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좆같은!”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돌아온 연제가 으르렁대며 욕설을 내뱉었다. 바로 아래 지하 주차장에 다녀왔을 뿐인데 그새를 못 참고 가사 도우미가 사라졌다. 그가 누워 있던 침실뿐 아니라 집 안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아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정말 잠깐 사이였는데. 자신의 차에 흠집을 내서 이 사달을 만든 새끼를 족쳐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씨팔. 받아. 받으라고.”
오전에 가사 도우미가 부재중 전화를 남겼던 기억이 나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 상대를 떠올리며 연제는 완벽하게 남자가 튀어 버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씨발. 아직 앞보지는 맛보지도 못했는데. 먼저 개통한 뒷보지의 맛을 생각하면 미지의 세계인 진짜 보지에 씹질하는 것 역시 상당한 쾌감을 주리라 확신할 수 있었던 터라 미련이 남았다.
여태 경험 없는 상대의 후장에 박아 본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유난히 쫄깃하게 경련하던 내벽의 움직임과 빨아들이듯 조여 물던 구멍 입구는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지 끝이 얼얼하게 설 만큼 타고난 명기였다.
한번 좆물을 쭉 싸지른 후에 뜨거운 뒷보지 속살이 부드럽게 제 자지를 감싸 안던 느낌을 되새기자 허벅지 근육이 쪼개질 정도로 심이 섰다.
고작 좆물을 한 번밖에 빼지 못하고 날린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여차하면 한동안 섹스 파트너로 두기에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더 그랬다.
지금껏 제가 싫다는 상대가 없기도 했지만, 좋다고 들러붙는 상대에게도 칼같이 관계 정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게 자신이었는데. 우연제답지 않은 미련이었다.
우유부단해 보이는 성격의 남자였으니 문자를 받으면 답장이라도 오지 않을까. 연제는 전화를 받지 않는 남자에게 희망을 걸며 메시지를 남기고 기다렸다.
잠시 후, 연제의 가정은 엉망진창 맞춤법으로 가득 찬 문자와 함께 부서졌다. 심지어 가사 서비스 제공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집사님의 사유로 환불이 진행됩니다.」라는 좆같은 알림까지 푸시되어 왔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쳐 버린 듯해 화가 난 연제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골몰했다.
죄송하다며 오늘 수당을 환불까지 하는 상대방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남자는 취한 자신을 연제가 따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술에 취해서 본인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면 모를까.
차라리 그런 거라면 어떻게든 다시 예약을 잡아서 슬쩍 그쪽 반응을 떠본 뒤에 이번에는 람보르기니가 부서지든, 제집에 도둑이 들든 간에 신경 쓰지 않고 남자를 마저 따먹어야겠다.
사라진 남자를 떠올리자 아까 씹질하다 만 좆이 아쉬운 듯 다시 대가리를 들기 시작했다. 우연제 가오가 있지 혼자 딸 치는 건 성에 차지 않았다. 조금만 참아라. 다시 예약을 잡아서 좆집에 넣어 줄 테니.
연제는 호기롭게 가사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에 재접속해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를 선택하고 예약 신청을 했다. 일단 다시 집에 오게만 한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구워삶을 자신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앱에서 알림이 떴다.
[이런, 집사님이 일정이 있으신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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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당장 이 엿같은 기분을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다. 나직이 욕지거리를 씹어 뱉은 연제가 걸터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 다시 현관문을 나섰다.
* * *
어두컴컴한 공간 사이로 정신없이 빛을 쏘아 대는 레이저가 잘 뻗은 콧날에서 이지러지며 형체를 잃었다. 쿵쿵대는 EDM과 비워져 가는 샴페인 잔의 향연에 잔뜩 흥이 난 무리 속에서 혼자 찌푸린 미간을 한 연제가 신경질적으로 보던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엎었다.
표정을 풀 새 없이 계속해서 휴대폰을 보았다 재차 화면을 끄는 행동을 반복하던 연제에게 지나던 MD가 말을 걸었다. 그는 주말마다 VIP 테이블을 잡고 술판을 벌이는 연제를 전담하느라 꽤 안면이 있는 축이었다.
“우연제! 오늘 안 달려?”
“뭐가.”
“종일 폰만 보길래. 이 시간쯤 되면 정줄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좆같아서 안 해.”
새벽 2시. 만취한 클러버들이 한창 테이블 위에 올라가 티슈를 뿌려 대며 발악할 시간이었으나 연제는 평소처럼 그런 미친 짓거리를 관망하며 낄낄대지도, 술을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흥이 안 나, 씨발.
오늘 디제잉 존나 구리네. 엎어 둔 휴대폰을 들어 다시금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목록에 가득 찍힌 동일한 번호는 이제 눈 감고도 외울 지경에 이르렀다.
역시나 이번에도 상대가 응답하지 않자 연제는 말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담배를 들어 입술 사이에 물었다. 불을 붙인 연초 끝이 타들어 가는 것을 내려다보던 연제가 짜증스레 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흩어지는 뿌연 연기 사이로 생각에 잠긴 얼굴이 드문드문 보였다 사라졌다. 연제는 장초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제야. 어디 가?”
“집에. 너네끼리 놀아.”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던 일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연제가 클럽을 나섰다. 평소 요란한 스포츠카를 끌고 클럽을 출입하던 터라 익히 얼굴을 알린 그가 출입문을 열고 나오자 가드가 익숙한 듯 말을 걸었다.
“늘 부르던 대리로 부를까요?”
“키 줘요. 오늘 술 안 마셨어요.”
“예……? 아, 예.”
발레파킹 부스로 향한 가드가 부스 지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의외라는 표정으로 연제의 차 키를 가져다주었다. 늘 볼 때마다 심하게 취한 상태라 멀쩡한 정신의 어린 남자는 적응되지 않았다. 아랫사람을 하대하긴 하지만 지갑에서 있는 대로 돈을 꺼내 주는 걸로 유명해 이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유명 인사였다.
얼떨떨한 가드를 지나친 연제가 제 차를 직접 몰러 발걸음을 옮겼다. 씨팔. 요즘 날씨엔 R8이 딱인데 며칠 전 들이받은 개새끼 때문에 끌고 나오지 못한 게 생각나 기분이 더러웠다.
하여간 그 씹새끼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제는 피우다 만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짓이긴 후 거칠게 운전석 문을 열었다. 아. 진짜 좆같다.
* * *
“……제야.”
“…….”
“우연제!”
“……어.”
다음 날, 우연제는 팀플 때문에 억지로 끌려 나온 전필 과목 수강이 끝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강의실 좌석에 앉아 있었다. 바로 옆에서 제 귀를 당기고 이름을 불러도 도통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 꼭 정신을 어디 빼놓은 사람 꼴이었다.
며칠 전 한창 달뜬 섹스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자는 아직도 제 연락을 받지 않는다. 혼몽한 정신이었지만 신체적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상대 역시 즐겼다고 확신했다. 분명히 좋았을 텐데. 여태껏 우연제와 관계를 한 후 만족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접촉 사고를 처리하는 동안 사라진 상대는 고소를 언급하지도, 자신을 원망하지도 않고 오히려 ‘죄송하다’라는 연락이 왔다. 저도 좋긴 했는데 끝마무리를 하지 않고 떠나서 미안하다는 의미일까. 생각을 하며 곱씹을수록 그런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거라면 이건…… 말로만 듣던 먹버 아닌가.
천하의 우연제가 먹버를 당하다니……. 연제는 믿을 수가 없는 현실에 헛웃음을 지었다. 씨팔. 자존심에 금 가게.
아니면 할 때는 즐겼는데 술이 깨니 현실적으로 타격감이 떠올랐던가. 이건 너무 제 자존심을 위한 핑계인가? 뭐가 되었든 간에 우연제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넘기고 끝낼 수 있는 사건이긴 했다. 저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니.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제 인생에 처음으로 느낀 열패감 때문이었을지 몰랐다.
연제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는 남자를 만나려 갖은 애를 썼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 애플리케이션을 눌러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독특한 닉네임을 검색해 다시 청소 예약을 잡았더니 다른 일정이 있다는 거절 문구가 떴다. 그것도 연속 열 번이 넘게.
끈질기게 날짜를 옮기고 시간대까지 변경해 가며 재예약을 잡으려 했지만 빌어먹을 ‘열심히해드릴게요’는 끝까지 묵묵부답이었다.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한 건 제 평생 처음 있는 일이라 쉽게 적응이 되지도,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사라진 도우미 때문에 생긴 헛헛함을 달래려 다음 날 끌어들인 파트너가 갖은 아양을 떨어도 웬일인지 연제와 연제의 좆은 감흥이 없었다.
아마도 제 주인처럼 끝내주게 환상적이었던 사정감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서였을지도.
주말마다 파티를 열던 클럽을 가도 재미가 없었고 미친 짓을 하는 제 친구들을 봐도 웃기지가 않았다. 그저 신데렐라처럼 갑자기 사라져 버린 남자가 쉴 새 없이 떠오르고, 그러다 보면 기분이 좆같아졌다.
“하…….”
“왜 그래, 대체? 너 고민 있어?”
“고민이라. 내가?”
“도통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어깨를 으쓱이던 도윤이 연제의 옆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도윤은 우연제와 초중고에 이어 대학까지 함께 진학한 사이였다. 불나방처럼 당장 오늘만을 불태우며 사는 우연제와는 달리 착실히 제 앞가림을 하며 사는 타입이라 나란히 두고 본다면 친우라기엔 성향이 맞지 않지만, 어쩐지 죽이 맞아 한평생을 붙어 다니고 있었다.
“일단 밥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학식 싫은데 뭐 먹을 거 없나?”
“…….”
“우연제.”
“……어.”
“배고프다고, 나. 버리고 간다. ……너 혹시 R8 때문에 우울 타?”
잊고 있었다. 타고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온 교정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R8을 지난주에 공장으로 보냈다.
그러니까 그 소중한 애마를 정비소로 보낸 건 주차를 병신같이 하고 도망까지 가려던 좆병신 때문이었고, 그 좆병신 때문에 우연제는 R8뿐만이 아니라 제 좆을 즐거이 만들어 주던 낯선 남자도 떠나보내야만 했다. 이 씨발.
“……이도윤. 나 너네 어깨 1명만 빌리면 안 되냐.”
“무슨 미친 소리야.”
“누구 하나 조지고 싶어서.”
황당한 투로 되받아치는 도윤에게 죽이고픈 인간이 있어서 그렇다고 갈무리를 하는 연제의 두 눈이 형형했다. 진짜 어디서 사람이라도 빌려서 좆병신을 손보지 않으면 억울함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날 벌벌 떨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운전자의 혼이 쏙 빠져나갈 정도로 모멸감을 주고, 저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던 남자가 고개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도 연제의 얼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차후엔 울먹이기까지 했는데도 부족했다.
그래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보지가 떠올라 접촉 사고를 강제로 일단락하고 돌아왔는데, 집에 가니 그 보지도 깨끗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화를 가라앉힐 수 없던 연제는 그길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자신의 세컨드 카에 올라탔고 물피 도주하려 했던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꽤 관대한 처사였다.
이도윤은 실없는 소리를 해 대는 우연제를 한심한 듯 바라보다 먼저 강의실을 나섰다.
우연제만큼이나 큰 키에 어울리는 긴 다리가 휘적대며 앞서나가자 뒤따르는 발걸음 소리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들려왔다. 초여름의 푸르름이 가득한 교정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도윤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 학교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연제는 본인도 꽤 편한 인생을 살지만 이도윤 역시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며 어깨를 조수석 차창에 기대 운전하는 도윤을 훑어보았다.
저와는 달리 차분하고 깔끔한 이목구비에 어울리는, 차주처럼 재미없는 클래식이 흐르는 도윤의 차량 우퍼에 발끝을 대어 진동을 느끼던 찰나였다. 연제는 문득 생각이 난 듯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씨발 년. ‘열심히해드려요’가 제 요청은 거절하고 부지런히 이 집 저 집 다니며 호평을 받고 있었다. 어제도 일을 한 듯 새로운 평가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저와 그렇게 헤어진 뒤 일이 잘되는지 추가적인 평가는 모두 긍정적이었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연락을 씹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차게 식은 눈을 한 연제가 운전하는 도윤을 바라보았다.
“너 이번 주말에 본가 가지?”
“어? 어. 가지.”
“그럼 네 오피스텔 내가 주말 동안 써도 돼? 너 어차피 월요일은 공강이잖아.”
“상관은 없는데…… 거기서 할 건 아니지? 그건 좀 싫은데.”
도윤은 연제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문란한 밤을 보낼 거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살짝 찌푸려진 미간과는 다르게 가볍게 올라간 입꼬리가 실제 우연제가 그런 짓을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으리라는 점을 보여 주기도 했다.
“아, 나를 뭐로 보고. 떡은 집에서 치지.”
“난 또 친구 집에서 하는 로망이 있나 했네. 아니면 말고. 근데 왜? 뭐 하러 집 놔두고 내 오피스텔로 와? 주말까지 학교 근처에 있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안 가서.”
“일이 있어, 일이. 나중에 말할 때 되면 알려 줄게. 비번은 그대로지?”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 다시 앞을 보고 운전에 집중하는 도윤을 바라보는 연제의 입꼬리가 슬며시 치켜 올라갔다. 썅년. 곧 보겠네.
* * *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해교는 온종일 무슨 정신으로 고객과 인사를 했고, 청소를 했으며, 마무리를 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자꾸만 떠오르는 병원에서의 기억에 걸레질을 하다가도 얼굴을 붉혀 대기 일쑤였다.
두 번의 진료 이후 의사 선생님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본인에게 무료 진료뿐 아니라 병원 영업시간 외 진료까지 제안해 주셨다. 해교는 일전에 TV에서 본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이름을 명확히 기억해 내지는 못했지만, 지혁이 어떤 선서를 한 참된 의사로서 환자인 자신을 돕는다는 착각을 하며 죄의식에 빠져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선의로, 그저 제가 아프지 말라고 해 준 일을 이렇게 성적으로 받아들이면 어쩌자는 건지. 바쁜 시간을 빼 가면서까지 도와주려 하는 다정한 의사 선생님을 떠올리며 야릇한 기분에 빠지는 거, 이런 게 성희롱이랑 뭐가 달라. 지혁에게 면구스러운 감정을 느낀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를 타박하였다.
청소를 마친 집에서 나와 아파트 정문으로 향하는 길, 바지 주머니 안에서 짧은 진동음이 울렸다. 전화는 아닌 문자였다.
[010928394398
형. 진짜 이럴 거예요? 미안하면 답장이라도 해요. 오후 18:24]
아, 또. 저번에 일하러 갔던 집의 어린 집주인이었다. 해교는 차마 전화번호를 차단할 용기는 없으면서 줄기차게 연제로부터 들어오는 문자며, 전화며, 심지어 청소 요청까지 외면하고 있었다. 이러다 지치면 그만 연락하지 않을까…….
물론 입장 바꾸어 생각하면 저라도 화가 나서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다 싶긴 했지만, 도저히 유선상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할 자신이 없어 오늘도 화면을 보고 한숨만 폭 내쉬었다. 차라리 화를 냈더라면 바로 연락을 했을지도.
연제의 연락 때문에 상념에 빠져 걸음을 재촉하던 해교는 하마터면 버스 정류장을 지나칠 뻔하였다.
“큰일 날 뻔했다. 늦으면 안 되는데.”
해교가 적당히 제 뺨을 가볍게 때린 뒤 정류장 앞에서 지혁의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 번호를 확인했다. 어제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너무 노곤한 나머지 잠들어 하마터면 종점까지 갈 뻔했기 때문이었다.
버스가 멈추자 이전까지 창문에 기대 있던 머리가 움직이며 콩콩 박혀 대는 덕분에 간신히 정신을 차려 종점까지 가는 불상사는 피했지만, 그 이후는 바로 어제 일인데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쓰러져 잔 듯할 뿐. 오늘 가사 도우미 일에 늦지 않고 온 게 기적과 같았다.
그래도 그렇게 고생하며 병원에 갔던 덕인지 오늘은 평소보다 요의도, 저릿함도 한결 덜했다. 절대 버스에서 졸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해교가 제 앞에 끼익, 소리를 내며 정차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 * *
모두가 퇴근한 병원에서 단둘이 진료를 핑계 삼아 만난 지 보름이 넘어가는 날이었다. 차해교에게 처방한 항생제가 몸에 잘 듣는지 이제 그의 방광염 증세는 거의 옅어졌다. 다음 주쯤이면 약을 끊어도 무방할 정도였고 자연스레 해교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지혁을 의지해 나갔다.
지혁은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 더 철저하게 진료해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세뇌하듯 되뇌었다. 통각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해교는 까딱하다간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혁의 말에 사색이 되어 떨어 댔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해교는 지혁이 치료를 빙자해 부지런히 보지와 자지를 만지는 데에 일말의 거리낌도 느끼지 않았다. 여전히 시작할 때는 부끄러워 눈도 잘 맞추지 못하지만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착실히 성감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말 놀랍게도 그 모든 과정이 제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서.
그간 주말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병원에서 만났다. 한 번 만날 때마다 자지로만 최소 세 번의 사정을, 보지로는 한강처럼 많은 애액을 흘려 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니 정력이 남아날 턱이 있나. 해교는 매번 시달리느라 곤죽이 된 몸을 늘어뜨린 채 나가기 일쑤였다.
지혁이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환자 차트에 기록되어 있는 해교의 집 주소를 떠올렸다. 그는 매번 제 욕심 때문에 해교가 온몸의 기운을 쭉 뺀 채 병원을 나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집과 명확히 반대 방향에다 차가 진입하기도 어려운 동네이긴 하지만 인도주의적으로 태워 줘도 무방할 듯하였다. 오늘은 가는 길에 들러 내려 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출입구에서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지혁이 생각을 끊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저녁 8시, 늘 차해교가 오는 시간이 되었다.
연한 밤색 눈동자와 잘 어울리는 연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쓸려 엉망으로 뻗쳐 있었다. 뛰어오기라도 했나. 눈썹 산까지 닿는, 결이 좋지만 얇은 머리카락 아래 새하얀 피부를 보니 새삼 색소가 옅은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한 살구색의 자지와 연분홍빛 보지, 그리고 허여멀건 둔부까지……. 생각만으로 아찔한 나신에 지혁의 아래가 끓어올랐다.
그러고 보면 아직 미처 보지 못한 젖꼭지는 무슨 색깔일까.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만큼은 못하겠지만 확인해 보지 않아도 분명히 보지와 빛깔이 비슷해 꽤나 꼴릴 터다.
본 적 없는 해교의 젖꼭지를 상상하니 가뜩이나 끓기 시작한 자지가 아플 정도로 발기하기 시작하였다. 젖꼭지의 색상만이 아니라 모양과 크기, 그리고 촉감까지…… 상상해 볼 요소는 무수했지만 더 이어 가다간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지혁은 펼친 상상의 나래를 접고 가까스로 현실로 돌아오기로 했다. 아주 달콤한 현실로.
“뛰어왔어요?”
“네.”
“왜?”
“늦을까 봐…….”
지혁이 해교에게 다가섰다. 늦을세라 뛰어온 해교가 저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지혁이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가 새하얀 목덜미를 향해 바로 고개를 내렸다. 흐음, 하는 낮은 허밍과 함께 지혁의 숨결이 해교의 살갗에 내려앉았다.
느릿하게 들이쉬는 숨에 목덜미에 자리한 보드라운 솜털이 오소소 일어났다. 무어라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엄청나게 힘든 운동이라도 하고 선 느낌이었다. 온몸의 기관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펄떡이는 것만 같았다. 이런 건…… 이상했다.
“땀 냄새는 안 나는데.”
“아…….”
말을 마친 지혁이 바싹 다가왔던 고개를 들고 해교와 눈을 마주쳤다. 고작 땀내를 확인하는, 의미 없는 동작에도 흥분한 저를 안다는 듯한 그윽한 눈빛이 해교를 옭아매었다. 잔뜩 긴장해 굳은 해교를 보는 지혁의 입가가 미세하게 휘어졌다.
“하아.”
“으……읏!”
지혁이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로 더욱 큰 숨을 들이마셨다. 한결 더 홧홧해진 숨결에 해교의 숨이 훅, 멈추었다. 그걸 알아챈 지혁은 태연히 손을 내밀어 마무리하듯 해교의 목덜미를 찬찬히 쓸어내리고 물러났다.
“……만져도 땀이 안 느껴지고. 원래 땀이 잘 안 나는 체질인가 보네. 저녁 먹었어요? 내가 아직 밥을 안 먹어서. 같이 먹어요.”
마치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는 듯 느른하게 바라보며 손길을 거둔다. 해교는 어쩐지 지혁의 손길이 은근하게 닿은 곳이 간지러워 제 손을 올려 벅벅 긁었다.
제가 주는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교의 모습을 놓치지 않은 지혁의 두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왠지 오늘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어쩐지 집에 데려다주고 싶더라니.
해교는 지혁을 따라 탕비실로 들어섰다. 널따란 휴게 공간에 커다란 냉장고, 수납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병원 직원들이 식사나 간식을 해결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대형 식탁 위에는 초밥 도시락 2세트가 가지런히 올라가 있었다.
이미 오는 길에 삼각김밥으로 대충 저녁을 때웠는데. 하지만 암만 지혁의 키와 체격에도 준비된 음식을 혼자 다 먹기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초밥이라 오늘이 지나면 다시 먹기에도 여의치 않을 터였다. 마트에서 마감 세일 할 때조차 비싸서 먹지 못한 초밥인 터라 쉽게 맛을 상상하지 못한 해교가 멈칫한 채 서 있었다.
“앉아요.”
해교는 자신이 테이블 앞 의자에 앉지 않고 서 있자 덩달아 손가락 움직일 생각을 않는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자리를 잡았다.
“젓가락은 안 들어요?”
“아……. 선생님이 먼저 드시면…….”
“장유유서, 뭐 그런 건가?”
“…….”
“서운하려고 그러네. 내가 대체 몇 살로 보여요?”
“……어…….”
몇 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냥, 이렇게 크고 좋은 병원의 원장을 맡고 있으니까 적어도 30살은 넘었으리라 짐작만 할 뿐. 그래도 서른 넘지 않으셨냐고 하면, 기분 나쁘시겠지. 서른을 훌쩍 넘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고 갓 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데.
“대답 안 하니까 더 서운하고.”
“아, 아니에요. 스, 스물일곱이요.”
제아무리 눈치가 없는 해교지만 곧이곧대로 나이를 말하면 상대방에게 결례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해교는 제가 짐작한 나이보다 꽤 많이 깎은 나이를 입술 새로 내뱉고는 지혁의 반응을 살폈다.
“스물일곱? 딱 맞혔어요. 보는 눈이 있네.”
“아…….”
선생님이 생각보다 노안인 것 같았다. 해교는 나이를 깎아서 말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마셨다. 지혁은 이번에도 자신의 헛소리를 스펀지처럼 그대로 흡수하는 해교를 보며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러다 정들겠네.
“몇 점 안 먹었잖아요. 원래 잘 안 먹습니까?”
“그게…… 사실은 저녁을 먹고 왔어요. 챙겨 주셨는데 죄송해요.”
해교의 대답에 지혁의 눈썹이 올라갔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죄송할 부분은 아니고. 일 끝나고 바로 온다고 한 거 같은데.”
“그건 맞는데요. 오면서, 오면서 먹었어요.”
“오면서? 뭘 먹었는데요.”
“어…… 땡초참마김볶이요.”
씨발. 땡초…… 뭐? 기나긴 여섯 글자 중 지혁이 알아들은 단어는 땡초가 유일했다.
“……차해교 씨 나 스물일곱 같다더니 아닌 거 같아서 떠보는 거예요?”
지혁의 반응에 해교가 손을 휘저으며 살며시 웃음 지었다. 편의점 신상 김밥이라며 변명하면서도 한껏 긴장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그런 해교를 보자 이제 농담도 먹히는 것이 꽤나 레포 형성이 되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고양감이 어린 지혁이 조용히 침을 삼켜 넘겼다.
식사를 마친 뒤 진료실로 들어서면 체화된 행동인 듯 자연스레 해교가 구석진 베드로 향한다. 그러곤 아래에 걸친 모든 옷을 벗어 내리고 얌전히 지혁을 기다렸다.
“전에 내가 배변이나 배뇨하고 나서 세척하는 방법 알려 줬었죠?”
“네에…….”
“잘하고 있나 확인 한번 해 볼게요. 씻고 있다고 생각하고 해 봐요.”
“네?”
지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해교의 얼굴이 터질 듯 발개졌다.
며칠 전, 지혁은 해교에게 보지와 자지, 그리고 회음부와 항문까지 꼼꼼히 세척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방광염 치료를 시작하면서 필수적인 항목이라 비단 해교뿐만이 아닌 모든 환자에게 사전에 안내하는 부분이긴 했다.
물론 방법도, 확인도 구두로 할 뿐 이렇게 보여 주거나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지혁 앞에서 맨몸을 보인 것이 한두 번도 아닌 터라 이제는 익숙할 만도 하지만 해교는 여전히 부끄러웠다. 작은 입술을 몇 번씩이나 짓씹으며 망설이던 해교가 지혁이 살짝 한숨을 내쉬자 떠밀리듯 베드 위에서 뒷물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하얀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낸 채 쭈그린 해교를 보는 지혁의 아래가 서서히 힘을 받기 시작했다. 기껏 식사를 하며 숨을 죽인 것이 무색했다.
“잘 안 보이는데. 오늘 입고 온 티셔츠 밑단이 길어서요.”
지혁이 해교의 셔츠 끝을 손으로 잡아당겼다. 그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짐작하지 못한 해교는 그저 두 눈을 말똥히 뜨고 바라볼 뿐이었다. 지혁은 셔츠 천을 손으로 말아 쥔 뒤 해교의 입가에 가져갔다.
“물어요.”
“…….”
얼굴을 붉힌 해교가 제 셔츠 끝을 입술 사이에 물었다. 앙, 입을 열고 천을 무는 그 모습이…… 진짜 너무 꼴렸다. 하얀 속살 대부분을 내놓은 채 얼굴부터 귓바퀴,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붉혀서는. 심지어 발끝마저 분홍색이었다.
여기서 고개만 조금 젖힌다면 오늘 차해교를 맞닥뜨리자마자 떠올라 상상했던 젖꼭지의 색상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뇨기과로 밀려왔을 때 진짜 인생 좆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학업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지난날의 자신에게 건배 제의를 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해교가 자지 끝 둥근 귀두를 움켜쥐고 문질렀다. 입에 천을 문 채라 신음을 내뱉을 수 없었지만 유려한 미간 사이가 미세하게 움찔대는 것이 보였다. 몇 번 귀두를 문지르다 수줍어 기둥을 타고 내려온 손이 뿌리 끝을 감았다.
뿌리 역시 두어 번 비비적대다 그 아래 고환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그런 다음, 회음으로 향하려고 하는 해교의 손을 지혁이 낚아챘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요.”
“으……?”
지혁이 물게 한 천을 제 마음대로 뱉을 수 없었던 해교가 의문 가득한 눈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깨끗하게 세척이 되겠어요. 이러니까 병에 걸리죠.”
“흐으…….”
“내가 다시 한번 잘 알려 줄게요.”
지혁이 나긋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곤 커다란 한 손으로 해교의 두 손을 손쉽게 결박한 뒤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눈앞의 말간 귀두에 손을 뻗었다. 으읏…… 해교의 속에서 흘러나온 신음이 음성이 되지 못한 채 미미하게 천 위로 번져 나갔다.
“이렇……게, 손바닥 전체로 표면을 굴려 주라고 했었죠.”
지혁이 해교의 성기 선단을 손바닥으로 둥글게 감싼 뒤 정성껏 매만졌다. 해교가 흠칫 잘게 몸을 떪과 동시에 건조했던 지혁의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갔다. 조그만 귀두 끝에서 어울리지 않게 꽤 많은 프리컴이 흘러나왔다. 지혁은 손바닥에 묻어난 선액을 윤활유 삼아 매끄럽게 좆 기둥을 쓸어 내렸다.
해교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지혁은 해교의 반응을 알아채지 못한 척하면서 좆 뿌리에서부터 귀두까지 서서히, 그러나 뜨겁게 감아올렸다.
손바닥에 엉겨 붙은 프리컴과 젖은 살갗이 만나면서 찌걱대는 소리가 질척하게 귓가를 울렸다.
오늘은 겨우 이걸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 지혁은 벌써 쾌락에 젖어 들려 하는 해교의 몸을 느끼며 자지를 지분대던 손을 고환으로 내렸다.
조그맣고 말랑한 고환은 그저 지혁의 손끝이 닿은 것만으로도 느긋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고환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해교가 쭈그린 제 체중을 견디고 있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까 자지를 엉망으로 씻는 것만 봐도…… 보지도 제대로 안 닦을 게 뻔하네요.”
고환을 살살 뭉그러뜨리던 손이 어물쩍 내려가 보지 입구에 다다랐다.
“흐으으……!”
지혁의 손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스르륵, 마치 뱀처럼 스멀스멀 보지 겉을 훑고 지나갔다. 약 올리는 것처럼 살살 겉 살갗만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자 아쉬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흐응, 으으응…… 아쉬움에 절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입을 가로막고 있는 옷감이 잡아먹었다.
어느새 종아리 근육이 바짝 긴장하고 지혁에게 잡힌 얇은 손목이 발발 떨렸다. 앞으로 어떤 쾌감이 들이닥칠지 잘 알기에 해교의 몸은 기대에 차 달아오르고 있었다.
지혁이 통통한 보짓살을 벌리고 뒤적일 것처럼 굴다가 아래로 주욱 긁어내렸다. 그러자 벌려져 있던 해교의 허벅지가 뻐근해짐과 동시에 조그만 자지로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씻어 내려야 해요.”
목소리만 들으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해교의 변화를 다 감지하고 있으면서.
어디가 감전된 것처럼 하체를 달달 떨어 대는 모습에 저 역시 슬슬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지혁이 손가락을 더, 더 깊고 습윤한 곳으로 내렸다.
“으……! 으으!”
회음부를 은근하게 매만지며 지나친 손가락이 단번에 항문으로 향했다. 잔뜩 긴장한 구멍이 진정할 새 없이 진입한 중지가 손쉽게 전립선을 꾸욱, 짓뭉갰다. 그 바람에 예열도 없이 단숨에 끓는점에 도달한 해교가 입가에 천을 문 상태 그대로 고개를 젖히며 눈을 까뒤집었다.
“여기도 이렇게 씻어 주…….”
면 돼요. 간단한 세 음절이 내뱉어지지 않았다. 해교의 고개가 넘어가면서 천이 함께 올라가 젖가슴이 드러난 탓이었다. 이런 미친. 형광등 아래 빛나는 새하얀 살결 위에 도드라진 연분홍빛 유륜이 지혁의 눈을 사로잡았다.
남자의 유륜치고는 꽤 컸는데, 유륜 안에 자리 잡은 유두는 이와 상반되게 조그맣고 함몰된 상태인 것이 오히려 조화로웠다. 딱 빨기 좋게 생겼달까.
평소 제가 좋아하는 풍만한 젖가슴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워낙 유륜이 커서인지 젖꼭지 인근은 은근히 도톰해 보이는 것이 빠는 맛이 색다를 것 같았다. 불과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일어난 상상에 지혁의 뇌 속 퓨즈가 꺼졌다. 씨발. 이제 모르겠다.
고개가 넘어간 탓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린 해교의 두 손을 붙들고 있던 지혁이 이를 서서히 놓았다. 천천히 해교를 밀며 놓자 자연스레 해교는 베드 위에서 천장을 마주하고 누운 자세가 되었다.
지혁의 손길이 떨어져 나가자마자 해교는 삽시간에 온몸에 고인 피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저를 터뜨릴 듯 모였던 열기가 몸체 말단을 통해 단번에 승화되기라도 한 듯.
“아…… 선생님……?”
순식간에 바뀐 시야에 당황한 해교가 입에 물고 있던 천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보이던 가슴이 내려간 옷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혁이 말없이 드러나 있는 해교의 복사뼈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발목과는 달리 옅은 분홍색으로 도드라져 있는 뼈마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된 게 뼈마저…….
“선새…… 아!”
지혁은 해교의 발목을 거머쥐고 단숨에 끌어당겼다. 별다른 반항 없이 제가 이끄는 대로 끌려오는 낭창한 몸이 아래에 내리깔린 모습에 지혁이 숨을 삼켰다.
“오늘은…….”
연속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을 보아서일까.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평소보다 더 낮고 거친 목소리에 해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혁을 올려다보았다.
“그간 했던 진료와 좀 다를 거예요. 요 며칠 병원에 다니면서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죠?”
“네. 화장실도 전보다 덜 가고 오줌…… 눌 때……도 확실히 덜 아파요.”
“그래요. 내 말 들으니까 좋아졌네.”
“마, 맞아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운을 띄운 걸까. 굳이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셔도 늘 감사한 마음은 가득했는데. 진료가 끝나고 병원을 나설 때면 지나친 자극에 두 다리에 힘이 모두 풀린 채였지만 잊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것이 습관이었던 해교였다.
해교는 도무지 지혁의 의중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유려한 곡선을 띠고 있는 입술이 어서 움직여 다음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기다릴 따름이었다.
“사실 방광염은 남성 환자보다는 여성 환자 수치가 절대적이에요. 남자에게는 흔한 질병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해교 씨가 이렇게 심각한 상태로 병에 걸리게 된 것은 본인도 잘 알겠지만 다른 남자에게는 달리지 않은 보지가 상당 부분 원인을 차지합니다.”
지혁이 부러 ‘심각한’에 힘을 주어 가며 말했다. 이 정도 표현이면 꽤 겁을 먹으리라 생각하면서.
그러자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차해교의 커다란 눈망울 가득 두려움이 들어찬 것이다.
“……그래서, 근본 원인을 고쳐 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태까지와 달리 보지를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진료하는 게 낫겠다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직접……이요?”
진료를 할 때마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의사 선생님은 늘 자지도 만지시고 보지도 만지셨다. 때로는 항문까지. 보지를 안 만진 게 아니었는데 ‘다른’ 직접적인 진료라니. 해교는 의아함에 지혁의 말을 되풀이하며 의구심을 표현했다.
“수박 겉핥기라고 들어 봤죠. 이제까지 내가 해교 씨 보지를 겉만 핥은 격이라는 거예요. 문제의 원인은 보지 입구를 지나 깊숙한 자궁 안에 있는데 백날 천날 겉만 뒤적여 봐야 원인을 찾을 수 있겠어요?”
“아…….”
“그래서 말인데요. 말을 좀 바꾸어야겠어요. 일반적으로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일 경우 부인과 검사도 다르게 하거든요. 해교 씨는 남성이지만 성 경험이 없는 보지를 가졌고. 그러면 이제부터 할 진료가 조금 곤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분명 얼마 전만 해도 보지에 성 경험이 있으면 치료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자신의 편의에 따라 부침개 뒤집듯 간단히 말을 뒤바꾸는 지혁이었다.
좀 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안전히 벗겨 먹으려 했는데 이제는 한계였다. 생각보다 제 인내심이 크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늘어놓는 개소리 기저에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은 그를 위한 것임을 염불처럼 외워 두긴 했는데. 이게 먹힐지 모르겠지만 차해교의 젖꼭지를 본 순간 가능과 불가능은 더 이상 지혁의 판단 기준이 아니었다. 일단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뒤 결과를 두고 보는 도박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럼…… 어떡해야 해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긴장한 해교가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제 사타구니 사이에 자리한 의사 선생님은 여전히 잡은 발목을 놓지 않은 채였다. 그게 마치 저의 발목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옥죄는 것 같아 갑갑함이 느껴져 괴이했다. 어째서 이렇게 느껴지는 걸까.
“해교 씨 보지에 성 경험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미경험자는 할 수 없는 진료라서요. 혹시 섹스할 상대 있어요?”
당연히 없겠지. 있다고 하면 또 바삐 머리를 굴려 개소리를 쏟아 놓을 생각이지만. 지혁이 단호한 태도로 말을 내뱉고 해교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니요…….”
여자친구가 없어요. 그렇게 대답하려던 해교는 순간 제 생각에 어폐가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자친구가 있다 한들…… 가능하지 않다는 걸.
여자친구가 보지에 어떻게 처음을 선사해 준단 말인가. 여태껏 변변찮은 자신에게 아주 운이 좋게 반려가 생긴다면 그 성별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해 왔던 해교가 충격으로 얼굴을 굳혔다.
“…….”
가치관이 흔들려 할 말을 잃은 해교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혁이 몸을 한껏 숙였다. 그리고 눈을 맞춘 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만큼의 다정한 미소를 선사했다.
제발, 먹혀라.
무엇을 바라기도 전에 항상 당연한 듯 모든 것을 손에 쥐어 왔던 지혁에게는 다소 생경하고 간절한 바람을 담은 미소였다.
“……그런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좋겠지만 해교 씨도 알다시피 치료를 질질 끌면 만성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잘 알 거예요.”
알다마다. 이미 만날 때마다 세뇌하듯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하고 이후 합병증 동반 역시 당연한 수순으로 따라오게 된다는 둥 세상에 존재하는 병 중 가장 중한 병이 차해교의 병인 것처럼 입을 털어 댄 전력이 있었다.
단번에 알아챌 수 없는 모호한 표현에 해교가 잠시 미간을 찡그렸다 폈다.
“……어, 어떡해요, 선생님……. 저 아프기 싫은데…….”
지혁은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황홀한 미소를 얼굴 위에 띠고 감미롭게 제안했다. 단어만 제외한다면 꼭 프러포즈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원래 이렇게까지는 안 하는데 해교 씨가 너무 마음에 걸리네요. 내가 보지 아다 뚫어 줄까요?”
“……네?”
“내 좆으로 해교 씨 보지 아다 뚫어 준다는 말이에요. 물론 해교 씨가 싫다면 하지 않을 거긴 한데, 그렇다면 내 호의를 의심한다는 말인 거니까 나는 상처받을 것 같아요.”
“…….”
해교는 지혁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이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쉽게 대답하지 않는 해교를 보며 지혁은 최대한 얼굴을 구기고 상처 입은 표정을 자아냈다.
아마 동생 지헌이 봤더라면 형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혁의 단조롭고 무감한 인생 내에 가장 버라이어티한 표정을 지어낸 하루다. 평소 쓰지 않는 얼굴 근육이 과하게 일을 해 안면 전체가 얼얼할 수준이었으니.
“하아……. 하기 싫으면 말아요. 이렇게 내가 퇴근 후 바쳤던 시간은 무용지물이 되었네요. 해교 씨 아니라도 무상 진료 해 달라는 양성구유 환자가 줄을 섰는데. 환자와 의사 간에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압니까? 신뢰예요. 차해교 씨는 내게 그걸 느끼지 못했다는 거고, 그렇다면 나도 더는 진료하기가 힘듭니다.”
“서, 선생님…….”
“다른 병원에 가서 더 진료해 보는 게 좋겠어요. 나로선 최선의 제안이었으니까. 보지랑 자지는 최대한 조심히 꺼내 보고요. 운이 좋지 않다면 그 의사가 해교 씨 보지랑 자지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주의하고. 친동생 같아서 하는 소리니까 새겨듣고, 앞으로 치료 잘하길 바랄게요.”
지혁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해교의 발목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따뜻한 손이 떠나자 휑한 발목이 서늘해 해교가 움찔 몸을 떨었다.
다른 병원에 가라니……. 안 돼. 싫어. 괴물 취급을 받을지도 몰라.
매섭게 일갈하고는 미련 없이 떠나는 지혁의 모습에 해교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저의 망설임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상처받은 것 같아 죄송하고 또 한순간이지만 그런 그에게 의문을 표한 자신이 한심했다.
나는 어째서 선생님이 더 화가 나기 전에 넉살 좋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걸까. 정말 운이 좋게 만난 의사 선생님인데, 게다가 덕분에 몸도 정말 좋아졌는데.
이런 식으로 인연이 끊어지면 안 돼. 망설이던 해교가 아랫입술을 끌어당겨 물고 결심했다. 바보처럼 굴어서는 안 됐다.
“서…… 선생님!”
해교를 진료실에 남겨 두고 문을 열어 나가던 차였다. 다급하게 진료실에 울려 퍼지는 울먹이는 목소리에 지혁의 입꼬리가 느른하게 올라갔다.
넘어왔다. 지혁의 개수작이 먹혀들었다.
다시 말을 바꿔 회유라도 시도해야 하나 생각하던 순간이었는데. 지혁은 뒤돌지 않은 채 냉정히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네. 말해요.”
“……주세요.”
조그마한 목소리에 진료실 문고리를 잡은 지혁이 해교를 뒤돌아보았다.
“잘 못 들었는데.”
한참을 망설였다. 달싹이는 입술과 함께 내리깔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보……보지, ……세요.”
“불분명하게 굴면 안 할 거예요. 마치 위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안하는 것 같으니까. 그러니 확실하게 이야기해 줘요.”
해교가 입술을 질겅질겅 짓이기곤 지혁을 향해 애원하듯 눈꼬리를 내렸다. 도로 무를까 걱정이 되어 다급하게, 그러나 자신 없는 말투로 말을 이어 붙였다.
“보지…… 첫 경험……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고대해 온 순간이었다. 지혁이 문고리를 놓고 성큼 해교에게 다가갔다. 망설임 없이 상체를 숙이면서 내려간 해교의 웃옷을 위로 끌어 올린 후 조그만 머리통을 통과시킨 티셔츠를 바닥에 떨구었다.
지혁은 해교의 머리맡에 단단한 팔을 짚은 후, 여자와는 확연히 다른 평평한 가슴을 더듬다가 없는 살집이 그나마 몰려 있는 젖꼭지 부근을 꼬집듯 당겨 그러모았다. 아, 아앙……! 익히 연제가 맛을 보게 해 주었던 젖꼭지 성감이었다. 무의식중에 잊고 있던 그 날의 감각이 떠오르며 해교의 보지 안이 찌르르 울렸다.
지혁은 본 순간부터 애타게 빨고 싶었던 유륜에 까슬한 혀를 내렸다.
“으……으응, 읏! 선, 생님…… 아, 흑…….”
타액이 고인 혀가 유륜에 닿자 정점에서 쏙 들어간 유두가 단단하게 굳어갔다. 유륜을 따라 심을 세운 혀를 둥글린 후 함몰된 유두로 살살 쑤셔 넣자 움찔거리는 알갱이가 서서히 도드라지기 시작하였다.
이미 우연제에게 빨린 바 있지만 해교에게는 없는 기억인지라 난생처음으로 누군가가 제 젖꼭지를 지분거리는 느낌에 놀라 허리를 들썩였다. 해교가 허리를 뒤틀 때마다 지혁이 뭉그러뜨리는 돌기가 점점 더 융기하다가 마침내 정점을 세우고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혁은 지체하지 않고 발딱 일어난 젖꼭지를 한입에 덥썩 빨아들였다. 아응…… 으, 읏…… 자, 잠깐……. 젖꼭지를 간질이는 느낌에 해교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지혁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들었다. 마치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면서도, 숨이 턱 막힐 만큼 기이한 감각이 핏줄을 따라 흐르는 듯했다.
손바닥에 닿는 가슴 근육이 단단했다. 베드를 붙잡은 양팔이 그의 무게를 받치고 움직일 때마다 탄탄한 근육이 지혁의 몸을 감싼 천 아래로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제아무리 애를 써도 지혁은 밀리지 않았고 해교가 그럴수록 더욱더 세게 발간 젖꼭지를 빨아 당길 따름이었다.
밋밋하게만 보인 살집 없는 가슴이었으나 피부가 보드라워서인지 지혁이 쭈읍, 쯥 빨아 당기는 대로 살갗이 하염없이 늘어났다. 마치 젖 몽우리가 있는 것처럼 끝이 도톰하게 딸려 나오는 모습에 조금 턱을 당겨 든 상태로 힘을 주어 빨아올리니 제법 통통해진 가슴 끝 젖꼭지가 씹기 좋게 단단해졌다.
입 안에서 혀를 굴릴 때마다 느껴지는 조그만 돌기가 기꺼웠다. 쪼옵, 거세게 빨아들였다가 이를 세워 긁자 지혁을 밀어내던 아래에 깔린 몸에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지혁이 해교의 상태를 확인하려 부지런히 빨아대던 젖꼭지에서 입을 떼었다.
“흐으…….”
달아오른 얼굴 속 옅은 밤색 눈동자 가득 당황스러움과 열기가 뒤섞인 채 떠 있었다. 제가 빨아대서인지 어느새 진분홍빛이 된 돌기는 함몰이었던 상태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도드라지게 솟아올라 제 영역을 표시한 침으로 번들대고 있었다.
아. 진짜 꼴린다.
참지 못한 지혁이 넓은 유륜을 꼬집듯 쥐었다. 남자치고 꽤 커다랗게 잡히는 양감에 유선이 발달한 편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종종 유선이 발달한 남자가 있기도 한데 차해교는 보지까지 달렸으니 과한 추측도 아니었다.
짧게나마 떠오른 생각은 이내 지워졌다. 저를 빨아 달라는 듯 번들거리는 젖가슴의 유혹에 넘어간 지혁이 입술을 대곤 하얀 피부를 잘근 이로 씹었다. 그 누구도 흔적을 낸 적 없던 새하얀 도화지 같은 해교의 젖가슴에 지혁의 흔적이 남았다.
지혁이 고개를 좀 더 내려 납작한 아랫배를 핥았다. 폭 파인 배꼽 언저리를 두툼한 혀로 은근하게 감아올리다가 해교가 미세하게 허리를 떨어 대며 중심을 잡지 못하자, 공중에서 휘적대는 팔을 들어 제 어깨에 올리도록 했다.
어느새 해교가 지혁을 껴안은 채 베드에 누운 모양새였다. 지혁이 슬쩍 허리에 힘을 준 상태로 한쪽 팔을 들어 해교의 보지를 짚었다. 손바닥은 해교의 음부 전체가 가려질 듯 커다랬다.
지혁이 그대로 손바닥을 슬쩍 밀자 보지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압박감에 하아앙…… 하고 해교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쏟아졌다. 지혁이 손목을 비틀어 보지를 받치는 자세를 만들고는 중지만을 꺼내 질구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평소보다 입구가 좁았다.
낮은 한숨 소리를 낸 지혁이 두툼한 보짓살을 휘저으며 중지를 더 깊숙한 동굴 속으로 쑤셔 넣었다. 굴곡지고 유난히 좁은 보지 안의 내벽 모양을 기억하기라도 할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꼼꼼히 더듬으며 서서히 나아갔다. 으, 으……으응……! 여기까지는 한 번도 닿은 적 없었는데…….
진료에서 닿은 적 없던 깊은 곳까지 손가락을 넣고 휘젓자 해교가 지혁의 어깨를 감고 있던 손을 내리고 제 입을 막았다. 분명히 몸은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핑그르르 돌았다. 건드리지도 않은 귓속이 멍해지고 오싹한 전율이 쉬지 않고 아랫배를 강타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콸콸 쏟아지는 보짓물로 인해 지혁의 중지는 젖다 못해 흐무러질 지경이었다. 지혁이 보지에 집중하던 얼굴을 들어 해교와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든 신음을 막아 보려 애쓰는 와중에도 달뜬 눈동자 가득 흥분이 배어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으응.”
차마 말을 하지 못한 해교가 해소되지 않는 괴로움에 연신 허리만 비틀어 댔다. 보지 속이 질척해져 갈 때마다 뇌 속도 함께 휘저어지는 듯했다.
“처음인데 해교 씨 좋을 대로 해야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되겠어요?”
“으, 으응…… 아…… 선, 생……니힘…….”
“응, 말해요.”
“……흐……으, 아……아, 개, 괴로, 어…… 아!”
찰박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혁의 중지가 해교의 보지를 오고 갔다. 작게 떨어 대는 몸을 보고 한껏 더 흥분한 지혁이 손가락의 왕복 속도를 높였다. 찌꺽, 찌꺽, 쩍, 쩌억. 젖은 살이 만들어 내는 외설적인 소리와 함께 으응, 응, 하아응…… 손으로 제 입을 막고 억눌린 신음 소리를 내던 해교가 강렬한 자극에 허벅지를 오므리려 들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러면 어떡해요.”
지혁은 상체를 곧추세운 뒤 해교의 양다리를 들어 제 어깨에 걸치도록 했다. 무슨 자세인가, 해교가 생각을 마치기 전에 지혁이 바지 버클을 풀고 익숙하게 드로어즈를 내렸다.
헉. 잘못 본 게 아닐까. 드러난 지혁의 생자지 크기를 보자 해교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본인의 자지가 작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커도 너무 컸다. 무슨 아기 종아리처럼 커다란 검붉은 자지에 또렷하게 돋아난 핏줄마저 꿈틀대는 모습이 마치 성기라기보다는 흉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깔끔하게 잘생긴 의사 선생님의 얼굴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흉측하고 징그러운 물건이었다. 좆을 감싼 핏줄이 음모를 지나 장골 사이까지 불뚝 불거져 있는 모습이다. 저게…… 저런 게 내 보지 안에 들어온다고? 할 말을 잃은 해교가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서, 선생님……. 안 돼…… 안 돼요…….”
“조금 부담될 순 있겠지만 넣으면 안 들어갈 리 없어요.”
지혁이 붉은 혀를 꺼내어 아랫입술을 쓸며 대답했다. 굵직한 제 자지를 쓸어내리며 하는 동작이 마치 입맛을 다시는 듯했다. 지혁이 툭툭 핏줄이 불거져 위압감을 선사하는 좆을 감아쥐고 해교의 보지 입구에 갖다 대었다.
투웅, 좆이 보짓살에 맞닿자 거대한 양감이 절로 느껴졌다. 해교의 크게 벌어진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 진짜 아, 안 돼…… 찌, 찢, 어져…… 찢어질 거예요.”
아무리 제게 있는 게 달갑지 않은 보지일지라도 찢어지는 건 싫었다. 저렇게 커다란 자지를 받았다간 틀림없이 망가지고 말 거야. 계속해서 해교가 거부하자 지혁이 피식, 웃음 지으며 해교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낮추었다.
“아…… 으응…….”
흉흉한 자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입술이 해교와 맞닿았다. 제정신일 때의 해교로서는 난생처음 하는 키스였다. 지혁은 익숙하게 마주한 턱을 비틀고 혀를 꺼내어 해교를 열었다. 아……응. 낮게 그르릉대는 한숨을 지나 붉고 축축한 혀가 단숨에 해교의 입 안을 휘젓기 시작하였다.
굽이진 입천장을 뭉근하게 쓸다가 구석으로 도망간 혀를 꺼내 찾아 맞물렸다. 지혁의 혀가 갈급하게 해교의 혀를 얽었다. 쯔읍, 타액이 섞이는 질척한 소리와 혀끼리 엉키는 선연한 감각에 해교가 눈을 감았다.
누군가 첫 키스는 달콤하다고 한 것 같은데…… 달콤하다기보다는 그 맛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정신없고, 그저 하체가 뜨거워질 따름이었다. 맞물린 입술 새로 타액이 흘렀으나 둘 중 누구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르작대며 키스에 몰두한 해교의 반응에 지혁의 입가가 미세하게 휘어지며 만족감에 차올랐다. 여전히 눈은 내리깐 채 해교와 입맞춤에 골몰하던 지혁이 긴장한 해교의 보지를 다시 매만지기 시작했다.
보지 점막이 전에 없이 달아오른 상태였다. 약간 뻑뻑하긴 하겠지만 이대로 천천히 뚫는다면 무리 없이 진입할 듯도 하였다. 스윽, 보지 겉을 훑은 기다란 손가락이 음핵을 긁어내리자 으응…… 해교가 낮게 신음하며 엉덩이를 공중으로 띄웠다.
지혁이 엄지와 검지로 소음순을 잡아 벌리자 발갛게 달아오른 속살이 헐떡이고 그 사이 구멍이 꿈틀대었다. 열기가 몰린 여린 살점이 밀착하듯 손가락에 달라붙고 이를 고정하듯 뜨끈한 점액질이 흘러나와 보지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손끝을 떼지 않은 채 느릿하게 소음순을 밀어 올리니 쩌적, 질은 액체가 밀리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러자 지혁의 눈이 희번덕거리며 숨이 거칠어졌다.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떨어뜨린 지혁이 키스로 멍해진 해교가 또다시 거부하기 전에 자지를 붙잡고 보지 입구에 대었다. 힘줄이 우락부락하게 기둥을 감싼 검붉은 좆이 보지로 향하자 바짝 긴장한 구멍이 좁아 든 채 움찔거렸다.
고작 입구에 귀두가 닿았을 뿐인데도 흥분한 보지가 줄줄 애액을 흘려 댔다. 음란하기가 정도가 지나쳤다. 이러면서 뭐가 찢어진다는 건지.
뜨끈한 성기가 은근하게 보지 입구를 쓸며 지나치자 감질난 보지 속살이 펄떡이며 박동하였다. 좁다랗고 긴 틈에 좆을 느릿하게 올려붙이고 비벼 대자 하으으…… 해교가 버거운 신음을 내었다. 묵직한 양감에 보지가 떨려 왔다. 지혁이 아찔한 미소와 함께 서서히 자지를 보지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쯔윽, 말랑한 소음순이 젖혀지며 둥근 귀두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뒤늦게 이를 눈치챈 해교가 비명을 질러 댔다.
“아…… 흐윽! 아, 안 돼!”
“후……으.”
달아오른 점막이 감싸듯 자지를 조여 물었다. 아찔한 감각에 등골을 타고 저릿한 전율이 일어 지혁이 저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씨……팔, 왜 이렇게…….”
좁아……. 혼잣말을 이을 수조차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 보지 속살이 귀두를 쫀득하게 압박해 왔기 때문이었다. 빨리 더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한 유혹에 지혁이 좀 더 과감하게 허리를 밀어 넣었다. 퍼억, 보지에 장골을 치받자 단단한 좆이 해교의 여린 살점 안을 파헤쳤다.
“아……! 흐읏, 아, 안…… 돼, 마, 망…… 망가져……요! 선생님!”
말과는 달리 보지 입구가 미끄러지듯 좆을 빨아들였다. 히익, 응, 아아, 그만…… 해교가 하는 말을 모조리 무시한 채 지혁이 단숨에 성기를 빼냈다가 퍽, 퍽 마구 짓쳐 올렸다.
벌름거리는 입구를 보았을 때부터 예견한 맛이었지만 상상을 넘어선 열락이었다. 이 정도로 흥분할 줄은 몰랐는데 막연히 상상했던 바보다 훨씬 맛이 좋아 자제할 수가 없었다. 따끈하고 습윤한 구멍이 저를 품어 주는 느낌이 황홀하리만치 좋았다.
“후으……. 씹.”
지혁이 더운 숨을 마구 내뱉으며 집요하게 해교의 보지를 꿰뚫었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라도 되는 양 보지가 자지에 쫀쫀하게 착, 들러붙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감겨 온 쫄깃한 질벽이 기분 좋게 조여드는 압박감과 따스한 온도, 그리고 습하고 눅눅한 촉감까지. 온통 쾌감의 연속이었다.
“흐으으…….”
황홀경을 맛보는 지혁과는 달리 빡빡한 보지 안을 뒤집는 커다란 둔기 때문에 해교는 언제 정신을 놓는 키스를 했었냐는 듯 입술을 깨물고 내달리는 허리 아래의 격통을 참아 내고 있었다. 묵직하게 자궁에 들어차는 좆의 존재감에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너무 아팠다. 여태껏 한 치료 중에 제일.
좁은 입구를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자지 때문에 보지가 한계를 넘어 홧홧하고 쓰라렸다. 손가락 두어 개를 넣는 것만으로도 틈 없이 꽉 찬 질구였으니 버거운 게 당연했다.
하지만 해교가 느끼는 감각과는 다르게 보지는 착실하게 지혁을 감싸 안으며 뜨겁게 달아오르는 와중이었다.
마침내 뿌리까지 박힌 지혁의 좆이 자궁 끝을 긁어내며 서서히 빠져나왔다.
그때였다. 분명히, 분명히 아팠는데 감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
쫀득하게 달라붙은 연한 보짓살이 자지가 빠져나가려 하면 딸려 나갈 듯이 이를 쫓았고, 좆 뿌리를 감싼 음모가 음부에 닿을 때마다 해교의 온몸에 소름이 내달렸다. 모질이 굵고 거칠어 지혁의 좆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퍽, 퍽 지혁이 허리를 재차 추어올리자 그 감각은 점점 더 선연해졌다. 온몸의 감각이 집중적으로 보지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잔뜩 예민하게 달아오른 보지 속살에 좆 기둥을 감은 핏줄의 모양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쥘 시트라도 찾듯 해교의 두 손이 휘적대며 엄한 베드 가죽을 북북 긁었다.
이제는 어디를, 어떻게 찔러 넣어도 쾌감만 샘솟을 따름이다. 야릇한 감각이 쉴 새 없이 쏟아지자 지혁의 넓고 판판한 어깨에 얹어진 해교의 발등이 절로 곱아들었다.
“아, 응, 으…… 읏……!”
“허, 윽…….”
보지 안을 휘젓는 자지가 버거웠던 해교가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펄떡였다. 베드 가죽에 짧게 깎은 해교의 손톱자국이 나기 시작했다.
지혁은 엄지로 해교의 음핵을 둥글게 간질이곤 빠르게 허리 짓을 이어 갔다. 하으응……! 아, 안 돼! 거대한 자지가 보지에 틀어박힐 때마다 음핵과 작은 자지가 함께 짓눌리는 감각에 또 다른 종류의 쾌락이 해일처럼 몰려와 해교를 뒤덮었다.
“흐익!”
음핵을 간질이며 박아 넣을 때마다 보지 안쪽이 간지러워 해교의 온몸이 배배 꼬였다.
지혁은 제 아래에서 반응을 달리하기 시작한 해교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더욱더 집중하여 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퍽, 퍽 자지를 넣고 뺄 때마다 세밀하게 갈라진 복근에 보지 둔덕이 부딪히면서 새하얀 볼기짝이 흔들거렸다.
철썩, 지혁이 거세게 해교의 엉덩이를 쥐자 손바닥과 둔부가 마찰하며 출렁이는 소리가 났다. 하얀 엉덩이 살이 제 추삽질에 맞추어 흔들리는 모습이 절경이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었지만 자지가 더, 더 팽창하려 꺼떡일 정도였다.
아직 스팽킹까진 무리겠지. 지혁은 아쉬움에 입술을 말아 물고 흔들리는 해교의 엉덩이를 꽉 붙든 채 퍼억, 퍽 거친 삽입을 이어 갔다. 좆이 드나들 때면 끊임없이 쏟아지는 애액이 자지의 움직임을 한결 더 수월하게 도왔다.
어느 샌가부터 마찰감 없이 미끄덩하게 제 자지를 끌어당기는 해교의 보지가 느껴졌다. 이제 누가 봐도 싫지 않은, 아니 오히려 좋아 죽는 표정을 한 해교가 눈을 꼬옥 감은 채 쾌락의 눈물을 흘렸다. 조그만 해교의 자지 역시 꺼떡이며 몸체를 세워 지혁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지혁의 음낭과 해교의 회음이 맞닿으며 철썩, 철썩 실제 떡 치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후…… 씨, 팔…… 미친…… 하아.”
배울 만큼 배웠다고 자부하는 지혁이었지만 별다른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쫀쫀하게 성기를 조여 무는 보지가 미쳤다고밖에.
정말, 미친 듯 맛있었다.
지혁이 욕설을 뇌까리며 해교의 자지를 붙잡고 살살 흔들자, 거대한 사정감이 해교를 덮쳐 왔다. 지혁의 자지가 박히고 있는 보지도, 그의 손에 잡힌 자지도 모두 절정에 닿기 직전의 아득한 쾌감에 지배당한 채였다.
내도록 느낀 쾌감 위에 또다시 쾌감이 쌓였다. 차곡차곡 쌓인 쾌감이 마침내 터지기 직전 둑처럼 아슬아슬하게 뇌까지 차올랐을 때, 지혁이 목에 핏대를 세운 채 달아오른 거대한 좆을 단숨에 쾅, 해교의 자궁 끝까지 거세게 밀어 넣었다.
“아……! 아, 아!”
힘주어 좆을 때려 넣자 절정에 닿은 보지가 벌름거리며 자지를 조여 물었다. 버거운 숨을 내쉬듯 꿈틀거리는 질벽이 한계에 오른 지혁의 좆을 자극하며 감쌌다.
“후…….”
마침내 지혁이 해교의 보지 안에 좆물을 싸질렀다. 사정은 끝났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잔열감에 하체가 제멋대로 떨려 왔다.
“아, 흐으…….”
따끈하고 질척한 정액이 보지 가득 뿌려짐과 동시에 해교의 시야가 새하얗게 번져 나갔다. 우주를 직접 본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눈앞에 처음 보는 각양각색의 아지랑이가 떠다니고 몸에는 경련이 끊이질 않았다.
해교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방울방울 흘렀고 작고 하얀 몸은 온통 붉어진 지 오래였다. 지혁이 잘게 허리를 털며 제 손에 쥔 해교의 자지를 빠르게 감아올렸다. 그러자 해교가 허리를 파르르 떨며 쌓아 둔 정액을 몽땅 쏟아 내기 시작했다.
쏟아져 나오는 좆물이 지혁의 커다란 손을 타고 뚝뚝 흘렀다. 좆물을 내보낸 해교가 자지러지며 몸을 떨었다. 해교의 사정을 관람한 지혁이 여전히 한 손에 해교의 자지를 쥔 채 야릇하게 허리를 돌리며 여운을 느꼈다.
지혁이 느릿하게 제 좆을 해교의 보지에서 꺼내려 하자 보지가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듯 부드러운 속살이 좆에 들러붙었다가 아쉽게 떨어져 나갔다.
허억, 허억. 두 사람의 거친 숨이 적막한 진료실을 가득 메웠다.
이제 다 된 걸까. 처음 겪는 버거운 황홀감에 밭은 숨을 내쉬던 해교가 서서히 멍한 눈에 초점을 맞추고 지혁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두 다리를 황급히 내렸다. 종아리 근육이 긴장으로 당겨서 그런지 내리는 다리가 찌르르했다.
살짝 허리를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자 보지의 갈라진 틈 사이로 뚝, 뚝 하얀 정액이 흐르고 있었다. 지혁의 것이었다.
해교의 예상과는 달리 보지는 찢어지지도, 망가지지도 않은 듯했다. 다행이었다.
수십 번 소리 지르느라 목이 너무 아팠고 쉴 새 없이 흘린 눈물에 눈가도 얼얼했다. 마구 휘저어진 보지는…… 보지가 제일 아파야 했는데.
이 감각이 통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태 잔열감이 남아 달구어진 채 뻐끔거리는 보지에서는 미묘한 소름이 일고 있었다.
지혁이 탈력감에 휩싸인 해교를 보며 입꼬리를 휘었다. 반쯤 내리깔린 눈이 젖어 꼴린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방금 꺼낸 좆이 다시 형체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뭐, 어차피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걸 알긴 했지만. 지혁이 스스로를 조소하며 자지를 쓰다듬었다.
“어땠어요? 싫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
“처음에 넣을 때는 좀 아팠겠지만 할수록 점차 덜 아플 거예요. 두 번째부터는 더 괜찮아질 겁니다.”
두 번째? 지혁의 말에 의문을 가진 해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오늘 이 순간 이후로 또 누군가의 자지를 받을 날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껏 말씀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토를 달 순 없으니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다시 평소 진료할 때처럼 엎드려 볼래요?”
“네, 네.”
지혁이 자연스레 해교에게 후배위 자세를 권유했고 해교는 이제 보지에 성 경험이 생겼으니 의사 선생님이 아까 말씀하시던 진료를 해 주시려나 보다 생각하였다. 팔꿈치와 무릎을 베드 위에 기댄 해교의 뒤태를 감상하는 지혁의 자지가 다시 한번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지혁이 해교의 마른 등허리에 손을 얹고 힘을 주어 누르자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엉덩이가 더욱 도드라졌다. 얇은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동통한 엉덩이 아래로 방금 전의 정사가 적나라하게 흔적을 남겨 한결 더 야했다.
“힉……! 흣!”
지혁이 벌어진 보지 사이로 손가락을 거침없이 집어넣었다. 거대한 지혁의 좆이 드나들어서인지 녹진하게 풀린 보지 구멍이 손가락 3개를 무리 없이 받아먹었다. 당황한 해교가 뒤로 손을 뻗으며 지혁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아……? 흐…… 스…… 언…… 힉!”
해교의 입술 사이에서 엉망으로 뭉개진 말이 흘러나왔다.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발음이었지만 지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무슨 말이든 상관없었으니까.
지혁이 다시 해교의 발목을 붙든 후, 아까 저를 동하게 했던 복사뼈 부근을 엄지로 뭉근하게 문지르며 태연자약하게 말하였다.
“더 해야죠.”
“네, 네? 흐, 윽…… 아까…… 뚜, 흐, 뚫……었…….”
“기왕 하는 김에 확실하게 뚫어야죠.”
* * *
이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좆이 닳을 때까지 계속 박아 댔다. 마침내 창밖의 어둑하던 사위가 푸른빛으로 물들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거멓게 내려앉았을 즘에야 지혁이 느리게 좆을 빼내었다.
마지막 섹스에서 해교의 자지에서는 좆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음낭 크기가 작아서인가.
그래도 보지는 끝 모르고 질질 보짓물을 싸 대어 씹질에 큰 문제는 없었다.
습관처럼 콘돔 끄트머리를 쥐어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지혁이 휑한 빈손을 내려다보았다. 워낙에 충동적으로 벌인 섹스였던 탓에 콘돔을 끼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거였다.
뭐, 차해교는 애초에 보지가 아다고 저는 주기적으로 성병 검사를 하니까 걱정할 건 없었다.
워낙에 많은 경험을 해 본 지혁이지만 생좆으로 성관계를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콘돔을 안 쓰면 성감이야 더 오르긴 할 테지만 그게 이 정도로 좋을 일인가. 아마 아닐 터였다.
타고난 명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몇 날 며칠 씹질만 하고 앙앙대는 구멍마다 제 좆을 물리고 싶었다. 이런 맛을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
“하아, 하…….”
해교의 후끈 달아오른 몸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아직도 온몸의 말단마다 저릿저릿 전기가 오르는 듯했다. 지혁이 스팀 타월을 가져와 해교의 몸을 닦아 주었지만, 그가 제 몸을 닦아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해교는 그저 힘겨운 숨을 내쉬며 부르르 떨 뿐이었다.
움찔움찔, 지혁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점점 더 발개지는 젖꼭지가 해교의 마음과는 달리 섹스의 재개를 부추기는 듯했다. 축 늘어져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어 보이는 해교의 팔다리가 이 모습과 대조되었다.
이번 한 번만 하고 말 것도 아닌데 적정선은 지켜야지. 오늘을 위해 준비해 둔 다른 것도 남았고. 지혁이 마지막 남은 일말의 양심으로 조그만 몸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자신과 차해교의 체액을 닦아 내니 어느새 눈부신 나신이 조명을 받아 다시 하얗게 빛났다.
닦아 낸 수건을 처리한다는 핑계로 진료실을 나선 지혁이 서둘러 비상구를 찾았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 없이 긴 다리를 바삐 움직여 건물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뒤 자신의 승용차에 올랐다.
달칵,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를 열자 검은색 상자가 담겨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지혁의 눈빛이 느물거렸다. 보지도 뚫었는데 이게 안 통할 리가. 한껏 고양된 지혁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자를 챙겨 병원 내부로 향하였다.
“이제 좀 괜찮아요?”
“네…….”
지혁이 진료실에 도착하자 해교는 이미 꼬물거리며 벗어 둔 옷을 다 입은 상태였다. 방금 전까지 앙앙대었던 베드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도통 창피스러움에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어 바닥만 바라보면서.
“해교 씨, 혹시 귀 뚫어 봤어요?”
“……? 아니요.”
“그렇구나. 그럼 귀 뚫으면 구멍이 막히는 걸 대비해서 한동안 귀걸이나 피어싱을 계속 하고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습니까.”
“그건 들어 본 것 같기도 한데…….”
뜬금없이 피어싱 이야기를 화두로 던지는 지혁에 해교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이어 갔다.
“보지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한 번 뚫어 줬어도 안 쓰면 또 막히게 되죠. 그럼 또 첫 경험 할 때처럼 아프고 괴롭겠죠?”
“아…… 네.”
“아…… 네, 할 게 아니라 그래서 해교 씨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지혁이 이제 막 차에서 꺼내 온 검은 상자를 해교의 무릎 위에 놓았다. 해교는 지혁이 무릎 위에 올린 상자를 두고 제 손끼리 깍지를 낀 채 만지작거렸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자라 제가 만져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거 풀어 보세요. 앞으로 차해교 씨가 친해져야 할 테니까.”
검은 상자를 풀자, 실리콘으로 된 숟가락 같기도, 혹은 홍학 모양 같기도 한 이상한 장난감이 나타났다. 해교는 진분홍 색상의 그 물건과 자신이 친해져야 한다는 게 이해 가지 않았다.
“왜 미리 옷을 입었어요. 번거롭게. 앞으로는 내가 입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미리 입지 말아요.”
“……네에.”
옷이라도 입으면 이제 그만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차마 제 의도를 말하지 못한 해교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지혁이 준비한 건 무선 진동기였다. 사전에 진동기에 지혁의 휴대폰을 등록해 두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지혁이 명령어를 입력하면 이에 맞추어 진동기가 작동하는 시스템이었다. 제어하는 사람이 세팅하는 정도에 따라 진동의 강도가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때로는 멎기도 했다.
지혁은 키스로 부르튼 해교의 입술을 부드럽게 엄지로 문질렀다. 뭉근하게 입술을 만지작대자 해교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입술 중심을 만지작대던 손가락을 살며시 입꼬리로 옮긴 뒤 매만지던 손끝에 살짝 힘을 주자 자연스레 해교의 입이 벌어졌다.
지혁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입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혁의 손끝이 따스한 입 안 점막에 닿았다. 부드러운 점막을 만지자 손끝이 녹아내릴 듯 젖어 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하게 저를 바라보는 해교와 눈이 마주친 지혁이 살포시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손가락 개수를 추가해 단숨에 2개의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담금질하기 시작했다.
작은 입 안은 고작 지혁의 손가락 2개를 담아 낸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마치 이의 위치를 확인하듯 꼼꼼히 젖은 이를 문지르고 안에 꽁꽁 숨은 혀에 기다란 손가락을 치댔다. 혀끝을 쥐고 쓸다가 단번에 쥐었다가 놓기도 했다. 그 손짓에 공기가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덩달아 해교의 입 안에서도 뜨거운 숨이 샜다.
쩌걱, 쩌억 지혁이 젖은 소리를 만들어 내며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해교의 침샘이 자극되는 듯 많은 타액이 흘러나와 바삐 움직이던 손가락을 감쌌다.
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깊숙한 혀뿌리에 손가락을 얹은 지혁이 느릿하고도 진득하게 그 위를 맴돌았다. 충분히 젖었다는 판단이 들자 손가락을 꺼냈고, 입 안에 가득 고인 침이 그의 손길을 따라 흘러나왔다.
지혁이 해교의 입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타액을 검지로 훑어 올렸다. 아깝게, 하며 나른히 미소 지으면서.
그리고 해교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 있는 진동기를 매만졌다. 그가 야릇하게 진동기를 쓸어내리자 건조했던 외부가 곧 해교의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충분한 것 같네요.”
“네?”
혼잣말을 마친 지혁이 마치 제 몸인 양 해교의 엉덩이를 들고는 단숨에 바지와 브리프를 끌어 내렸다.
“아……흑!”
방금 전까지 지혁의 흉기 같은 좆이 드나들며 길을 내서인지 동그란 타원형의 진동기가 무리 없이 보지 입구를 통과했다. 달싹이는 해교의 엉덩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주무르며 진동기를 끝까지 밀어 넣은 지혁이 음핵을 자극하게끔 U자로 연결된 부분을 보지 정점에 맞추었다.
“잠깐 테스트만 해 볼게요.”
“네? 아……앙, 으, 응, 흥, 아……! 흣!”
지이잉, 미세하게 진동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해교의 보지 안에 박아 둔 진동기가 세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음핵에 쏟아지는 빠르고 거센 진동에 해교는 재차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겉에서 음핵을 잘게 때리고, 속에서 음핵 뿌리를 마구 짓쳤다. 양쪽에서 주는 압박감에 당장 보지가 터질 듯했다.
이렇게 차갑고 딱딱한 거 말고……. 흐으……. 보지 안에 박힌 진동기가 질을 씹어 대듯 경련하자 그게 지혁의 자지라도 되는 듯 표면에 붉은 질벽이 밀착한 채로 애처롭게 들러붙었다.
진동기가 질을 짓뭉갤 때면 작은 입술 새로 헐떡이는 숨소리가 났고, 제멋대로 보지 구멍이 줄어들었다 늘어날 때면 항문까지 함께 경련을 반복했다.
뜨거운 보지 속살의 온도가 진동기에 전달이 되어 더 이상 차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불그죽죽한 살덩이 맛을 아는 보지는 만족하지 못하고 해교의 허리를 흔들게 만들었다.
“그, 그만…… 흑! 아앙!”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자 보짓물 덕에 질척하게 젖은 진동기가 웅웅 진동하는 소릴 넘어 질척이는 물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헉, 헉. 지혁이 어느새 새우처럼 말린 등을 스윽, 부드럽게 쓸며 등줄기를 타고 내리자 고작 그 손짓만으로도 해교는 온몸에 나 있는 솜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뒤이어 자꾸만 모르는 척 자극을 주는 통에 종일 시달린 자지가 또 한 번 일어서려 들었다.
“이건 피어싱 같은 거예요. 해교 씨는 20년을 넘게 아다로 살아왔으니까 언제 또 구멍이 좁아질지 몰라요. 그걸 대비해서 병원에 오기 전에 품고 있어요. 간헐적으로 진동할 때가 있을 텐데 그 역시 치료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두세요. 물론 혼자 만지는 못된 장난은 하지 않는 걸로 해 둡시다.”
“아…… 네.”
KTX를 타고 지나가면서 들어도 개소리인 것을. 누가 들어도 석연치 않을 이야기를 차해교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진짜 나라서 다행이지 이 험한 세상 더 음흉한 놈이라도 만났었다간 어쩔 뻔했어.
지혁은 뻔뻔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본인은 차해교에게 위해는 가하지 않는다는 비양심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 * *
[K 오피스텔 101동 4001호.
일회성 가사 예약. 오전 11:00 ~ 오후 15:00.
요청 사항: ㄴㄴ
부재중 예상일 시 비밀번호를 꼭 입력해 주세요: 현관 비밀번호 0638.]
해교가 버스에서 하차하며 다시 한번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여기가 K 오피스텔이 맞겠지? 대학가에 있는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버스 정류장 주변은 또래의 대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주말인데도 대학생들은 학교 근처에서 많이 노는구나. 대학교를 안 가 봐서 모르던 사실이었다. 유명 대학 바로 앞에 위치한 오피스텔은 한눈에 봐도 삐까뻔쩍했고, 주변을 거니는 대학생들은 저와 달리 빛나 보였다.
잔뜩 주눅이 든 해교가 살짝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언감생심 어디까지 바라는 건지. 최근 일을 할 때마다 평점은 죄 만점이었고 의사 선생님 덕분에 자지도 거의 아프지 않았으며 그때 못 볼 꼴을 보인 집주인으로부터 더 이상 연락도 없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을 보내면서 어디까지 욕심을 낼 작정인지.
감당할 수 없는 스스로의 욕심에 진절머리가 나 정신 차리라는 듯 약하게 뺨을 툭툭, 친 해교가 오피스텔 로비로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계세요?”
주말 낮이어서일까. 오늘의 의뢰인은 응답이 없었다. 뭐 저와 있는 것이 불편해서 미리 밖에 나가 있는 사람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또 없나 보다, 생각한 해교가 대수롭지 않게 현관에 발을 들였다.
딱히 상업지구가 아닌 이 동네에는 대학만이 유일한 중심지였는데, 그렇다면 여기 집주인은 대학생인 걸까. 팔자도 좋다. 이렇게 크고 좋은 집에서 자취를 하다니.
문득 전에 만났던 어린 집주인이 떠올랐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한동안 꽤 연락이 왔었다. 그 사람도 팔자 좋은 사람인 것 같았는데…… 점심 식사도 그렇게 비싼 걸로 잔뜩 시키고……. 그런 사람 앞에서 내가 뭘 한 거지.
갑자기 떠오른 연제에 대한 기억에 수치스러워진 해교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어차피 돌릴 수 있지도 않은 일, 얼른 몸을 움직여 머릿속에서 떨구어 내야겠단 생각에 현관 안으로 바삐 발걸음을 내디뎠다.
해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대략적인 집 구조를 파악하고 청소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려 들었다. 고층 오피스텔이라 햇볕이 잘 들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텐데도 불구하고 집 안은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어둑했다.
반지하에 사는 해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 좋은 햇살을 왜 가려 둔 걸까.
해교는 전등 스위치를 찾아 벽을 더듬거렸다. 벽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아도, 문질러 보아도 쉽사리 보이지 않는 스위치를 찾던 그는 문득 층고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뢰서에 복층이라는 말은 없었는데 복층으로 된 오피스텔이었다. 의뢰된 공간이 복층일 시에는 청소가 힘들어 일반적인 청소보다는 시급을 조금 더 책정하는 게 원칙이었다. 해교는 집주인을 만나게 되면 다음부터는 표시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혼잣말을 하며 천장을 갸웃거렸다.
그러다 불현듯 이상한 공기를 감지했다. 적막하기만 한 이 공간에 저 아닌 누군가가 함께 있는 듯한 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목덜미에 돋는 소름에 해교가 조용히 고개를 돌리자 복층으로 이루어진 오피스텔의 계단 끝에 누군가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세요? 집주인분이세요?”
“…….”
본래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닌 데다 심한 근시인지라 멀리 떨어진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물어도 대답 없는 인영이 수상쩍어 해교가 굳은 채 서 있자 상대방이 먼저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어……?”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아까 설핏 떠올랐던, 밥을 같이 먹고 해교가 실수했던 집의 주인이었다. 슬쩍 보기에도 흔히 볼 수 없는 호남형의 얼굴이라 여태 기억이 났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 속에 자리한 집주인은 밝고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간만에 본 남자의 얼굴은 전에 없이 서늘하고 한기가 돌 만큼 날카로운 위압감을 주었다.
눈을 마주친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부드럽게 미소가 걸린 얼굴로 말하고 있다고 착각할 것 같은 나긋한 음성이었다.
“잘 있었어? 시발 년아.”
모골이 송연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솜털과 함께 해교의 본능이 말했다.
도망쳐.
해교가 순식간에 몸을 돌려 현관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둔한 운동 신경 탓에 놀란 다리가 마음처럼 뻗어 나가지 않았다.
“크헉……!”
단번에 뒷덜미를 낚아챈 연제가 손쉽게 해교를 붙들었다. 그리고 헐떡대며 달아나려 하는 해교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아쥔 뒤, 입을 찢어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왜 도망가고 그래요. 서운하게.”
그 말에 한층 더 놀란 해교가 저를 휘감은 단단한 팔뚝을 떼어 내려 버둥거렸다. 뒷덜미가 잡히고도 어떻게든 달아나려 바르작대는 해교가 거슬렸던 연제는 곧바로 손을 올렸다.
철썩, 살갗이 손바닥과 맞닿으며 발생한 파열음이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동시에 해교의 조그만 얼굴이 돌아가면서 가느다란 몸체가 바닥에 내리꽂혔다.
“커, 허윽…….”
“왜 자꾸 도망가냐고.”
“흐읍, 헉, 헉…….”
“하. 또 대답 안 하네.”
성인이 된 이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맞은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차해교의 인생을 통틀어 처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맞아서 부어오른 뺨이 아파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는 해교 앞으로 연제가 무릎을 굽혀 쭈그리고 앉았다.
도무지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식사를 권유했던 다정했던 그 날 그 표정을 유지한 연제가 눈꼬리를 휘어 접고 해교의 뺨을 쓰다듬었다.
“으……흑.”
“왜 울어. 아파?”
“흐, 흡……. 읍, 흑.”
“형. 내가 묻잖아요. 대체 몇 번을 씹는 거야.”
해교의 뺨을 부드럽게 문지르던 손가락에 갑작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얼굴 뼈를 으스러뜨릴 듯한 악력에 위압감을 느낀 해교가 근육으로 갈라진 연제의 팔 아래를 생명줄처럼 붙들고 고개를 내저으려 애썼다.
“아니…… 아니, 아니에요. 허윽.”
“이제야 나랑 이야기할 생각이 들었나 봐요. 다행이네.”
연제는 벌벌 떨며 자신에게 매달리는 해교가 만족스러워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삼켜 냈다. 턱관절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거두고 한결 평온해진 연제가 생글거리며 해교를 바라보았다.
“이제 말해 봐요. 내 연락 왜 씹었어? 나한테 죄송하다고 문자 하던 거 보면 미안한 마음이 있긴 했나 봐요.”
“……흐, ……흐윽.”
도무지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울기만 하는 해교를 잠자코 바라보던 연제의 안광이 일렁였다.
“형. 언제까지 사람 기분을 좆같이 만들 거예요? 내가 형 하루 이틀 기다렸어요? 나 그렇게 인내심 많은 사람 아닌데.”
“흡, 으…….”
“형이라고 대접해 주니까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거 같은데. 어떡하지.”
연제가 해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눈동자를 희번덕였다. 그저 쳐다만 보았을 뿐인데 온몸이 난도질당한 듯 아픈 착각이 일었다.
“마, 말, 할, 게요…….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뭐가 그렇게 미안했어요? 제대로 말해 봐요.”
해교는 지금 자신 앞에 쭈그리고 있는 남자가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환하게 웃는 미소가 잘 어울리는,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얼굴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남자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대답을 잘못한다면 간신히 멈춘 폭력이 다시 이어질 것만 같아 온몸이 떨렸다.
“요…… 용서해 주세요. 그날, 그러니까…… 제가 술이 많이 취해서…….”
“취해서, 뭐.”
“……흐읍.”
“형. 있잖아요. 내가 형 말하는 데 한 번만 더 끼어들면…… 그땐 나도 내가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있는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 봐요. 응?”
“……한 것 같아요.”
“뭐라고?”
“자……위…….”
해교에게 공포감과 위압감을 선사하며 대답을 이끌어 낸 연제가 고개를 숙이곤 파안대소했다. 커다란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어깨를 떨며 웃어 대느라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이 멍청한 남자는 그날 연제가 자신을 따먹은 기억은 홀라당 날린 채로 그저 그날의 흔적이 모두 자위에서 비롯된 거라 믿고 있었다. 아마 술에 취해서 자위 쇼라도 한 것 같아 줄행랑을 친 거겠지. 그러니 환불이며 죄송 타령이 나온 걸 테고.
이제야 모든 퍼즐이 끼워 맞춰지는 듯했다.
“하하. 그래요, 형. 형이 그랬죠. 딸을 쳤지. 딸 친 건 얼마나 기억나요?”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 그것조차?”
“…….”
“뭐, 됐어요. 같은 남자끼리 딸 치는 걸 이해 못 할까 봐. 술 마시고 흥분하면 그럴 수도 있지. 몸은 괜찮아요?”
한층 화가 누그러진 말투였다. 방금 전까지 거실 바닥에 제 몸을 내던지고 거침없이 뺨까지 갈긴 남자가 몸 상태를 걱정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공포감에 잠식당한 해교는 남자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럼 딸 치다 걸린 게 쪽팔려서 내 연락을 피한 걸로 생각하면 돼요?”
“…….”
“대답 또 안 하지.”
“아니, 아니요. 네, 네. 맞아요……. 저, 정말 죄송해요.”
해교의 반응이 그다지 성에 차지 않았던 연제의 눈썹이 삐죽 올라가자 눈치 보던 해교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하는 짓이 진짜 개새끼 같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멍청한 것도 같고.
연제는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은 해교의 보송한 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눈길이 하얀 목선으로 향하고, 목선에서 이어지는 쇄골이 흰색 티셔츠에 가려 얼핏 보일 듯 말 듯 하자 감질나 갈증이 느껴졌다. 쇄골 아래 연분홍빛 젖꼭지를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인 것이다. 아, 그냥 지금 벗길까.
연제가 해교의 처분을 가늠하고 있는 동안 해교는 날이 선 두 눈이 주는 위압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거대한 공포감에 뺨이 아프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어떡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조그만 머리를 굴리며 보이지 않는 출구를 찾아 댔다.
일단, 일단 청소를 한다고 해서 시간을 벌자. 뭐라도 하면서 일단 이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서…… 그러고 나서 기회를 봐서…….
“오, 오늘…….”
해교가 말문을 열자 연제가 의외라는 듯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없이 해교를 바라보았다. 계속 이어서 말을 하라는 것처럼.
“청소……하러 왔는데……. 일단 청소를…….”
“청소? 이 집 도우미 따로 쓰는데. 청소할 게 보여요? 겁나 깨끗하구만. 형 대가리 굴리는 소리 여기까지 들려요.”
연제가 검지를 들어 제 머리를 톡톡 쳐 댔다.
“…….”
“근데 귀여워서 봐줄게.”
“…….”
“아무리 봐도 할 게 없어 보이기는 한데, 정 하고 싶다면 해 봐요. 대신 난 다른 데 안 가고 여기 있을 거예요.”
연제가 키득대며 거실 소파로 가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넓게 다리를 벌리고 무릎 위에 팔꿈치를 걸친 채 해교를 느른하게 내려다보았다. 현관문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라 절대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듯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해교가 연제의 눈길을 피하며 바닥을 짚었다. 바닥을 짚는 손이 발발 떨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제가 힘 조절을 못 한 것 같아 잠시 제가 너무했나, 하고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교와 연제, 둘이 입을 닫으니 적요가 가득한 공간에 지잉, 지잉, 작지만 존재감이 확연한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해교가 손목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 하는 순간이었다.
연제의 내리깔린 눈이 흥미롭게 빛났다. 자신의 휴대폰은 주머니에 있었고, 도우미의 휴대폰은 아까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진 채였다. 그렇다면 이건 무슨 소리일까.
일어나려던 해교가 주춤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으으…… 응, 하으. 큰일이었다. 하필 이럴 때.
지혁이 해교의 보지 깊숙이 넣어 둔 무선 진동기가 격동하며 발생한 진동음이었다. 사전에 설정해 둔 휴대폰으로만 조작 가능해 보지에서 꺼내지 않는 이상 해교가 이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했다.
가사 도우미 직군 특성상 출근을 해도 타인과 부대낄 일이 없었다. 이따금 이 자극이 버거워도 저를 위해 노력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을 떠올리며 해교는 최선을 다해 진동기를 빼지 않고 참아 왔다.
용케 지혁을 만나 진료받기 전까지 진동기를 꺼내지 않고 버티면 기특하다는 듯 지혁이 갖은 칭찬을 해 주곤 했다.
이런 자극을 잘 참을수록 보지가 건강해져 잔병치레가 줄어든다고 해 오늘도 평소처럼 보지 안에 진동기를 끼워 넣은 상태로 집을 나섰다. 집주인과 대면할 일이 있더라도 이렇게 길게 이야기할 일도 없어서 문제가 일어난 적 없었는데.
“형. 이게 무슨 소리예요? 형한테서 나는 거 같은데?”
“아, 아니에요…….”
보지가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돼.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해교의 모습을 본 연제가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미적거리며 최대한 버텨 보려 하는 의도가 빤히 보였다. 연제가 수려한 미간을 구기곤 단숨에 소파에서 일어나 그에게 성큼 다가갔다.
여전히 미미하게 들리는 진동과 함께 해교가 안절부절못하며 고간을 감추려 하는 행동이 연제의 눈을 사로잡았다.
“형.”
“네…….”
“거기 뭐 있어요?”
“아, 아, 아뇨…….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이에요…….”
누가 봐도 뭐가 있는 표정으로 부정하는 모습이었다. 연제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 말을 내뱉었다.
“바지 벗어 봐요.”
아까는 뺨을 때리더니 이제는 아랫도리를 벗어 보라는 말에 해교의 머리가 멍했다.
“……왜…….”
“귀찮게 만드네. 내가 벗겨?”
“시, 싫…….”
“그럼 벗으라고 할 때 벗어요.”
혼란이 가중된 눈동자가 흔들리고 오밀조밀한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해교는 청바지 끝을 두 손으로 말아 쥔 채 연제의 발끝만 바라보았다. 모든 일은 제가 취해서 눈앞의 남자가 보는 데서 자위를 한 데서 시작한 것이긴 하나 그게 어째서 지금 바지를 벗으라는 명령에까지 이어지는 걸까.
두려움에 무릎걸음으로 물러나다 막다른 벽에 부딪힌 해교가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무선 진동기는 징징 울려 대는 것을 멈추지 않아 보지 안이 흠뻑 젖고 있는 와중이었다.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래요.”
서늘하게 내리깔리는 목소리가 퍽 사나웠다. 능글맞던 얼굴이 사라지고 공기가 달라진 것이 확연하게 느껴져 목덜미가 오싹했다.
“…….”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연제가 제 손을 목덜미에 올리고 느리게 주물렀다. 그런 다음 피곤한 듯 목선에 손을 올려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몸을 풀었다. 이다음은 보여 주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뒤늦은 깨달음에 해교가 퍼뜩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러면 또 맞을 테니까.
씨ㅂ……까지 튀어 나간 연제의 육성에 겁이 난 해교가 단박에 굼뜬 몸짓을 전환하고 바지를 벗으려 애썼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한 해교를 연제가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어느새 바지를 벗고 새하얀 하체를 드러낸 해교가 최대한 허벅지 사이를 붙이려 들었다. 여전히 팬티는 벗지 않은 상태였는데 보지 안에서 움칠대는 진동기의 자극으로 인해 보짓물이 흘러 입구를 따라 세로로 젖은 자국이 나 있었다.
그게 이미 해교의 보지를 아는 연제의 눈에 걸렸다. 보지가 자리한 부근이 축축한 모습과 미세하게 떨리는 천. 씨발. 이년이 설마.
연제가 무릎을 굽힌 채 해교에게 다가가 거부할 새도 없이 단번에 팬티를 잡아 끌어 내렸다. 그러자 떨리는 보지 틈 사이에 비죽 삐져나와 있는 진동기 끝자락이 그의 눈에 담겼다.
버거운 진동기를 담느라 음순이 완벽하게 다물리지 못한 상태였다. 선홍색 음순이 보짓물에 범벅이 된 채 음란하게 펼쳐져 있었고 둥근 곡선의 핑크빛 진동기 꼬리 역시 보짓물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보지 위 작은 자지를 감싸는 음낭도 예외는 없었다.
연제가 지켜보는 이 순간조차도 진동기는 징징, 울려 대며 보지를 자극했고 눈치 없는 해교의 보지는 진동이 기껍다는 듯 물체를 조여 물며 질질 애액을 싸 댔다.
순간 지혁이 좀 더 레벨을 올린 듯 진동의 세기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아, 아흐…… 야릇하게 흘러 나가는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짓씹은 해교가 엉덩이를 비틀며 보지에 힘을 주었다. 이를 바라보는 연제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띄워졌다.
“걸레 같은 년이. 보지 돌리고 다니느라 바빠서 내 연락 씹은 거였네. 그치?”
“그……게 무…… 악!”
찰싹, 살갗을 후려치는 탁음이 울리며 얇은 몸뚱어리가 새하얀 타일 바닥 위에 엎어졌다. 이번에는 꽤 세게 맞았는지 코에서 코피가, 입 안에서도 역시 붉은색의 피가 흘러나와 티 없이 깨끗하던 바닥을 검붉게 적셨다.
왜,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쓰라린 고통에 미간이 구겨지고 터진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 쇠 맛이 났다. 눈물방울이 매달린 숱 많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감기자 달아오른 뺨 위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어떻게든 남자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드는 해교를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던 연제가 손을 뻗어 해교의 발목을 거머쥐었다.
“으……흑, 으으…….”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한 울음이 꼭 다문 잇새에서 새어 나왔다. 연제가 살짝 힘을 주어 끌어당기자 질질 끌려온 해교는 또다시 눈앞의 남자에게 맞는 것이 두려워 몸을 움츠린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발발거릴 따름이었다.
제 승은을 입었으면 감읍이나 할 것이지 홀랑 줄행랑을 쳐 여기저기 보지를 대주고 다니다니. 심지어 제 연락은 외면하면서. 연제는 순식간에 솟아오른 분노에 손찌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맞았던 뺨을 연속해서 더 후려치는 소리가 높은 층고를 통해 메아리처럼 되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철썩, 뺨을 한 대 얻어맞을 때마다 눈앞을 채우는 색상이 시시각각 변해 갔다. 새까맸다가, 하얬다가, 때로는 시뻘겋기도 했다. 웅웅 고막이 울리고 눈앞이 아찔했다.
“허윽, 헉…….”
연제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해교의 뺨을 느릿하게 쓸었다. 그러게 왜 보지를 돌렸어. 내가 아직 맛보지도 못한걸. 꼭지가 돈 저 때문에 사지를 어찌할 줄 모른 채 뻗은 가느다란 몸이 바르작거렸다.
“이 좆같은 건 누가 넣어 줬어요?”
“흐, 으……. 아…….”
불만 가득한 커다란 손이 진동기를 툭, 툭 쳐대자 보지 깊숙이 박힌 진동기 몸체가 흔들리며 여린 속살을 파내듯 치대었다. 잘은 진동과 함께 아픈 와중에도 느껴지는 쾌감에 해교가 누운 채로 허리를 가늘게 떨었다.
“진짜 존나 싸게 구네.”
“으, 응…….”
경험 없는 것이 분명했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헤픈 새끼들도 잘 하지 않는 진동기를 보지에 꽂고 다닐까.
연제가 저에 대한 공포감에 절어 땀으로 축축해진 해교의 허벅지를 가볍게 내리쳤다. 짜악, 하며 살갗이 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해교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고였다.
“이번엔 세게 안 했잖아. 오버하지 마요, 형.”
“……흐, 흑.”
분명히 뺨을 갈겼던 힘에 비하면 가벼운 어린애 장난 수준이긴 했지만 한번 학습된 공포는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진동을 멈출 새 없는 진동기와 정신 차릴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연제 사이에서 해교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징, 지이잉. 진동하는 소리의 크기가 더욱 커지자 짜증이 난 연제가 망설임 없이 보지에 꽂힌 진동기를 쥐고 뽑아내었다. 아아…… 여린 살점을 거칠게 긁으며 빠져나가는 진동기 때문에 한층 예민해진 보지가 저릿해 해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홍수 났네.”
연제의 말처럼 해교의 보지에 꽂혔던 진동기가 딸려 나오면서 안에 고여 있던 보짓물이 찰박이며 흘러넘쳤다. 손에 쥔 진동기는 방금 전 세면대에 담갔다 꺼내기라도 한 것처럼 온통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고 안에 품었던 진동기가 빠져나가자 휑해진 보지 구멍은 쉽게 줄어들지 않은 채 벌렁거리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형.”
“흐, 네에.”
“이제 대답 잘하네. 이거 누가 꽂았냐고 물었는데. 대답 안 할 거예요?”
“…….”
의사 선생님이 진료 내용은 모두 철저히 비밀에 부치라고 하셨는데. 여기서 입을 열어 털어놓았다간 선생님이 곤란해지실지 몰랐다. 해교는 연제가 두려웠지만 제게 많은 것을 베풀어 준 지혁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떨리는 입을 꾸욱 다물고 시선을 발끝으로 내리깔았다.
당장에라도 한 대 더 손바닥이 날아올 것 같아 벌벌 떨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 해교를 보던 연제가 혀를 꺼내 뾰족한 입가를 쓸었다.
“누가 쓰긴 쓴 거 같은데 말을 안 하네. 근데 나는 박고 싶고. 흐음, 형. 어쩔 수 없다. 조막만 한 얼굴 또 때릴 순 없고 일단 내가 소독해서 쓸게요?”
“……?”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해교가 멍해진 사이 연제가 빠르게 제 바지를 끌러 내렸다. 드로어즈마저 젖히자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튀어나와 고개를 든 검붉은 자지가 꺼떡거리며 해교를 압도하였다. 저게…… 뭐야.
믿을 수 없는 크기와 색상에 해교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물통이 연상되는 거대한 양감과 질량이 경악스러웠다.
끝이 살짝 휘어 보지 지스팟 공략에 알맞은 좆 모양이었는데, 보지 경험이 없는 연제와 맨정신으로 저 좆을 받아 본 적 없는 해교는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한 손에 제 자지를 쥔 연제가 해교의 두 다리를 접게 만든 뒤 가볍게 밀자 어느덧 훤히 드러난 둔부가 연제를 향해 박아 달라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아까부터 홍수가 난 것처럼 넘쳐나는 보짓물이 엉덩이 골과 회음, 그리고 바닥까지 몽땅 젖게 만든 채였다.
설마, 보지가 달렸으니 섹스하려고 하는 걸까. 안 돼. 싫어. 의사 선생님이 치료하지 않을 때는 보지에 다른 걸 넣으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기껏 다 나아가고 있는 병이 다시 도질까 겁이 나 눈을 커다랗게 뜬 해교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흐으, 세, 섹스…… 안 돼요, 흑. 흡. 시, 싫…….”
“뭐래. 누가 섹스한대요?”
흥미 없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하는 연제 덕분에 긴장한 해교가 멈춘 숨을 다시 내쉬며 헐떡임을 이어 갔다. 그래. 아무리 보지가 달렸어도 남자한테 그러고 싶진 않겠지. 경직도를 보아서는 아직 자지가 다 발기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아윽!”
어떠한 유희도 없이 커다란 좆이 보지 구멍을 즈즉, 벌리고 들어왔다. 선연하게 보지 틈새가 벌어지는 감각에 아래 깔린 해교가 버둥거렸다. 종일 진동기를 품은 채 절정에 달하길 반복했던 터라 버거운 크기의 살덩이가 진입하는 데에 큰 저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씨이발. 꿈꾸던 아다 보지와는 확연히 차이 나는 반응에 연제가 낮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나 굵은 귀두가 입구를 통과한 뒤 연이어 들이치는 기둥을 밀어내는 대신 녹진하게 풀린 채 좆에 들러붙어 오므라드는 질의 감촉이 오싹했다. 오히려 황홀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보짓물을 가르며 자지가 들어설 때 쩌걱대는 소리가 듣기 좋아 소름이 돋았다.
신데렐라처럼 사라진 남자를 내내 그린 이유가 명확해졌다. 씨발, 씨발, 씨발. 이년은 타고난 명기가 확실했다.
“아악! 섹, 스 안 한다고오…… 흐윽, 안 한다고 했잖…….”
“섹스 안 한다니까아?”
약 올리듯 말꼬리를 늘이는 대답과 동시에 해교의 보지 안에 뜨끈한 액체가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솨아, 여린 보지 안을 때리듯 거세게 들이닥친 물줄기는 곧 보지 안을 가득 메웠다.
쉴 새 없이 쏟아진 액체가 질 안을 채우자 보지가 점차 빵빵해져 갔고 아래가 빠듯한 괴로움에 해교가 몸을 꿈틀거렸다. 하얀 엉덩이에 바싹 힘이 들어가자 둔근이 일어난 둔부가 봉긋해진 채로 자잘하게 떨렸다.
이미 지혁과의 섹스 덕에 보지 안에 퍼지는 정액의 느낌은 잘 알고 있는데 이와는 전혀 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제 몸 안에 퍼지고 있었다.
물줄기가 쏟아지며 내벽을 때릴 때마다 진동기로 인해 달아올랐던 질 내부가 웅웅 울렸다.
연제가 피식거리며 허리를 털었다. 그러자 보지에 박힌 자지가 움직이면서 찰박, 마치 물장구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후으…….”
연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뒤로 물렸다. 빠듯하게 꽉 들어찬 좆을 서서히 꺼내자 보지 틈이 갈라지며 뜨거운 물이 질질 샜다. 뚝, 뚝. 길게 갈라진 틈새로 노란색의 액체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오줌이었다.
오줌이 분명한 냄새와 색깔, 그리고 점성까지. 뒤늦게 제 보지 안에 연제가 소변을 누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해교가 겁을 상실하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무, 뭐 하는…… 뭐 하는 거야! 악!”
해교가 굽혀졌던 종아리를 펴고 연제를 발로 차려고 들자 보지 각도가 낮아지면서 안에 박아 넣은 오줌이 콸콸 세차게 흐르기 시작했다. 흐윽……. 보지 안에서 남의 오줌이 쏟아져 나오다니.
모멸감에 차오른 눈물이 부은 볼 위로 가득 흘러내리고 저를 짓누른 연제에게서 벗어나려 팔다리가 퍼덕거렸다.
온몸을 버둥거리자 해교의 허벅지를 타고 흐른 오줌에 발뒤꿈치며, 손목이며 할 것 없이 젖어 들어 어느새 해교의 몸뚱어리는 연제의 오줌으로 점철되었다. 오늘 입고 온 하얀 티셔츠는 샛노래진 지 오래였다.
그런 해교 곁에 연제가 다가서 엄지와 검지로 보지 속살을 우악스럽게 벌렸다. 몸 안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오줌이 싫어 해교가 제 보지에 힘을 주어 꽉 쥐어짜 내듯 밀어내려 들었다. 그러자 좁은 구멍 사이로 졸졸 오줌이 새어 나오면서 질 입구가 벌렁거렸다.
“와, 형 오줌 싼다. 많이 급했어요? 은근히 꼴리네.”
해교의 발악이 같잖았던 연제가 픽, 웃음 지으며 일갈했다. 남은 오줌을 마저 빼내려는 듯 제 자지 끝을 해교를 향해 조준한 채였다.
“소독한 거예요. 남이 썼던 보지 더럽잖아. 그러기에 보지 간수 잘했어야지.”
노란 물줄기가 해교의 보지 위로 세차게 쏟아졌다. 여전히 해교의 보지는 연제의 손가락에 의해 살점이 짓눌린 채 활짝 벌려진 상태라 드문드문 보지 구멍 안으로 오줌이 흘러들어 갔다. 아무리 힘을 쥐어짜 내 질 안에 담긴 오줌을 뱉어 내려 해 보아도 거대한 자지에서 다시금 오줌이 쏟아져 들어오길 반복해 의미가 없었다. 집중적으로 오줌 세례를 맞은 보지 구멍이 애처롭게 뻐끔거렸다.
비처럼 쏘아 대는 오줌물이 보지 둔덕에서 튀어 올라 해교의 자지에도 묻어났다. 후드득, 조그만 자지 끝에 떨구어진 오줌 방울에 정말 해교가 오줌이라도 싼 듯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미, 미친…… 미친놈!”
해교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욕설을 내뱉으며 힘껏 손을 휘둘렀다. 보짓살을 펴서 고정하고 있는 팔뚝을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일부러 한 대 맞아 준 연제가 피식대며 손을 물렀다.
겨우 한 대로 화가 풀리지 않아 해교는 뒤이어 마구잡이로 손을 할퀴었다. 할퀸 손톱 때문에 연제의 단단한 팔뚝에 길게 붉은 줄이 그어졌다. 작은 주먹을 몇 번 더 휘두르자 이를 능숙하게 피한 연제가 단숨에 해교의 두 손목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앙칼진 고양이 같은 모습이 나름 귀여워 입꼬리에 슬며시 호선이 그려졌다.
“화났어요? 나 같아도 오줌은 좆같긴 할 거 같아.”
연제가 눈을 맞춘 채 키득대었다. 그러고는 씩씩대는 해교의 두 다리를 가볍게 허벅지로 짓눌러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팔과 다리가 모두 결박당했다. 해교가 끙끙거리며 눈앞의 거대한 남자 몸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당연하게도 소용이 없었다.
“형. 이제 좆 된 거 알아요? 나 원래 개보다는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형이 의외로 그런 모습을 갖췄더라고. 반한 거 같아. 존나 꼴려.”
“흐윽, 흡. 놔!”
아직도 보지 안이 뜨거운 오줌으로 가득 찬 듯 화끈거려 괴로웠다. 얼마나 울면서 악을 써 댔는지 그사이 눈가가 짓물러 따끔거렸다. 해교가 거친 숨을 내쉬며 최대한 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눈길을 피하지 않은 남자가 눈은 웃지 않은 채 입꼬리만 끌어 올리며 말했다.
“적당히 해요. 이제 재미없어지려고 하니까.”
더 봐줬다간 아까 몇 대 갈기며 만들어 낸 공포감도 잊을 기세였다. 손발도 정도껏 급이 맞는 상대에게 휘둘러야 맛이 나지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폭력은 연제에게도 그다지 즐거운 유희거리가 아니었다.
연제의 경고에 해교는 잠시 잊고 있던 뺨의 아픔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굴욕적이지만 힘으로 보나 뭐로 보나 자신이 눈앞의 남자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도 알 사실이었다.
“…….”
연제의 한 손에 거머쥔 해교의 두 손목이 전보다 힘이 빠진 상태로 가늘게 떨렸다.
해교의 심경은 연제에게 쉽게 전달되었다. 이걸 어쩌나. 포기가 빠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어우. 지린내. 형, 무슨 오줌을 이렇게 많이 쌌어요?”
태세를 전환한 연제가 능청스레 웃으며 콧잔등을 찡그렸다. 미묘하게 해교의 어깨에 내려앉았던 위압감은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지운 채였다. 그 모습에 해교는 문득 자신이 꿈을 꾸었나 생각했다. 지난번 연제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 편이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애기 같아. 씻겨 줘야겠네.”
연제가 제 손에 쥔 해교의 손목을 잡아 자리에서 끌어 올렸다. 거센 손힘에 끌려가듯 일으켜진 해교를 데리고 성큼 욕실로 향했다. 그는 욕조 안에 해교를 구기듯 집어넣곤 오줌에 젖은 티셔츠를 붙잡아 얇은 목선과 얼굴을 통과시켜 단번에 벗겨 냈다. 그러고는 샤워기를 틀어 물을 맞게 하였다.
“어흑.”
갑작스레 온몸으로 떨어지는 물세례에 놀란 해교가 파닥이며 욕조에서 나오려 들었다. 놀라 벌린 입 안에 담겨 있던 타액이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퐁, 얕은 수면 위로 가늘게 떨어지는 침 소리와 함께 이를 지켜보던 연제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해교의 입 안 상처가 깊었는지 피가 섞여 나온 탓이었다.
아, 진짜 보기 싫네.
제가 망가뜨려 놓고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과였다. 이제야 눈에 들어온 부어오른 뺨과 터진 입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참아 줄걸. 조그만 게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졸렬하게 굴었다. 제 성질을 못 이겨 손이 나간 결과물에 짜증이 났다.
누구를 때리고 후회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평소답지 않은 생각을 이내 지운 연제는 욕조 앞에 쭈그린 채 해교가 훌쩍이며 물을 맞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실오라기도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인 해교와는 다르게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 있어 이대로 바로 밖으로 나가도 될 법한 차림이었다.
연제가 해교의 얼굴에서 더 아래로 초점을 내렸다. 따스한 물에 담긴 몸에 비해 욕실의 공기가 차가워서인지 그새 함몰 유두가 꼿꼿이 일어나 있었다. 아직 다 씻기지도 못한 와중에 드러난 해교의 넓은 분홍빛 유륜을 보자 아래가 힘을 받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저 젖가슴을 빨고 유린할 생각에 자지가 꺼떡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놈. 좀 참자.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오줌을 빨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새 해교의 어깨선까지 욕조 물이 가득 담겼다. 이를 확인한 연제가 찰박, 욕조 안으로 발을 담갔다. 깜짝 놀란 해교가 고개를 들자 연제는 내리깐 눈을 마주치고 방싯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슬랙스가 젖는 것은 신경 쓰이지도 않는 듯 구는 모습이었다.
입 모양으로 ‘청소’라는 단어를 만들어 보인 연제가 팔을 뻗어 욕조 물마개를 제거하였다. 잠깐 팔을 뻗는 모습에 또다시 저를 때리려는 건 줄 안 해교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렇게 이 사람이 무서우면서 반항을 하려 하다니.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은 해교가 곧 저항을 포기하였다.
물이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면서 점차 해교의 나신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제가 그런 해교의 몸을 당겨 안았다. 연제의 몸을 벗어나려 해교가 슬그머니 엉덩이를 앞으로 뺐다.
어림없다는 듯 연제가 물속에 손을 넣고 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마치 뒤에서 연제가 해교를 껴안은 듯한 모양새였다. 뒤이어 허리를 감았던 손을 풀고 보지로 향했다.
해교의 양팔은 옆구리에 붙은 채 연제의 허벅지 사이에 갇혀 있었고 두 다리 역시 움직일 수 없게 연제가 종아리로 찍어 누르고 있었다.
낯선 손길에 움찔 놀란 보지가 물속에서 바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미약한 진동이었으나 잔물결이 일었다.
이를 보고 낮게 웃음 지은 연제가 거침없이 중지를 보지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아윽……. 고작 중지 하나를 쑤셔 넣었을 뿐인데 오줌으로 보지 안을 달구어 놓아서인지 해교의 반응이 예민했다.
중지를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쫀쫀하게 들러붙는 속살의 느낌에 연제 또한 거친 한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에 이 정도 느낌이라면 발기한 자지에 들러붙을 때는 얼마나 끝내줄까. 잠시 후 일어날 일을 상상하자 자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천에 갇힌 채 기립하는 자지가 연제의 사타구니 사이에 끼워 둔 해교의 엉덩이를 스치며 비비적대었다. 헉, 이에 놀란 해교가 말랑한 엉덩이를 금세 굳혔다.
뼈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보지 구멍 안을 긁어 대었다. 중지 하나로는 부족한 듯 질 내벽이 쉽게 공간을 내주곤 꿀렁임을 반복하자, 연제가 단숨에 손가락 2개를 추가해 세 손가락으로 보지 안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살짝 버겁기는 하나 못 담아 낼 정도는 아닌 듯했다. 연제는 푹, 푹 보지 안에 손가락을 바삐 쑤시고 빼다 손등 뼈가 보지 입구에 걸릴 때까지 세게 밀어 넣었다. 찰랑, 소릴 내며 보지 구멍 어귀에 닿는 손등에는 푸른 핏줄이 선명히 돋아 있었다.
연제의 손등이 보지 인근을 때릴 때마다 조그만 음낭이 흔들리며 해교의 자지가 손등을 긁었다. 해교가 아니라면 결코 경험할 수 없을 상황에 연제가 달뜬 숨을 내쉬었다.
몇 번 더 그 동작을 반복하자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해교의 보지가 점차 젖어 들기 시작했다. 예민해진 내벽이 움찔움찔 떨리는 파동이 연제의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깊숙한 질 안에 손가락을 넣고 더듬으니 미끌미끌한 점성의 보짓물이 닿아 질척한 느낌을 주었다.
걸레 같은 년. 순진하게 생겨서는 진동기를 꽂고 있던 해교의 모습이 다시 연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섹스에 꽤나 도가 튼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접하지 않을 자위 기구를 끼우고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난잡한 년이었다.
그 생각에 닿자 화가 난 연제가 한층 더 거칠게 보지 안을 뒤적였다. 흐읏……. 갑자기 거세진 손길에 해교의 납작한 아랫배에 불쑥 힘이 들어갔다. 봐줄 생각 없는 연제는 음순을 손으로 잡고 꾸욱 비틀었다. 달아오른 음순이 숨을 쉬는 것처럼 퍼덕대는 것이 느껴졌다.
“하으, 으흑……. 싫어요. 그만…….”
“싫기는. 보지는 좋다고 내 손가락을 쪽쪽 빨아 대잖아요.”
“그런 거 아니니까, 히윽……!”
해교의 어깨가 다급하게 안으로 말렸다. 연제가 예고 없이 음핵을 꼬집듯 잡아당긴 탓이었다. 콩알 같은 음핵을 거칠게 다루자 이와 연결된 보지 안이 징징 울리는 듯했다.
해교는 갑자기 보지를 강타한 아찔함에 어쩔 줄 모르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연제의 종아리 사이에 끼인 해교의 다리가 가엾게 부들거렸다.
꾸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마지막 물이 욕조에서 빠져나갔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보지 겉의 물기가 마르는 것이 연제의 손끝에 느껴졌다. 여전히 속은 보짓물로 흥건했지만.
이제 대략적으로 보지 속 오줌이 다 씻기지 않았을까.
덜 씻겨졌으면 어떤가. 이제 연제에겐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연제가 해교의 겨드랑이와 오금에 손을 집어넣고 단숨에 그를 욕조에서 꺼내 안아 들었다. 욕실을 나와 가는 길목마다 물을 질질 흘리며 흔적을 남겼지만 상관없었다.
“흐으…… 흣!”
고작 몇 걸음도 더 참을 수가 없다. 여전히 해교를 안아 든 연제가 고개를 세운 가슴 정점을 한가득 베어 물고 쪽, 흡입했다. 츱, 츠읍 유두를 게걸스럽게 빨아 대는 소리가 생생하게 해교의 귀를 울렸다.
유두를 압박하는 간지러운 자극에 안긴 허리가 비틀리고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단단하게 일어난 젖꼭지를 축축한 입 안에 담은 연제가 이를 이 사이에 끼운 채로 유륜을 혀로 굴려 대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자 흥분한 가슴 끝이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런 자신의 반응이 수치스러웠던 해교의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흣, 으, 제바알…….”
해교의 울음 섞인 한마디가 너른 거실을 채워 나갔다.
“형. 우리 어디서 할까요?”
해교의 팔과 옆구리 사이에 끼워진 커다란 손이 하얀 젖가슴을 떡처럼 주무르며 지분거렸다. 보지를 씻기느라 흠뻑 젖은 티셔츠 한 장만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서 해교의 젖꼭지가 발딱 선 것이 손가락이 아닌 맞댄 연제의 가슴으로도 선명히 느껴졌다. 조그만 돌기의 감촉이 음란했다.
연제가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잡고 집게처럼 힘을 주어 콱 누르자 동그란 모양이 찌그러지며 쌀알처럼 세로로 길쭉하게 늘어났다. 찌릿한 통각과 함께 야릇한 감각이 해교를 관통하였다.
“하으……으!”
강제적으로 연제에게 안겨 있는 터라 벗어날 수 없었던 해교가 대답 대신 신음을 내뱉으며 떨어 댔다. 해교가 대답하지 않자 연제가 한껏 더 힘을 주어 젖꼭지를 터트릴 것처럼 거칠게 눌렀다. 그러다 힘을 풀어 손끝으로 살살 비비자 흐으…… 하고 뜨거운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연제는 마치 대단한 양감이라도 느껴지는 듯 손바닥으로 해교의 가슴을 억지로 쥐어짜 붙잡고는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흔드는 대로 주욱 늘어나는 여린 살결이 금세 붉게 물이 든 채 팽팽하게 부어올랐다.
“대답 안 하면 계속 이러고 있고.”
집요하게 젖꼭지에 들러붙는 손길에 해교의 아랫배에 쾌감이 피어올랐다. 어째서 이 무서운 사람 손길에……. 타고난 감각이 예민한 탓에 거부감이 생기는 손길에도 저릿한 쾌감이 밀려들어 당혹스러웠다. 헉헉대는 숨소리가 거칠어져 가고 안긴 몸이 자꾸만 뜨겁게 달아올라 어지러웠다.
조금 더 버티다간 유두가 아니라 자지를 세울 것만 같아 두려웠다. 절대 그것만은 싫었던 해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히 입을 열었다.
“으, 흐읏……. 뭐, 뭘 한다는 건지, 흣, 모르겠…….”
해교는 보지와 자지가 같이 달린 이상 여자와 연애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와 붙어먹는다는 개념 또한 떠올린 적 없었다. 어느 쪽이든 이상한 제 몸을 받아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마치…….
제발. 제 머릿속에 있는 일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남자가 고작 제가 보지가 달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기심을 갖지 않기를.
해교가 간절히 소망하며 잠자코 연제의 대답을 기다렸다.
“뭐겠어요?”
“……진짜, 진짜로…… 몰라서, 읏, 물어본 거예요.”
“그걸 내 입으로 듣고 싶어서 앙큼하게 구는 거예요? 여기저기 보지를 돌리고 다녀서 그런가 사람이 부끄러움이 없어.”
“아까부터 무슨 말을, 아…….”
“그래요. 결정 못 하겠으면 일단 해 봐요.”
연제가 고개를 슬쩍 사선으로 비틀더니 주변을 살폈다. 그러곤 여전히 해교를 안은 채 몇 걸음 걷지 않아 소파에 당도했다. 안아 든 몸을 띄우고 두 팔을 뻗어 그 위에 해교를 누이니 새하얀 나신과 새카만 가죽 소파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연제의 눈에 담겼다.
모인 두 다리를 받치고 있던 단단한 손이 빠져나갔다. 미끄러지듯 허벅지를 스친 뒤 손쉽게 하얗고 말랑한 허벅지 사이를 붙들고 벌렸다. 본능적으로 오므라드는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 묵직한 몸이 뒤이어 젖은 제 옷을 벗어 내렸다.
양팔을 교차해 티셔츠를 잡은 후 단번에 상의를 탈의하자 근육이 붙은 두꺼운 몸체가 드러났다. 귀엽게 생긴 연제의 얼굴과는 대조되는, 잘 짜인 근육이 또렷하게 결을 세웠다.
그런 몸을 보자 해교는 더럭 겁이 났다. 정말 조금만 더 반항했다가는 이 집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두려움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해교를 본 연제가 피식 웃으며 젖은 하의에 손을 가져갔다. 단숨에 속옷과 슬랙스를 잡아 한 번에 내리자 아까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다시 봐도 충격적인 거대한 자지와 갈라진 두꺼운 허벅지가 드러났다.
해교가 발뒤꿈치로 소파 가죽을 밀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자 연제가 허리를 굽혀 해교의 발목을 잡고 한 손으로 주욱 끌어당겼다.
“어디 가요.”
“흐읍…….”
“뭐가 이렇게 급해? 바로 박히고 싶나 봐.”
“아니, 아니에요!”
어떡해. 이번에는 남자가 자신의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고 진짜 섹스를 하려는 듯했다. 보지가 달린 몸이지만 이런 식으로 겁간을 당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해교의 동공이 커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애, 흡, 애인……. 애인 있었잖아요.”
“나 애인 없는데?”
“그…… 처, 청소하러 갔을 때 바닥에…….”
“그건 그냥 좀 논 거지. 그날 걔만 있었을까?”
“흐읏…….”
“형 나랑 애인 하고 싶어서 그래요? 귀엽기는.”
느물거리는 연제의 말에 해교가 거세게 도리질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퍼르르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덜덜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 지금 나 거절당한 거야?”
“…….”
짓이기듯 말아 문 해교의 진분홍빛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눈앞의 남자가 너무 무서워서 입술을 깨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두꺼운 근육이 덕지덕지, 그러나 날렵하게 붙어 있는 몸을 마주한 순간 모든 전력을 상실한 탓이었다.
“와……. 너무 슬픈데? 얘도 봐요. 지금 울잖아.”
어느덧 거대한 자지가 단단히 기립한 채 프리컴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을 가리키며 연제가 울상을 지었다.
“이거 봐요. 슬프다잖아?”
“……악!”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손바닥을 기댄 연제가 제 자지를 좁고 습한 구멍 입구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조금의 낌새도 없이 커다란 귀두를 보지에 비비자, 선홍빛 보짓살이 농염하게 귀두에 들러붙었다. 진동기를 뱉어 낸 이후로 시간이 꽤 흘러서인지 보지가 힘겹게 양옆으로 벌어졌다가 좆을 조이는 감각이 아찔했다.
자지를 길게 뽑아냈다가 단번에 쩌걱, 좁은 틈을 비집고 쑤셔 넣었다. 거대한 살덩이의 덩치 때문에 빼꼼히 드러났던 여린 소음순이 질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밀려 사라졌다. 저를 짓이기는 그 몸짓이 달가운 듯 끈적하게 뿜어져 나오는 보짓물이 내부를 질펀하게 적셨다.
“힉! 으응, 아, 하지…… 하지 마아……. 흐읏.”
“와. 진짜 허벌 보지 다 됐네. 보지에서 물 나오는 것 봐.”
아래 깔린 남자의 뒷보지를 처음 따먹을 때가 떠올랐다. 자지를 끊어 먹을 듯하던 좁고, 질척하고, 끝내주게 쫀쫀한 느낌. 이와 비교해 앞보지에 좆질을 하는 건 뒷보지와 달리 처음부터 좆을 받기 위해 생겨난 기관이니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 하지 않았다.
자지를 덜 세운 채로 집어넣고 오줌을 쌀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맛이 보지 맛이라니. 여태껏 보지를 외면하고 애널만 쑤시고 살아온 나날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래 봤자 여자의 몸을 보고 좆이 서지는 않을 테지만.
흥건한 보짓물을 가르며 자지가 들이칠 때마다 자지 표피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묵직한 중량감의 살덩어리가 보짓살을 후벼 파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털이 없어 부드러운 보지에 자지 뿌리 끝이 닿자 기묘한 감각이 덧씌워졌다. 후……으, 낮게 한숨을 쉬는 연제가 퍽, 퍽 아랫배를 치받을 때마다 그의 엉덩이에 올라붙은 근육이 또렷이 섰다가 다시 사라지길 반복하였다.
“앗, 응…… 으응, 아! 흣, 제, 제바알……응!”
제발 넣어 달라는 건지, 빼 달라는 건지 말의 종결을 맺지 못한 몸뚱어리가 거세게 흔들렸다. 연제가 둔부에 힘을 준 채 퍼억, 자지를 올려 치면 몸이 위로 쓸렸고, 스윽 느리게 빠져나오면 몸이 아래로 무너지길 끊임없이 반복하였다.
미끄러운 소파 가죽을 쥐려던 손은 매번 무언가를 잡는 것을 실패한 채 흔들리는 몸과 같이 하느작거렸다.
뜨겁고 굵은 살덩이가 보지를 꿰뚫고 들이칠 때마다 아래가 펄떡거리며 요동을 쳤다. 거세게 허리를 쳐올리며 퍽, 퍽 음낭이 보짓살을 때리면 움찔거리던 보지 속살이 몽땅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굽은 자지가 질 내벽 안 예민한 곳들을 몽땅 비벼 대었고 지혁과 할 때 느꼈던 감각과는 또 다른 느낌이 해교의 뇌리를 잠식했다.
“흐, 으응……. 아앙.”
어느 순간 해교는 저도 모르게 제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하얗고 봉긋한 엉덩이가 철썩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이 유혹적이라 참지 못하고 거세게 둔부를 그러쥐자 해교의 입에서 야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미칠 것 같은 청각적 자극에 한껏 더 흥분한 연제가 해교의 질 안에 자지를 짓뭉개듯 힘차게 쑤셔 넣었다.
“으흑, 아, 아…… , 시, 시러요……!”
“후 씨, 팔. 존나 조이네…….”
퍽, 퍽, 퍼억. 타고난 좆 모양 덕분에 질 안에 쑤셔 넣기만 해도 모든 곳에서 폭죽이 이는 듯했다. 입으로 싫다고 말하지만 보지 안은 연제의 좆이 기꺼워 축제라도 연 것처럼 펄펄 들끓고 있었다. 해교는 보지에서 시작된 쾌감이 뇌수까지 차올라 손끝이 저릿한 느낌에 정신없이 몸을 떨어 댈 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더는 싫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치받는 자지를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는 보지 위로 달린 작은 자지가 붉게 발기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도 어디엔가 들어가고 싶은지 줄줄 선액을 흘려 대며 공중에서 너울대는 모습이었다.
“이게 어디서.”
“흐윽!”
연제가 단호히 해교의 자지를 낚아챘다. 프리컴을 흘려 대는 요도 구멍을 손톱으로 찍어 누른 채 귀두를 단단히 감싸 쥐었다. 당장이라도 제 몸에서 자지를 떼어 낼 것 같은 거친 손길에 해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후배위 자세로 섹스하는 게 그렇게 맛있다던데. 보지 내부를 최대한 깊숙이 짓치는 자세라 들었기에 보지가 달린 제 밑의 남자와 꼭 해 보고 싶었다. 이렇게 도우미를 다시 만날 날을 그리며 보지에 자지를 박아 넣었을 때 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체위를 알아 놓았던 연제였다.
연제가 미련 없이 작은 자지를 놓은 뒤 해교의 허리를 잡고 껴안아 올렸다. 힘줄을 바짝 세운 팔뚝이 단단하게 해교의 엉덩이를 받쳤다. 그러고는 허리를 틀어쥐고 종잇장 뒤집듯 가뿐하게 그의 몸을 뒤집었다.
마주하고 안은 자세에서 그대로 엉덩이를 잡은 채 몸을 돌리자 보지 안에 박힌 자지가 내벽을 치대며 들쑤셨다. 이전까지 닿지 않던 질의 구석진 곳까지 주욱 긁으며 궤적을 남기는 자지에 아, 흐으으…… 녹아 버릴 것 같은 신음이 흘렀다. 끝이 살짝 휜 연제의 좆이 내벽 전체를 둥그렇게 압박하며 달구었다.
어느새 좆이 박힌 채로 뒷치기를 하는 자세가 되었다. 예쁜 얼굴을 보고 하는 것도 좋았지만 개처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박아 넣을 생각에 한결 더 흥분되었다. 조금 가학적인 게 연제의 취향이었다. 기왕이면 앙앙 울어 주면 더 좋고.
워낙에 거세게 좆을 박아 넣느라 해교의 몸이 앞으로 밀렸다. 마치 이 틈을 타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포착이라도 한 것처럼 해교가 본능적으로 엉금엉금 기며 달아나려 들었다. 연제는 그 모습이 가소로운 듯 천연히 지켜보다 단숨에 해교를 따라잡곤 골반을 틀어쥐었다.
“왜 자꾸 어디를 가려고 해요……. 서운하게.”
그리고 방금 전보다 좀 더 강하게 쾅, 제 자지를 보지에 두들겨 넣었다.
좆 뿌리와 음모까지 남김없이 털어 넣은 살덩이가 아쉽게 보지 둔덕을 비볐다. 기둥을 씹어 삼킨 보지 음순이 이에 화답하듯 잘게 움찔대는 모습이 음탕했다.
“하우윽!”
거센 삽입에 놀란 해교가 고개를 저으며 소파 위에 이마를 맞대었다. 견디기 힘든 쾌감에 물에 젖은 머리가 흔들렸고, 그러다 소파 팔걸이에 이마를 푹, 찧었다.
“미친. 왜 이래.”
이런 식의 복상사는 질색이었다. 연제가 해교의 이마와 팔걸이 사이에 제 손바닥을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나머지 한 손을 해교의 가슴 아래 넣은 뒤 허리를 살짝 일으켰다. 그러자 해교의 허리가 뒤로 둥글게 휘었다.
“으흣…….”
체위가 변하면서 삽입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나 연제의 좆이 위로 휜 탓에 더 그랬다.
연제가 제 가슴을 해교의 등 뒤에 딱 맞붙인 상태로 그의 턱선을 잡고 비틀어 돌렸다. 확인해 본 이마는 조금 붉기만 할 뿐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까 얻어맞은 두 뺨이 더 붉었다.
“왜 자학을 하고 지랄이야…….”
이전에 자신이 해교의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연제가 속삭였다. 그러곤 몽롱한 해교의 눈을 확인하고 쿡, 작게 웃음 짓더니 다시금 허리를 위로 쳐올리기 시작하였다.
검붉은 자지가 새붉은 보지 속을 드나들 때마다 쩌걱, 쩌걱 살갗이 밀리는 소리를 자아냈다. 조용한 거실에 들리는 건 오직 젖은 살이 내는 기척뿐이었다.
상체가 들려 무게가 아래로 쏠린 채라 좆이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점점 더 보지 안 깊은 곳을 치받았다. 이에 따라 해교의 보지가 산발적으로 뻐끔거렸다. 흥분한 가슴 끝이 부푼 상태로 추삽질에 따라 옅게 흔들리며 젖꼭지를 세웠다.
“이상하다, 좋은 거 같은데? 형, 지금 좋죠?”
“흐으…….”
굳이 입으로 확인받지 않아도 힘을 받아 선 민둥한 자지 아래 조그만 음낭도 흠뻑 젖은 지 오래였다. 보지에서 시작된 보짓물로 온몸을 젖힐 것처럼 흥건하게 적셔 놓고는. 이미 해교가 지나온 자리마다 고일 정도의 보짓물이 여기저기 웅덩이를 만들어 낸 상황이었다.
이러면서 어디서 싫은 척을 해. 볼수록 헤픈 년이라니까.
연제가 몇 번 더 자지를 들이박고 빼길 반복하자, 질퍽거리는 소리를 내던 보지가 점차 좁아 들며 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연제는 비록 보지에 씹질은 처음이지만 본능에 따라 절정을 느끼기 직전이라는, 아찔한 예감이 밀려왔다.
보지에서 전달된 쾌감 탓인지 해교의 자지가 빳빳이 서서 흔들렸다. 이에 해교가 본능적으로 제 자지를 잡아 좆물을 빼내려 하였다.
연제가 감히 자지를 잡아 흔들 수도 없게 해교의 두 손을 결박하였다. 해교는 착실히 쌓인 쾌감이 분출되기 직전 스르르 사라지자, 절박한 아쉬움에 보지가 저릿하고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분홍색 자지는 괴로운 듯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채 퉁퉁 부어오른 모습이었다.
“하으으, 제발…….”
“제발 뭐요?”
“……흐으. 응…….”
해교는 입 안의 살을 강하게 깨물며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하였다. 허사였다. 조그만 입에서는 교성과 거친 숨결만이 쏟아질 뿐이었다. 눈앞의 남자와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달아오른 간지러운 몸을 어떻게 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만이 일 뿐이었다.
“말을 해야 들어주지, 후.”
연제가 제 좆을 느릿하게 빼내고 가만히 두고 보자 손을 쓸 수 없는 해교가 제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내리며 그의 허벅지에 문질거렸다. 하으…… 으응……. 통통한 살덩어리 2개가 파르르 흔들리며 허벅지에 닿았다. 의도치 않은 달뜬 행위에 연제의 단전이 끓어오르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조금 더 가지고 놀려던 연제의 계획이 흐트러졌다. 이제 저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안달이 났다. 난 년이라는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연제가 보짓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다시 한번 보지 안에 거세게 퍽, 쑤셔 넣었다.
“으! 아앙, 흣!”
싫다고 할 땐 언제고 뜨끈하게 세운 자지를 박아 넣자마자 단숨에 절정에 올라 가 버렸다. 휜 자지가 정확하게 해교의 지스팟을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숨도 쉬지 못할 만큼 가쁜 전율이 솟아나 자지러지는 해교의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거대하고 오싹한 절정이 파도처럼 계속해서 몰아쳐 보지가 욱신거렸다. 이에 눈을 까뒤집으며 붉은 혀를 쭉 내뺀 모습이 환장할 만큼의 절경이었다.
한마디로, 그 모습을 보자 연제 역시 곧바로 절정에 달할 수밖에 없을 만큼.
해교의 자그마한 자지에서 척척한 좆물이 흘러나오는 걸 본 연제가 단단한 제 분신을 빼내자마자 검붉은 좆에서도 하얗고 끈적한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연제가 좆을 쥐어 잡고 흔들며 정액을 해교의 보지 위에 흩뿌렸다. 질은 액체가 툭툭 쏟아지며 두 사람분의 정액이 까만 소파 위에 열락의 흔적을 남겼다.
아. 이도윤이 지랄하겠네. 순간 소파를 확인한 집주인의 표정을 떠올린 연제가 피식대었다.
사출을 마친 연제가 껴안고 있던 해교를 누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아래에 쌓인 옷더미를 털어 대었다. 툭, 바지에서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연제가 슬쩍 허리를 굽혀 떨어진 물체를 주워 올린 뒤 아직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교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해교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연제가 무얼 하는지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화면 가득 해교의 벗은 몸, 달뜬 얼굴, 그리고 좆물을 흘려 대는 자지와 보짓물을 싸 대는 보지가 비쳤다.
씹물에 점철된 하얗고 울긋불긋한 몸이 음란했다. 무음 설정을 해 둔 터라 셔터를 눌러도 따로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어차피 해교는 지금 셔터 소리가 난다고 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너무 예뻐요, 형.”
특히 보지 둔덕에 자신의 정액이 연유처럼 흩뿌려진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말을 마친 연제가 해교의 턱을 쥔 뒤 뺨에 가볍게 쪽, 입술을 댔다. 입 안 상처가 아픈지 해교가 작게 신음을 내었다. 이 순간, 이 장면만 본다면 흡사 연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한편 해교는 제게 들러붙는 연제에 대한 사고는 전혀 하지 못한 채 섹스 후반에 느낀 강렬한 자극에 머릿속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었다.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에는 분명히 그에게 애원했던 것 같았다. 정확히 무엇을? 그만두는 것을? 그게 아니라면…….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쾌감을 알지도 못한 해교였지만 제가 처한 상황이 기묘하다는 것만은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본인이 제안한 지혁과의 섹스에서도, 극렬히 거부했던 연제와의 섹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낯선 감각을 뭐라고 해야 할까.
아직도 보지 안 깊숙이 심장이라도 달린 것처럼 질 안이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는 것을 되풀이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데 온몸이 자꾸만 늘어져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짓만 반복하는 옆의 남자 때문에 더 그랬다.
“형은 진짜 안 예쁜 데가 없어.”
연제가 키득거리며 해교의 젖꼭지에, 자지에, 보지에 차례대로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곤 자연스러운 수순인 듯 해교의 엉덩이를 잡아 가르고 뒷보지에도 쪼옥, 입술을 대고 도장을 찍었다. 가로로 벌려진 분홍빛 구멍이 물기 어린 소리를 내며 오물거렸다.
“힉!”
깜짝 놀란 해교가 소스라치며 다리를 닫으려 애썼다. 필시 이 남자는 미친 게 틀림없었다. 더럽게 항문에 뽀뽀를 하다니.
“왜. 뒷보지는 부끄러워요? 뒷보지 처음 보여 주는 것도 아니면서 내외하기는.”
“흐으, 하…… 항문이요?”
당황스러웠다. 보지에 충분히 박아 댔으면 됐지 갑자기 항문은 왜.
“항문이라니. 어디서 그렇게 입맛 떨어지는 단어를 배워 와서는.”
쯧, 기분 나쁜 듯 혀를 차며 연제가 말했다. 그러고는 뒷보지의 둥근 지름을 살살 두드리듯 검지로 매만졌다. 분명히 부드럽게 닿은 손가락에도 불구하고 낯선 손길에 겁먹은 항문이 움찔거렸다.
“이건 뒷보지예요. 형은 보지가 2개니까 앞보지, 뒷보지 각각 불러 줘요. 안 그럼 얘가 질투하니까. 뒷보지에도 내 자지 먹여 줄게요?”
말도 안 됐다. 남자가 보지에 흥미를 갖는 것까지는, 본능적으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뒤에……. 어째서.
여태 뒷보지를 배설하는 기관으로만 생각했던 해교에게 도무지 이해 가지 않는 말이었다. 거기로 어떻게 섹스를 한다는 건지, 설마 저 커다란 자지를 쑤셔 넣는 거라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아래가 찢어지고야 말 것이다.
암만 눈앞의 남자가 무섭더라도 이 이상은 거부하고 싶었다. 해교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뭐가 말이 안 돼?”
연제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해교를 바라보았다. 삐딱하게 한쪽 눈썹 산이 솟아 있었다. 그 모습에 방금 손이라도 올린 걸 본 것처럼 해교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너무 무서워. 해교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간신히 짜내 말을 이었다.
“뒤에…… 흐으, 뒤에는 왜…….”
“아!”
연제가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무언가를 빼먹은 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한 감탄사였다. 입꼬리가 확연히 올라가자 매끈한 뺨 위에 볼우물이 깊게 팼다.
“아아. 형 기억 안 나요?”
“무, 무슨 기억…….”
“그날, 형이 뒷보지로 나 따먹었잖아.”
그날? 이 남자와 자신이 만난 날은 오늘 외에는 하루밖에 더 없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잔뜩 취해서 자위를 했던 날……. 오늘의 시발점이 된 최악의 날……. 오로지 그 하루밖에.
그런데 남자는 태연하게 그날 해교가 자신을 따먹었다는 상스러운 소릴 쏟아 내었다.
“제, 제가요?”
“그게 아니면 내가 형이 보지 달린 거 보고 왜 안 놀래게? 홀라당 날 따먹어 놓고 연락도 씹고, 그러다 걸레 보지가 돼서 만났는데 형 같으면 화가 안 나겠어요?”
“…….”
뇌가 실타래가 잔뜩 엉킨 것처럼 꼬였나 보다. 도무지 사고가 되지 않았다. 잔뜩 취해 기억나지 않는 날 이 무서운 사람과 섹스를 했다니. 그것도 내가 먼저 시작했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당시 저 자신이 얼마나 성욕에 미쳐 있었는지 잘 알기에 단칼에 아니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 정말 이 남자는 자신의 말처럼 해교의 보지를 보고 놀라지도 않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하자는 것도 아니었고 형이 하자고 했어요. 난 그냥, 형이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도와주려고 한 거였고. 술 취하면 다른 사람 된다는 말 많이 들어 보긴 했는데, 형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
“아까는 미안했어요, 너무 화가 나서. 내가 형 연락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 정말 꽃으로도 안 때리도록 노력할게요?”
실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무도한 연제가 하는 말을 눈앞의 남자는 다 믿고 있는 눈치였다. 연제는 제 헛소리가 어디까지 통할까 가늠하려 되는대로 지껄여 나갔다.
석고상이라도 된 듯 굳은 해교의 표정이 귀여워 연제가 손을 뻗어 그의 뒷덜미를 감쌌다. 또 때리려는 건 줄 알고 흠칫 놀라는 모습에 연제는 허,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말만 잘 들으면 안 때린다니까. 꽃으로도. ……음, 꼬추로는 때릴지도요?”
제 말장난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제가 킥킥거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곤 피딱지가 내려앉은 입가에 장난치는 것처럼 입술을 쪽, 대고 떨어졌다.
말만 잘 들으면, 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어떻게 하는 게 말을 잘 듣는 걸까. 해교는 섣불리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일단 이건 말을 잘 듣는 게 아닌 것 같았으니까.
입가에서 시작된 입맞춤이 턱과 목, 쇄골을 지나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마침내 보지에 입술이 닿을 때에는 슬쩍 숨겨진 혀도 꺼내어 끈적하게 핥았다. 몇 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뜨겁고 말캉한 혀가 보지 속살에 닿자 해교가 경기하듯 몸을 떨었다.
해교는 깊게 숨을 내쉬며 입술을 말아 물곤 최대한 신음을 내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이래서는 누가 봐도 지금 이 행위를 기꺼워하는 것으로 보일 듯해서였는데, 그럴수록 잇새에서 흐릿하게 흘러나오는 교성이 더욱더 생생히 연제의 귓가를 간지럽혀 욕구를 들끓게 할 뿐이었다.
연제는 혀끝에 닿는 보짓물의 감각에 집중하였다. 미끈거리는 점액질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야했다. 제 혀를 마중 나오는 듯해 더욱 그러했다. 확실히 뒷보지를 핥는 것과는 차이 나는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절정에 닿은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까. 다시 보지가 끓어오르는 속도가 맹렬했다.
결국 연제가 해교의 골반을 틀어쥔 채 두꺼운 혀를 보지 안으로 깊숙이 쑤셔 넣었다. 히으윽……! 해교가 허벅지를 오므리며 보지를 가리려 들자 연제는 더욱 거세게 혀를 밀어 넣고 쭈웁, 질 내벽을 뽑아낼 듯 보짓물을 빨아 마셨다.
거침없이 제 안을 파고드는 뜨거운 살덩이에 해교가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읏…… 으으…… 아,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말랑거리는 보지 속살이 제멋대로 경련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보지는 마를 새 없이 계속해서 보짓물을 뿜어냈다.
연제는 거세게 쭙쭙거리며 보지에 힘을 주어 빨아 댔다가, 또 힘을 풀고 할짝거리며 부드러운 보지 안 점막을 헤집길 반복했다. 어느 순간 이를 세워 보지를 살짝 깨물자 해교가 단번에 엉덩이를 띄우곤 히익, 하며 자지러졌다.
그 모습에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연제가 이를 감추고 입술로만 부드럽게 보지를 달랬다. 맞닿은 입술에서 연제의 웃음이 전달되어 보지가 덜덜 떨렸다.
쿰쿰한 정액과는 다른 향과 맛에 취한 연제가 게걸스럽게 보지를 빨아 대며 다시 한번 자지를 단단히 세웠다. 보지에서 일어난 전율에 해교의 자지 역시 발딱 일어나는 모습에 연제는 집어삼키던 보지에서 입을 떼고 두 자지를 맞대었다.
가뜩이나 유아틱한 해교의 자지와 말 좆 같은 연제의 자지가 같이 붙자 정말 장난감이라도 붙여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연제가 한 손으로 제 자지를 붙들고 쓸어 올리며 동시에 해교의 자지를 쓰다듬었다.
해교는 어떻게든 제 자지에 쏟아지는 직접적인 자극을 피해 보려 상체를 들고 어물쩍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연제 역시 몸을 일으키고 소파에 온전히 앉더니 어중간하게 공중에 떠 있는 해교의 허리를 감아 제 쪽으로 끌어 왔다. 이어 가볍게 들린 해교를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어느덧 둘이 마주 보는 자세가 되었다. 손의 움직임이 한결 수월해진 연제가 물러날 수 없게 해교의 허리를 붙들고는 두 자지를 감은 손에 힘을 주고 거세게 치대기 시작하였다.
쩌걱, 쩌걱, 쩌걱. 두 자지를 다시 비벼 대자 손바닥에 거미줄처럼 프리컴이 엉겨 붙어 끈적하고 척척한 느낌을 주었다. 연제는 개의치 않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좆을 위로, 아래로 만져 가며 자극하였다.
맞닿은 귀두를 우악스럽게 감아올리자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몫이었다. 헉, 하으, 헉. 엇박자로 새어 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흐으읏……! 아, 그……으만……. 흐으.”
해교는 종일 정신없이 몰아치는 자극에 혼절할 것만 같았다. 뭐라도 붙들고 싶어 두 손을 바르작대어 보았지만 잡을 수 있는 건 연제의 몸밖에 없었다. 차마 연제를 잡지 못한 해교의 손이 허공에 불안정하게 뜬 채로 파르르 떨렸다.
중심을 잡지 못한 해교의 흔들리는 몸을 잡다 연제의 커다란 손이 보지에 닿았다. 의도치 않게 세게 잡으며 보지 입구가 눌렸는데, 그 순간 해교의 보지 구멍에 힘이 들어가고 맞닿은 허벅지가 벌벌 떨리기 시작하며 흐으응…… 아앙…… 황홀한 신음이 흘렀다. 조그만 자지는 금방이라도 좆물을 뱉어 낼 것처럼 고개를 바짝 세웠다.
그 반응에 연제가 눈치를 챘다.
해교가 보지 압박에 유달리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이를 놓칠세라 단단한 손에 힘을 주어 보지를 밀고 누르자 한결 더 높은 신음이 터지고 요사스럽게 얇은 허리를 흔들어 대기까지 했다. 좋아죽는 반응에 기가 찬 연제가 찰싹, 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며 보지를 후려쳤다.
뺨을 때린 강도보단 훨씬 약한, 성적인 목적의 스팽킹이었지만 여린 살갗이라 보지는 금세 붉게 부풀어 올랐다. 속살이 바짝 움츠러든 채 경련하였고 보지 입구의 음핵 역시 팽팽해진 채로 옅게 떨렸다.
“힉!”
“와……. 미쳤다, 진짜.”
보지에 선사하는 강한 압력에 예고도 없이 해교의 자지가 절정에 올라 좆물을 싸질렀다. 꿀렁이며 뱉어 대는 좆물이 맞닿은 연제의 자지를 샤워라도 시키듯 저로 잔뜩 점철시켰다.
해교가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흘려 댔다. 잠시도 쉬지 않고 내려치는 자극이 버거워 나오는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조그만 얼굴이 온통 새빨개진 채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보지는 계속해서 오물거리며 쾌락을 맛보고 있었다. 앞보지가 오르가슴에 닿아 팔딱거리자 뒷보지 역시 휑한 구멍 안을 채워 달라는 듯 옴찔거리기 시작하였다.
“좋아서 질질 싸는 것 좀 봐.”
“흐윽, 아니…… 흐으……읏, 아니에요.”
“아니긴. 이제 형이 하는 말은 믿으면 안 되겠어요. 형 진짜 존나 걸레 같은데 그것도 마음에 들려고 해. 나 어떡하지? 책임져요.”
“우으으…….”
“앞보지만 자꾸 예뻐해 줘서 뒷보지가 질투하겠다. 편애는 안 되는데.”
이제는 뒷보지 차례야, 하고 중얼거린 연제가 해교의 입술에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한 후 고개를 숙여 거침없이 전율 중인 앞보지를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말캉한 보짓살이 젖혀지자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위에서 쏟아졌다. 연제가 자꾸 걸레, 걸레 하니까 진짜 걸레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음탕한 년. 연제가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 보지 안에 넣은 손가락을 둥글게 휘젓기 시작하였다. 앞보지 안에 손가락을 쑤셔 넣어 폭포처럼 쏟아지는 보짓물을 뒷보지의 윤활액으로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미끈미끈한 점성의 보짓물이 중지 전체를 흥건하게 감쌌다. 보짓물 덕택에 미끄덩해진 중지가 뒷보지를 가뿐하게 갈랐다. 연제는 낮게 웃으며 뒤이어 손가락을 하나씩 늘려 뒷보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잔뜩 젖은 손가락을 살살 문질러 가며 구멍을 넓히자 서서히 입구가 질척하게 풀리며 이물질을 씹어 댔다. 이쯤이었는데. 분명히.
연제는 지난번 섹스 때 짓쳤던 전립선 위치를 찾으려 손가락을 넣은 뒤 가위질하듯 크게 벌려 내벽 여기저기를 흐무러지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굽힌 채로 통통한 부분들을 마구 짓이겼다.
“흐힉! 아으응, 아아, 앗!”
내벽 안을 여기저기 짓치던 손끝이 마침내 도톰하게 부어오른 열점을 건드렸을 때였다. 해교가 몸서리치며 고개를 뒤로 당겨 목을 젖혔다. 조그만 얼굴 가득 당혹스러움과 기대감이 엉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새하얀 목덜미가 눈에 띄었다. 연제는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힘껏 큰 숨을 들이마셨다. 아기한테서나 날 것 같은 분내가 나는 듯했다. 민둥한 자지와 보지에 잘 어울리는 체향이다.
곧 제 아래에 깔릴 남자는 너무 간편했다. 수고롭게 뒷보지를 빨아 줄 필요도, 별도의 오일을 준비할 필요도 없이 그저 남자의 몸 하나만으로도 쉽게 섹스가 가능했다. 그런 와중에 얼굴도, 몸도 예쁜 데다가 최상의 자극까지 안겨 주었다. 연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해교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문득 지난번에 귀두를 밀어 넣었다가 피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연제는 욕실에서 해교의 입 안 피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단 사실을 상기하며 이번에는 좀 더 정성 들여 뒤를 풀고 박아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뿐이었다. 길지 않은 우연제 인생, 참을성은 없었고 하고 싶은 건 그때 바로 해야 성에 찼다. 짧은 인내를 끝낸 연제가 말 자지를 구멍 안에 욱여넣기 시작하였다. 해교의 정액을 뒤집어쓴 자지가 불시에 뒷보지 안으로 귀두를 들이밀었다.
자지가 앞뒤로 움직이자 다물린 입구가 억지로 벌어지며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막 쾌락이 시작되는 지점을 자극하고 나서인지 점막이 달아오른 채로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잘 익은 과육처럼 유혹적인 모습에 연제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 흐윽!”
나름 충분히 뒷보지를 풀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듯했다. 힘으로 자지를 쑤셔 넣자 발칙하게도 뒷보지가 자지를 끊어 먹으려 드는 것 같았다. 좆을 쥐어짜기라도 하는 듯한 조임이었다.
그 강렬한 압력에 이미 한 차례 사정을 하고 난 뒤였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처음 삽입한 양 기둥 표피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꺼떡이기 시작했다.
살덩이가 내벽을 쓸고 움직일 때마다 달아오른 속살이 찐득하게 들러붙으며 그를 뜨끈하게 조여 왔다. 퍽, 퍽 굵다란 자지를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 가며 쑤셔 대자 내벽이 녹아내렸다. 마치 질척한 점성의 체액이 뭉텅이로 자지를 감싸고 엉기는 듯했다. 자지가 빠져나올 때 같이 딸려 나올 것처럼 따라붙는 쫄깃한 살점에 아찔한 쾌감이 내달려 목을 긁는 신음이 마구 샜다. 저번에도 생각했지만 정말 감도가 끝내주게 환상적이었다.
“크……읏.”
연제가 이를 악물며 허리를 치대자 도톰한 전립선이 짓눌렸다. 뜨끈한 점막이 끈적하게 자지에 달라붙는 동시에 해교의 꼬리뼈에 벼락이 쳤다. 알싸한 자극이 등줄기를 타고 솟아올라 머리꼭지에서 팍, 터지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흐물흐물해지고 뇌가 형체를 잃은 듯 녹아내렸다.
마주한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생각하는 것을 지운 해교가 제 뒷보지에 들이치는 자지에 몸을 맡긴 채 연신 신음만 내질렀다.
연제가 후벼 파듯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탐스러운 엉덩이가 부르르 떨리며 찰싹거리는 음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만져 주지 않은 함몰 유두는 이미 바짝 돌기를 세우곤 추삽질 리듬에 맞추어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한 손을 뻗어 붉게 물든 유두를 꼬집자 신음성이 한층 더 짙어졌다.
이대로 절정까지 들이치려 하던 연제가 생각을 바꾸곤 열이 올라 쌔근대는 해교를 내려다보았다.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제 좆을 스르르 빼내자 뒷보지가 아쉬운 듯 꿈틀거리며 아우성을 쳤다.
연제가 해교의 손을 쥐더니 작은 손바닥을 하얀 배 위에 올렸다. 그리고 바들거리는 손 사이에 제 손을 깍지 끼우고 지그시 눌러 배가 옴폭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거 봐요. 지금은 평평하다 못해 납작하죠. 그런데…….”
퍽! 손바닥 아래 판판하던 뱃가죽이 갑자기 볼록 일어났다. 커다란 자지가 들어서자 아랫배 가죽에 선연한 좆의 형상이 나타나며 팽만해졌다. 그러다 자지를 뒷보지에서 다시 꺼내면 솟아올랐던 윤곽이 꺼지면서 매끈한 배가 돌아왔다.
좆이 드나들 때마다 해교의 뱃가죽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였다. 해교는 이러다 정말 제 배가 꿰뚫리는 건 아닐까 두렵고 무서워 고개를 저어 댔다. 뒷보지 안이 터질 듯한 압박감으로 경련해 견디기 힘들었다. 자지가 빠르게 드나든 구멍이 퉁퉁 부어오른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흣, 으…… 아, 안 대애…….”
반항도 잠시였다. 연제가 유독 저릿한 한 곳을 쳐올리자 순식간에 해교의 머릿속이 점멸하였다. 머릿속 세상을 유영하던 전류가 뚝, 단전된 것처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으, 읏…… 정제되지 않은 숨이 터져 나오고 허리가 절로 잘게 흔들렸다. 뒷보지가 미친 듯 자지를 빨아들이며 불타는 느낌이 일었다.
갈 곳을 잃은 손이 하얀 배 위에서 파르르 떨렸다. 뭐라도 잡고 싶어 제 뱃가죽을 꼬집고 할퀴면서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쾌감으로 온몸의 근육을 굳혔다.
모르는 새 일자로 곧게 뻗은 발등이 공중에서 잘게 떨렸다. 누운 발등과 나란히 선 작은 자지가 곧추선 채 나부끼고 있었다. 벌써 오늘만 몇 번째인지 셀 수 없는 절정이었다.
연제가 장난처럼 바짝 선 해교의 자지 선단을 툭, 검지로 튕겼다. 그러자 그 자극마저 기꺼웠던 자지가 단번에 픽, 좆물을 또 싸질렀다. 저도 남자 좆이라고……. 동시에 해교의 뒷보지가 마구 떨리며 좁아 들기 시작하였다. 연제의 좆을 꽈악 조였다가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가, 제멋대로 오물거리는 뜨거운 내벽이 주는 자극에 웃음 짓던 연제가 여유를 잃고 허리 짓에 박차를 가했다.
“아, 아……. 아응…….”
“형, 후으, 존나, 하, 맛있어.”
퍽, 퍽 허리를 흔들며 감탄사를 내뱉는 탓에 연제의 말이 좀처럼 잘 들리지 않았다. 의도하고 내뱉는 언어보다 사이사이 밭은 숨소리가 더 크게 귓가를 울렸다. 연제는 해교의 엉덩이를 제멋대로 주무르다 뒷보지를 향해 양 엉덩이 살을 모아 압박하였다. 발갛게 물든 엉덩이가 들이치는 자지를 잡아먹을 듯 꽉 조인 채 도톰하게 흔들렸다.
소파가 삐걱대며 격렬한 소리를 냈다. 5인이 앉을 수 있는 묵직한 부피의 소파였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놓인 자리에서 꽤 이동을 한 터였다. 무두질을 한 물소 가죽이 연제와 해교의 땀과 좆물, 보짓물로 엉망이 되었다. 연제가 조금씩 체위를 바꿀 때마다 쩌억, 쩍 살갗과 맞붙었던 가죽이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야릇했다.
펄떡대는 뒷보지가 들이치는 연제의 자지를 뻐근하게 조여 물었다. 굵다란 기둥에 틈 없이 달라붙어선 난잡하게 비벼 대는 점막에 연제는 생각보다 이른 사정감이 찾아왔음을 느꼈다. 연제가 달달 떨리는 하얀 허벅지를 꽉 쥐고서는 검붉은 좆을 세차게 치받았다. 쿵, 소파가 한 차례 더 밀리는 소리와 함께 해교의 아랫배가 들썩였다.
“하으읏……!”
좆이 꿰뚫으며 지나가는 내벽 길목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긁고 지나간 부위마다 홧홧하게 달아올라 아래가 터질 것 같았다. 감당하기 힘든 쾌락에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 아팠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느 순간 눈이 감겼다.
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해교는 눈앞이 암전되는 것을 느끼며 깊은 수면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려진 블라인드 사이로 아침 해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일이 꿈인가 생각하고 싶었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살이 제가 사는 반지하에 내리쬘 수는 없었기에 여실히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지난밤의 여파로 이어지는 뻐근한 아래의 감각까지도.
워낙에 격렬하게 안을 들쑤셔 놓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안에 담긴 내장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미처 있는지도 몰랐던 장기들까지 모조리, 전부 다.
해교가 가느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옅은 호흡마저 버거웠다. 어떻게든 이 집에서 나가야…….
“진짜 부드럽다. 애기 엉덩이가 이런 느낌일 거 같아.”
해교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연제가 허여멀건 자지와 보지를 장난감처럼 주무르며 말했다. 손바닥에 착 감겨 오는 부드러운 살결이 만져도, 만져도 질리지 않았다. 헉, 뒤늦게 연제를 발견한 작은 몸이 깜짝 놀라 소파 아래로 떨어지려 하는 걸 연제가 민첩하게 잡아 주었다.
“참.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님. 이름이 뭐예요? 여태 좆질하면서 통성명도 안 했네. 나는 우연제인데.”
연제가 능글맞은 태도로 해교의 손목을 잡고 흔들었다. 해교는 연제가 이끄는 대로 힘없는 손목을 달랑거리며 말없이 숨만 쌕쌕 쉬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도통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고 머릿속이 핑핑 돌았다.
연제가 다감하게 웃으며 어디서 가져왔는지 구급 의약품 상자를 꺼내 바닥에 쏟아부었다. 거즈와 솜, 소독제 같은 의약품을 잔뜩 골라내더니 늘어진 해교 앞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곤 혼몽한 해교의 턱을 쥐고 들어 입가 상처에 연고를 발라 주었다.
“그래도 내가 어릴 적부터 사람을 패서 그런가, 겉에 상처는 안 남게 기가 막히게 때린다니까.”
“…….”
“기껏해야 노란 멍 정도 살짝 들 것 같아요. 아예 안 들 수도 있고? 입 안이 문제지. 며칠 죽 먹어요.”
해교의 상처를 치료해 준 뒤 신이 난 연제가 짓무른 붉은 눈가에 쪼옥, 입술을 눌렀다 떼었다. 입술에 닿는 기다란 속눈썹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그런 다음 제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듯하더니 손바닥 방향을 돌려 해교에게 화면을 보여 주었다.
[청소를 정말 깨끗하게 잘해 주시네요.]
“청소를 정말 깨끗하게 잘해 주시네요.”
연제가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읽으며 온통 땀으로 적신 해교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애플리케이션에 어제의 청소 평가를 쓴 듯했다. 해교가 반응하지 않자 연제가 뒤이어 키득대며 말을 붙였다.
“좆 청소에 타고나셨네요. 제 좆 안에 고였던 더러운 좆물이 ‘열심히해드려요’ 마스터님 덕분에…….”
지쳐 미동을 않던 해교의 눈이 쏟아질 것처럼 커다래졌다. 아, 안 돼……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말을 잃은 해교의 얼굴을 바라보며 연제가 장난기 가득한 눈을 접어 호선을 그렸다.
“……이렇게 쓰고 싶다.”
“흐으…….”
“장난이에요.”
장난이라니. 연제는 가볍게 던지는 말이었지만 해교는 그 짧은 사이에 지옥이라도 다녀온 듯했다. 저런 후기가 실제로 앱에 올라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렇게 썼다가 좆 청소 해 달라고 개새끼들이 형 부르면 어떡해. 나는 보지 돌려 먹기 싫어요.”
“…….”
“새로 사람 불러서 청소할 거니까 이 집은 신경 쓰지 마요. 이번엔 환불 누를 생각도 말고. 형이 내 좆 청소해 줬잖아. 대신 이번에도 연락 씹으면 다음번엔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몰라요.”
모양 좋은 입술이 움직이며 끔찍한 말을 내뱉었다. 제 손과 얽은 해교의 손가락을 만지작대는 손길은 이와 달리 부드럽고 다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연제♡]
연이어 해교의 낡은 휴대폰에 제 휴대폰 번호를 저장한 연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자신의 휴대폰에는 해교의 번호를 ‘좆집♡’으로 저장하고 난 뒤였다.
“나 큰일 났어요. 이제 형 말고 아무도 생각이 안 날 것 같아. 또 만나요, 형.”