그 고결하기까지 하던 얼굴 뒤에 저런 음탕함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음욕에 빠진 성자가 타락하여 짐승과 교미하고자 유혹하는 것 같았다. 야쿠치도 지켜보던 수인도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야쿠치가 키릴의 허리를 움켜쥐고 미친놈처럼 아랫도리를 찍어 올렸다. 정신없이 허리를 쳐대며 아무 곳이나 귀두를 찔러 넣었다.
제 안에서 날뛰는 성기를 마구 조이며 키릴이 야쿠치의 목을 끌어안고 사정을 졸랐다.
“빨리, 빨리……!”
임신시켜 줘.
온전한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이 음욕에 젖어 흐물거리는 뇌에 울려 퍼졌다. 야쿠치는 그 내밀한 외침을 듣지 못했을 터인데도 기다렸다는 듯 키릴의 두 번째 구멍 안에 귀두를 찔러 넣고 정액을 쏟아냈다.
대량의 정액이 가장 깊은 곳을 때리며 가득 차는 느낌에 키릴이 목을 울리며 몸을 떨었다.
아랫도리를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붙이고 사정을 이어가던 야쿠치가 키릴의 몸을 안고 낄낄 웃음을 흘렸다.
“정말 마음에 들어.”
이런 몸은 처음이었다. 사내 주제에 그 어떤 여인이나 창부보다 좆을 잘 삼켰다.
남들은 충분히 적신 후에도 아프다 울 때 이놈은 스스로 적시고 받아들이며 흥분했다. 수컷의 생식기가 안을 쑤실 때 주는 쾌감을 몸이 기억하고 반응하는 거다. 끝내주게 음란한 몸이었다.
‘이런 몸으로 사제라니.’
아니, 그의 애첩은 이제 더는 사제가 아니었다. 자신을 만나 적성을 찾게 해 줬으니 앞으로 마음껏 붙어먹으면 되는 거다. 여자였다면 자신의 새끼를 낳고, 수하들의 씨도 줄줄이 품게 해 줬을 텐데. 그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무리 과격하게 안아도 금세 치유되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난잡하게 굴러먹다 신이 신성을 도로 가져갈 수도 있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가 남긴 상처를 달고 아파 우는 꼴도 아랫도리를 제대로 달굴 것 같았기에.
야쿠치가 힐끗 바로 옆에서 관음 중인 수하들을 살폈다. 바지는 어디다 버렸는지 흉한 하체를 그대로 드러낸 놈들이 양물을 꺼떡거리며 제 애첩을 향해 침을 흘렸다.
“허억, 허억…….”
자신의 품에 기댄 인간을 향한 그 시선이 참으로 애가 닳은 듯해 야쿠치가 선심 쓰듯 그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만지고 싶으면 만져 보든가.”
“예?”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단, 뒷구멍에 넣는 건 내가 시킬 때만. 제대로 안 지키면, 알지?”
드디어, 기대하던 명령이 내려지자 수인들이 흥분으로 얼굴을 붉혔다.
기대 가득한 시선 속에서 야쿠치가 키릴을 안아 들고 자리를 옮겼다.
“저거 두 개 붙여.”
야쿠치의 명령에 수하들이 잽싸게 테이블 두 개를 붙여 그의 앞에 대령했다.
야쿠치가 그 위에 키릴을 눕혔다.
헐떡이며 얌전히 다리를 벌리고 누운 키릴이 멍하니 야쿠치를 보았다. 그 온순한 시선에 짓궂은 미소를 지은 야쿠치가 키릴의 아랫배를 꾹 눌렀다.
“으응…….”
벌어진 다리 사이로 꾸덕꾸덕한 정액과 음액이 주룩 흘러나왔다. 뒷구멍으로 싸며 느낀 건지 키릴이 성기를 세우며 몸을 움찔거렸다.
“잘 보이게 다리 더 벌려.”
그 명령에 키릴이 제 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그러자 뻐금거리며 온갖 분비물을 흘리는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는 키릴과 벌름거리는 구멍이 뿌연 점액을 끊임없이 흘리는 광경이 상상 이상으로 야했다. 눈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았다.
수인들이 흥분으로 벌겋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야쿠치가 키릴의 안에 제 성기를 욱여넣었다.
“하악! 으…… 흣……!”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도 키릴은 착실하게 야쿠치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더 깊어진 결합에 야쿠치가 골반을 움켜쥐고 허리를 튕겼다.
“으응! 아, 응, 응, 으응……!”
거센 허릿짓에 맞춰 허리를 흔드는 키릴의 주변으로 수인들이 몰렸다.
견족 수인이 헐떡이며 단단하게 선 키릴의 성기를 노려보았다.
“미치겠네. 내가 다른 놈 좆을 빨고 싶은 날이 올 줄이야.”
말은 그리하면서도 입에선 침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키릴의 성기를 덥석 물었다. 뒤이어 웅족 수인이 키릴의 유두를 입에 물고 게걸스럽게 빨았다.
“아! 아아! 으앙! 아, 흣, 안 돼…… 흐윽!”
놀란 키릴이 정신이 날아간 와중에도 고개를 저으며 제 가슴에 달라붙은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벌겋게 핏줄이 선 눈으로 집요하게 젖꼭지를 빠는 수인은 그 정도의 힘으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수인이 키릴의 몸에 달라붙어 남은 유두를 차지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도 축축한 혀가 이리저리 기어 다녔다. 어떤 이는 키릴의 배에 달라붙어 매끄러운 피부를 핥다 제 성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허억, 부드러워. 털도 거의 없어서, 후욱, 매끈매끈해.”
순식간에 수인에게 둘러싸인 키릴의 전신이 금세 침과 쿠퍼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가슴의 돌기를 얼마나 세게 빨아 대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두가 퉁퉁 부어올랐다. 고통스러운 쾌락이 키릴의 몸을 짓눌렀다.
“흐아……! 으응! 아, 아! 흡! 우읍!”
테이블 위에 올라온 작은 수인이 흐느끼는 키릴의 입안에 제 양물을 쑤셔 넣었다. 이미 몇 번 사정했는지 정액으로 젖은 성기는 비리고 씁쓸했다.
목이 막혀 괴로웠던 키릴은 입안의 살기둥을 뱉고 싶어 혀로 기둥을 밀었다. 하지만 수인은 되레 그 혀 놀림에 흥분하여 허리를 과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훅, 빨아 봐. 이로 물면, 가만 안 둘 거니까!”
“웁! 욱! 흐으……! 흐욱!”
“아! 여기도 이렇게 좋은데 안은, 안은! 더 좋겠지?”
괴로운 듯 신음하는 하얀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되었다.
입안도 성기도, 가슴도, 하다못해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죄다 범해졌다.
작은 벌레가 미끄덩한 점액을 뿌리며 전신을 기어 다니는 거 같았다. 열락에 휩싸여 신음하였으나 이젠 흥분을 넘어 괴로웠다.
키릴은 언제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냐는 듯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온몸을 붙든 수인들 탓에 자신의 의지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억눌린 신음과 눈물을 쏟으며 야쿠치의 성기를 조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괴로움도 잠시였다.
민감한 육신에 과도한 자극이 쏟아지자 감각의 부하에 뇌가 그것을 고통으로 인식했지만, 곧 그 느낌에 익숙해졌다. 퉁퉁 부은 유두를 깨물리고 빨릴 때마다 지독하게 쓰라리고 아팠는데 이젠 그것마저 쾌락으로 인식했다.
제 몸을 탐하는 수인들을 밀쳐내기 위해 버둥거리던 몸이 얌전해졌다. 살짝 수그러들었던 키릴의 성기가 다시 단단하게 일어섰다.
키릴이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입안의 성기를 정신없이 빨며 가슴을 내밀어 유두를 핥는 수인의 입안에 제 젖꼭지를 물렸다.
“웁, 흐웅…… 우읍, 우응! 웁!”
“윽! …크으흣!”
입안을 들락거리던 성기가 목구멍 깊이 찔러넣은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비릿한 하얀 물이 꿀렁꿀렁 입안을 가득 채웠다. 침과 정액이 키릴의 턱과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야쿠치가 이를 악물며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아래를 쳐댔다.
온 체중을 실어 그 큰 성기를 쑤셔 올리는 통에 전율 같은 쾌감이 사정없이 퍼부어졌다. 키릴이 덜덜 떨며 흐느꼈다. 내벽이 엉망으로 짓뭉개지는 강렬한 쾌감에 조각난 뇌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와중, 온갖 곳에 쏟아지기 시작한 자극이 키릴의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갔다. 지나친 쾌락에 금방이라도 의식이 달아날 것 같았다.
키릴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백치처럼 침을 흘렸다. 벌어진 입안에 또 다른 성기가 처박혔다.
“아……! 후우, 목구멍은 아직 못 쓰나? 그래도 입안이 좁아서 그런지, 후욱, 좋아, 헉, 헉!”
쉴 새 없이 꿰뚫리고 빨리고 비벼졌다. 안과 밖 모두, 전신이 범해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쾌락에 몸이 벌벌 떨렸다. 생리적인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으흑……! 읍! 우읍!”
그 와중에 야쿠치는 착실하게 키릴의 두 번째 구멍을 헤집으며 같이 절정으로 달려갔다.
좀 더 느긋하게 즐길 생각이었는데 수인들이 키릴을 정신없이 탐하는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볼만했던 탓이다. 야쿠치는 평소보다 흥분했고, 키릴의 안 역시 평소보다 집요하게 성기에 달라붙어 작은 돌기 하나하나까지 꽉꽉 물어대며 아랫도리를 녹여 먹으려 들었다.
“싸 달라고 그리 조르더니, 왜 말이 없어. 아, 입에 다른 놈 좆을 물고 있어서 그런가 봐?”
이를 드러내며 웃은 야쿠치가 험악한 기세로 내벽을 퍽퍽 때려 박았다. 그는 눈앞의 절정을 향해 몰아치듯 허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키릴의 허리가 낭창하게 휘었다. 막힌 입에서 흐느끼듯 뭉개진 신음이 줄줄 흘러나왔다.
야쿠치가 키릴의 안에 정액을 싸지르는 순간 키릴 역시 절정에 몸을 떨었다. 동시에 야쿠치의 능력이 다하기도 전에 키릴이 기절했다.
야쿠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야쿠치가 사용한 능력의 효력이 끝날 때이기는 했다. 매번 능력이 다하기도 전에 키릴이 기절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고. 다만 이것으로 야쿠치를 즐겁게 해 주는 두 번째 구멍이 곧 닫힐 것이 분명해서 그 점이 아쉬웠다.
역시나. 몸의 주인이 의식을 잃자 얼마 안 가 안쪽 구멍이 닫혔다. 귀두를 집어넣고 버텨보려 했지만, 안쪽에서 귀두를 밀어내며 입구를 닫아버렸다. 매번 겪지만 정말 신기한 몸이었다. 야쿠치는 혀를 차며 성기를 뽑아냈다.
뿌연 거품이 가득한 구멍을 직접 손으로 벌리며 야쿠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안에 싸 보고 싶은 놈 있나?”
헐벗은 수컷들이 홀린 얼굴로 야쿠치를 쳐다보았다. 반쯤 이성이 나간 그 모습에 야쿠치가 직접 순서를 정해 주었다.
곧 야쿠치의 정액이 가득한 그곳에 제일 먼저 갯과 수인의 시뻘건 성기가 파고들었다.
“헉, 헉…… 읏, 수장님, 안이 엄청 뜨겁고 부들거려서, 쌀 것, …허억!”
놈은 넣자마자 얼마 안 가 사정감을 호소했다.
야쿠치는 여유롭게 구경했다. 키릴은 제 것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허락하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구멍만 아니면 되었다. 지금도 저렇게 환장하는데 그곳에 한 번 싸면 야쿠치의 통제를 벗어나는 놈이 나올 수도 있었다. 너무 과열되는 건 좋지 않았기에 지금이 딱 즐기기 좋았다.
“기절한 거, 맞아? 훅, 너무 조이는데, 물도…… 헉, 헉! 물도 계속 나오는 거 같아.”
“다른 놈이 싼 정액이겠지. 빨리 빼고 비켜!”
“못 참겠다. 다른 데라도 먼저…… 후욱!”
짐승처럼 뒤엉킨 그들을 구경하며 야쿠치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야쿠치는 기절한 몸을 붙들고 헉헉대는 수하를 비웃으며 손으로 제 성기를 주물렀다. 그러다 성에 차지 않으면 수하를 밀치고 키릴의 안에 제 성기를 쑤셔 넣었다. 그때마다 다른 수컷의 정액 위에 제 정액을 쏟아부으며 키릴의 배가 얼마나 부푸는지 지켜보았다.
조금 부푼 배를 본 야쿠치가 고개를 비딱하게 기울였다.
“기절해서 그런가. 감흥이 덜한데…….”
하지만 맨정신으론 지금처럼 얌전히 수하들에게 몸을 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귀엽게도 아직은 자신에게만 다리를 벌리고 몸을 열어 주었다.
하지만 호족의 암컷은 그래선 안 되었다. 우두머리는 물론이고 그 수하들의 씨도 품어야 했다. 야쿠치는 이곳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키릴에게 질리지 않으면 그를 자신의 궁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야쿠치는 키릴이 들었다면 발작했을 생각을 하며 속삭였다.
“언제가 좋을까?”
비틀리고 음흉한 속삭임이 습하고 비릿한 창고 안을 조용히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