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6/18)

한동안 오지 않는 연락에 그날 한 번, 그렇게 하고 끝은 아닐까 희망을 가졌다. 원래 남자랑만 한다고 했었으니까 자신과 한 것은 단순한 변덕 같은 것이고, 시간이 지나니 굳이 징그러운 몸을 가진 저를 다시 볼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연제의 연락이 없는 나날 동안 해교는 그간의 일을 잊은 것처럼 지내왔었다.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기도 했고 바꿀 수 없는 지난 일을 곱씹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런 행동은 고통만을 배가한다는 것을 지난 경험으로 잘 알게 되었으니까. 정확히 표현하자면 포기가 빠른 성격이었다.

그런 헛된 희망을 읽기라도 한 듯, 그날 저녁 연제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연히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매번 시간을 내어 만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마지막이 아닐까, 했다가도 돌아서면 희망이 사라졌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만났다. 오늘도 그중 하루였다.

“왔어요?”

“……네.”

“밖에 덥지 않아요? 그러게 내가 데리러 간다니까.”

“…….”

죽어도 우연제에게 집 주소를 알려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해교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은 연제가 모른 척 싱긋 웃음을 띠곤 땀에 젖은 해교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었다. 해교가 그 손짓에 살짝 몸을 떨었다.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손을 올리지 않았지만 해교는 여전히 연제가 무서웠다.

“땀 좀 봐. 얼른 들어와요.”

“…….”

머뭇거리는 해교의 손목을 잡고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손길이 거셌다. 얼떨결에 발을 들이자마자 연제가 자신의 품 안에 쏘옥 해교를 넣었다. 그러곤 그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언제 맡아도 좋은 향이었다. 드문드문 잠자리에 들기 전마다 생각이 났다. 학기 마무리를 하느라 바빠 자주 보지 못해 아쉬웠다. 대학생 아들을 두고 해외에서 지내는 게 신경이 쓰인 부모가 일정 기준 이하로 성적이 떨어질 시에는 본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든, 연제가 해외로 나오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었다.

“형한테서 애기 냄새 나는 거 알아요?”

“……아……니요.”

간지럽게 목덜미에 내려앉는 연제의 따스한 숨결에 솜털이 바짝 일어났다. 벌써 몇 번이나 만나고 있지만 두려움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더 만나야 질릴까.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부르지 않을까.

한두 번 더 만나고 나면 안 부를 줄 알았는데 주말만 되면 기가 막히게 연락이 오는 우연제였다. 그나마 평일에는 문자만 몇 통 하고 마는 게 다행이다. 연락할 때마다 일 중이라는 해교의 응답에 그럼 제집에 와서 일하라고 장난처럼 말했을 때는 짓눌린 공포감에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1달이 넘게 고정적인 일거리가 잡혔다는 해교의 말이 먹혀든 건지 우연제는 그 이후 평일에 더는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마저 일이 있다고 말을 꺼내려 하자 어떻게 알아챘는지 귀신같이 그럼 일하는 집에서 박아 줄까, 하는 답장이 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더…… 더워서, 물 좀 마셔도 될까요.”

“물 가져다줘요?”

“제가…… 제가 마실게요.”

몸을 비틀어 연제의 품을 벗어난 해교가 주방으로 향했다. 일단 그에게서 떨어져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보고 싶었다. 이미 무력감을 느끼는 몸은 더 이상 우연제에게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회피였다.

“점심 뭐 먹을까요.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불렀으면 얼른 부른 목적이나 해치우고 보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제 앞에서 밥이 제대로 넘어갈 거라 생각한 건지 연제가 소파에 앉으며 태연하게 물어 왔다. 해교는 정수기 옆에 통나무처럼 굳은 채 서 있었다.

“……아, 안 먹…….”

“그럼 아랫입에 먹여 줄까.”

“…….”

“다시 물어요?”

“아, 아니요. 아무거나…….”

그 말에 연제가 짓궂은 표정을 짓더니 이미 벙벙해진 앞섶을 그러쥐며 말했다.

“아무거나? 이거 물려 줘도 돼요? 아, 이런 반응을 의도한 건가.”

“아니에요.”

“하여간 야해 빠져선. 그렇게 안 보채도 먹여 줄 생각이었는데, 그럼…….”

정말 지금 당장 커다란 좆을 꺼내 물려 줄 것처럼 바지 버클을 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분명히 집주인 우연제는 집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관에서 도어록을 해제하는 전자음이 울렸다.

“집에 있었네?”

소파에 앉아 현관을 바라보는 연제에게 웃음 지으며 도윤이 들어섰다. 연제가 도윤의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고 드나드는 것처럼 도윤 역시 마찬가지로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소파에 걸터앉은 연제를 슬쩍 훑은 도윤의 시선 끝에 해교가 걸렸다. 낯선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였다.

허둥지둥하는 해교를 조용히 응시하던 도윤이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시선이 꽤 난감한 듯 구는 남자 때문에 호기심이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누구야?”

“도우미. 신경 꺼.”

그답지 않은 방어였다. 아무리 봐도 제 또래의 예쁘장한 남자가 가사 도우미를 한다는 게 신기했던 도윤은 연제의 말에 더욱더 해교 쪽을 기웃대었다. 정말 저 남자가 도우미가 맞는다면 혹시, 기존에 쓰던 도우미를 우연제가 일부러 내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연제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가정이었다.

평소 연제는 딱히 자신의 성적 취향을 감추려 들지 않았고 도윤 역시 이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다. 우연제가 저에게 좆을 세우고 달려든다면야 심각한 문제가 될 테지만 어떤 최음제를 먹는다 한들 제게 발정할 리 없었다. 이성애자가 모든 이성에게 눈 뒤집고 달려들지는 않는 것처럼.

“그쪽으로는 왜 가는데.”

해교가 있는 주방 쪽으로 향하는 도윤을 멈추려 연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뭔가가 좀 이상했다. 평소와 많이 다른데.

“물 마시러. 나 물도 안 주게?”

“있어 봐. 내가 가져다줄게.”

연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정수기 앞으로 다가갔다. 컵을 꺼내려 찬장에 손을 뻗다 바로 옆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해교에게 시선이 닿았다. 저를 빤히 쳐다보는 연제의 시선을 느낀 해교가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여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티 내면 안 된다. 자지와 보지를 같이 달고 태어난 저를 안다면 지금 온 남자 역시 언제 낯을 바꿀지 몰랐다. 해교는 입술을 깨물고 정말 이곳에 철저히 청소만을 위해서 온 것처럼 싱크대 옆 마른 수건을 쥐었다.

쥐방울만 한 게 눈치는 있네. 연제가 그런 해교를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물을 담은 잔을 넘겨주었다. 목마르다더니 여태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상태 같았다. 건네는 컵을 어색하게 받아 들고 뽀얀 목울대가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한 연제는 뒤돌아 도윤을 향해 걸어갔다.

씨팔. 지금 청소해야 하니 나가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겠지. 설마하니 씹선비 이도윤이 차해교에게 관심 가질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제가 봐도 과민 반응이었다.

연제가 도윤 앞에 물컵을 내려놓으며 눈썹을 위로 끌어 올렸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내가 연락을 꼭 하고 와야 돼? 너는 연락하고 와서 내 오피스텔…….”

또 오피스텔 가죽 소파 이야기였다. 새로 주문해서 가져다 놓았는데도 일주일간 역겨운 소파를 집 안에 두고 있었다며 도윤이 내내 우려먹었다. 사실 아예 떡 치는 건 집에서 안 하겠다고 공언해 놓고는 지키지 않은 터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긴 했다.

“씹……. 그래. 좆나게 와라.”

연제의 반응에 피식, 웃음 지은 도윤이 다시 한번 해교 쪽을 살폈다. 도우미라고 하기엔 당장 무언가를 하고 있지도 않았고 자신이 등장한 후로 바짝 긴장한 듯했다. 이 자식이 설마설마 아무리 막 산다 한들 누굴 협박해서 데리고 있진 않겠지.

“가사 도와주시러 온 분은 자주 오세요?”

“아, 아…….”

도윤이 말을 붙이자 화들짝 놀란 해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잠깐 부른 분이구나. 주로 어느 동네 하세요? 이 집이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해 보여서요.”

“복층은 안 해. 양심이 있어야지, 층고 높은 복층이면 단층 평수 두 배나 마찬가진데 그걸 혼자 하라고?”

연제가 마치 대변인처럼 나서서 도윤의 말을 잘라먹었다.

“그거야 이분 선택이지 그걸 네가 왜.”

“안 해.”

“…….”

“형, 안 하죠?”

“……네.”

해교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돈만 잘 쳐준다면야 100평이든 200평이든 대수가 아니지만 우연제의 지인이라니 안 봐도 성정을 알 것만 같아서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저 남자 하나로도 너무나도 버겁고 힘들었다.

“……그래요? 아쉽네요.”

도윤이 어깨를 으쓱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뭔가 평소 같지 않은 우연제의 반응, 그리고 가사 도우미에게 ‘형’이라는 호칭까지. 어딘가 묘하고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도 잠시뿐이었다. 이후 시답지 않은 몇 마디를 던지던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절판된 서적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연제의 부모가 구비해 둔 서적이 필요했던 터였다. 그들은 외국에 나가며 아들 연제의 전공과 관련한 일부는 이 집에 두었다. 서재에서 원하던 책 몇 권을 집어 든 도윤이 미련 없이 현관으로 향했다.

“가게?”

“오늘 봤던 것 중에 제일 밝은 표정이네.”

“그런 눈치가 있으면서 이제 가니 표정이 안 밝을 수가 있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도윤이 사라지는 모습을 소파에 걸터앉은 연제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윽고 짧은 전자음이 울리고 문이 닫혔다.

동시에 해교가 잔뜩 얼어붙었다. 잠시 주어졌던 유예 시간이 끝나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손님이 너무 빨리 가 버린 것이다.

“형, 이리 와요. 언제까지 거기서 일하는 척할 건데?”

“아…… 그게…… 여기 뭐가 좀 묻어서…….”

해교가 급하게 싱크대 닦는 척을 시작하였다. 수 쓰는 모습이 빤히 보여 연제가 코웃음을 쳤다. 지능이 좀 많이 낮은가? 귀여우니 됐다.

“형 오기 전에 청소하고 갔는데 안 되겠네. 새로 고용한 사람 잘라야겠다, 그쵸? 그리고 형이 우리 집 정기 도우미 하면 되겠다.”

그 말에 해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아니, 아니…… 제가 잘못…… 봤어요. 머, 먼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형 때문에 괜한 사람 잘릴 뻔했잖아요. 아니면, 나랑 매일 보고 싶어서 그런 건가.”

“…….”

“빈말이라도 그렇다고 해 주면 어디가 덧나요? 서운해.”

연제가 입을 삐쭉이더니 다가와 뒤에서 해교를 껴안곤 새하얀 목덜미에 제 입술을 묻었다. 그러고는 말캉한 혀를 내어 솜털 가득한 목덜미를 핥았다. 날씨 때문인지 살짝 땀이 일었지만 더럽게 느껴지기는커녕 끈적한 체액이 오히려 흥분을 일으켰다. 아래에 있는 구멍도 평소보다 더 젖어 뜨끈하게 녹아내린 상태가 아닐까. 바로 박아 넣기 좋게.

“흐으…….”

연제가 해교의 허리를 더듬던 손을 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체구에 비해 다소 큰 베이지색 7부 셔츠가 살결을 마구잡이로 주무르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구겨졌다 펴지기를 반복하였다.

“어디서 젖이라도 주고 다녀요?”

경쾌하게 던지는 말과는 달리 거친 손가락이 단숨에 젖꼭지를 쥐어짜 냈다. 손아귀에 감겨드는 젖가슴의 양감이 일전보다 더 두툼해진 것 같았다. 만날 때마다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확연했다.

연제가 해교의 귓바퀴를 혀로 핥아 내며 엄지로 유두를 비비적거렸다. 하아으……. 해교는 낮게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아보려 숨을 멈추었다. 뒤에서 보기에도 한눈에 붉어진 뺨과 목덜미에 연제가 가슴을 반죽처럼 주무르던 손을 물리곤 해교의 허리를 잡아 돌렸다.

두 사람이 마주 보게 되었다. 만지기만 하던 순간부터 줄곧 보고 싶었다. 연제가 해교의 티셔츠 끝을 잡곤 단번에 쇄골까지 들어 올렸다. 요즘 들어 적당히 살이 오른 젖가슴이었지만 타고난 함몰 유두는 여전했다.

“흐읏!”

그러니까, 분홍빛 유륜이 넓게 퍼져 있지만 그 중심의 유두는 오그라든 채 쏘옥 들어가 있는 형태였다. 그게 더 사람의 음심을 자극한달까.

유륜에서부터 도톰하게 쥔 채 거세게 앞으로 당기자 히이익, 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해교의 몸이 본능적으로 가슴을 당긴 방향을 향해 기울었다. 최대한 아픔을 줄이려는, 생존을 위한 몸짓이었다. 그러자 몸이 바싹 연제에게 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젖 더 만져 달라고 이러는 거야? 하여간.”

연제가 킥킥대며 제가 쥔 해교의 가슴을 더욱 마구잡이로 주무르고 흔들었다. 커다란 손이 늘어뜨리는 대로 주욱 늘어나는 얇은 피부가 애처롭게 물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외설적인 광경에 연제가 손날로 가슴살을 모은 채 고개를 숙여 한입에 빨아들였다.

“아, 아…….”

연제의 입속으로 사라진 가슴살이 척척한 혀 놀림에 의해 으깨졌다. 연제는 함몰된 유두를 거침없이 짓이기다가 입술에 힘을 주어 쭉 빨아올리기를 반복하였다. 미끄럼틀을 타듯 살살 혀를 간질이며 유륜을 뭉그러뜨리니 어느덧 넓은 유륜이 짙은 빛깔로 바뀌었다. 뾰족한 혀끝으로 숨어 있던 젖꼭지를 쪼듯이 콕콕 두들기자 돌기가 바짝 올라붙었다.

연제가 일어난 조그만 쌀알 같은 돌기를 잇새에 끼우곤 집요하게 씹어 댔다. 아, 아, 하으응……. 처음에는 마냥 아프기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랫배 근육이 조이며 움찔움찔 흥분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해교는 저도 모르는 사이 보지를 질척하게 적셔 가고 있었다.

“혼자 젖 좀 만져 봤어요?”

만져 봤다. 꽤 많이. 의사 선생님이 그리하라 해서 부지런히 한 것도 있었고 만질 때마다 드는 간지럽고도 야릇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처음엔 어색해서 잘 만지지도 못했는데 살살 끝을 굴려 주기 시작할 때부터 함몰된 젖꼭지에서 찌르르 전기가 이는 쾌감에 서서히 중독되어 갔다.

거기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바르라며 지혁이 준 연고를 젖꼭지와 유륜에 부지런히 발라 왔기에 돌기의 감도도, 크기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입술을 꾸욱 깨물고 대답하지 않는 해교를 상관 않고 연제는 제 할 일을 이어 갔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물음이었다는 듯.

한참 동안 젖꼭지를 이리저리 괴롭혀 대더니 쪽, 소릴 내며 연제의 입술이 해교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갔다. 얼마나 빨아 댔으면 유려한 입술 끝과 도톰하게 부어오른 젖꼭지 사이에 거미줄 같은 타액이 늘어졌다 끊기는 모습이 보였다.

연제가 제 입매를 매만지며 피식거렸다. 그러곤 거실로 돌아가 몸을 소파 뒤로 기대었다. 마치 무언가를 관람하는 듯한 자세였다.

“젖 좀 만져 봐요. 보게.”

“……?”

“음식 배달에 시간이 좀 걸릴 거 아니에요.”

연제가 가볍게 휴대폰 화면을 눌러 대며 말했다. 흐음, 하며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제 말을 들으려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교의 낌새 또한 알아채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부지런히 화면 스크롤을 내리지만 음식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본다고 닳을 거 같진 않은데, 내가 닳게 해 줘요?”

혼자서는 만져 보긴 했지만 타인 앞에서 그런 적은 없었다. 지혁의 앞에서조차. 그건 마치 자위하는 걸 보여 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물론 연제의 의도는 명확하게도 그것이었지만.

“아, 아니요…….”

해교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손톱 거스러미를 잡아당겨 피가 나오고 있었다. 이를 신경 쓸 새 없이 황급히 가슴께로 손을 가져갔다. 양손을 티셔츠 안으로 집어넣곤 떨리는 손가락을 유륜에 가져다 대었다. 보이진 않지만 유륜에 손끝을 대자 익숙한 감각이 몰려왔다. 흐읏……. 입술 새로 삐져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삼키며 살짝 정점을 짓이겼다.

“형 뭐 해요?”

“가……슴 만지라고 해서.”

“보여 달라고 했잖아요. 셔츠 안에서 그러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봐요?”

“아…….”

입고 있는 셔츠를 벗으라는 말에 해교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뒤덮였다. 이미 가슴을 스스로 만지는 것부터 놓은 줄 알았던 자존심이 또 한 번 진창으로 처박히는 듯했다.

떨리는 손으로 상의를 벗어 내렸다. 벌벌 떨며 엄지로 유두를 눌렀다 떼는 모습이 감질났는지 연제가 또 다른 요구를 해 왔다.

“손톱으로 눌러 봐요. 당겨도 보고.”

연제의 말대로 어느덧 피가 멎은 손톱 끝으로 유두를 꾸욱 눌렀다. 젖꼭지가 이에 반발을 하듯 위로 튕겨 나왔다. 이제 함몰이었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얕게 흩어지는 한숨과 함께 뒤이어 젖꼭지를 잡아 비틀었다.

“하으…….”

촉촉하게 젖어 드는 보지의 변화가 여실히 느껴졌다. 자지 끝에도 옅게나마 열기가 몰리고 있었다. 아 안 돼……. 제발…….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어느덧 연제가 해교의 변화를 눈치채곤 한층 더한 요구를 했다.

“그걸로 부족하죠? 자지도 흔들어 봐요.”

제아무리 가슴 자위는 보였어도 자지 자위까지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다 지금 하라는 대로 했다간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걸레라는 말이 또 쏟아질 것만 같았다.

“흠. 말을 안 듣네, 또.”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꾸어 버리는 서늘한 목소리가 거실 공기를 갈랐다. 바지춤을 쥔 연제의 한 손등에 가느다란 핏줄이 또렷이 돋아났다. 톡, 톡. 나머지 손가락으로 제 허벅지를 두드리며 연제가 말을 이었다.

“내가 너무 잘해 줬죠, 버릇 나빠지게. 아니면, 원래 이런 플레이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보지 처맞고 흥분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연제가 짓궂은 표정을 짓고는 어느덧 제 바지를 모두 끌러 내렸다. 해교의 목덜미에 고개를 처박는 순간부터 부풀어 오른 흉흉한 자지가 여전히 끝이 휜 채로 하늘을 향해 고갯짓을 하고 있었다. 그 위협적인 크기와 몸짓에 해교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형, 머리를 좀 써요. 매번 만날 때마다 아다처럼 구는데 내가 형한테 어떻게 질리겠어요.”

“…….”

“닳고 닳은 티 좀 내 보란 거예요. 걸레면 걸레처럼 굴라고. 그럼 진짜로 정이 떨어질 거 같으니까.”

연제가 느른하게 말하며 상체를 좀 더 앞으로 기울였다. 휘우듬한 선을 그리는 웃음 뒤에는 정말 이 말이 먹힐까, 하는 비소와 저열한 기대감이 숨어 있었다. 먹힌다면 차해교는 진짜 좆 되는 거다. 정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더 강하게 꼴릴 테니까.

한편 해교는 연제가 던진 말에 갈등을 하고 있었다. 정말 말처럼 닳고 닳은 티를 내면 이제는 저를 찾지 않을까. 진짜 걸레는 이렇게 남이 보는 앞에서 혼자 자지를 흔들까. 조그만 머리를 굴리며 힘껏 고민을 하던 해교가 눈을 질끈 감았다.

서서히 하의를 벗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긴장을 해서인지 좀처럼 자지가 쉽게 서지 않았다. 단단해질 듯하다가도 금세 다시 물러지는 자지 때문에 해교는 울상이 되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연제가 따분한 듯 한숨을 쉬며 눈썹을 늘어뜨렸다.

“걸레는 구멍을 안 놀릴 것 같은데.”

그 말에 해교가 잔뜩 질척해진 보지로 다급하게 손가락을 욱여넣었다. 젖은 보지가 헤집어지며 찔걱이는 소리가 났다. 급한 마음에 부드러운 보짓살을 거세게 들쑤셨다 꺼내자 손가락이 미끈거리는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하으읏…….”

어느 정도 내뱉어진 보짓물에 촉촉이 젖은 보짓살이 해교의 손가락을 주욱 빨아들였다. 보지를 오가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손목에 쓸려 덩달아 예민해진 자지도 빳빳하게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해교가 왼손으로는 자지를 매만지고 오른손으로는 보지를 비벼 대며 쓸어 올렸다. 정신없이 내리치는 자극에 허리가 절로 흔들렸고 이에 따라 찹쌀떡 같은 엉덩이 살이 관능적으로 떨려 왔다.

“와. 진짜 암캐 같아. 씨발.”

끝내주게 꼴린다는 말이었다. 뒤이어 해교가 뻐끔거리는 뒷보지에 제 손가락을 밀어 넣는 모습에, 연제는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해교의 몸을 뒤집고 올라탄 뒤 음란한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붙들었다. 달아오른 혀로 질펀한 소릴 내며 츄웁, 춥 뒷보지를 빨아올렸다.

“아, 하악, 힉…….”

맨 정신에 뒷보지를 빨리는 건 처음이었다. 여린 속살이 거세게 빨리는 압력에 아찔한 쾌락이 몰아쳤다. 단단한 손으로 엉덩이를 꽉 쥐고 몇 번이나 뒷보지 속살을 뽑아낼 것처럼 거칠게 빨아 삼키길 반복하자 어느덧 뻑뻑하던 내벽 점막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말캉한 혀 덕택에 끈끈하게 엉겨든 점액질과 타액이 섞여 구멍 사이로 주르륵 흘러내리자 입을 뗀 연제가 제 자지를 해교의 뒷보지 안으로 쾅 힘차게 박아 넣었다.

해교의 뒷보지는 늘 넣을 때마다 처음인 것처럼 자지를 밀어내다가도 몇 번 추삽질을 하다 보면 좁은 내벽을 서서히 벌리며 제 좆을 감쌌다. 그 순간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해교가 목을 긁으며 우는 소리를 냈지만 고통만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하여간 발라당 까진 년이었다. 단단한 살 기둥이 뒷보지 안을 짓치고 나올 때마다 찔꺽거리는 질척한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찰싹, 연제가 해교의 엉덩이를 세게 내려치며 자지를 깊숙이 추어올리자 한껏 흥분한 뒷보지가 좀 더 세게 좆을 조여 물었다.

해교가 잡을 것 없이 반질거리는 대리석 바닥을 애처롭게 더듬었다. 거세게 부딪치는 탄탄한 몸을 받아 내며 주먹을 꾹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절박하게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구멍 안 점막이 연제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단단한 손이 해교의 몸을 터트릴 것처럼 꽉 붙들고 추삽질을 이어 가면, 어쩔 수 없이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연제는 쉬지 않고 뒷보지 안으로 박아 넣던 자지를 꺼내 진짜 보지 안으로 때려 넣었다. 철퍽, 하며 물기 가득한 살갗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갈라진 보지 틈은 모두 보짓물이 메우고 있어 젖은 소리가 널리 퍼졌다.

별다른 저항 없이 애액을 내뿜으며 쫀득하게 조여드는 질벽 때문에 연제가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박을 때마다 감탄을 이끄는 몸이었다. 탄력 있는 보지 입구가 달달 떨리며 자지를 받아 무는 촉감에 등줄기로 소름이 내달렸다.

살짝 휜 자지가 단번에 지스팟으로 향했다. 의도치 않아도 보지 구멍 안으로 박아 넣을 때마다 태생적으로 자연스레 향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허리를 잠시 뒤로 물렸다가 퍼억, 단번에 처박자 엎드린 상태의 몸이 옹송그려지며 부들거리기 시작하였다.

몸이 무너져도 본능적으로 엉덩이는 높게 쳐들린 채 외설적으로 흔들거렸다. 부드러운 두 살덩이 사이를 들락날락하는 자지의 움직임에 따라 엉덩이 살이 아래위로 출렁거렸다.

“아, 안 대애…… 아, 으, 으응……!”

몇 번 더 보지에 자지를 퍽퍽 내리찍던 연제가 또다시 자지를 꺼내 뒷보지에 박아 넣었다. 따끈한 보짓물에 이완된 자지가 단숨에 뒷보지 구멍을 갈랐다. 뒷보지는 자지를 뿌리까지 빨아들이고도 부족해 더, 더 들어오라는 듯 연신 구멍을 오물거렸다.

난폭하게 이어지는 허리 짓의 끝마다 귀두가 전립선을 콱콱 누르고 물러났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몇 번이나 연제를 받아들이느라 하얗던 무릎은 붉어지고, 종내에는 푸른 멍까지 들었다. 그래도 무릎이 쓸리는 아픔보다 뒷보지에서 이는 쾌감이 넘치도록 컸기에 살갗이 까지는 통각은 느낄 수 없었다. 어느덧 덜렁거리던 작은 자지에도 피가 몰린 채였다.

연제의 자지를 감싼 내벽이 꿈틀대며 들끓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살덩이 주변으로 모여든 점막이 오므라들며 기둥에 들러붙었다. 동시에 팽팽해진 입구가 한계까지 벌어져 얇아진 살을 내비쳤다.

퍽, 퍽, 퍼억. 단단한 장골이 뒷보지에 닿을 때마다 격한 소리가 났다. 머리가 멍해질 만큼의 짙은 감각이 아래에서 피어올랐다. 해교는 차가운 바닥에 유두 끝이 닿을 때마다 젖꼭지 끝이 저릿해지며 달아오름을 느꼈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었다. 하아…… 헤에엑……! 그저 헥헥거리며 혀를 내민 채 개처럼 흘레붙을 수밖에 없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연제의 좆에 꿰뚫린 해교가 간신히 밭은 숨을 헐떡였다.

눈은 반쯤 까뒤집은 채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적나라한 신음을 쏟아 내는 것, 그것만이 지금 해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씨……발. 너 지금 느끼지.”

“흐으으…….”

철썩, 연제가 해교의 엉덩이를 가볍게 내려쳤다. 그러자 살짝 부어오른 도톰한 엉덩이가 흔들리며 뒷보지가 경련하듯 좆을 빨아올렸다. 연제가 제 좆을 격렬하게 조이는 뒷보지의 움직임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제 손바닥 자국이 남은 하얀 살덩이를 붙들고 허리를 뒤로 물렀다가, 단숨에 거세게 치받았다.

“히이……!”

어찌나 거칠게 들이박았는지 굵은 귀두가 쑥 들어가고 마지막에 남은 음낭까지 찔러넣을 기세였다. 좆 뿌리를 감싸는 음모가 보드라운 엉덩이 살에 거칠게 비벼지는 것이 생생히 느껴질 정도다. 그 감각이 너무나도 아찔해 해교가 휘청이며 몸을 무너뜨렸다.

연제는 한 번 더 해교의 엉덩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반죽된 밀가루 같은 엉덩이가 척, 살갗을 쳐 대는 소릴 내며 짓눌렸다 다시 둥그렇게 돌아와 움찔 떨렸다. 연제가 느릿하게 좆 기둥을 꺼내자 달아오른 내벽이 바들거리며 구멍에서 딸려 나왔다.

잔뜩 열이 오른 해교의 자지에 사정의 기운이 감돌았다. 고개가 절로 젖혀지고, 조그만 자지가 단단히 서서 백탁액을 뱉어 내려던 찰나.

“흡, 흐으, 놔아…….”

연제가 해교의 자지 요도 구멍을 꾸욱 쥐고 눌렀다. 워낙에 단단한 손으로 빈틈없이 귀두를 그러쥔 탓에 조그만 자지는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러곤 저는 빠르게 허리 짓을 하였다. 괴로움에 달아오른 해교의 낯은 외면한 채 이어지는 잘은 허리 짓에 거대한 자지가 꿈틀대며 구멍 안으로 하얀 좆물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 아아……. 조그만 몸이 뜨거운 좆물로 가득 차자 해교가 바르작대며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었다.

“싸고 싶어요?”

“하…… 으응, 으…….”

“안 싸고 싶나?”

여전히 해교의 뒷보지에 제 자지를 끼워 넣은 채 연제가 해교를 당겨 안았다. 근육으로 갈라진 두꺼운 허벅지 위에 해교를 얹고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였다. 폭 파인 기립근이 인상적인 얇은 몸뚱어리에 제 가슴을 맞대고 연제는 계속해서 손장난을 이어 갔다.

회음부를 주욱 긁어내리자 힉, 하며 바르르 떠는 모습에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가 간간이 장난처럼 허리를 털며 뒷보지를 자극하기도 했다.

한 손은 여전히 작은 자지의 구멍을 막고, 나머지 한 손은 흥분에 떨리는 젖가슴을 마구 꼬집고 주무르길 거듭하였다. 가뜩이나 상기된 해교의 얼굴이 점점 더 붉게 달아올랐다. 자지가 꽂힌 뒷보지가 펄떡대며 벌름거렸다. 보지는 질질 애액을 뱉어 내 연제의 허벅지를 적셨고, 조그만 자지는 좆물을 뿜고 싶어 안달이 나 꺼떡이는 것이 연제의 손아귀 안에서도 느껴졌다.

“으, 흐윽…….”

“솔직해져요, 형. 존나게 싸고 싶잖아.”

“아으…….”

남아 있는 자존심이 뭐가 있다고 그렇게 버텼던 걸까. 해교는 비록 우연제가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따르고는 있지만 몸을 맞댈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은 결코 쾌감이 아니라고, 나는 이 행위를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어코 입술을 깨물며 구걸을 참은 해교를 껴안은 연제가 이로 귓불을 잡아당겼다. 귓가에 내뿜는 끈적한 숨결이 홧홧해 야릇한 소름이 일었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예민해진 해교의 성감대를 자극하였다.

“진짜 나만 좋은 거야? 아닐 텐데 고집부리네요.”

연제가 여전히 해교 안에 넣은 제 좆을 빼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랑한 엉덩이만 받친 채였는데, 해교는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들려 예고 없이 공중에 띄워져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당장이라도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몸이 떨어질까 두려워 황급히 손을 뻗어 연제를 감싸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제가 입가를 끌어 올려 호선을 만들었고, 크게 웃을 때만 드러나는 볼우물이 패 소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진짜 여우라니까. 마음 약해지게.”

연제가 해교의 뺨에 도장을 찍듯 뽀뽀하며 성큼 현관문을 향해 걸었다. 걷느라 몸이 흔들릴 때마다 들썩이는 엉덩이 사이로 연제가 싸지른 좆물이 끈적하게 흘러나왔다. 설마 이대로 밖에라도 나가려는 걸까. 깜짝 놀란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연제에게 매달렸다.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밀착하는 몸에 연제가 낮은 웃음을 지으며 그의 엉덩이를 조몰락거렸다.

“어, 어디이…… 어디 가요. 흐읏, 아, 안 돼!”

“어디 안 가요.”

해교의 버둥거림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연제가 입구 바로 옆 방 문고리를 잡았다. 일전에 해교가 처음 이 집에 청소를 하러 왔을 때 열어 보았던 방이었다. 워낙에 컴컴해 밀실 같은 느낌이 들었던, 어떤 남자가 자고 있던 방.

달칵, 여전히 어두운 방에 들어서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어둠이 익숙해져 갔다. 사위가 또렷해지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해교의 눈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제가 알기로는 우연제 혼자만 사는 이 집에 유난히 어울리지 않는, 장난감 말이었다.

우연제 역시 목마를 산 건 처음이었다. 아무리 혼자 사는 집에다 섹스를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구비해 두었을지언정 이렇게까지 커다란 말은 제가 봐도 흉물이었고 또, 굳이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누군가가 그간 있지도 않았다.

그에게 섹스란 제가 만족하는 것이 우선인 게임이었고 타고난 외모 덕에 게임의 참여자는 마를 날이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조건은 변하지 않았으나 차해교를 만난 이후로는 더 이상 게임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몇 번 더 만나자 생각은 확고해졌다. 차해교가 박아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스스로 한번 인정을 하고 나면 제 앞에서 비 맞은 생쥐처럼 벌벌 떠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커스텀 제작된 목마는 다양한 형태의 딜도를 끼울 수 있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사용하는 순간에만 맞추어 끼우고 사용하지 않을 때면 빼 버리면 되니, 평소에는 그다지 흉물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아 얼핏 보기에는 인테리어용으로 보일 정도였다.

“형, 저게 뭔지 알아요?”

아무리 제가 멍청해도 장난감 말을 모를까. 단단히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 해교가 연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어린아이가 타기에는 꽤 크기가 컸지만 저런 목마는 어릴 적 집에 딱 한 권 있던 그림책 삽화로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어디에서 얻어 왔는지, 주워 왔는지 그림책의 출처는 명확하지 않았으나 서양을 배경으로 한 동화책이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타 볼래요?”

뜬금없이 장난감 말을 타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긴, 이 남자의 말과 행동 중에 이해 가능한 것이 있기는 했었나. 계속 장난처럼 연제가 허리를 얕게 쳐올릴 때마다 달아오른 해교의 구멍이 오물대고 엉덩이가 들썩였다. 구멍과 자지가 살짝 어긋나는 순간이면 연제가 싸 둔 희뿌연 정액이 벌려진 공간을 타고 길게 늘어져서 흘러나왔다.

해교는 바짝 세운 자지가 괴로운 듯 연제의 가슴에 제 뺨을 비비며 흐으응…… 쾌감에 젖은 신음을 내며 고개를 저었다.

“계속 내 좆에 박히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아…… 싫, 아, 으응…….”

“올라가 봐요, 그럼.”

그 말에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연제가 해교를 목마의 안장 위로 올렸다. 다리를 버둥대며 뻗어도 발끝이 바닥에 닿지 않아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위태로워진 해교가 손을 뻗어 목마의 머리를 감싸자 연제가 알아서 잘하네, 하고 실실 웃으며 목마 뒤 서랍에서 수갑을 꺼냈다.

번쩍이는 은색의 수갑은 단번에 해교의 손목을 조였다. 덕분에 해교는 말 목을 껴안는 자세가 되었는데, 양손을 결박하듯 모은 수갑 때문에 전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게 뭐…… 푸, 풀어 주세요!”

해교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연제는 연이어 수갑을 꺼낸 서랍 옆에서 날카로운 물체를 꺼냈다. 얇은 꽈배기 모양의 요도 플러그였다.

“아! 하지 마!”

자그만 자지를 붙들곤 요도 플러그 끝을 대었다. 이미 지혁의 병원에서 경험한 적 있는 고통이 다가올 것이 예상되자 해교가 몸을 과격하게 흔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발끝이 바닥에 닿질 않았다. 꽉 묶인 손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뭔데 하지 말래요? 경험이 있나 봐.”

“흐으…….”

지혁이 사용했던 방광경과는 전혀 다른 용도의 요도 플러그였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연제가 해교 앞보지의 기다란 틈새에 손날을 가져다 댄 뒤, 손목을 비틀어 손바닥에 애액을 가득 묻혔다. 발칙하게도 보지는 커다란 손바닥이 보짓살을 누르자 속살을 달구며 쫀득하게 감겨 왔다.

역시 아닌 척해도 보지를 압박하는 것에 큰 쾌감을 느끼는 년이었다. 느릿하게 만져 주니 잔뜩 젖은 보짓살이 발정하듯 헐떡였다. 보지 안은 습하다 못해 흐물거리고 있었다.

기다란 틈 옆 날개를 손가락으로 쥐고 비벼 대자 대음순이 박동하며 떨려 왔다. 손가락 끝만 가져다 대어도 애액을 싸 대서 목마의 등이 흥건하게 젖어 색깔이 달라지고 있었다.

달라붙는 보짓살을 검지로 주욱 훑어 주자 따끈한 보지 구멍 사이에서 점차 더 많은 애액이 흘러나왔다. 손가락이 살짝씩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며 점액질이 맞붙는 소리가 났다. 그 유혹적인 모습에 하마터면 단단히 일어난 제 자지를 다시 처넣을 뻔했다.

“역시 여기저기 보지를 대주다 보면 이걸 경험 안 해 봤을 리가 없죠, 씨팔?”

저 아닌 새끼와 씹질을 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요도 플러그까지 꽂아 본 적이 있는 듯한 반응에 기분이 좆같아졌다. 대체 얼마나 보지를 돌렸길래. 살살 해 주려는 생각은 애초에도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아예 증발된 것 같았다.

연제는 미끄덩한 애액을 묻힌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요도 플러그를 잠시 문질러 주었다. 금세 번들거리는 요도 플러그를 보자 바짝 긴장한 해교의 자지가 언제 섰었냐는 듯 볼품없이 쪼그라들었다. 익히 그 고통을 아는 까닭이었다.

연제가 두려움에 달싹이는 해교의 좆을 그러잡고 단번에 요도 플러그를 밀어 넣을 준비를 했다. 잔뜩 젖은 귀두를 붙들고 작은 구멍을 벌려 플러그를 조준했다. 그러곤 악, 소리에 개의치 않고 곧장 삽입을 시도하였다.

“아! 아! 아프……, 흐으!”

얇은 요도 구멍을 헤치고 나아가는 이물질을 밀어내려 점막이 달라붙었다. 해교는 좁다란 길을 트고 밀려드는 요도 플러그가 주는 통각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상체를 들어 보았지만 철컹, 하는 쇳소리와 함께 수갑에 걸려 몸이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연제가 요도 플러그를 집어넣는 움직임을 멈추자 해교가 간신히 숨을 골랐다. 이를 확인한 연제가 환하게 웃으며 플러그를 더 깊은 안으로 짓쳐 넣었다. 이물질을 밀어내던 점막이 밀리며 전립선을 함께 짓이겼다. 아, 아흐읏……! 단번에 전립선을 짓뭉개는 이물질에 해교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살살 달구는 과정 없이 직격탄으로 내리꽂히는 자극에 삽시간에 눈이 풀렸다. 아앙…… 응…… 으응……. 입이 절로 헤 벌어진 채 전립선을 몰아치는 자극에 해교는 허벅지를 벌벌 떨었다. 몸을 세워 벗어나려 해도 수갑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선단이 홧홧한 걸 넘어서 쪼개지기라도 할 것만 같아 눈물이 다 나려 했다.

오싹한 전율이 내리치며 자지에 사정감을 전달했지만 당연하게도 자지는 아무것도 뱉을 수가 없었다. 해교는 아까 연제가 손으로 요도구를 막을 때부터 거듭 이어지는 괴로운 쾌감에 정신이 나갈 듯했다.

뭉근하게 안을 짓치며 자극을 주던 지혁과는 정반대의 손길이었지만 쾌감의 모양은 닮아 있었다.

“……그, 으만. 흐윽…… 아!”

“그만하라는 것 대신 다른 말을 해야 할 텐데.”

물끄러미 해교를 바라보던 연제가 또 다른 서랍을 뒤적였다. 낮은 허밍을 하면서도 아주 신중한 표정이라 얼굴만 본다면 그 누구도 지금 그가 고르는 물건의 정체를 짐작할 수 없을 법하였다.

사람의 좆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굵다란 딜도부터 표면이 우둘투둘한 딜도, 흉측한 모양의 딜도까지. 제각각의 특징을 가진 수많은 딜도를 들여다보며 고심하길 수 초.

마침내 딜도 선정이 끝난 연제가 해교의 허리를 잡고 들자 빈 안장의 중심이 드러났다. 가볍게 한 손으로 해교를 어깨에 들쳐 메니 손목이 결박된 해교가 휘청거렸다. 연제가 해교를 달래듯 엉덩이를 두어 대 때렸다. 찰싹거리는 소리를 내는 말랑한 엉덩이에 금세 붉은 손자국이 남았다.

“……아!”

연제가 안장에 꽂아 넣은 물건의 정체를 알지 못한 해교는 엉덩이에 닿는 단단한 느낌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정확히 뒷보지 구멍을 향해 조준된 딜도가 작동을 하기 전부터 해교의 구멍을 비비적거렸다.

연제가 서서히 해교의 허리를 내려 앉혔다. 아…… 흐아……. 목마가 이런 거였다니. 죽어도 앉지 않겠다고 버텼어야 했다. 활자를 읽기 싫어해 그림만 훑고 미처 내용은 파악하지 않았던 지난날이 후회되었다.

잠시 떠오른 동화책에 대한 생각은 여태껏 해교의 몸을 받쳐 주던 연제의 손이 떨어져 나가자마자 이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동시에 눈앞에 번개가 내려쳤다.

“아흑!”

곧바로 몸이 단단한 딜도에 꿰뚫렸다. 커다랗고 꼿꼿하게 일어난 이물질이 삽입되는 충격에 도드라진 날개뼈가 떨려 왔다. 하으……! 배 아래가 꽉 찬 것 같은 압박감이 몰려들었다.

얼얼한 느낌도 잠시, 딜도가 돌아가며 내벽 여기저기를 자극하자 구멍이 벌름대며 이물질을 조이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사그라들었던 자지로 다시금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내 좆으로는 형이 못 느끼는 거 같아서 준비해 봤어요.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긴장으로 아래가 바짝 조였다. 커다란 연제의 자지를 조여 물던 관성이 이어지는 듯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체를 들자 연제가 조그맣게 웃으며 목마의 머리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둥글게 휘어진 다리 아랫부분이 움직이며 목마가 앞으로 쏠렸다. 동시에 해교의 몸이 앞으로 처박혔다.

“힉!”

단단한 딜도가 전립선을 찔러대고, 마치 손바닥으로 꾹 누르는 것처럼 목마 등에 짓눌린 보지는 황홀한 압박감에 연신 경련했다. 힘을 주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앞보지와 뒷보지가 번갈아 가며 자지러지듯 구멍을 조였다.

그러다 툭, 연제가 목마의 머리를 뒤로 밀자 이번엔 해교의 몸이 목마와 함께 뒤로 쏠렸다. 헤엑……! 몸의 구심점이 뒤로 향하니 엉덩이가 완벽하게 내려앉은 채 딜도를 깊숙이 빨아 삼켰다. 맞붙은 딜도가 허리를 쳐올리는 것처럼 내벽을 그악스럽게 후벼 팠다.

앞으로, 뒤로. 목마가 연제의 손길을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면 흉흉한 딜도가 내벽 안을 주욱 직선으로 왕복하며 들쑤셨다.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묵묵히, 제자리에서 들이박는 딜도 때문에 해교의 몸에는 차곡차곡 강제로 성감이 쌓여 갔다.

몸이 이리저리 미끄러질 때마다 둔부에 질척하게 묻은 보짓물과 목마 표면이 만나 난잡한 소리를 내었다. 연제가 이미 채워 둔 좆물이 내벽 안에서 딜도를 감싸며 만들어 낸 쩌걱, 쩌걱거리는 살갗 짓이겨지는 소리 역시 엇박자로 귀를 울렸다.

씨근덕거리는 숨을 뱉어 내는 작은 얼굴이 점점 발갛게 달아올랐다. 양 뺨이 붉었다. 마침내 보기 좋게 익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연제가 딜도의 레벨을 한 번에 끝까지 올렸다.

“아윽, 아, 아, 아!”

강렬한 진동에 눈앞이 아득했다. 해교는 그저 본능적으로 어떻게든 이 자극에서 벗어나려 손목을 흔들었다. 그러자 살갗이 수갑에 쓸리는 아픔에 엉덩이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게 돼 외려 더 강하게 구멍 안이 헤집어졌다.

요란한 소리에 걸맞게 진동하는 딜도는 잠시의 쉼도 없이 해교의 안을 짓뭉갰다. 연속해서 터지는 짜릿함에 눈앞이 아찔했다. 다시 한번 발끝을 쭉 뻗어 바닥을 짚어 보려 했지만 역시나 허사였다.

“아으……응, 제……바알, 흣!”

연제는 민둥한 보지와 자지, 뒷보지가 골고루 울긋불긋 달아오른 모습을 감상했다. 정말이지 가히 절경이었다. 한발 물러나 한참을 감상하던 연제가 해교에게 다가갔다.

제발 멈추어 달라는 말이 통한 걸까. 해교가 연제를 향해 애처로운 눈길을 보냈다.

연제는 마치 해교의 간절한 눈빛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딜도를 고정해 둔 안장의 버튼을 조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해교 안을 휘젓는 딜도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뜨거워진 딜도가 내벽을 들쑤시자 마치 용암을 퍼부은 것처럼 점막이 절절 끓어올랐다.

계속해서 안을 파고드는 딜도가 끈적하게 속을 헤집으며 온도까지 높여 가자 내벽은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그 과정에 딜도를 감싼 근육이 들썩이며 단단한 기둥을 집어삼켰다. 이물질이 분명한 딜도에 내벽이 쫀득하게 들러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아, 아…….”

몇 번이나 갈 것 같았는데 요도 플러그에 틀어 막혀 사정하지 못하니 미쳐 버릴 노릇이었다. 해교는 풀리지 않는 손목을 뒤틀고 숨을 헐떡이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오므렸다 펴기를 수십 번 반복한 발가락은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감각이 없었다.

“가고 싶어요. 자지 박아 주세요.”

“으으……?”

“그렇게 말해 봐요.”

“흐읏! 아, 흐…….”

자지를 박아 달라니. 절대 내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혼몽한 와중에 가쁜 숨을 내쉬며 해교가 거듭 신음만을 내질렀다. 온몸을 비틀며 눈물로 얼굴을 적셔 보아도 연제는 딜도 조작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말해 주면 이것도 뽑아 주고, 뒷보지에 박아도 줄게요.”

“아……으…….”

급한 해교의 사정과는 달리 느긋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연제 역시 좆을 빠듯하게 세운 채였지만 뇌가 진창으로 녹아내린 해교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정이었다.

“가고……오, 흣, 싶…… 아!”

“뒷말은?”

“아아, 제발…… 그냐앙.”

“아직 안 급한가 봐. 나 담배 좀 태우고 올게요.”

연제는 해교가 있는 방문을 꼭 닫은 채 거실로 나왔다. 아까 한바탕 거사를 치르며 밀실로 옮기는 바람에 잘 닦아 놓았던 대리석 바닥 곳곳에 제 정액과 차해교의 애액이 줄줄이 길을 내듯 자국을 남겨 놓은 채였다.

담뱃갑을 쥐던 손이 일순간 멈추었다. 한가하게 담배를 피우기에는 자지의 사정이 만만찮았다. 그래도 지금 바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을 끌어 차해교의 몸을 달게 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연제는 낮게 들려오는 해교의 신음을 안주 삼아 자지를 흔들며 1발 빼냈다. 혼자 딸 치는 건 안 하는 타입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서 흘러나오는 흥분한 목소리를 배경으로 자위를 하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혼자 있을 때 종종 생각날 것 같았다.

사출을 마친 연제가 다시 방 안에 들어섰다. 낮은 채도와 명도로 깔아 둔 은은한 조명 아래 실신할 것처럼 떨고 있는 해교가 눈에 들어왔다.

“흐으으…… 아으…….”

떨리는 속눈썹 아래 탁 풀린 눈빛이 욕망으로 넘실대고 있었다. 어떻게든 끝을 내고 싶어 엉덩이를 흔들면 꼿꼿하게 선 자지가 꺼떡이며 끓어오르기만 했다. 분명히 바로 앞에 절정이 있는데 가지 못하자 자지와 고환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다. 정도를 넘어선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찌나 괴로웠는지 온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모든 물을 쏟아 낸 것 같았다. 붉은 입술 사이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울음으로 뒤덮인 얼굴은 엉망이었다. 보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요도구가 막힌 자지를 제외하고는 온 구멍에서 헤프게 물을 쏟아 내고 있는 와중이었다.

“형.”

“으…….”

“가게 해 줄까요?”

“흐으으으……. 빼애, 흣.”

“빼고 가고 싶어요?”

“아으으…… 느에…….”

이 방에 들어온 이후로 단 한 번도 만져 준 적 없던 젖꼭지가 바짝 올라붙어 있었다. 평소 조그만 일자 형태로 숨어 있던 모습과는 상반된, 볼록한 상태였다. 잔뜩 달아오른 몸의 빛깔에 맞추어 돌기가 붉고 통통하게 심을 세웠다.

정점을 중심으로 목마의 움직임에 맞추어 젖가슴이 얕게 출렁였다. 익히 아는 부드러운 젖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연제가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그럼 가고 싶어요, 자지 박아 주세요, 해 봐요.”

“으응, 아, 응…….”

“나 또 담배 피우러 갈까요?”

“아, 흣, 가……지, 마아!”

“안 갈게요. 얘기하면.”

“아아……. 흣. 가고…… 싶…… 으, 으응…….”

“아, 말을 못 하는구나. 잠깐 멈춰 줄게요.”

“으으으……. ……어요, 으응, 응. ……주세…… 히익!”

잠시 멈추었다 다시 시작된 진동에 온종일 시달린 몸이 파르르 떨렸다. 아래에서 퍽퍽 쑤셔 대는 딜도가 주는 자극 때문에 틀어 막힌 자지는 꼿꼿하게 선 채 괴로움을 토하고 있었고, 보지는 온몸의 수분을 뽑아낼 것처럼 애액을 질질 싸 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몸이 망가져 버릴 것만 같다.

“기다리기 지겨워서요.”

“흣, 자지, 아, 제발…… 읏! 자지이, 박, 흐으, 주세요…….”

이쯤 해 둘까. 연제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만족을 내보였다.

“잘했어요. 형이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니까 외면하기가 힘드네. 마음이 여려서요.”

연제가 땀에 잔뜩 젖은 해교의 볼을 붉은 혀로 쓸더니 눈물에 젖은 속눈썹까지 함께 핥아 올렸다. 그러곤 마무리하듯 작은 얼굴을 손으로 틀어쥐고 쪽, 소리가 나게 입술을 붙이고 떼었다. 입술을 통통하게 모은 채 버드 키스를 하니 그 나이대답게 천진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해교의 안을 지분대던 딜도와 목마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떨며 흐느끼는 해교의 목소리만이 멈추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잉, 징…….

아득한 시간 동안 해교를 괴롭히던 딜도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멎었다. 진동을 멈추어도 기나긴 여운 때문에 해교는 저도 모르게 계속해서 엉덩이를 파르르 떨어 대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연제의 좆을 달라고 조르는 것만 같았다.

마구 떠느라 이리저리 휘둘렀던 손목은 수갑에 쓸린 자국이 가득했다. 연제가 수갑을 풀자 힘이 빠진 해교가 바로 목마 위로 축 늘어졌다. 붉게 물든 손목이 땀에 젖은 채로 공중을 부유했다.

그러다 하마터면 아래로 떨어질 뻔했는데, 기운이 없어 떨어지려 하는 제 몸을 지탱하지도 못했다. 연제가 재빨리 해교를 받아 내고 마주 보며 껴안아 올렸다. 그러곤 여태껏 단단하게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두 팔 중 하나를 빼냈다.

“아!”

떨어질까 놀란 해교가 버둥거리며 연제에게 들러붙었다. 아마 이가 맞는 퍼즐 조각도 이보다는 빈틈이 있을 터였다. 잠시 풀렸던 긴장감이 다시 올라오면서 해교는 연제의 목에 본능적으로 제 팔을 두르고는 안달 난 것처럼 떨어 댔다.

“계속 내 자지 먹고 싶었지?”

“흐윽, 아…….”

“뒷보지에 가득 먹여 줄게요.”

1발 빼낸 것이 무색할 만큼 연제의 자지는 다시 꼿꼿이 선 채 꺼떡이고 있었다. 사출을 하며 티슈로 한 차례 닦아 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굵다란 귀두 끝은 쿠퍼액으로 번들거렸다.

연제가 해교를 좀 더 높이 들더니, 단단히 기립한 제 자지에 구멍을 맞추고 허리를 쳐올렸다. 아흐으……! 검붉은 자지가 엉덩이 사이로 사라지지 못한 채 겉의 엉덩이 살만을 때리고 미끄러졌다. 흉흉하게 달아오른 자지를 손으로 받쳐 주지 않고 곧장 구멍 입구에 대어 빗겨 나간 탓이었다.

해교의 엉덩이에 자지 기둥 모양으로 체액이 묻어났다. 뒷보지는 쌓인 흥분으로 인해 장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자지를 붙들지 않으면 구멍 안에 밀어 넣을 수 없을 만큼 미끄러웠다.

연제가 피식대며 제 자지를 그러쥐었다. 그러곤 단번에 구멍 입구에 조준을 한 뒤 굵은 귀두를 안으로 거칠게 쑤셔 넣었다.

“후으으……. 씨팔.”

“아아…….”

들어가자마자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오늘만 해도 숱하게 맛본 뒷보지인데 그새 더 달아올라 눅진하게 제 자지를 씹어 대는 내벽이 아찔했다. 살아 꿈틀대는 자지가 입구를 치대자 잔뜩 풀린 구멍이 크게 벌어지며 살덩이를 빨아올렸다.

허겁지겁 자지에 들러붙는 점막에 연제가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종일 몸을 달구어 놓은 탓에 이제 내벽에 좆 끄트머리가 닿기만 해도 전립선을 직접적으로 주무르는 것처럼 커다란 쾌감이 내리쳤다. 하응, 으응……. 해교가 괴로운 듯 바르작거리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마주 보고 껴안은 자세로 퍽, 퍽 계속해서 허리 짓 하자 연제의 탄탄한 복근과 해교의 말랑한 배 사이에 낀 조그만 자지가 짓이겨졌다. 여전히 요도 플러그가 꽂힌 채라 자지는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해교는 제 손으로 요도 플러그를 뽑을 용기도 없거니와 연제의 목에 두른 팔을 내린다면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몸이 떨어질 것 같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거대한 몸에 자지가 쓸릴 때마다 바로 아래 자리한 보지도 함께 눌렸다. 아, 아응…… 자지와 보지가 한꺼번에 압박되는 자극에 더운 숨이 마구 쏟아졌다.

연제의 좆이 흐물흐물해진 뒷보지 안을 문지를 때마다 내장이 녹아 버릴 것 같았다. 뜨겁고 간지러웠다. 이미 한차례 홧홧하게 익어 내린 점막 안에 불이 붙기라도 한 듯.

좆이 드나드는 구멍 입구가 묵직하게 비벼질 때면 흥분해 들썩이는 엉덩이가 느껴졌다. 제멋대로 흔들리는 엉덩이 때문에 혹시라도 떨어질까 겁이 난 해교가 연제의 허리에 감은 제 다리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두꺼운 몸통을 감은 다리의 발끝은 연이은 흥분으로 곱아든 채였다.

연제의 복장뼈 인근은 해교의 젖은 자지가 맞닿으며 끈끈한 점액질로 범벅이 되었고 단단한 자지를 감싸는 검은 음모는 흘러나온 보짓물로 반투명하게 덮였다. 커다란 자지 아래 달린 고환까지 해교의 체액이 덮여 바닥으로 뚝, 뚝 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끝내주게 야한 광경이었다. 온몸에 밀려드는 짜릿한 감각에 취한 연제는 제 아래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붙들곤 잔뜩 젖은 보지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렸다.

“흑!”

가뜩이나 달아오른 보지가 그 한 번의 손길에 더욱더 흥분해 발갛게 부풀었다. 고조된 보지 구멍이 뻐끔거리는 게 연제의 복부에도 온전히 전달되었다. 아무튼 음탕했다. 제 자지가 2개가 아닌 게 미안할 정도였다.

잠시 연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상상에 내벽 안을 파고든 핏줄 선 좆이 한층 더 몸집을 키웠다. 육벽에 꽉 낄 만큼 거대해진 자지가 점막을 비벼 올릴 때마다 뒷보지가 절박하게 자지를 감싸 안았다. 귀두에 걸릴 때까지 살 기둥을 뽑아냈다 다시 쳐올리면 젖은 살이 맞닿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연제가 해교의 등줄기를 받치고 입술을 맞대었다.

“읍…….”

꼭 우연제의 몸처럼 단단하고 커다란 혀가 단숨에 입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벗어날 수 없는 파도인 양 계속해서 거침없이 파고드는 혀는 춥, 츠읍 야릇한 소리를 내며 해교의 입속 전체를 빨아들일 것처럼 굴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 해도 모든 목소리는 연제에게 잡아먹혀 말이 되지 못했다. 웅웅, 그저 흐릿한 신음만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연제의 혀가 스치는 입 안 점막이 욱신거리고 그가 빨아들인 혀뿌리가 뽑힐 듯 아파 왔다. 간신히 내쉬던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연제는 아예 숨통을 막을 것처럼 입 안 가득 혀를 밀어 넣고 조금의 여유 공간도 남기지 않았다.

근육이 단단히 잡힌 배가 오르내리며 조그만 자지를 문질렀다. 천천히 해교의 자지를 뭉개던 몸체는 으으응…… 하고 해교가 참아 내던 신음을 흘리며 흔들리는 반응을 보이자 점차 빠르고 거세게 허리 짓을 하기 시작했다.

바쁜 허리 짓에 연제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마자 해교가 간신히 훅 숨을 들이마셨다. 급히 들이마신 들숨에 가슴팍이 올라가며 등이 둥그렇게 말렸다.

자신에게 매달린 채 몸을 말며 밀착하자 그 모습이 귀여운 듯 연제가 웃으며 해교의 입술에 다시 한번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다. 이번에도 잘했어요, 하며.

반응이 꽤 마음에 들었던 연제가 해교의 요도구에 꽂힌 플러그 손잡이를 쥐더니 단번에 주욱 뽑아내었다.

“아, 아, 아앙……!”

꽂혀 있던 요도 플러그가 빠르게 빠져나가자 감지 않은 눈앞이 하얗게 번져 나갔다. 자지 끝에서 번지는 저릿한 기운이 온몸의 말단까지 단숨에 퍼져 나가는 듯했다. 짧은 교성과 함께 마침내 해교의 자지가 울컥울컥 정액을 뱉어 냈다. 연제의 그려 낸 듯한 복근이 온통 해교의 척척한 좆물로 뒤덮이는 순간이었다.

평소보다 질척하고 비릿한 좆물을 쏟아 낸 뒤, 해교의 앞보지와 뒷보지가 동시에 오므라들었다. 그러다 자지러지듯 제멋대로 개폐를 반복하였다.

“씨……팔. 하아.”

자지를 세게 조이는 아찔한 느낌에 연제가 마지막을 예감하며 단번에 허리를 거세게 쾅, 쳐올렸다. 심장이라도 달린 것처럼 내벽 점막이 펄떡대며 연제의 좆에 감겨들었다. 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제 몸에 고인 좆물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안이 따끈한 좆물로 가득 채워지자 흥분한 뒷보지가 경련하며 자지를 감싸 왔다. 그 들썩이는 움직임에 이미 사정을 하고 있는데도 사정감이 켜켜이, 끝 모르게 쌓여 갔다. 연제는 잘은 허리 짓을 멈출 수 없었다.

해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뱉어 낼 것이 없는 좆이 여태 발발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요도구마저 뻐끔거리는 것 같았다. 성감이 느껴지는 모든 기관이 얼얼할 정도로 예민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과 땀이 섞인 채 눈가를 타고 흘렀다. 이마저도 쾌락처럼 느껴져 무서웠다.

“좋은 소식이 있는데.”

“……?”

사정을 끝낸 연제가 쾌감으로 부들거리는 해교의 몸을 꼭 끌어안은 채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도 연제의 좆이 해교의 뒷보지 안에 박혀 있는 상태라 쏟아지는 은근한 음성에 온몸이 오싹했다. 그의 커다란 손과 팔뚝 아래는 해교의 체액으로 엉망인 채였다.

어떤 좋은 소식일까. 오늘 정말 그의 말처럼 닳고 닳은 걸레처럼 굴었던 게 먹혀들었다는 걸까. 이제 다음부터는 부르지 않겠다, 뭐 그런 말을 하려는 걸까. 모처럼 해교의 지친 눈동자가 희망에 차올랐다. 일순간 반짝이는 이채가 비춘 것도 같았다.

연제가 복숭앗빛 뺨에 달라붙은 얇은 머리카락을 다정히 떼어 주며 눈을 접어 웃었다.

“나 이제 방학이에요.”

* * *

“하……. 진짜.”

눈을 감고 시간이 한참 흘러도 잠이 들 수 없었다. 가로등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 안이지만, 새근새근 잠이 든 숨소리 대신 걱정 가득한 한숨만 가득 퍼져 나갔다.

몇 번을 되새김질해 보아도 억지로 당하는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정말 우연제의 말처럼 걸레가 아니고서야 그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순간 이렇게 후회할 줄 예상하지 못하고 그런 말을 내뱉어 버렸을까.

마지막에는 명백할 만큼 짙은 쾌락을 느꼈다. 싫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싫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까.

해교는 집으로 돌아온 뒤 그런 발언을 한 적도, 간절함을 느낀 적도 없던 양 의연한 척해 보려 노력했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누군가 저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했던 모든 짓들이 하나하나 필름처럼 선명히 떠올라 괴로웠다. 그 여파가 새벽까지 이어진 터였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사전에 잡혀 있던 가사 도우미 일을 펑크 낼 수는 없었다. 일이 끝나고 나면 비뇨기과 병원도 가야 했다. 여태 의사 선생님의 사정으로 진료를 미뤄 본 일이 없는데 더는 제 몸 상태를 이유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전에 멋대로 미루었던 일이 떠올라 더욱 그러했다.

자지를 박아 달라고 스스로 애원한 이상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잠들지 못하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해교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곤 집을 나섰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며 끓어오른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목덜미로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해교가 부지런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이 걸음을 뗄 때마다 비척거렸다.

* * *

“선생님, 여기에 뭐가 묻었어요.”

“뭐가…… 아.”

제 말을 지혁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자, 해교가 그의 팔꿈치 인근에 묻은 회색 약품을 닦아 주려 손을 뻗었다. 가운을 벗은 상태라 맨살이 닿았는데, 의도치 않게 팔꿈치를 간질이며 머무르는 손길을 느끼곤 지혁이 살짝 숨을 멈추었다.

아니 씨발. 좆을 만진 것도 아닌데 왜…….

팔꿈치에 성감대가 있다는 말은 좆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던 무심한 손길에도 불구하고 지혁의 자지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불쾌할 정도로 팽팽해진 앞섶을 느끼며 지혁이 헛웃음을 지었다. 무방비 상태에 닿은 차해교의 손가락 하나에 자지라도 만져진 양 반응하는 자신이 어이없었다. 전부터 사춘기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정작 차해교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나올수록…… 제가 쓰레기라는 사실만 한 번 더 되새기게 된다.

그 와중에 오늘따라 차해교의 눈가가 퀭하고 붉어 보였다. 팔꿈치에 닿았던 손끝의 온도도 높았던 것 같고, 미약하게 새어 나오는 숨소리도 탁했다.

“이리 와 봐요.”

흠칫 놀랄 땐 언제고 다시 해교를 가까이 부른 지혁이 가만히 해교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음. 지금 초기 감기인 것 같은데. 오늘은 진료 안 하는 게 좋겠어요.”

“아……. 감기요? 괜찮은데요.”

가뜩이나 연제와 있었던 일 때문에 불안해진 해교가 지혁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빨리, 가능한 한 빨리 몸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오늘 진료를 빼먹으면 몸이 더 이상해질 것만 같아 걱정됐다. 해교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제 의사를 표시하였다.

“미열이 있어요. 코도 살짝 막혔고요. 간단한 감기 증상에 맞는 약은 나도 처방해 줄 수 있으니 오늘은 이만하고 아래 약국에서 약 받아서 집에 갑시다.”

부드럽고 나긋한 음성이었지만 왠지 모를 힘이 실려 있었다. 해교는 그러한 지혁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 때문에 또. 정말 죄송하…….”

“아프려고 의도한 건 아닐 텐데, 굳이. 집에서 병원까지가 많이 멀어서 힘든가 봅니다. 아무래도 뭔가 방법을 찾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설마, 이제 먼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하시는 걸까. 집 근처의 병원으로 가라고 하고 싶으신 걸까. 아픈 와중에도 그런 추론에 잔뜩 긴장이 되어 해교의 입 안이 바짝 말라왔다.

“데려다줄게요.”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알아서 갈 수 있어요.”

지혁이 얕게 한숨을 쉬며 해교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두 번 거절은 좀 상처일 것 같은데. 데려다줄게요. 날 아픈 사람 버려두는 냉혈한으로 만들 생각은 말아요.”

“……네에…….”

해교는 시무룩해하며 지혁을 따랐다. 다정한 의사 선생님은 약국에 들러 감기약도 안겨다 주시고 손수 집까지 태워다 주셨다. 이번에는 차 안에서 잠들지 않기 위해 몸을 바짝 세워 앉은 채로 이동하는 시간을 버텼다. 정말 의사 선생님은 모든 걸 다 아시는 듯했다. 집이 가까워 오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 느껴졌으니까.

“여기 맞죠? 집 들어가자마자 약 먹고 자요. 내일도 병원 올 생각 말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후 사라진 차해교가 향한 B-101호는 오늘도 불이 꺼져 있었다. 아직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 않은 것처럼.

지혁은 올 때마다 불이 꺼져 있는 해교의 집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볼 안 살을 씹으며 한참을 지켜보았다.

* * *

지혁은 집중한 표정으로 손에 쥔 휴대폰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매끈한 미간이 미미하게 꿈틀거리고 생각에 잠긴 손가락은 규칙적으로 책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랬지. 어차피 초기 감기인데 좆질 좀 한다고 죽을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오늘도 병원에 오지 말라고까지 했다.

거기다 지금은 왜…… 고양이 사진 따위를 보고 있는 거지. 씹.

휴대폰 번호와 연동된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을 누르고 확대하자, 기대했던 차해교의 얼굴 대신 시꺼먼 비닐봉지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비닐봉지가 아니라 털이 새카만 고양이의 뒷모습이라는 건 열댓 번 더 보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왜 제 예쁜 얼굴을 두고 이딴 걸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 둔 걸까. 어제 잠깐밖에 보지 못해서인지 차해교의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지혁이 죄 없는 고양이 사진이 띄워진 화면을 내려다보며 욕설을 뇌까렸다.

[오전 11:32 몸은 좀 괜찮나요.]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몸 상태가 어제보다 안 좋아진 건 아닐까. 제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감기였지만 차해교에겐 버거운 감기일지도 몰랐다. 오늘 진료하는 내내 간헐적으로 떠오르며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남에게는 그저 호의, 혹은 동정 정도로 여겨지는 평범한 사고방식일 수 있지만 지혁에겐 그렇지 않았다. 여태껏 차해교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매일 마주하는 낯선 자신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늘 그랬듯 무료한 하루다. 웬일인지 오늘은 평소보다도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료 종료 시간까지 달리게끔 하는 활력소가 없어서 그런가.

“…….”

활력이라. 대체 뭐가 활력이었는데. 종일 풀어낼 수 없는 질문이 꼬리처럼 달라붙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제가 스스로의 기분을 모르면 누가 안다는 건지. 성장기 때도 겪지 못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서른이 훌쩍 넘고서야 겪는 것 같아 묘했다.

아무래도 퇴근 후에 차해교에게 가 보아야 할 것 같다. 가벼운 초기 감기 증세에 약까지 챙겨 주었지만…… 갑자기 비어 버린 퇴근 후 스케줄이 아쉬워 그저 잠시 괜찮은지, 얼굴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갈 때마다 사람이 없는 것처럼 불이 꺼진 집이 거슬렸다. 그뿐이었다.

생각을 마친 지혁은 마지막 환자 진료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즘엔 논문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다른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혼자 남아 있는 것이 일상이었던 터라 평소와 다른 지혁의 행동에 김 간호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먼저 갑니다. 정리 부탁해요.”

“워……원장님!”

자신을 부르는 김 간호사의 말도 듣지 못한 채 생각에 골몰한 지혁이 빠르게 병원 문을 나섰다. 그러곤 몇 번 가 보지 않았는데 어느새 길을 외운 차해교의 집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 * *

해교가 몸을 뒤척이며 가물가물 눈을 떴다. 미미한 진동음과 함께 휴대폰 화면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굉음을 뒤늦게 인지했다. 쾅. 쾅.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현관문을 내리치고 있었다.

혹시.

빚쟁이들인가.

근래 들어 잠잠했지만 아버지라면 그새 또 다른 빚을 만들어 내 제게 굴레를 씌웠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된 후 아버지의 안부는 유일무이하게 채권자들을 통해 듣고 있을 지경이었으니.

한참을 망설이던 해교가 가느다랗게 목소리를 내었다.

“누구……세요?”

“납니다.”

현관문을 살짝 열자 문틈 사이 좁은 시야로 도저히 여기서 볼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얼굴이 가득 들이쳤다. 지혁이었다.

“선생님……?”

꿈이라도 꾸는 듯했다. 의사 선생님이 여기는 왜 오셨지. 꽤 오랜 시간 밖에 서 있었는지 더위에 얼굴이 살짝 상기된 모습이었다. 지혁의 멀끔한 턱선에서부터 또르르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뚜렷한 목빗근 위에까지 길을 내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들어가고 오늘 연락이 안 돼서.”

땀으로 젖어 살짝 몸에 들러붙은 상의에 탄탄하고 견고한 상체가 비치었다. 새삼 전에는 생각한 적 없었던 근육 잡힌 몸 앞의 볼품없는 제가 부끄러워진 해교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정리를 해도 깔끔한 느낌을 낼 수 없는 낡은 집이지만 오늘은 유독 더 그랬다. 어제 워낙 몸이 좋지 않아 들어오자마자 약을 먹고 뻗어서 잤기 때문이었다. 해교는 이런 집에 들어오라는 말이 쉽사리 흘러나오지 않아 머뭇거리기만 했다.

“…….”

“일단은 손님인데. 들어오라는 말 안 해요?”

더웠다. 털털거리는 낡은 선풍기 한 대만으로 쉬이 진정될 날씨가 아니었다. 떨리는 입술을 말아 물고 잠시 고민하던 해교가 결정을 내리고 옆으로 비켜섰다.

“아……. 죄송해요. 들어오……세요.”

불도저처럼 제가 밀어서 들어가는 것인데도 지혁은 마치 초대를 받은 양 그럼, 하며 당당히 해교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더우시죠. 집에 에어컨이 없는데.”

“내가 아니라 차해교 씨가 더 더워 보이는데.”

해교의 뽀얀 이마 위로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이만큼이나 땀이 났으면 냄새가 날 만도 한데 꺼림칙한 체취가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오히려 늘 차해교에게서 나는 보송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더 짙어진 것만 같았다.

“몸은 좀 어때요?”

“아, 이제 괜찮아요.”

의연한 척 웃어 보이던 해교의 이마에 지혁이 손을 얹었다. 어제 느껴지던 미열은 사라지고 없었다. 땀에 젖은 피부를 느낌과 동시에 열기가 제 손바닥으로 옮겨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아랫배가 저릿해지는 감각에 지혁이 헛숨을 들이켜고 해교에게서 시선을 물렀다.

주위를 둘러보니 빌라 외관보다 더 낡은 집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소 불청결해 보이는 집 안에 어울리지 않게 은은한 섬유 유연제 향기가 났지만, 얼핏 스쳐본 바로는 도저히 여럿이 사는 살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제 세운 가정이 맞는 것 같다. 누가 밥을 챙겨 주지도 않았을 터다.

“저녁으로 아무것도 안 먹었죠. 나가요.”

* * *

해교는 저녁을 먹고 지혁이 주었던 감기약까지 남김없이 챙겨 먹었다. 이런 의사 선생님이 세상에 또 있을까. 환자 걱정에 집을 방문한 것도 모자라 저녁 식사까지 챙겨 주시다니. 지혁은 이미 해교에게는 슈바이처 수준의 인류애를 자랑하는 지성인으로, 끝없는 경이와 감탄을 자아낼 따름이었다.

솨아아아.

해교와 지혁이 식사를 마친 후 식당에서 나오자 장마의 시작을 알리듯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더운 열기와 더불어 습한 비까지 내리자 몸 전체가 끈적끈적했다. 또다시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해교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약 기운 때문인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해교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어느덧 해교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지혁은 해교를 깨우지 않은 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내리깔린 눈이 혼란했다.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애초에 계획했던 건 성욕이나 채우자는 거였는데. 왜 차해교의 편의에 맞추어 움직이고 굳이 부탁하지도 않은 짓까지 하고 있는 건지 끊이지 않는 의문이 들었다.

거기다 성기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보지나 아랫구멍이 아닌 입술에 시선은 왜 가는 건데. 아까부터 도톰한 입술만 클로즈업되어 눈에 들어와 좆이 고개를 쳐드는 대신 가슴께에 알 수 없는 일렁임이 일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색색거리며 숨을 내쉬던 해교가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선생님, 죄…….”

정적만이 감도는 차 안에서 죄송하단 말을 꺼내려 하는 해교를 향해 지혁이 몸을 틀었다. 제법 오래 참았다. 해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포기하곤 욕망에 몸을 맡김과 동시에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혔다.

어느새 몸 절반이 조수석으로 넘어온 지혁이 맞닿은 입술을 서서히 열어 두꺼운 혀를 꺼냈다. 입 안을 파고드는 살덩이에 어찌할 바 몰라 어중간하게 띄워진 해교의 혀를 지혁이 부드럽게 감싸고는 살살 빨았다. 틈 없이 맞붙은 혀가 얽히면서 만들어 낸, 침 넘어가는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물컹한 살덩이가 입가 점막을 쓸고 치아 사이사이 잇몸까지 훑어 내렸다. 해교는 좁은 입 안을 가득 메우는 굵은 살덩이의 움직임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잠시 혀가 물러갈 때마다 겨우 헐떡이며 숨을 내쉬었다. 입 안이 점차 뜨거워졌다.

“하아…….”

고요한 차내에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만 울려 대는 것 같았다. 여태 더한 걸 수도 없이 해 왔으면서도 왠지 부끄러워진 해교가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병원이 아닌 곳이어서, 그래서 진료처럼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차창 밖으로 어둑하지만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아주 어둡고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라 그 누구도 차 안의 상황을 알 수 없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해교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지혁이 반대편 뺨에 손을 대고는 갈급하게 얼굴을 끌어 왔다. 마주한 얼굴이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움직일 수 없게 얼굴을 고정한 뒤 또다시 키스가 이어졌다. 여전히 숨쉬기가 힘든, 격한 입맞춤이었다.

고작 하루 살 맞대는 것을 건너뛰어서인지 지혁은 평소보다 다급하게 해교의 입술을 집어삼키고 혀를 감아 올렸다. 헤드레스트에 잔뜩 짓눌린 해교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습기로 서서히 젖어갔다. 시간이 점차 흐를수록 거센 비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는 바깥보다 차 안이 더욱 습해졌다.

뺨에 닿은 손이 목선을 타고 내려가자 엉덩이를 슬슬 뒤로 빼며 달아나던 작은 몸이 커다란 몸 앞에 가로막혔다. 더듬더듬 갈 곳을 잃은 손가락이 차 시트를 쥐자 지혁이 남는 손을 뻗어 해교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 깍지를 꼈다.

지그시 맞닿은 몸에서 팽팽하게 솟구친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지를 세우기 시작한 지혁이 더운지 셔츠 단추를 하나 풀어 내렸다. 요령 없는 해교는 그저 지혁이 원하는 대로 휩쓸릴 따름이었다.

어느덧 뒤로 넘어간 좌석 시트로 해교가 완전히 몸을 누였다. 해교의 하얀 티셔츠에 지혁이 혀를 내렸다. 축축한 타액으로 젖어 드는 티셔츠 위로 두툼한 살덩이의 양감이 느껴졌다. 쯥, 쯔읍 질펀한 소리를 만들어 내며 혀를 넓게 편 채 유륜의 사방으로 문지르자 금세 피부가 달아오르고 야트막한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제가 준비한 연고를 매일 잊지 말고 유두에, 유륜에 듬뿍 발라 주라고 했더니 실로 성실히 수행하는 듯했다. 정체불명의 크림 때문에 가슴이 민감해지고 있다곤 생각조차 하지 못하겠지. 오로지 자신에 의해 해교의 몸이 서서히 바뀌어 간다는 생각을 하자 지혁의 자지가 걷잡을 수 없이 단단해져 갔다.

“아흣…….”

쭈웁, 척척한 살덩이에 젖꼭지가 빨리는 와중에 해교는 제 몸의 변화를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유두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유륜 역시 원래 타고났던 것보다 더 커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이제는 혀로 눌리기만 해도 입 안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흐……으응……. 아릿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해교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도톰한 젖가슴을 흔들었다. 지혁이 뾰족하게 혀를 말고 새 부리로 쪼듯이 이를 짓이겼다. 그 지분거림에 오목하게 들어가 있던 함몰 유두가 빳빳하게 일어나며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굴곡진 돌기가 솟아오를 때까지 지혁은 혀에 심을 세워 아래로 꾹꾹 눌러 대다 비비기를 반복했다. 질척거리며 얇은 천이 쓸리는 소리가 났고, 집요하리만치 떨어져 나갈 생각을 않는 살덩이가 주는 자극에 결국 젖꼭지가 딱딱하게 부풀었다. 천 위로 솟아오른 젖꼭지를 느끼면서 자지까지 솟아오를 것만 같아 해교가 제 양 허벅지를 맞붙였다.

“아, 선생님. 여기는 차 안인데…… 흐읏. 왜…….”

약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서 또 선생님이 하시는 일에 토를 달고 말았다. 뒤늦게 해교가 가느다란 신음과 함께 습관처럼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지혁이 태연하게 응답했다.

“왕진 온 거라고 생각해요.”

“흣…… 왕……진, 이요?”

이제는 이런 멍청함도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만난 날처럼 짜증스럽지도 않았다. 지혁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아파서 내원을 못 했으니 내가 온 거라고.”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 것을 혼내듯 유두 위 천을 집게손가락으로 꼭 쥐고 비벼 대자, 하으응…… 해교가 허리를 뒤틀며 몸을 띄웠다. 어느덧 타액으로 젖은 흰 셔츠를 통해 발갛게 달아오른 유두가 반투명하게 비쳤다.

해교의 허리를 감싸 쥔 지혁이 살짝 뜬 하체를 놓치지 않고 단번에 바지를 벗겨 냈다. 허리 부분이 밴드로 마감된 트레이닝복이 속옷과 함께 쉽게 아래로 내려갔다.

지혁은 제 아래의 하얀 허벅지를 붙들고 단숨에 벌렸다. 그러곤 허벅지와 연결된 보드라운 두 살덩이 사이로 중지를 밀어 넣으려다 멈칫했다. 자연스레 뒷구멍부터 뚫으려는 제가 이상했다. 씨발. 보지보다 애널 구멍에 먼저 손이 가다니. 뒤늦게 느껴진 현실적인 타격감에 지혁이 멈칫한 순간, 주름진 구멍이 어귀에 있는 중지를 오물오물 삼키려 들었다.

자지가 얼얼해질 만큼 색정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차해교의 컨디션 난조를 생각하면 저어되었다. 성기를 받기 위한 기관이 아닌 만큼 오늘은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보지 역시 평소처럼 거세게 박아 넣기 망설여졌다.

내적 갈등을 끝낸 지혁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해교의 허벅지를 다시 그러모았다. 그러곤 허벅지에 이어 종아리까지 단단히 붙여 잡더니 제 어깨 위로 발끝을 모아 올렸다.

“아……!”

기다란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허벅지를 은근히 매만졌다. 그윽하게 살결을 쓰다듬는 손길에 아랫배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손끝이 부드럽게 스칠 때마다 닿는 모든 곳의 솜털이 오소소 일어나는 듯했다.

일부러 보지를 건너뛰고 지나간 손이 골반을 야릇하게 쓸어내렸다. 당연히 만져 줄 거라 생각했던 보지에서 멈추지 않고 손가락이 무심한 듯 지나치자 아쉬움에 해교의 허리가 비틀렸다. 바로 지척에 있는 손이 닿지 않으니 선홍빛 보지 구멍이 움찔움찔 떨리며 찐득한 애액을 흘려 댔다.

지혁이 허벅지까지 흐른 보짓물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기다란 손가락 마디마다 끈적한 액체가 묻어났다. 그러곤 미끈거리는 손가락으로 보지와 자지를 제외한 해교의 살갗을 간질이듯 쓸어내렸다. 그 은근한 손길에 해교의 숨소리가 점차 불규칙적으로 변해 갔다.

“후으…… 으으응…….”

아래에 깔려 바르작대던 해교의 손가락이 차 창문에 닿았다. 물기 어린 창문에 닿은 손끝에서 생겨난 물방울이 아래로 흐르며 궤적이 그려졌다. 이를 따라 해교의 손가락도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지혁이 혀로 허벅지를 길게 핥아 올렸다. 말캉한 혀가 지나치는 여린 피부 위로 더운 숨결이 내려앉았다. 해교는 뭉근하게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허벅지를 어쩔 줄 몰라 하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지속적인 자극으로 예민해진 허벅지 근육이 조여 왔다. 허벅지를 타고 연신 찌르르한 성감이 들이닥쳐 정신이 없었다.

마침내 충족되지 않는 곳만 매만지던 손길이 습윤하고 깊은 보지 입구에 닿았다. 꽤 오랫동안 애태웠던 탓인지 보지는 기다란 틈새 사이로 눅진한 애액을 질질 싸 대고 있었다. 번들거리며 흘러내린 보짓물이 좌석 시트에 눅눅하게 묻어났다. 엉덩이뼈가 닿은 부분엔 한눈에 보기에도 꽤 많은 양의 척척한 애액이 고여 있었다.

“차해교 씨 보지에서 홍수 났어요. 보빨이라도 기대하는 것처럼. 음탕하네.”

속삭이듯 귓가에 내려앉는 지혁의 음성에 해교의 얼굴이 붉게 물이 들었다. 몽롱한 정신이라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좀 더 매만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정도로 흥분해 달아오른 것이었다.

“아…… 선생님, 으으응…… 더어…….”

평소 다소 높은 톤인 해교답지 않게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늘 하듯이 구멍을 뚫고 밀려들기는커녕 곧장 떠나는 손길에 안달이 나 허리를 들썩거렸다. 만져 주지 않은 보지 안이 간질거려 애가 탈 지경이었다. 좁은 입구에 가득 찬 보짓물이 쩌적거리며 흘러넘치자 보짓살끼리 들러붙어 진득하게 엉겼다.

당장이라도 저 굵은 손가락이 보지 안으로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함부로 쑤셔 주었으면 좋겠다. 질벽 곳곳을 거칠게 뒤적여 주면 보짓살이 손가락에 들러붙으며 기분 좋은 소름이 내달릴 텐데.

흐으응…… 제발. 해교가 지혁의 손바닥에 제 뺨을 비비적대었다. 애원하듯 간절한 눈빛으로 달뜬 숨을 내쉬었다. 전립선을 직접 만져 주지 않아도, 보지 음핵을 자극하지 않아도 해교는 지혁이 연주하는 악기가 된 듯 그가 건드리는 곳곳마다 절절 끓어오름을 느꼈다. 아찔한 자극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구겨졌다 펴지기를 되풀이하였다.

마침내 지혁이 하의를 내리고 흉흉하게 발기한 제 좆을 거머쥐었다. 잔뜩 달아오른 검붉은 좆은 침을 흘리듯 프리컴을 뚝뚝, 흘려 대고 있었다. 아앙……빨리이……. 잔뜩 기대에 젖은 해교가 엉덩이를 지혁의 좆에 비벼 대었지만 퍽, 들이치는 자지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허벅지 사이만을 꿰뚫었다.

굵다란 자지가 드나드는 허벅지 사이가 마찰열로 인해 후끈거렸다. 보지와 아랫구멍을 대신해 쓰는 허벅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뜨거운 살갗과 살갗이 만나 만들어 내는 감각은 아찔했다. 말랑한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단단한 좆이 들이치면 자지가 닿는 부드러운 안쪽 살은 잔뜩 긴장한 채 심을 세우고, 동그란 엉덩이는 지혁의 추삽질에 맞추어 잘게 흔들렸다.

씹질하듯 좆을 몇 번 들쑤시자 방금 전 지혁이 가지고 있던 여유는 흔적 없이 휘발되었다. 지혁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미간과 눈가를 구겼다. 그러곤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귀두를 앞세워 허벅지 사이를 바삐 오가기 시작하였다.

허벅지 사이에 좆이 들이칠 때마다 엉덩이가 절로 떨리며 시트에 살덩어리를 비비적거렸고, 철썩철썩 고환이 허벅지와 맞붙을 때마다 야릇한 탁음이 울렸다. 미끈거리는 보짓물이 소리 없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엉덩이 골 사이 역시 흥건하게 젖어 갔다.

지혁은 어느덧 일어난 해교의 자지를 붙들곤 허벅지의 빈 공간을 메우기 시작하였다. 부지런히 작은 좆을 만지작거리며 허리를 치받았다. 커다란 귀두가 허벅지 사이를 오가다 슬쩍슬쩍 회음부와 보지 겉을 스치며 지나갔다. 열감 가득한 자지가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보지 안이 울컥거리고 부풀어 올랐다. 여린 회음살이 잘게 진동했다.

보지가 제멋대로 오그라들며 꿈틀대자 가랑이 사이가 뜨겁고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으응…… 해교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하얀 목울대가 야릇한 성감으로 진동하고, 허벅지가 덜덜 떨려 왔다. 따끈하게 달아오른 허벅지가 떨어지려 할 때마다 지혁은 두 무릎을 맞대어 흔들림 없게 고정했다.

움찔거리는 구멍을 덮고 있는 도톰한 보짓살의 여운이 퍼지자 조그만 자지로 피가 몰려 딱딱해져 갔다. 마침내 프리컴으로 뒤범벅이 된 자지를 지혁이 쓰다듬다 한 번에 훑어 올렸다.

“하흑!”

깊고 습한 구멍 2개가 동시에 조이며 탄식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해교의 자지를 감싸 쥔 지혁의 손바닥 안으로 끈끈한 정액이 쏘아졌다. 하윽, 흣, 하아. 해교가 고르지 않은 숨을 내쉬며 지혁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었다.

방금 분명히 자지로 갔는데, 그랬는데……. 어딘가 부족했다. 분명히 끝이 있는데 끝을 보지 못한 느낌. 자지로만 간 아쉬움이었다. 해교는 지혁을 만나기 전 자신이었다면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쾌락에 닿지 못해 답답했다.

달아오른 앞보지가 연신 펄떡이고, 평소보다 녹진하게 풀린 뒷보지가 아쉬운 듯 뻐끔거렸다. 딜도로 계속해서 자극을 주었던 주말에 비해 안이 휑한 느낌이 들었다. 지혁이든 연제든 매번 절정에 오르기 직전에 커다란 자지를 쾅쾅 세차게 박아 넣으며 오르가슴으로 인도해 습관이 되어 버린 탓이었다.

지혁은 고조된 두 구멍을 무시한 채 지속적으로 부드러운 살결을 가르며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퍽, 퍽 지혁이 허리를 추어올릴 때마다 커다란 세단이 흔들거렸고, 부드러운 살갗에 거대한 귀두를 끼우고 빼낼 때마다 쾌감이 피어올랐다.

고작 허벅지에 문대는 걸로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밀려오는 사정감에 지혁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곤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허벅지 사이를 통과한 지혁의 좆이 해교를 향해 좆물을 내뿜었다. 지혁은 딱히 쏟아지는 제 좆물의 각도를 조절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후드득, 질척한 정액이 해교의 턱 끝과 쇄골에 묻어났다. 멍한 얼굴로 하얀 정액을 뚝, 뚝 흘려 대는 모습이 끝내주게 난잡해 보여 꼴렸다. 그 모습에 지혁이 또다시 제 자지를 굳건히 세우기 시작했다.

“후우. 어딘가 부족한 표정인데.”

“흐으……. 아니에요.”

“거짓말. 보지 안 쑤셔 줘서 아쉽잖아요?”

지혁이 거짓말하는 해교를 벌하듯 여태 솟아 있는 유두를 손끝으로 굴렸다. 하아…… 으응……. 어느덧 차 창문이 죄 뿌옇게 변해 갔고 해교의 손가락이 닿았던 자국마저 흔적 없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일순간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 듯 밝은 빛이 유리창을 뚫고 쏘아져 들어왔다. 주광색 헤드라이트 빛은 지혁의 쭉 뻗은 등에서 곧 이지러져 형체를 잃었다.

뒤이어 빠앙, 동네를 뒤흔드는 경적 소리가 울렸다. 히이이……! 예고 없이 지혁이 제 좆을 입에 물어 깜짝 놀란 해교가 다리를 버둥거리다 클랙슨을 친 까닭이었다. 얇은 발목과 그리 크지 않은 발바닥에서 나온 힘치고는 제법 거셌다.

숨 고르는 소리가 멎으며 다시 한번 차량이 들썩이기 시작하였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지혁이 해교의 작은 자지를 제 입에 담았다. 달콤한 사탕이라도 먹는 듯, 쭉 빨아 삼키는 힘이 맹렬했다.

해교의 일생에서 컴컴하고 축축한 어딘가에 자지를 넣어 보는 경험은 없었다. 생각지 못한 자극이 삽시간에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이런 걸 쾌감이라고 하는 걸까. 형언할 수 없는 감각에 해교가 사지를 떨기 시작하였다. 전신을 타고 전율이 올랐다.

워낙에 자그마한 탓에 별 무리 없이 자지를 베어 문 지혁이 서서히 고갯짓의 속도를 높여 갔다. 쩌걱거리며 살 빠는 소리가 울리고 해교의 목에서도 끓는 소리가 났다.

“아으응…….”

당연하게도 지혁은 여자에게 제 좆을 빨려 보기만 했지, 남자 좆을 빨아 본 적이 없었다. 애널 섹스를 하는 것보다 더 큰 결심이 필요한 펠라였지만 지혁은 거리낌 없이 해교의 좆을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워낙에 작고 반듯하게 생겨 남자 좆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저 아직도 차해교의 눈에 고인 들끓는 음욕을 읽어 냈고, 구멍을 쑤셔 주지 않아 부족했단 추측이 들자마자 앞뒤 잴 것 없이 좆을 입에 물었다. 조그만 귀두와 살 기둥은 이를 입술로 덮을 필요도 없이 손쉽게 입 동굴로 빨려 들어갔다.

목구멍까지 채 닿지 않는 길이의 자지를 혀를 이용해 입 안에서 녹여 냈다. 그러다 귀두의 옴폭 파인 부분을 문지르고 굴렸다. 색색거리는 숨만 내뱉을 줄 알았는데, 보다 거친 숨결이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차해교도 남자라는 걸 이럴 때마다 깨닫게 되는데도 역겹기보단 흥분한 반응에 묘한 만족감이 일었다. 어느덧 지혁은 볼이 홀쭉하게 파일 정도로 열성적으로 쭙, 쭙 해교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

“흐읏…… 선생니임, 흣…….”

하지 말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 말 대신 헥헥대며 눈가를 붉힐 따름이었다. 지혁이 조그만 귀두 갓을 혀로 훑다가 요도구를 거세게 빨아올리자 하으윽…… 해교의 입에서 새된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곧이어 제 자지가 들어가 있는 지혁의 입 안에 추삽질하듯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었다. 저도 모르게 행하는 본능이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지혁이 잘게 고갯짓을 하며 작은 음낭마저 녹일 듯 입에 넣고 빨았다. 연한 입 안 점막에 자지 표피가 쓸리자 범람하듯 재차 쿠퍼액이 쏟아졌다.

발발거리던 자지가 일순간 멈추고 눈앞에 강한 플래시가 내려쳤다. 내리는 비와 더불어 천둥 번개라도 친 건 아닌가 착각이 일 정도였다. 연이어 허벅지가 잘게 떨리며 요도 구멍에서 뜨거운 백탁액이 흘러나왔다.

꿀렁대며 흘러나오는 좆물을 뱉어 낼 생각 않고 지혁은 계속 쭉쭉 흡착한 채 빨아들였다. 가뜩이나 사정으로 인해 예민해진 자지가 압박을 멈추지 않는 지혁 때문에 아찔한 자극을 느꼈다.

“아…… 조, 아……요.”

온몸이 움칠움칠 떨렸다. 사정을 했는데도 자지 끝이 아릴 정도로 펄떡거렸다. 연한 밤색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혼탁해진 지 오래였다. 아, 아, 아……. 장거리 달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지나친 노곤함이 물밀듯 몰려왔다. 또 자면 안 되는데에…….

* * *

푹 자고 일어나니 아팠던 일이 꿈처럼 느껴질 만큼 해교는 온전한 컨디션을 되찾았다. 분수에 맞지 않게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덕택인 것 같았다. 기운을 되찾은 데다 일도 잡혀 있지 않은 날이라 오랜만에 늦장을 부리며 침대를 뒹굴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는 늘 과분하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송구스러웠다. 저도 의사 선생님처럼 어떤 분야에서 잘난 면이 있다면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할 줄 아는 거라곤 청소밖에 없으니.

모처럼 일이 없는 날이니까 선생님 병원을 청소라도 해 드리는 건…… 이미 늦었다. 환자를 진료할 시간인데. 기왕에 하려거든 미리, 새벽에 일찍 했어야지. 아아. 감사 인사는 고사하고 폐나 안 끼치면 다행인 자신이 한심했다.

곧 포기하고 눈꺼풀을 내린 해교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감은 채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도통 도움이 될 만한 구석이 없었다. 정 안되면 선생님 댁 청소라도 해 드려야 하나, 생각할 때였다.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났다.

냐옹, 냐아옹. 익숙한 울음소리였다.

메리……?

하얀 눈꺼풀이 번쩍 뜨였다. 배고프다고 찾아온 건가. 해교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의 낡은 커튼을 걷고 창문을 통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를 찾아 두리번대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살펴도 메리는 보이지 않았다. 늘 숨어 있는 차 아래에도, 간간이 누워 햇볕을 쬐곤 하는 보닛 위에도, 그 어디에도 고양이의 흔적이 없었다. 헛것을 들었나. 해교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다시 커튼을 치려 했다.

그 순간 또다시 냐앙, 하는 고양이 소리가 그의 귓가를 두드렸다.

해교는 틀림없는 고양이 울음에 홀린 듯 슬리퍼를 신은 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부르는 거지.

한참을 이리저리 숨바꼭질하듯 고양이를 찾아대던 그는 마침내 저를 애타게 부르는 메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냐앙.”

“너 왜 거기에 있어……. 하아.”

어쩌다 떨어진 건지 배수로 안에 갇혀 안절부절못하는 작은 짐승의 검은 털이 보였다. 틀림없는 메리였다.

해교의 머리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어떡해야 메리를 꺼내 줄 수 있을까.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최선을 다해 빽빽 울어 댄 탓에 기운을 잃은 모습이었다. 급한 마음에 배수로에 손가락을 넣고 상하로 흔들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맨손으로 뜯어낼 수 없게 고정된 배수로였다.

얘는 어쩌다 여기 들어간 건지. 엄청 덥고, 무섭고, 배고프겠지……. 어떡해……. 어느덧 해교가 배수로 위에 주저앉은 채 메리와 같이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군가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나 머릿속을 헤집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제 주변에는 아무도 없음이 다시 한번 절감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뙤약볕 아래 앉아 그림자를 만들어 내 메리를 지켜보던 중 머리 위로 쏟아지던 강렬한 햇볕이 갑자기 사라졌다. 무언가 이상해 고개를 들자, 제 몸을 가리는 커다란 인영이 느껴졌다. 역광 때문에 상대방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꽤 키가 큰 남자가 해교와 메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양이……. 아마도 비가 오지 않았을 때 수로를 통해 이동한 듯해요.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나갈 길을 못 찾는 거고요.”

“아…… 그, 그럼 어떻게 꺼내 주죠?”

“어?”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저를 올려다보는 해교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말을 잃었다. 그는 가느다랗게 눈매를 좁히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남자는 좁혔던 눈매를 다시 펴며 해사하게 웃었다. 입 동굴을 만들어 내는 입가가 매끈하게 올라간 모습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우리 본 적 있죠.”

해교는 열심히 좋지 않은 기억력을 더듬어보았지만 흐릿한 잔상만이 떠올라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거기다 남자가 햇볕과 등을 진 채 서 있는 터라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 않기도 했고. 해교는 우물쭈물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히 남자의 얼굴과 제 거리를 좁혔다.

“아…….”

해교가 고개를 발끝으로 떨군 뒤 입술을 말아 물었다. 티 내면 안 되는데.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에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우연제의 집에 왔던 사람이었다. 아마도 우연제의 친구……일 것이 분명했다. 여기는 왜 온 거지. 설마 우연제도 여기 온 건 아니겠지. 짧게나마 떠오른 그의 생각에 해교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가고 있었다.

해교가 부지런히 눈앞의 남자를 살폈다. 남자의 목덜미에는 커다란 카메라와 연결된 줄이 걸려 있었고 어깨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가방이 메여져 있었다. 종종 미개발지로 남은 이 동네에 사진 촬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몸에 두른 것을 보아하니 다행스럽게도 이 사람 또한 그런 유형인 것 같았다.

“이렇게 만나네요. 음, 그런데 인사는 차차 하기로 하고 우선 고양이부터 꺼내 줘야겠죠.”

“네, 네……. 방법이…… 있을까요?”

도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주변의 우수관 맨홀을 찾아대었다. 그러다 마침내 맨홀 뚜껑을 발견해 냈고, 긴 통로 끝에서 구슬프게 우는 고양이, 메리를 발견했다. 그는 해교가 말릴 새 없이 제 몸을 더럽혀 가며 고양이 구조에 참여해 마침내 메리를 밖으로 꺼내는 데에 성공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메리를 겨우 유인해 밖으로 꺼냈을 때에 두 사람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아직도 벌벌 떠는 메리의 등을 해교가 쓰다듬어 주었다. 땅에 내려놓자마자 황급히 사라지는 메리에게 서운함을 느낄 새 없이 해교는 뒤늦게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를 맡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도윤이 곤란한 듯 웃었다.

“냄새…… 많이 나죠.”

많이 나긴 했다. 저나 앞의 남자나.

누구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집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해교는 도윤에게 일단 제집에 가서 씻자고 제안을 했고, 도윤은 그를 따랐다.

* * *

“집이 많이 더러워요. 화장실도 마찬가지긴 한데…… 찝찝할 테니까 우선 씻으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진흙과 오물로 엉망이 된 옷을 입은 도윤이 화장실로 사라지자 해교는 온수가 나올 수 있도록 보일러를 조절하였다. 변변찮은 집이었지만 난방에는 문제가 없어 다행이었다. 아무리 한여름이라도 찬물로 씻으면 손님이 감기에라도 걸릴까 걱정이 되었던 까닭이었다.

도윤은 해교의 걱정이 무색하게 오롯이 냉수로 샤워를 한 후 잔뜩 더럽혀진 자신의 옷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곤 마디진 손가락을 뻗어 한 손에는 자신의 옷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허리 아래에는 수건을 두르고 부드러운 외모와 상반되는 탄탄한 상체를 드러낸 채였다.

“옷, 빨아 드릴게요. 이리 주세요. 여름이라 금방 마를 것 같아서.”

“고마워요, 형.”

“……?”

“형이라고 했잖아요, 우연제가. 연제한테 형이면 저한테도 형이죠, 뭐.”

“아…….”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는데. 해교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주인 생각을 못 하고 저부터 씻었네요. 형도 얼른 씻으세요.”

“아, 네. 그럼 잠시만.”

남자가 전면으로 메리 구조에 나섰던 터라 해교는 상대에 비해서는 많이 지저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젠틀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몸에 단단히 밴 듯한 손님을 뒤로한 채 해교는 찝찝한 몸을 씻으려 얼른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 또야아.”

출처가 분명한 물이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요즘 자고 일어날 때마다 보지가 흥건하게 젖어 있는 일이 예사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야한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속옷 중심부에는 보짓물이 긴 타원형으로 흔적을 만들어 두어 속옷을 벗어 낼 때 보지와 천 사이에 즈윽, 불투명한 실이 찐득하게 이어지다 끊어졌다.

습한 속옷을 벗자마자 땀과 애액이 섞여 끈적끈적해진 보지가 펄떡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더 시간이 흘렀더라면 연한 보짓살이 짓물렀을 정도였다.

보짓물로 가득 찬 보지 안이 간지러워 엉덩이가 제멋대로 들썩거렸다. 해교는 보짓물로 적셔진 민둥한 보지의 겉을 검지로 훑어 내렸다.

보드라운 살결을 쓰다듬자 자연스레 입술 새로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후으…… 보지 겉면에 묻은 보짓물이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보지 틈새로 인도하였다.

더운 날씨 때문에 유난히 더 뜨끈해진 보짓살이 벌렁거리며 해교의 손가락을 죄어 물었다. 해교는 주저하지 않고 습하고 좁은 구멍 안으로 제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이에 맞추어 쫄깃한 보짓살이 벌어지며 제 안에 들어오려는 이물질을 깊이, 더 깊이 감아 올렸다.

손가락을 받아들인 눅눅한 구멍이 검지보다 더 굵은 살덩이를 원하는 듯 여전히 뻐끔거렸다. 깊숙한 곳을 꿰뚫지 못하는 손가락이 아쉬워 조여들며 쩌걱, 쩌걱 물기 어린 소리를 내는 보지 사이로 아까보다 더 많은 양의 보짓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해교는 선홍빛 대음순을 살짝 밀어젖힌 뒤 중지를 추가해 두 손가락으로 미끄덩한 보짓살을 비벼 올렸다. 살살 보지를 비비며 손가락을 흔들자 아찔한 감각이 질구 안에서부터 피어오르며 허벅지로 움찔움찔 저릿한 자극이 전달되었다. 여린 점막을 샅샅이 훑는 손길에 기다란 주름이 진 양 날개가 펄럭거렸다.

흐읏. 이상해. 예전엔 어땠었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제 몸인데 날이 갈수록 낯설어져만 갔다.

보지가 구멍을 살짝 스치는 손가락을 바짝 조일 것처럼 벌어졌다 오므라들기를 반복하였다. 가뜩이나 달아오른 보지가 경련하듯 옴찔거림을 이어 가자, 기다랗게 벌어진 보짓살에서부터 시작된 뜨끈한 온도가 금세 해교를 잠식하였다.

저릿하게 하체로 퍼지는 감각에 해교가 엉덩이를 파르르 떨자 통통한 두 살덩이가 철썩거리며 흔들렸다. 하으응……! 어느덧 보지 아래 자리한 뒷보지까지 전율이 전달되어 오밀조밀 주름진 구멍이 바짝 쪼그라들었다. 무엇이든 갖다 대면 흔적도 없이 빨아 먹어 버릴 것처럼.

아읏, 가슴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번 의사 선생님이 저녁 식사를 만찬처럼 준비해 주셔서인지 가슴께에 꽤 살이 오른 게 느껴졌다.

살이 찌면 유륜도 더 커지는 걸까. 분홍빛 유륜의 지름은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었고, 판판하던 가슴 정점은 포동포동 살이 올라 봉긋해지고 있었다. 안에 숨어 있는 함몰 유두는 예전과는 달리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자극을 받아 솟아오르는 바람에 얇은 티셔츠를 입으면 적나라하게 젖꼭지가 비칠 때가 많았다.

그걸 깨달아 이제는 흰 티셔츠는 입지 못할 것 같았다.

해교는 밖에 도윤이 있다는 걸 잊은 채 가슴을 더듬다가 살며시 젖꼭지를 눌렀다. 손가락 끝에 뭉근히 힘을 주자 폭신한 느낌이 나면서 젖가슴이 폭 팼다. 찌릿한 쾌감과 함께 눌러졌던 젖꼭지를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돌기가 발딱 일어났다.

아앙…… 해교가 입술을 꼬옥 깨물며 신음을 참아 냈다. 멈춰야 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지문으로 예민해진 젖꼭지 끄트머리를 살살, 둥글게 굴리자 어느덧 추삽질하듯 허리가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자지로 피가 몰렸다.

자지가 공중에서 꺼떡거리고 조그만 유두 알갱이는 시뻘겋게 달아올라 파들파들 떨렸다. 한참 민감해진 유두와 비슷한 색상으로 양 볼에 물이 들었다. 숱이 많은 속눈썹이 아래위로 잘게 진동하면서 해교의 눈동자 절반이 모습을 감추었다.

자지와 보지에서 흥건히 흘러내리는 체액은 음모가 없는 탓에 그 어디에도 고이지 않고 주르륵, 가랑이 사이를 타고 흘러내려 해교의 다리 피부를 반질거리게 만들었다. 어두운 화장실 바닥 타일 위로 뚝, 뚝 뜨끈한 보짓물과 선액이 모여들었다.

흥분한 해교가 비틀거리며 발을 들어 위치를 옮기자 철퍽철퍽 질은 체액이 밟혔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 안 돼. 그 소리와 미끈한 발바닥의 촉감에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교는 급히 차가운 물로 자지를 진정시킨 뒤 온수로 레버를 전환해 몸을 씻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밖에 손님이 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뇌까지 녹은 걸까,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찝찝함은 금세 씻어 냈지만, 혼자 쓰는 화장실이기에 습관처럼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기껏 씻었는데 더러운 옷을 다시 입을 순 없어 해교는 결국 도윤처럼 하체만 수건으로 가리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나가긴 그렇게 나가되 오물이 묻은 옷을 껴안아 상체를 가릴 예정이었다.

그런 다음 경보하듯 달려 좁은 거실을 가로지르고, 곧장 옷장이 있는 방으로 향해 옷을 입으면 될 것 같다.

옷 더미를 들어 상체를 가린 해교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손님 덕에 가동한 뜨끈한 온수를 맞아 가며 씻어서인지 샤워하고 나온 해교의 입술이 붉었다. 엷은 수증기 사이로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위의 명자나무 꽃잎처럼 붉은 입술, 조화로운 이목구비가 모여 만들어 낸 얼굴 턱선을 타고 똑, 똑 물이 흘러내렸다.

“형도 옷 빨아야죠.”

“아, 네, 네.”

“저기 세탁기 있더라고요. 제가 넣을 테니 옷 주세요.”

“아, 아니. 괜찮…….”

손을 저으며 거절하다 그만 안고 있던 옷더미를 놓쳐 버렸다. 툭, 욕실 습기가 스며든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도윤의 시선이 해교에게로 향했다.

저게 남자 몸……이라고. 남중·남고 출신에다 남초 집단인 과에 다니느라 남자라면 이골이 난 도윤에게조차 생경한 몸이었다.

습기 가득한 욕실의 수분을 머금어 한껏 촉촉해 보이는 피부 위로 혈색이 살아나 발긋했다.

말간 얼굴과 이어진 가느다란 목 아래 판판하다기보다는 굴곡이 느껴지는 가슴이 보였다. 막 씻고 나와 공기에 노출된 것이 자극적이었는지 함몰 유두가 흔치 않게 일어나 있었는데, 하필이면 얼마 남지 않은 물기가 또르르 흘러 유두 끄트머리에서 흔들거렸다.

시선을 빼앗은 물방울이 젖꼭지를 타고 똑, 아래로 떨어졌다. 꼭 만져 보라고 하는 듯 물기를 머금은 도톰한 젖가슴은 윤기가 흘렀다.

유독 하얀 피부는 파란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투명해 보였다.

도윤은 여태 저런 색의, 저런 크기의 유륜이 싸고 있는 남자 젖꼭지를 본 적이 없었다. 가슴을 지나 가느다란 허리 아래로 이어지는 매끈한 곡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져 있었다. 해교가 도윤이 했듯 수건으로 하반신을 가려 놓았던 까닭이다.

도윤은 천천히 해교의 상체를 훑어 내렸다. 그의 시선이 살갗에 달라붙는 줄도 모르고 해교는 상체를 숙여 떨어진 옷을 줍곤 방으로 향하려던 몸을 틀어 세탁기가 있는 쪽문으로 향했다.

“허…….”

해교가 방 안에 들어간 뒤 도윤이 뒤늦은 숨을 내뱉었다. 예기치 못한 장면에 입가에 손을 대곤 한참 얼굴을 문질렀다. 냉방이 되지 않는 집이라서인지 온몸이 후끈했다. 얼른 차에 가서 에어컨을 쐬고 싶어졌다.

오래된 세탁기가 요란하게 작동한 뒤 깨끗해진 옷을 뱉어 냈다. 도윤은 작은 집 전체에 은은하게 풍기는 섬유 유연제 향이 제 옷에서도 나는 것을 알아챘다. 일부러 이미지에 맞는 섬유 유연제를 골라 사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와 잘 어울리는 향이었다. 독특하다고 정의할 순 없지만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향기에 도윤은 어쩐지 앞으로 이런 계열의 향을 맡을 때마다 남자가 떠오를 것 같았다.

비가 갠 날이라 햇볕은 쨍쨍했지만 반지하 건물로 들이치는 햇살은 지상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늘 안에 옷이 마르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도윤은 도통 마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제 옷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조대에 널린 옷 뒤에서 어색하게 분주한 남자를 흘낏 바라보았다.

낡은 선풍기 한 대를 도윤 쪽으로 고정해 놓곤 해교는 너저분한 집 안을 치우고 있었다. 이런 꼴로 사람을 맞이한 게 너무 부끄러웠다. 좁은 집 안이었지만 바삐 돌아다녀서인지 하얀 얼굴과 몸에 점점이 일어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매끈한 도자기 같은 피부는 뜨끈하게 익었다는 표현이 알맞을 만큼 발갰다.

“……후.”

도윤은 저도 모르게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이 집 공기가 많이 뜨거워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많이 더우세요……? 집이 많이 덥죠…….”

“아,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여름을 원래 좋아해요. 지금 제가 신세 지는 입장인데 신경 쓰지 마세요.”

나긋하고 신사적인 말투였다. 부족할 게 하나 없는, 고상한 집안에서 자랐을 것이 분명한 느낌을 주었다. 거기다 예의도 바르고 고양이도 구조해 주고……. 이런 사람과 우연제가 친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오늘 그 고양이랑은 잘 아는 사이인가 봐요.”

“네에……. 이 동네에 사는 앤데 가끔 만나요.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그런 감사 인사가 어디 있어요. 형이나 저나 길고양이 도와주려고 한 거잖아요?”

그 말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해교가 긴장한 표정을 풀었고 조금 더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느낀 도윤 역시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동물 보호라는 공통된 의식으로 마르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며 급격하게 친밀해져 갔다.

하지만 도윤은 해교의 짐작대로 출사를 하러 나온 것이 목적이었기에 저녁이 되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선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해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약속을 위해서는 차에 올라야 하는 때가 다가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며 버티던 도윤은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각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형. 혹시 남는 옷 있어요? 있으면 입고 가려고요.”

“어…… 그럼 저 옷은…….”

“음, 다음에 받으러 올게요. 빌린 옷도 그때 돌려 드리고요. 번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네에.”

한눈에도 해교와는 체격 차이가 크게 나는 도윤이었다. 어떤 옷을 줘도 맞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해교가 망설이다 옷장을 뒤져 아버지가 두고 간 여름옷을 꺼냈다.

“이건 제 옷이 아니라 몸에 들어가긴 할 텐데…… 대신 많이 낡았어요.”

“패션쇼 할 것도 아니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죠. 고마워요, 형.”

이제 가야 하는데. 해교를 재촉하며 휴대폰 번호를 교환해 놓곤 정작 도윤의 동작은 느릿했다. 도윤은 천천히 집구석에 놓아둔 카메라와 가방을 챙기곤 다시 한번 해교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해교의 배웅을 받으며 도윤은 근처에 주차해 두었던 제 차에 올랐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지금 입고 있는 옷에서도 방금 전까지 머무르던 집의 향이 배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반지하 구석에 오래 방치해 둔 것치고는 그리 불결하진 않았다. 조금 낡고, 제 나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형, 이라고 하기엔 아쉬웠다. 다음에 옷을 받으러 오면 물어봐야겠다.

서열이 명확한 세 형제 중 막내로 자랐기에 도윤은 윗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았다. 연상의 남자에게는 깍듯이 선배라고 하는 타입이었으나 오늘 만난 남자는 제 선배가 아니니 딱히 다른 호칭을 붙일 순 없었다.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삐까뻔쩍한 SUV는 곧 자리를 떠났다.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협주곡을 흥얼거리며 핸들을 쥔 도윤의 입매는 살짝 끌어 올려진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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