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혼자인 방 안에 누워 있자 슬며시 그간 잊고 있던 성욕이 올라왔다. 요즘 들어 부쩍 예민해진 해교의 눈치를 보느라 함께 사는 동거인들이 그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던 탓이었다. 해교는 허벅지 사이를 바짝 좁힌 채로 끙끙거렸다. 젖은 숨소리가 넓고 고요한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읏, 으응…….”
살짝 엉덩이를 들어 바지를 내리고 드로어즈 밴드를 벌려 만져지는 조그맣고 말랑한 자지를 손바닥에 쥐었다. 언제 혼자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었다. 조그만 손바닥에 쏘옥 들어오는 더 자그마한 자지를 만지작대던 해교가 기둥을 휘감은 채 살살 표피를 굴렸다.
새하얀 손등 위에 얇고 푸른 핏줄이 섰다. 맨들맨들한 살굿빛 음낭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연이어 자지 뿌리를 한 번 훑고 나서 기둥을 타고 올라 동그란 귀두를 힘주어 조였다. 아으, 흣……. 슬슬 열이 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프리컴이 흘러나오지 않아 여전히 살갗은 건조했다.
예전에 하듯 자지 기둥을 붙들고 열심히 아래위로 흔들어 보았지만 자극의 감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다. 털이 없어 민둥한 자지 뿌리를 살살 문지르고, 귀두에 있는 옴폭 파인 홈까지 긁고 주물러 보았다.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압력으로 어설프게 자지를 조이고 발끝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여전했다. 어딘가 간질간질한 느낌만 미묘하게 솟을 뿐 자지만을 흔들어 절정에 닿을 수 없었다. 텅 빈 두 구멍 안이 허전했다. 마치 처음부터 자지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처럼 느껴졌다. 당장 무언가를 넣어 달라는 듯 구멍을 둘러싼 근육이 팽창했다가 줄어들었다가, 또다시 꿈틀거리는 느낌이 선연했다.
결국 해교는 감질나게 주어지는 자극을 외면한 채 드로어즈 속에 넣은 손가락을 빼냈다. 끝끝내 말라 버석하기만 한 살갗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닿지 못한 절정이 못내 아쉬워 엉덩이가 들썩였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구멍 2개가 절박하게 오그라들었다. 안에서 개미라도 기어 다니는 듯한 소양감과 열감이 엉겨 번져 괜스레 허벅지만 살살 비벼 댔다.
“흐으으…….”
해교가 절절 끓어오르는 하체와 미약하게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참아 내던 순간. 끼이익, 닫아 두었던 문이 살포시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봐. 형은 혼자 두면 안 된다니까. 형, 나 들어갈까요. 말까요? 형이 결정해.”
“읏, 흐으…….”
“나 다시 나가요?”
“……아니이, 으응…….”
벌컥 들어선 무도한 침입자에게 화를 낼 정신은 없었다. 몽롱한 해교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연제는 곧 느긋했던 기세를 버리고 조급하게 두 팔을 교차한 뒤 셔츠를 벗었다. 천 아래 감춰져 있던 선이 두꺼운 근육들이 너울대며 꿈틀거렸다. 요 며칠 몸을 맞댄 적 없어 달아 있던 연제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단숨에 침대 위로 올랐다.
곧 연제의 손길에 의해 헐벗은 몸이 된 해교는 거대한 몸통에 가려 한 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연제의 손바닥이 부드러운 살결에 닿자마자 마른 배에 바싹 힘이 들어갔다. 봉긋한 볼기를 살살 쓰다듬는 손길이 마치 간질간질, 깃털로 엉덩이를 간질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응, 아으응…….”
간드러지는 신음이 흘러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달칵, 두 번째로 방문이 열렸다. 하여간 어엿한 남의 방인데 프라이버시는 지켜지질 않았다.
“우연제, 너 뭐하는…….”
“……눈치는 드럽게 빠르네.”
공교롭게도 이제 막 하교한 도윤이었다. 거실로 새어 나오는 열띤 음성에 노크조차 않고 문을 연 뒤 미간을 구기고 선 참이었다. 하는 수 없다는 듯, 연제가 살짝 몸을 움직여 침대 위에 도윤이 낄 자리까지 만들어 준 찰나.
쾅, 부서질 듯한 소음을 내며 방문이 위태롭게 열렸다. 이제 남은 건 1명밖에 없었다. 역시. 확인할 것도 없이 급히 퇴근한 기색이 역력한 지혁이었다.
“너희 여기서 뭐 해.”
애새끼들이. 지혁이 눈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도윤과 연제를 불태울 듯 바라보았다. 침대에 드러눕다시피 한 연제가 엄지와 검지를 연결하여 둥그렇게 만 뒤 반대편 손가락을 허공 속에 쑤셔 넣었다. 그러다 이번엔 손가락 대신 혀를 날름거리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무엇을 은유하는지 단박에 알아챈 지혁이 이번엔 입 밖으로 욕설을 뇌까렸다.
“이, 씹. 월요일은 암묵적으로 안 건드리기로 한 것 같은데.”
“아, 맞다. 그랬었죠? 알다시피 제가 머리가 딱히 좋은 편은 아니라.”
건들거리는 연제의 음색에 지혁이 눈매를 좁혔다. 시리도록 서늘한 표정이 낯을 덮어 내리자 달라진 기류에 연제가 장난스럽게 합장한 뒤 고개를 숙였다. 가만두었다간 한 대 칠 듯한 분위기에 도윤까지 “에휴, 우연제. 작작 좀…….” 하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놀란 해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지혁은 금세 낯에 어린 냉기를 지워 낼 수밖에 없었다.
해교를 보는 눈빛을 제외하곤 서로를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 형형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그들이 이곳에서 한데 모인 일은, 자그마치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
〈정 싫으면 네가 한 번씩 내 집에 오든가. 집 안에 들일 순 없겠지만 마당에 잠시 머무는 정도는 눈감아 주지.〉
〈무슨…….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제가 한 짓이든, 그쪽이 한 짓이든 그냥 똑같이 까요. 그리고 형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두고 보든지. 그게 싫으면 공평하게 나눠요.〉
〈자꾸 둘만 이야기하는데 나라고 여차하면 다 불어 버릴 방법을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닌 거 알죠? 그러니까 나도 끼워.〉
3명은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약점처럼 쥐고 있었다. 개인적인 치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차해교에 한해서는 극히 치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다. 연제와 도윤은 지혁이 진료를 핑계 삼아 해교를 농락했다는 것을, 지혁과 연제는 도윤이 의도적으로 해교를 궁지에 몰아넣고 데리고 있었다는 걸 빌미로 서로의 목줄을 쥐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연제는 어떠한가. 연제는 그들의 비밀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이 말도 안 되는 조합에 자신을 끼워 넣었다. 지혁과 도윤에 비하면 비밀이라고 일컬을 것도 없었으나 그렇게 숨길 게 없는 만큼 성질을 죽이지 못한 탓에 해교가 가장 꺼리는 상대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나머지 둘의 진실을 까발려 봤자 온전히 저 혼자 해교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희박했던 그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의 계획은 물 흐르듯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매번 욕설에, 멱살잡이에, 하루하루 위태한 만남이 이어졌다. 정작 당사자인 해교에게 넷이서 함께 살자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지리멸렬한 대화만 한가득 주고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난데없이 해교 앞에 나타난 그의 아버지 때문에 해교마저 크게 다칠 뻔한 상황에 부닥쳤다. 때마침 현장에 있던 연제가 순발력을 발휘하여 해교를 감싸며 대신 자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수금하지 못할 것 같아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던 사채업자 덕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제법 큰 상해를 입은 연제는 이 순간을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으로 여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해교 앞에서만 제외하고.
〈괜찮아요? 아, 아니. 안 괜찮을 거 같아요. 괜히 저 때문에……. 어떡, 어떡해요.〉
해교는 연제가 자신을 구하려다 다쳤단 생각에 더 이상 마냥 그를 피하기만 할 수가 없었다. 잘못했다는 말도 진심인 것 같았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도 진심인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안색을 한 채 울먹이던 해교는 그 대신 자신이 다쳐서 다행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는 연제를 본 뒤엔 죄책감마저 들었다.
이후 해교는 그가 퇴원할 때까지 절대 병원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않으며 연제의 곁에 머물기를 택했다. 연제의 입술 새에서 약간의 신음이라도 흘러나올라치면 연제보다 더 예민하게 굴며 너스콜을 눌러 대기 일쑤였다. 조그만 일에도 격하게 반응하며 가쁜 호흡을 내쉬는 모습에 결국 해교는 병원 내에서 약간은 피하고픈 진상 보호자가 되어 직원들의 인트라넷 메신저에 오르내렸다.
〈이만하면 퇴원해도 될 것 같은데.〉
무감한 얼굴로 지혁이 말했다. 연제가 그의 말에 살짝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빈정대는 말을 쏟아 낼 준비를 마친 채였다.
〈아, 비뇨기과 의사가 하는 말은 영 신뢰가 안 가는데. 좆을 다친 게 아니라서.〉
〈오. 핏덩이. 아직 덜 다쳤나 봐? 그럼 좆도 마저 썰어 줄까. 네 복부처럼.〉
〈해 보자는 거예요?〉
〈누가 할 소릴.〉
격앙된 설전이었다. 당장이라도 서로의 멱살을 쥐어 잡을 듯한 분위기가 넓은 병실 안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총총대며 걸어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관통하자마자 둘은 맞붙을 듯 가까이 다가섰던 몸을 물리고 병실 문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연제는 해교가 들어오는 듯한 기척에 맞추어 힘겨운 듯 잔기침까지 하기 시작했다.
〈어디 아파요?〉
깜짝 놀라 연제에게 다가가는 해교의 뒷모습을 보며 지혁이 연제를 힐끗 흘겼다. 자상을 핑계로 별 쇼를 다 하고 있었다. 폐가 다친 것도 아니고 왜 저 지랄이야. 미친 새끼. 시치미 떼고 있는 연제에게 입 모양으로 욕설을 보냈다. 중지를 올린 손가락은 덤이었다.
* * *
〈그 빚, 이자까지 싹 다 내 쪽으로 넘겨요.〉
〈누구 맘대로? 채권은 내 관할이지.〉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집안 믿고 까부는데, 너희가 스스로 갚을 능력은 있어?〉
〈물려받아서 나중에 처리하면 되죠. 아니면 미리 증여를 좀 받든가. 지금 받으면 몫이 좀 줄 수는 있겠지만.〉
〈얼씨구. 너 진짜 돌았냐?〉
〈……앵앵대는 거, 진짜 시끄럽네. 내가 보모 일 맡은 건가? 둘 다 입 좀 다물어.〉
일렁이는 눈빛을 주고받는 격전 끝에 그들은 해교 아버지를 건너 해교 앞으로 달린 빚을 정확히 삼등분해 자신을 채권자로 올린 뒤 변제 처리를 마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해교의 아버지를 얌전히 잡아 둘 병원비마저 십 원 단위까지 나눠 내기로 했다. 그리하니 마치 해교를 온전히 나눠 가진 기분이라 썩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해교를 설득하는 것, 제일 큰 관문 하나뿐이었다.
〈아니 근데……. 이상……하잖아요. 넷이 사는 건.〉
장정 넷이서 함께 살자는 제안은 아무리 해교여도 생각 없이 순응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대체 왜? 도윤과 연제는 친구니까 그렇다 쳐도, 의사 선생님까지 넷이라니. 실로 이상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의사 선생님은 어쩌다가 저 둘과 엮인 걸까.
〈뭐가 이상해요?〉
연제가 불만 가득한 눈초리로 해교를 바라보았다. 도윤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듯 연제를 쳐다보곤 푹,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를 지켜보던 지혁이 픽, 비웃음 지으며 둘에게 고갯짓을 했다. 쓸모없는 짓 말고 저리 비키라는 거였다. 정확히는 꺼지라는 의미였지만.
〈……내가 봐도 이상할 건 없는데. 차해교 씨, 국민 평형이라고 압니까?〉
〈네?〉
〈국민 평형이 전용 84제곱미터인데 4인 가족 기준이에요. 국가조차 일반적으로 함께 사는 사람을 4명으로 가정한단 겁니다.〉
84제곱미터? 국민 평형? 생소한 단어들의 향연인 데다 지혁이 워낙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니 해교의 가치관은 순식간에 흔들렸다. 4명이서 살면 균형이 맞는 거구나. 그럼, 갑작스레 여기 모인 4명이 함께 살아도 괜찮은 걸까.
〈여럿이 살면 밥 혼자 먹을 일 없잖아요.〉
혼자 밥을 먹는 게 싫긴 하지만…….
〈심심할 일도 없고. 월세도 절약되고. 장점뿐이니 서로에게 애틋해질 테고, 이보다 더 가족 같을 순 없겠죠.〉
가족. 누구보다 그 울타리가 가지고 싶긴 했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 차해교 씨를 좋아하고 아끼죠. 물론 내가 제일 그렇겠지만.〉
해교를 둘러싼 도윤과 연제가 번갈아 가며 말을 보태는 데다 입만 열면 청산유수인 지혁까지 계속해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니 금세 해교의 얇은 귀는 팔랑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근데 넷이서 살려면 큰 집이 필요한데…… 월세가 엄청 비쌀 텐데.〉
〈에이, 오히려 넷이 사니까 월세가 훨씬 적게 들죠.〉
〈나눠서 내면 얼마 안 해요.〉
〈당장 집 알아볼 테니 몸만 준비해요.〉
* * *
가능한가? 이렇게 큰 집에서. 해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높은 초고층 건물의 펜트하우스에 발을 들이며 꼴깍, 침을 삼켜 넘겼다. 마천루를 연상시킬 정도로 높은 층수에 서울 도심이 모두 발아래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트인 전망을 갖춘 펜트하우스는 집이라기보다는 커다란 리조트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현실감이 없었다.
해교가 모르는 새 지혁과 연제, 도윤 셋이 사들인 부동산이었다. 그들은 이 집의 지분을 각각 삼등분하여 설정한 뒤 매입했다. 미리 준비해 둔 해교의 인감으로 다시 매도해 넘기는 데까지는 정확히 보름이 걸렸다. 그렇기에 이 집의 주인은 셋 중 어느 누구도 아닌 해교였다. 정작 주인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따라서 이 집에서 나가는 순간, 그 사람은 집도 잃고 해교도 잃는 처지에 처하게 되는 것이었다.
당연한 듯 제일 넓은 방은 해교에게 주어졌다. 나머지 셋은 기어코 멀쩡한 집을 부숴 정확히 같은 크기의 방 3개를 나누어 인테리어했다.
〈저기……. 제 방이 너무 커요. 바, 방 안에 거실이 있어요…….〉
〈……우리는 9만 원씩 내거든요.〉
아. 1만 원의 차이로 제가 제일 큰 방이라니……. 해교에게 월세가 사람당 각 10만 원씩이라고 언질해 둔 덕택에 가능한 설정이었다. 물론 ‘그’ 월세 또한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강남 한복판 펜트하우스에 대출 하나 없이 본인의 명의로 된 집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은 모르는 차해교 앞으로 몽땅 돌려줄 생각이었다. 해교에 관한 것은 10원 한 장 허투루 쓰지 않기로 했으므로.
〈이제 일하지 말고 검정고시 준비해 봐요. 모르는 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월세 10씩 내는 거면 연구비 받은 걸로 한참 더 버틸 수 있잖아요.〉
〈아주우 세월이 많이 흘러서 교육 과정이 다른데 괜찮겠어요?〉
저게 또. 지혁이 이를 까득 깨물고 연제를 쏘아봤다. 연제가 낄낄거리다 졌다는 듯 양 손바닥을 하늘 위로 올리곤 재빨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자코 지켜보던 도윤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와 해교를 붙들고 검정고시 상담을 시작하였다.
……그래. 그랬었다.
“생각하고 서 있을 거면 나가요.”
무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는 연제에 지혁이 회상을 끊고 현실로 돌아왔다. 이렇게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반듯하던 지혁의 얼굴에 순식간에 균열이 일었다. 지혁은 허공에 갔던 시선을 내려 연제를 응시했다. 잠시 후, 결심한 듯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상체에 걸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였다.
“안 나갈 거니까 비켜.”
“제일 늦게 왔으면서…….”
“안 비켜?”
“둘 다 그만해요. 형이 싫어하잖아요.”
언제나 연제와 지혁을 제지하는 것은 도윤의 몫이었다. 연제도, 지혁도 셋이서 복작복작 해교 하나를 두고 매번 기 싸움 하는 것이 질릴 지경이었으나 자신들 사이에 도윤이 없었더라면 진작 집 안이 개싸움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은 공통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윤 역시 겉으론 그 둘을 중재하는 척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은 똑같았다. 늘 온화하고 침착한 결을 유지하고자하는 것이 타고난 성정일 뿐, 결코 나머지 둘보다 해교에 대한 소유욕이 적지 않았다.
도윤의 눈에 지혁과 연제는 퍽 비슷한 재질이었다. 그렇기에 제 포지션이 더욱 빛을 발할 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인내하고 있었다.
“으읏, 응…… 싸우지, 마세요. 아……흣!”
지혁과 연제가 치열하게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와중 언제부터 만지고 있었는지, 어느새 도윤은 해교의 위에 자리 잡은 상태로 가슴을 움켜쥔 채 조몰락대고 있었다. 여리고 부드러운 젖가슴 살이 도윤이 만지는 대로 얇게 짓뭉개지며 발갛게 달아올랐다. 나름의 배려였는지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제 허벅지 위에 해교의 상체를 살짝 기대게 하고선 지분거리고 있었다. 손길이 넘나들 때마다 흘러나오는 앓는 소리가 외설스러웠다.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마구잡이로 주물림당하는 여린 살은 점차 부풀어 올라 입맛을 돋웠다. 서서히 돋아나는 젖꼭지를 튕기고 비틀자 응, 흐응…… 붉은 입술 사이로 비음이 샜다. 흥분한 엉덩이가 절로 흔들리며 들썩거렸다.
파르르, 뒤흔들리는 찰진 볼기가 공중을 부유하다 곧 침대 매트리스에 쿵, 내려앉았다. 매트리스에 맞닿아 살이 짓눌리는 모습마저 꼴렸다.
“씹…….”
또렷하게 솟은 쇄골을 넘어 목덜미까지 발갛게 달아오르는 꼴을 본 지혁이 작게 욕설을 짓씹었다. 초반부터 여럿이 가지는 잠자리에 불만이 많아 선을 그었으나 최근 돌아가는 꼴을 보니 저가 끼어 견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함께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참이었다.
경쟁적으로 흥분시키려 노력하다 보니 새어 나오는 교성도, 느끼는 감도도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공유는 좆같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보다 열 배는 민감해진 차해교를 볼 수 있는 순간이니까.
해교의 맞은편에 자리한 연제가 흥분에 달달 떨리는 해교의 발목을 나란히 제 허벅지 위에 올린 뒤, 그의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단단히 깍지를 낀 채로 상체를 숙여 도윤이 간지럽히지 않고 있는 반대쪽 유두에 곧바로 입술을 대었다. 까슬한 혀에 심을 세워 숨어 있는 함몰 유두를 진득하게 쑤시자 아, 아앙…… 신음이 한층 더 짙어지며 해교의 허리가 퍼뜩 뒤틀렸다.
연제가 고개를 들자 형태를 갖춘 유두가 타액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연분홍빛 젖꼭지는 윤기를 머금어 평소보다 짙은 색을 띤 채 발발거리며 몸체를 부풀렸다. 연제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단번에 제 바지 버클을 푼 뒤 드로어즈를 젖혔다. 퉁, 단단히 달아오른 자지가 등장하며 방 안이 한층 더 후끈해졌다.
선단이 살짝 휜 자지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지혁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저 좆같은 자지. 생긴 것도 주인을 닮아 얼마나 무식한지 볼 때마다 징그러워 소름이 끼쳤다.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볼 때도 저런 자지는 본 적이 없었다. 늠름한 자신의 자지는 논외로 한 결과였다.
방문 앞에 서 있던 지혁이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몇 걸음 걷지 않아 금세 세 사람이 엉긴 침대로 도착한 그가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한 해교의 자지를 감아쥐었다. 흐읏……! 막 집에 들어와 아직 차가운 바깥공기가 묻어나는 손가락이 살갗에 닿자 단번에 해교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하얀 목울대가 꿀렁거리며 움직이고, 지혁의 손가락이 움켜쥔 자지는 단단해진 채로 그의 손바닥 안에서 꿈틀거렸다.
“어, 우연제. 잠시만.”
이미 잔뜩 흥분해 보짓물을 줄줄 흘려 대는 살점에 연제가 귀두를 맞대기 직전, 도윤이 손을 뻗어 왔다. 한쪽 팔을 침대 시트 위에 내린 채, 당장이라도 연제의 자리로 넘어올 것처럼 상체를 숙이고선 그를 제지했다.
“생각해 보니까 오늘은 내 차례야. 내가 먼저야.”
“씨발. 이 와중에 무슨…….”
“그렇다네. 순서는 지켜야지. 비켜.”
돌연 지혁이 끼어들며 해교의 가느다란 발목을 콱 움켜쥐어 당겼다. 스르륵, 단숨에 딸려 내려온 하반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는 가까운 사타구니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옷을 벗을 새 없이 바지 지퍼만을 내리고 꺼떡이는 살덩이를 꺼냈다. 이미 단단히 발기해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연제의 미간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볼 때마다 역겹고 흉물스러운 좆이었다. 제게 달린 자지의 사정은 생각지 않고 속으로 지혁을 힐난하던 연제의 자지는 이미 잔뜩 흘러내린 프리컴으로 번들거린 지 오래였다.
“‘다음’이라는 거 기억하셔야죠. 순차적으로 해요. 일단 지금은 저예요.”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아래로 다짜고짜 내려왔다. 그 전까지와 사뭇 다른 기색이었다. 순식간에 해교의 아래에 자리한 도윤이 해교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었다. 자연스럽게 밀려난 지혁에게서 쏟아지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지그시 응시하며 해교에게 말을 걸었다.
“형. 혹시…….”
“……으응, 왜요.”
도윤이 혀를 내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어느새 내리깐 눈은 해교와 맞춘 채였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해교의 오금을 쥔 채 종아리를 살짝 공중에 띄워 올렸다. 예고 없이 움직이고 들린 하반신에 놀란 해교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도윤을 바라보자 입 안에 맴돌던 나머지 말이 흘러나왔다.
“해도 돼요?”
“무슨…….”
해교의 다리를 붙잡은 힘이 더욱 거세졌다. 도윤의 입장에서는 최대치로 참은 결과였다. 평생 모르고 살던 감각을 일깨우자 자다가도 좆이 설 만큼 해교가 간절했다. 도윤의 입술 사이에서 날름대는 붉은 혀가 나오고 턱이 살짝 꺾였다. 그러자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그의 의도가 간파되었다.
“아, 하지…….”
마. 마지막 음절은 입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했다. 뜨겁고 굵직한 살덩어리가 주저 없이 꽉 다물린 구멍 안을 파고들어 와 느릿느릿 안의 점막을 핥기 시작했던 탓이었다.
도윤의 날카로운 콧날이 엉덩이 골 사이를 훑었고 말린 혀는 뒷보지를 녹일 듯 구멍 안과 밖을 정성 들여 빨아 댔다. 쭙쭙거리는 게걸스럽고 적나라한 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울렸다.
도윤은 혀를 길게 빼곤 구멍 어귀를 두른 주름을 하나하나 덧그리며 정성껏 핥아 댔다. 주름 사이사이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놀란 허리가 휘어 올랐다. 따뜻하고 촉촉한 살덩이가 흥분으로 부푼 내벽을 조심스레 핥아 내리자, 그 기묘한 감각에 해교가 깜짝 놀라 엉덩이를 들썩였다. 하지만 꽉 붙들린 하반신 때문에 미동조차 어려워 아주 미약한 몸짓에 불과했다.
“흐윽. 더럽…….”
“하아…… 하나도, 안 더러워요. 오히려…… 맛있는 냄새 나요. 하으.”
특유의 살 내음에 땀 냄새가 얹어지니 절로 혀에 침이 고였다. 뜨거운 숨이 녹녹해진 구멍 위로 쏟아지자 볼기가 파드득 떨려 왔다. 후욱, 의도적으로 달뜬 숨을 불어 넣자 엉덩이 살이 진동하면서 입술에 전달되는 자극마저도 아찔했다.
진득하게 달라붙는 입술이 주름 사이사이를 젖히고 빨아올렸고, 마침내 척척한 혀가 빠져나가니 어느덧 구멍은 흐물흐물 풀린 채 붉은 육벽 안을 옴찔거렸다. 한껏 녹진녹진해진 뒷보지를 바라보는 도윤의 목울대가 오르내렸다.
바짝 곧추선 자지가 바지 천 위로 또렷한 윤곽을 내보였다. 도윤이 아랫도리를 감싸고 있던 바지 버클을 풀고 드로어즈까지 죄 벗어 내자 지혁과 연제의 입술 새에서 낮은 탄식이 터졌다. 이 씨팔. 저걸 내가 했어야 했는데.
어느새 해교 위에 자리한 연제가 해교와 거꾸로 눈을 마주친 채 제 입술을 그의 입술과 겹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도윤이 씹질하는 꼴이라도 못 보았으면 했다. 맞닿은 입술이 살짝살짝 떨어질 때마다 촉촉거리는 야한 소리가 났다. 연제는 부러 보란 듯이 더욱 깊이 혀를 밀어 넣고 입 안을 휘저으며 끈적이는 외설스러운 소음을 만들어 냈다.
“읏……. 으응. 아!”
아랫구멍이 벌어지며 나머지 둘의 자지와 비교해도 만만찮은 크기와 질량의 자지가 입구를 갈랐다. 곧게 선 성기는 꾸역꾸역, 좁은 내벽의 길을 트면서 전진했다. 억지로 벌린 내벽을 찢어발길 듯 단단한 선단이 안을 거칠게 들쑤셨다. 초반에 이물질을 밀어내려 애쓰던 점막은 기분 좋은 곳을 몇 번 찔러 주자 금세 기색을 바꾸곤 자지를 쪽쪽 빨아 올렸다.
“하, 씹. 형 안은 어떻게, 후, 이렇게 좁아요?”
무릎으로 침대 매트리스 위에 선 도윤이 재빠르게 허리를 쳐올렸다. 퍽, 퍽 딱딱한 자지가 여린 내벽에 들이치며 몸을 찔러 올 때마다 하반신 근육이 제멋대로 요동을 쳤다. 아, 흐으, 하아……! 장기를 감싼 점막마저 통제를 벗어나 움찔움찔 떨리는 것을 느낀 해교가 팔을 뻗어 허우적댔다.
옆으로 비켜섰던 지혁이 재빨리 해교의 손가락을 낚아챘다. 한 손으로는 해교의 손과 제 손을 얽어 손바닥을 달래듯 느릿느릿 문질러 주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부지런히 해교의 자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쉴 새 없이 내리치는 자극에 달달 떨리는 다리가 맥없이 떨어져 도윤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곧 해교의 오금에서 종아리를 타고 손을 내린 도윤이 그의 발목을 제 어깨에 올려놓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발목을 꽉 쥔 채로 도윤이 다시 한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름거리는 구멍이 자지를 콱콱 조이며 마찰을 일으키자 맞닿은 살결에는 금세 열감이 일었다. 탄력 있는 구멍에 쓸리는 자지도, 후끈한 살덩이에 비벼지는 구멍도 작열하는 열기에 무너질 듯 들썩였다.
어느새 체액으로 범벅되어 미끄덩해진 귀두가 빠끔빠끔, 자지를 받고 싶어 안달 난 구멍 안을 퍽! 소리 나게 꿰뚫었다. 구멍은 게걸스레 자지를 받아들이더니 단숨에 깊숙이 삼켰다.
쫀득하고 미끈한 점막이 자지를 감싸는 느낌에 도윤이 빠르게 허리를 털며 내벽을 비볐다. 이미 절절 끓어오르는 내부에 또다시 불길을 일으키는 몸짓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좁아 든 내벽에 빠듯하게 짓눌린 자지가 안에서 꺼떡이다 제멋대로 전립선을 쳐 댔다. 푹푹, 단단한 귀두가 열점을 찍어 누르면 사정없이 처박힌 내벽이 녹아내렸다.
해교의 몸에 닿는 순간 여력이 없어진 도윤은 그저 내벽을 마구잡이로 들쑤시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귀두 끝에서 묽은 물을 방울방울 흘려 대던 해교의 자지가 마침내 달달 떨며 좆물을 내뱉었다. 그때까지 자지를 쥐고 있던 지혁의 손등을 타고 뜨끈한 점액질이 흘렀다. 동시에 가뜩이나 쫀쫀한 뒷보지가 더욱 조여들며 도윤의 자지를 빨아 당겼고, 이에 도윤의 하체가 절로 떨렸다.
“아, 씹……. 하아…….”
흐윽! 예고 없이 튕겨 낸 허리 짓에 해교의 얼굴이 흔들리고, 입 안에 파고든 연제의 혀가 씹혔다. 연제가 해교에게 겹쳤던 입술을 떼어 내면서 불만 가득한 눈으로 도윤을 노려보았다. 살살 좀 하지. 입 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맴돌았다.
“후으…….”
도윤은 간신히 신음을 억누른 채 자지를 길게 빼냈다. 내장을 빠져나가면서도 달아오른 점막을 긁어내리는 자지에 쾌락을 느낀 하얀 몸이 파드득 떨렸다. 내내 도윤이 쥐고 쓰다듬었던 발목은 어느새 울긋불긋 분홍색 물이 들어 있었다. 도윤이 제 자지의 방향을 침대 끄트머리로 돌린 뒤 질펀한 정액을 주욱 짜냈다.
툭, 툭. 질은 액체가 침대 프레임에 쏘아졌다. 콘돔을 끼지 않을 시엔 마지막 타자를 제외한 사람은 질싸가 허용되지 않았다. 제법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는 그들의 룰이었다.
어느덧 자세가 바뀌고 해교의 사타구니 사이에 들어가 있는 인물도 바뀌었다. 도윤 위에 엎드린 해교의 골반을 붙들고 사납게 허리를 쳐올리는 연제 때문에 해교는 도윤의 어깨에 고개를 박고 침을 흘려 대고 있었다. 매끈한 피부 결의 어깨였지만 쉴 새 없이 밀린 탓에 어느덧 눌린 한쪽 뺨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목 아래 역시 비등하게 홧홧해 해교는 온몸을 지배하는 열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 아, 흐으……. 짓뭉개진 입술 사이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래에 자리한 도윤은 해교의 가슴을 주무르며 정신없이 젖꼭지를 핥고 빨았다. 쏠린 젖가슴은 중력에 의해 양감이 더욱 도드라졌고, 가쁘게 오르내리는 호흡에 몸체가 흔들릴 때마다 가슴살이 진동하며 출렁거렸다. 혀를 길게 빼내지 않아도 유두를 빠는 것이 퍽 용이한 상황이었다.
게걸스러운 소리를 만들어 내며 쭙쭙, 강하게 빨아들인 효과가 있었는지 뜨끈한 액체가 서서히 돌기에서 터져 나왔다. 연유에 약간 물을 섞은 정도의 점성을 띤 유즙이 돌기를 타고 끈적하게 흘렀다. 젖가슴을 자극한다고 해서 항상 나오는 게 아니었던 터라 가끔 이렇게 젖물이 터질 때면 큰 행운을 거머쥔 느낌이었다. 점차 부풀어 오르는 살점 중앙에서 새어 나오는 모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도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가슴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아, 하응! 으응!”
젖물이 터지면서 더욱더 큰 쾌감이 홍수처럼 내리쳤다. 자지를 씹어 먹을 듯 빠르게 조이며 맥동하기 시작하는 보지 때문에 보다 더 흥분한 연제가 허리 짓의 피치를 올렸다. 질척이며 점액질이 맞붙는 소리가 요란해 좆질을 하고 있는 이 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연제가 쾅, 거세게 자지를 박아 넣으며 보지를 철썩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가뜩이나 좁아 든 보지가 확 오므라들며 발작하듯 살덩이를 조였다. 잘은 진동에 꿀렁꿀렁, 질벽이 거세게 요동치며 자지에 찰싹 들러붙었다.
“헤엑! 아, 아, 으응!”
연제가 잘 익은 과육처럼 붉은 보지 속살을 느릿하게 문지르며 옆으로 펼쳤다. 촉촉하게 적셔진 점막이 옆으로 벌어지고, 그 사이에 박힌 제 자지가 꿈틀대는 모습이 선명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평생 이렇게 자신의 자지만 받아먹게 하고 싶었다.
저 둘을 어떻게 조지지. 그럼 해결될 텐데. 젖혀진 보짓살을 은근하게 바라보며 지혁과 도윤을 치울 생각을 하던 연제는 곧 시선을 거두고 다시 씹질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아! 으응, 으으으!”
아까 도윤이 한바탕 달구어 놓아서인지 쑤셔지지 않는 아랫구멍 안이 너무나도 간질거렸다. 그저 생각만 한 줄 알았는데 입 밖으로 새어 나갔는지 연제가 보지를 쑤시던 자지를 꺼내 뒷보지를 꿰뚫었다. 이를 두고 보던 도윤이 불뚝거리는 제 자지를 앞보지 입구에 끼워 맞춘 뒤 허리를 치받았다. 아, 아, 아! 커다란 자지 2개가 동시에 진입해선 육벽을 비벼 올렸다. 점막이 밀리면서 마구 달라붙었다.
쩌억, 쯔윽. 녹진녹진해진 붉은 육벽이 얇게 펴지면서 진득한 소리가 났고 이와 더불어 끓어오르기 시작한 열기가 단단한 귀두를 통해 두 남자에게 전달되었다. 순식간에 열이 오른 하체가 순서 없이 내밀한 구멍을 쳐올리며 드나들었다.
“흐으윽! 아, 아. 너, 너무 꽉 차아…….”
연제와 도윤의 자지가 두 보지 안을 채우자 해교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말간 뺨이 붉게 물들고 아랫입술이 마구 구겨졌다. 온몸이 수축하듯 움츠러들자 자지를 문 보지들도 쫀득하게 조여들었다.
“큿……. 씨발. 이도윤…….”
“후으…….”
잠자코 있던 지혁마저 다시 해교의 자지를 움켜쥔 손아귀를 좁히며 힘껏 살 기둥을 흔들었다. 도윤이 해교의 보지에 자지를 박고 있는 터라 둘 사이에 끼인 모양새였지만 상관없었다. 손등에 도윤의 살갗이 맞닿아 좆같았지만 좆같은 자지는 진료를 하면서도 많이 만졌으니 진료 보는 셈 치기로 했다.
지혁이 엄지로 요도구를 문질거리며 예민한 자지 꺼풀을 마구 자극했다. 미끈미끈한 쿠퍼액이 점철된 손바닥을 잠시도 가만두지 않고 움직이며 자지를 뭉그러뜨렸다. 도저히 저 둘의 자지로만 오롯이 가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아, 하아앙…… 어떡해애……. 해교의 허리가 경련하듯 제멋대로 튀어 올랐다.
넷이서 할 때는 온몸을 제어하는 뇌가 진탕 녹아 사라진 것처럼 제 몸이 제 몸이 아니게 되었다. 해교는 힘겹게 눈꺼풀을 끌어 올려 다채롭게 터지는 폭죽처럼 껌뻑이는 눈앞을 흐리멍덩하게 바라보았다. 확연한 쾌감이 펑, 펑 요란하게 번져 나갔다. 어느새 분홍빛 자지 끝에서 희멀건 액이 꿀렁이며 재차 쏟아져 나올 준비를 했다.
“아앙, 그, 그으, 마앙…… 흐으!”
점막과 동시에 혀까지 녹아내린 듯, 아찔한 신음이 뭉개진 채 쏟아졌다. 지혁이 쥐고 흔들던 작은 자지가 경련하며 픽, 한층 연해진 좆물을 내뿜었다. 뚜욱, 뚝 떨어지는 정액은 지혁의 핏줄 선 손등을 지나 해교의 아래에 있는 도윤의 복부 위에 번져 나갔다. 멋대로 널브러진 사지는 기분 좋은 저릿함에 경련하듯 발발 떨어 댄 지 오래였다.
“흐읏, 씨발. 너무 조이는데.”
연제가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해교의 엉덩이를 거칠게 쥐었다. 여린 살결이 힘을 주는 대로 짓뭉개지는 모습에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자지가 기어이 몸집을 더 부풀렸다. 단단하고 굵은 것이 자비 없이 들이치자 후벼 파이는 내벽은 흐물흐물하다 못해 녹아내렸다. 해교가 도윤의 목덜미에 제 이마를 비비며 끙끙 신음했다.
사정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연제가 하얀 등줄기에 입술을 내리고 연신 씹어 댔다. 누가 낸 흔적인지 알 수 없게 빼곡하게 들이찬 울혈들 사이로 또다시 새로운 붉은 자국이 새겨졌다.
맞닿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세 사람이지만 하얀 피부 위에 경쟁하듯 제 흔적을 남길 때에는 누군가 방금 닿고 지나간 살결일지라도 망설임 없이 제 입술을 내렸다. 마치 땅따먹기 하듯, 하얀 피부 전체를 제 흔적으로만 덮어 버리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었다.
“후으…….”
뒷보지에서 자지를 꺼내자마자 큼지막한 귀두 구멍에서 진득한 정액이 흘러나왔고, 이를 확인한 지혁은 미처 연제가 여운을 즐기기도 전에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도윤은 이번엔 아직 발기한 자지에서 좆물을 쏟아 내지도 못했지만 제 차례가 아니었던 터라 아쉬움을 참아 내고 몸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같이 삽입하는 건 죽어도 허하지 않는 지혁을 잘 아는 탓이었다.
불만 많은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힌 틈을 타 도윤이 가느다란 목선을 쓰다듬으며 해교의 아랫배를 저릿하게 만드는 숨결을 흩뿌렸다. 해교의 목덜미에 코를 박은 채 탁, 탁 제 손바닥에 거머쥔 자지를 거세게 흔들었다.
“아, 그으만…….”
예민한 목덜미를 뜨끈하게 데우는 숨결에 야들야들한 보짓살이 움츠러들면서 펄떡였다. 구멍이 벌건 속살을 내보였다 감추는 모습을 지켜보던 도윤이 중지를 보지 안으로 쑤욱 처박았다.
“읏!”
보지가 쫄깃하게 조여듦과 동시에 도윤의 자지가 뿌연 물을 내뱉었다. 돌연 흩어지는 해교의 신음에 연제를 응시하던 지혁의 시선이 빠르게 내려왔다. 탁, 사정한 도윤의 손가락을 떨궈 낸 지혁은 검사하듯 조붓한 보지 구멍 어귀와 여린 보짓살을 문질렀다. 아, 아흐으……. 언제 만져도 탱글탱글한 감촉이 환상적이었다.
지혁은 해교를 침대 위에 눕혀 사타구니를 벌리게 한 뒤, 뜨끈한 볼기 두 짝을 쥐고 바깥 방향으로 당겼다. 그새 꼭 다물린 분홍색 주름이 주욱 늘어나며 빠끔거렸다. 엉덩이 살을 움켜쥔 채로 구멍 안에 검지를 구부려 집어넣고 쭉 잡아 벌리니 살짝 부어오른 붉은 속살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미리 해 둔 좆질로 물기가 어려 촉촉했고 번들거리는 윤까지 났다. 씨발. 이 아까운 걸 나눠 먹는 게 성에 차지 않았다. 조무래기들 입을 막고 내쫓아 버릴 계획이 절실했다.
제가 벌인 짓이 아니라 마음에 차지 않은 그가 찬찬히 주름 위를 더듬었다. 깜짝 놀란 해교가 앗, 흐응, 작은 신음을 내며 허리를 뒤흔들었다. 아직 쾌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였다.
아쉬운 듯 혀를 내어 입술 끝을 핥던 지혁이 아랫구멍 안에 중지를 천천히 밀어 넣고는 엄지를 보지 안으로 쑤셔 넣었다. 마침내 각각의 손가락이 손등 뼈와 엄지 마디에 걸릴 때까지 삽입되자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손가락을 들쑤시며 내벽을 자극했다.
철퍽철퍽, 안으로 구부러진 두 손가락이 만날 것처럼 오므라들었다가 떨어질 때마다 진득한 소리가 났다. 단단한 손가락 끝에 엉덩이 살과 보짓살이 뭉개질 때면 절로 허리가 잘게 떨렸다. 밑도 끝도 없이 아찔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기분이었다.
“흐읏…… 하, 아, 하아아.”
2개의 자지로 휘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지와 뒷보지를 또다시 동시에 쑤셔 대니 호흡이 버거웠다.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해교가 헐떡이며 고개를 젓자 살랑이는 머리카락이 옆에 모로 누워 있던 도윤의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지켜보는 도윤이 해교의 뺨을 살살 쓸었다.
“아으흣, 선, 생님…… 아……앙…… 힉!”
지혁이 앞보지와 뒷보지에 걸친 손가락을 빼냈다. 축축한 체액으로 범벅된 손가락이 번들거렸다. 뒤이어 프리컴에 질척하게 적셔신 자지로 주욱 회음을 긁어 대다 서서히 보지를 꿰뚫었다.
퍽, 적나라한 소리를 만들어 낸 생자지가 드세게 보지 안을 파고들었다. 보지 안에 고여 있던 애액이 철벅이며 튀었다. 연이어 지혁의 장골 주변 음모에도 묻어났다.
우람한 사타구니가 턱턱, 둔부에 맞붙을 때마다 조금씩 밀려 올라가는 몸 때문에 연제가 위로 자리를 옮겼다. 밀리는 어깨를 쩍 근육이 갈라진 허벅지로 고정하곤 오돌토돌한 유두 2개를 마디진 손으로 마음껏 굴렸다.
아까 양껏 우유를 쏟아 내서인지 여문 알갱이에서는 간간이 소량의 유즙만이 방울방울 맺혔다. 연제는 이를 윤활유 삼아 거침없이 젖가슴을 문지르고 굴려 댔다. 아아, 흐으, 응……! 거칠한 지문이 닿을 때마다 야릇한 소름이 돋아 해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떨어 댔다. 이를 지켜보던 지혁이 다시 한번 자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절경이긴 한데…… 씹, 흠이 있네.”
지금 자세로는 맞은편에 있는 우연제가 하는 짓이 보여 거슬렸다. 미간을 찌푸린 지혁이 해교의 등허리를 받치고 일어나게끔 만든 뒤 제 목덜미에 해교의 얼굴을 묻게 했다. 달아오른 두 뺨과 이마, 작은 얼굴 한 가득 축축한 땀이 흥건했지만 불쾌감은 없었다.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려다 멈칫한 지혁은 한쪽 뺨에 꾸욱, 입술을 내리고 눈을 마주친 뒤 다시 한번 입술을 내렸다. 그러곤 고개를 들었다.
마주한 채 도톰한 틈새를 훑어 내리다 단번에 자지를 꽂았다. 자지가 부드럽게 보지를 가르자 맞닿아 있는 젖가슴 돌기가 뾰족하게 돋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지혁이 살짝 상체를 뒤트니 단단한 가슴 근육에 비벼진 젖꼭지가 발발 떨려 왔다.
돌연 지혁이 넣었던 자지를 쑥 빼냈다. 그러곤 다시 귀두를 확 밀어 넣었다. 연이어 여러 개의 자지로 자극받아서인지 바뀐 체위로 허리를 쳐올리자마자 희멀건 자지에서 금세 좆물이 터졌다. 벌써 오늘만 몇 번째 사정인지. 탈진에 이르러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온몸 안에 고인 모든 물을 뽑아낸 것만 같았다.
“저 가, 흐으, 갔는 데에……. 으응, 아앙, 가, 갔…….”
“미안. 난 아직 못 가서.”
말을 마친 지혁이 멈추었던 허리를 다시금 난폭하게 움직였다. 골반을 꽉 붙든 채로 자지가 포동포동한 질벽을 빠르게 짓치고 나갈 때마다 여린 점막이 으깨졌다. 몰캉하게 익은 과실을 퍽퍽 쳐대서 묽은 과육이 픽픽 쏘아져 나오는 것처럼 살덩이가 보지 안을 드나들 때마다 끈적이는 점액질이 쏟아졌다.
“가, 갔다고 말, 으응, 으, 아, 아! 하앙!”
“그러니까 이번에는, 후우,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가요.”
앞에 두 새끼들이랑 가지 말았어야지. 아직 여운이 남아 발발 떨리는 깊숙한 곳을 커다란 귀두가 단번에 짓쳐 올렸다. 몰아쉬는 호흡에 양감 있는 젖가슴이 가늘게 떨리고 젖물이 터질 것처럼 유두가 파들파들 움찔거렸다.
“하으……! 아! 아! 안, 대애! 흐읏!”
성감이 지나쳤다. 울부짖듯 신음을 내지른 해교는 어쩔 줄 모르며 양손으로 쥐고 있던 지혁의 등을 긁어 내렸다. 주륵, 세워진 손톱이 내려오면서 반듯한 등에 붉은 자국 여섯 줄을 남겼다. 동시에 달아오른 젖꼭지에서 모유가 쪼록 쏟아져 나왔다.
“크읏.”
지스팟을 찾아 푸욱 찍어 내리고 벌주듯 짓뭉개던 자지가 절정에 올랐다. 지금껏 참아 낸 좆물을 보지 안에 한가득 퍼부으며 지혁이 빠르게 허리를 털어 댔다. 바로 직전, 사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해교의 자지 선단에서도 소량의 좆물이 픽픽 흘러나와 지혁의 깊게 파인 복근을 적셨다.
뜨끈한 정액과 애액이 만나 보지 점막이 녹아내리고, 진득한 좆물이 붉은 살점 안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 순번까지 기다리는 건 좆같았으나 이렇게 해교 안에 자신의 씨물을 퍼뜨릴 수 있는 건 나쁘지 않았다.
죄 씹히고 빨려 하얗던 피부가 온통 새붉어지자, 마침내 셋은 제 몸을 물렸다. 혼절할 듯 몰아치던 섹스가 끝나며 눈동자에 차올랐던 음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남은 것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투기심과 해교에 대한 충만한 애정뿐이었다.
힘이 쭉 빠져 늘어진 해교의 몸을 닦아 낼 때도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탈력감에 진이 빠진 해교에게 앞다투어 다가간 그들은 그를 안고 욕실로 이동할 사람은 누구인지에서부터 구멍에 손가락을 넣을 사람은 누구인지, 예민한 유두를 닦아 낼 사람은 누구인지.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끝이 없을 일에 대해 목숨을 걸고 싸워 댔다. 그러나 그 누구도 경쟁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저 혼자 할래요.”
기다리느라 지친 해교가 툭, 말을 던지자 3명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여태껏 시끄럽던 방 안이 모두의 입에 입마개라도 물린 듯 단숨에 조용해졌다.
“자, 자꾸 싸우니까……. 그냥, 제가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씨발. 이제 룰이 하나 더 생겼다. 차해교 앞에선 싸우지 않기. 해교의 반응 하나하나에 휘둘려 언제든 바뀌고 추가되는 것이 이 집의 법도였다. 집주인만 모르는 국법이었다.
* * *
바스락, 바스락. 새벽에 일찍 눈을 뜬 해교는 냉동실 문을 열고 얼려 둔 도넛을 하나 꺼냈다. 일전에 도윤이 맛보라고 사 온 도넛을 냉큼 입에 넣고 깨끗이 먹어 치웠더니 당일 저녁에 앞다투어 같은 종류로 한 박스씩 사 온 세 남자 덕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도넛이었다.
살짝 레인지에 데운 뒤 우유와 곁들여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달콤한 연유가 입 안 가득 퍼지며 행복감을 선사했다. 해교는 셋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머지 두 박스에서 하나씩의 도넛을 추가로 꺼내 먹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게 자신이 사 온 도넛 박스에 이름까지 써 놓은 탓이었다. 도넛이 적게 줄어든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두 사람이 아마 종일 꼬투리를 잡고 놀려 댈 게 뻔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슬 잠이 밀려와 바로 제 침실로 돌아가 엎드려서 잠이 들었는데.
“우, 윽. 웨엑!”
새벽에 급작스럽게 땅겨 꺼내먹은 도넛이 체하기라도 한 건지 눈을 뜨자마자 속이 더부룩했다. 건식으로 쓰는 제 방 화장실 대신 거실 화장실로 달려가서 변기를 붙잡고 속을 게워 내길 한참. 입 안 가득한 토기에 허리를 굽혀 세면대에서 입 안을 헹궈 내다가 또다시 구역질을 해 댔다.
평소 씻을 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해교가 아연한 기색으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휑한 거실을 가르고 해교를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이 모여들었다.
해교와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면 함께 살면서도 늘 서로를 본체만체하던 이들이었으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문 채 멀거니 해교만을 응시한 것이다. 무얼 하는지 한창 바쁘게 휴대폰을 두드리던 연제마저 움직임이 멎어 있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거실, 적요한 침묵을 깨뜨린 건 도윤이었다.
“혹시…….”
도윤이 조심스레 꺼낸 단 두 글자의 말에 지혁과 연제의 목울대가 떨려 왔다. 혹시. 세 사람의 머릿속엔 공통된 단어가 깜빡이고 있었다. 뒤를 잇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살짝 볼록해 보이는 자그마한 배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왜요.”
“임신한 거 아니에요?”
“애 뱄어요?”
“아이 가진 거 아닙니까.”
“마, 말도 안 돼…….”
해교가 눈을 크게 치켜뜨곤 고개를 저었다. 느닷없이 임신이라니. 혹시 방금 게워 낸 게 정말 입덧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가정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설마, 정말로 아이가 임신되었다면.
“그렇다면 누구 앤지 몰라요…….”
3명 모두 늘 콘돔을 쓰지 않고 생자지로 관계해 왔었다. 거기다 매번 관계 때마다 순서만 정했지, 하루에 한 보지 안에 3명분의 좆물을 다 받아먹은 날도 적지 않았기에 임신 주수를 따지더라도 누구 애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제 아이일 거예요. 저는 두 사람보다 정자를 많이 아껴 뒀었거든요. 알죠? 인생에서 오직 형뿐이라는 거.”
“헛소리 마, 이도윤. 조준도 잘 못하던 아다 새끼 주제에. 당연히 내 애지. 내가 뭐든 백발백중이거든.”
투닥이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혁이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상당히 한심하다는 눈빛을 띠곤 쯔읏, 하고 혀를 차면서 타박하기 위해 입술을 움직였다. 이래서 어린놈들이랑 말을 섞기 싫다니까.
“개소리 그만해. 애 아빠로서 적령기는 나밖에 없으니까.”
평소 나지막하게 읊조리던 목소리와는 달리 살짝 상기된 음색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연제가 기가 찬 듯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리고는 역력히 지혁을 비웃었다.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건지. 이럴 때마다 유치하게 구는 것이 꼭 저나 이도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혹여나 해교 앞에서 또 싸우게 될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진 못했지만.
* * *
한바탕 소동이 인 뒤 출근길에 나선 지혁은 가만히 있으려 해도 자꾸만 가슴팍이 오르내렸다. 해교와 저 사이에 아이가 생기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생겼다고 가정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장거리 러닝이라도 하고 돌아온 것처럼 종일 호흡이 가빴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저 거머리 같은 두 핏덩이들을 치울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지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아니면 돌쇠1, 돌쇠2 정도로 강등된 스스로의 처지를 알고서 알아서 기어 나가게 만들거나.
저도 모르게 한껏 치솟은 입꼬리를 기다란 손가락으로 매만지던 지혁이 구비해야 할 장비를 머릿속으로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초음파 정도야 굳이 산부인과 전문의의 손을 탈 필요 없이 제 선에도 볼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또 마련해야 할 건…….
지혁이 단꿈에 젖어 있는 동안 도윤과 연제는 아이의 성을 가지고 싸우고 있었다. 흔한 ‘이’씨 성보다는 조금 더 유니크한 ‘우’씨 성을 붙여 주는 게 좋겠다며 연제가 거진 말싸움에서 이겨 갈 때쯤이었다. 동동 발을 구르며 제 방 안에 들어가 있던 해교가 벌컥 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와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디 가게요?”
“이, 임신 검사하는 거……. 그거 약국에 팔잖아요.”
“아. 내가 갔다 올게요. 임산부가 어딜 나가요. 이도윤, 형 좀 데리고 있어.”
한껏 고양된 표정을 한 연제가 집을 나서 근처 약국으로 향했다. 약국 문을 열자마자 당당하게 “임신 테스트기 제일 비싼 걸로 주세요. 비싼 게 제일 좋은 거 맞죠?”라고 외쳐 대 약사를 당황케 하곤 한참 어린 얼굴로 제가 곧 아빠가 될 것 같다는, 묻지도 않은 말을 던져 연이어 그의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다.
정말 이 아이가 제 아이라면 꽤나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되는 셈이긴 했다. 일단 학교는 휴학하고 원래 살던 집으로 해교와 돌아가 둘이 출산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친김에 나머지 둘도 떨궈 내고……. 갑자기 생긴 손자에 당황하긴 하겠지만 핏줄에 애틋한 제 부모라면 양육비도 넉넉하게 대 줄 것 같았다.
상상으로 바빠진 연제의 손에 약사가 임신 테스트기를 건넸다. 여자와 관계한 적이 없기에 임신 테스트기를 사 볼 생각을 않았던 연제는 신기한지 손에 쥔 임신 테스트기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관찰했다. 농축된 소변으로 임신 호르몬을 판가름한다는 게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해교와 저 사이의 아이를 상상하며 빠르게 약국을 다녀온 연제가 현관문을 열자 도윤이 해교를 어르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한 해교를 껴안은 채 느릿느릿, 부드럽게 등줄기를 쓸어 주면서 감미로운 음색으로 그를 달래고 있었다. 허벅지 위에 해교를 올려 두고 도닥이는 모습이, 꼭 포즈만 보아서는 누가 봐도 애 아빠는 도윤이었다.
연제는 순식간에 두 연인 사이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가 자초한 일이긴 했지만.
“설사 누구 애라도 형 아이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요. 잘 키울게요. 낳아만 주…….”
“뭐해, 이도윤?”
“아, 왔어?”
“아…….”
초조한 듯 엄지 거스러미를 이로 뜯고 있던 해교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연제에게로 다가갔다. 빨리, 빨리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아 마음이 급했다.
“빠, 빨리 주세요.”
“여기 있긴 한데…….”
해교는 미처 뒷말을 듣지 않은 채 연제의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를 낚아챈 뒤 성마르게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지금은 연제의 기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굳게 문을 걸어 잠근 뒤에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네모나게 파인 부분에 소변을 누고 시간이 흐르면 임신 여부가 판별이 난다는 설명서가 딸려 있었다. 쪼르륵, 얇은 오줌 줄기가 테스트기 위로 떨어지고 해교가 눈을 질끈 감았다. 변기 위에 앉은 채로 억겁의 시간이 흘렀다.
숨을 죽이고 테스트기를 보고 있던 해교가 마침내 참은 날숨을 토해 냈다.
“하, 한 줄…….”
다행이었다. 정말로. 다시 확인해도 정확히 한 줄이었다. 이럴 경우엔 임신이 아니라는 설명서를 읽고, 또 읽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교는 애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낳아서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다. 임신이 가능한 몸이란 건 알았지만 아직 제 나이에 임신 같은 걸 생각해 보는 건 시기상조라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임신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아까부터 갑갑했던 속이 풀리면서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었다. 아무래도 새벽에 도넛을 급하게 먹어서 체하기라도 했던 모양이었다. 괜히 3개나 먹어선. 하아……. 크게 숨을 내쉰 해교가 문을 열자 일을 제치고 퇴근한 지혁까지 세 사람이 굳은 얼굴로 그를 오매불망 바라보았다.
“저 임신 아니래요.”
“아……. 확실해요?”
“진짜? 어디 줘 봐요.”
“두 줄. 두 줄 아니에요?”
안심한 해교와는 달리 세 남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표현만 달랐지 모두 자신의 아이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만에 하나 제 아이가 아니라 한들 제 호적에 올려 키우고 싶은 속내를 감추고 있기도 했다. 아침과는 또 다른 이유로 3명의 숨이 멈추는 순간이었다.
* * *
엉거주춤하게 앉은 해교의 무릎 위로 제법 묵직한 선물 상자가 놓였다. 큼지막한 실크 리본이 상자를 두른 걸로 봐서는 분명히 선물을 포장한 게 맞았는데, 기류가 이상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 여섯이 한데 모여 해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 우리가 의견이 맞기가 쉽지 않은데.”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은 거예요.”
“아이가 온 줄 알고 들떴다가 아니란 걸 아니까 걷잡을 수 없이 슬퍼서…… 위로차 해 줬으면 좋겠어요.”
고급스럽게 포장된 상자 안, 귀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싸인 몇 겹의 비닐을 걷어 냈을 때 해교의 눈이 쏟아질 듯 커다랗게 뜨이며 뒤흔들렸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걸.
해교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어 유순한 눈가를 찡그렸다. 좀처럼 잘 짓지 않는 표정에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서 매끈한 이마가 함께 움찔거렸다. 세 남자는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해교의 얼굴을 온전히 제 눈동자에 담기 위해 애썼다. 당장 카메라라도 들이대고 싶지만 그랬다간 산통을 깨 넷이서 할 플레이에서 열외될 가능성이 있는 탓에 시도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의 정체는 복슬복슬한 질감의 쫑긋한 토끼 귀 머리띠와 몽실몽실한 토끼 꼬리가 달린 애널 플러그였다. 플러그는 길지 않은 길이였지만 아랫부분으로 내려올수록 역으로 굵직한 형상을 갖추어 한번 넣으면 좀처럼 뽑히지 않을 만했다.
옆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천조각과 더불어 당근 모양의 촉수 바이브레이터가 나란히 놓여 있어 해교는 몇 번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런 저질적인 물건은 틀림없이 우연제가 공수해 온 것일 게 분명했다.
“안 해 줄 거예요?”
도윤이 시무룩한 얼굴로 입꼬리를 늘어뜨렸다.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꽤나 들떴었던 연제도, 그 옆의 지혁도 엇비슷한 낯빛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아 퍼뜩 태세를 바꾼지 눈치채지 못한 해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들의 표정에 마치 제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임신시켜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그러긴커녕, 앞다투어 낳아 달라고, 잘 키우겠다고 말했던 그들이 아닌가.
“으……. 네. 하, 할게요.”
해교는 자포자기한 기색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늘 자신에게 아낌없는 애정 표현을 쏟아붓고 제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세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다. 처음엔 넷이서 사는 게 가능한가, 의심을 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단 한 번도 제가 가졌다고 느껴 본 적 없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행복이라는 감정, 평안이라는 기분을 알게 해 준 것이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연인이라는 틀보다는 가족이라고 명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금의 형태가 자신에게 더 맞는 것도 같았다. 그런 그들이 울적한 날이니 이런 거라도 해서 기분을 풀어 줄 수 있다면 해 주는 게 맞았다. 대체 왜 이런 걸 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
“…….”
“…….”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세 사람 모두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조용히 헛숨만 들이켰다. 처음 해교에게 토끼 코스튬을 입히자고 했던 연제도, 형이 싫어할 짓 권유하지 말라고 하던 도윤도, 언제 철들지 모르겠다며 혀를 차던 지혁까지도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해교를 바라보았다.
연갈색 머리카락 위에 얹어진 보드라운 하얀 털이 가득한 토끼 귀. 토끼를 닮은 동그란 눈꼬리와 커다란 눈망울. 발그레한 뺨에 이어 젖가슴을 가리는 반투명한 레이스 브라렛. 토실토실한 허벅지와 대비되는 가느다란 발목을 따라 신긴 하얀 스타킹까지.
골반을 지나 배꼽까지 끌어 올려진 스타킹에 쫀쫀하게 조여진 허리가 유독 낭창한 모습이었다. 압박받지 않은 부위의 살점이 볼록 튀어나와 있는 모습마저도 색정적이었다.
조그만 자지는 탄력 있는 스타킹에 짓눌려 거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얼핏 봐서는 자지를 달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낮은 둔덕이 애매한 능선을 그렸다. 그렇게 도톰하게 튀어나온 자지 부근과 살집 있는 엉덩이 인근만 스타킹이 늘어나 은근하게 살색을 드러냈다.
당장에 저 반들거리는 스타킹을 잡아 쥐어뜯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침만 삼키며 기회를 노리던 중, 도윤이 먼저 나섰다. 우물쭈물 서 있는 해교의 손목을 잡아 끌어 내려 침대 위에 앉힌 뒤, 어느새 내린 바지 사이로 튀어나온 굵직한 자지 기둥을 붙들고 얇은 스타킹 위를 문질렀다.
끈적한 선액이 스타킹 위에 점철되면서 해교의 자지를 문댔는데, 그저 자지끼리 맞닿게 한 채 비벼 대는 것만으로도 살굿빛 자그만 자지에 피가 몰리기 시작하였다. 젖은 자지가 발기하며 둔덕이 점차 가팔라지고 스타킹이 팽팽하게 당겨 왔다.
“읏, 으응……. 이상, 하으, 이상해요……. 도…… 아앙…….”
당장이라도 스타킹을 터트릴 것처럼 올라붙기 시작한 살덩이에 도윤의 잇새에서 뜨거운 숨이 샜다. 몇 번 더 아찔하게 부푸는 자지 위를 문대다가 고간쯤에 위치한 스타킹 면을 붙들고 좌우로 당겼다.
찌이익, 연약한 섬유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스타킹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단단해진 자지가 튀어나왔다. 눌려 빨개진 자지가 톡 튀어나오자 반동으로 연결된 음낭이 잘게 떨려왔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이 얇은 스타킹 면을 통과해 뚜욱,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만. 더 찢지 마.”
도윤이 마저 스타킹을 찢으려 하는 순간, 지켜보던 지혁이 나섰다. 해교의 오금을 짓눌러 몸을 절반쯤 접게 만들고선 채 찢어지지 않은 스타킹이 감싼 보지에 얼굴을 내렸다. 하아으! 깜짝 놀란 해교가 퍼뜩 튀어 올랐으나 지혁은 아랑곳 않고 혀를 내어 거칠한 스타킹이 감싼 보지를 진득하게 핥기 시작했다.
“서으, 흐응! 아, 아!”
온몸을 파르르 떨어 대는 몸짓에 끄떡 않고 집요하게 보지를 탐했다. 보드랍고 매끈매끈한 생보지의 살점을 빨아들이는 것도 좋았으나 얇은 그물처럼 짜인 스타킹을 막처럼 사이에 두고 보지를 자극하는 건 또 다른 흥분을 자아냈다. 눌린 음핵이 짜부라진 채로 파들거리는 것 또한 단단히 한몫했다.
생경한 흥분을 느끼는 건 지혁만이 아니었다. 해교는 굵직한 살덩이와 보지 사이를 가로막는 스타킹이 밀리고 쓸릴 때마다 아랫배에 바짝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거칠거칠한 면이 보지를 압박하고 비벼 대면서 무섭도록 선명한 쾌감이 일었다. 압박 자위와 비슷했으나 그보다 더 노골적인 쾌감이었다.
“응, 으응…….”
마침내 이까지 드러내 보지를 감싼 스타킹을 긁어 대던 지혁이 콰득, 천을 물고 세로로 죽 찢어 냈다. 입술과 스타킹을 잇는 기다란 실타래 같은 타액이 툭, 공중에서 끊기면서 보짓살 위로 떨어졌다. 아……! 지금껏 압박당하던 보지가 드러나면서 막혔던 혈관이 뚫리고 피가 돌기 시작했다. 흐응, 아, 으응……. 발작하듯 하체를 떨자 보지 안에서 흥건한 애액이 쏟아졌다.
뜨끈한 보짓물이 보지를 지나 아랫구멍까지 흘러내렸다. 이제는 헐거워진 뜯어진 스타킹 사이로 통통하게 물오른 엉덩이 살이 모습을 드러냈고 가랑이 사이로 2개의 구멍이 빠끔거렸다. 그 구멍에 뜨거운 시선 3쌍이 쏟아졌다.
“후우. 넣을게요?”
연제가 상자 안에 얌전히 담겨 있던 복슬복슬한 토끼 꼬리 애널 플러그를 집어 들었다. 움찔움찔 개폐를 반복하는 구멍 어귀는 이미 보짓물로 흥건해 서서히 플러그를 돌리면서 끼워 넣으면 무리 없이 뒷보지 안에 박혀 들 것이다.
“아, 아! 흐으! 히이!”
플러그로 갈라진 보지 틈을 스윽 훑어 낸 연제가 꽉 다물린 뒷보지로 토끼 꼬리를 쑤셔 넣기 시작했다. 쫀득한 점막이 벌어지며 버거운 플러그 끄트머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해교의 허리가 벌벌 떨렸다. 차가운 금속에 붉은 속살이 들러붙어선 서서히 감겨 왔다.
후우. 연제가 뜨거운 숨을 참아 내며 단숨에 꼬리 끝까지 엉덩이 안으로 치받았다. 뽁, 소릴 내며 온전히 들어간 플러그가 해교의 움직임에 따라 들썩거렸다. 아, 으으응……! 포동포동 살이 오른 하얀 볼기가 둥그렇게 능선을 그리고 그보다 더 새하얀 토끼 꼬리가 엉덩이 살에 매달려 요동치는 모습에 절로 아랫도리에 피가 몰렸다.
“씨발, 존나…….”
“우연제. 뭔 해괴한 짓인가 했었는데 진짜 칭찬할게, 너…….”
숨을 죽이고 바라보던 도윤의 입매가 슬며시 휘어 올랐다. 제가 만들어 낸 역작을 바라보는 연제 역시 잠시도 입술을 가만두지 못하곤 씰룩였다.
“……둘 다 시끄러워. 산통 깨지 마.”
여전히 침착한 표정을 한 지혁이 당근 모양의 촉수 바이브레이터로 보지 안을 쑤셨다. 아, 아……. 해교의 손가락이 파들거리며 경련했다. 잘게 흔들리는 촉수 돌기를 땡땡한 클리토리스에 가져다 대자마자 아래가 경직되었다.
지잉, 얕게 울리는 진동음과는 달리 세차게 흔들리는 돌기에 맞추어 보짓살이 잘게 떨렸다. 꿈틀꿈틀, 보지 안 깊은 속살에서 발발한 감각은 서서히 끓어올라 단숨에 머리 꼭대기까지 튀었다.
당근이 드나드는 구멍이 벌름거리며 뻘건 속살을 드러냈다. 미끈미끈한 점액질에 흥건해진 구멍 속을 들어갔다 빠져나올 때마다 딱딱한 당근 표면에 끈적한 물기가 묻어났다. 마찰에 진동이 일어 연한 두부 같은 엉덩이 살이 파르르 뒤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덤이었다.
주황빛을 띤 유치한 당근 모양의 바이브레이터가 뽁, 완벽하게 구멍을 빠져나가자 비어 버린 공간을 타고 체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진득한 점성의 액체를 내보내는 구멍은 꽤 많은 양의 물을 뱉어 낸 뒤에야 촘촘하게 조이며 서서히 다물렸다.
치뜬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서서히 잦아드는 진동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자극에 흥분한 보지는 계속해서 빠끔대며 살점을 팔딱였다. 그 바로 아래에서 잘게 흔들리는 토끼 꼬리를 바라보는 지혁의 이가 악물렸다. 정말 토끼로 태어난 사람을 보는 듯,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한 광경이었다. 참지 못하고 해교의 엉덩이를 가볍게 후려쳤다.
“아! 아앙! 아……아!”
찰싹이는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얻어맞은 볼깃살이 파들파들 떨리며 곧 하얀 엉덩이 위로 얼룩덜룩한 손자국이 생겼다.
연제도, 도윤도 감히 해교를 때렸다는 생각에 지혁을 흘겼지만 시야에 걸리는 부푼 엉덩이를 보자 금세 입을 다물고 숨을 삼켰다. 저 연약하고 보드라운 살덩이에 이번엔 자신이 손을 올려 반죽하듯 마구 쥐고 흔들고 싶다는 욕구가 치민 것이다.
“흣, 흐으…….”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쉬어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그만해 달라는 듯 바이브레이터를 쥔 지혁의 아래팔을 붙들고 해교가 제 뺨을 비벼 댔다. 소름 끼칠 만큼 매끈한 뺨의 감촉에 지혁이 거친 숨을 쏟아 내리며 연제와 도윤을 슬쩍 살폈다. 토끼 분장을 한 해교에게 누가 가장 먼저 자지를 쑤실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의 결론을 내지 못한 까닭이다.
눈 앞에 펼쳐진 난잡한 광경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도윤이 아플 정도로 바짝 부푼 중심을 쥔 채 고개를 사선으로 까딱였다. 아마도 바이브레이터도, 애널 플러그도 꽂아 넣지 않았으니 자지를 먼저 넣는 것은 제 차례라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선 도윤이 갈라진 엉덩이 골 사이에 뜨거운 살덩이를 쥐고 문댔다. 그 꼴을 지켜보는 지혁이 입 안 살을 짓씹었다. 연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럴 때면 아쉬웠다. 무얼 하든 공유가 강제되고 제가 아는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아는 또 다른 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럴 때면 나머지 둘을 야산에 파묻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잠들기 전, 진지하게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해교를 제외하고 이 집에 사는 모두의 공통된 욕구였다.
하지만 방식은 다를지언정 셋 모두 해교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것만은 자명했다. 각기 다른 세 사람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같았다. 차해교의 행복. 그거면 됐다. 해교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 그 애정의 집약체가 바로 이 집이었으니까.
해교는 앞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자신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이 집 안에서.
<다정한 진료, IF 외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