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걸까.
귓가에 들려오는 요란한 휴대폰 벨 소리에 해교는 뻑뻑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혹시라도 우연제의 연락이라면, 안 받았다고 또 얼마나 박힐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이 급했다. 읏……. 해교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바닥에서 번쩍이는 휴대폰을 들었다.
- 형, 지금 형 집 가는 중이에요.
“네?”
- 형 집에서 하잔 소린 아니니까 쫄지 말고 일어나 있어요.
아직 어두운 집 안에 스며든 새벽 공기가 건재했다. 커튼을 살짝 걷어 보니 푸르른 어스름이 가시지도 않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지.
몸을 덮고 있던 얇은 여름 이불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프레임 모서리에 몸을 웅크리고 기댔다. 우연제는 언제 올까. 영영 안 왔으면 좋겠다.
“오지 마라. 제발.”
주문처럼 말을 되뇌다 해교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정적을 가르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누군가 현관문을 탕, 탕 쳐 대고 있었다. 필시 우연제일 것이라는 생각에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열었다.
예상한 대로 방문자는 연제였는데, 새벽 공기가 쌀쌀하게 느껴지지도 않는지 민소매 티셔츠에 가벼운 조거 팬츠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답지 않게 꽤 들뜬 표정인 것도 같았다.
“무슨…… 일이에요?”
“어디 좀 가려고요.”
연제는 잠이 덜 깨 얼떨떨한 해교의 손목을 잡고 집을 나섰다. 조용한 골목에 세워진 진회색 스포츠카는 정차 중에도 꽤 큰 소음을 만들어 내며 웅웅대고 있었다. 몇 번 얻어 탄 승용차들과는 달리 낮은 차체에 당황한 해교가 쉽사리 도어캐치를 잡지 못하자 연제가 직접 문을 열어 해교를 앉힌 뒤 운전석으로 몸을 실었다.
차는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곧바로 고속 도로를 탔다. 고속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총알같이 쏘아 달리는 차량에 겁을 집어먹은 해교가 안전벨트를 꼭 붙들고 연제를 바라보았다. 센터페시아가 보이지 않아 어디로 향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우리 진짜 어…… 어디 가요?”
“형이랑 나, 우리긴 하네. 좋은 데 갈 거예요.”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달린 차량은 어느 순간 한적한 해안 도로에 닿았다. 지평선 너머 금빛 태양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가 등장하자 소프트 톱이 올라가며 바람이 불어왔다. 해교는 옆자리에 연제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빠져들었다.
도착지는 해안가 프라이빗 리조트였다. 차를 타고 라운지를 거쳐 타운하우스의 외형을 한 독채 리조트로 들어섰다. 2층으로 된 건물 안에 발을 들이면서 눈을 휘둥그렇게 뜬 해교가 귀여운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던 연제는 곧 근육질의 단단한 팔을 뻗어 해교를 옭아매듯 뒤에서 껴안았다.
“요즘 집에 편하게 있을 수가 없어서 여기로 왔어요.”
시도 때도 없이 도윤이 찾아와 짜증 난 것이 이유였다. 워낙 불쑥불쑥 찾아오는 탓에 마음 놓고 씹질하기가 어려웠다. 굳이 남 앞에서 성생활을 감추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이상하게도 도윤 앞에 해교를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연제에게 안긴 채 눈만 굴리던 해교는 거실에서부터 쭉 이어진 통유리 벽을 응시했다. 투명한 대형 유리 벽 건너엔 커다란 개인 수영장이 딸려 있었고, 수영장 옆엔 홈 바와 와인 셀러가 비치되어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곳이었다. 이런 곳은 몇 명이서 청소할까. 쓸데없이 직업병이 도진 해교가 눈으로 견적을 내던 중, 연제가 자세를 바꿔 해교의 손목을 붙잡았다.
맥없이 연제가 이끄는 대로 끌려간 해교는 입고 온 옷을 훌렁훌렁 벗어 버리는 연제 때문에 또다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바깥에서도 보이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연제는 유리 벽 옆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를 열곤 망설임 없이 수영장 안으로 몸을 날렸다.
풍덩, 사방으로 물이 튀며 해교 역시 흠뻑 젖어 버렸다.
“형. 수영할 줄 알아요?”
어느덧 미끄러지듯 헤엄쳐 다가온 연제가 해교의 발 아래, 수영장 턱에 팔을 교차해 걸친 뒤 턱을 들고 물어 왔다.
“아니요.”
“아쉽다. 같이 수영하면 좋을 텐데. 내가 가르쳐 줘요?”
“아니요…….”
강요하면 어쩌나 긴장하고 대답했는데 별 미련 없이 연제는 다시 물속에 제 몸을 담그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탄탄한 근육이 잡힌 몸체가 유려하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해교는 그런 연제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 풀 앞에 설치된 선베드 끝에 조심스레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새벽에 출발했었는데 벌써 한낮인 것 같았다. 워낙에 갑작스럽게 나오느라 미처 휴대폰도 챙겨 오지 못했다. 이렇게 멀리 나올 줄 몰랐던 탓이었다. 우연제를 보거나 리조트를 감싼 담벼락을 바라보거나 하는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죽이던 해교는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다.
우연제가 언제 옮겨 놓았는지 눈을 뜨니 침대 위였다. 아까 리조트 곳곳을 살펴보지도 못했으니 지금 있는 방이 1층인지, 2층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여기까지 데려와서 할 짓이야 빤하니 차라리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눈을 깜빡일 때 문이 열렸다.
“일어났네?”
“아…….”
“배 안 고파요? 여기 취식도 되긴 하는데 뭐 사 놓은 게 없어서.”
해교는 또다시 끈 달린 종이 인형처럼 연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해안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도저히 입에 뭐가 들어갈 것 같진 않았지만 일전에 우연제가 윗입에 안 넣으면 아랫입에 넣는다고 한 말이 생각나 되는대로 입에 넣고 씹어 넘겼다.
우연제는 기분이 좋았는지 들뜬 표정으로 이것도 먹어 봐라, 저것도 먹어 봐라 하며 권해 대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밥을 먹고 나면 리조트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봐 둔 곳이 있다며 수목원으로 향해 그 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어울리지 않게 산책까지 했다. 물론 해교는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연제를 쫓아가는 것이 다였지만.
수목원에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차에 올랐을 때, 해교에게 가볍게 입을 맞춰 오던 연제는 불편한 듯 어깨를 한번 돌렸다. 차체가 너무 좁아 어떻게 몸을 틀어도 각이 나오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럴 거면 R8 대신 다른 차를 끌고 오는 거였는데. 짜증스레 한숨을 내쉬던 연제는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뒤 입꼬리를 쭉 찢어 올리곤 핸들을 돌렸다.
맑은 하늘이 감싸는 해안 도로를 달리던 중 끼이익, 타이어 찢어지는 소릴 내며 차가 해변 끝에 정차했다. 아직 아까 머물던 리조트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인적은 드문 바닷가였다. 해교가 당황한 듯 허리를 펴고 차창 너머 주변을 살폈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그늘 속에 차체가 서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부서져 들어와 한없이 평화로운 오후 풍경, 그 자체였다.
운전석에서 내린 연제가 조수석 문을 열고 해교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영문 모르고 밖으로 나온 해교는 연제에게 이끌려 차량 보닛 앞으로 향했다.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어울리지 않게 자연물 감상이라도 하게 해 주는 건가 싶었을 때, 연제가 뒤돌아 해교의 뒤통수를 붙들고 입을 맞붙여 왔다. 예고 없이 강행된 입맞춤에 당황한 해교가 고개를 저으려 하자 나머지 한 손으로 턱을 붙잡아 고정한 뒤 마구잡이로 두꺼운 혀를 밀어 넣었다.
지금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지만 언제든 누군가가 올 수 있는 야외였다. 해교가 손을 뻗어 팡, 연제의 단단한 가슴을 몇 번이고 내리쳤지만 마치 바위를 친 것처럼 소용이 없었다.
연제는 꿈쩍 않고 뜨거운 혀를 이용해 제멋대로 입 안을 휘저어 댔다. 반항하는 것보다 받아 줘서 빨리 끝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 마침내 해교가 바르작대던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
“무슨! 아, 안 돼! 여기, 여기서는 안 돼!”
연제의 두꺼운 허벅지가 해교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왔다. 그러곤 무릎을 세워 다리를 가른 후,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라도 된 듯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해교의 몸을 보닛 위로 밀어 눕혔다.
재빠르게 커다란 한 손으로 해교의 양손을 결박하듯 쥐고 위로 올렸다. 하반신은 연제의 다리에, 상반신은 연제의 손에 눌려 움직일 수 없게 된 해교가 끙끙거리며 반항했지만 당연하게도 연제는 미동도 않았다.
저항하며 다리를 뒤틀 때마다 속절없이 바지 천 너머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자지가 부딪혀 깜짝깜짝 놀랐고, 묵직한 자지를 생각하자 보지 안이 젖어 들어 스스로가 경악스러웠다.
“되게 앙앙대네. 이제 준비 운동 충분히 했어요?”
한참 동안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해교가 마침내 힘을 뺐을 때, 연제는 바르작거리는 하체를 가리고 있는 팬츠 밴딩에 검지를 걸더니 단번에 쭉 내렸다.
드로어즈와 바지 천이 한 번에 걸려 발목까지 내려왔다. 연제가 발목에 매달린 천을 붙잡아 미련 없이 바닥으로 던지자, 습한 바닷바람이 해교의 맨다리를 훑고 지나갔다.
“흐으……, 시, 싫어.”
순식간에 새하얀 나신 절반을 드러낸 해교를 피식 웃으며 바라보다 연제 역시 제 바지 버클을 풀고 단번에 드로어즈를 젖혔다. 해교가 익히 겪었듯 연제의 자지는 이미 잔뜩 흥분해 선액을 방울방울 흘려 대고 있었다.
연제는 굵은 자지를 붙들고 해교의 보지 위를 툭, 툭 내리쳤다. 원체 맞을 때마다 흥분하는 보지라 묵직한 살덩이가 때릴 때마다 울컥울컥 애액을 흠뻑 싸질렀다.
연제는 어느덧 보지 살갗이 자지 기둥 모양대로 발갛게 부어오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기대감에 차 갈라진 긴 틈새에서는 뚝, 뚝 보짓물이 흘러나오고 통통하게 달아오른 소음순은 얕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조그만 얼굴 전체와 연결된 귀, 목울대까지 시뻘겋게 물들인 채 흥분하지 않은 척하는 모습이 가학심을 불러일으켰다. 언젠간 스스로 먼저 엉덩이를 들이밀며 씹질하자고 달려들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안 된다면서.”
“아우, 웅, 읏…….”
“걸레.”
“흣…….”
“이렇게 느끼면서. 밖에서 하는 것도 처음 아니지? 다 알아. 개년아.”
연제는 해교의 귓가에 온갖 능욕적인 음담패설을 쏟아부었고 해교는 그럴 때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 열기 오른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깔아 시선을 피할 따름이었다.
느끼는 것이 확실했다. 절대 싫은 척 굴더니 평소보다 쏟아져 내리는 보짓물의 양이 확연히 많았다. 제 좆이 아니라 손가락 하나만 집어넣어도 좋다고 울어 댈 게 뻔했다.
걸레라고 이죽대면서도 잔뜩 흥분한 연제는 해교의 양 발목을 잡고선 주욱 위로 밀어 올렸다. 단숨에 허벅지가 수평으로 벌어지며 해교는 제 둔부를 연제에게 온전히 드러낸 개구리와 같은 자세를 하게 되었다.
연제는 장난처럼 허리를 쳐 올리며 제 자지로 보지 겉면을 비벼 댔다. 워낙 큰 자지로 압박하듯 보지를 짓누를 때마다 조그마한 해교의 자지와 음낭이 짓눌리며 함께 떨려 왔다.
“흣…… 이런 건, 하으, 싫…….”
“형이 하는 말은 믿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싫다면서 보지 벌어진 거 봐.”
“……흐으으.”
연제는 해교의 한쪽 다리를 들어 제 어깨에 걸쳤다.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밀려들었다. 힉……. 열기 어린 보지로 차가운 바람이 닿자 구멍이 벌름거렸고, 놀란 해교가 나머지 한 다리를 붙이려 했다. 어림없다는 듯 연제는 하얀 허벅지를 우악스러운 손으로 고정해 벌렸다.
흥분해 안달이 난 보지가 당장이라도 넣어 달라는 듯 날개를 떨며 달싹이고 있었다.
허연 엉덩이 두 쪽 사이, 끈적하고 따끈한 보지 질 안으로 자지가 부드럽게 밀려 들어갔다. 탐스러운 선홍빛 속살이 단번에 젖혀지면서 들이치는 좆을 빨아 먹었고, 아랫배까지 불쑥 밀려오는 빠듯한 압박감에 해교가 보닛 위로 어설프게 걸쳐진 허리를 파드득 떨었다.
“아, 아, 하아, 아앙…… 읍!”
해교는 다급한 손길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와중에 크게 교성을 내지른 건 아나 보지. 연제는 제 입을 막은 해교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손가락 사이사이에 혀를 넣고 게걸스레 핥았다.
“읏…… 하응…….”
말캉하고 두꺼운 혀가 느릿느릿 손가락 사이를 핥아 내리자 손가락에 찌르르 전기가 통했다. 해교는 신음을 흘리며 보닛 위에서 허리를 띄워 올렸다.
“형만 조용히 하면 들킬 일 없어요.”
“하흐, 아아앙…….”
“안 그래요?”
보짓물로 흠뻑 젖은 사타구니에 연제가 재차 제 고간을 맞대었다. 그러곤 호흡할 새도 없이 푹, 선홍빛 보짓살을 가르고 자지를 들이치곤 찬찬히 음미하듯 질벽을 쑤셨다. 한쪽 다리는 연제의 어깨에, 나머지 다리는 보닛 위에 걸쳐 놓은 자세가 된 해교는 연제의 자지가 오고 갈 때마다 흔들리며 몸을 떨었다.
연제의 굵은 귀두가 입구에 닿으면 보지 구멍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쑤욱 거대한 자지에 달라붙어 흡착하듯 좆을 집어삼켰다. 부드럽게 자지를 휘감는 보지 속살을 느끼던 연제는 커다란 귀두에 힘을 주고 여린 점막을 비벼 대다 길게 자지를 뽑아냈다. 빠져나가는 자지에 딸려 나가는 보지 점막이 붉었다.
“후으. 허벌 보지라 이제 내 좆 아니면 느끼지도 못하죠?”
연제의 말과 달리 자지를 박아 넣을 때마다 사방에서 질벽이 조여 오면서 오므라들었다. 수백 번 쑤셔박힌 보지 구멍은 여태 탄력 있고 좁았다. 느슨해질 법도 했는데 언제나 새것처럼 돌아와 탄력 있게 자지를 꽉꽉 물어 대는 구멍은 지나친 압박감으로 좆을 몰아쳤다가도 한계에 이를 때면 끈적이는 애액을 쏟아 내 자지를 달랬다.
귀두에서 기둥까지, 좆 전체가 습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 뜨끈하게 차오르는 물속으로 잠겨 드는 느낌은 등골 전체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좋았다.
“하, 우으, 힉! 아앙!”
맞붙은 하반신에서 불이 났다. 힘이 빠진 상체가 보닛으로 무너지자 추삽질 박자에 맞추어 살집 있는 볼기가 뭉개지며 텅, 텅 굉음이 울렸다. 굉음이 멀어질 즈음엔 찔걱찔걱 보짓물 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어디라도 쥐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차체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것만 같아 겁이 났던 해교는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
수없이 많이 흘레붙었지만 섹스 도중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해교는 스스로 팔을 벌려 연제의 목을 감싸 안아 매달리고 있었다. 열기로 가득했던 연제의 눈동자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한평생 섹스를 하면서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기묘한 감정이었다.
연제는 살짝 굳은 얼굴로 해교를 바라보다가 허리 짓을 멈추고 제게 매달린 남자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맞대고 혀를 밀어 넣었다. 말캉한 혀와 혀가 만나 입 안을 휘젓고 서로를 빨아들이길 반복하였다. 흐으응, 우응…… 연제의 키스를 받아 내면서도 해교는 계속해서 연제의 목을 감싼 팔에 힘을 주었다.
농밀한 입맞춤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처음 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던 햇살은 어느덧 주홍빛 노을로 바뀌어 있었다. 가물가물 흐려진 해교의 시야 속에 흔들리는 연제의 모습이 등장했다 사라지길 반복하였다.
마침내 입술이 떨어지자 연제는 고개를 내려 날렵한 턱 끝으로 유두가 있을 부위를 지그시 눌렀다. 젖꼭지가 그의 의도대로 정확히 짓눌리면서 티셔츠 천이 옴폭 패었다.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밀착한 채 연제의 턱이 느릿하게 유두를 문지르자, 스멀스멀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감각에 해교가 하아앙…… 작게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연제는 해교의 하반신을 밀어 올려 아예 상반신에 닿게 했고, 제 얼굴을 향해 드러낸 둔부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회음부로 느릿하게 떨어지는 습한 숨결에 보지 구멍과 뒷보지 구멍이 벌름거리며 들썩였다.
하아……. 연제가 손을 뻗어 엄지로 얇은 회음 살갗을 문지르고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해교의 조그만 고환을 주물럭거렸다. 부드럽고 연약한 살결을 쓰다듬을 때마다 목 안을 긁는 소리가 났다. 한동안 아무런 말 없이 회음만을 쓸어내리다 흥분한 보짓물이 주르륵 흘러 엄지에 닿자, 연제는 거친 숨을 거두며 거세게 자지를 박아 넣었다.
“하윽! 응! 하아!”
좆이 콱콱 박혀 들 때마다 좆 아래에 달린 음낭이 겉보지를 때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오싹한 아찔함에 해교는 자꾸만 달뜬 신음을 내질렀고 이를 눈치챈 연제가 손등으로 찰싹, 해교의 보지를 거칠게 내려쳤다.
통통한 보짓살이 한결 더 부풀어 오르며 붉게 물이 들었다. 자극이 컸는지 대음순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매끈한 소음순까지 빼꼼 드러났다. 어느덧 함몰 유두까지 빳빳하게 융기해 얇은 여름 티셔츠 위로 윤곽을 보이며 살살 떨리고 있었다.
“하여간…… 진짜 취향 독특해.”
연제는 실실 웃으며 발딱 곤두선 유두를 검지로 꾸욱 짓누르곤 아래위로 튕겼다. 거칠한 천이 쓸리며 유두에 내리치는 자극이 더욱 거세졌다. 아, 아응…… 할딱이며 새어 나오는 신음을 음미하며 해교의 귓바퀴를 척척한 혀로 길게 핥아 내린 뒤, 연제가 다시 한번 보지 안에 깊숙이 좆을 박아 넣었다.
질척한 혀가 스친 귓가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 해교는 어깨를 움츠리고 몸을 떨었다.
“아, 아, 흐윽! 흐으!”
자지가 들어갈 때마다 손등과 불알로 보지를 때리자 울기라도 하는 듯한 비명이 쏟아졌다. 이미 자지로 꽉 찬 보지를 더더욱 압박하는 손길에 질 안이 저릿해지고 음낭이 뭉쳤다. 이미 해교는 이곳이 바깥이라는 걸 잊은 것처럼 적나라한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연제는 방금 전까지 추삽질은 맛보기였던 양 순식간에 좆질 피치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연제의 음낭과 해교의 대음순이 거세게 부딪힐 때마다 탐스러운 엉덩이 살이 덩달아 잘게 흔들렸다.
고간과 고간이 쉴 새 없이 만났다 떨어지길 되풀이했다. 연제는 파들파들 떨리는 볼기짝을 꽉 움켜쥐고 터트릴 것처럼 굴었다. 엉덩이 살을 반죽처럼 뭉그러뜨리며 발생된 짜릿함에 아, 하아응…… 해교가 둔부를 연제 쪽으로 찰싹 붙이곤 문질렀다. 허공에 치솟은 허리가 흔들릴 때마다 어느덧 단단해진 해교의 살굿빛 자지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아…… 씹. 존나 맛있어…….”
빠듯하게 좆을 물고도 우물우물 너끈히 뿌리까지 삼켜 넘기는 보지 때문에 연제는 넣은 좆 기둥을 반쯤만 뽑아내곤 계속해서 다시 처박아 넣었다. 잠시도 좆을 보지에서 떼어 놓고 싶지 않았다. 더 깊이 쑤셔 넣을 공간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체중을 실어 퍽퍽 자지를 짓찧을 때마다 점차 좁은 길이 트이고 열리며 따끈하게 들러붙었다.
자지를 녹여 버릴 것처럼 뜨겁게 끓어오르는 보지 속살 때문에 연제의 머릿속 역시 열기로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후으, 후……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연제가 뭉근히 제 허리를 돌렸다.
자지를 보지 안에 끼워 넣은 채 슬쩍슬쩍 허리만 쳐 올리자 내밀한 자극에 보지 안이 홍수라도 난 것처럼 금세 흠뻑 젖어 들었다.
“으읏, 이제 그……마안. 누가, 흣, 올 거 같아요.”
“형. 씨발.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실컷 해 놓고 이제 와서?”
애원하듯 손을 뻗어 눈앞의 단단한 팔뚝을 그러잡아 보았지만 오히려 그런 바르작거림이 자극이 된 듯 연제가 욕설을 짓씹으며 허리를 잘게 움직였다. 학, 흣, 마구잡이로 터져 나오는 신음성을 들은 척 않은 채 자꾸만 닫히려 하는 허벅지를 손아귀로 잡곤 퍽, 퍽 허리를 짓쳤다.
곳곳에 붉은 손자국이 남은 여린 허벅지 위로 연제의 턱에서 흐른 땀방울이 떨어졌다. 투명한 땀방울은 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짓물에 섞여 들어 혼탁한 색상으로 변했다.
“아하하!”
어디선가 작게 들려오는 아이 소리에 깜짝 놀란 해교가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해변가에 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 2명의 인영이 아른거렸다. 초점을 잡아 보려고 애써도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멀었지만 막상 사람 육성이 들리니 초조해져 다급한 마음이 일었다.
“흐읏, 저기, 저기이, 사람이!”
“그래서요?”
연제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지를 짓치는 데만 열중하였다. 놀라 그런지 보지 조임이 한결 더 거세져 자작한 쾌감이 들끓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어깨에 걸린 종아리를 내리려 버둥대는 몸짓을 한 손으로 가볍게 저지하곤 나머지 손을 내려 보지 입구에 달린 콩알 같은 음핵을 엄지로 비볐다. 탐스러운 클리토리스는 금세 붉게 달아올라선 비벼질 때마다 잘게 진동하였다.
“히익! 아, 우, 으흣!”
“형, 하아, 불안해요?”
벼락같이 쏟아지는 쾌감을 받아 내며 해교가 고개를 급히 끄덕였다. 입술 새로 마구 쏟아지는 교성을 겨우 억눌러 참아 내곤 파드득 몸을 떨었다. 연제는 그 반응에 하하, 구김 없이 웃으며 말했다.
“더 좋아하는 거 같은데. 내숭 떠는 것도 뭐…… 귀엽네. 그럼 빨리 끝내 볼게요. 후우.”
“하으으…….”
말과는 달리 연제는 아주 짧게 숨을 고른 뒤, 느릿하게 자지를 왕복했다. 느긋한 허리 짓에 도무지 끝을 내 줄 것 같지 않아 주저하던 해교가 보지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이미 자지를 조이던 질벽이 좆을 끊어 먹을 것처럼 강하게 압박하였다.
보지 질 근육이 바짝 수축하니 얇은 두께의 신경 조직을 사이에 둔 괄약근에도 덩달아 힘이 들어갔다. 뒷보지마저 무언가를 씹어 대듯 경련을 시작해 빈 구멍을 옴찔거렸다. 뻐끔대는 주름 사이사이가 투명한 점액질로 번들거렸다.
쫀득한 보짓살이 사방에서 좆을 밀어낼 듯 짓누르자, 아찔한 감각이 치밀어 진탕 사정감이 일었다. 씨발. 연제가 사정감을 참아 내며 잘게 허리를 움직이니 보지 속에 꽂힌 자지가 요동치며 질벽 곳곳을 찧어 댔다.
까르르르, 파도와 맞물려 밀려오던 아이 소리가 아, 흐응, 하으응…… 해교의 신음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멀리 사람이 보여 긴장했던 것이 흥분으로 이어졌는지 마른 배에 힘이 들어가 희미한 복근이 보였고, 움찔움찔 보닛에 닿았다 다시 떨어지길 반복하는 엉덩이의 전율은 곧 보지를 오르가슴으로 도달하게 하였다.
긴장감과 모멸감은 거대한 쾌감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교는 단번에 절정에 올랐다. 낌새가 없었던 작은 자지가 픽, 뿌연 좆물을 뱉어 내며 이를 증명하였다.
하체가 완연히 무너져 내림과 동시에 질 점막이 안마라도 하는 것처럼 연제의 말 좆 전체를 주무르며 꿀렁거렸다. 연제 역시 이를 악물고 사정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아, 하으, 흐읏, 으응……!”
자지와 보지가 이어진 접합부는 떨어질 수 없게 물풀이라도 둘러 뿌려 둔 것처럼 포말 같은 거품과 체액이 섞여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쩌억, 진 액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끈적끈적한 접합부에서 자지를 꺼낼 때 한껏 예민해진 살덩이에 진득하게 보짓살이 엉겨 붙어 나는 소리였다.
후우……. 연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을 마쳤는데도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쾌감이 멈추지 않았다. 짙은 여운이 맴돌아 절정에 오른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자지가 빠져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빈 보지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풍부한 좆물과 보짓물로 보닛 위는 곧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연제는 제 차 위가 보짓물 진창으로 뒤덮여 있는 꼴이 퍽 마음에 들었다.
“와. 나 세차하지 말아야겠다. 그럼 차 탈 때마다 형 보지 냄새 나겠죠?”
마무리하듯 해교 허벅지 사이로 흐르는 체액을 몽땅 핥아 낸 뒤 연제는 쪽쪽거리며 해교의 하체에 입술을 붙였다. 모양 좋은 입술이 정사에서 기인한 체액으로 범벅되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젖은 소리는 한참 뒤에나 멎었고, 어느덧 주변엔 검게 어둠이 내려앉았다.
* * *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데도 나가기 싫다. 형도 그래요?”
“…….”
딱히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는지 들려오는 답이 없음에도 연제는 싱글거리는 표정을 유지하였다. 야외 섹스로 엉망이 된 바지를 리조트 클리닝 서비스에 맡겨 두곤 뻔뻔한 얼굴로 소파 헤드에 머리를 기댄 채였다.
태초의 인간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선 자꾸만 말을 거는 연제 때문에 해교는 눈 둘 곳을 모르고 바닥만 응시했다.
“옷을 안 입어서 그런가. 또 한판 뜨고 싶어졌어요.”
바닥으로 내려와 포장해 온 음식을 꺼내며 연제가 사르르 웃음 지었다. 농담이 아닐까,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달콤한 미소였다. 이미 리조트로 돌아온 뒤 수차례 뒷보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박아 댔으면서 왜.
“힘들, 힘들어요. 아, 아까 많이 했…….”
“형이 힘들 게 뭐 있어요. 힘은 내가 쓰는데?”
섹스 후 돌아오는 길, 마트에서 이것저것 쓸어 담는 동안에도 내내 자지가 다시 발기해 말썽이었다. 야외라 보지밖에 따먹지 못해 오자마자 조급하게 뒷보지를 따먹었지만 나이답게 아직도 갈증이 일었다. 연제는 해교를 당겨 안아 제 허벅지 위에 올렸다.
“형이 한번 만져 봐요.”
해교의 오른손을 끌어와 제 자지를 감게 했다. 흉흉하리만큼 무섭게 커진 자지를 감싼 핏줄이 해교의 손길에 반응하며 꿈틀거렸다. 연제는 제 손으로 작은 손을 덮곤 제멋대로 움직였다.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표피를 쓸어내리자 자지를 적신 찐득한 체액이 밀려나며 손날에 처덕처덕 발렸다.
“후으. 아…….”
애액과 쿠퍼액이 번들거리던 자지는 움직임이 잦아질수록 점차 체액이 걷히며 검붉은 살갗을 드러내었다. 탁탁탁, 귀두 갓에 닿았다 자지 밑동에 도달하는 시간 간격이 점차 줄어들며 젖은 살 쓸리는 소리가 점점 더 적나라해져 갔다. 연제의 좆을 감싼 체모에 투명한 액이 쌓였다.
“아…… 형. 못 참겠어.”
“아, 흐으읏…….”
잔뜩 싸지른 좆물 때문에 폭신해진 내벽을 가른 자지는 부드럽게 뒷구멍을 통과했다. 한결 더 녹녹해진 뒷보지의 느낌에 연제는 거친 숨을 내쉬며 해교의 엉덩이 살을 잡아 비틀었다.
이어 좌식 스타일로 앉은 채 낮은 테이블 위로 포장해 온 음식을 펼치면서도 계속해서 격렬하게 허리를 쳐 올리는 짓을 멈추지 않았다.
직격으로 꽂히는 자지 때문에 해교는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어떻게든 제 무게를 줄여 보려 애썼다. 몸무게를 감당한 손목이 시큰할 정도로 아팠다. 몇 분 그렇게 버텨 보다가 힘이 빠져 손목이 꺾이자, 아찔하게 부푼 내벽이 단숨에 푸욱, 밀착해 자지를 감쌌다.
“아흑!”
“으읏…… 씹.”
연제의 낯에 여유롭게 머물던 웃음이 단번에 걷혔다. 등허리를 타고 오르는 소름에 연제는 상 위를 오가던 손을 내려 해교의 골반을 꽉 틀어쥐었다. 이후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이 무색하게 해교를 바닥에 엎어 놓고 미친 듯 허리 짓을 했다.
“하으, 아, 흐으, 아, 그……만, 응!”
연제의 빠른 허리 짓에 맞추어 몸이 흔들릴 때마다 해교는 그를 벗어나려 허리를 들썩였다. 어떻게든 도망가려 엉덩이를 앞으로 슬금슬금 빼 보았지만, 연제는 이를 저지하듯 해교의 허리를 단단히 틀어쥐곤 하체를 더더욱 붙여 왔다.
상반신마저 살짝 숙이고 허리를 아래로 끌어 내리자,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오싹할 정도로 살갗과 뒷구멍 주름이 맞붙었다.
찰싹찰싹, 거대한 자지 아래 붙어 있는 음낭이 둔부를 때릴 때마다 연약한 엉덩이 살에 울긋불긋한 흔적이 켜켜이 쌓여 갔다. 연제는 재차 체위를 바꾸며 해교를 다시 제 허벅지 위에 앉히고 거칠게 허리를 쳐 올리기 시작했다. 연제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가슴께에 기댄 해교의 뒷머리가 땀에 흠뻑 젖어 가닥가닥 들러붙었다.
열 오른 자지가 마구 내벽을 꿰뚫고, 쓸어내리고, 휘저었다. 좁은 내벽을 때리며 들이치는 자지는 쑤석이며 오고 갈 때마다 점점 더 크기를 키워 나갔다. 아래를 터뜨릴 것처럼 강하게 오는 압박감에 해교는 옅은 신음을 흘렸다. 흐윽……. 전립선만 집요하게 쳐 올리는 허리 짓과 더불어 연제가 손으로 작은 자지를 감고 빠르게 흔들었다.
빼낼 수 있는 정액은 다 빼낸 것 같았다. 이제는 자지를 만지면 쾌감보다는 고통이 우선해서 밀려왔다. 흔들리는 해교의 시뻘게진 얼굴 위로 눈꼬리에서 흘러내린 눈물과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린 땀이 뒤범벅이었다.
“아! 이제 싸아……! 읏, 제바알, 싸, 줘어. 흣. 아파아…….”
거칠게 파고드는 자지에 작은 몸이 움찔움찔 떨려 왔다. 이 모든 고통은 우연제가 사정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필사적으로 사정해 달라 비는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건지 연제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도리어 해교의 귓가에 홧홧한 숨을 쏟아부으며 속삭였다.
“많이 아파? 미안해요. 후우, 내가 자제를, 해야 되는데. 내가 개새끼인 것도, 하, 맞긴 하지만 형도 형 보지에 박아 보면, 하아, 이해될걸요?”
끊임없이 귓불을 깨물고 커다란 손으로 조그만 귀두를 조몰락거렸다. 더불어 연신 단단한 살덩이로 뒷보지를 깊숙이, 세차게 들쑤셨다.
종일 쑤셔 박혀 예민해진 내벽이 들이치는 자지에 맞추어 개폐를 반복하며 좆을 씹었다. 콱콱 뿌리 끝까지 들이박히는 좆에 어떻게든 쏟아지는 자극을 피할 수 없던 해교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며 좆물을 싸질렀다.
“흐으, 흑…… 아앙. 힉, 그흐, 하으, 만…….”
앉은 채 사정한 작은 자지 때문에 정액은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상 위로 떨어졌다. 어두운 월넛 색상의 테이블 위로 소량의 좆물이 덩이져 자리를 잡았다. 기어이 좆물을 싸 내게 한 자지가 괴로운 듯 파들파들 떨렸다.
마지막 남은 정액을 모두 싸지른 해교는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경련했다. 몸 전체 근육이 좁아 드는 경련이 일어나자 연제의 말 자지가 꽂힌 구멍 역시 발작하듯 수축하였다. 살짝 웃음 짓던 연제가 그 반응에 입술을 깨물곤 해교의 물오른 젖가슴을 마구잡이로 쥐어 흔들며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 * *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바짝 부어오른 내벽 사이에 잠긴 불기둥은 시도 때도 없이 다시 일어나 해교를 괴롭혔다. 쫀득하게 자지를 휘감는 내벽의 느낌이 좋았던 연제가 좆을 빼낼 생각을 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뒷보지에 꽂혔던 좆을 꺼내면 주욱 회음을 긁은 자지가 다시 앞보지로 처박혔고, 앞보지를 쑤시던 좆을 꺼내면 길게 회음을 비비며 내려온 자지가 재차 뒷보지를 꿰뚫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몸 안에 좆이 꽂혀 있었고, 깜빡 잠이 든 순간조차 여전히 흉흉한 좆은 몸 안에서 빠져나갈 생각이 없었다. 번갈아 가며 양쪽 구멍 모두를 써 대는 탓에 아랫도리는 어딜 건드려도 민감하게 반응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퉁퉁 부어 주름이 사라진 구멍에 굵다란 귀두 대신 손가락 하나를 거침없이 쑤셔 넣었다. 엉덩이 사이로 왈칵왈칵 하얀 정액이 흘러나와 사타구니는 금세 질펀한 점액질로 범벅이 되었다.
연제는 흘러내린 체액을 모은 뒤 뒷구멍 안에 다시 밀어 넣었다. 더는 들어갈 공간이 없는 항문에서 씹물이 내뱉어지며 줄줄 새어 나왔다.
뒷구멍에 넘치는 체액을 가르고 넣은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굽힌 뒤 장난하듯 튕기자 젖은 살갗 밀리는 소리가 났다. 손가락으로 가위질하듯 전립선을 꼬집으며 힘을 주었다. 도톰한 전립선이 뭉개지며 근처 점막이 펄떡펄떡거렸고, 뒤이어 해교의 자지가 단번에 절정에 도달하였다.
“아, 안…… 흐읏, 대애…… 힉, 하아앙!”
밭은 숨을 헐떡이며 연한 밤색 눈동자가 단번에 뒤로 넘어갔다.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흔들리며 픽, 픽 정액을 쏘아 대는 자지와 함께 허리가 잘게 흔들렸다. 수십 번 이르렀지만 매번 황홀한 절정이었다.
“형. 또 갔어요?”
“헤엑, 아응…….”
“대답 또 제대로 안 하게?”
“힉, 아니, 아니야! 갔어요! 후으응…….”
종일 다물릴 새 없던 구멍은 마침내 검붉은 살덩이를 완전히 뽑아냈을 때도 뚫린 채로 뻐끔거렸다. 거대한 살 기둥이 빠져나간 뒷보지는 아직도 자지가 머무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얼얼했으며 감각을 잃은 두 다리는 계속해서 후들거렸다.
“대답 잘하니 얼마나 좋아. 남겨 놔야 다음에 또 맛있게 먹으니까 이만할까 봐요.”
연제는 웃음기 섞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겨우 숨만 색색 내쉬는 해교의 뺨을 느릿하고 끈적하게 핥아 내렸다. 마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녹여 먹듯이.
그러고도 한참 동안 감은 속눈썹을 살살 매만지고 땀이 흘러내린 목선을 진득하게 손가락으로 훑는 등 지분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해교가 기진맥진해 잠들자 연제는 대충 침실 하나를 골라 해교를 눕힌 뒤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축 처진 속눈썹이 드리운 보드라운 뺨을 손끝으로 자꾸 툭, 툭 건드리면서.
시발. 서울을 벗어나 여기까지 내려와 같은 침대 위에서 잠이 든 차해교를 지켜보고 있자니 지금 하는 꼴이 은근히 간지러웠다. 살을 섞은 상대와 한 침대에서 자 본 적도 없거니와 쓸데없이 자는 사람 곁을 지분댄 적도 없는 까닭이었다.
연제가 눈을 가늘게 좁힌 채 분석하듯 해교를 내려다보았다. 저번부터 도무지 제가 하는 짓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살갗이 맞대어진 부분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싫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제 입가가 옅은 호선을 그리며 말린지 알지 못한 연제는 한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였다. 말없이 내리깔린 눈동자는 색색대는 해교의 얼굴을 지나 가느다란 목선, 이불이 가리고 있는 쇄골 주변까지 남김없이 훑어 내렸다.
그러다 나른해진 몸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연제 역시 해교를 껴안은 채 잠이 들고 말았다.
* * *
다음 날, 돌아오는 길에 되는대로 지역 특산품을 쓸어 담았다. 놀러 왔으면 사야 한다며 연제가 길가에 있는 상점마다 차를 세우고 들른 결과였다. 트렁크가 없는 것과 매한가지인 차량 구조 때문에 해교의 발아래엔 연제가 강제적으로 안겨다 준 특산품이 한가득했다.
어제 좆질의 여파로 아침부터 지친 기색이 만연한 해교에게 연제는 가벼운 입맞춤만 하고 떨어져 나갔다. 물론 입술에서 시작해 귓바퀴, 목덜미, 하다못해 손목까지 온몸의 살이라는 살은 모두 쪽쪽거리며 물고 빨긴 했지만.
어쨌든 체크아웃 시간까지 사타구니를 맞대는 일 없이 나왔기에 언제 뜬금없이 우연제가 자극받아 달려들지 몰랐다. 따라서 해교는 이동하는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휴게소에 들렸을 때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고 차량이 고속도로를 주행 중일 때는 우연제의 기분을 부단히 살폈다. 최대한 연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그가 던지는 말마다 예, 아니요일지언정 착실히 대답했다.
그게 통했는지, 아니면 전날 종일 해 대서 당기지 않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추측할 순 없지만 다행히도 우연제는 어제처럼 밖에서 하자고 달려들진 않았다.
다만 씹질을 하고 그대로 뒀더니 정말 보닛에 고였던 보짓물이 굳었다며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그 부위를 만지고 희롱해 대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었다. 실로 차체 위에 뿌연 액체를 쏟은 것 같은 자국이 남아 있어 해교는 돌아오는 길 내내 양 뺨에 홍조를 띤 채 입술을 세게 감쳐물었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거쳐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였다.
연제는 차량을 정차하자마자 조수석으로 몸을 기울여 글로브 박스 아래 내려 둔 짐에 손을 뻗었다. 당연히 짐을 들어 해교의 집으로 옮겨다 놓을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해교는 이대로 우연제가 짐을 들게 두었다간 집에 들이닥치고 다음 날까지 나가지 않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틀을 시달렸으니 오늘만이라도 벗어나고 싶다. 잠시 망설이던 해교가 용기 내 말을 꺼냈다.
“제가, 제가 들고 갈 수 있어요.”
“……뭐?”
연제가 굽혔던 상체를 들고 눈을 맞춰 왔다. 다부진 상체가 들리고 짐을 붙든 팔뚝 아래엔 팽팽하게 핏줄이 돋아 있었다. 거기에 더해 불만스러운 미간과 한 음절로 끊어진 말소리까지. 슬쩍 곁눈질로 파악해 낸 살풍경한 모습에 해교는 연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몇 초간 망설이다 결심한 듯 해교가 연제에게 와락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두 뺨을 양손으로 붙들어 잡고 서투르게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포갠 뒤 얼굴을 물렀다. 도통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연제가 입술을 맞대고 나면 제 부탁을 들어주곤 해서 일단 저지르긴 했는데.
“…….”
“호, 혼자 갈게요. 네? 피곤해서 바로 자고 싶어서……. 딴 게 아니라 그냥, 졸려서 그냥…….”
일을 저지르고 보니 민망했던지 해교는 제 티셔츠 끝자락을 매만지며 연제의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이 분위기는 뭐지. 개소리하지 말라거나, 아니면 그냥 그렇게 하라거나 뭐라고 말을 할 줄 알았던 우연제가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았다. 먼저 하는 건 취향이 아닌 걸까. 도무지 모르겠다.
차내에 정적이 흘렀고, 얼어붙기라도 한 듯 아무 말 없는 연제를 힐끔힐끔 바라보다 하루가 다 갈 것만 같았다. 초조해진 해교는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구기며 조심스레 작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저어……. 가 볼게요.”
“…….”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연제의 행동을 허락이라 여긴 해교는 급히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 그러곤 그새 마음이 변할까 싶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집으로 종종걸음을 걸으며 사라졌다.
“……미친.”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는지 연제가 뒤늦게 들숨을 한가득 들이마셨다. 그리고 한동안 넓어진 그의 흉곽은 가라앉지 않았다. 호흡하는 것을 잊은 탓이었다.
* * *
집에 들어와 우연제가 안겨 준 특산품을 한구석에 밀어 넣고 난 뒤, 한숨 돌릴 때가 되어서야 요란한 배기음을 내뿜는 스포츠카 소리가 멀어져 갔다. 왜 이제야 집에 가는 걸까. 그러고 보니 아까 차 안에서부터 우연제는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삐걱거렸다.
그래도 제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걱정해 줄 사이도 아니었고. 해교는 곧 연제에 대한 생각을 지우곤 터덜터덜 침대 가로 걸어가 바닥에 엎어져 있던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휴대폰에 생각 외로 연락이 쌓여 있었다.
[이도윤
형. 오늘 길고양이 봤는데 메리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그저께 오후 13:11]
[이도윤
많이 바빠요?(이모티콘) 어제 오후 11:20]
[이도윤
오늘 출사 갈 일 있는데 잠깐 얼굴 보기 힘들겠죠?ㅠ 오전 07:13]
딱히 연락 올 곳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도윤으로부터 들어온 문자 메시지가 한가득했다. 많이 기다렸던 듯하니 지금에라도 답장을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늦은 답장을 보냈다.
[오후 15:53 확인을 지금 햇어요ㅠㅠ]
답장을 하기 무섭게 해교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도윤이었다.
“여보세…….”
- 형.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아…… 네. 어쩌다 보니 휴대폰을 못 봤어요. 저기, 연락 못 받아서 죄송해요.”
- 아니에요. 제가 일방적으로 연락한 건데요, 뭐. 혹시 형, 제 연락이 부담스럽거나 귀찮으세요? 그런 거면 눈치껏 자중하려고요.
“그런 건 절대 아닌데……. 정말 일이 있어서 그랬어요.”
- 그럼 오늘 얼굴 봐도 돼요? 저 정말로 출사 나왔거든요. 나온 김에 보면 좋을 거 같아서요.
피곤하긴 했지만 며칠 전부터 연락 오던 걸 의도치 않게 무시하게 된 것이 찝찝해 도윤의 제안을 수락했다. 온몸이 천근만근이라 그를 만나기 전 잠이라도 깰 겸, 해교는 우연제 덕택에 가득 찬 찬장을 뒤져 메리에게 줄 만한 음식을 골라 집 앞에 가지고 나갔다.
그릇 앞에 쭈그리고 앉아 메리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눈에 익은 흰색 SUV가 다가왔다. 도윤의 차량이었다. 출사 나왔다더니 바로 인근에 있었던 모양이다. 빌라 벽에 붙여 주차한 뒤 내린 도윤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처럼 해교를 반겼다.
“형. 에이드 좋아해요? 왠지 커피는 안 마실 것 같아서 이걸로 사 왔는데.”
도윤은 다정다감한 말투로 캐리어에 담긴 테이크아웃 잔을 해교에게 건넸다. 누가 일부러 조명이라도 비추는 것처럼 그의 주변은 환하고 밝은 느낌이 가득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저와는 달리 양지에서 태어나 양지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 자체인 것만 같았다. 고양이가 아니었으면 평생 접점이 없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감사해요, 하고 잔을 받아 든 해교가 빨대를 무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다 도윤이 눈을 맞추어 왔다.
“형. 정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진심에서 우러난 걱정 어린 말투에 하마터면 진실을 털어놓을 뻔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우연제와 친구인걸. 우연제와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라 한들 제 친구의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면 도윤이 우연제가 아니라 저를 끊어 낼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해교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알게 된 좋은 사람인데 그런 건 싫었다. 만약 누군가 의사 선생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전한다면 의사 선생님이 달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전한 사람이 달리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 * *
연제는 며칠 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같은 문제를 풀어내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깊은 고뇌였다.
하던 가락이 있어 말이나 행동이 곱게 나가진 않았지만 마음 내킬 때마다 제 선에서는 나름 잘해 주고 있는 차해교가 문제였다. 신발 속에 조그만 자갈이라도 낀 것처럼 자꾸만 신경 쓰였다. 평소의 그였다면 금세 고개를 젓고 떨쳐 냈을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차해교가 섹스 도중 손을 뻗어 제게 매달려 오던 순간을 곱씹었다. 뭐였지. 그때 느껴졌던 감정은.
연이어 차내에서 형편없는 솜씨로 입을 맞대고 떨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마치 지금 느껴지는 감정과 동류였던 것만 같았다.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지만 몇 번을 다시 풀어내도 답은 같았다. 차해교가 뽀뽀 한 번 먼저 해 줬다고 멍청하게 보냈던 꼴의 결말이란.
“씨팔……. 좆됐네.”
짜증스레 한숨을 내쉬던 와중, 연제의 귓가에 나직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 주는 역대급 폭염이 있을 예정입니다. 오후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노약자와 어린이는 외출을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기온은 점차 오르기 시작해 열대야로 이어질 예정이며, 일요일까지 계속해서 폭염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종일 별생각 없이 틀어 놓았던 TV 뉴스에서 폭염 주의보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여름이면 잠시 밖에 외출하고 올 때조차 늘 에어컨을 켜 둬 체감하지 못했던 날씨였다.
연제는 돌연 모로 누웠던 몸을 일으켜 세워 TV 화면에 얼굴을 고정하고 기상 캐스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매끈한 미간 사이 주름이 잡히고 내팽개쳐 둔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몇 번 토독, 손가락을 두드려 대던 그는 이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에어컨 설치하고 싶은데, 가장 빠른 시간대로요.”
- 네, 고객님. 우선 설치 원하시는 환경이 매립인지 일반인지 알 수 있을까요?
“……반지하 빌라인데 이런 경우엔 어떤지 몰라서.”
* * *
[우연제♡
오늘 집에 있죠? 1시간 뒤에 도착할 거니까 기다려요. 오전 11:22]
쉬는 날은 어떻게 이렇게 귀신같이 알아채는지. 오늘같이 더운 날은 혼자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는데.
유독 후덥지근하고 습한 날이었다. 날씨에 따라온 높은 불쾌지수에 순한 성격의 해교도 발칵 짜증을 느꼈다. 우연제를 맞닥뜨리면 겁 없이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싫다아…….”
휴대폰을 엎곤 침대에 몸을 뉘었다. 해교는 입술에 피가 날 만큼 표면을 세게 질겅질겅 씹다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더워 죽겠는데 뭣 하러 여기까지 온다는 거야……. 늘 이해 안 됐지만 오늘은 더 이해가 안 됐다. 며칠 동안 잠잠하더니 갑자기 왜.
애꿎은 베갯잇을 구기며 폭 한숨을 내쉬었다. 다리를 달달 떨며 하염없이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별안간 현관문이 부서질 듯 소란한 굉음이 울렸다.
쾅.
“……?”
쾅!
“뭐, 뭐야…….”
쾅! 쾅! 쾅!
우연제인가. 아직 말한 시간이 되려면 먼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빨리 왔을까. 바로 문 안 연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걸로 봐서는 우연제임이 확실했다. 해교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부서질 듯 흔들리는 현관문을 급히 열었다.
“커흑!”
문이 열리자마자 명치가 걷어차였다. 발길질을 한 사람의 얼굴을 보지도 못할 만큼 순식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우연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태 우연제가 써 대던 폭력이 겁을 주려고 적당히 강도를 조절하던 것이라면, 지금 날아온 발길질은 가히 살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 여유 있어? 딴생각도 하고.”
“악!”
순식간에 흐릿해진 시야 가득 낡은 마룻바닥이 들이쳤다. 들어선 사람이 쓰러진 해교의 머리채를 붙잡고 내던져 바닥에 얼굴을 박게 만든 탓이었다. 충격에 약한 마루가 퍽, 하는 소릴 내며 파이고 깨어졌다. 놀라서, 그리고 아파서 커다란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줄줄 쏟아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허으윽…… 흑. 누, 구.”
바닥에 부딪힌 광대뼈가 너무 아팠다. 걷어차인 명치는 아직도 아릿했다. 충격과 공포에 온몸을 떨며 흐느끼는 해교를 보곤 살짝 눈썹을 들어 올린 남자가 이죽대며 말했다.
“차윤식이 아들, 맞지?”
섧게 울던 해교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줄곧 상상해 왔었다. 언젠가 이렇게 제 아비로 인해 남겨진 저를 찾아올 무서운 사람들을. 뒤의 말을 듣지 않아도 저를 둘러싼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온 목적이 무엇인지 빤히 알 것만 같았다. 해교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숨만 삼켰다.
“아가. 애비가 이번에 돈을 단단히 해 처먹고 도망갔는데 너한테라도 받으려고 찾아왔어.”
“흐으, 흐…….”
“겁도 없이 건드릴 곳을 건드렸어야지. 내가 씨발, 니 애비 새끼 때문에 손가락 하나 잘릴 뻔했는데.”
“도, 돈 없…….”
퍽!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겨우 버티고 서 있는 낭떠러지 끝에서 누군가가 비웃고 조롱하며 가슴께를 툭, 가벼이 엄지 하나로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해교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폭력을 속절없이 받아 내며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헉, 허억…….”
“돈이 왜 없어. 어? 새끼야.”
쓰러진 해교 앞으로 남자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머리카락을 쥐고 숙어진 얼굴을 들어 확인했다. 엎어졌던 상체가 절로 들리며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샜다.
“와아. 이 새끼 봐라. 아가, 남자 맞아? 등본에 성별 잘못 올라간 건 아니냐.”
“어, 그러게. 확인 좀 해 볼까.”
“아! 악! 하지 마세요!”
온몸을 버둥거리며 발악해 대는 해교의 몸을 깔아뭉개곤 질 나쁘게 웃어 대는 남자가 입맛을 다셨다. 잔뜩 겁먹은 채 벌벌 떠는 모습이 묘하게 선정적이라 흥분이 일었다. 해교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 주변의 남자 너덧 명은 담배를 입에 물고 따라 웃었다.
“얼굴도 반반한 게, 없으면 몸을 굴려서라도 벌어 왔어야지. 좆을 팔지 구멍을 팔지 까 보고 판단해 보면 되겠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여태 다양한 형태의 추심을 당해 봤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손발을 휘두르고 옷까지 벗겨 내려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해교는 제 옷을 끌어 내리려는 남자에게 최선을 다해 반항했지만 통할 리 없었다.
어느덧 끌어 올려진 티셔츠 아래 투명하리만큼 새하얀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옴폭 파인 쇄골 아래로 능선을 그리는 젖가슴이 시선을 잡아챘다. 정말 사내새끼가 맞는지 혼란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적당한 양감을 가진 살결 정점에 조그만 알갱이를 숨긴 핑크빛 함몰 유두가 육감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관능적인 모습에 남자는 꿀꺽, 침을 삼키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당장에라도 눈에 보이는 젖가슴을 쥐어짜고 빨고 싶은 흥분감에 아랫도리가 욱신거렸다. 남자가 보들보들한 살결을 향해 손을 뻗자 이를 눈치챈 해교가 상체를 뒤틀었고, 그 반동에 젖이 출렁여 남자의 음심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와. 젖 봐 봐.”
남자가 홀린 듯 해교의 가슴에 손을 내리려 할 때였다. 그의 뒤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온 집 안을 어지르며 피우던 담배 불씨를 바닥에 짓이기던 일행이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 사이에 꽂아 놓은 흰 봉투를 발견한 것이다.
“야, 그 새끼 젖탱이가 문제가 아니라 이거 좀 봐. 돈 없는 척하더니.”
의사 선생님이 주었던 연구비가 담긴 봉투였다. 노동하고 받은 게 아닌 셈에다 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라 어찌할 줄 모르고 가지고만 있었다. 사용처를 정 모르겠으면 차후 치료가 끝나면 선생님께 보답할 때 조금 쓰고 나머지 용도로는 어쩔지 여태 고민만 하고 있었다.
또 다른 남자가 다가가 봉투 안의 돈을 세며 의외라는 듯 비식비식 웃음 지었다.
“아, 안 돼요…….”
“겁 많게 생겨선 겁이 없나 보다. 돈 숨겨 놓은 걸로 모자라서 안 돼요? 하여간 피는 못 속여.”
“와. 생각보다 돈이 제법 있네. 쟤 좀 조져 봐. 이런 거 딱 3개만 더 찾으면 되겠다. 이 이사가 알기 전에 처리 가능하겠어.”
어느덧 입술이 터져 피가 나고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때린 건 조진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해교는 그저 그들의 손에 들어간 봉투를 뺏기면 안 된다는 생각만 가득 떠올라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도, 돈…… 어, 없는데, 아빠가…… 어, 얼마 빌렸어요? 죄송, 죄송해요. 흐윽, 나중에, 흡, 꼭 갚을게요. 그러니까 일단, 끅, 그 봉투는 돌려주세요…….”
“아가. 뭘 믿고 이걸 돌려줘요. 나도 지금 차윤식 때문에 급하다니까?”
명치를 걷어찼던 남자가 해교의 멱살을 잡더니 이마를 검지로 꾹, 꾹 누르며 말했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누르는 터라 남자가 한 번 이마를 튕길 때마다 해교의 머리통은 하릴없이 뒤로 밀려났다. 광대뼈에는 어느덧 푸른 피멍이 돋아났고 겁먹은 몸은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탁, 탁, 타악.
느닷없이 지척에서 성마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형!” 하는 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해교는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확인할 용기가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악몽이기만을 기도하며 질끈 감은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씨발. 누굴 때려.”
“어어, 악!”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구원처럼 반지하를 울린 뒤, 해교를 발견함과 동시에 시퍼렇게 날을 세우며 결을 달리했다.
해교의 이마를 눌러 대며 조롱하던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엎어지고 사정없는 구타가 이어졌다. 둔탁한 타격음이 마를 새 없었다. 아래 깔린 남자에게서 나온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시는 모습에도 괘념치 않고 폭력은 계속해서 내리꽂혔다.
일순 모든 남자들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동작을 멈추었다. 수적인 열세도, 힘의 열세도 아니었을진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채로 등장한 인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가서 얘기하죠?”
뼈마디가 불거진 손등에는 붉은 피가 산란하게 튀어 있었다. 등장한 남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쓰러진 남자의 재킷에 닦아 냈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피범벅이 된 뺨을 한 번 더 후려갈겼다.
무감한 표정으로 일어난 남자가 나머지 무리에게 더럭 턱짓하며 문밖을 나섰다. 말 없는 명령이었다.
* * *
“좀 우아하게 살자고 했죠.”
“…….”
“사람 함부로 때리지 말라니깐. 이런 거 진짜 싫은데, 좆같이 구니까 안 건드릴 수가 없잖아요.”
“그게, 도윤아. 사정이 있어서.”
“무슨 좆같은 사정?”
“하아……. 네가 차윤식 아들이랑 어떻게 아는진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하우스 도박하던 놈이 아주 작정을 하고 돈을 빌려다 날랐어. 괘씸죄 알잖아.”
“상스러운 짓,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관여하기 싫다고 하니까 내가 우스워 보이나. 왜 사람 말을 안 듣지? 아니면 형이 내 말은 개무시하면 된대요?”
“도윤아. 이사님은 모르시는 일이야. 이번에 새로 들어온 놈이 작업 치는 걸 모르고 내줘서 만회하려다가 마음이 급했나 봐. 한 번만 눈감아 줘라. 응? 잘못했어.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도윤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맞은편 남자의 재킷 포켓에 꽂혀 있던 담뱃갑에 손을 뻗었다. 남자는 제 포켓에서 허둥지둥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도윤의 입술에 물려 주었다. 분위기가 느슨하게 누그러진 듯해 굳은 얼굴 근육을 풀곤 라이터를 꺼내 고이 담뱃불까지 붙여 주었다. 그리고 긴장했던 숨을 돌린 순간이었다.
“아악!”
도윤이 제 입에 문 연초를 빼내 그대로 남자의 손등에 내리꽂곤 짓눌렀다. 치이익, 살갗이 타는 냄새가 나면서 고통에 찬 목소리가 골목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럼 말렸어야죠. 이 손으로.”
“크허어, 아, 아윽……!”
씨발. 도윤이 낮게 욕설을 뇌까렸다. 집에 저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집안 남자들 중 유일하게 머리를 쓰는 데 관심이 있는 도윤의 싹을 알아봐 주는 아버지마저도 대학 졸업장만 따고 나면 어떻게든 현재 굴리고 있는 건설 회사에 그를 들여놓을 생각만 했다.
어릴 적부터 조폭 집안 자식이라고 낙인찍힌 채 자라 왔다. 아무리 상장 회사를 인수하고 중견 기업까지 운영해 봐도 늘 따라붙는 꼬리표는 사채, 조폭, 근본 없는 집안이라는 수식어가 전부였다.
아버지 대부터 시작한 자금 세탁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도윤의 형 대에 와서는 더욱 활발히 이루어졌다. 먼저 일을 시작한 형들을 통해 조금씩 이미지를 바꿔 나가고 있었지만 겉으로 아닌 척 뻔뻔하게 건설 회사를 표방해 봤자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심장 같은 사채업을 분리해 낼 수 없음은 당연했다.
뭐든 폭력으로 해결하는 짓에 이골이 났다. 그래서 부러 더 그렇지 않은 척해 왔었다. 어느 순간부터 감추고 살려 노력했다. 힘, 권력,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위압감, 그런 것들을.
정말 거짓말처럼 잘 감추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태생과 본능을 바꿀 순 없었나 보다. 이성을 잃고 떡이 되도록 팼던 남자의 얼굴 잔상이 흐릿하게 도윤의 머릿속을 스쳤다. 닦아 내도 남은 핏자국이 손가락 곳곳에 남아 질척이고 있었다. 마치 제 몸속에 돌고 있는 피처럼.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불법적으로 협박하며 수금질이에요. 나 할 일 있으니까 지금은 꺼져요. 집 안에 엎어져 있는 새끼도 데리고 가고, 아까 말한 차윤식이란 사람 관련한 채무 문서는 나중에 따로 보여 줘요. 켕기는 게 있나 본데 형 귀에 다이렉트로 꽂히고 싶으면 내 말 안 들어도 좋고.”
도윤은 손등을 쥐고 신음을 토하는 남자 뒤에 선 나머지 일당을 설핏 흘겨보곤 경고하듯 골목 옆 쓰레기통을 거세게 걷어찼다. 한 번의 발길질에 찌그러진 쓰레기통 옆, 흠칫 놀란 남자들이 해교 집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일행을 짐짝처럼 실어 날랐다.
도윤은 남자들이 떠난 뒤 조심스레 해교의 집에 발을 내디뎠다. 해교는 여태 제 앞에서 벌어졌던 소동을 눈치채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작게 죄송해요, 죄송해요, 되뇌면서.
“다 갔어요, 형.”
“흐, 흐으…….”
“괜찮아요. 눈 좀 떠 봐요. 얼굴 좀 봐요.”
“우으…….”
씹새끼. 많이도 때렸네. 뼈 좀 부러뜨리고 담배 빵 내는 정도로는 성에 안 찼다. 멍이 든 광대뼈와 터진 입술, 여기저기 긁힌 팔다리를 보니 기껏 삭였던 분노가 다시금 타올랐다. 도윤은 엉망으로 구겨진 티셔츠를 내려 주고 진정시키듯 해교의 등을 쓸어 주며 자신의 입술 안 점막을 지그시 깨물었다.
“일단 병원 가요.”
“흣…… 아니, 아니에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
“형. 저 도윤이에요.”
새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연신 도리질하던 해교는 도윤의 말에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떴다. 그리고 제 앞의 남자를 올려다보곤 놀라 동공이 확장되었다.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
쪽팔렸다. 죽고 싶을 만큼.
이미 집 꼴을 보고 대강 형편 짐작은 했었겠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았었는데. 거기다 눈물이 부옇게 차올라 도윤이 어떤 표정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고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까까지 집 안을 뒤집던 사람들은 언제 나간 걸까.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흐으, 그런데 아까 그 사람들은…….”
“아, 걱정 마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불법 추심으로 신고한다고 겁줬더니 도망갔어요. 그러니까 이제 병원 가요.”
“아, 안 갈래요, 병원.”
“그럼 일단 상처라도 확인 좀 하게 해 줘요. 그게 싫으면 저랑 같이 병원 가요.”
“벼, 병원 갔다가 또…… 또 오면 어떡해요.”
제가 경고했으니 절대 다시 나타날 일 없었다. 오늘 만난 놈들은 둘째 형이 관리하는 사업체에서 굴리는 최하위 잔챙이였다. 지나가다 들렀던 형의 사무실에서 안면을 텄었고, 생각이 있으면 도윤의 형이나 아버지 무서워서라도 당분간 잠잠할 터였다.
도윤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말을 꺼내 해교를 안심시키려던 순간, 해교에게서 이어진 말에 마음을 바꾸었다.
“어…… 저…… 그러니까. 또, 똑똑하잖아요. 저보다 훨씬……. 그러니까, 흐윽. 너, 너무 무서운데. 저 어떡해야 해요?”
“……형. 그럼…… 우리 집에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