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네 이름은 이제부터 디라다.”
첫날 눈을 뜬 키릴에게 야쿠치가 제일 먼저 건넨 말이었다.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키릴은 인질의 안전과 계시를 위해 야쿠치에게 제 몸을 내주었다.
야쿠치의 육중한 몸을 품는 건 힘들었지만 아직은 견딜 만했다. ……아직은.
*
키릴과 같이 끌려온 이들 중 다행히 아이는 없었다.
수인족은 여성체가 귀하기에 적랑족 족장이 아이와 그 가족을 데려갔다고 했다. 적랑족이 야쿠치와 우호적인 편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적랑족 쪽에서 따로 벌을 주겠다고 했다는데 야쿠치의 수하는 별거 아닐 게 뻔하다며 툴툴거렸다. 키릴에겐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키릴이 치료했던 수인족과 그 이웃들은 여전히 야쿠치의 수중에 있었다.
키릴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발길을 돌렸다. 아까부터 야쿠치가 키릴의 엉덩이를 툭툭 치는 중이다. 더 지체했다간 사방이 뻥 뚫린 야외에서 야쿠치의 정액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다. 일주일간 이곳에서 지내며 뼈저리게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짐승은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이는 것을 즐겼다.
키릴이 몸을 돌리자 야쿠치의 팔이 허리를 감아왔다. 조끼를 고정하는 허리띠를 더듬는 손길에 키릴이 다급히 팔을 붙잡았다.
“수, 아니, 주인님.”
조끼 안에는 원피스랍시고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천 하나가 다였다. 속옷도 입지 못했다. 그마저도 얌전한 형태가 아닌 여러 갈래로 트여서 옷이 벌어질 때마다 맨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허벅지까지 오는 조끼도 그리 두꺼운 편이 아니라서 솟아오른 유두가 천 위로 도드라졌다.
제국 복식에 익숙한 키릴에겐 잠자리에서도 입지 않을 옷이었지만, 거의 헐벗고 다니는 이곳 사람들 기준에선 차려입은 셈이었다.
다만 유난히 하얀 키릴의 피부가 문제였다. 매끈한 다리와 수인족에 비하면 가느다란 팔이 햇살 아래 하얗게 빛날 때면 음험한 시선이 쏟아졌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런 곳에서 나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되고 싶진 않았다.
키릴이 애원하듯 붙들어도 야쿠치는 허리띠의 체인을 만지작거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주, 주인님……. 그러면 벗겨집니다.”
“내 애첩은 정숙하기도 하지.”
암캐에서 애첩으로 상승인가. 키릴은 쓰게 웃었다.
야쿠치가 비죽 웃으며 키릴의 얼굴을 가린 천을 들어 올려 흰 볼을 쓰다듬었다. 매끄럽고 보드라운 살결을 즐기다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문지르자 키릴이 신호를 알아듣고 망설이다 입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 야쿠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내려와 키릴의 혀를 삼켰다. 제 입안으로 들어온 혀를 삼킬 듯이 쪽쪽 빨다 두툼한 혀로 난잡하게 비볐다. 축축한 살덩이가 질척하게 뒤엉켰다 떨어지며 키릴의 혀를 게걸스럽게 핥아 올렸다.
“으응, 응…….”
집요한 키스에 숨이 가빴다.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고 있자니, 마치 개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자조하면서도 아랫도리엔 열이 올랐다. 벌써 액이 흘러나온 탓에 허벅지가 미끈거려 다리를 더욱 오므렸다.
거칠어지는 숨소리 사이로 질척한 물소리가 섞여들었다. 숨결은 물론 체액마저 타인의 것과 엉망으로 뒤엉켰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넘쳐흐른 침이 턱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응…….”
야쿠치의 회색 곱슬머리가 흘러내려 볼을 간지럽혔다. 입에서 흘러내린 침이 머리카락에 묻을 것 같았다. 그것이 쓸데없이 신경 쓰여 키릴은 숨이 차 헐떡이면서도 야쿠치의 머리카락이 젖지 않게 꼭 쥐었다.
“귀엽긴.”
입술을 뗀 야쿠치가 다정한 척 웃어 보였다. 키릴은 저 미소에 속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젖어 기분이 상하면 이곳에 있는 구경꾼 중 누군가가 피를 볼 것이다. 키릴을 때리지 않는 건 아직은 그가 쓸모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제 몸뚱이가 야쿠치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야쿠치는 약속을 지켰다. 침대에서 만족하면 다음 날 같이 끌려온 이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문제는 그때마다 이렇게 밖에서 과도한 접촉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싫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제대로 응하지 않아 기분이 상하면 그 불똥이 다른 이에게 튀었다. 남들 눈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다행이라고 할지, 타인의 시선은 눈 앞을 가린 천이 가려 주었다.
야쿠치는 음란한 낯짝을 가려야 한다며 침실 밖에선 항상 머리에 긴 천을 쓰도록 했다. 다행히 안쪽에선 밖이 어느 정도 보여 조심히 움직이면 운신 정도는 가능했다. 불편하긴 해도 지금처럼 바깥에서 야쿠치에게 희롱당할 때 유용했다.
“오늘은 내 수하들에게 널 소개해 주지.”
키릴은 그 말에 잔뜩 긴장했다. 단순히 인사만 나누는 자리일 리가 없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힐끗 본 야쿠치는 기분 좋아 보였다. 키릴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짐승이 좋아할 일이라면 키릴에겐 그렇지 못한 일일 것이 분명하기에.
어쩐지 조끼를 벗기지 말라는 말에 순순히 응해 준다 했더니 더한 것을 하려는 모양이다. 키릴은 술렁이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다들 너를 보여 달라 성화라.”
허리를 쥐고 있던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조끼를 들치자 얇은 천 너머로 흰 엉덩이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커다란 손이 천 안으로 들어와 한쪽 볼기를 터뜨릴 듯 움켜쥐었다.
“흣!”
맨살을 우악스럽게 주물럭거리는 손길에 키릴이 입술을 깨물었다. 안을 파고든 손 탓에 투명한 천이 완전히 벌어져 키릴의 아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잠깐 흠칫했던 키릴은 자신의 수치스러운 꼴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모른 척 야쿠치를 따라 걸었다. 이런 낯부끄러운 행위가 처음이 아닌지라 태연한 척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엉덩이 사이로 파고들어 오는 손가락만 좀 어떻게 해 줬으며 좋겠는데…….’
하지만 그런 티를 내면 더 짓궂은 짓을 해 올 게 뻔해서 참았다.
아까 키스할 때 뒤에서 조금 흐르는 느낌이 있었는데 젖은 것이 들키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너를 보는군.”
키릴도 알고 있었다. 몰래 훔쳐보던 시선이 야쿠치가 조끼를 들치는 순간 더 노골적으로 변한 것도.
호기심과 음흉한 눈빛은 익숙했기에 괘념치 않았다. 다만 신기하게도 드문드문 호의적인 시선이 보였다. 대부분 단순 노동이나 노역하는 자들이었다. 수장이 새로 들인 애첩에 빠져 피를 보거나 시체 치우는 일이 줄었다는 소리가 있다던데 아마 그래서인 듯했다.
침대에서 발정 난 개처럼 헐떡인 보람이 조금은 있었네. 키릴이 자조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야쿠치의 수하가 모여 있다는 곳은 마을 창고였다. 창고 안에 들어서자 작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수인들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그중 가장 상석에 앉은 야쿠치가 키릴을 제 앞에 세웠다.
“디라다. 내가 준 이름이지.”
“진짜 인간이네. 그것도 남자.”
“족장 취향이 변했나?”
“하지만 이름까지 주신 걸 보면 상당히 마음에 드신 것 같은데?”
자리에 모인 수인족이 키릴의 몸을 훑었다.
제국인 사이에선 작지 않은 신장이었지만, 수인족에 비하면 키도 체구도 작았다. 특히 수인족 중에서도 거구인 야쿠치와 함께 있으니 가냘파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남자였다. 풍만한 가슴과 아찔한 곡선의 여체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보았다.
저 어디가 그렇게 수장의 마음에 들었던 걸까.
호기심 가득한 시선 속에 수군거림을 들으며 얌전히 서 있자 야쿠치가 뒤에서 얼굴을 가린 천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반투명한 천이 뒤로 넘어가는 순간 주위의 시선이 모두 키릴의 얼굴로 쏠렸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감싸인 고아한 얼굴이 드러나자 소란스럽던 소리가 멈췄다.
깨끗한 인상의 미청년이 은은한 조명 아래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가슴 중간까지 내려오던 천이 사라지자 얇은 천 위로 도드라진 유두가 뒤늦게 눈에 띄었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침묵을 방해했다.
볼그람에서 흰 피부가 드물긴 해도 딱히 특별하게 여기는 건 아니었다. 하얀 피부가 좋다면 백랑족이나 흰토끼 부족 같은 종족 자체가 하얀 이들을 찾으면 된다. 어쩌면 그들 중 눈앞의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저런 분위기를 가진 자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어서 그런가. 아니, 그들이 본 그 어떤 인간과도 달랐다. 남자인데도 보다 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단정하고 금욕적인 미모가 이상하게 수컷의 음심을 자극했다. 저 얼굴로 옷 위에 드러날 정도로 유두를 세우고 있는 것을 보니 아랫도리에 열이 올랐다. 번식 욕구가 치솟았다.
저 깨끗한 껍질을 강제로 떼어내고 음란한 속살을 드러내게 만들고 싶었다. 달큼한 물이 흐르는 작은 구멍에 제 생식기를 처넣고 정액으로 가득 채워 수태시키고 싶었다. 지극히 짐승다운 본능이 들끓었다.
야쿠치가 키릴을 본 순간 그랬듯이 말이다.
기이한 긴장감이 돌았다. 조용한 가운데 열기 어린 시선이 키릴의 몸을 집요하게 더듬었다.
키릴은 눈을 내리깔고 그 강렬한 눈빛을 외면했다. 보고 있으면 자신까지 열기에 전염될 것 같았다.
조용하게 뜨거워지는 분위기 속에 홀로 태연하게 웃고 있던 야쿠치가 뒤에서 키릴의 몸을 더듬었다.
“남자라……. 내 애첩은 사내가 아니다.”
야쿠치는 제 애첩을 자랑하듯 보란 듯이 키릴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엉덩이를 더듬던 손이 허리를 쓸어 올렸다. 유두를 야릇하게 비비자 몸이 흠칫 떨렸다.
“이렇게 생겨서 몸은 참으로 발칙해. 조금만 만져 줘도 아래고 위고 죄다 세우고 야한 물을 흘려 댄단 말이야. 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정액보다 뒤로 더 많이 싸질러 대니 신기하지 않아?”
“흐으…….”
“사내의 몸을 하고선 뒷구멍을 찔러 줘야 앞으로 가는 건 또 어떻고.”
다시 아래로 내려온 손이 이윽고 성기를 붙잡았을 때 키릴의 표정이 무너졌다.
“이건 사내가 아니야. 난 이보다 훌륭한 암캐를 본 적이 없거든.”
“그…… 주인님?”
태연한 척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얘기했잖아. 널 소개하는 자리라고.”
단순히 얼굴만 보이는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기엔 이곳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었고, 야쿠치의 손길 또한 노골적으로 키릴의 흥분을 부추기고 있었다.
“네가 내 좆을 얼마나 맛있게 삼키는지 보여 주는 자리지.”
“……여기서요?”
불길한 예상은 어째서 틀린 적이 없는 걸까. 당혹스러워하는 키릴을 본 야쿠치가 가증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보이는 건 익숙해지지 않았나?”
밖에서 그렇게 더듬어 댄 이유가 있었나 보다. 키릴이 차게 식은 손끝을 만지작거리자 야쿠치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서 잘하면 한 놈은 돌려보내 주지.”
“예?”
키릴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죄 없는 수인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사제님이 제 몸쯤 희생해 줄 수 있잖아?”
‘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니, 애초에 다 알면서 협박했었지.’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치솟았지만 내리눌렀다.
망설이던 키릴이 체념한 얼굴로 야쿠치를 내려다보았다.
“약속 지켜 주세요. ……주인님.”
야쿠치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얼굴을 마주 보며 키릴은 스스로 조끼 벨트를 풀었다. 푸른 천이 스르륵 흘러내려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하나 남은 천은 속히 훤히 비쳐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투명한 데다 가슴부터 끝단까지 여러 갈래로 길게 트여 있어 어디로든 손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조금만 펄럭여도 맨살이 드러났다. 옷이 아닌 장신구를 걸친 느낌이었다.
“자, 관객들에게도 보여 줘야지.”
야쿠치가 키릴을 돌려세웠다. 빙 둘러앉은 수인족을 본 키릴이 흠칫했다.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이쪽을 보는 모습이 기괴했다. 발가벗은 거나 다름없는 육신을 집요하게 훑는 시선이 무서워 키릴은 눈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떨리는 손끝을 마주 잡으며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스스로 벗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이가 보는 데서 낯부끄러운 짓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등 뒤에 선 야쿠치의 커다란 몸이 거대한 벽 같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뒤가 막힌 느낌이었다.
“다리 벌려.”
키릴이 머뭇거리자 야쿠치의 손이 강제로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읏.”
다리를 벌리기 위해 허벅지를 움켜쥐던 야쿠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촉촉한데. 지금 적신 것 같진 않고. 아까 흘린 건가? 대답해.”
키릴은 창고에 오기 전 키스하며 적신 것을 떠올리며 난처해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음탕한 새끼. 입술 좀 빨았다고 뒷구멍으로 이리 질질 싸 대기는.”
야쿠치의 눈이 무서울 정도로 번뜩였다. 자줏빛 입술 또한 길게 찢어졌다. 탓하듯 말하지만 누가 봐도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갖 곳에서 씨물 뿌려 달라고 조르는 거야, 뭐야. 응?”
허벅지 안쪽을 거칠게 주물럭거리던 손이 꽉 닫힌 구멍을 꾹 눌렀다.
“흐으……!”
이 뒤에 이어질 일을 예고하는 듯한 손길에 작은 구멍이 벌름거렸다. 키릴은 움찔움찔하는 자신의 뒤를 느끼곤 얼굴을 붉혔다. 참으려 해도 자꾸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구멍 밖을 더듬던 손이 예민한 주름을 긁으며 안을 더듬어 나갔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안에 밀어 넣던 야쿠치가 실소를 흘렸다. 입구가 축축했다. 허벅지가 젖었던 것과는 달랐다. 이건 지금 나온 물이었다.
야쿠치가 키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기대했어?”
키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윽! 흐읏……!”
손가락이 단숨에 안을 파고들었다. 고작 손가락 하나에 꿰뚫렸을 뿐인데 전신이 떨렸다. 내내 간질간질한 흥분에 들떠 있던 몸에 짜릿한 쾌감이 내리꽂히자 단번에 사정감이 차올랐다. 미쳤어. 키릴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읏! 흐으, 윽, 으응…… 하아, 하아…….”
안을 헤집는 손가락이 단숨에 세 개로 늘어났다. 손가락이 워낙 두꺼워서 성기에 꿰뚫리는 것만 같았다. 속살이 강제로 벌어지고 거칠게 쓸리는 느낌에 아랫배가 찌르르 떨렸다.
흥분한 몸에서 끈적한 액이 넘쳐흘렀다. 야쿠치의 손가락이 드나들 때마다 끈끈한 액이 튀었다. 뒤를 자극하는 느낌에 손도 대지 않은 성기가 터질 것 같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키릴이 다급히 테이블을 짚고 버텼다.
찌걱찌걱- 물기 가득한 곳을 쑤시는 소리가 다른 이들의 귀에도 들렸다.
시꺼먼 손가락으로 안을 강하게 쑤셔 올릴 때마다 물이 튀더니 어느새 질척한 액을 질질 싸기 시작했다. 오르가슴에 도달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저리 음란한 물을 흘려대는 것을 보니 그 구멍 안이 얼마나 흥건하게 젖어 있을지. 생각만으로 아래가 불끈거리고 안달이 났다.
“씨발…….”
하얀 몸을 발긋하게 물들이고 쾌감에 못 이겨 바들바들 떠는 저 인간 수컷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사내 주제에 흐느끼는 소리마저 달큼했다.
우두머리의 말이 맞았다. 저건 불알 달린 놈이라면 먹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특식이었다. 당장 저 몸을 짓누르고 음란한 물이 넘쳐흐르는 구멍에 쑤셔 박고 싶었다. 박고 개처럼 허리를 흔들며 자지러지게 만들고 싶어 환장할 것 같았다.
하반신이 아플 정도로 땅겼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바지춤을 내리고 성기를 꺼내 쥐었다. 헉, 헉……. 습한 숨소리가 공기를 후끈 달궜다. 달아오르는 열기 속에 비릿하고 음란한 냄새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이곳에 모인 수컷들이 저를 보며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키릴은 들끓는 성감에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아, 아, 흐읏! 그렇게 만지면…… 으응! 흣!”
“질척질척하네. 좋은가 봐?”
키릴의 안은 이미 수컷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야한 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힘껏 조이고 안으로 빨아들였다. 어서 저 깊은 곳까지 범해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바라는 대로 당장이라도 제 좆을 쑤셔 넣고 싶긴 했다. 하지만 야쿠치는 서서히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만끽하고자 했다. 자신의 손가락에 정신이 팔린 키릴과 달리 그는 제 수하들이 벌게진 눈으로 자신들을 주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부러 그러라고 보이는 중이기도 했고. 그는 지금 불씨를 퍼트리는 중이었다.
발정 난 수컷들이 헐떡이며 제 생식기를 그의 애첩에게 비벼대게 해 달라고 빌 모습을 생각하자 없던 인내심이 샘솟았다.
낄낄, 질 나쁜 웃음을 흘리며 야쿠치는 계속해서 키릴의 애를 태웠다.
“하아, 하아, 흐으…… 흑, 하아, 학……!”
실컷 괴롭힌 뒤 비부에서 손을 빼자 손가락이 흠뻑 젖어 있었다. 끈적한 물이 실처럼 늘어지는 것을 본 야쿠치가 제 손을 입 안에 넣고 빨았다.
쯉쯉, 츄읍, 노골적인 소리에 키릴의 귀가 빨개졌다. 야쿠치가 변태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래는 달아올라 움찔움찔하며 음액을 뚝뚝 흘렸다. 허벅지가 축축했다. 차오른 사정감에 괴로웠다. 당장 싸고 싶었다.
“아, 안 돼. 흐으, 나, 나올 것 같…… 흐윽!”
“싸고 싶으면 싸면 되지. 왜 힘들게 참고 있어?”
키릴이 마구 도리질 쳤다. 사정하면 곧 뒤로도 가버릴 게 뻔했다. 뒤로 절정하는 순간 겨우 유지하던 이성도 쓸려나갈 것이다. 조금이라도 오래 정신을 붙들고 싶었다.
“못 싸겠으면 도와줄까? 좆질 해 주면 바로 싸잖아. 쑤셔 줘? 쑤셔 줬으면 좋겠어? 응? 말해 봐.”
“아니, 흐으, 제발…… 흣,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렇게 좆 달라고 벌름대면서. 정말 싫은지 내가 직접 확인해 볼까, 엉?”
“아!”
입구에 뜨끈한 귀두가 닿았다. 파드득거리는 몸을 움켜쥐고 야쿠치가 허리를 들이밀었다.
“흐윽!”
뾰족한 끝이 먼저 안을 파고들었다. 이어 두꺼운 살이 안을 찢을 듯이 벌리고 내벽을 득득 긁으며 들어왔다. 겨우 귀두를 삼켰을 뿐인데 허벅지가 후들후들 떨렸다. 이곳에 온 이후 몇 번, 아니, 몇십 번을 안에 들였던 물건이다. 이것이 주는 무지막지한 쾌감을 알기 때문인지 좁은 입구를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느낌만으로 안이 저리다 못해 갈 것 같았다.
이제 한계였다. 키릴은 절정에 오르기도 전에 뒷구멍에서 전해지는 저릿한 쾌감에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으응! 아아……!”
“씨발. 봐봐, 좆으로 쑤셔 주니까 바로 싸잖아.”
삽입 중에 가버린 키릴을 붙잡고 야쿠치가 낄낄 웃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안에 있는 살덩이도 진동하며 내부를 울렸다.
키릴이 흐느끼며 야쿠치의 손을 쥐어뜯었지만 시꺼먼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쿠치는 키릴의 발버둥을 즐기며 천천히 허리를 밀었다.
귀두를 삼키며 활짝 열린 안을 우둘투둘한 살기둥이 내벽 전체를 문지르며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으… 으응……!”
사정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차라리, 빠, 빨리, 그냥, 들어…… 흣!”
살기둥이 천천히 안을 파고들며 느릿하게 점막을 긁어 올리는 느낌이 지독했다. 지나치게 성감이 달아오른 탓에 아랫배가 아플 정도였다. 이럴 거면 그냥 세게 박아 줬으면 좋겠다. 고통만 있었다면 이렇게 애가 달아 괴롭진 않을 것 같았다.
키릴이 울먹이며 스스로 허리를 흔들자 귓불을 질척하게 핥아 올리던 야쿠치가 비죽 웃었다.
“허리 흔드는 거 보게. 빨리 들어오라고 조르는 건가? 왜, 느린 건 싫어?”
키릴이 고개를 마구 끄덕이자 야쿠치가 삽입을 멈추고 놀리듯이 허리를 털었다.
“힉! 하흐, 흣, 윽, 아, 아! 그만! 제발, 흐으……! 아흑!”
반쯤 들어온 성기가 난잡한 허리 놀림에 맞춰 제멋대로 이리저리 튀며 내벽을 마구 때렸다. 키릴의 입에서 비명 같은 교성이 터졌다.
“네 속살은 지금도 좋다고 덜덜 경련하듯이 떠는데. 봐봐, 좋아서 자지러지잖아.”
“흐윽…… 아니, 아니, 웃, 흑! 흐으…….”
“벌써 울면 되나. 아직 가득 남았는데.”
그 말대로 이미 안이 가득 찼는데 끊임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야쿠치의 성기가 큰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졌다.
돌기에 긁히고 찔리며 가득 자극받은 내벽이 떨릴 때마다 깊은 곳에서 물을 뱉었다. 돌기에서 나온 미끄덩한 액체와 음액이 뒤섞여 안이 찢어질 듯이 벌어지는데도 무리 없이 삼켜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긴 돌기로 안을 득득 긁으며 성기가 뿌리까지 들어왔다. 뾰족한 귀두가 육벽을 쿵 찍어 올리며 삽입이 끝났음을 알렸다.
고작 삽입이 끝났을 뿐인데, 벌어진 다리 사이로 온갖 분비물이 뚝뚝 떨어졌다. 얼마나 흘렸는지 바닥에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돌기에서 나온 미액은 윤활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끄덩한 액체가 점막에 흡수될수록 몸 안에 기이한 열기가 퍼지며 흥분을 부추겼다.
“흐, 으…… 읏, 흑……!”
음란한 몸뚱이는 크고 흉악한 것이 뻐근할 정도로 안을 가득 채운 것만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달아올랐다. 만져 주지 않는 젖꼭지가 너무 가려웠다. 아까부터 아랫배가 저릿하게 울리며 음란한 충동을 돋우었다. 허리를 마구 흔들며 몸 안의 열기를 죄다 터뜨려 버리고 싶었다.
“하아, 하아, 아아……!”
눈앞이 흐릿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누가 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꾸 깜빡깜빡했다. 위험 신호였다.
“훅, 더는 못 참겠다.”
뜨끈하고 쫄깃하게 감겨드는 육벽이 주는 쾌감이 대단했다. 야쿠치는 슬슬 인내가 한계에 달했음을 느꼈다. 천천히 키릴이 안달하도록 몸을 달궜으니 이제 제 흉기 같은 양물로 내벽이 다 닳아버리도록 안을 쑤시고 비벼 엉망으로 범해 줄 차례였다.
“뒷구멍이 다 헐어버리도록 좆질 해야지. 씨발, 너무 흥분해서 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야.”
“아, 안 돼…….”
등 뒤에서 느껴지는 흉포한 욕구를 느꼈는지 키릴이 흥분과 두려움이 뒤섞인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키릴이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순간, 야쿠치가 움직였다.
“힉! 아, 안 돼. 윽! 우, 움직이면, 안…… 아아!”
퍽, 퍽-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던 야쿠치가 점점 속도를 올렸다. 퍽, 퍽 살을 치대는 소리가 매섭게 울려 퍼졌다. 내벽 어디를 푹푹 찔러도 쾌감의 극점인 양 구멍이 성기를 꽉 물고 미친 듯이 조여 댔다.
“큭!”
“으응, 흣! 흐읏! 응, 으응!”
야쿠치가 허리를 추어올릴 때마다 소름 같은 쾌감이 전신을 내달렸다. 통제되지 않은 신음이 마구 튀어나왔다. 성기가 빠르게 안을 드나들며 내부를 짓뭉개듯이 쑤셔 대자 안이 끝없이 젖어 들었다. 끈끈한 액이 줄줄 흘러내리는 느낌이 오싹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테이블을 붙들고 버티던 키릴이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 아! 하으, 그, 그만! 으… 으응!”
“그만은 무슨! 좆물 먹고 싶어서 여기를 이렇게 흔들어 대면서!”
짝! 야쿠치가 키릴의 둔부를 손자국이 날 정도로 세게 내려치며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거센 허릿짓에 속절없이 흔들리며 키릴은 비명 같은 신음을 흘렸다. 거대한 살기둥이 내벽을 긁어 대며 쑤석거릴 때마다 전신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찌릿한 쾌감이 머릿속까지 저릿하게 만들었다.
“으응! 아, 아! 흐, 으흣! 응, 으응……!”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뇌를 펄펄 끓이는 듯 머릿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흉흉한 살기둥이 안을 엉망으로 만들 기세로 푹, 푹 찍어 올리고 거칠게 뽑혀 나왔다. 구멍 밖까지 성기에 딸려 나간 속살이 돌기에 사정없이 긁혔다. 얼마나 거칠게 안을 비볐는지 체액과 미액으로 흠뻑 젖은 속살에 상처가 생길 정도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릴 정도로 과격한 정사였다. 다른 상대였다면 쾌락보다 고통을 호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키릴은 오히려 성기를 세우고 몰아치는 쾌락에 침을 흘리며 헐떡였다.
“흑, 아, 아, 제발, 으응, 흣! 가, 갈 것 같아요. 아… 아!”
야쿠치는 가차 없이 키릴을 절정으로 몰아갔다. 키릴 역시 안을 쑤시는 성기를 힘껏 조이며 사정을 부추겼다.
조각난 것처럼 제대로 된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머릿속으로도 키릴은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야쿠치가 사정하지 않으면 이대로 몇 번이고 꿰뚫릴 것이란 걸.
“싸, 싸 주세요. 제발, 안에, 같이, 흣, 같이 가…… 으흑!”
“크읏! 씨발!”
“아, 아아! 하으흣……!”
마치 정액을 쥐어짜듯 구멍이 성기를 조였다. 물어뜯는 듯 강한 자극에 야쿠치는 저도 모르게 키릴의 안에 그대로 정액을 쏟아부었다.
“씨발!”
이대로 바로 갈 생각이 아니었던 야쿠치가 연신 욕설을 뱉었다.
“하아, 하아…….”
뒤에서 흉흉한 기운을 뿜어대든 말든 키릴은 테이블에 팔을 지탱하고 숨을 몰아쉬기 바빴다.
그 모습에 약이 올랐는지 야쿠치가 음산하게 지껄였다.
“이대로 끝내줄 줄 알고?”
야쿠치가 키릴의 얼굴을 강제로 잡아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아, 안 돼…….”
야쿠치의 눈이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키릴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